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아가 요구하는 대로 모조리 주고 있는 박민정이다.박민정은 지금 이러한 상황으로 조급해하지는 않았다.왜냐하면 히든카드를 손에 꼭 쥐고 있기 때문이다.만약 최현아와 유성혁이 계속 박민정을 사지로 몰아넣게 된다면 박민정 역시 두 사람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온갖 잘난 척은 다 하더니 꼴좋다.”박민정의 프로젝트를 빼앗아 온 최현아는 기쁨을 숨길 수 없었다.회사 복도에서 마주친 두 사람, 최현아는 박민정을 보자마자 그만 참지 못하고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너 그거 알아? 나 프로젝트 몇 개 더 책임지게 됐어. 너희 5팀에서 힘들게 맺은 고객이라면서? 아무튼 수고했어.”“나도 염치가 있어서 받기만 하는 건 좀 그렇고 해서 너희 팀으로도 프로젝트 몇 개 보냈어. 대표님한테 내가 널 구박했다고 말하지는 말고.”박민정은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최현아를 바라보았다.“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고자질할 리도 없고 1팀에서 보낸 프로젝트는 도로 돌려보낼 테니 용돈으로 챙기세요.”생각할 것도 없이 최현아가 보낸 프로젝트는 절대 좋을 리가 없고 수익도 엄청나게 적을 것이다.최현아는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지만, 바로 이를 악물고 비아냥거렸다.“박민정, 너 언제까지 그렇게 도도한 척하는지 두고 볼 거야. 넌 지금 유씨 가문에서 키우는 개나 다름없어!”“네 뱃속에 유씨 가문의 핏줄이 없었더라면 숙모님이 널 회사에 남겨두셨을 것 같아? 일개 팀장 주제에 어디 감히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니는 건데!”박민정은 이를 악물고 참았다.지금으로서는 최현아 부부에 맞설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다행히도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고영란이 있었다.오후, 고영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일은 좀 어때? 안 힘들어? 힘들면 내가 남우한테 얘기해 놓을게. 집에서 쉴 수 있게끔 말이야.”“앞으로 달마다 20억 줄 테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지내.”고영란의 목숨을 구해준 뒤로 고영란이 자기한테 이렇게까지 잘해 줄 것으로 생각지도 못했다.
박민정은 진서연에게 정민기를 소개해 주려고 했던 것을 떠올리면서 진서연을 차에 태우고 나서 바로 박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보스, 선물로 뭘 가지고 왔는지 궁금하지 않아요?”차 안에서 진서연이 물었다.“뭔데?”박민정은 어리둥절한 채로 되물었다.지금의 박민정은 예전과 달리 자기한테 너무 관심이 없다고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는 진서연이다.“해외에서 제가 보스 앞으로 인맥을 좀 쌓았거든요.”“그리고 연지석 씨께서 대신 좀 전해주라고 음식을 줬고요. 에리 씨는 새로 녹음한 곡을 전해달라고 했고요.”박민정은 음식이랑 에리의 곡에 대해서 큰 반응이 없었지만, 해외 인맥에 대해서 눈이 번쩍 뜨였다.“너무 잘 됐어!”박민정은 흥분한 마음에 진서연을 와락 끌어안았다.“넌 정말로 행운의 여신이야!”진서연은 다소 의문이 그려졌다.“그 어떠한 노력도 없이 생긴 것도 아닌데 행운의 여신이라니 말도 안 돼요.”박민정은 웃으며 말했다.“여하튼 넌 행운의 여신이 맞아.”박민정은 이미 탐욕이 끝이 없는 최현아 부부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획이 그려졌다.“해외에 있는 그분들께 연락 좀 해 줘. 나랑 계약 좀 하자고.”돌아오자마자 바로 박민정과 업무상의 문제로 얘기를 주고받게 될 것으로 생각지 못한 진서연이지만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박씨 가문 본가에 이르게 되었다.박민정은 진서연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고 정민기가 있는 객실 밖으로 다가갔다.“얼마 지나지 않으면 윤우랑 같이 올 거야.”박민정은 시계를 확인하면서 말했다.전에 했었던 말을 기억하는 박민정의 말을 듣고서 진서연은 감격해 마지 못했다.“보스, 역시 우리 보스밖에 없어요!”“민기 씨는 말수가 적은 편이야. 네가 나서서 많이 얘기해야 할 거야.”말을 내뱉자마자 밖에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진서연은 단번에 긴장하기 시작했다.솔직히 외모도 기질도 일반인보다 한 수위인 정민기이다.진서연이 바라오던 미래의 남편 이미지에 적합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민기 씨,
잔뜩 의기소침해진 진서연을 박민정은 천천히 위로해 주었다.“서연아, 너무 그러지 마. 넌 여중호걸이고 절대 남에게 못지않은 존재야! 너무 그렇게 자신을 내리깍지 마.”진서연은 쿠션 하나를 안고서 잔뜩 힘이 빠진 채로 말했다.“보스, 그만 좀 놀리세요.”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진서연이다.싸움할 줄도 알지만, 정민기 같은 남자는 자기한테 의지할 수 있는 여린 여자를 좋아할 것이라면서.“내가 나서서 두 사람 이어줄까?”박민정은 지금껏 소개팅 주선을 자처한 적이 없지만, 진서연과 정민기만큼은 이어주고 싶었다.진서연은 귀엽고 정민기는 멋지며 외적으로도 선남선녀가 따로 없을 것 같았다.게다가 싸움을 좀 할 줄 아는 진서연이기에 정민기와 배우면서 겨루어 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아니요! 절대 그러지 마세요!”진서연은 바로 박민정을 말렸다.“그냥 단순히 민기 씨 외모에만 마음이 쏠린 것이고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감정은 아니거든요.”아쉬운 마음이 가득했지만,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해주기로 했다.“알았어. 그래도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만 해.”진서연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렇게 할게요.”“오늘 뭐 먹고 싶어?”“뭐든 다 좋아요.”“참, 보스, 저 이쪽 회사 등록 절차도 모두 마쳤어요.”“벌써?”진서연의 업무 효율에 다시금 감탄한 박민정이다.“당연하죠! 보스께서 맡기신 일인데 바로바로 끝내야죠. 근데 호산 그룹에서는 언제 나오세요?”박민정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아직은 때가 아니야. 서연아, 일단은 너도 호산 그룹으로 들어와서 나 좀 도와야 할 것 같아.”호산 그룹의 원래 직원보다는 그래도 진서연이 더욱 믿음직스럽다.진서연은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오늘 바로 호산 그룹 마케팅 부서에 이력서 넣을게요.”박민정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면서 말했다.“역시 말하지 않아도 아는구나.”진서연은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마케팅 부서에 들어갔고 그 누구도 진서연의 정체를 모르니 업무를
상황상 유남준은 바로 대답할 수 없어 손을 내밀어 박민정을 꼭 끌어안았다.순간 그대로 얼어붙은 박민정이다.“남준 씨...”유남준은 고개를 숙인 채 박민정의 품에 살포시 기대었다.“자자.”예전이라면 상상치도 못한 유남준의 말투와 행동이다.박민정은 지금 이런 유남준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겨서 완쾌한 유남준에게 보여주고 싶은 심정이다.유남준에게 이불을 꼭 덮어주고 난 뒤, 박민정은 어깨까지 부드럽게 토닥거려주면서 재우기 시작했다.“그래요. 우리 그만 자요.”불까지 끄고 눈을 감고 편안하게 누우니 바로 잠에 들었다.다음날, 해가 떠오르기도 전에 다급한 벨 소리에 박민정은 그만 깨어나고 말았다.핸드폰을 들어 확인해 보니 간병인이었다.‘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윤소현이 또 찾아갔나?’“민정 씨, 저... 살려... 살려...”전화를 받자마자 기진맥진한 간병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주머니, 괜찮으세요?”돌아오는 답은 없었고 은은하게 한 남자의 목소리만 들려왔다.“젠장! 누구한테 전화한 거야!”이윽고 전화는 끊겨버렸다.이상함을 감지하고 박민정은 바로 일어나서 간병인의 집으로 향했다.허겁지겁 달려온 박민정에게 간병인의 이웃은 간병인 일가족은 얼마 전에 이미 이사하였다고 알려주었다.박민정은 마냥 이상하기만 하여 이웃에게 간병인의 행방에 관해 물었으나 이웃 역시 모르는 눈치였다.돌아가는 길에 박민정은 계속 간병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는 이가 없었다.남의 일에 계속 신경과 시간을 들일 여유가 없어서 정민기에게 시간 내서 한번 알아보라고 했다.모든 걸 당부하고 나서 박민정은 회사로 향했다.오늘 회사에는 새 직원이 입사했고 그 사람은 바로 진서연이었다.진서연은 유학파 인재로서 모든 면에서 우수한 사람이다.오전에 면접을 보자마자 바로 합격할 만큼으로 말이다.최현아는 실력파 진서연을 보자마자 바로 마케팅 1팀으로 끌어당겼다.마케팅 1팀으로 들어가게 된 진서연은 바로 박민정에게 상황을 보고했다.[보스, 저 마케팅 1팀 내부로 들어
함미현은 그 말을 듣고서 탄복하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언니, 너무 대단한 것 같아요!”윤소현은 남에게 추앙받는 기분을 몹시나 즐기는 사람이다.“너도 정씨 가문의 딸로서 앞으로 우리 회사에도 네 몫이 있게 될 거야.”함미현은 연신 고개를 저었다.“그런 거 필요 없어요. 전 그냥 우리 동하만 회복하면 되고 우리 모자가 살 곳만 있으면 돼요.”그 말을 듣고서 윤소현은 속으로 비아냥거렸다.‘말로만 싫다고 하지 속으로는 얼마나 욕심내고 있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돈을 마다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다고 그래?’‘그렇지 않고서야 박민정 대신 들어올 리도 없잖아.’“가자. 내려.”“네.”함미현은 차에서 내려 윤소현의 뒤를 따라서 호산 그룹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호화롭기 그지없는 실내장식에 함미현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약혼자가 이렇게 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니... 정씨 가문도 돈이 엄청 많은 것 같던데... 팔찌 하나에 몇십억이 될 만큼.’‘안타깝게도 우리 남편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직장인일 뿐이네.’함미현은 팔찌를 만지면서 자기가 정말로 정씨 가문의 천금이었으면 했다.“전에는 무슨 일 했었어?”윤소현이 물었다.“아주 작은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했었어요.”함미현이 대답했다.일반 대학을 나온 함미현이라 그런 직업이 전부였다.윤소현은 정수미의 뜻을 잘 알고 있었다.함미현을 곁에 두면서 앞으로 가족 회사를 관리할 수 있게끔 배우라고 말이다.“그럼, 앞으로 나랑 같이 일하자. 임금은 네가 원하는 대로 줄게.”“정말이에요?”“그럼! 일단은 부사장으로 일하면 어때?”윤소현은 마음속으로 다 계획이 있었다.부사장이라고 한들 유명무실이니 말이다.정수미에게 자기가 얼마나 잘했는지 말할 것도 있게 되니 더할 나위 없는 계획이었다.“부 사장이요? 저 이제 막 일하기 시작했고 아는 것도 없는데...”함미현은 무척이나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괜찮아. 어차피 다 같이 배우면서 일하는 처지라 괜찮아.”윤소현은 이내 부드러운 모습
오후, 회의 시간.박민정도 함미현을 보게 되었는데 익숙하다는 느낌만 들었을 뿐, 간병인의 딸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박 팀장님, 여긴 제 친동생 함미현이라고 해요. 앞으로 우리가 하는 얘기를 미현이도 옆에서 들을 거예요. 제가 회사에 없다면 미현이한테 직접 얘기하시면 되고요.”윤소현은 아주 공손한 모습으로 말했다.정수미에게 있어서 함미현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는 윤소현이다.따라서 만약 함미현이 박민정 때문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게 된다면 정수미가 절대 박민정을 가만히 두지 않으리라 생각했다.“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회의를 마치고 나서 박민정은 함미현과 정씨 가문의 사이를 알아보라고 했다.그리고 그제야 정수미가 오랫동안 찾아다닌 친딸이 바로 함미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사실을 알게 된 박민정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팀장님, 조금 전에 온 함미현 씨말입니다... 아무것도 모릅니다.”팀원이 노크하고 들어왔다.박민정은 고개를 들면서 물었다.“윤 대표님은요?”“윤 대표님은 산모에게 있어서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면서 신경 쓰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비즈니스상으로 무슨 문제라도 있으면 함미현 씨에게 물으시라고 했습니다.”팀원은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맡긴 행위에 어이가 없었다.“그럼, 일단은 우리 회사 규칙대로 해요.”“네.”한편, 함미현 사무실에서.함미현은 어느새 녹초가 되어 있었다.줄지어 들어오는 직원들의 질문 공세에 말이다.“뭐가 이렇게 일이 많은 거야!”부사장으로 일하면 엄청 한가한 줄 알았는데 말이다.그렇게 눈살을 찌푸리고 있을 때, 최현아가 또각또각 다가와서 문을 두드렸다.“부 사장님.”함미현은 의혹이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누구시죠?”“안녕하세요. 최현아라고 합니다. 윤 대표님과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고요.”“윤 대표님께서 몸이 좀 무거우셔서 먼저 가셨는데, 혹시나 홀로 감당하기엔 버거우실까 봐 저를 보내신 거예요. 좀 도와드리라고요.”최현아는 웃
“박 팀장님?”정수미는 의혹이 들었다.“누군데?”호산 그룹에서 책임성이 없는 사람을 보냈을 리가 없다면서 말이다.“박민정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박민정의 이름 석 자를 듣게 되는 순간 정수미는 바로 안색이 달라졌다.“또 박민정이야?”함미현은 갑자기 일그러진 정수미의 모습에 놀라고 말았다.“왜... 왜 그러세요?”“박민정이라는 여자가 예전부터 네 언니 자주 괴롭혔었거든. 네 언니만으로 모자라서 이제는 너까지 괴롭히다니! 자기가 무슨 아직도 유씨 가문의 작은 사모님인 줄 아나!”정수미는 유난히 화난 모습을 보였다.옆에서 묵묵히 모든 걸 보고 있던 윤소현은 기다렸다는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엄마, 저 오늘 검사받으러 가느라고 먼저 일어났었거든요. 저도 없고 하여 박민정이 우리 미현이를 부하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막...”“우리 미현이가 부하라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딸인데! 미현이가 내 딸이라고 말하지 않았어?”정수미는 화가 더욱 치밀어 올랐다.이때 윤소현은 다급히 해석하기 시작했다.“처음 소개할 때부터 제 친동생이라고 했었어요.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냥 제 말을 무시한 것 같아요.”“널 무시한 게 아니라 우리 정씨 가문을 무시한 거야.”정수미는 본래 잠자코 있으려고 했으나 이번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내일 호산 그룹에 같이 가야겠어! 대체 얼마나 기어오르는지 똑똑히 봐야겠어!”“네, 엄마.”‘박민정, 너 이제 끝이야!’한편, 박민정은 저택에서 유남준을 돌보면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전에 최현아에게 준 프로젝트를 제외하고 나서 또다시 프로젝트 몇 개를 가지고 왔는데, 유성혁은 그 모든 걸 최현아에게 주었다.그 프로젝트들은 모두 박민정이 해외에 있는 고객들과 체결한 것이다.“보스, 최현아가 거의 성공할 때 그분들께 프로젝트에서 빠져나오라고 할게요.”진서연이 전화로 말했다.“그래. 막대한 손실을 보게 하는 것이 좋을 거야. 그래야 최현아가 기어오르지 않을 거야.”“네!”내일 정수미가 회사로 찾아와
하물며 방성원에게는 이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보배 딸이 있다.유남준은 그런 방성원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알았어.”방성원은 유남준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그동안 방성원은 아이의 출산으로 유남준, 김인우와 연락이 뜸해졌었다.바로 그러한 이유로 유남우의 주의력은 방성원 쪽으로 향하지 않은 것이었다.이윽고 방성원은 소중한 보물을 조심스레 내놓듯이 자기 딸을 유남준에게 보여주었다.“남준아, 우리 딸 좀 봐봐. 엄청 예쁘지 않아?”두 뺨만 한 크기로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딸의 모습에 사르르 녹아내린 방성원이다.그전까지 유남준처럼 아들만 생기게 될까 봐 걱정했었는데, 다행히도 예쁜 딸이었다.유남준은 다소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예쁘네.”“그래도 딸이 좋아. 딸이 아빠한테는 최고야. 남준아, 너 앞으로 네 아들 교육 잘해야 할 거야. 남우처럼 저렇게 되게 하지 말고.”방성원은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말했다.앞으로 자기 딸은 무조건 자기한테 효도를 다 할 것이라면서.방성원은 딸에게 뽀뽀하고 싶었지만, 어른에게 있는 세균이 아이한테 옮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딸바보나 다름없는 방성원의 모습에 유남준은 참지 못해 말했다.“나한테도 딸이 있을 거야. 민정이 지금 배 속에 아이가 둘이거든.”“또 아들만 둘이면 어떻게 하려고?”“그럴 리 없어.”“단언하기 힘든 일이야.”방성원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유남준은 점점 안색이 일그러지게 되었다.더는 아들을 안고 싶지 않았고 첫 아이로 딸을 안게 된 방성원이 무척이나 부러웠다.“나 좀 쉬고 싶어. 넌 제수씨한테 가 봐.”‘제수씨’ 석 자에 방성원은 바로 안색이 달라졌다.“알았어.”방성원은 딸을 가정부에게 맡기고서 침실로 돌아갔다.커다란 침대 위에 피부가 하얗고 머리카락은 새까만 여자가 누워있었다.여자는 방성원이 들어오는 것을 들었음도 눈을 뜨지도 않은 채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방성원은 이불을 젖히고 침대 위로 올라갔다.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