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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8화

작가: 윤지
유남우는 그녀더러 어디가 문제인지 지적하라고 했다.

최현아는 조사한 것을 그에게 말했다.

박민정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손연서와 이야기를 끝냈다.

박민정 대신 고객인 손연서의 잘못으로 하는 것이다.

“이 일은 회의 전에 박민정 씨가 알려줬어요. 손씨 가문에서 돈을 덜 송금해서 그렇대요. 다음 달에 입금될 것이에요.”

유남우가 말했다.

최현아는 어리둥절해 했다.

그 돈은 분명히 그녀가 사람을 찾아서 가져간 것인데 어째서 손씨 가문이 돈을 적게 냈다는 것인지 몰랐다.

물론 돈은 자기가 가져갔다고, 박민정이 거짓말을 한 거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요? 그럼 제가 오해했나 봐요.”

최현아는 말을 마치고 미안한 척하며 박민정을 바라보았다. “박 비서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도 회사를 위해서 이런 것이니 저를 탓하지는 않을 거죠?”

박민정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죠.”

회의는 이것으로 끝났다. 이번 달에는 마케팅 5팀의 실적이 1위를 차지했다.

마케팅 1팀이 2위를 차지했다. 피해를 보는 것은 다른 팀이다.

사람들이 회의실을 나섰다. 최현아는 박민정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

“두고 보자. 손연서 하나 안다고 내 상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유명훈은 이미 유성혁을 지사에서 본사로 돌려보내겠다고 했다. 그들 부부가 힘을 합치면 박민정을 쫓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민정은 시큰둥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

“그래요, 두고 봐요.”

최현아는 화가 나서 그녀의 곁을 지나갔다.

일을 거의 마쳤으니 박민정은 부하들에게 팁을 주면서 회식이라도 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먼저 저택으로 돌아갔다.

오늘 누가 고영란한테 무슨 말을 했길래 고영란이 그러는지 몰랐다.

저택에서 유남준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혼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박민정이 돌아와서 유남준을 만나러 들어가려 하는데 도우미가 좋은 뜻으로 그녀를 막았다.

“들어가지 마세요. 경은 아가씨가 민정 씨가 간 후에 들어갔었는데 거의 맞아 죽을 뻔했어요.”

“왜죠?”

박민정은 의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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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099화

    그 말을 들은 고영란은 기뻐서 말했다. “그래, 그럼 잘 부탁해.”“부탁할 것도 없어요.”추경은은 고영란의 비위를 맞춰주며 그녀를 부축하고 계단을 올랐다.위층에 도착한 추경은은 유남준이 창가에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무서웠지만 용기를 냈다.“남준 오빠, 이모가 왔어. 우리가 집에 데려다줄게.”유남준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고영란은 이런 아들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나 지금 들어가도 돼?”고영란이 물었다.추경은은 불안했지만 들어가도 된다고 말했다. 고영란은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그녀의 뒤를 따라가는 추경은은 매우 불안했다. 유남준이 제발 말을 듣기를 기도했다.아래층에 있는 박민정은 유남준이 소란을 피울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 자기랑 있을 때 유남준은 아이 같았기 때문이다. 관심을 두고 잘 보살펴주면서 그를 해치지 않는다면 별문제 없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10분 뒤, 위층에서 고영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남준아, 난 네 엄마야. 엄마한테 손대면 안 돼. 경은아 살려줘!”박민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재빨리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는 추경은이 머리가 헝클어진 채 먼저 방에서 뛰쳐나오는 것을 보았다. “이모, 보디가드와 의사를 불러올게요.”혼자 도망치느라 바쁜 추경은은 유남준과 고영란을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빠른 걸음으로 방문 앞에 간 박민정은 유남준이 고영란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영란은 그의 친엄마다. 만약 그가 제정신으로 돌아와서 자신이 이런 일을 한 것을 알게 되면 매우 고통스러워할 것이다.박민정은 부리나케 앞으로 나가 위험을 무릅쓰고 뒤에서 유남준을 덥석 껴안았다.“남준 씨, 착하지요, 빨리 손 떼요. 남준 씨는 제일 착한 아이니까 말을 들어야죠? 사람을 때리면 안 돼요.”박민정은 될수록 부드럽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유남준은 무엇에 홀린 것처럼 천천히 손을 뗐다.고영란은 숨을 크게 쉬었다. 다시 살아난 것 같았다. 보디가드를 데리고 온 추경은은 마침 문 앞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10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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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1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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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102화

    그렇게까지 말한 이상 박민정은 더는 거절하고 싶어도 마땅한 이유가 없었다.세 사람은 함께 문을 나섰고 유남준은 두 사람 사이에 앉았다.유남우가 보는 앞에서 유남준은 박민정의 손을 꼭 잡고 거의 박민정에게 누울 기세로 온몸을 기울이고 있었다.박민정은 그런 유남준을 거절하지 않고 아이를 달래듯이 마음껏 기대게 가만히 두었다.“민정아,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유남우가 물었다.박민정은 본래 유남준을 데리고 김인우에게 가려고 했었는데,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두원 별장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쩌면 남준 씨도 좋아할 거예요.”박민정이 말했다.유남우는 그 말을 듣고서 운전 기사에게 두원 별장으로 향하라고 했다.두원 별장에 이르자 박민정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유남준에게 말했다.“남준 씨, 우리 집에 도착했어요.”이윽고 유남준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유남우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따라서 들어갔다.왠지 모르게 아무리 애를 쓴다고 하더라도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것만 같았다.거의 바보나 다름없는 유남준임에도 불구하고 박민정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싫어하지도 않았다.그런 모습에 유남우는 의문이 들면서 답답하기도 했다.두원 별장에 도착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유남준은 졸음이 밀려왔다.“나 잘래.”“그래요. 우리 그만 침실로 가요.”박민정은 두 사람이 전에 지냈던 침실로 유남준을 데리고 갔다.유남준을 침대에 눕히고 나서 이불까지 꼼꼼하게 덮어주었다.모든 걸 마치고서 박민정은 김인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어떻게든 몰래 두원 별장 뒷문으로 들어오라면서 침실 위치까지 알려주었다.좀 지나서 박민정은 핸드폰을 끄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거실에 앉아 있는 유남우는 상상치도 못했을 것이다.박민정이 몰래 김인우를 불렀다는 사실을 말이다.“형은 자?”유남우가 물었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네, 이제 막 잠들었어요. 언제 깰지 모르니 일 있으면 먼저 가 봐요. 깨고 나면 바로 저택으로 데리고 갈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103화

    유남우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박민정도 시선을 돌렸다.긴장감을 숨길 수 없는 순간이었다.‘인우 씨 왔겠지?’다행히도 유남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리면서 웃었다.“나도 알아. 넌 예전의 박민정이 아니라는 거.”“저쪽으로 가서 산책하자.”유남우가 말했다.“네.”‘휴. 다행이다.’한편, 김인우는 이미 두원 별장에 이르렀고 뒷문으로 들어와서 유남준의 상황을 체크하고 있었다.검사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알 수 없었던 박민정은 계속 유남우랑 산책할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은 이것저것 화제를 찾아가면서 얘기를 이어 나갔다.그렇게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리고 나서야 박민정은 내용을 확인하고 유남우에게 말했다.“우리 그만 가요. 남준 씨도 슬슬 깨어날 것 같아요.”달콤하기 그지없는 박민정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유남우는 사실을 들추어내기에 안타까웠다.“그래.”함께 두원 별장으로 다시 들어온 두 사람은 유남준이 아직 자는 것을 보게 되었다.허기가 진 박민정은 배달 음식을 시켜 유남우와 함께 먹었다.이러한 분위기가 하도 오랜만인 유남우이다.함께 배달 음식을 먹고 산책하고 수다를 떠는 것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커플의 모습이었으니 말이다.배가 점점 커지고 있는 박민정은 뒤돌아서면 배가 고팠다.하지만 유남우 앞이라 다소 민망한지 그렇게 마음 편히 먹지는 못했다.그 모습을 단번에 알아차린 유남우가 먼저 말했다.“많이 먹어. 음식 낭비면 벌받아.”순간 박민정은 두 눈이 초롱초롱해졌다.“네!”이윽고 아주 마음 편히 본격적으로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그런 박민정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던 유남우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그때 음식을 가져다주었을 때도 박민정은 유남우 앞이라 조신하게 조금만 먹었었다.오늘처럼 ‘음식 낭비면 벌받아’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마음 편히 먹고 했었다.‘예전 그대로네... 이 모습만...’지난 추억에 잠시 잠겼던 유남우는 고개를 숙이고 헛기침까지 했다.“괜찮아요?”박민정은 바로 젓가락을 내려놓고 걱정하면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104화

    유남준의 품에 기대고 있는 박민정은 순간 의문이 들었다.“남준 씨...”의문을 드러내려고 하던 순간 유남준의 우람한 몸집이 그대로 박민정에게 쏠렸다.유남준은 자기 머리를 꽉 잡고서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너무 아파.”“머리 아파요? 의사 불러올게요.”“가지 마. 나 좀 안아줘.”박민정은 유남준의 말을 듣고서 큰일이 아니라 판단했다.“남준 씨, 생각난 거라도 있는 거예요?”“쉿, 아무 말도 하지 마. 여기 위험해.”유남준이 말했다.박민정은 순간 토끼 눈이 되었지만, 유남준의 말대로 입을 다물었다.그렇게 한참이나 꼭 끌어안고 나서 유남준은 또다시 힘없이 침대로 쓰러졌다.박민정은 바로 손을 내밀어 유남준의 이마를 만져보았는데, 열이 펄펄 나고 있었다.지체하지 않고 박민정은 바로 해열제를 먹이고 젖은 수건으로 온몸을 닦아 주었다.그 모든 걸 밖에서 보고 있던 집사는 보기만 하고 끼어들지 않았다.유남준의 상황은 그때그때 달랐고 자기 전에 박민정은 대화를 시도했지만, 유남준은 또다시 바보가 되어 있었다.지금의 유남준은 아직 회복 중이고 완전한 바보가 된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박민정이다.다음 날, 월요일이라 박민정은 예전 그대로 회사에 갔다.하지만 호산 그룹에 이르기도 전에 차 한 대가 박민정을 막아섰다.서다희가 차에서 내려오면서 입을 열었다.“사모님.”박민정은 그 모습을 보고서 바로 차에서 내렸다.“서 비서님,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대표님은 좀 괜찮으세요?”서다희는 지금 유남준을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상황이고 주위에는 온통 유남우 쪽 사람들이다.IM 그룹의 대표가 유남준이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서다희는 유남우에게 들키기라도 할까 봐 거의 숨어서 지내고 있다.“남준 씨는 괜찮아요.”박민정의 대답에 서다희는 한시름을 놓게 되었지만 그래도 귀띔을 해주었다.“사모님, 고맙습니다만 조금만 더 신경 써주시기 바랍니다. 대표님 곁에 꼭 있어 주시고 절대 그 어떠한 일도 생기게 해서는 안 됩니다.”박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105화

    “왜 밖에 서 있는 거예요? 들어와요.”유리문을 통해 박민정을 보게 된 유성혁이 말했다.지금 유성혁은 박민정의 온몸을 위아래로 열심히 훑고 있다.비록 임신한 몸으로 약간 살이 찐 박민정이지만 아리따운 모습은 여전했으니 말이다.옥에 티라면 얼굴에 흉터가 생긴 것이다.박민정은 사무실로 들어서면서 입을 열었다.“유 팀장님, 저 찾으셨어요?”유성혁은 등을 의자에 기댄 채 한 손으로 턱을 짚고서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큰일은 아니고 일단 앉아봐요.”박민정이 의자를 빼면서 앉자 유성혁은 다시 물음을 던졌다.“지난달에 실적 1위 했다면서요?”“네.”“여 팀장으로서 꼴찌를 했었던 마케팅 5팀을 한 달 내로 실적 1위로 만들다니... 대단하네요.”박민정은 도통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는지 알 수 없었다.“과찬이십니다.”유성혁은 다리까지 꼬고서 본격적으로 본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남준이랑 이혼했다면서요? 걔도 참, 이렇게 예쁘고 능력 있는 여자를 싫어하고 이혼을 하다니 내가 다 아쉽네요.”사적인 일을 꺼내기 시작하자 박민정은 눈빛이 싸늘해졌다.“유 팀장님, 분부하실 일 없으시면 그만 가 보겠습니다.”이윽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고 했다.유성혁은 그 모습을 보고서 따라나서면서 박민정의 팔을 확 잡아당겼다.“민정아, 여기 우리 둘밖에 없어. 나 이렇게 온 것도 너 절대 가만히 두지 않으려고 마음먹고 온 거야.”“근데 내 여자로 살겠다고 네가 고개만 끄덕인다면 가만히 둘 의향은 있어.”유성혁은 나지막한 소리로 협박을 더 했다.바보가 된 유남준이 나서서 도와줄 리도 없는 상황이니 더더욱 대놓고 위협하고 있는 유성혁이다.유성혁은 일단 찜해 놓은 여자라면 모조리 자기 여자로 만드는 ‘습관’이 있다.그런 놈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박민정은 바로 유성혁의 손을 뿌리쳤다.“유 팀장님 와이프도 아는 일인가요?”유성혁은 흠칫거리더니 웃으면서 말했다.“그럴 리가.”“그럼, 지금 가서 물어봐 봐요. 유 팀장님 와이프도 좋다고 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106화

    최현아가 요구하는 대로 모조리 주고 있는 박민정이다.박민정은 지금 이러한 상황으로 조급해하지는 않았다.왜냐하면 히든카드를 손에 꼭 쥐고 있기 때문이다.만약 최현아와 유성혁이 계속 박민정을 사지로 몰아넣게 된다면 박민정 역시 두 사람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온갖 잘난 척은 다 하더니 꼴좋다.”박민정의 프로젝트를 빼앗아 온 최현아는 기쁨을 숨길 수 없었다.회사 복도에서 마주친 두 사람, 최현아는 박민정을 보자마자 그만 참지 못하고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너 그거 알아? 나 프로젝트 몇 개 더 책임지게 됐어. 너희 5팀에서 힘들게 맺은 고객이라면서? 아무튼 수고했어.”“나도 염치가 있어서 받기만 하는 건 좀 그렇고 해서 너희 팀으로도 프로젝트 몇 개 보냈어. 대표님한테 내가 널 구박했다고 말하지는 말고.”박민정은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최현아를 바라보았다.“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고자질할 리도 없고 1팀에서 보낸 프로젝트는 도로 돌려보낼 테니 용돈으로 챙기세요.”생각할 것도 없이 최현아가 보낸 프로젝트는 절대 좋을 리가 없고 수익도 엄청나게 적을 것이다.최현아는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지만, 바로 이를 악물고 비아냥거렸다.“박민정, 너 언제까지 그렇게 도도한 척하는지 두고 볼 거야. 넌 지금 유씨 가문에서 키우는 개나 다름없어!”“네 뱃속에 유씨 가문의 핏줄이 없었더라면 숙모님이 널 회사에 남겨두셨을 것 같아? 일개 팀장 주제에 어디 감히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니는 건데!”박민정은 이를 악물고 참았다.지금으로서는 최현아 부부에 맞설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다행히도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고영란이 있었다.오후, 고영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일은 좀 어때? 안 힘들어? 힘들면 내가 남우한테 얘기해 놓을게. 집에서 쉴 수 있게끔 말이야.”“앞으로 달마다 20억 줄 테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지내.”고영란의 목숨을 구해준 뒤로 고영란이 자기한테 이렇게까지 잘해 줄 것으로 생각지도 못했다.

최신 챕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78화

    조하랑은 요즘 집에서 태교에만 전념하고 있었다.그녀는 요 며칠 김인우가 어쩐 일인지 늦게야 귀가하는 게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가 어디를 다녀오는 건지 궁금해져 하녀에게 슬쩍 물었지만 하녀는 말끝을 흐릴 뿐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그걸 본 김훈은 손자를 거론하며 말했다.“하랑아, 인우는 네 남편이다. 어디 가는지도 모르고 그냥 넘어갈 거냐? 궁금하면 직접 전화해서 확인해. 딱 잡아봐야 정신 차리지.”그리고는 단단히 이죽였다.“만약 귀찮다느니, 피하려 든다느니 하면 내게 말해. 그놈 등짝 몇 대는 내가 책임진다.”조하랑은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거나 집착하듯 물어보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임신한 이후로는 자꾸만 불안해졌다.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까, 그가 밖에서 사고를 당하진 않을까, 예상치 못한 위험에 휘말리진 않을까 하고.아무래도 몸 안에 김인우의 피가 흐르기 시작하면서 그에 대한 걱정도 따라온 모양이었다.“...알겠어요.”조하랑은 김훈이 자신 편을 들어준다는 사실에 조금 안심한 듯 더는 망설이지 않고 김인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김인우는 아직 클럽을 떠나지도 않은 상태였다.“하랑 씨, 무슨 일이에요?”전화가 오자 그는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며 다정하게 받았다.“지금 어디예요?”조하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김인우는 주변을 둘러보며 그녀가 괜한 오해를 할까 싶어 거짓말을 꺼냈다.“아, 지금? 돌아가는 길이죠.”돌아가는 길이라고?그런데 조하랑의 귀에는 전화기 너머로 분명 남녀가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누가 들어도 외부 소음이 아니라 바로 옆에서 나는 소리였다.그녀의 미간이 좁아졌다.“정말이에요?”“당연하죠. 내가 왜 하랑 씨한테 거짓말을 하겠어요?”김인우는 그녀가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하필 그때, 뒤편에서 이지원이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오빠,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오빠?그 말을 듣자마자 김인우는 재빨리 경호원에게 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77화

    바로 그때였다.차가운 눈빛 하나가 이지원을 향해 날카롭게 꽂혔다.이지원도 그 시선을 느꼈고 본능적으로 그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짙은 먹빛처럼 어두운 김인우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오늘 김인우는 특별한 일정이 없어 바이어 몇 명을 데리고 식사를 하러 온 참이었다. 그런데 그가 본 것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이지원의 처참한 몰골이었다.그의 눈빛은 얼음처럼 냉담했다.하지만 이지원은 그 눈빛마저도 한 줄기 희망처럼 여긴 듯 허겁지겁 바닥에서 일어나 울먹이며 소리쳤다.“인우 오빠! 오빠!”그녀는 그에게 달려가려 했다. 그러나 김인우의 곁을 지키던 경호원들이 즉시 그녀를 막아섰다.이지원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소리쳤다.“오빠, 제발... 날 좀 살려줘요. 나 좀 살려줘...”김인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조용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이때 곁에 있던 바이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이사님, 혹시 아는 분입니까?”김인우는 천천히 시선을 거두며 냉정히 답했다.“제가 어떻게 저런 여자를 알겠습니까.”“그렇죠, 그렇죠.”바이어는 머쓱한 듯 웃으며 연신 사과했다.“제가 사람 보는 눈이 없었네요. 딱 봐도 저런 여자는 별로 좋은 사람 같지가 않더군요. 아마 이사님께 잘 보이려고 들러붙은 거겠죠.”진주시에서 김인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바이어는 이지원에게 노골적인 혐오를 드러내며 옆의 경호원에게 명령했다.“저 미친 여자 좀 치워. 여기서 체면 깎지 말고.”“네, 알겠습니다.”경호원들은 말도 없이 이지원을 들쳐 업듯 끌어내어 도로가 쪽으로 내던졌다.끌려가면서도 이지원은 계속해서 외쳤다.“오빠, 왜 그래... 왜 나를 모른 척해?”“놔, 이 사람들아! 인우 오빠는 내 친구야! 그 사람이 이 일 알면 절대 너희들 가만 안 둘 거야!”그녀는 말끝마다 이를 악물며 말했다.지금의 이지원은 확실히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그녀는 자신도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머릿속에는 오로지 과거의 자신이 잘나가던 시절의 기억 뿐이었고 김인우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76화

    “민정 씨, 내가 잘못했어요. 제발, 제발 나 좀 도와줘요.”이지원은 박민정의 손을 덥석 붙잡고 애원했는데 눈빛엔 간절함이 가득했다.“이제는 정말 부탁할 사람이 민정 씨밖에 없어요. 내가 한창 잘 나갈 때 일도 너무 많이 벌였고 지금은 완전히 매장돼서 진 빚이 평생을 갚아도 못 갚을 만큼이에요.”박민정은 조용히, 그러나 아주 냉정하게 그녀를 바라봤다.“왜 내가 당신을 위해 돈을 갚아줄 거라 생각하죠?”이지원은 순간 멍해졌다.요즘 들어 그녀는 자꾸 옛날 꿈을 꾼다. 박민정과 친구로 지내며 가까웠던 그 시절, 박민정은 늘 그녀를 감싸고 누가 괴롭히려 하면 앞장서서 막아줬고 어떤 일이든 조건 없이 도와줬다.그뿐만이 아니었다. 박민정의 아버지 역시 그녀를 친딸처럼 잘해줬고 학비도 지원해주며 박민정과 같은 학교를 다니게 해줬다.가끔 꿈에서 깨면 지금의 현실이 너무 낯설어 스스로가 믿기지 않을 때도 있었다.“민정아, 나 정말 후회하고 있어. 너한테 그런 짓을 한 내가 미쳤었어, 정말이야...”이지원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지만 박민정은 아무런 감정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자신의 손을 그녀의 손에서 빼냈다.“이지원,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이지원이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자 박민정은 담담히 말을 이었다.“네가 지금처럼 망가지지 않았다면 넌 후회했을까?”이지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생각해봐. 네가 아직도 잘나가는 톱스타였다면, 남준 씨랑 인우 씨가 아직도 진실을 모른 채 널 감싸고 있었다면 넌 지금처럼 후회하며 내 앞에 이렇게 무릎을 꿇었을까?”박민정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만약 그런 상황이었다면 이지원은 아마 자신을 더 깊이 짓밟고 더 높은 곳에서 비웃었을 것이다.이지원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 채 입술만 달싹였다.박민정의 눈은 깊고도 고요했는데 마치 파동조차 없는 죽은 물처럼 어떤 감정도 깃들어 있지 않았다.“예전엔 널 정말 내 가장 소중한 친구라 생각했어. 하지만 내가 사람을 잘못 봤더라. 이젠 너에게 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75화

    윤소현의 일이 터지자 이 소식은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그중에는 한동안 집에 틀어박혀 지내던 이지원도 있었다.요즘 이지원은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빚쟁이들을 피해 도망 다니는 와중에 박민정과 유남준이 자신을 찾아올까 봐 늘 초조한 심정으로 지내고 있었다.하지만 이지원은 몰랐다.그 불안감 자체가 박민정이 의도한 것이란 걸.박민정은 윤소현의 문제를 매듭짓자마자 곧장 정민기에게 물었다.“요즘 이지원은 어떻게 지내요?”정민기는 그녀가 어느 허름한 월셋집에 숨어 살며 배달이나 택배를 받을 때만 문을 열고 그 외엔 꼼짝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그 말을 들은 박민정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아하니 아직도 제정신으로 살고는 있나 보네요.”이지원은 자신뿐만 아니라 조하랑까지 위기에 몰아넣을 뻔했다. 그런 그녀를 그냥 둘 수 없었다.“이젠 그 평온한 삶에도 금이 좀 가야겠죠.”박민정은 조용히 말했다.정민기는 그 말뜻을 곧바로 알아차리고 지시를 내렸다....그날도 이지원은 언제나처럼 문 앞에 도착한 택배를 가지러 나섰다. 하지만 그 순간, 서너 명의 남자들이 그녀를 둘러쌌다.그중 선두에 선 남자가 비웃듯 말했다.“우리 대스타님, 어디 가시나?”이지원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아무 데도 안 가요. 정말이에요.”“그래서 돈은 언제 갚을 건데? 당신 같은 사람 믿고 우리 사장님이 그 딜 들어갔다가 결국 손해만 봤잖아. 안 그래?”남자는 거칠게 그녀의 팔을 움켜잡았다.“제발요. 진짜 돈이 없어요... 제발 한번만 봐주세요…”이지원은 애걸했다.“돈이 없으면 일이라도 해야지, 그렇게 방구석에 처박혀서 빚만 미루고 있으면 되겠어?”사방을 둘러싼 이들은 이지원을 완전히 포위했다.이지원은 어떻게든 도망치려 했지만 몸을 뺄 수가 없었다. 결국 일해서 갚겠다는 조건으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이미 업계에서 퇴출당한 몸, 일자리를 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결국, 이지원은 다시 ‘제우스 클럽’으로 돌아왔다.예전에 그녀는 정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74화

    이미 손연서의 번호는 더는 연결되지 않았다.오준수가 다급하게 물었다.“어때요? 뭐래요?”차현영의 눈빛에는 짙은 분노가 어려 있었다.“손연서 저년은 아예 우리랑 인연을 끊고 살 작정이야.”그 말을 들은 옆자리의 오성훈이 발끈했다.“아빠, 할머니! 나 집에 갈래요! 나 비행기 갖고 놀고 싶단 말이에요! 도대체 언제 집에 가요?”오준수는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조용히 해! 지금 집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몰라?”하지만 오성훈은 그런 사정쯤엔 관심이 없었다.“나 금희 아줌마가 만든 대추떡 먹고 싶어요! 아줌마 불러와요! 당장!”허금희는 오씨 가문이 파산한 이후, 오준수가 내쫓아버린 가사도우미였다.차현영은 손자를 달래느라 진땀을 흘렸다.“그래그래, 우리 착한 성훈이. 조금만 있으면 아줌마 다시 부를게. 그때 대추떡 많이 해달라 하자, 응?”“싫어요! 지금 당장 먹고 싶단 말이에요! 지금!”오성훈은 철없이 키워진 탓에 떼를 쓰기 시작했다.“먹을 거, 먹을 거! 입만 열면 먹을 거냐? 계속 이러면 진짜 혼난다?”오준수는 참다못해 고함을 질렀다.태어나서 처음 아버지에게 소리를 들은 오성훈은 놀란 눈으로 울음을 멈췄지만 그 잠깐의 정적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내 방 안은 아이의 울부짖는 소리로 가득 찼고, 그 어떤 달램도 통하지 않았다.그렇게 오씨 가문 식구들 모두는 진이 다 빠진 상태였다. 하지만 채권자들은 이들의 사정을 봐줄 만큼 착하지 않았다.그 다음 날 아침, 오씨 가문의 저택이 압류되었다.오준수는 하룻밤 새 작은 사업가에서 무일푼의 노숙자가 되었고 차현영은 분노와 스트레스로 결국 병이 나 병원에 입원했다.그리고 오성훈은 계속 울기만 하며 ‘집에 갈래’를 외쳤다.“연서 엄마 불러줘요. 연서 엄마 보고 싶어요!”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손연서가 곁에 있을 때 자신이 얼마나 좋은 대접을 받았는지를. 하지만 모든 게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손연서는 부하에게서 이 소식을 전해 듣고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그들이 과거 자신에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73화

    손연서가 전화를 끊고 막 눈을 붙이려던 참에 또다시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렸다.화면을 보니 모르는 번호였다.조금 의아한 마음에 전화를 받자 익숙하면서도 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손연서? 연서 맞니?”차현영이었다.예전, 오준수가 그녀와 이혼한 직후 차현영은 그녀의 연락처를 아예 차단했었다. 그래서 지금은 다른 사람의 전화기를 빌려 걸고 있었다.바로 옆엔 오준수가 서 있었다. 손연서가 전화를 곧장 끊을까 염려해, 그나마 그녀와 연락이 닿을 가능성이 있는 차현영이 전화를 맡은 것이다.손연서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저 맞아요.”“아이고, 다행이다. 드디어 네 목소리를 듣는구나. 언제 시간 좀 내서 집에 한 번 들르지 않겠니?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래, 연서야.”차현영은 최대한 다정한 목소리를 흉내 내며 말했다.손연서는 그 말에 피식 웃음이 났다.“오 여사님. 그쪽 아들과 저는 이미 이혼했어요. 그러니 그쪽도 제 어머니가 아니죠.”차갑고 또렷한 그 말에 차현영의 얼굴빛이 순간 어두워졌다.하지만 지금은 사정해야 할 입장이니 차현영은 억지로 분노를 눌러가며 상냥한 척 말을 이었다.“연서야, 그땐 준수가 철이 없었어. 나도 정말 많이 후회하고 있어. 왜 그때 너희를 막지 못했을까 싶어서...”“내가 준수 야단도 쳤어. 전처럼 이천애 같은 여우한테 절대 다시 안 휘둘릴 거야. 그러니까 너도 다시 돌아오면 안 되겠니?”그녀는 말을 마치고 옆에 있던 오성훈을 툭툭 건드렸다.“성훈아, 어서 엄마라고 부르렴.”오성훈은 귀찮다는 듯 표정을 찌푸렸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말은 잘 들었다.“엄마... 엄마, 돌아와 줘요. 저 엄마밖에 없어요. 엄마, 제발 돌아와 줘요.”아이의 목소리에 손연서의 가슴이 순간적으로 저려왔다.하지만 그건 오성훈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이 그 아이에게 쏟았던 과거의 마음과 시간, 그 모든 것이 헛수고였다는 걸 떠올렸기 때문이었다.전에 차현영은 손연서에게 오성훈의 엄마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했고 오성훈 역시 그렇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72화

    차현영은 그래도 이성의 끈을 완전히 놓지 않았다. 이천애가 헉헉대며 숨을 몰아쉬는 모습을 보자 급히 아들을 말렸다.“준수야, 그만해. 죽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오준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손에 힘을 풀며 그녀를 밀쳐냈다.이천애는 힘없이 바닥에 나동그라졌고 거칠게 기침을 쏟아냈다. 그녀를 향한 오준수의 눈에는 단 한 치의 연민도 없었다. 그는 그대로 다가가 발로 그녀의 배를 걷어찼다.“마지막으로 한번 묻는다. 물건 어디 있냐?”이천애는 기침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정말이야. 켁켁... 도, 도둑맞았어.”오준수는 더는 말 섞을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는지 곧장 어머니를 불러들여 방 안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했다. 혹시나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였다.하지만 방을 반 이상 뒤지고 나서도 끝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이천애는 그제야 정신을 좀 차렸는지 얼굴 가득 눈물 자국을 남긴 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정말이야. 나 거짓말 안 했어. 도둑맞지 않았으면 벌써 출국했겠지.”“닥쳐!”오준수는 또다시 그녀의 몸을 걷어찼고 차현영은 참담한 얼굴로 그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너 우리 준수 생각은 안 해도, 네 아들 생각은 좀 해야 하는 거 아니니? 그게 우리가 가진 마지막 돈이었어! 도대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이천애는 고개를 숙이고 두 주먹을 꼭 쥐었다.가난하게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지금 절대 해선 안 되는 말이었다.“오빠, 제발... 제발 이번 한 번만 날 용서해 줘. 그래도 나, 성훈이 엄마잖아. 성훈이가 엄마 없이 자라게 하고 싶어?”오준수는 그녀를 향해 침을 뱉었다.“너 같은 게 무슨 엄마야. 내가 눈이 멀었지, 너 같은 걸 좋아했던 내가 미친 거였어.”솔직히 그는 지금 누구보다 후회하고 있었다. 당시, 한낱 모델이었던 이천애에게 빠져 손연서와 아이를 저버렸던 그 선택이 뼛속까지 원망스러웠다.차현영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내가 그때 널 말렸어야 했는데... 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71화

    홍주영은 하민재가 자신을 위해 그런 말을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답했지만 머릿속에선 박민정이 오늘 했던 말들이 자꾸만 맴돌았다.유남우는 정말 겉모습처럼 좋은 사람일까?예전엔 그녀가 유남우에게 너무 마음을 줬던 탓이었는지도 모른다. 혹은, 외국에 있을 당시, 병을 앓고 있던 그를 안쓰럽게 여겼던 것일 수도 있다.그녀는 유남우의 좋은 면만을 보며 그를 받아들였지만 지금 점점 그가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구석이 있었다.“됐어요, 그 얘기는 그만해요.”하민재는 그녀의 얼굴에 드리운 어두운 기색을 보고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홍주영도 더는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한편, 손연서도 박민정 쪽 상황이 잘 풀리지 않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녀는 약간은 실망스러운 기색이었지만 입으로는 태연하게 말했다.“다혜를 입양하지 못하더라도 전 종종 찾아가 볼 생각이에요.”박민정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할 때 손연서가 말을 이었다.“맞다, 민정 씨. 저 이천애 찾았어요.”“이렇게 빨리요?”박민정이 놀라서 되물었다.“전 오히려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는걸요.”손연서는 이천애의 얄미운 얼굴을 떠올리면 지금도 분이 치밀었다.“그럼 이제 찾았으니 어떻게 할 건데요?” 박민정의 물음에 손연서는 의자에 등을 기댄 채 깊이 고민하지도 않고 대답했다.“일단 이천애 주소를 오준수에게 흘려뒀어요. 둘이 알아서 치고받게 두는 거죠.”그녀는 이천애를 감시하라고 사람을 붙여두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곧바로 손연서 쪽에 영상이나 소식이 들어왔다.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곧 영상 하나가 도착했다.이천애는 오준수의 어머니가 아끼던 액세서리를 훔쳐 출국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도망치듯 허름한 여관에 숨어 있었다.오준수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채 그곳까지 찾아가 문을 박차고 들어갔는데 차현영도 함께였다.모자는 마치 원수를 만난 듯 이천애를 노려봤다.“이 죽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70화

    잠시 후, 홍주영은 병원에 도착했다.병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문 너머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몰래 엿들을 생각은 없었지만 그 안에서 ‘유남우’라는 이름이 나오는 순간, 그녀의 발걸음이 저절로 멈췄다.결국 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그대로 가만히 서 있었다.“그 유남우란 사람, 설마 자기 형 복수라도 하려는 건가?”낯선 남자의 목소리였다.“그럴 리 없어. 유남우랑 유남준 사이 엄청 안 좋았어.”하민재가 친구에게 단언하듯 말했다.“이번 일은 내가 졌다고 인정해야지. 세상에, 이렇게까지 음험한 짓을 할 줄은 몰랐어. 나를 해치려고 일부러 교통사고를 꾸미다니.”그 말에 홍주영은 그 자리에 굳은 듯 멈춰 섰다.유남우가 하민재를 해치려고 사람을 시켜 교통사고를 냈다고? 그게 정말 사실일까?하지만 왜? 이유가 뭐지?“난 이만 간다.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해.”대화를 나누던 하민재의 친구가 자리를 뜨려는 기색이었다.홍주영은 재빨리 복도 모퉁이로 몸을 숨겼다. 사람이 완전히 떠난 뒤에도 한참을 기다렸다가 마음을 다잡고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주영 씨, 안 오는 줄 알았어요.”하민재는 그녀를 보자 두 눈이 반짝였는데 정말 기뻐하는 게 느껴졌다.홍주영은 조용히 다가가 그의 곁에 앉았다.“밥은 먹었어요?”하민재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주영 씨가 시켜준 음식 진짜 맛있었어요.”“그래요?”홍주영은 속으로 좀 민망했다. 배달 음식이 맛있을 게 뭐가 있다고...그녀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고 조심스레 물으며 분위기를 살폈다.“근데 말이에요, 이번 교통사고에서 혹시 다른 사람은 안 다쳤어요?”하민재는 그녀가 건넨 물을 한 모금 마시곤 그대로 숨기기로 마음먹었다.“아니요, 나만 다쳤어요. 내가 좀 재수가 없었죠.”그는 알고 있었다. 유남우가 홍주영에게 어떤 존재인지. 혹여 진실을 말하면 그녀는 자신을 도와주기는커녕 화를 낼지도 몰랐다.하지만 홍주영은 감정에는 조금 둔할지 몰라도 바보는 아니었다. 하민재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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