유남우는 그녀더러 어디가 문제인지 지적하라고 했다.최현아는 조사한 것을 그에게 말했다.박민정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손연서와 이야기를 끝냈다.박민정 대신 고객인 손연서의 잘못으로 하는 것이다.“이 일은 회의 전에 박민정 씨가 알려줬어요. 손씨 가문에서 돈을 덜 송금해서 그렇대요. 다음 달에 입금될 것이에요.”유남우가 말했다.최현아는 어리둥절해 했다.그 돈은 분명히 그녀가 사람을 찾아서 가져간 것인데 어째서 손씨 가문이 돈을 적게 냈다는 것인지 몰랐다. 물론 돈은 자기가 가져갔다고, 박민정이 거짓말을 한 거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요? 그럼 제가 오해했나 봐요.”최현아는 말을 마치고 미안한 척하며 박민정을 바라보았다. “박 비서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도 회사를 위해서 이런 것이니 저를 탓하지는 않을 거죠?”박민정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물론이죠.”회의는 이것으로 끝났다. 이번 달에는 마케팅 5팀의 실적이 1위를 차지했다.마케팅 1팀이 2위를 차지했다. 피해를 보는 것은 다른 팀이다.사람들이 회의실을 나섰다. 최현아는 박민정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 “두고 보자. 손연서 하나 안다고 내 상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유명훈은 이미 유성혁을 지사에서 본사로 돌려보내겠다고 했다. 그들 부부가 힘을 합치면 박민정을 쫓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민정은 시큰둥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그래요, 두고 봐요.”최현아는 화가 나서 그녀의 곁을 지나갔다.일을 거의 마쳤으니 박민정은 부하들에게 팁을 주면서 회식이라도 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먼저 저택으로 돌아갔다.오늘 누가 고영란한테 무슨 말을 했길래 고영란이 그러는지 몰랐다. 저택에서 유남준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혼자 멍하니 앉아 있었다.박민정이 돌아와서 유남준을 만나러 들어가려 하는데 도우미가 좋은 뜻으로 그녀를 막았다.“들어가지 마세요. 경은 아가씨가 민정 씨가 간 후에 들어갔었는데 거의 맞아 죽을 뻔했어요.”“왜죠?”박민정은 의아해
그 말을 들은 고영란은 기뻐서 말했다. “그래, 그럼 잘 부탁해.”“부탁할 것도 없어요.”추경은은 고영란의 비위를 맞춰주며 그녀를 부축하고 계단을 올랐다.위층에 도착한 추경은은 유남준이 창가에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무서웠지만 용기를 냈다.“남준 오빠, 이모가 왔어. 우리가 집에 데려다줄게.”유남준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고영란은 이런 아들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나 지금 들어가도 돼?”고영란이 물었다.추경은은 불안했지만 들어가도 된다고 말했다. 고영란은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그녀의 뒤를 따라가는 추경은은 매우 불안했다. 유남준이 제발 말을 듣기를 기도했다.아래층에 있는 박민정은 유남준이 소란을 피울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 자기랑 있을 때 유남준은 아이 같았기 때문이다. 관심을 두고 잘 보살펴주면서 그를 해치지 않는다면 별문제 없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10분 뒤, 위층에서 고영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남준아, 난 네 엄마야. 엄마한테 손대면 안 돼. 경은아 살려줘!”박민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재빨리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는 추경은이 머리가 헝클어진 채 먼저 방에서 뛰쳐나오는 것을 보았다. “이모, 보디가드와 의사를 불러올게요.”혼자 도망치느라 바쁜 추경은은 유남준과 고영란을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빠른 걸음으로 방문 앞에 간 박민정은 유남준이 고영란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영란은 그의 친엄마다. 만약 그가 제정신으로 돌아와서 자신이 이런 일을 한 것을 알게 되면 매우 고통스러워할 것이다.박민정은 부리나케 앞으로 나가 위험을 무릅쓰고 뒤에서 유남준을 덥석 껴안았다.“남준 씨, 착하지요, 빨리 손 떼요. 남준 씨는 제일 착한 아이니까 말을 들어야죠? 사람을 때리면 안 돼요.”박민정은 될수록 부드럽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유남준은 무엇에 홀린 것처럼 천천히 손을 뗐다.고영란은 숨을 크게 쉬었다. 다시 살아난 것 같았다. 보디가드를 데리고 온 추경은은 마침 문 앞
추경은은 누구보다도 말을 잘한다. 하지만 정말 위기에 처했을 때는 제일 먼저 도망간다. 고영란은 그제야 추경은은 믿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모, 방금은 저도 너무 당황해서 의사를 찾으러 뛰쳐나간 거예요. 민정 씨가 오지 않았더라도 보디가드들이 왔을 거예요.”추경은은 고영란의 마음속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 했다.고영란은 냉소를 지었다. “보디가드들이 왔을 때 나는 이미 버티지 못했겠지.”추경은은 민망해서 얼굴을 붉혔다.고영란은 더는 추경은을 상대하지 않고 박민정을 향해 부드러운 눈길을 보냈다. “민정아 괜찮아? 방금 안 놀랐어? 배는 어때? 안 아파?”그동안 고영란은 박민정 배 속의 아이만 신경 썼을 뿐, 박민정을 챙기지 않았다. 박민정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배도 안 아파요.”임신한 지 시간이 좀 지나서 태아도 꽤 안정되었다.“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너랑 아이부터 챙겨. 나를 구할 생각하지 말고.”고영란은 이기적이고 억지스러운 사람이 아니다.그녀 한 사람의 목숨은 박민정 뱃속의 쌍둥이와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박민정과 아이가 무사해서 다행이지, 무슨 일이 생겼더라면 고영란은 아마 평생 후회할 것이다. “저와 아이를 지키면서 어머님도 챙겨드릴 거예요.”고영란은 유남준의 친어머니다. 유남준이 자기가 엄마에게 상처를 입힌 것을 알면 분명히 괴로워할 것이다. 박민정이 한 말은 고영란에게 감동을 줬고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민정아, 고맙구나.”고영란은 진심으로 박민정이 고마웠다.옆에 서서 두 사람의 오붓한 모습을 보던 추경은은 질투심을 감추지 못했다.박민정한테 감사 인사를 한 고영란의 시선은 다시 추경은에게로 향했다. “추경은, 넌 다시 추씨 가문으로 돌아가.”추경은은 잠시 굳어져 있다가 바로 고영란에게 무릎을 꿇었다.“이모, 제발 저를 쫓아내지 마세요. 앞으로 또 오늘 같은 위험이 닥치면 제가 꼭 앞장서겠습니다.”고영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이모라고
추경은이 당연히 거절하리라 생각한 박민정이었다.그전까지만 해도 이번 생은 유남준이 아니면 안 된다는 기세로 밀어붙였으니 말이다.극단적인 모습을 보였던 추경은이 이러한 태도 변화를 보일 줄은 몰랐다.따라서 추경은은 유남준이 아니라 그냥 돈 많고 권력이 큰 남자면 되는 것이었다.추경은의 본심을 이제야 알게 된 박민정은 진작에 그런 남자를 소개해 주지 못한 것에 ‘후회’하기도 했다.“고씨 가문 셋째 도련님이라고 들은 적 있어?”고씨 가문 셋째 도련님은 살아있는 염라대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사람이다.하지만 고씨 가문에서 가장 큰 권력을 지닌 존재이기도 하다.자기가 원하던 남자를 소개받자 추경은은 기쁨을 숨기지 못한 채 바로 웃으면서 대답했다.“고맙습니다.”“고마워할 필요 없어. 앞으로 결혼할 수 있는지 없는지 그건 너한테 달린 일이야.”추경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럴듯하게 말했다.“네, 사랑은 강요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쪽에서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저 역시 구질구질하게 매달리지 않을 거예요.”웃긴 말이 아닐 수 없었다.듣고 있던 박민정은 추경은의 본모습을 들추기조차 귀찮았다.‘남준 씨가 싫다고 했을 때도 죽음으로 몰아붙이던 추경은인데, 매달리지 않겠다고 저렇게 떳떳하게 말하다니 어이가 없네.’추경은은 기다렸다는 듯이 물건을 챙기기 시작했고 그런 추경은을 고영란은 묵묵히 보기만 했다.고영란이 자기 조카를 ‘사지’로 몰아넣을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박민정이다.물건을 다 챙긴 추경은이 떠나려고 하자, 고영란은 그제야 박민정에게 진실을 말해주었다.“우리 조카 그렇게 만만한 사람 아니야.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보면 돼.”“저런 추경은한테 우리 조카만 한 사람이 없어. 눈물 콧물을 쏙 빼놓을 거야.”“민정아, 앞으로 추경은이 또 돌아와서 귀찮게 굴면 바로 나한테 말해. 내가 나서서 혼내주고 말 거야.”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네, 고맙습니다.”“고맙다고 하지 않아도 돼. 앞으로
그렇게까지 말한 이상 박민정은 더는 거절하고 싶어도 마땅한 이유가 없었다.세 사람은 함께 문을 나섰고 유남준은 두 사람 사이에 앉았다.유남우가 보는 앞에서 유남준은 박민정의 손을 꼭 잡고 거의 박민정에게 누울 기세로 온몸을 기울이고 있었다.박민정은 그런 유남준을 거절하지 않고 아이를 달래듯이 마음껏 기대게 가만히 두었다.“민정아,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유남우가 물었다.박민정은 본래 유남준을 데리고 김인우에게 가려고 했었는데,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두원 별장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쩌면 남준 씨도 좋아할 거예요.”박민정이 말했다.유남우는 그 말을 듣고서 운전 기사에게 두원 별장으로 향하라고 했다.두원 별장에 이르자 박민정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유남준에게 말했다.“남준 씨, 우리 집에 도착했어요.”이윽고 유남준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유남우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따라서 들어갔다.왠지 모르게 아무리 애를 쓴다고 하더라도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것만 같았다.거의 바보나 다름없는 유남준임에도 불구하고 박민정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싫어하지도 않았다.그런 모습에 유남우는 의문이 들면서 답답하기도 했다.두원 별장에 도착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유남준은 졸음이 밀려왔다.“나 잘래.”“그래요. 우리 그만 침실로 가요.”박민정은 두 사람이 전에 지냈던 침실로 유남준을 데리고 갔다.유남준을 침대에 눕히고 나서 이불까지 꼼꼼하게 덮어주었다.모든 걸 마치고서 박민정은 김인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어떻게든 몰래 두원 별장 뒷문으로 들어오라면서 침실 위치까지 알려주었다.좀 지나서 박민정은 핸드폰을 끄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거실에 앉아 있는 유남우는 상상치도 못했을 것이다.박민정이 몰래 김인우를 불렀다는 사실을 말이다.“형은 자?”유남우가 물었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네, 이제 막 잠들었어요. 언제 깰지 모르니 일 있으면 먼저 가 봐요. 깨고 나면 바로 저택으로 데리고 갈게
유남우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박민정도 시선을 돌렸다.긴장감을 숨길 수 없는 순간이었다.‘인우 씨 왔겠지?’다행히도 유남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리면서 웃었다.“나도 알아. 넌 예전의 박민정이 아니라는 거.”“저쪽으로 가서 산책하자.”유남우가 말했다.“네.”‘휴. 다행이다.’한편, 김인우는 이미 두원 별장에 이르렀고 뒷문으로 들어와서 유남준의 상황을 체크하고 있었다.검사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알 수 없었던 박민정은 계속 유남우랑 산책할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은 이것저것 화제를 찾아가면서 얘기를 이어 나갔다.그렇게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리고 나서야 박민정은 내용을 확인하고 유남우에게 말했다.“우리 그만 가요. 남준 씨도 슬슬 깨어날 것 같아요.”달콤하기 그지없는 박민정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유남우는 사실을 들추어내기에 안타까웠다.“그래.”함께 두원 별장으로 다시 들어온 두 사람은 유남준이 아직 자는 것을 보게 되었다.허기가 진 박민정은 배달 음식을 시켜 유남우와 함께 먹었다.이러한 분위기가 하도 오랜만인 유남우이다.함께 배달 음식을 먹고 산책하고 수다를 떠는 것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커플의 모습이었으니 말이다.배가 점점 커지고 있는 박민정은 뒤돌아서면 배가 고팠다.하지만 유남우 앞이라 다소 민망한지 그렇게 마음 편히 먹지는 못했다.그 모습을 단번에 알아차린 유남우가 먼저 말했다.“많이 먹어. 음식 낭비면 벌받아.”순간 박민정은 두 눈이 초롱초롱해졌다.“네!”이윽고 아주 마음 편히 본격적으로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그런 박민정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던 유남우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그때 음식을 가져다주었을 때도 박민정은 유남우 앞이라 조신하게 조금만 먹었었다.오늘처럼 ‘음식 낭비면 벌받아’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마음 편히 먹고 했었다.‘예전 그대로네... 이 모습만...’지난 추억에 잠시 잠겼던 유남우는 고개를 숙이고 헛기침까지 했다.“괜찮아요?”박민정은 바로 젓가락을 내려놓고 걱정하면서
유남준의 품에 기대고 있는 박민정은 순간 의문이 들었다.“남준 씨...”의문을 드러내려고 하던 순간 유남준의 우람한 몸집이 그대로 박민정에게 쏠렸다.유남준은 자기 머리를 꽉 잡고서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너무 아파.”“머리 아파요? 의사 불러올게요.”“가지 마. 나 좀 안아줘.”박민정은 유남준의 말을 듣고서 큰일이 아니라 판단했다.“남준 씨, 생각난 거라도 있는 거예요?”“쉿, 아무 말도 하지 마. 여기 위험해.”유남준이 말했다.박민정은 순간 토끼 눈이 되었지만, 유남준의 말대로 입을 다물었다.그렇게 한참이나 꼭 끌어안고 나서 유남준은 또다시 힘없이 침대로 쓰러졌다.박민정은 바로 손을 내밀어 유남준의 이마를 만져보았는데, 열이 펄펄 나고 있었다.지체하지 않고 박민정은 바로 해열제를 먹이고 젖은 수건으로 온몸을 닦아 주었다.그 모든 걸 밖에서 보고 있던 집사는 보기만 하고 끼어들지 않았다.유남준의 상황은 그때그때 달랐고 자기 전에 박민정은 대화를 시도했지만, 유남준은 또다시 바보가 되어 있었다.지금의 유남준은 아직 회복 중이고 완전한 바보가 된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박민정이다.다음 날, 월요일이라 박민정은 예전 그대로 회사에 갔다.하지만 호산 그룹에 이르기도 전에 차 한 대가 박민정을 막아섰다.서다희가 차에서 내려오면서 입을 열었다.“사모님.”박민정은 그 모습을 보고서 바로 차에서 내렸다.“서 비서님,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대표님은 좀 괜찮으세요?”서다희는 지금 유남준을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상황이고 주위에는 온통 유남우 쪽 사람들이다.IM 그룹의 대표가 유남준이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서다희는 유남우에게 들키기라도 할까 봐 거의 숨어서 지내고 있다.“남준 씨는 괜찮아요.”박민정의 대답에 서다희는 한시름을 놓게 되었지만 그래도 귀띔을 해주었다.“사모님, 고맙습니다만 조금만 더 신경 써주시기 바랍니다. 대표님 곁에 꼭 있어 주시고 절대 그 어떠한 일도 생기게 해서는 안 됩니다.”박
“왜 밖에 서 있는 거예요? 들어와요.”유리문을 통해 박민정을 보게 된 유성혁이 말했다.지금 유성혁은 박민정의 온몸을 위아래로 열심히 훑고 있다.비록 임신한 몸으로 약간 살이 찐 박민정이지만 아리따운 모습은 여전했으니 말이다.옥에 티라면 얼굴에 흉터가 생긴 것이다.박민정은 사무실로 들어서면서 입을 열었다.“유 팀장님, 저 찾으셨어요?”유성혁은 등을 의자에 기댄 채 한 손으로 턱을 짚고서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큰일은 아니고 일단 앉아봐요.”박민정이 의자를 빼면서 앉자 유성혁은 다시 물음을 던졌다.“지난달에 실적 1위 했다면서요?”“네.”“여 팀장으로서 꼴찌를 했었던 마케팅 5팀을 한 달 내로 실적 1위로 만들다니... 대단하네요.”박민정은 도통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는지 알 수 없었다.“과찬이십니다.”유성혁은 다리까지 꼬고서 본격적으로 본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남준이랑 이혼했다면서요? 걔도 참, 이렇게 예쁘고 능력 있는 여자를 싫어하고 이혼을 하다니 내가 다 아쉽네요.”사적인 일을 꺼내기 시작하자 박민정은 눈빛이 싸늘해졌다.“유 팀장님, 분부하실 일 없으시면 그만 가 보겠습니다.”이윽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고 했다.유성혁은 그 모습을 보고서 따라나서면서 박민정의 팔을 확 잡아당겼다.“민정아, 여기 우리 둘밖에 없어. 나 이렇게 온 것도 너 절대 가만히 두지 않으려고 마음먹고 온 거야.”“근데 내 여자로 살겠다고 네가 고개만 끄덕인다면 가만히 둘 의향은 있어.”유성혁은 나지막한 소리로 협박을 더 했다.바보가 된 유남준이 나서서 도와줄 리도 없는 상황이니 더더욱 대놓고 위협하고 있는 유성혁이다.유성혁은 일단 찜해 놓은 여자라면 모조리 자기 여자로 만드는 ‘습관’이 있다.그런 놈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박민정은 바로 유성혁의 손을 뿌리쳤다.“유 팀장님 와이프도 아는 일인가요?”유성혁은 흠칫거리더니 웃으면서 말했다.“그럴 리가.”“그럼, 지금 가서 물어봐 봐요. 유 팀장님 와이프도 좋다고 하
“내가 없었으면 경기에서 이기기 힘들지 않았나?”유남준은 박민정에게 기대어 말했다. 다행히 지금은 자가용을 타고 있어서 다행이지, 버스 안이었다면 많은 사람이 빨갛게 달아오른 박민정의 얼굴을 봤을 것이다.“남준 씨는 필요 없죠. 아빠로서 당연히 아이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도와야죠.”그녀는 중얼거렸다.하지만 유남준은 계속 떼를 썼다. “안 돼, 나도 상을 줘야 해.”상을 달라는 그의 말을 듣고 박민정은 다가오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가슴이 점점 빠르게 뛰었다.그녀가 어찌할 바를 모르자 박예찬이 기분이 언짢아 말했다. “그럼 앞으로 인우 아저씨보고 가족 행사에 같이 가달라고 할게요.”그는 박윤우처럼 유남준을 도우려 하지 않았다. 유남준이 말이 없자 박예찬은 질투심에 겨워 그를 쳐다보았다. “어때요? 아저씨.”두 사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유남준은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됐어.”박민정도 덩달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박예찬이었다.유치원에 도착한 후, 선생님이 몇 가지 일을 더 얘기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그러자 방성원이 다가와 물었다. “남준아, 형수랑 같이 가? 간단한 식사라도 같이하면 안 될까?”박민정이 대답했다. “안 될 것 같아요.”그녀는 이제 방성원과 설인하의 관계를 아는데 그를 집으로 데려간다면 설인하는 분명 화를 낼 것이다.방성원이 이렇게 자진해서 나온 건 처음인데 거절당해서 실망했다.김인우는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우리 집에 가서 먹자.”예찬이도 박민정과 작별인사를 했다. “엄마, 집에서 비타민 잘 챙겨 먹어. 알았지?”“알겠어.”박민정은 그와 손을 흔들며 작별했다.옆에서 지켜보던 손연서는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자기도 벌써 자기의 자식이 있어야 하는데 하며 생각했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남편 오준수는 한 번도 그녀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아이를 갖는 것은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민정 씨는 좋겠어요. 남편도 너무 좋고 아들
최현아의 표정은 유달리 보기 흉했다.그녀는 목소리를 낮춰 주변에 있던 엄마들에게 말했다. “무서울 게 뭐예요? 지금의 유남준은 아무것도 없고 호산 그룹의 대표도 아니에요.”엄마들은 그녀의 말을 완전히 믿지 못했다.누군가가 말했다. “그 사람이 정말 아무런 힘이 없다면 저 사람들의 남편들은 왜 저렇게 겁에 질린 거예요?”최현아는 순간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도 유남준이 무슨 수를 썼길래 회사 사장들이 저렇게 의기소침해서 도망갔는지 몰랐다.“현아 씨, 친척 관계잖아요. 그냥 사이좋게 지내요.”“맞아요. 화기애애한 게 좋죠.”그녀들은 모두 눈치채서 더는 최현아를 돕지 않고 박민정을 비롯한 사람들을 팀에 불러들이려 했다.심지어 자진해서 박민정과 팀을 하려는 사람도 있었다. “아니면 다시 팀을 짜든가요.”“좋아요, 좋아요.”사람들의 태도가 이렇게 빨리 변하는 것을 보고 최현아는 화가 났다.그녀는 오늘 아침 일찍 많은 돈을 써서 선물을 샀는데 말이다. 이 사람들은 정말 뻔뻔스럽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제 와서 어찌할 방법도 없다.다시 팀을 짜기 시작했다. 박민정은 다른 엄마 몇 명과 팀을 짜서 경기를 시작했다.유남준은 예찬이와 나란히 서서 한쪽 다리를 묶었다.“절대 제 발목을 잡아선 안 돼요.”박예찬이 진지하게 말했다.방금 일어난 일 때문에 그는 질투했다.자기가 어른이라면 이런 일은 유남준이 아니라 자기가 해결할 거로 생각했다.아쉽게도 그는 너무 어렸다.유남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기고 싶어? 내가 이기는 방법을 하나 알려줄게.”박예찬이 물었다. “무슨 방법이요?”“이따가 경기 시작하면 그냥 내 다리를 꽉 안아. 내가 혼자 갈게. 그러면 절대 지지 않을 거야. ”박예찬은 그 화면을 상상하다가 말했다. “싫어요! 흥.”유남준은 자기 아들의 성격이 자신을 많이 닮은 것을 안다.사실 박예찬은 다른 아이들보다 아이큐나 체력이 뛰어났고 유남준도 다른 엄마 아빠들보다 실력이 좋다.이 게임은 예상대로 그들
김인우처럼 눈치가 없는 사람도 이 사람들이 일부러 예찬이한테 이러는 거라는 걸 눈치챘다. 그는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제 일어날 일을 기대하고 있었다. 감히 유남준의 아내와 아이를 괴롭히다니, 이 사람들이 정말 간이 부었다고 생각했다. 유남준은 오면서 사람들 속에 있는 최현아를 보고 이 일은 틀림없이 그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는 다시 방금 말을 한 몇 사람을 보았다.“그린파워의 최연준, 실버라인의 채빈, 에코미디어의 고태민, 피스월드의 노직.”그는 네 사람의 이름을 말했다.그 네 명은 자기의 이름이 불려서 어리둥절해서 하다가 물었다.“우리를 알아요?”유남준은 대답하지 않고 뒤 따라오는 서다희에게 물었다. “적었어?”“적었어요.”서다희가 말했다.유남준은 원래 한 번만 봐도 잊지 않는다. 이 사람들을 다시 알아보고 기억할 필요가 없다.보통 그가 업무 중에 본 다른 회사 정보라면 바로 기억할 수 있다.서다희는 이런 능력이 없어서 유남준의 말을 듣고 이 사람들의 이름을 적었다.“뭐 하는 거예요?”그 남자들은 유남준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건지 몰랐다. 김인우는 볼거리가 있으리라 생각했다.그 사람들은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김인우에게 명함을 주러 왔다. “인우 씨, 안녕하세요. 이건 제 명함입니다.”김인우는 그 남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고 명함도 받지 않았다.그 사람은 민망했지만 감히 화를 내지 못하고 묵묵히 명함을 거두어들였다.“선생님, 시간 끌지 말고 경기를 시작하죠. 회사에 일이 있어서 빨리 가봐야 해요.”최연준이 말했다.선생님은 좀 난처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런데 이때 최연준의 핸드폰이 울렸다. 회사 비서의 전화였다. 그는 불만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내가 이런 활동에 안 오겠다고 했잖아. 봐봐, 회사에서 또 전화 오잖아.”그는 매우 바쁜 척을 했다. 이것을 본 그의 아내도 뭔가 미안함을 느껴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최연준이 전화를 받은 지 1분도 안 돼
유남준은 공식 석상에 거의 나타나지 않아 어떤 엄마는 그가 누군지 모른다.하지만 김인우 같은 부잣집 도련님은 보통 사람이라도 그의 얼굴을 알고 있다.“저 사람 김인우 아니야?”“옆에 있는 사람은 방성원이야!”“이 사람들이 왜 왔지? 맨 앞에 있는 남자는 누구지? 낯이 익은데?”최현아의 시선은 세 사람에게 머물었는데 숨을 쉬지 못할 정도였다.유남준이 왔다니, 그것도 김인우와 방성원이랑 같이 말이다. 김인우는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가 박예찬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박예찬은 눈살을 찌푸리며 피했다."이놈아, 머리를 쓰다듬는 것도 안 돼? 그리고 활동에 참석하는데 왜 나랑 하랑 이모한테 말도 안 한 거야?”김인우가 물었다.박예찬은 일부러 그런 것이다. 한 명의 아이는 보호자를 제일 많아서 두 명밖에 데려갈 수 없다. 김인우와 하랑 이모한테 말하면 엄마와 같이 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들 김인우의 말을 듣고 여기에 온 것을 후회했다. 특히 몇몇 아이 아빠들 말이다.눈앞의 이 아이가 김인우의 아들인가 하는 생각에 그들은 식은땀을 흘렸다. 최현아의 말 몇 마디 때문에 박민정을 비롯한 사람을 괴롭히고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한 것에 후회했다.박민정은 유남준이 진짜로 올 줄은 몰랐다. 그것도 방성원과 김인우까지 데리고 말이다.유남준은 이미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좀 늦었어. 이 두 놈이 계속 따라오겠다고 해서 말이야.”유남준이 말했다.김인우는 억울해서 말했다.“나랑 하랑 씨가 그렇게 오랫동안 예찬이를 돌보았잖아. 친자 행사가 있다는데 당연히 와야지.”유남준은 어이가 없었다.방성원은 당연히 예찬이를 보러 온 것이 아니다.설인하가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간 지 보름 정도 지났다. 그는 오늘 이 기회를 타서 박민정을 따라 함께 자기 아내와 딸을 보러 가고 싶어 했다. “그냥 와서 구경 좀 하려고. 뭐 필요한 거 있나 보면서.”방성원이 말했다.김인우와 유남준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선생님은 예찬이 쪽에 잘생긴 남자 세 명이 한꺼번에 온
선생님이 다가와서는 의아해서 물었다. “예찬 어머니, 왜 혼자 여기에 서서 계세요? 팀 안 짜세요?”박민정은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말했다. “선생님 사람들이 저희랑 팀을 짜려 하지 않아요.”“네...”선생님은 난처해하더니 다른 팀에게 물어보았다.그 팀의 엄마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우리 팀은 이미 사람이 찼어요.”그리고 몇 명의 아이 아빠도 왔는데 모두 최현아에게 빌붙고 싶어 해서 말했다.“선생님, 팀을 짜지 못한 사람들은 경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맞아요. 어차피 이미 인원수가 충분하잖아요.”“몇 분은 그냥 쉬세요. 게다가 임신 중인데 경기는 무리이지 않나요?” 한 남자가 박민정의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박민정은 당연히 자신이 경기를 못 한다는 것을 안다.“저 말고 다른 엄마들은 경기에 나갈 수 있잖아요. 어떻게 못 나가게 막을 수 있어요?”그녀가 나서서 말했다.그러자 남자는 비아냥거렸다. “그냥 경기일 뿐이잖아요. 굳이 당신들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잖아요?”다른 엄마들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시간 낭비하지 말고 시작하자고요.”최현아는 옆에 서서 박민정을 비롯한 그녀의 라인의 사람들이 망신을 당하는 모습을 만족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선생님은 조금 난처해했다. “아니면 여러분 팀당 한 명씩만 더하세요. 이렇게 하면 딱 맞을 거예요.”총 네 팀이고 남은 사람도 네 명이니 말이다. “딱 맞다니요. 이분은 임신했으니까 대회 나가기 불편하잖아요. 누구 팀에 가면 그 팀이 질 게 뻔하죠.”한 여자의 목소리였다.다른 사람들도 맞장구를 쳤다.홀로 있는 네 명의 엄마와 네 명의 아이들이 함께 있으니 유난히 눈에 띄었다.예찬이를 제외한 나머지 세 아이는 분명히 기분이 언짢았다.“엄마...”지원이는 엄마의 옷깃을 잡아당겼다.손연서는 이 사람들이 정말 사람을 너무 무시한다고 느꼈지만 사실 그렇게 경기를 하고 싶어서도 아니다. 다 아이들을 위해서이다.“민정 씨, 됐어요. 우리는
차는 넓지 않아서 다른 엄마들은 성훈이의 말을 들었다. 그러자 다들 곁눈질하며 손연서를 보며 놀렸다.이 사람 중 대부분은 주부다.손연서는 그녀들과 달리 친정 손씨 가문의 사업을 도맡고 있다.그래서 많은 엄마가 그녀를 부러워하고 질투한다.지금 그녀가 사생아 때문에 이렇게 골머리를 앓는 것을 보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성훈이는 아직도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손연서를 조롱했다.“우리 엄마한테 들었어요. 당신이 아이를 낳을 수 없어서 나를 아들로 받아들인 거라고. 하지만 나는 영원히 당신을 엄마로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 나는 당신이 싫어요. 내가 커서 우리 아버지의 회사를 인수하면 당신을 쫓아낼 거예요. 그때 되면 당신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할머니로 되겠죠.”손연서는 안색이 안 좋았지만 아이와 따지고 싶지 않았다.박민정은 손연서를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서 바로 말했다. “연서 씨, 나하고 같이 앉아요. 예찬이보고 성훈이랑 앉게 하고요.”박예찬도 유난히 눈치가 빠르고 철이 들었다.“연서 아줌마, 우리 엄마랑 같이 앉아요. 우리 엄마가 아줌마랑 얘기 나누고 싶대요.”손연서는 그들 모자를 고마워하며 예찬이와 자리를 바꾸었다.박예찬이 옆에 앉자 성훈이는 순식간에 착한 아이로 변해 말도 안 하고 얌전히 앉아 있었다. 핸드폰도 하지 않고 말이다. 성훈이의 모습을 보고 손연서는 박민정에게 말했다. “참 웃기죠?”박민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연서 씨가 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말아요. 자기 생각도 하면서 말이에요.”이렇게 어린아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봐서 커서도 별로 의지가 될 수 있는 아이가 아닐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맞는다. 친자식도 기댈 수 있을지 말 지인데 사생아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손연서는 그녀의 뜻을 이해했다.“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내 아이와 진짜 가족을 갖고 싶죠. 하지만 이런 건 지금의 나에게 너무 사치에요.”모두 자신의
“지훈아, 빨리 이리 와!”그녀는 박민정을 외면한 채 아들에게 소리쳤다.유지훈은 박민정의 뒤에 숨은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싫어요. 가면 때릴 거잖아요.”이 말을 들은 최현아는 화가 났다. 최현아는 박민정이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할까 봐 무서워서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지훈아. 엄마가 방금 너무 급했어. 이리 와봐. 절대 때리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유지훈은 여전히 그녀한테로 가려 하지 않았고 최현아를 경계하는 눈빛이었다.“싫어요. 안 믿어요. 흥.”그는 말을 마치고 쏜살같이 달아났다.최현아는 자신이 이런 아들을 만났다는 것에 화가 났다. 그녀는 화를 참으며 유지훈을 따라갔는데 일부러 박민정의 어깨를 세게 치면서 지나갔다. 박민정은 어이가 없었지만 최현아를 외면하고 손연서를 비롯한 그녀들을 찾아갔다.그녀들은 박민정을 보자마자 손을 흔들었다.최현아의 포섭을 받은 엄마들은 박민정을 외면한 채 못 본 척했다.그녀들은 호산 그룹의 이인자인 최현아의 시아버지가 돌아왔다는 것만 알고 있다. 유남우가 자리에서 물러나면 그 자리는 당연히 최현아 시아버지의 것이다.그래서 그녀들은 최현아한테 잘 보이려 했다. “민정 씨, 이리 와서 앉아요. 이따 같이 차를 타고 교외로 가요.”손연서가 말했다.“좋아요.”박민정이 가서 앉았다.지원 엄마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예찬 엄마, 방금 최현아가 다른 엄마들이랑 말한 게, 예찬 엄마를 왕따 시키면 그 사람들의 남편이 호산 그룹과 합작할 방법을 찾겠다고 했어요.”지원 엄마는 전에 어느 라인에 서야 할지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그녀는 박민정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최현아는 박민정의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전에 아이를 왕따시킨 것도 모자라 이제는 부모까지 왕따시키네요.”박민정은 다른 엄마들을 봤다. 이 사람들은 웃고 떠들고 있었는데 박민정이 자기들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입을 다물고 멀리 피했다. 도한 엄마가 말했다. “신경 쓰지 말아요.”솔직히 말해서 이 세상 대부분
[여러분 남편은 같이 가나요?]단톡방에서 한 사람이 물었다.다른 사람들이 답장을 보냈다. [제 남편이 너무 바빠서 못 갈 걸요?][맞아요. 우리 남편도 주말엔 회사 일로 바빠요.][우리 엄마들끼리 가면 되죠. 남편은 일하라고 하고요.][...]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대부분 사람의 남편이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알고 박민정은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밤에 그녀가 자고 있을 때 유남준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뭐 해요?][이제 자려고요.]박민정이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유남준은 아직 방성원과 함께 있다. 두 사람의 아내가 모두 박씨 가문 저택에 있으니 불쌍한 남자 둘이서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았다. 그는 박민정의 무뚝뚝한 답장에 좀 섭섭했다. [아니야. 자.]이 메시지를 보고 박민정은 잘 준비를 했다. 근데 문뜩 생각해보니, 예찬의 아버지인 유남준도 친자 활동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았다.[저기, 예찬이 유치원에서 내일 친자 활동이 있어요. 시간이 있으면 오고 시간이 없으면 오지 않아도 돼요. 잘게요.]그녀는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바로 누워 잤다.유남준이 가든 말든 어쨌든 그녀는 아들의 친자 활동에 참여할 것이다.이튿날 아침 일찍 박민정은 일어나서 셰프와 함께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했다.진서연은 하품하며 걸어 나왔다. “보스, 왜 이렇게 일찍이 일어나서 음식을 직접 만드는 거예요?”“오늘 예찬이 유치원에서 친자 활동이 있어. 거기 갈 때 가지고 갈 것이야.”박민정이 말했다.“그렇군요.”진서연은 눈을 비비며 씻으러 갔다.집의 세 여자가 모두 일어났다. 박민정은 이미 먹을 것을 준비해 두었고 그녀들의 것도 남겨 주었다.그녀가 유치원으로 가려 할 때 손연서와 도한 엄마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민정 씨, 오늘 와요?][당연하죠.][잘됐네요. 우리 오랫동안 못 봤잖아요.][근데 조심해야 해요. 오늘 최현아가 좀 이상한 것 같아요.]먼저 어린이집에 온 손연서는 최현아가 수많은 아줌마와 사석에서
“아니에요. 별장 청소와 정리는 가정부가 하면 돼요.”박민정의 말에 설인하가 고집을 부렸다.“안 돼요. 그 얘기는 이미 청소는 모두 제가 하기로 했잖아요. 그대로 해요. 민정 씨, 나와 방성원의 관계 때문이라면 이러지 않아도 돼요. 그리고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긴 하지만 전부 처음부터 배울 거예요.”설인하는 박민정이 거절할까 봐 박민정이 다른 말을 하기도 전에 청소하기 시작했다.박민정은 설인하의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별장 관리인을 불러서 앞으로 매월 급여 발급할 때 설인하에게도 주라고 지시했다.사실 박민정이 설인하에게 별장 청소를 시키지 않은 것은 방성원과의 관계 때문이 아니라 현재 그녀의 몸 상태가 감당을 못할까 봐서였다.게다가 박민정이 설인하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그녀도 예전에는 부잣집 딸로서 아무 일도 해본 적이 없이 자랐었다.설인하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결혼한 후 어떤 일을 겪었을지를 생각하며 마음 아파했다.설인하는 집 안 청소도 하고 또 주동적으로 진서연을 찾아서 업무상의 일을 시작했다.박민정은 소파에 앉아서 휴식하고 있었는데 진서연이 언제 나갔었는지 밖에서 들어오며 말했다.“보스, 정민기 씨가 찾아요.”“알았어.”박민정은 소파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자, 정민기가 손에 서류 더미를 들고 있었다.“전에 조사하라고 한 함미현에 관한 자료예요. 출생한 병원과 그때 혈액 등 기록들이에요. 서류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함미현은 정수미의 친딸이 아니에요.”박민정이 서류를 받아보자, 거기에는 함미현의 출생 관련 기록들이 그대로 있었다. 만약 염혜란이 입양한 거라면 이런 내용을 모두 만들었을 수는 없을 것이다.“최근에 염혜란 씨에 대한 소식은 없어요?”박민정의 물음에 정민기가 신중한 표정으로 변하며 말했다.“사람을 시켜서 염혜란 씨 집 근처 CCTV를 모두 조사했는데 그중 한 카메라에서 종적을 찾았는데 옆으로 차 한 대가 지나가면서 염혜란 씨도 같이 화면에서 사라졌어요. 그 차를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