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로 박민정이 무슨 말을 하든 손연서는 무조건 합작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앞으로 예찬 엄마가 관리하는 회사하고만 합작할 거예요.]박민정이 손연서를 도와서 제삼자를 쫓아낸 뒤로 손연서는 박민정을 가장 친한 친구로 생각하게 되었다.하도 단호하고 완강하게 밀어붙여서 박민정은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바로 옆에 누워있던 조하랑은 그 모습을 보고서 다소 질투하기 시작했다.“박민정! 너 나 말고도 친구 엄청 많나 봐?”그러자 박민정은 바로 조하랑을 품으로 끌어안았다.“나한테 친한 친구는 너 하나밖에 없어! 아들까지 너한테 빌려주고 있는데, 뭐가 그렇게 언짢아서 뾰로통한 거야?”‘하긴 아들까지 빌려준 민정인데...’이윽고 본론으로 돌아와서 박민정에게 물었다.“참, 무슨 얘기하고 있었던 거야?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고 있으면 물건 판매와 관련되지 않아? 내가 팔아줄까?”친구로서 조하랑 역시 박민정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박민정은 그제야 조하랑과 자기 아들이 팔로우가 천만 명이 없는 인플루언서라는 것이 떠올랐다.무엇보다도 팔로우 가운데 지금 박민정이 팔고 있는 스킨케어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도 대다수이다.“맞다! 나도 깜빡하고 있었어! 네 도움이 필요하긴 해.”박민정은 바로 핸드폰을 열면서 스킨케어를 조하랑에게 보여주었다.이 스킨케어는 지사의 한 제품으로 판매량이 많지 않았다.따라서 고위직에서 이 제품을 실적이 가장 못 한 마케팅 5팀에 맡긴 것이다.조하랑은 핸드폰을 받아서 확인해 보았다.“이 제품? 이거 괜찮지 않았어? 나도 꽤 오랫동안 사용했었어.”“걱정하지 말고 나랑 예찬이 그리고 윤우한테 맡겨!”조하랑은 가슴을 탁탁 두드리면서 약속했다.“그래! 그럼, 내 친구 하랑아, 잘 부탁해.”“하여튼 이래야만 애교 부리지.”그렇게 제품 홍보 방안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얘기를 나누고 나서 박민정은 서서히 잠자리에 들었다.이튿날 아침, 조하랑은 바로 제품을 손에 넣었고 두 아이와 함께 판매 방식에 관해서 연구하기 시작했다.그전까지만
“무슨 팬이 저렇게도 많은 거야? 판매량은 왜 또 저렇게 높은 거야?”최현아는 지금 바로 거짓 판매라고 입증하고 싶었다.이렇게 단기간에 품절된 다는 것이 말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최현아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 있었다.그건 바로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는 사람 중 김훈과 고영란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두 사람은 증손자와 손자를 끔찍이 여기기로 소문이 자자하다.김훈은 박예찬이 하는 사업을 알고 난 뒤로 자주 거금을 들이면서 지지하곤 했었다.물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김씨 가문의 집사가 어이없을 정도로 지지하고 있었다.“어르신께서 평소에 사용하시는 제품도 아니잖습니까...”‘사용하는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이 많은 걸 어떻게 소모해?’집사는 속으로 혀를 찼다.하지만 김훈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괜찮아. 샤워할 때 쓰면 돼.”“...”‘적어도 한 달이나 쓰셔야 할 것인데...’유씨 가문에서 고영란도 적지 않게 사들였다.“민정이 돈 모자라는 거 아니야?”고영란이 개인 비서한테 물었다.비서 역시 알 리가 없었다.“설마요.”고영란은 한숨을 내쉬면서 넋두리를 놓았다.“그게 아니라면 저 어린 애한테 무슨 짓을 시키고 있는 거야... 한창 놀고먹고 자야 할 나이인데...”‘그냥 심심해서 하는 일일 수도 있는데...’비서는 속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민정이한테 10억만 더 보내줘.”어찌 됐든 절대 자기 손자를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고영란의 주장이고 생각이었다.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네, 바로 계좌 이체하겠습니다.”비서가 가고 나서 고영란은 박예찬의 라이브 방송을 보면서 물건을 팔아주려고 했으나 품절된 상황이었다.“남준이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혼을 한 거야! 어린 나이에 돈도 벌기 시작한 아이를 두고 참...”고영란은 박민정 배 속의 아이까지 앞으로 고생을 하게 될까 봐 걱정하고 있는 바이다.박민정이 아무리 유명한 작곡가로 돈을 벌고 있다고 하더라도 유씨 가문에 비하면 새 발의 피와 다름
메시지를 보낸 지 한참 되었지만, 답장이 없었다.왠지 모르게 불안감이 엄습하자, 박민정은 더는 재지 않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유남준의 목소리 대신 차갑기 그지없는 안내음이 들려왔다.“고객님의 전원이 꺼져 있습니다...”‘뭐? 전원이 꺼져있다고?’유남준이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고 싶었던 박민정은 서다희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다.바로 그때 조하랑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민정아, 나 왔어.”조하랑은 이불을 젖히고 바로 박민정의 곁에 누웠다.“어때? 직장 상사들도 알았어? 너희 팀에서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조하랑이 불쑥 들어오는 바람에 박민정은 서다희에게 전화한다는 것을 깜빡하고 잊어버렸다.“아시겠지. 너무 잘했어! 역시!”박민정은 진심으로 칭찬을 해주었다.조하랑은 박민정의 팔짱을 끼면서 뿌듯해했다.“너한테 도움이 되었다니 내가 다 속이 시원하고 흐뭇한 거 있지. 성취감이 아주 이만저만이 아니야!”박민정은 그대로 조하랑의 어깨에 기대어 말했다.“우리 하랑이 고마워.”“우리 사이에 그런 말 하면 섭섭하지. 얼른 자자. 너 내일 장례식장에 가야 하지 않아?”“응, 일찍 자자.”내일이면 밤샘 마지막 날이고 모레면 하관하게 된다.그때가 되면 한씨 가문의 친척들도 모두 찾아올 것이다.박민정은 어릴 적부터 한수민에게 귀염을 받지 못했으므로 한씨 가문의 친척들 역시 박민정을 거들떠보지 않았었다.그로 인해 지금 박민정은 알고 있는 한씨 가문의 친척이 얼마 없다.내일 장례식장에 찾아가서 진실을 모든 사람에게 알려줄 생각이었다.이튿날, 아침밥을 먹고 난 뒤 박민정과 조하랑과 함께 나섰다.“엄마, 우리도 같이 갈래.”박예찬은 장례식장에서 한수민이 괴롭힘을 당하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박윤우 역시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그래, 엄마 우리도 같이 가자. 소란 피우지 않고 얌전하게 있다고 올게.”박민정은 벌써 두 아이를 어른들 싸움에 끌어당기고 싶지 않았다.오늘 장례식장에 가게 되면 많은 사람의 손가락질을 당할 수도 있
“어쩜 엄마가 죽었는데 리본 핀도 하려고 하지 않아!”“그러게 말이야. 어쩐지 살아있을 때 유난히 싫어한다고 했어. 양심도 없지 참!”온갖 쓴소리를 입에 함부로 올리고 있는 사람들이었다.행여나 박민정이 듣지 못했을까 봐 일부러 앞으로 다가와 다독이는 척하면서 지적했다.“민정아, 자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남자는 완장을 하고 여자는 리본 핀을 해야 한단다. 네가 네 엄마를 싫어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미 돌아가셨는데 편안하게 돌아갈 수 있게끔 너희들이 자식 노릇을 똑똑히 해야 하지 않겠어?”“그리고 너 오늘에서야 온 거라면서? 밤샘을 3일 동안 해야 하는데 마지막 날에서야 온 거야? 마지막 날은 너도 민호랑 같이 꼭 지키도록 해.”자기와 무관한 일이라고 도덕까지 내세우면서 말하고 있다.예전에 한수민이 박민정에게 못되게 굴었을 때도 그 누구도 한수민을 타일렀던 적이 없다.박민정에게 잘해야 한다면서 말이다.“죄송합니다. 오늘은 그냥 보러 온 것뿐이고 밤샘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박민정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또박또박 말했다.한수민에게 빚진 게 단 하나도 없는 박민정이기 때문이다.옆에 있던 조하랑도 나서서 덧붙였다.“하여튼 자기 일 아니라고 쉽게 말씀하시네요! 한 여사님이 예전에 우리 민정이한테 어떻게 했는지 알기나 해요? 우리 민정이 하마터면 그 사람 손에 죽을 뻔했다고요. 그런 사람을 위해서 리본 핀을 하라고요? 당신들이라면 하겠어요?”순간 한씨 가문의 친척들은 자기 말이 맞는다면서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다.“널 낳아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지! 배은망덕한 계집애!”“그래! 아무리 너한테 못되게 굴었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네 엄마잖아! 어떻게 엄마한테 그럴 수 있어!”“괜히 낳았다고 수민이가 살아있을 때 그렇게 말했었는데, 이제야 알 것 같아.”“...”조하랑은 그 장면을 보고서 한수민은 박민정의 친엄마가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박민정이 나서서 말렸다.모두 다 모이게 되면 그때 직접 얘기할 생각이었다.그러나 바로 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대다수 사람이 유남우의 얼굴을 알고 있다.다들 하나같이 유남우를 유남준으로 착각하고 있기도 했다.“어머 박씨 가문 사위네.”말하면서 박민정을 풀어주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고자질하기 시작했다.“마침 잘 왔어. 박민정 교육 좀 잘해 봐봐. 엄마가 죽었는데 어쩜 리본 핀도 하려고 하지 않아?”박민호는 저 멀리 서 있는 유남우를 보고서 바로 달려왔다.“사람 잘못 보셨어요. 이분은 매형이 아니라 매형의 쌍둥이 동생이자 호산 그룹의 대표인 유남우 대표님이라고요.”말을 마치고 그 사람들을 향해 몰래 눈짓까지 보냈다.한씨 가문 사람은 본래 권세에 약한 법이다.눈앞에 있는 사람이 호산 그룹의 대표라는 말을 듣고서 거의 동시에 아부를 떨기 시작했으니 말이다.“죄송합니다. 너무 닮으셔서 착각했습니다.”이윽고 그들은 계속 박민정을 무릎 꿇렸다.“박민정, 이제 그만하고 얼른 무릎 꿇어!”유남우는 그 상황을 보고서 다시 입을 열었다.“잘 생각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유씨 가문의 핏줄을 품고 있는 상황인데, 강제로 무릎을 꿇리다가 아이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기게 된다면 책임질 수 있을 것 같습니까?”순간 조금 전까지 기고만장하던 한씨 가문 사람들은 마지못해 손을 놓기 시작했다.“됐어. 임신도 했고 무릎 꿇기 힘들 거야.”“그래. 그만하자.”한편, 조하랑은 이미 김인우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누구에게 도움을 청하면 될지 몰랐지만,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바로 김인우였다.유남준의 수술을 마친 김인우는 박민정이 한씨 가문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말을 듣고서 바로 대답했다.“기다리고 있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네.”조하랑은 핸드폰을 꼭 움켜쥐고서 다시 달려들려고 했지만 달려온 유남우를 보게 되었다.왔을 뿐만 아니라 박민정을 지켜주면서 그 누구도 감히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민정아, 괜찮아?”조하랑은 바로 달려가서 박민정을 안았다.박민정은 아무런 일도 없었으나 밀침을 당한 조하랑은 팔꿈치도 다리도 모두 다치고 피까지
박민정은 물론이고 조하랑 역시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조금 전까지 울음소리에 말소리에 엄청 시끌벅적하던데, 갑자기 왜 조용해진 거야? 무슨 식이라도 치르고 있는 거야?”조하랑이 물었다.“몰라. 들어가서 보자.”들어서자마자 바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김인우가 와 있었으니 말이다.김인우는 지금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있고 주위에는 검은색으로 통일된 복장을 한 경호원들이 서 있다.김인우의 바로 앞에 서 있는 박민호는 식은땀을 미친 듯이 흘리고 있다.다른 사람들도 크게 숨도 내쉬지 못한 채 숨을 죽이고 있다.“형수님?”김인우가 물었다.조하랑의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달려온 김인우이지만, 정작 조하랑과 박미정을 보지 못했다.김인우는 유남우처럼 말로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다.오자마자 바로 장례식장을 찾아온 사람들을 에둘러 버리고 줄까지 서게 했다.박민정을 괴롭힌 사람이 도대체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서 말이다.‘악한 세력’을 마주하면서 한씨 가문 친척들은 더는 기고만장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박민정을 괴롭혔다고 인정하지도 않았다.숨 막히는 분위기를 좀 풀어보려고 박민호가 나섰다.“누나랑 하랑 씨는 병원에 갔습니다.”“인우 형님, 전화 한 번 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오셨다고 말입니다.”박민호는 김인우를 엄청 무서워한다.김인우가 다른 부잣집 도련님들과 달리 얼마든지 극단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오늘 다소 정신을 놓고 있었던 박민호였다.조하랑이 바로 김인우의 약혼녀라는 사실도 잊은 채로 말이다.조금 전에 누군가가 조하랑을 밀쳤는데도 말이다.“민정이 왔어...”박민호가 조심스럽게 김인우의 말에 대답하려고 할 때 박민정이 왔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소리에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과연 박민정과 조하랑을 보게 되었다.김인우를 보게 된 순간 조하랑은 모든 의문이 풀리게 되었다.역시나 악은 악으로 대응해야 하는 법인 듯싶었다.김인우는 바로 일어서서 두 사람을 향해 걸어갔다.“형수님, 괜찮아요?”박민
한씨 가문 사람들은 서로 바라보더니 박민정과 조하랑에게 사과하기 시작했다.“민정아, 미안해. 우리 좀 용서해줘. 나이가 많다 보니 노망나서 그래.”“그래. 우리가 노망나서 그런 거야. 그러니 민정이 네가 봐줘.”“아가씨도 용서해 주세요. 의료 비용은 저희가 책임지겠습니다.”서로 맞장구를 치면서 사과하기 시작했으나 그 속의 진심이 깃들어있기는 하는지 본인만 알고 있을 것이다.조하랑은 박민정의 손을 잡아당기면서 물었다.“민정아, 어떻게 하고 싶어?”박민정은 이미 어떻게 상대할지 생각해 둔 바가 있었다.“잘못했다고 사과까지 했는데 그냥 넘어가자.”“그래.”조하랑은 박민정이 따지지 않으려는 것을 보고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앞으로 좀 어른답게 행동하세요!”“네네.”다들 살아남았다고 한시름을 놓게 되었다.박민정에게 다른 계획이 있다는 것도 완전히 모른 채로 말이다.이곳은 필경 장례식장이고 나중에 기자들도 몰려 들것이니 일을 크게 벌여서는 안 되는 부분도 있다.한수민 생전의 친척도 박씨 가문의 사람들도 아직 모두 도착하지 않았으므로 박민정은 진실을 알릴 수 없었다.따라서 쉬는 곳을 찾아가서 타이밍을 기다리기로 했다.그리고 조하랑은 김인우를 찾아갔다.“오늘 고마웠어요.”김인우는 조하랑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물었다.“왜 나한테 도와달라고 전화한 거예요?”조하랑은 순간 말 문이 막혔다.‘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너만큼 권력이 뛰어난 사람은 없거든.’“유남준 씨랑 친구 사이기도 하니 절대 민정이 홀로 두지 않을 것 같아서요.”그 말을 듣고서 김인우는 콧방귀를 뀌었다.“그렇긴 해요. 근데 그냥 강 변호사님한테 연락하지 그랬어요? 어쩌면 여기 있는 사람들한테 법률 지식도 좀 알릴 수도 있잖아요.”“그 정도 상처면 강 변호사님께서 아주 손쉽게 저 사람들 감옥에 넣을 수 있지 않겠어요?”조하랑은 말끝마다 강연우를 언급하고 있는 김인우를 보고서 주먹이라도 날리고 싶었다.“나랑 연우는 이미 끝난 사이예요. 그러니 앞으로 그 사람 가지
유남우는 웃는 듯 마는 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위태로운 상황인가 보네요?”그 말을 듣게 된 순간 김인우는 바로 화를 치밀어 오르면서 유남우의 옷깃을 잡아당겼다.“함부로 말하지 마.”유남우는 그런 김인우를 덤덤한 모습으로 바라보면서 말했다.“거짓말을 하는 데 꽤 미숙해 보여요.”확실히 김인우는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사람이고 꽤 같은 것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너 남준이 친동생이잖아. 동생으로서 형이 그렇게 미워? 죽었으면 좋을 정도로 미워?”유남우는 여전히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형이랑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면서 그동안 단 한 번도 질투하지 않았어요? 사라졌으면 하지 않았어요?”“당연하지!”김인우는 아주 단호하게 대답했다.어릴 적에는 유남준을 질투한 적이 있었다.유남준의 ‘꼬리’로 사는 것이 달갑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사람마다 각자 잘난 부분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매사에 일등을 하려고 다툴 필요도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 특히 친구 사이에는 더더욱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터득했다.유남우는 아무런 변화도 없이 김인우를 바라보았는데, 그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려는 듯한 눈빛이었다.김인우는 유남우를 놓아주면서 왠지 모르게 유남준의 상황이 걱정되기 시작했다.두 사람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두 꼬마가 있다.뒷문으로 몰래 들어온 박윤우와 박예찬이었다.“형, 저 사람한테서 검은 연기가 보여. 백이면 백 나쁜 사람일 거야.”박윤우가 말했다.박윤우는 그동안 사람을 정확히 봐 왔었다.비록 쓰레기 아빠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느낌이 전혀 달랐다.박예찬은 또다시 한번 동생이 유남우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하자 경계심을 높이기 시작했다.본래 집에 있어야 하는 두 아이였지만 박민정이 괴롭힘을 당하게 될까 봐 걱정되는 마음에 몰래 빠져놓은 것이었다.나오기 전에 가정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방에서 놀고 있는 상황으로 위장까지 했다.“나쁜 사람은 상대하지 않으면 돼.”박예찬이 말했다.“응.”박윤우는 고개를 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