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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2화

작가: 윤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그렇게까지 말한 이상 박민정은 더는 거절하고 싶어도 마땅한 이유가 없었다.

세 사람은 함께 문을 나섰고 유남준은 두 사람 사이에 앉았다.

유남우가 보는 앞에서 유남준은 박민정의 손을 꼭 잡고 거의 박민정에게 누울 기세로 온몸을 기울이고 있었다.

박민정은 그런 유남준을 거절하지 않고 아이를 달래듯이 마음껏 기대게 가만히 두었다.

“민정아,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유남우가 물었다.

박민정은 본래 유남준을 데리고 김인우에게 가려고 했었는데,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두원 별장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쩌면 남준 씨도 좋아할 거예요.”

박민정이 말했다.

유남우는 그 말을 듣고서 운전 기사에게 두원 별장으로 향하라고 했다.

두원 별장에 이르자 박민정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유남준에게 말했다.

“남준 씨, 우리 집에 도착했어요.”

이윽고 유남준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

유남우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따라서 들어갔다.

왠지 모르게 아무리 애를 쓴다고 하더라도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것만 같았다.

거의 바보나 다름없는 유남준임에도 불구하고 박민정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싫어하지도 않았다.

그런 모습에 유남우는 의문이 들면서 답답하기도 했다.

두원 별장에 도착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유남준은 졸음이 밀려왔다.

“나 잘래.”

“그래요. 우리 그만 침실로 가요.”

박민정은 두 사람이 전에 지냈던 침실로 유남준을 데리고 갔다.

유남준을 침대에 눕히고 나서 이불까지 꼼꼼하게 덮어주었다.

모든 걸 마치고서 박민정은 김인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어떻게든 몰래 두원 별장 뒷문으로 들어오라면서 침실 위치까지 알려주었다.

좀 지나서 박민정은 핸드폰을 끄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거실에 앉아 있는 유남우는 상상치도 못했을 것이다.

박민정이 몰래 김인우를 불렀다는 사실을 말이다.

“형은 자?”

유남우가 물었다.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네, 이제 막 잠들었어요. 언제 깰지 모르니 일 있으면 먼저 가 봐요. 깨고 나면 바로 저택으로 데리고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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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미는 동하의 당뇨병이 유전이라는 말에 깊은 혼란에 빠졌다.‘동하가 미현이에게서 유전된 거라면 미현이 역시 윗세대에서 유전된 거 아닌가? 하지만 나랑 그 사람 가족 중 당뇨병은 없는데...’표정이 굳어진 정수미는 이내 마음을 다잡으며 겉으로나마 함미현을 위로했다.“미현아, 너무 자책하지 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 어떤 엄마든 자기 자식이 건강하기를 바라지 그렇지 않은 엄마는 없단다.”함미현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삼켰다.“네.”정수미는 함미현의 슬픈 눈빛을 바라보며 죄책감을 느꼈다.‘내가 어떻게 우리 딸을 의심할 수 있지? 미현이는 분명 내 딸이야. 그렇게 오랜 세월을 지나 겨우 찾은 딸인데 다시 잃을 순 없어.’“선생님. 돈은 얼마가 들든 상관없습니다. 제 손자의 건강만 찾아주신다면 선생님과 이 병원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톡톡히 보상해 드리겠습니다.”“걱정하지 마세요. 정 대표님. 저희는 최선을 다해 도련님의 건강을 찾아드릴 것입니다.”정수미가 고개를 끄덕였다.윤서현은 아무 말 없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이곳에 있는 게 지겨웠다.‘내가 왜 남의 아이를 위해 여기 있어야 하지? 남우 씨 혼자 회사에서 괜찮은 건지 모르겠네. 박민정이 내가 없는 틈을 타서 남우 씨에게 접근하지는 않겠지?’“엄마, 미현이도 많이 지쳤을 테니 얼른 가서 쉬세요. 의사도 동하 꼭 낳게 해주겠다고 했잖아요.”정수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함미현을 걱정했다.“가자, 미현아. 동하는 병원에 맡기고 우리도 밥 먹으면서 조금 쉬자.”“네.”두 사람은 나란히 병원을 나섰다.윤소현은 그들의 뒤를 따라가며 모녀 같은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저도 모르게 질투심이 솟은 그녀는 함미현을 바로 폭로해 버리고 싶었다.만약 함미현의 정체를 폭로한다면 정수미는 끝없이 친딸을 찾으려 할 것이다.‘안돼. 이제 와서 폭로할 수는 없어. 계속 친딸을 찾다가 정말 박민정까지 조사하면 어떻게 해?’지금 정수미가 함미현에게 보이는 태도로 보았을 때, 박민정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33화

    박민정도 유성혁의 일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었기에 크게 궁금한 건 없었다.다만 어젯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차로 그들을 치려고 했던 사람이 누군지 궁금할 뿐이었다.‘남준 씨가 조사하고 있겠지.’예상대로 유남준은 이미 병원에 있었다.유성혁 병문안을 왔다는 명목이었으나 실질적으로는 그 가족들에게 경고하기 위한 방문이었다.겁에 질린 최현아는 다리마저 후들거렸다.유석진도 내심 두려움을 느끼면서 겉으로는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안부를 건넸다.“남준아, 우리는 한 가족 아니냐. 내가 너를 해칠 리가 있겠느냐?”“맞아요. 우리 가족 모두가 남준 씨가 빨리 건강을 회복하기만을 바라고 있어요.”유남준은 그들의 비굴한 모습에 지겨운 표정을 지으며 단호히 말했다.“다음은 없어요.”말을 마친 유남준이 병실을 나섰지만 병실에는 여전히 냉랭한 기운이 맴돌았다.유성혁은 아버지의 손을 꽉 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저 너무 무서워요.”“두려워하지 마. 아빠가 있잖니. 그 녀석이 너를 해치지는 못할 거다.”유석진은 아들을 안심시키려 했지만 그조차도 자신이 없었다.유남준이 돌아온 후, 그가 어떤 존재인지 유석진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다.한편 최현아는 이들 부자의 나약한 모습에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그녀는 핑계를 대고 병실을 나섰다.핸드폰을 꺼내자 윤소현이 보낸 문자가 있었다.[회사에 계세요?][아니. 병원에서 남편 돌보고 있어. 무슨 일이야?][그냥 물어본 거예요.][요즘 회사에서 잘 안 보이던데 임신이 힘들어서 그래? 아무리 그래도 조심해. 우리 남편도 박민정 그년 때문에 큰 피해를 봤잖아.]최현아가 일부러 불을 지폈다.윤소현도 최현아의 뜻을 알았지만 모른 척 차분하게 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남우 씨는 아주버님이랑 달라요. 저는 그 사람 믿어요.]윤소현이 대화를 마무리하려 했지만 최현아는 담담한 척하는 윤소현을 속으로 조롱하며 문자를 이어갔다.[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하지. 박민정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32화

    에리는 지금 자신감이 넘쳐흘렀다.그는 사지가 멀쩡하고 아무런 장애도 없으며 외모와 집안까지 훌륭했기에 유남준보다 못할 리 없다고 믿고 있었다.매니저도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직접 부딪혀봐야 포기하겠지.’...두원 별장.박민정은 기분을 가라앉힌 후 침대에서 일어났다.그녀는 자신이 왜 울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거실로 나오자 유남준이 이미 아침 식사를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그가 고개를 들어 박민정을 바라보며 말했다.“어서 와서 아침 먹자.”“안 먹을래요. 출근할게요.”말을 마친 박민정이 나가려 했지만 유남준이 그녀를 막아섰다.“아침은 먹고 가.”그의 태도를 보니 자신이 먹지 않으면 보내줄 것 같지 않자 박민정은 마지못해 식탁에 앉아 대충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계속 박민정을 지켜보던 유남준은 그녀의 눈가가 여전히 붉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그는 다시 한번 자신의 말실수를 자책했다.의사가 임산부가 화내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했다.“많이 먹어. 앞으로도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유남준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박민정은 자신을 낮추는 유남준의 태도에도 여전히 쌀쌀맞게 대꾸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필요한 게 있으면 알아서 사면 돼요.”그녀는 빠르게 식사를 마치고 일어섰다.“다 먹었으니 출근할게요.”유남준은 그녀가 또 화낼까 봐 두려워 차마 다시 막아서지 못했다.그는 멀어지는 박민정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 시각, 서다희도 두원 별장에 유남준을 데리러 왔다.그는 불편한 심기로 별장에서 나오는 박민정을 바로 마주했다.“사모님, 좋은 아침입니다.”서다희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박민정은 그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서다희를 바라보았다.“서 비서님, 저는 이미 대표님과 이혼했어요. 그러니 앞으로 사모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민정 씨라고 불러주세요.”서다희는 순간 당황했다.‘왜 이렇게 화가 나신 거지? 어젯밤까지만 해도 대표님께서 사모님을 잘 설득해서 성공적으로 별장에 머물게 했다고 하지 않으셨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31화

    “그 사람은 널 가지고 놀고 싶은 마음뿐일 수도 있어! 책임지지 않아도 되잖아.”유남준의 한 마디가 마치 마법처럼 박민정의 귀에 맴돌았다.그녀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절 그렇게 보고 있었군요... 왜 재결합은 안 하냐고 계속 물었었죠? 이제 그 이유를 알겠어요? 남준 씨가 생각하는 저는 그저 다른 사람들에게 감정을 농락당하는 여자일 뿐이죠. 유남우, 에리, 연지석... 주위에 남자가 셋이나 있어서 속으로는 절 천한 여자로 생각하고 있죠? 아이도 있으면서 그 남자들이랑 얽힌다고 말이에요.”박민정은 두 사람의 첫 만남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당시 유남준은 박민정과 연지석 사이에 무언가가 있다고 오해하고 있었다.다른 건 몰라도 해외에서 지낸 5년 동안 박민정은 연지석과 손도 잡은 적 없이 친구로만 지냈었다.유남준은 박민정의 붉어진 눈가를 보고 나서야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았다.그는 바로 박민정을 품에 안으려고 했다.박민정은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어쩌면 억울해서일지도 몰랐다.‘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남자는 남준 씨뿐이었는데... 하지만 남준 씨는 마음속으로 내가 다른 남자와 뭔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네.’“됐어요. 그냥 그런 걸로 해요. 놔 주세요. 혼자 있고 싶어요.”유남준의 어깨는 박민정의 눈물로 젖어 있었다.그는 당황한 채 조심스럽게 박민정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울지 마. 내가 말실수했어.”그는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박민정을 달래려 했다.임신 중이라 그런지 안 그래도 감정 기복이 심했던 박민정은 그의 말에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비켜요. 집 가고 싶어요.”그녀는 유남준의 손을 떼어내려 했다.이런 상황에서 유남준이 순순히 그녀를 보낼 리가 없었다.“조금만 진정하고 밥부터 먹자. 일단 밥 먹고 다시 얘기해.”유남준은 자신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후회하고 있었다.사실 유남준은 그녀가 정말로 자신을 떠나 다른 사람과 함께 할까 봐 두려웠다.유남준은 다시 그릇을 가져와 박민정에게 죽을 먹이려 했다.박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30화

    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안겨 있었기에 그의 깊고 어두운 눈빛이 변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당연히 너는 나와 함께 있어야 해. 내가 죽기 전까지는 말이야.”유남준은 단호하게 한 마디씩 끊어서 말했다.유남준이 과거에 이혼을 결심했던 이유가 자신이 시력을 잃고 박민정의 인생에 지장이 될까 봐서였다. 그 당시 그는 장애를 가진 자신과 죽은 자신은 다를 바 없다고 여겼었다. 박민정은 유남준의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유남준의 어깨를 힘껏 내리쳤다.“내가 누구랑 함께하든 그건 내 마음이에요. 남준 씨는 이제 내 남편도 아니잖아요. 상관하지 말라고요!”물론 박민정도 그 말이 진심이 아니었다.아이 둘을 키우고 배 속에 셋째를 품고 있는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나 아이들에게 새아빠를 만들어줄 수는 없었다.더군다나 박민정은 자신의 현재 상황으로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않았다.그리고 무엇보다도 박민정은 굳이 남자에게 기대지 않고 자신도 아이들을 충분히 잘 키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박민정은 단순히 유남준을 약 올리려 했을 뿐인데 유남준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잠시 침묵하던 그는 갑자기 그녀를 안아 올리고는 침실 쪽으로 걸어갔다.박민정은 안간힘을 다해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화를 내며 발버둥 쳤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다음 날 아침.박민정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오전 10시가 넘었다.어젯밤 너무 피곤했고 유남준은 정말 미친 사람 같았다.‘내가 임신 중인데도... 정말 미쳤어.’ 박민정은 이불을 끌어안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유남준은 박민정을 위해 아침을 준비한다며 자리를 비운 지 한참이나 지났다.30분쯤 지나자 유남준이 커다란 밥그릇에 담긴 뜨거운 죽을 들고 나타났다.“배고플 테니까 먼저 죽부터 좀 먹어.”그 죽은 새벽에 유남준이 특별히 요리사에게 전화해서 준비한 것이었다.박민정은 그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유남준은 이러는 박민정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29화

    박민정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급히 수건을 집어 자신의 몸을 가리며 말했다.“미안해요...”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유남준을 때려버렸다.갑자기 뺨을 맞은 유남준은 약간 얼어붙은 듯 멍해졌다.“괜찮아. 방금 다친 데는 없지?”그의 물음에 박민정은 더욱 미안해졌다.“아니요. 다치진 않았어요. 그냥 실수로 샤워 젤을 떨어뜨렸어요.”유남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서야 안심했지만 곧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앞으로 샤워할 때 내가 곁에 있어 줄게.”“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박민정은 얼굴이 빨개지며 수건을 단단히 잡고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유남준을 바라보았다. 유남준은 마치 도둑놈을 경계하듯 자신을 경계하는 듯한 박민정의 모습에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누가 봐도 두 사람은 이미 두 번째 아이를 함께 가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역시 처음에 날 유혹한 건 아이 때문이었겠지.’박민정은 수건을 정리한 후 재빨리 잠옷을 꺼내 입었다.“됐어요. 이제 자러 가요.”“응.”유남준은 박민정을 따라 움직였다.박민정은 휴대 전화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유남준도 자연스럽게 그녀와 같은 방으로 들어섰다.“남준 씨는 다른 방에 가서 자요.”박민정이 단호하게 말했다.“여긴 밤에 도와줄 보모도 없잖아. 내가 너랑 같이 자면 혹시 네가 배고프거나 뭐 먹고 싶으면 바로 해줄게.”유남준의 말을 들은 박민정은 그의 요리 실력을 떠올리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됐어요. 차라리 배고픈 게 나아요.”박민정은 임신 중이라 자주 배가 고팠다.특히 여느 때처럼 밤에 갑자기 먹고 싶어지면 곧바로 먹을 걸 준비해야 했다.하지만 오늘 밤만큼은 참기로 마음먹었다.유남준은 박민정의 반응에 목이 메는 듯 답답함을 느꼈다.“그렇게까지 나랑 같이 있기 싫어?”유남준은 깊은 눈빛으로 박민정을 바라보면서 물었다.박민정은 그의 시선에 약간 흔들렸다. “말했잖아요. 우리 이미 이혼했고 앞으로는 아이들 때문에 가족 같은 친구로 지내면...”박민정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28화

    욕실 안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속으로 유남준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그의 훤칠한 몸매가 한눈에 들어오자 박민정은 무심코 한 번 보고 말려다 그만 몇 번 더 훔쳐보고 말았다.그녀가 넋을 놓고 있던 그때 유남준이 재빠르게 수건을 집어 들고 욕실에서 나왔다. 박민정은 급히 시선을 돌리며 아무렇지 않은 척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았다.유남준은 그녀의 시선을 이미 느꼈는지 다가오면서 말했다. “다 봤어?”박민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뭘 봤다고 그래요? 난 남준 씨를 안 훔쳐봤다고요.”“난 휴대 전화 본 거 물어본 건데.”유남준이 킥킥 웃으며 말했다.“근데 언제 날 훔쳐본 거야? 조금 전에?” 박민정은 고개를 푹 숙이며 그제야 자신이 자백해 버렸다는 걸 깨달았다.“그냥... 욕실 문이 열려 있어서 몇 번 본 것뿐이에요.”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중얼거렸다.“뭐 어차피 예전에 다 봤던 거잖아요. 딱히 볼 것도 없고.”“그래? 근데 왜 날 똑바로 못 쳐다보는 거야?”유남준의 목소리는 낮게 울렸고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박민정은 더 이상 물러서지 않고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방금 샤워를 마친 그의 짧은 머리카락에는 물방울이 맺혀 있었고 눈빛은 사람을 빨아들일 듯 강렬했다.박민정은 그 눈빛을 견디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유남준은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있었고 단단한 상체가 한눈에 안겨 왔다.“뭐가 못 볼 게 있다고? 보면 또 어때요...”박민정은 말하면서도 손을 들어 그의 복근을 슬쩍 만졌다.“촉감 괜찮네요. 별로 변한 것도 없네요.”말을 마친 박민정은 심장이 터질 듯 뛰는 걸 느끼며 급히 욕실로 걸어갔다.“나 씻을 거니까 방해하지 마요!”유남준은 그녀가 빠르게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녀가 만졌던 복부가 간질간질했다.그는 소파로 돌아와 앉으며 박민정의 휴대 전화를 집어 들었다.화면에는 막 도착한 메시지가 떠 있었다.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에리였다.[에리: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27화

    유남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박민정은 휴대 전화를 들고 곧장 침실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그녀는 박윤우에게 다시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친구들 단체 채팅방이 난리가 났다.[민수아: 민정아, 지금 유남준이랑 같이 있는 거야? 너희 화해한 거야?][진서연: 보스, 임신 중이니까 조심해야 해요. 제 듣기로는 임신 중에는... 그게... 그러니까... 알잖아요. 그런 일을 하면 안 된대요.][설인하: 민정 씨, 절대 남자의 잘생긴 얼굴이나 달콤한 말에 넘어가면 안 돼요. 처음에 왜 이혼했는지 생각해 봐요.][설인하: 결혼이라는 무덤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는데 다시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면 안 돼요.][민수아: 인하 씨 말이 맞아. 만약 다시 유남준을 받아들일 거라면 신중하게 결정해.][진서연: 맞아요. 너무 빨리 모든 걸 줘버려서는 안 돼요.]박민정은 쏟아지는 메시지를 보고 울지도 웃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그녀는 친구들이 자신을 걱정해 주는 걸 알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박민정: 걱정하지 마. 나 다 알고 있어. 절대 억울한 일 당하지 않을게.]하지만 친구들은 여전히 안심하지 못했다. 특히 설인하는 한 번 더 당부했다. [설인하: 오늘 밤 꼭 혼자 자야 해요. 절대 마음 약해지지 마세요.][박민정: 알았어요.]박민정이 답장을 보냈다.두원 별장 1층.유남준은 박민정이 내려오길 계속 기다렸지만 그녀는 한참 동안 내려오지 않았다.박민정은 위층에서 친구들을 안심시키고 박윤우도 달래고 나서야 침실 문을 열고 나왔다.박민정이 나왔을 때 유남준은 막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화면에는 서다희와의 대화가 떠 있었다.[대표님, 잘하셨어요. 계속 밀고 나가세요. 그리고 남자는 얼굴이 좀 두꺼워야 해요.][알았어.]서다희는 또 다른 메시지를 보냈다.[참, 조금 전에 제가 수아랑 얘기했는데 민정 씨가 대표님과 지금 같이 있다고 들었어. 민정 씨를 얻으려면 민정 씨의 친구들도 챙겨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민정 씨의 친구들이 옆에서 대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26화

    유남준은 박민정의 고집스러운 뒷모습을 보고 몇 걸음에 그녀를 따라잡고 망설임 없이 들어 올렸다.박민정은 자신이 갑작스럽게 허공에 떠오르자 본능적으로 한 손으로 그의 팔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배를 감싸안았다.“뭐 하는 거예요? 빨리 내려놔요!”박민정은 깜짝 놀랐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것만 같았다.“돌아가고 싶다며? 내가 안고 데려다줄게.”유남준의 태도에 박민정은 황당했다.“뭐라는 거예요? 이러고 돌아가려면 몇 시간은 걸리겠어요!”“장난 아니야. 안고 가면 적어도 멀미는 안 하잖아.”유남준은 그녀를 안고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박민정은 처음엔 그가 농담하는 줄 알았다.그러나 그가 두원 별장을 벗어나 다른 별장 구역까지 걸어가자 주변 사람들은 이상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박민정은 얼굴이 화끈거려 어디든 숨고 싶었다.“그... 그냥 차를 부르죠. 참을 수 있어요.”“안 돼. 네가 참을 수 있어도 우리 아이는 못 참아. 괜찮아. 이렇게 걸어서 가면 딱 잘 시간이야.”유남준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고 박민정은 정말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얼굴을 그의 가슴에 묻으며 말했다. “계속 이러면 정말 화낼 거예요.”유남준은 그제야 걸음을 멈췄다. “그럼 집으로 갈까? 오늘 밤만 여기 있고 내일은 꼭 데려다줄게.”박민정은 유남준의 태도를 보니 오늘은 보내줄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어차피 하룻밤뿐이니 괜찮을 거야.’박민정은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하지만 다음에는 이러지 마세요.”그러자 유남준은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서다희가 한 말이 맞았다.‘역시 남자는 얼굴이 두꺼워야 해.’그는 서둘러 발걸음을 돌려 두원 별장으로 돌아왔다.박민정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사람들이 보는 게 너무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두원 별장에 도착하자 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자신을 내려놓으라고 했다.그리고 박민정은 꽃밭을 바라보며 물었다.“이 꽃들은 언제 심은 거예요?”“이틀 전에.”박민정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장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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