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은 진서연에게 정민기를 소개해 주려고 했던 것을 떠올리면서 진서연을 차에 태우고 나서 바로 박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보스, 선물로 뭘 가지고 왔는지 궁금하지 않아요?”차 안에서 진서연이 물었다.“뭔데?”박민정은 어리둥절한 채로 되물었다.지금의 박민정은 예전과 달리 자기한테 너무 관심이 없다고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는 진서연이다.“해외에서 제가 보스 앞으로 인맥을 좀 쌓았거든요.”“그리고 연지석 씨께서 대신 좀 전해주라고 음식을 줬고요. 에리 씨는 새로 녹음한 곡을 전해달라고 했고요.”박민정은 음식이랑 에리의 곡에 대해서 큰 반응이 없었지만, 해외 인맥에 대해서 눈이 번쩍 뜨였다.“너무 잘 됐어!”박민정은 흥분한 마음에 진서연을 와락 끌어안았다.“넌 정말로 행운의 여신이야!”진서연은 다소 의문이 그려졌다.“그 어떠한 노력도 없이 생긴 것도 아닌데 행운의 여신이라니 말도 안 돼요.”박민정은 웃으며 말했다.“여하튼 넌 행운의 여신이 맞아.”박민정은 이미 탐욕이 끝이 없는 최현아 부부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획이 그려졌다.“해외에 있는 그분들께 연락 좀 해 줘. 나랑 계약 좀 하자고.”돌아오자마자 바로 박민정과 업무상의 문제로 얘기를 주고받게 될 것으로 생각지 못한 진서연이지만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박씨 가문 본가에 이르게 되었다.박민정은 진서연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고 정민기가 있는 객실 밖으로 다가갔다.“얼마 지나지 않으면 윤우랑 같이 올 거야.”박민정은 시계를 확인하면서 말했다.전에 했었던 말을 기억하는 박민정의 말을 듣고서 진서연은 감격해 마지 못했다.“보스, 역시 우리 보스밖에 없어요!”“민기 씨는 말수가 적은 편이야. 네가 나서서 많이 얘기해야 할 거야.”말을 내뱉자마자 밖에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진서연은 단번에 긴장하기 시작했다.솔직히 외모도 기질도 일반인보다 한 수위인 정민기이다.진서연이 바라오던 미래의 남편 이미지에 적합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민기 씨,
잔뜩 의기소침해진 진서연을 박민정은 천천히 위로해 주었다.“서연아, 너무 그러지 마. 넌 여중호걸이고 절대 남에게 못지않은 존재야! 너무 그렇게 자신을 내리깍지 마.”진서연은 쿠션 하나를 안고서 잔뜩 힘이 빠진 채로 말했다.“보스, 그만 좀 놀리세요.”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진서연이다.싸움할 줄도 알지만, 정민기 같은 남자는 자기한테 의지할 수 있는 여린 여자를 좋아할 것이라면서.“내가 나서서 두 사람 이어줄까?”박민정은 지금껏 소개팅 주선을 자처한 적이 없지만, 진서연과 정민기만큼은 이어주고 싶었다.진서연은 귀엽고 정민기는 멋지며 외적으로도 선남선녀가 따로 없을 것 같았다.게다가 싸움을 좀 할 줄 아는 진서연이기에 정민기와 배우면서 겨루어 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아니요! 절대 그러지 마세요!”진서연은 바로 박민정을 말렸다.“그냥 단순히 민기 씨 외모에만 마음이 쏠린 것이고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감정은 아니거든요.”아쉬운 마음이 가득했지만,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해주기로 했다.“알았어. 그래도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만 해.”진서연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렇게 할게요.”“오늘 뭐 먹고 싶어?”“뭐든 다 좋아요.”“참, 보스, 저 이쪽 회사 등록 절차도 모두 마쳤어요.”“벌써?”진서연의 업무 효율에 다시금 감탄한 박민정이다.“당연하죠! 보스께서 맡기신 일인데 바로바로 끝내야죠. 근데 호산 그룹에서는 언제 나오세요?”박민정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아직은 때가 아니야. 서연아, 일단은 너도 호산 그룹으로 들어와서 나 좀 도와야 할 것 같아.”호산 그룹의 원래 직원보다는 그래도 진서연이 더욱 믿음직스럽다.진서연은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오늘 바로 호산 그룹 마케팅 부서에 이력서 넣을게요.”박민정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면서 말했다.“역시 말하지 않아도 아는구나.”진서연은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마케팅 부서에 들어갔고 그 누구도 진서연의 정체를 모르니 업무를
상황상 유남준은 바로 대답할 수 없어 손을 내밀어 박민정을 꼭 끌어안았다.순간 그대로 얼어붙은 박민정이다.“남준 씨...”유남준은 고개를 숙인 채 박민정의 품에 살포시 기대었다.“자자.”예전이라면 상상치도 못한 유남준의 말투와 행동이다.박민정은 지금 이런 유남준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겨서 완쾌한 유남준에게 보여주고 싶은 심정이다.유남준에게 이불을 꼭 덮어주고 난 뒤, 박민정은 어깨까지 부드럽게 토닥거려주면서 재우기 시작했다.“그래요. 우리 그만 자요.”불까지 끄고 눈을 감고 편안하게 누우니 바로 잠에 들었다.다음날, 해가 떠오르기도 전에 다급한 벨 소리에 박민정은 그만 깨어나고 말았다.핸드폰을 들어 확인해 보니 간병인이었다.‘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윤소현이 또 찾아갔나?’“민정 씨, 저... 살려... 살려...”전화를 받자마자 기진맥진한 간병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주머니, 괜찮으세요?”돌아오는 답은 없었고 은은하게 한 남자의 목소리만 들려왔다.“젠장! 누구한테 전화한 거야!”이윽고 전화는 끊겨버렸다.이상함을 감지하고 박민정은 바로 일어나서 간병인의 집으로 향했다.허겁지겁 달려온 박민정에게 간병인의 이웃은 간병인 일가족은 얼마 전에 이미 이사하였다고 알려주었다.박민정은 마냥 이상하기만 하여 이웃에게 간병인의 행방에 관해 물었으나 이웃 역시 모르는 눈치였다.돌아가는 길에 박민정은 계속 간병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는 이가 없었다.남의 일에 계속 신경과 시간을 들일 여유가 없어서 정민기에게 시간 내서 한번 알아보라고 했다.모든 걸 당부하고 나서 박민정은 회사로 향했다.오늘 회사에는 새 직원이 입사했고 그 사람은 바로 진서연이었다.진서연은 유학파 인재로서 모든 면에서 우수한 사람이다.오전에 면접을 보자마자 바로 합격할 만큼으로 말이다.최현아는 실력파 진서연을 보자마자 바로 마케팅 1팀으로 끌어당겼다.마케팅 1팀으로 들어가게 된 진서연은 바로 박민정에게 상황을 보고했다.[보스, 저 마케팅 1팀 내부로 들어
함미현은 그 말을 듣고서 탄복하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언니, 너무 대단한 것 같아요!”윤소현은 남에게 추앙받는 기분을 몹시나 즐기는 사람이다.“너도 정씨 가문의 딸로서 앞으로 우리 회사에도 네 몫이 있게 될 거야.”함미현은 연신 고개를 저었다.“그런 거 필요 없어요. 전 그냥 우리 동하만 회복하면 되고 우리 모자가 살 곳만 있으면 돼요.”그 말을 듣고서 윤소현은 속으로 비아냥거렸다.‘말로만 싫다고 하지 속으로는 얼마나 욕심내고 있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돈을 마다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다고 그래?’‘그렇지 않고서야 박민정 대신 들어올 리도 없잖아.’“가자. 내려.”“네.”함미현은 차에서 내려 윤소현의 뒤를 따라서 호산 그룹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호화롭기 그지없는 실내장식에 함미현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약혼자가 이렇게 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니... 정씨 가문도 돈이 엄청 많은 것 같던데... 팔찌 하나에 몇십억이 될 만큼.’‘안타깝게도 우리 남편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직장인일 뿐이네.’함미현은 팔찌를 만지면서 자기가 정말로 정씨 가문의 천금이었으면 했다.“전에는 무슨 일 했었어?”윤소현이 물었다.“아주 작은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했었어요.”함미현이 대답했다.일반 대학을 나온 함미현이라 그런 직업이 전부였다.윤소현은 정수미의 뜻을 잘 알고 있었다.함미현을 곁에 두면서 앞으로 가족 회사를 관리할 수 있게끔 배우라고 말이다.“그럼, 앞으로 나랑 같이 일하자. 임금은 네가 원하는 대로 줄게.”“정말이에요?”“그럼! 일단은 부사장으로 일하면 어때?”윤소현은 마음속으로 다 계획이 있었다.부사장이라고 한들 유명무실이니 말이다.정수미에게 자기가 얼마나 잘했는지 말할 것도 있게 되니 더할 나위 없는 계획이었다.“부 사장이요? 저 이제 막 일하기 시작했고 아는 것도 없는데...”함미현은 무척이나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괜찮아. 어차피 다 같이 배우면서 일하는 처지라 괜찮아.”윤소현은 이내 부드러운 모습
오후, 회의 시간.박민정도 함미현을 보게 되었는데 익숙하다는 느낌만 들었을 뿐, 간병인의 딸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박 팀장님, 여긴 제 친동생 함미현이라고 해요. 앞으로 우리가 하는 얘기를 미현이도 옆에서 들을 거예요. 제가 회사에 없다면 미현이한테 직접 얘기하시면 되고요.”윤소현은 아주 공손한 모습으로 말했다.정수미에게 있어서 함미현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는 윤소현이다.따라서 만약 함미현이 박민정 때문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게 된다면 정수미가 절대 박민정을 가만히 두지 않으리라 생각했다.“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회의를 마치고 나서 박민정은 함미현과 정씨 가문의 사이를 알아보라고 했다.그리고 그제야 정수미가 오랫동안 찾아다닌 친딸이 바로 함미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사실을 알게 된 박민정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팀장님, 조금 전에 온 함미현 씨말입니다... 아무것도 모릅니다.”팀원이 노크하고 들어왔다.박민정은 고개를 들면서 물었다.“윤 대표님은요?”“윤 대표님은 산모에게 있어서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면서 신경 쓰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비즈니스상으로 무슨 문제라도 있으면 함미현 씨에게 물으시라고 했습니다.”팀원은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맡긴 행위에 어이가 없었다.“그럼, 일단은 우리 회사 규칙대로 해요.”“네.”한편, 함미현 사무실에서.함미현은 어느새 녹초가 되어 있었다.줄지어 들어오는 직원들의 질문 공세에 말이다.“뭐가 이렇게 일이 많은 거야!”부사장으로 일하면 엄청 한가한 줄 알았는데 말이다.그렇게 눈살을 찌푸리고 있을 때, 최현아가 또각또각 다가와서 문을 두드렸다.“부 사장님.”함미현은 의혹이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누구시죠?”“안녕하세요. 최현아라고 합니다. 윤 대표님과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고요.”“윤 대표님께서 몸이 좀 무거우셔서 먼저 가셨는데, 혹시나 홀로 감당하기엔 버거우실까 봐 저를 보내신 거예요. 좀 도와드리라고요.”최현아는 웃
“박 팀장님?”정수미는 의혹이 들었다.“누군데?”호산 그룹에서 책임성이 없는 사람을 보냈을 리가 없다면서 말이다.“박민정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박민정의 이름 석 자를 듣게 되는 순간 정수미는 바로 안색이 달라졌다.“또 박민정이야?”함미현은 갑자기 일그러진 정수미의 모습에 놀라고 말았다.“왜... 왜 그러세요?”“박민정이라는 여자가 예전부터 네 언니 자주 괴롭혔었거든. 네 언니만으로 모자라서 이제는 너까지 괴롭히다니! 자기가 무슨 아직도 유씨 가문의 작은 사모님인 줄 아나!”정수미는 유난히 화난 모습을 보였다.옆에서 묵묵히 모든 걸 보고 있던 윤소현은 기다렸다는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엄마, 저 오늘 검사받으러 가느라고 먼저 일어났었거든요. 저도 없고 하여 박민정이 우리 미현이를 부하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막...”“우리 미현이가 부하라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딸인데! 미현이가 내 딸이라고 말하지 않았어?”정수미는 화가 더욱 치밀어 올랐다.이때 윤소현은 다급히 해석하기 시작했다.“처음 소개할 때부터 제 친동생이라고 했었어요.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냥 제 말을 무시한 것 같아요.”“널 무시한 게 아니라 우리 정씨 가문을 무시한 거야.”정수미는 본래 잠자코 있으려고 했으나 이번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내일 호산 그룹에 같이 가야겠어! 대체 얼마나 기어오르는지 똑똑히 봐야겠어!”“네, 엄마.”‘박민정, 너 이제 끝이야!’한편, 박민정은 저택에서 유남준을 돌보면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전에 최현아에게 준 프로젝트를 제외하고 나서 또다시 프로젝트 몇 개를 가지고 왔는데, 유성혁은 그 모든 걸 최현아에게 주었다.그 프로젝트들은 모두 박민정이 해외에 있는 고객들과 체결한 것이다.“보스, 최현아가 거의 성공할 때 그분들께 프로젝트에서 빠져나오라고 할게요.”진서연이 전화로 말했다.“그래. 막대한 손실을 보게 하는 것이 좋을 거야. 그래야 최현아가 기어오르지 않을 거야.”“네!”내일 정수미가 회사로 찾아와
하물며 방성원에게는 이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보배 딸이 있다.유남준은 그런 방성원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알았어.”방성원은 유남준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그동안 방성원은 아이의 출산으로 유남준, 김인우와 연락이 뜸해졌었다.바로 그러한 이유로 유남우의 주의력은 방성원 쪽으로 향하지 않은 것이었다.이윽고 방성원은 소중한 보물을 조심스레 내놓듯이 자기 딸을 유남준에게 보여주었다.“남준아, 우리 딸 좀 봐봐. 엄청 예쁘지 않아?”두 뺨만 한 크기로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딸의 모습에 사르르 녹아내린 방성원이다.그전까지 유남준처럼 아들만 생기게 될까 봐 걱정했었는데, 다행히도 예쁜 딸이었다.유남준은 다소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예쁘네.”“그래도 딸이 좋아. 딸이 아빠한테는 최고야. 남준아, 너 앞으로 네 아들 교육 잘해야 할 거야. 남우처럼 저렇게 되게 하지 말고.”방성원은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말했다.앞으로 자기 딸은 무조건 자기한테 효도를 다 할 것이라면서.방성원은 딸에게 뽀뽀하고 싶었지만, 어른에게 있는 세균이 아이한테 옮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딸바보나 다름없는 방성원의 모습에 유남준은 참지 못해 말했다.“나한테도 딸이 있을 거야. 민정이 지금 배 속에 아이가 둘이거든.”“또 아들만 둘이면 어떻게 하려고?”“그럴 리 없어.”“단언하기 힘든 일이야.”방성원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유남준은 점점 안색이 일그러지게 되었다.더는 아들을 안고 싶지 않았고 첫 아이로 딸을 안게 된 방성원이 무척이나 부러웠다.“나 좀 쉬고 싶어. 넌 제수씨한테 가 봐.”‘제수씨’ 석 자에 방성원은 바로 안색이 달라졌다.“알았어.”방성원은 딸을 가정부에게 맡기고서 침실로 돌아갔다.커다란 침대 위에 피부가 하얗고 머리카락은 새까만 여자가 누워있었다.여자는 방성원이 들어오는 것을 들었음도 눈을 뜨지도 않은 채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방성원은 이불을 젖히고 침대 위로 올라갔다.이때
“팀장님, 대표이사실의 홍 비서님께서 조금 전에 오셨습니다.”“팀장님 출근하시자마자 바로 대표이사실로 오시라고 하셨습니다.”팀원이 박민정에게 보고를 올렸다.그 말을 듣고서 박민정은 바로 대표이사실로 가려고 했으나 팀원이 주저하면서 덧붙였다.“지엔 그룹 정 대표님께서 오셨다고 들었는데, 아마도 팀장님께 책임을 물으려고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정수미?’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려줘서 고마워요.”이윽고 박민정은 화장실로 가서 어디론가 전화하고 난 뒤 대표이사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사무실 밖에서 몇몇 비서들은 좋은 구경이라도 난 듯이 박민정을 바라보았다.그때 홍주영이 다가와서 귀띔을 해주었다.“정 대표님께서 지금 엄청 화가 나신 것 같은데, 아마 작은딸 때문일 거예요.”박민정은 홍주영이 먼저 다가와서 알려주리라고 생각지 못한 모습이었다.감격에 겨운 눈빛으로 홍주영에게 인사를 하고서 대표이사실 문을 두드렸다.“들어오세요.”유남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박민정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고 가장자리에 앉은 유남우가 먼저 보였다.이윽고 소파에 앉아 있는 정수미 모녀 세 사람을 보게 되었다.함미현은 자기가 박민정에게 미안한 일을 한 것으로 죄책감에 시달려 감히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그러한 함미현의 모습을 보고서 정수미는 자기 딸이 박민정에게 하도 괴롭힘을 심하게 당하여 무서워서 못 보는 줄로 착각했다.“벌써 10시가 지났네? 호산 그룹 직원들의 복지가 이리도 좋은 건가?”정수미는 늦게 온 박민정을 겨냥하면서 말했다.유남우는 박민정을 한 번 보고서 그 말에 대답했다.“아니요. 박 팀장님은 다른 직원들과 다른 근무 조건으로 보통 3, 4시간만 출근하고 바로 퇴근하거든요.”“역시나 빽이 좋아서 그러한지 참 여러모로 좋은 환경에서 근무하네.”“그러나 우린 지금 비즈니스 관계고 우리 지엔 그룹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거든.”정수미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서류를 가득 꺼내 들었다.“지금까지 해냈다는 게 겨우 이거야?”말하
“내가 없었으면 경기에서 이기기 힘들지 않았나?”유남준은 박민정에게 기대어 말했다. 다행히 지금은 자가용을 타고 있어서 다행이지, 버스 안이었다면 많은 사람이 빨갛게 달아오른 박민정의 얼굴을 봤을 것이다.“남준 씨는 필요 없죠. 아빠로서 당연히 아이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도와야죠.”그녀는 중얼거렸다.하지만 유남준은 계속 떼를 썼다. “안 돼, 나도 상을 줘야 해.”상을 달라는 그의 말을 듣고 박민정은 다가오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가슴이 점점 빠르게 뛰었다.그녀가 어찌할 바를 모르자 박예찬이 기분이 언짢아 말했다. “그럼 앞으로 인우 아저씨보고 가족 행사에 같이 가달라고 할게요.”그는 박윤우처럼 유남준을 도우려 하지 않았다. 유남준이 말이 없자 박예찬은 질투심에 겨워 그를 쳐다보았다. “어때요? 아저씨.”두 사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유남준은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됐어.”박민정도 덩달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박예찬이었다.유치원에 도착한 후, 선생님이 몇 가지 일을 더 얘기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그러자 방성원이 다가와 물었다. “남준아, 형수랑 같이 가? 간단한 식사라도 같이하면 안 될까?”박민정이 대답했다. “안 될 것 같아요.”그녀는 이제 방성원과 설인하의 관계를 아는데 그를 집으로 데려간다면 설인하는 분명 화를 낼 것이다.방성원이 이렇게 자진해서 나온 건 처음인데 거절당해서 실망했다.김인우는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우리 집에 가서 먹자.”예찬이도 박민정과 작별인사를 했다. “엄마, 집에서 비타민 잘 챙겨 먹어. 알았지?”“알겠어.”박민정은 그와 손을 흔들며 작별했다.옆에서 지켜보던 손연서는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자기도 벌써 자기의 자식이 있어야 하는데 하며 생각했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남편 오준수는 한 번도 그녀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아이를 갖는 것은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민정 씨는 좋겠어요. 남편도 너무 좋고 아들
최현아의 표정은 유달리 보기 흉했다.그녀는 목소리를 낮춰 주변에 있던 엄마들에게 말했다. “무서울 게 뭐예요? 지금의 유남준은 아무것도 없고 호산 그룹의 대표도 아니에요.”엄마들은 그녀의 말을 완전히 믿지 못했다.누군가가 말했다. “그 사람이 정말 아무런 힘이 없다면 저 사람들의 남편들은 왜 저렇게 겁에 질린 거예요?”최현아는 순간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도 유남준이 무슨 수를 썼길래 회사 사장들이 저렇게 의기소침해서 도망갔는지 몰랐다.“현아 씨, 친척 관계잖아요. 그냥 사이좋게 지내요.”“맞아요. 화기애애한 게 좋죠.”그녀들은 모두 눈치채서 더는 최현아를 돕지 않고 박민정을 비롯한 사람들을 팀에 불러들이려 했다.심지어 자진해서 박민정과 팀을 하려는 사람도 있었다. “아니면 다시 팀을 짜든가요.”“좋아요, 좋아요.”사람들의 태도가 이렇게 빨리 변하는 것을 보고 최현아는 화가 났다.그녀는 오늘 아침 일찍 많은 돈을 써서 선물을 샀는데 말이다. 이 사람들은 정말 뻔뻔스럽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제 와서 어찌할 방법도 없다.다시 팀을 짜기 시작했다. 박민정은 다른 엄마 몇 명과 팀을 짜서 경기를 시작했다.유남준은 예찬이와 나란히 서서 한쪽 다리를 묶었다.“절대 제 발목을 잡아선 안 돼요.”박예찬이 진지하게 말했다.방금 일어난 일 때문에 그는 질투했다.자기가 어른이라면 이런 일은 유남준이 아니라 자기가 해결할 거로 생각했다.아쉽게도 그는 너무 어렸다.유남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기고 싶어? 내가 이기는 방법을 하나 알려줄게.”박예찬이 물었다. “무슨 방법이요?”“이따가 경기 시작하면 그냥 내 다리를 꽉 안아. 내가 혼자 갈게. 그러면 절대 지지 않을 거야. ”박예찬은 그 화면을 상상하다가 말했다. “싫어요! 흥.”유남준은 자기 아들의 성격이 자신을 많이 닮은 것을 안다.사실 박예찬은 다른 아이들보다 아이큐나 체력이 뛰어났고 유남준도 다른 엄마 아빠들보다 실력이 좋다.이 게임은 예상대로 그들
김인우처럼 눈치가 없는 사람도 이 사람들이 일부러 예찬이한테 이러는 거라는 걸 눈치챘다. 그는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제 일어날 일을 기대하고 있었다. 감히 유남준의 아내와 아이를 괴롭히다니, 이 사람들이 정말 간이 부었다고 생각했다. 유남준은 오면서 사람들 속에 있는 최현아를 보고 이 일은 틀림없이 그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는 다시 방금 말을 한 몇 사람을 보았다.“그린파워의 최연준, 실버라인의 채빈, 에코미디어의 고태민, 피스월드의 노직.”그는 네 사람의 이름을 말했다.그 네 명은 자기의 이름이 불려서 어리둥절해서 하다가 물었다.“우리를 알아요?”유남준은 대답하지 않고 뒤 따라오는 서다희에게 물었다. “적었어?”“적었어요.”서다희가 말했다.유남준은 원래 한 번만 봐도 잊지 않는다. 이 사람들을 다시 알아보고 기억할 필요가 없다.보통 그가 업무 중에 본 다른 회사 정보라면 바로 기억할 수 있다.서다희는 이런 능력이 없어서 유남준의 말을 듣고 이 사람들의 이름을 적었다.“뭐 하는 거예요?”그 남자들은 유남준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건지 몰랐다. 김인우는 볼거리가 있으리라 생각했다.그 사람들은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김인우에게 명함을 주러 왔다. “인우 씨, 안녕하세요. 이건 제 명함입니다.”김인우는 그 남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고 명함도 받지 않았다.그 사람은 민망했지만 감히 화를 내지 못하고 묵묵히 명함을 거두어들였다.“선생님, 시간 끌지 말고 경기를 시작하죠. 회사에 일이 있어서 빨리 가봐야 해요.”최연준이 말했다.선생님은 좀 난처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런데 이때 최연준의 핸드폰이 울렸다. 회사 비서의 전화였다. 그는 불만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내가 이런 활동에 안 오겠다고 했잖아. 봐봐, 회사에서 또 전화 오잖아.”그는 매우 바쁜 척을 했다. 이것을 본 그의 아내도 뭔가 미안함을 느껴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최연준이 전화를 받은 지 1분도 안 돼
유남준은 공식 석상에 거의 나타나지 않아 어떤 엄마는 그가 누군지 모른다.하지만 김인우 같은 부잣집 도련님은 보통 사람이라도 그의 얼굴을 알고 있다.“저 사람 김인우 아니야?”“옆에 있는 사람은 방성원이야!”“이 사람들이 왜 왔지? 맨 앞에 있는 남자는 누구지? 낯이 익은데?”최현아의 시선은 세 사람에게 머물었는데 숨을 쉬지 못할 정도였다.유남준이 왔다니, 그것도 김인우와 방성원이랑 같이 말이다. 김인우는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가 박예찬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박예찬은 눈살을 찌푸리며 피했다."이놈아, 머리를 쓰다듬는 것도 안 돼? 그리고 활동에 참석하는데 왜 나랑 하랑 이모한테 말도 안 한 거야?”김인우가 물었다.박예찬은 일부러 그런 것이다. 한 명의 아이는 보호자를 제일 많아서 두 명밖에 데려갈 수 없다. 김인우와 하랑 이모한테 말하면 엄마와 같이 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들 김인우의 말을 듣고 여기에 온 것을 후회했다. 특히 몇몇 아이 아빠들 말이다.눈앞의 이 아이가 김인우의 아들인가 하는 생각에 그들은 식은땀을 흘렸다. 최현아의 말 몇 마디 때문에 박민정을 비롯한 사람을 괴롭히고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한 것에 후회했다.박민정은 유남준이 진짜로 올 줄은 몰랐다. 그것도 방성원과 김인우까지 데리고 말이다.유남준은 이미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좀 늦었어. 이 두 놈이 계속 따라오겠다고 해서 말이야.”유남준이 말했다.김인우는 억울해서 말했다.“나랑 하랑 씨가 그렇게 오랫동안 예찬이를 돌보았잖아. 친자 행사가 있다는데 당연히 와야지.”유남준은 어이가 없었다.방성원은 당연히 예찬이를 보러 온 것이 아니다.설인하가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간 지 보름 정도 지났다. 그는 오늘 이 기회를 타서 박민정을 따라 함께 자기 아내와 딸을 보러 가고 싶어 했다. “그냥 와서 구경 좀 하려고. 뭐 필요한 거 있나 보면서.”방성원이 말했다.김인우와 유남준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선생님은 예찬이 쪽에 잘생긴 남자 세 명이 한꺼번에 온
선생님이 다가와서는 의아해서 물었다. “예찬 어머니, 왜 혼자 여기에 서서 계세요? 팀 안 짜세요?”박민정은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말했다. “선생님 사람들이 저희랑 팀을 짜려 하지 않아요.”“네...”선생님은 난처해하더니 다른 팀에게 물어보았다.그 팀의 엄마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우리 팀은 이미 사람이 찼어요.”그리고 몇 명의 아이 아빠도 왔는데 모두 최현아에게 빌붙고 싶어 해서 말했다.“선생님, 팀을 짜지 못한 사람들은 경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맞아요. 어차피 이미 인원수가 충분하잖아요.”“몇 분은 그냥 쉬세요. 게다가 임신 중인데 경기는 무리이지 않나요?” 한 남자가 박민정의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박민정은 당연히 자신이 경기를 못 한다는 것을 안다.“저 말고 다른 엄마들은 경기에 나갈 수 있잖아요. 어떻게 못 나가게 막을 수 있어요?”그녀가 나서서 말했다.그러자 남자는 비아냥거렸다. “그냥 경기일 뿐이잖아요. 굳이 당신들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잖아요?”다른 엄마들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시간 낭비하지 말고 시작하자고요.”최현아는 옆에 서서 박민정을 비롯한 그녀의 라인의 사람들이 망신을 당하는 모습을 만족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선생님은 조금 난처해했다. “아니면 여러분 팀당 한 명씩만 더하세요. 이렇게 하면 딱 맞을 거예요.”총 네 팀이고 남은 사람도 네 명이니 말이다. “딱 맞다니요. 이분은 임신했으니까 대회 나가기 불편하잖아요. 누구 팀에 가면 그 팀이 질 게 뻔하죠.”한 여자의 목소리였다.다른 사람들도 맞장구를 쳤다.홀로 있는 네 명의 엄마와 네 명의 아이들이 함께 있으니 유난히 눈에 띄었다.예찬이를 제외한 나머지 세 아이는 분명히 기분이 언짢았다.“엄마...”지원이는 엄마의 옷깃을 잡아당겼다.손연서는 이 사람들이 정말 사람을 너무 무시한다고 느꼈지만 사실 그렇게 경기를 하고 싶어서도 아니다. 다 아이들을 위해서이다.“민정 씨, 됐어요. 우리는
차는 넓지 않아서 다른 엄마들은 성훈이의 말을 들었다. 그러자 다들 곁눈질하며 손연서를 보며 놀렸다.이 사람 중 대부분은 주부다.손연서는 그녀들과 달리 친정 손씨 가문의 사업을 도맡고 있다.그래서 많은 엄마가 그녀를 부러워하고 질투한다.지금 그녀가 사생아 때문에 이렇게 골머리를 앓는 것을 보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성훈이는 아직도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손연서를 조롱했다.“우리 엄마한테 들었어요. 당신이 아이를 낳을 수 없어서 나를 아들로 받아들인 거라고. 하지만 나는 영원히 당신을 엄마로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 나는 당신이 싫어요. 내가 커서 우리 아버지의 회사를 인수하면 당신을 쫓아낼 거예요. 그때 되면 당신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할머니로 되겠죠.”손연서는 안색이 안 좋았지만 아이와 따지고 싶지 않았다.박민정은 손연서를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서 바로 말했다. “연서 씨, 나하고 같이 앉아요. 예찬이보고 성훈이랑 앉게 하고요.”박예찬도 유난히 눈치가 빠르고 철이 들었다.“연서 아줌마, 우리 엄마랑 같이 앉아요. 우리 엄마가 아줌마랑 얘기 나누고 싶대요.”손연서는 그들 모자를 고마워하며 예찬이와 자리를 바꾸었다.박예찬이 옆에 앉자 성훈이는 순식간에 착한 아이로 변해 말도 안 하고 얌전히 앉아 있었다. 핸드폰도 하지 않고 말이다. 성훈이의 모습을 보고 손연서는 박민정에게 말했다. “참 웃기죠?”박민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연서 씨가 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말아요. 자기 생각도 하면서 말이에요.”이렇게 어린아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봐서 커서도 별로 의지가 될 수 있는 아이가 아닐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맞는다. 친자식도 기댈 수 있을지 말 지인데 사생아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손연서는 그녀의 뜻을 이해했다.“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내 아이와 진짜 가족을 갖고 싶죠. 하지만 이런 건 지금의 나에게 너무 사치에요.”모두 자신의
“지훈아, 빨리 이리 와!”그녀는 박민정을 외면한 채 아들에게 소리쳤다.유지훈은 박민정의 뒤에 숨은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싫어요. 가면 때릴 거잖아요.”이 말을 들은 최현아는 화가 났다. 최현아는 박민정이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할까 봐 무서워서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지훈아. 엄마가 방금 너무 급했어. 이리 와봐. 절대 때리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유지훈은 여전히 그녀한테로 가려 하지 않았고 최현아를 경계하는 눈빛이었다.“싫어요. 안 믿어요. 흥.”그는 말을 마치고 쏜살같이 달아났다.최현아는 자신이 이런 아들을 만났다는 것에 화가 났다. 그녀는 화를 참으며 유지훈을 따라갔는데 일부러 박민정의 어깨를 세게 치면서 지나갔다. 박민정은 어이가 없었지만 최현아를 외면하고 손연서를 비롯한 그녀들을 찾아갔다.그녀들은 박민정을 보자마자 손을 흔들었다.최현아의 포섭을 받은 엄마들은 박민정을 외면한 채 못 본 척했다.그녀들은 호산 그룹의 이인자인 최현아의 시아버지가 돌아왔다는 것만 알고 있다. 유남우가 자리에서 물러나면 그 자리는 당연히 최현아 시아버지의 것이다.그래서 그녀들은 최현아한테 잘 보이려 했다. “민정 씨, 이리 와서 앉아요. 이따 같이 차를 타고 교외로 가요.”손연서가 말했다.“좋아요.”박민정이 가서 앉았다.지원 엄마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예찬 엄마, 방금 최현아가 다른 엄마들이랑 말한 게, 예찬 엄마를 왕따 시키면 그 사람들의 남편이 호산 그룹과 합작할 방법을 찾겠다고 했어요.”지원 엄마는 전에 어느 라인에 서야 할지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그녀는 박민정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최현아는 박민정의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전에 아이를 왕따시킨 것도 모자라 이제는 부모까지 왕따시키네요.”박민정은 다른 엄마들을 봤다. 이 사람들은 웃고 떠들고 있었는데 박민정이 자기들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입을 다물고 멀리 피했다. 도한 엄마가 말했다. “신경 쓰지 말아요.”솔직히 말해서 이 세상 대부분
[여러분 남편은 같이 가나요?]단톡방에서 한 사람이 물었다.다른 사람들이 답장을 보냈다. [제 남편이 너무 바빠서 못 갈 걸요?][맞아요. 우리 남편도 주말엔 회사 일로 바빠요.][우리 엄마들끼리 가면 되죠. 남편은 일하라고 하고요.][...]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대부분 사람의 남편이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알고 박민정은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밤에 그녀가 자고 있을 때 유남준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뭐 해요?][이제 자려고요.]박민정이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유남준은 아직 방성원과 함께 있다. 두 사람의 아내가 모두 박씨 가문 저택에 있으니 불쌍한 남자 둘이서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았다. 그는 박민정의 무뚝뚝한 답장에 좀 섭섭했다. [아니야. 자.]이 메시지를 보고 박민정은 잘 준비를 했다. 근데 문뜩 생각해보니, 예찬의 아버지인 유남준도 친자 활동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았다.[저기, 예찬이 유치원에서 내일 친자 활동이 있어요. 시간이 있으면 오고 시간이 없으면 오지 않아도 돼요. 잘게요.]그녀는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바로 누워 잤다.유남준이 가든 말든 어쨌든 그녀는 아들의 친자 활동에 참여할 것이다.이튿날 아침 일찍 박민정은 일어나서 셰프와 함께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했다.진서연은 하품하며 걸어 나왔다. “보스, 왜 이렇게 일찍이 일어나서 음식을 직접 만드는 거예요?”“오늘 예찬이 유치원에서 친자 활동이 있어. 거기 갈 때 가지고 갈 것이야.”박민정이 말했다.“그렇군요.”진서연은 눈을 비비며 씻으러 갔다.집의 세 여자가 모두 일어났다. 박민정은 이미 먹을 것을 준비해 두었고 그녀들의 것도 남겨 주었다.그녀가 유치원으로 가려 할 때 손연서와 도한 엄마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민정 씨, 오늘 와요?][당연하죠.][잘됐네요. 우리 오랫동안 못 봤잖아요.][근데 조심해야 해요. 오늘 최현아가 좀 이상한 것 같아요.]먼저 어린이집에 온 손연서는 최현아가 수많은 아줌마와 사석에서
“아니에요. 별장 청소와 정리는 가정부가 하면 돼요.”박민정의 말에 설인하가 고집을 부렸다.“안 돼요. 그 얘기는 이미 청소는 모두 제가 하기로 했잖아요. 그대로 해요. 민정 씨, 나와 방성원의 관계 때문이라면 이러지 않아도 돼요. 그리고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긴 하지만 전부 처음부터 배울 거예요.”설인하는 박민정이 거절할까 봐 박민정이 다른 말을 하기도 전에 청소하기 시작했다.박민정은 설인하의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별장 관리인을 불러서 앞으로 매월 급여 발급할 때 설인하에게도 주라고 지시했다.사실 박민정이 설인하에게 별장 청소를 시키지 않은 것은 방성원과의 관계 때문이 아니라 현재 그녀의 몸 상태가 감당을 못할까 봐서였다.게다가 박민정이 설인하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그녀도 예전에는 부잣집 딸로서 아무 일도 해본 적이 없이 자랐었다.설인하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결혼한 후 어떤 일을 겪었을지를 생각하며 마음 아파했다.설인하는 집 안 청소도 하고 또 주동적으로 진서연을 찾아서 업무상의 일을 시작했다.박민정은 소파에 앉아서 휴식하고 있었는데 진서연이 언제 나갔었는지 밖에서 들어오며 말했다.“보스, 정민기 씨가 찾아요.”“알았어.”박민정은 소파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자, 정민기가 손에 서류 더미를 들고 있었다.“전에 조사하라고 한 함미현에 관한 자료예요. 출생한 병원과 그때 혈액 등 기록들이에요. 서류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함미현은 정수미의 친딸이 아니에요.”박민정이 서류를 받아보자, 거기에는 함미현의 출생 관련 기록들이 그대로 있었다. 만약 염혜란이 입양한 거라면 이런 내용을 모두 만들었을 수는 없을 것이다.“최근에 염혜란 씨에 대한 소식은 없어요?”박민정의 물음에 정민기가 신중한 표정으로 변하며 말했다.“사람을 시켜서 염혜란 씨 집 근처 CCTV를 모두 조사했는데 그중 한 카메라에서 종적을 찾았는데 옆으로 차 한 대가 지나가면서 염혜란 씨도 같이 화면에서 사라졌어요. 그 차를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