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1팀에서.박민정이 채팅방에서 쿠폰을 뿌렸다는 소식을 듣게 된 최현아는 개의치 않아 하면서 웃었다.“그깟 쿠폰 4만 원밖에 안 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겨우 4만 원에 좋아죽다니... 어이가 없어.”최현아는 박민정의 이러한 수단에 무척이나 언짢았다.상사가 되어서 직원에게 ‘아첨’이나 떠는 모습이 싫었다.그때 최현아의 지시에 따라 마케팅 5팀으로 염탐을 하러 갔었던 부하 직원은 박민정이 뿌린 쿠폰의 금액이 결코 4만 원뿐이 아니라고 알려주고 싶었다.하물며 직원으로서 가끔 이러한 식으로 격려를 받게 되면 기분이 엄청 좋기도 한데 말이다.결국은 최현아 스스로 통이 크지 않고 고작 4만 원짜리 쿠폰도 주기 아까워하면서 다른 사람이 주는 걸 비웃고 있다.비서가 가려고 하자 최현아가 말했다.“1팀 전체 직원들에게 똑똑히 전해. 이번 달 실적은 무조건 5팀보다 많아야 하고 만약 5팀보다 낮게 된다면 인센티브는 절반밖에 받게 되지 못할 거야.” “네, 알겠습니다.”비서는 바로 그 소식을 마케팅 1팀에 전했고 순간 야유거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겉으로는 뭐라고 할 방법이 있지만 뒷담화로 갖은 불만을 토해냈다.“둘 사이의 경쟁에 왜 아무런 죄도 없는 우릴 끌어당기지?”“그러게 말이야. 5팀을 초과해야 한다면서 만약 초과하지 못하면 인센티브를 절반 밖에 안 준다고 하잖아. 근데 반대로 우리가 5팀을 초과하게 되면 뭘 준다는 건데? 아무런 소리도 없잖아.”“주긴 뭘 주겠어. 그냥 꿈 깨! 5팀은 본래 마케팅 부서를 통틀어서 1등을 했었던 팀이야. 최현아가 들어가면서 실적이 점점 바닥나게 된 거라고.”마케팅 1팀 팀원들은 남자 화장실에서 몰래 푸념하고 있었다.마케팅 5팀의 팀원도 마침 화장실에 있었고 그 모든 걸 듣고 난 뒤 그만 참지 못하고 박민정에게 알려주었다.한편, 박민정은 회사로 오고 있었다.상황이 어찌 됐든 유남준과 이혼했다고 하여 자기 계획을 망칠 수는 없으니 말이다.호산 그룹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인맥을 쌓을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자기에게 떠맡길 줄리라고 미처 생각지도 못한 진서연은 한숨만 내쉬었다.“보스... 저도 이제는 혼기가 가득 찼단 말이에요. 근데 아직 남자친구 하나 없어요. 일찍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싶은데...”그 말에 박민정은 피식 웃고 말았다.“그래? 그럼, 돌아오지 않을래? 내가 남자친구 소개해줄게.”“제가 돌아가면 우리 회사는요?”“온라인으로 업무 봐도 되잖아. 여기서 지사 하나 만들어서 넌 이쪽에서 책임지고 믿음직한 사람 찾아서 본사 책임지게 하면 돼.”박민정이 말했다.그 말에 진서연은 바로 마음이 쏠리게 되었다.홀로 해외에서 회사의 모든 것을 책임지다 보니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었고 박민정이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좋아요! 저 갈래요!”이윽고 무엇인가 떠올랐는지 머뭇거리면서 물었다.“그... 보스님 곁에 있는 경호원 있잖아요... 정민기 씨라고. 그분은 여자친구 있으신가요?”전에 정민기를 몇 번 본적이 있는 진서연이다.싸움도 잘하고 듬직한 것이 자기도 모르게 호감이 가는 남자로 내내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진서연 입에서 정민기 이름이 나오자 박민정은 적지 않게 놀라고 당황해했다.하지만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려주었다.“전에 약혼녀가 있었는데, 약혼이 취소되었다고 들은 바가 있어. 그래서 지금은 아마 여자친구가 없을 거야.”“정말이죠? 너무 잘 됐어요!”“그럼, 저 갈 때까지 다른 여자들이 채 가지 못하게 보스님이 좀 수고해주세요.”다른 책임자와 인수인계를 해야 하므로 당분간 바로 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그래. 걱정하지 마.”두 사람은 다른 일로 한참이나 수다를 떨고 나서야 전화를 끊었다.회사 일로 반나절을 보내고 진서연과 이런저런 일로 수다를 떨다 보니 박민정은 어느새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심지어 민수아와 박윤우를 위해 직접 저녁까지 챙겨주려고 나섰다.그렇게 한창 저녁 준비를 하던 중에 두원 별장의 가정부와 주방장이 집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게 되었다.“사모님.”가정부가 박민정을 불렀다.
유남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밀려왔다.한편, 해운 별장으로 이미 이사를 간 유남준.머릿속은 온통 오늘 이혼한 일로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익숙한 벨 소리가 다시 들려오자, 유남준은 흠칫거리고 망설이기 시작했다.박민정에게만 다른 벨 소리로 설정해 둔 것이라 듣자마자 바로 알 수 있었다.발신자가 박민정이라는 것을 말이다.‘받을까? 그냥 무시해?’길어지는 연결음에 박민정은 점점 불안해졌다.‘제발... 좀 받아...’연결음이 끝나려고 하던 그 찰나 익숙한 목소리가 마침내 들려왔다.“무슨 일이야?”차갑지 짝이 없는 목소리였지만 반갑기 그지없었다.이로써 긴장이 약간 풀린 박민정은 애써 태연한 척하면서 입을 열었다.“별일 아니에요. 그냥 자는지 아닌지 궁금해서 전화한 거예요.”겨우 이성의 끊을 부여잡고 있는 유남준이다.“네 전화만 아니었다면 잘 자고 있었을 거야.”말 한마디에 화가 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박민정은 핸드폰을 움켜쥐고서 아무런 말도 더는 하지 않았다.한참의 침묵을 뒤로하고서 박민정은 전화를 끊어버렸다.이윽고 이불속으로 몸을 꼭꼭 숨긴 채 어떻게든 잠자리에 들려고 아등바등했다.‘멀쩡한 사람을 괜히 걱정했어!’화가 잔뜩 난, 이 상황에서 잠자리에 들 수 있다면 기적이나 다른 없는 일이었다.한편, 유남준은 박민정의 목소리가 한참이나 들리지 않자, 끊긴 것을 알게 되었다.핸드폰을 손에 한참 쥐고 나서야 유남준은 정신을 차리면서 제자리에 올려놓았다.다음날.유남준의 몸 상황을 체크해주면서 김인우는 턱 밑으로 내려온 다크서클을 보게 되었다.“잠을 설친 거야?”부인하지 않고 유남준은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응.”“걱정하지 마. 수술 꼭 성공할 거야.”어떻게 위안을 주어야 하는지 많이 서투른 김인우이다.실은 수술이 걱정되어서 잠을 설친 것이 아닌데 말이다.김인우는 본격적으로 수술 전 검사를 하기 시작했고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으며 수술 조건에 맞았다.“오늘 바로 입원해.
“아빠, 그 돈은 한수민에게 주세요. 저는 지금 다른 일이 있어서 재산 공증하러 갈 수 없어요.”윤소현은 아버지 윤석후의 재산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윤석후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무슨 일 생겼니?”“박민정이 유남준과 이혼했어요. 남우가 박민정에게 휘말리지 않을까 걱정돼요.” 윤소현이 대답했다. 유남우 같은 훌륭한 사위는 누구나 탐낼 만한 존재였다. 윤석후는 그 말을 듣고 곧바로 말했다.“그럼 빨리 돌아가.”“네.”윤소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운전기사에게 호산그룹으로 가자고 말했다. 예전에 호산그룹을 방문했다가 유남우가 화를 낸 기억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수미의 이름을 내세워 유남우의 화를 피할 계획이었다.그렇게 해서 대표이사실에 도착했다.윤소현은 꼭대기 층을 둘러본 후 박민정이 보이지 않자 물었다.“박민정은 어디 있나요?”“박 이사는 마커팅부서로 옮기셨습니다.” 비서가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윤소현은 안도하며 유남우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들어와.” 익숙한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유남우는 책상에 앉아, 정갈하게 차려입고 서둘러 들어온 윤소현을 올려다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분명 말했잖아. 일이 있으면 집에서 얘기하자고. 왜 또 회사에 온 거야?”“남우, 화내지 마. 우리 엄마가 나를 보낸 거야.” 윤소현은 휴대폰을 꺼내 유남우에게 채팅 내용을 보여주며 말했다. “지난번에 정씨 가문과 유씨 가문이 함께 프로젝트를 했잖아, 엄마가 나보고 정씨 그룹을 대표해서 오라고 하셨어.”이 대화는 윤소현이 미리 정수미와 급하게 맞춘 것이었다. 윤소현은 박민정과 유남우가 따로 만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 협력업체 대표로서 호산그룹에 와서 일을 논의하고 동시에 박민정을 견제하려는 계획이었다.유남우는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지금 임신 중이니까 몸조심해.”“괜찮아. 민정 씨도 출근하잖아. 마케팅부에서 일하는데 얼마나 바쁘겠어. 민정씨도 임신 중인데, 내가 와서 협력 논의하는 게 무슨 문제겠어.” 윤소
“홍 비서님. 남우 씨가 해외에서 아플 때 네가 돌봐줬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잊지 마세요. 비서님은 그저 도우미이고, 저는 남우의 미래 아내예요.”홍주영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 소현 씨."유남우가 화낼까 참았지만 윤소현은 소현 씨라는 표현에 정말 홍주영의 뺨을 두 대 때리고 싶었다.윤소현은 눈앞의 이 평범하고 매력 없는 여자가 자신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윤소현이 경계해야 할 진짜 사람은 박민정이었다. 그래서 홍주영과는 더 이상 신경전을 벌이지 않았다.“마케팅부장을 만나고 싶어요.” 윤소현이 말했다.“알겠습니다. 바로 모시겠습니다.” 홍주영은 여전히 예의를 지키며 똑바로 선 채로 비굴함이라곤 전혀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마케팅부에 도착하자 홍주영은 바로 마케팅부장에게 연락했다.부장은 나이가 오십을 넘은 사람이었고 현재 관리는 다소 느슨해져 대부분을 팀장들에게 맡기고 있었다.윤소현 같은 중요한 손님이 오자 부장은 미소를 띠며 맞이했다....박민정이 윤소현이 온 것을 알았을 때, 부장은 이미 모든 팀장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고 있었다.박민정이 사무실로 들어가자 윤소현이 상석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부장은 팀장들에게 윤소현을 소개했다. “이분은 지엔 그룹의 대표이십니다. 앞으로 윤 대표님을 잘 모셔야 합니다.”지엔 그룹은 현재 호산그룹의 가장 큰 협력사였기에 아무도 그를 무시할 수 없었다.회의에 참석한 팀장들은 모두 윤소현과 협력하기를 원했다.박민정은 이런 프로젝트는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알고 있었다.하지만 윤소현은 뜻밖에도 말했다. “부장님 아마 모르셨겠지만 박민정은 제 친동생입니다. 앞으로 민정이가 저와의 협력을 맡도록 하세요.”“친동생이요?” 부장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두 사람의 성이 다르다는 걸 부장은 알고 있었다.윤소현은 부장의 의문을 읽었는지 말했다. “우리는 이복자매예요. 어머니는 같고 아버지가 달라요.”“아! 그렇군요.”옆에 있던 최현아는 윤소현의 의도를 이해하지
토끼 피규어가 바닥에 떨어졌다."아! 미안해, 손이 미끄러졌네." 윤소현은 일부러 그렇게 했다. 박민정은 피규어를 줍기 위해 몸을 숙였다.그 순간 윤소현은 발을 들어 박민정의 손을 밟으려 했다.그러나 박민정은 재빨리 손을 움직여 윤소현의 하이힐을 붙잡았다.윤소현은 균형을 잃었고 박민정이 힘을 주자 바닥에 나동그라졌다."꺅!" 윤소현은 배를 움켜잡으며 비명을 질렀다.박민정은 천천히 피규어를 주워 먼지를 털며 말했다."죄송해요, 실수로 손이 닿았네요. 괜찮으세요?"피규어를 제자리에 두고 윤소현을 바라봤지만, 박민정의 눈에는 차가움만이 감돌았다. 윤소현을 도와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바닥에 나동그라진 윤소현은 박민정을 향해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실수라고? 너 일부러 그런 거잖아. 내 배 속 아이는 유씨 가문의 핏줄이야."윤소현이 말을 마치고 핸드폰을 들어 유남우에게 전화를 걸었다."남우 씨. 빨리 와줘요. 박민정이 날 밀어서 넘어졌어요. 너무 무서워요."박민정은 그런 윤소현을 평온하게 바라보았다.분명 윤소현이 먼저 피규어를 떨어뜨리고 박민정의 손을 밟으려 했기에, 만약 박민정이 가만히 있었더라면 더 큰 수모를 당했을 것이다.우울증을 겪고 난 후 박민정은 배운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괴롭힘은 응징으로 끝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박민정, 너 기다려!" 윤소현은 전화를 끊고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윤소현은 그 순간 배 속의 아이는 유남우의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신도 잊고 있었다. 사무실 밖에서는 직원들이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며 이쪽을 바라봤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남우가 달려왔다.홍주영은 직원들에게 업무에 집중하라고 지시한 뒤 함께 사무실로 들어갔다.커튼이 내려지며 바깥에서는 안의 상황을 볼 수 없게 되었다."남우 씨. 배가 너무 아파요." 윤소현은 자신을 구원해 줄 사람을 만난 듯한 눈빛으로 유남우를 바라보았다."아까 박민정이 저를 밀어서 넘어졌어요. 아이가 괜찮을지 모르겠어요."유남우는 윤소현을 잠시
윤소현은 119에 실려 나갔고, 유남우는 윤소현을 따라 병원으로 향했다. 이 일은 최현아와 추경은에게도 전해졌다. 두 사람은 내심 통쾌했다. “윤소현이 왜 박민정과 협력하려 했는지 이상했는데 결국 박민정을 괴롭히려던 거였네요. 그런데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 자기 아이까지 걸고요.” 최현아는 어머니로서 절대 자신의 아이를 위험에 빠뜨릴 사람이 아니었다. 최현아는 윤소현이 박민정을 모함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박민정이 윤소현을 밀쳤다는 것을 몰랐다.추경은은 최현아에게 물을 따라주며 말했다. "윤소현이 과연 박민정을 괴롭힐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윤소현의 엄마 정수미가 가만있을 리 없잖아요. 딸이 당했는데, 박민정을 그냥 두겠어요?" 최현아는 박민정이 얼굴을 다쳤을 때와 아들이 납치되었을 때 정씨 가문이 이 사건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추경은은 그제야 안심했다. “요즘 남준이와는 어떠세요?” 최현아가 물었다. 추경은의 표정이 잠시 흔들렸다. “잘 지내고 있어요.” “그럼 왜 만나러 안 가세요?” “사촌 오빠가 이혼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지금 가는 건 좀 그런 것 같아서요” 추경은은 조용히 설명했다. 이 말에 최현아는 더 묻지 않았다. ...병원에서 윤소현은 전신 검사를 받았는데, 다행히 아이는 무사했다. 하지만 윤소현은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내키지 않았다. “우리 아이의 팔자가 좋아서 무사했어요.” 윤소현은 유남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남우 씨. 민정이를 꼭 해고해 줘요. 민정이가 너무 위험해요." 유남우는 불편한 마음을 억누르며 말했다. "박민정은 엄마가 들여보낸 사람이야. 해고하려면 엄마의 동의가 필요해." 윤소현은 유남우가 엄마의 핑계를 대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그는 박민정을 좋아해서 박민정을 내보내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윤소현은 알아챘다. 윤소현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남우 씨, 저 요즘 안정이 필요해요. 병원에 입원
유남우는 정신을 차리고, 마음의 불편함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앞으로는 윤소현이 감히 더는 짜증을 부리지 못하게 만들 거야.”유남우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무거웠다. 홍주영은 유남우를 점점 더 이해할 수 없었다. 전에 해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만 해도 유남우는 언제나 다정했다. 몸을 움직일 수 없던 상황에서도 단 한 번도 화를 내거나 무겁게 말한 적이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홍주영은 유남우가 절대 화를 낼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도련님. 윤소현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솔직하게 말씀하시고 파혼하는 게 낫지 않나요? 굳이 자신을 이렇게 괴롭게 만들 필요는 없잖아요." 홍주영은 진심으로 말했다. 유남우는 괴롭다는 말에 곁눈으로 홍주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호산그룹의 대표이자 유씨 가문의 운명을 쥔 사람이야. 걸을 수도 있고, 움직일 수도 있어. 뭐가 괴롭다는 거지?" 홍주영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숙였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홍주영은 유남우가 평생 안고 있던 상처가 그의 병약한 몸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제 돌아가자." "네." ...회사에서 박민정은 곧바로 윤소현과 계속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통보를 받았다. 더군다나 이제 윤소현은 태아의 건강을 위해서, 박민정이 병원으로 가서 협의해야 한다고 했다. 박민정은 이게 분명 자신을 괴롭히려는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거절할 수 없었다. 마케팅 5팀의 직원들도 이 소식을 듣고 걱정스러워했다. "팀장님, 팀장님도 임신 중이신데, 이렇게 여기저기 뛰어다니시는 건 너무 무리 아닙니까?" "괜찮아, 너희는 너희 일에만 집중해." 박민정은 현재 자신이 누구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박민정은 부하 직원들의 업무를 배정해 주고 곧바로 윤소현과 협의하기 위해서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윤소현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 옆에는 정수미가 앉아 있었다. 정수미는 딸이 병원에 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