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우가 입을 열었다.“민정아.”유남준과 똑같은 얼굴을 하는 유남우를 보게 된 순간 박민정은 머릿속이 뒤죽박죽으로 되어버렸다.“네.”대답만 한 박민정, 유남우와 더는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비 오고 있어. 얼른 차에 타. 감기 걸려.”발걸음을 멈추려고 하지 않는 박민정을 보고서 유남우는 다급히 덧붙였다.그 말에 박민정은 약간 멈칫거렸지만, 유남우와 시선을 마주치지도 않은 채 대답했다.“보슬비라 괜찮아요. 천천히 걸어가면 되니 그만 가 봐요.”이윽고 박민정은 계속 앞으로 걸었다.이때 유남우는 차에서 내려 바로 박민정을 향해 걸어가 팔을 확 잡아당겼다.“이런 식으로 너 아프게 하지 마.”박민정은 유남우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유남우는 더욱 꼭 움켜쥐곤 했다.이번에는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민정아, 그 사람 때문에 널 이렇게까지 망치는 건 어리석은 짓이야.”박민정은 더는 발버둥을 치지 않고 비를 맞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뭔가 오해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여기서 걸어간다고 하더라도 얼마 걸리지 않아요. 비도 뭐 펑펑 쏟아지는 게 아니라 괜찮아요.”“타!”유남우는 다시 한번 어세를 높여 말했다.하지만 박민정은 이를 악물고 제자리에 서서 버텼다.그 모습을 보고서 유남우는 두말하지 않고 바로 박민정을 들어 안아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순간 박민정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이렇게까지 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모습으로 말이다.“남우 씨!”“출발하세요.”유남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그렇게 차는 움직이기 시작했고 강제로 차에 오르게 된 박민정은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것만 같았다.게다가 자기도 모르게 자꾸 곁눈으로 유남준과 똑같이 생긴 유남우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모든 것이 언짢아 박민정은 아예 눈을 감아 버리고 그 무엇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유남우는 박민정이 아픈 줄 알고 손등으로 이마 온도를 체크해 보았는데, 열은 나지 않았
그 말을 듣게 된 순간 유남준은 복잡한 감정이 북받쳐 오면서 눈빛마저 어두워졌다.하지만 그 또한 잠시 유남준은 바로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알았어. 앞으로 그런 일은 보고하지 않아도 돼.”유남우와 박민정이야말로 진정한 죽마고우이니 말이다.그뿐만 아니라 박민정이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 사람은 유남준이 아니라 유남우였다.처음부터 박민정과는 거리가 멀었던 유남준이었다.만약 수술에 실패하게 된다면 박민정이 의지할 만한 사람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그 사람이 유남우이든 연지석이든 박민정에게 잘해주기만 하면 되는 유남준이다.서다희는 유남준의 말을 듣고 난 뒤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유남준의 마음을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만약 유남준과 마찬가지로 수술을 받게 되는 상황이 닥치게 된다면 서다희 역시 우선 민수아와 헤어질 것으로 생각했다.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듯이 서다희는 단언할 수 없었다.민수아가 변함없이 자기를 사랑해 줄 수 있는지 말이다.무엇보다도 모든 것을 떠나 민수아가 힘들고 아파하는 것을 볼 수 없었을 것 같았다.어느새 회사에 도착한 두 사람.유남준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회사의 남은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전에 YN그룹을 박민정에게 넘긴다고 했었는데, YN그룹은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일들이 많고 앞으로도 여러 상황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지금 바로 넘기기에는 적합한 시기가 아니다.하는 수 없이 유남준은 모든 걸 서다희에게 맡겨 처리하도록 했다.“난 다음 주 월요일에 수술받으러 가야 해. 앞으로 IM 그룹의 모든 걸 서 비서한테 맡길게.”서다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제가 잘 책임지고 열심히 하겠습니다.”서다희 역시 이미 생각을 마친 상황이다.유남준이 바보가 되든 아니든 끝까지 유남준의 비서로 남겠다면서.“그래.”다들 바삐 돌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 한 통이 걸려 들어왔다.전화를 받자마자 고영란의 책문이 들려왔다.“너 민정이랑 이혼했어?”“네, 오늘 저녁에 알려드리려고 했는데, 저보다 먼저
‘내 편?’고영란의 말을 듣고 있던 박민정은 고영란이 결코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해가 섭섭하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필경 유씨 가문의 핏줄이고 친손자이니 말이다.“네, 알고 있어요. 그렇게 할게요.”박민정은 고영란의 말대로 일단 남기로 했다.그러나 결코 고영란의 말 때문이 아니라 유남준 때문이었다.대체 무슨 이유로 꼭 이혼하려고 했었는지 알아내고 싶었다.만약 정말로 자기가 싫어지고 더는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면 그땐 먼저 떠날 것이라고 마음도 먹고 있었다.‘정말로 사랑하지 않아서 이혼하자고 한 거라면 나 절대 너한테 질척이지 않을 거야.’시원시원하게 대답한 박민정에게 고영란은 바로 계좌로 돈을 보내주었다.“얼마 되지는 않지만, 용돈으로 쓰도록 해.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사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바로 먹고. 부족하면 나한테 전화해.”그 돈 역시 박민정은 거절하지 않았다.고영란은 아이들이 할머니이고 할머니가 손자한테 주는 돈이니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예전과 같았더라면 아무것도 받지 않아도 쓴소리를 듣게 되었고 구박을 당하게 되었는데 말이다.“네, 고맙습니다.”“그래. 몸 잘 챙기고 있어.”고영란은 그렇게 한참이나 박민정을 다독이고 나서야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고 나서 계좌를 확인해 보니 100억이 입금되어 있었다.용돈으로 자그마치 100억이나 준 고영란이다.그리고 박민정은 용돈 100억을 따로 저축해 두었다.지금 박씨 가문 본가에는 박민정 혼자뿐이다.민수아는 출근하러 갔고 박윤우는 유치원에 갔다.홀로 남은 박민정은 테라스에 있는 의자에 기대어 앉아 지그시 두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에서 때때로 알람 소리가 들려왔다.도저히 잠이 오지 않은 박민정은 도착한 메시지들을 확인해 보았는데, 마케팅 5팀 채팅방에서 열띤 대화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박 팀장님, 저 오늘 두건이나 해냈어요.][축하드려요. 저 오늘 한 건밖에 못 했는데
마케팅 1팀에서.박민정이 채팅방에서 쿠폰을 뿌렸다는 소식을 듣게 된 최현아는 개의치 않아 하면서 웃었다.“그깟 쿠폰 4만 원밖에 안 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겨우 4만 원에 좋아죽다니... 어이가 없어.”최현아는 박민정의 이러한 수단에 무척이나 언짢았다.상사가 되어서 직원에게 ‘아첨’이나 떠는 모습이 싫었다.그때 최현아의 지시에 따라 마케팅 5팀으로 염탐을 하러 갔었던 부하 직원은 박민정이 뿌린 쿠폰의 금액이 결코 4만 원뿐이 아니라고 알려주고 싶었다.하물며 직원으로서 가끔 이러한 식으로 격려를 받게 되면 기분이 엄청 좋기도 한데 말이다.결국은 최현아 스스로 통이 크지 않고 고작 4만 원짜리 쿠폰도 주기 아까워하면서 다른 사람이 주는 걸 비웃고 있다.비서가 가려고 하자 최현아가 말했다.“1팀 전체 직원들에게 똑똑히 전해. 이번 달 실적은 무조건 5팀보다 많아야 하고 만약 5팀보다 낮게 된다면 인센티브는 절반밖에 받게 되지 못할 거야.” “네, 알겠습니다.”비서는 바로 그 소식을 마케팅 1팀에 전했고 순간 야유거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겉으로는 뭐라고 할 방법이 있지만 뒷담화로 갖은 불만을 토해냈다.“둘 사이의 경쟁에 왜 아무런 죄도 없는 우릴 끌어당기지?”“그러게 말이야. 5팀을 초과해야 한다면서 만약 초과하지 못하면 인센티브를 절반 밖에 안 준다고 하잖아. 근데 반대로 우리가 5팀을 초과하게 되면 뭘 준다는 건데? 아무런 소리도 없잖아.”“주긴 뭘 주겠어. 그냥 꿈 깨! 5팀은 본래 마케팅 부서를 통틀어서 1등을 했었던 팀이야. 최현아가 들어가면서 실적이 점점 바닥나게 된 거라고.”마케팅 1팀 팀원들은 남자 화장실에서 몰래 푸념하고 있었다.마케팅 5팀의 팀원도 마침 화장실에 있었고 그 모든 걸 듣고 난 뒤 그만 참지 못하고 박민정에게 알려주었다.한편, 박민정은 회사로 오고 있었다.상황이 어찌 됐든 유남준과 이혼했다고 하여 자기 계획을 망칠 수는 없으니 말이다.호산 그룹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인맥을 쌓을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자기에게 떠맡길 줄리라고 미처 생각지도 못한 진서연은 한숨만 내쉬었다.“보스... 저도 이제는 혼기가 가득 찼단 말이에요. 근데 아직 남자친구 하나 없어요. 일찍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싶은데...”그 말에 박민정은 피식 웃고 말았다.“그래? 그럼, 돌아오지 않을래? 내가 남자친구 소개해줄게.”“제가 돌아가면 우리 회사는요?”“온라인으로 업무 봐도 되잖아. 여기서 지사 하나 만들어서 넌 이쪽에서 책임지고 믿음직한 사람 찾아서 본사 책임지게 하면 돼.”박민정이 말했다.그 말에 진서연은 바로 마음이 쏠리게 되었다.홀로 해외에서 회사의 모든 것을 책임지다 보니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었고 박민정이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좋아요! 저 갈래요!”이윽고 무엇인가 떠올랐는지 머뭇거리면서 물었다.“그... 보스님 곁에 있는 경호원 있잖아요... 정민기 씨라고. 그분은 여자친구 있으신가요?”전에 정민기를 몇 번 본적이 있는 진서연이다.싸움도 잘하고 듬직한 것이 자기도 모르게 호감이 가는 남자로 내내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진서연 입에서 정민기 이름이 나오자 박민정은 적지 않게 놀라고 당황해했다.하지만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려주었다.“전에 약혼녀가 있었는데, 약혼이 취소되었다고 들은 바가 있어. 그래서 지금은 아마 여자친구가 없을 거야.”“정말이죠? 너무 잘 됐어요!”“그럼, 저 갈 때까지 다른 여자들이 채 가지 못하게 보스님이 좀 수고해주세요.”다른 책임자와 인수인계를 해야 하므로 당분간 바로 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그래. 걱정하지 마.”두 사람은 다른 일로 한참이나 수다를 떨고 나서야 전화를 끊었다.회사 일로 반나절을 보내고 진서연과 이런저런 일로 수다를 떨다 보니 박민정은 어느새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심지어 민수아와 박윤우를 위해 직접 저녁까지 챙겨주려고 나섰다.그렇게 한창 저녁 준비를 하던 중에 두원 별장의 가정부와 주방장이 집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게 되었다.“사모님.”가정부가 박민정을 불렀다.
유남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밀려왔다.한편, 해운 별장으로 이미 이사를 간 유남준.머릿속은 온통 오늘 이혼한 일로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익숙한 벨 소리가 다시 들려오자, 유남준은 흠칫거리고 망설이기 시작했다.박민정에게만 다른 벨 소리로 설정해 둔 것이라 듣자마자 바로 알 수 있었다.발신자가 박민정이라는 것을 말이다.‘받을까? 그냥 무시해?’길어지는 연결음에 박민정은 점점 불안해졌다.‘제발... 좀 받아...’연결음이 끝나려고 하던 그 찰나 익숙한 목소리가 마침내 들려왔다.“무슨 일이야?”차갑지 짝이 없는 목소리였지만 반갑기 그지없었다.이로써 긴장이 약간 풀린 박민정은 애써 태연한 척하면서 입을 열었다.“별일 아니에요. 그냥 자는지 아닌지 궁금해서 전화한 거예요.”겨우 이성의 끊을 부여잡고 있는 유남준이다.“네 전화만 아니었다면 잘 자고 있었을 거야.”말 한마디에 화가 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박민정은 핸드폰을 움켜쥐고서 아무런 말도 더는 하지 않았다.한참의 침묵을 뒤로하고서 박민정은 전화를 끊어버렸다.이윽고 이불속으로 몸을 꼭꼭 숨긴 채 어떻게든 잠자리에 들려고 아등바등했다.‘멀쩡한 사람을 괜히 걱정했어!’화가 잔뜩 난, 이 상황에서 잠자리에 들 수 있다면 기적이나 다른 없는 일이었다.한편, 유남준은 박민정의 목소리가 한참이나 들리지 않자, 끊긴 것을 알게 되었다.핸드폰을 손에 한참 쥐고 나서야 유남준은 정신을 차리면서 제자리에 올려놓았다.다음날.유남준의 몸 상황을 체크해주면서 김인우는 턱 밑으로 내려온 다크서클을 보게 되었다.“잠을 설친 거야?”부인하지 않고 유남준은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응.”“걱정하지 마. 수술 꼭 성공할 거야.”어떻게 위안을 주어야 하는지 많이 서투른 김인우이다.실은 수술이 걱정되어서 잠을 설친 것이 아닌데 말이다.김인우는 본격적으로 수술 전 검사를 하기 시작했고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으며 수술 조건에 맞았다.“오늘 바로 입원해.
“아빠, 그 돈은 한수민에게 주세요. 저는 지금 다른 일이 있어서 재산 공증하러 갈 수 없어요.”윤소현은 아버지 윤석후의 재산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윤석후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무슨 일 생겼니?”“박민정이 유남준과 이혼했어요. 남우가 박민정에게 휘말리지 않을까 걱정돼요.” 윤소현이 대답했다. 유남우 같은 훌륭한 사위는 누구나 탐낼 만한 존재였다. 윤석후는 그 말을 듣고 곧바로 말했다.“그럼 빨리 돌아가.”“네.”윤소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운전기사에게 호산그룹으로 가자고 말했다. 예전에 호산그룹을 방문했다가 유남우가 화를 낸 기억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수미의 이름을 내세워 유남우의 화를 피할 계획이었다.그렇게 해서 대표이사실에 도착했다.윤소현은 꼭대기 층을 둘러본 후 박민정이 보이지 않자 물었다.“박민정은 어디 있나요?”“박 이사는 마커팅부서로 옮기셨습니다.” 비서가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윤소현은 안도하며 유남우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들어와.” 익숙한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유남우는 책상에 앉아, 정갈하게 차려입고 서둘러 들어온 윤소현을 올려다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분명 말했잖아. 일이 있으면 집에서 얘기하자고. 왜 또 회사에 온 거야?”“남우, 화내지 마. 우리 엄마가 나를 보낸 거야.” 윤소현은 휴대폰을 꺼내 유남우에게 채팅 내용을 보여주며 말했다. “지난번에 정씨 가문과 유씨 가문이 함께 프로젝트를 했잖아, 엄마가 나보고 정씨 그룹을 대표해서 오라고 하셨어.”이 대화는 윤소현이 미리 정수미와 급하게 맞춘 것이었다. 윤소현은 박민정과 유남우가 따로 만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 협력업체 대표로서 호산그룹에 와서 일을 논의하고 동시에 박민정을 견제하려는 계획이었다.유남우는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지금 임신 중이니까 몸조심해.”“괜찮아. 민정 씨도 출근하잖아. 마케팅부에서 일하는데 얼마나 바쁘겠어. 민정씨도 임신 중인데, 내가 와서 협력 논의하는 게 무슨 문제겠어.” 윤소
“홍 비서님. 남우 씨가 해외에서 아플 때 네가 돌봐줬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잊지 마세요. 비서님은 그저 도우미이고, 저는 남우의 미래 아내예요.”홍주영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 소현 씨."유남우가 화낼까 참았지만 윤소현은 소현 씨라는 표현에 정말 홍주영의 뺨을 두 대 때리고 싶었다.윤소현은 눈앞의 이 평범하고 매력 없는 여자가 자신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윤소현이 경계해야 할 진짜 사람은 박민정이었다. 그래서 홍주영과는 더 이상 신경전을 벌이지 않았다.“마케팅부장을 만나고 싶어요.” 윤소현이 말했다.“알겠습니다. 바로 모시겠습니다.” 홍주영은 여전히 예의를 지키며 똑바로 선 채로 비굴함이라곤 전혀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마케팅부에 도착하자 홍주영은 바로 마케팅부장에게 연락했다.부장은 나이가 오십을 넘은 사람이었고 현재 관리는 다소 느슨해져 대부분을 팀장들에게 맡기고 있었다.윤소현 같은 중요한 손님이 오자 부장은 미소를 띠며 맞이했다....박민정이 윤소현이 온 것을 알았을 때, 부장은 이미 모든 팀장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고 있었다.박민정이 사무실로 들어가자 윤소현이 상석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부장은 팀장들에게 윤소현을 소개했다. “이분은 지엔 그룹의 대표이십니다. 앞으로 윤 대표님을 잘 모셔야 합니다.”지엔 그룹은 현재 호산그룹의 가장 큰 협력사였기에 아무도 그를 무시할 수 없었다.회의에 참석한 팀장들은 모두 윤소현과 협력하기를 원했다.박민정은 이런 프로젝트는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알고 있었다.하지만 윤소현은 뜻밖에도 말했다. “부장님 아마 모르셨겠지만 박민정은 제 친동생입니다. 앞으로 민정이가 저와의 협력을 맡도록 하세요.”“친동생이요?” 부장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두 사람의 성이 다르다는 걸 부장은 알고 있었다.윤소현은 부장의 의문을 읽었는지 말했다. “우리는 이복자매예요. 어머니는 같고 아버지가 달라요.”“아! 그렇군요.”옆에 있던 최현아는 윤소현의 의도를 이해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