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바탕으로 수련하여도 문제가 없는 공법을 수정하여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가 이를 처음부터 설명하지 않고 바로 공법을 요구한 것은 여윤건에 대한 테스트였고, 만약 내주기 싫어 거절했다면 여씨 가문은 이번 기회를 놓쳤을 것이다.여윤건은 곧 임건우에게 얇은 책 한 권을 건네주었다. 임건우는 빠른 속도로 한 번에 열 줄씩 쭉 훑어보았다. 약 1분 후, 그는 책을 덮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어르신, 제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이 공법은 온전하지 않습니다. 뒷부분은 다른 누군가가 추가한 것이지요? 앞뒤가 전혀 다른 공법입니다. 그러니 이런 잠재적 위험이 있을 수밖에요." 여윤건의 두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임선생님의 말씀은 조금도 틀리지 않습니다. 우리 여씨 가문의 이 공법은 적양신공이라하는데, 중간에 잠시 유실되어 뒷부분의 일부가 잃어졌습니다. 후에 가문의 선배님들이 약간의 기억으로 보충한 것입니다." "알겠어요. 돌아가서 연구해보며 최적화시킬 방법이 없는지 알아볼게요."여윤건은 놀란 얼굴로 연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때, 여씨 가문의 자제 한 사람이 들어왔다."어르신, 문밖에 유가연이라는 여자분이 찾아왔습니다. 남편을 찾아왔다고 합니다."여윤건은 눈살을 찌푸렸다. 임건우는 지금 여씨 집안의 가장 귀한 손님으로, 이럴 때 아무 사람이나 집에 들일 수가 없었다."무슨 유모연인지 유막연인지 모르는 사람이니 어서 돌려보내!""잠깐만요, 절 찾으러 온 겁니다.""네?...""제 아내예요."뜻밖의 대답에 여윤건은 한동안 멍해졌다. 알고 보니 임건우는 이미 결혼해서 아내가 있은 상황이었다. 그는 이흥방이 너무 우스워 졌다. '이 늙은이가 임건우를 손녀사위로 삼으려고 급한 꼴 봐봐, 설마 임건우가 결혼했는지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건가? 아니... 가만보자, 혹시 손녀더러 남의 남편을 빼앗으라는 건 아니겠지?'"어서 가서 임 사모님을 모셔 와, 공손하게! 알겠느냐?"여윤건이 얼른 말했다."잠깐만
"어르신, 청하씨, 그럼 먼저 가볼게요.""그래, 다음에 또 보지!"임건우는 이흥방과 이청하와 작별을 고하고 여윤건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잠깐만요!"떠나려는 순간 이청하는 갑자기 임건우의 손을 잡았다."응?"임건우는 의아해 났다. 이청하는 그의 앞에 서더니 손을 뻗어 그의 옷깃을 정리하고는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당신의 옷깃이 헝클어졌어요." 그리고 웃으면서 뒤로 물러섰다.'어…. 이건 뭐지?'임건우는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껴졌다. 다시 고개를 들어 유가연을 바라보니 그녀의 눈에서는 불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임건우는 그제야 이청하가 일부러 유가연을 화나게 한 것임을 알아차렸다. 지난번 유가연이 그녀에게 뻔뻔하다고 욕한 것을 마음에 둔 것이 분명했다. 다음 순간 유가연은 화가 나서 홱 하고 돌아서 가버렸다."가연아, 가연아, 가지 마!"이흥방은 손녀딸을 보더니 임건우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건우, 이번 주 일요일이 청하 할머니 생일인데, 꼭 우리 집에 오게나. 할머니가 자네를 보고 싶어 하네."임건우는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넘어질 뻔했다. 그는 손을 내저으며 얼른 쫓아갔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여윤건이 쯧쯧거리며 웃었다."이선생, 내가 보기에 임선생은 자기 아내한테 매우 신경을 쓰는 것 같소. 빼앗아 오려면 수단이 좀 더 날카로워야 할 거 같소."부끄러워 얼굴이 새빨개진 이청하는 얼른 할아버지를 붙잡고 자리를 떠났다. ......"가연아, 가연아, 내 말 좀 들어봐."마침내 유가연을 따라잡은 임건우는 유가연을 힘껏 끌어당기더니 그녀가 벗어나지 못하게 꼭 끌어안았다. 유가연은 힘껏 발버둥을 쳤지만, 벗어날 수가 없었다."이거 놔, 무슨 할 말이 있어? 그 미녀 의사를 찾아갈 거지.""어? 질투하는 거야?""질투는? 누가 너 같은 자식을 질투한다고 해? 썩 꺼져! 읍....."유가연의 뒷말은 임건우의 키스에 의해 막혀버리고 말았다. 이런 말이 있다, 여자가 화났을 때는
임건우는 유가연의 차에 올랐다. 유가연은 아직도 수줍음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물었다."아까 그 여자 누구야?""불량배야, 여윤아라고." "머? 여윤아라고? 난 건우 네가 걔를 따라갔다는 소리를 듣고, 혹여나 거기 갔다가 다시못 나올까 봐 걱정돼 죽을 뻔했단 말이야." "걱정 말어, 여씨네는 절대 날 못 건드려."임건우는 조수석에 앉아 유가연의 허벅지에 손을 얹고 토닥였다. 유가연은 오늘 슈트에, 다리에는 검은색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그녀의 섹시한 모습에 마음이 싱숭생숭해 난 임건우는 유가연한테 몸을 천천히 기대면서 아까의 키스를계속하려고 했다. 그러자 유가연은 그를 홱 밀어냈다."너 정말! 너 여씨 가문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결하였는지 아직 나한테 알려주지 않았어. 여윤아는 건드리기 쉽지 않은 사람인데... 혹시 그 여의사에게 부탁한 거 아니야?""당연히 아니지." "그럼 어떻게 해결한 거야? 설마 건우 네가 실력으로 여씨 가문의 사람들을 모두 굴복시킨 건 아니겠지?""어? 너…너 어떻게 알았어?"임건우는 어리둥절해 났다."너 정말 미쳤구나, 내가 바보야?"유가연은 임건우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틀림없이 이청하 혹은 이흥방의 도움으로 일을 해결하였을 것이다. 그녀는 비록 이청하를 미워하고 있지만 오늘 이 일은 그녀의 어머니 심수옥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임건우를 너무 호되게 비난할 수는 없었다."네 엄마는? 지금 좀 어때?"임건우가 말머리를 돌렸다. "뭐가 네 엄마야? 우리 엄마잖아! ""나는 어머님으로 모시고 싶어. 하지만 중요한 건 너의 엄마가 나를 사위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야, 방금 네 엄마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나도 너만 아니었으면 정말 참을 수 없었을 거야, 상대도 하기 싫어."임건우도 참고만 사는 성격은 아닌지라, 어지간하면 참아줄 수 있지만 한계를 벗어나면 인내심을 잃기 마련이다. 유가연은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건우야, 엄마가 너한테 막 대하는 거 알아, 내가 대신 사
임건우는 유씨 집안 저택에서 나왔다.임건우는 파란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심수옥을 정신병자라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심수옥은 여전히 집 안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거 봐, 내가 말했지! 넌 도대체 어디서 이런 놈을 데리고 온 거야?! 돈도 제대로 못 벌고, 이제는 가짜 수표로 장모인 날 속이려 하다니. 이 자식은 도대체 날 뭘로 생각하는 거야? 날 바보로 아는 거야? 정말 낯짝도 두껍지…이 자식이 드디어 죽고 싶은 거로구나?”결국 심수옥은 도자기 한 개를 깨뜨리고 나서야 조금 진정되었다.유가연은 지쳐서 더 이상 말대꾸도 하기 싫었다. “나 출근해야 돼. 점심은 엄마 혼자 해결해!”......임건우는 다시 심수옥의 교통사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이미 여지훈은 사라진 후였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 또한 아까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이 아니었다.그는 흰색 BMW M8를 타고 곧장 은행으로 향했다. 그는 은행에 도착하자 마자, 여씨 가문이 줬던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었다.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이미 그의 계좌에는 130억 원의 거금이 들어있었다. 매달 이자만 해도, 일반 회사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었다. 또한, 아버지 임우진이 살아있을 때조차도 이렇게 많은 금액이 자신의 수중에 있었던 적이 없었다.하지만, 임건우의 심경은 일반인들과는 달랐다.돈이 아무리 많아도 그에게는 숫자에 불과했다.이때, 한 은행 직원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선생님, 앞으로 입출금 문제나 대출이자 부분에서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를 찾아주세요. 선생님께 24시간 언제든지 특별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겠습니다.”이 직원은 한 서른 살쯤 되어 보이는 여성이다.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였으며, 보조개가 예쁘게 자리 잡고 있었다.이 직원은 바로 이 은행의 부지점장인 김인선이다.방금 임건우가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려 했을 때, 그가 내민 금액을 보고 그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부지점장인 자신이 직접 나서서 그
가민조는 그 여자의 다리를 부둥켜안고 소리쳤다. “자기야, 돈은 결코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마음이야. 난 이 세상에서 더 이상 자기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을 찾을 수 없어.”그 여자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웃기지 마. 나는 이런 사랑 따위는 필요 없어. 나에겐 전혀 소중하지 않아.”마침 BMW 520 차 한 대가 그들 앞에 멈춰 섰다. 창문을 내리자, 웬 젊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그러자 그 여자는 활짝 웃으며 그 젊은 남자를 맞이했다. “자기야, 드디어 왔구나! 잠시만 있어 봐! 금방 갈게!”그리고 힘껏 가민조를 걷어차며 말했다. “좀 놔!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들을래? 저기 내 남자친구가 데리러 왔단 말이야! 저 남자야말로 나 모소정과 어울리는 남자야. 톰 브라운을 입고, BMW를 운전하는 남자. 너같이 허름한 국산 차나 운전하는 남자는 나와 어울리지 않아. 혹시 너 누가 버린 차를 주워온 건 아니지? 다신 보지 말자.”그 젊은 남자도 가민조를 아는 것 같았다. 그는 가민조를 향해 소리쳤다. “야, 가민조! 모소정은 이제 내 여자야. 네가 순순히 놓아주지 않으면, 일상생활도 못하게 만들어버릴 거야. 이 거지야, 넌 여자친구가 있을 자격이 없어!”모소정은 콧방귀를 뀌며, 가민조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런 뒤, 그녀는 뾰족한 하이힐로 그의 허벅지를 세게 걷어찼다.이때,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심하군. 겨우 520이나 몰고 다니면서, 부자인 행세를 하다니. 자신이 무슨 재벌이라도 되는 것 마냥 행동하는 군. 어차피 다른 사람들 눈에는 가난한 거지와 다름이 없을 텐데 말이야.”“누구야? 누가 함부로 지껄이는 거야?”모소정은 자기 남자친구를 대신해 소리쳤다.그리곤 임건우를 보자마자,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야. 임건우 너였어? 나는 또 대단한 사람이라도 온 줄 알았네. 원래 구걸이나 하고 다니던 동네 거지 주제에 어딜 껴? 가민조와 둘이 아주 쌍으로 한자리에 모였네. 이 거지 형제들 같으니.”모소정은 임건우를 알고 있
“어…”임건우는 멍해졌다. 김인선이 이 젊은 남자와 아는 사이일 줄은 전혀 몰랐다.또한, 김인범?누가 봐도, 둘은 남매 사이인 것 같았다.김인범은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누나, 그게…내 차가 고장이 나서…그래서 누나 차를 잠시 몰고 온 거야…”그러고는 그는 황급히 김인선을 향해 눈짓을 했다.그는 방금 자신의 여자로 만든 모소정 앞에서 창피해지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김인선이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쓸 리가 없다. “뭐야, 네 전기 자전거 또 고장 났어?오늘 당장 가서 수리해! 그리고 오늘 내 차는 운전하면 안 되는 날인 거 몰라? 됐고, 어서 임 선생님께 사과드려!”모소정은 남자친구인 김인범의 BMW가 본인이 소유한 차가 아닌, 누나의 차라는 소리에 좌절했다. 또한, 자동차도 아닌, 전기 자전거라니…!전기 자전거에 비하면, 국산 차는 명품이나 다름이 없었다!김인범은 더욱 뻔뻔해졌다. “내가 왜 저런 놈에게 사과해야 돼? 저 자식은 지금 다른 집안에게 빌붙어 사는 하인일 뿐이잖아? 차라리 지나가던 개에게 사과하는 게 낫겠어.”“짝!”김인선은 김인범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 “너 말 다했어? 어떻게 감히 임 선생님께 함부로 대할 수 있어? 임 선생님은 우리 은행의 Vvip고객이셔! 어서 사과해. 안 그러면, 오늘 나 가만히 안 있을 줄 알아!”Vvip고객?김인범은 순간 어리둥절해졌다.모소정은 Vvip 고객의 기준을 잘 알지 못하였다. 하지만, 김인범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Vvip 고객이 되려면, 개인 예금이 적어도 100억 원은 넘어야 한다.또한, 이건 예금일 뿐이지, 자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오늘 그의 누나는 Vvip 고객, 즉 거물에게 미움을 사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는 적어도 1년 동안 그의 누나에게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한, 다시는 누나에게서 경제적으로 도움도 받지 못하게 될 게 뻔하다.그는 곧바로 임건우에게 사과했다. “임 선생님, 죄송합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당신을 비꼬고,
모소정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 자식이? 과연? 내가 거리에서 아무 남자나 만나도, 얘보다는 나을 거야.”그녀는 말하면서, 가민조의 차를 한 대 걷어찼다.그녀의 행동은 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봐봐, 누가 요즘 이런 똥차를 타고 다녀? 하긴, 자기 분수에 맞는 걸 타려면, 이 정도 급이 맞겠네.”임건우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말이 맞아. 이 차는 민조에게 어울리지 않지. 민조는 이 차보다 더 좋은 차를 가질 자격이 있어. 마침 내가 준비한 BMW M8가 여기로 오고 있어. 이 정도 차는 되어야 민조와 어울리지.”“BMW M8? 이 자식한테? 웃기지 마.”15분도 지나지 않아,주원미가 차를 몰고 왔다.모소정은 눈앞에 있는 BMW M8를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임건우는 가민조에게 자동차 키를 건네며 말했다. “민조야, 이제 이 차는 네 거야.”가민조는 M8의 열쇠를 받고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형, 장난하는 거지? 형이 갑자기 왜 나한테 이런 비싼 차를 줘? 아니, 내가 이런 고급 차를 어떻게 운전할 수 있겠어?”“넌 운전할 수 있어. 아니, 내가 운전할 수 있다고 하면, 있는 거야. 어서 받아. 네가 받지 않으면, 이 차는 당장 폐기시켜버릴 거야.”주원미는 살짝 긴장한 채, 임건우를 바라보았다.임건우라면 정말 차를 폐기시킬 수도 있을 것 같았다.넋을 잃은 가민조에게 임건우는 말했다. “가민조, 모소정 하나 때문에, 거리에서 무릎을 꿇다니. 넌 창피하지도 않아? 세상에 좋은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넌 좀 눈을 높일 필요가 있어. 봐, 여기 원미 씨가 저 모소정보다 훨씬 낫잖아!”주원미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녀는 임건우의 한마디에 괜스레 쑥스러워졌다.“이 차는 지금부터 네 거야. 아, 절대 공짜로 주는 건 아니야. 최근에 내가 회사를 하나 차릴 예정인데, 네 도움이 필요해. 이 차로 네가 나 대신 운전을 좀 해줘야겠어.”그 후, 임건우는 주원미와, 가민조와 함께
“하하, 제가 싫을 리가 있나요? 언제든지, 환영이죠!”임건우는 너스레웃음을 지어 보였다.우나영은 슬쩍 임건우를 쳐다보며 말했다. “당연히 그래야지.”그리곤 임건우가 데리고 온 두 손님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어머, 민조야 너도 왔구나. 이 예쁜 아가씨는 네 여자친구니?”가민조는 황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에요, 아주머니. 이 분은 건우 형의 친구세요.”연이어 임건우가 입을 열었다. “엄마, 소개해 드릴게요. 여기 주원미 씨는 제가 미리 물색해 둔 저희 회사 인재예요. 영업하는 데 있어서 실력이 엄청나요. 능력도 좋고, 사람도 참 좋아요.”우나영은 미소를 지으며 주원미를 바라보았다.옆에 있던 반하나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머니, 죽이 거의 다 완성된 거 같아요. 제가 어서 가서 가져올게요.”“푸웁…”임건우는 마시던 차를 한 모금 뿜어냈다. “선배, 방금 엄마한테 뭐라고 부른 거예요?”반하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오늘부터 아주머니는 내 엄마이기도 해.”그녀는 대답한 뒤 주방으로 향했다.임건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우나영을 바라보았다. 그는 곧바로 반하나 뒤를 쫓아갔다. “선배, 방금 뭐라고 부른 거예요? 어머니라니? 설마, 우리 엄마가 예전에 선배에게 제 아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오해한 건 아니죠?”그때 우나영이 했던 말은 그저 희언일 뿐이다.반하나와 우나영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이다. 물론 임건우도 반하나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당시, 반하나와 유가연 중 우나영은 반하나를 더 마음에 들어 했었다. 하지만, 임건우는 유가연을 더욱 마음에 들어 했기에, 우나영은 아들의 삶이므로 더 이상 간섭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우나영은 농담으로 반하나에게 며느리 삼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반하나는 임건우에게 한 발짝씩 다가가 더욱 그에게 몸을 가까이 붙였다. 그런 다음 그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맞아. 그때 나는 어머님의 제안에 수락했었어. 설마, 너 기분 나쁜 건 아니지?”“저….”임건우는 순간 할
임건우는 임하나를 안고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점점 가까워지자, 임건우가 바라본 궁전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이 궁전은 뼈로 지어진 궁전이었고 곳곳에 해골이 가득 차 있었다.그 해골들은 기괴한 대문을 형성하고 있었다.문 앞에는 거대한 비석이 하나 서 있었다.비석 위에는 천신의 무덤이라는 고풍스러운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천신의 무덤?’이게 무슨 뜻일까?임건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의 자복궁 안에서 강한 진동이 일어났다.마치 혼돈 구슬이 무언가를 찾은 듯 흥분한 느낌이었다.한편으로는 여기서 일어나는 폭풍이 더욱 거세졌다.모래바람이 얼굴에 맞아 아프기 그지없었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딸의 얼굴을 자신의 품에 묻고 진원을 돌려 딸을 보호했다. 하지만 이 폭풍은 단순한 모래바람이 아니었다.그것은 죽음의 기운과 다양한 부정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었고 피부를 베는 듯한 아픔을 안겨주었다.붉은 달이 서서히 내려가며 폭풍은 더욱 거세졌다.“방법이 없겠군!”“그렇다면 안으로 들어가야겠다!”임건우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백골 궁전 안으로 발을 들였다.순간, 임건우는 끝없는 원망과 분노가 그를 덮치는 걸 느꼈다.슬프고 비통한 신음이 임건우의 의식 속을 채우고 있었다.정신력은 이전에 겪어본 적 없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임건우는 딸이 걱정되어 바로라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그 순간 해골 대문이 갑자기 쾅! 하고 닫혔다.뒤를 돌아보니 그 대문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마치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으앙!”갑자기 딸이 큰 울음소리를 질렀다.임건우는 깜짝 놀라 딸이 혹시 원령의 영향을 받아 불편해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곧 그 이유를 깨달았다.딸의 울음소리에는 어떤 신비한 힘이 담겨 있었다.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신격의 힘이었다.딸의 신격이 원망의 기운을 전부 흡수하고 소멸시킨 것이다.딸의 이마에 있는 신격에서 희미한 녹색의 빛이 퍼져나와 두 사람을 감쌌다.“착한 내 딸, 아빠를 구해줬구나!”임건우는 기쁨에 못 이겨
“이거 큰일이네!”임건우는 뒤쫓아오는 불사족들이 점점 강해지고 있음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그동안 도망치면서도 수많은 불사족을 베어냈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대가 점점 더 강해졌다.바로 직전에는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불사족 두 마리를 상대했는데 그들은 단순한 해골이 아니라 온몸이 가시와 고깃막으로 뒤덮인 괴물이었고 방어력이 엄청나게 강했다. 임건우는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지금 이 순간, 뒤쫓아오는 불사족의 기운이 점점 더 강력해지는 것이 느껴졌다.그 모습을 확인한 임건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런 젠장, 또 불사의 왕좌가 나왔네.”더 충격적인 건 이번엔 그 왕좌가 여성이었다는 사실이었다.“설마 저놈의 여자 친구인가?”“지금 내 상태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어.”처음에는 싸워볼 생각도 했지만, 상대를 보자마자 임건우는 마음을 접었다.저 여왕좌는 입만 벌리면 거대한 진공청소기처럼 모든 걸 빨아들일 것처럼 보였고 힘의 격차가 어마어마했다.“나모 아미타불, 도라 야야!”임건우는 바로 종이인형 하나를 꺼내 던졌다.그것은 바람을 타고 커지더니 황금빛 부처로 변했다.임건우는 딸을 안고 서둘러 도망쳤다.그러나...뒤따라오던 여왕좌는 금신의 허상을 단숨에 깨부수고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그를 추격해왔다.“젠장, 이러다 잡히겠네!”임건우가 초조하게 도망치는 순간, 갑자기 그의 자복궁에 있던 혼돈 나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모든 혼돈 구슬이 빠르게 떨려왔다.이 익숙한 감각은 임건우에게 명확히 알려주고 있었다.‘이건 뭔가 좋은 물건이 근처에 있거나, 아니면 다른 혼돈의 파편을 발견했을 때의 반응이야. 이 정도로 강하게 떨리는 걸 보니 아마 후자겠지.’“혼돈의 파편이라고?”“제발 좋은 일이 생기길 바란다!”어차피 곧 잡힐 상황이었다.임건우는 이를 악물고 도박을 걸기로 했다.혼돈 나무가 떨리는 방향을 따라 혼돈의 파편을 찾아 나선 것이다.그 앞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었다.거기에 더해 거센 바람이 일으킨 모래폭풍까지 휘몰
“딸아, 이 낯선 곳에서 내가 어디서 젖을 먹일 사람을 찾겠어?”임건우는 딸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주변은 끝없이 황량한 땅뿐이었고 그 광경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하지만 곧 임건우는 뒤에서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불사족이 쫓아오는 게 확실했다.대지가 흔들리며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젠장, 이렇게 멀리 도망쳤는데 또 쫓아오다니?”“정말 끈질기게 따라붙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딸을 안고 다른 방향으로 전력 질주했다.가던 길을 계속 바꾸며 피했지만, 너무나 답답했다.분명히 한 번은 떨쳐냈는데 곧 불사족이 다시 나타났다.이런 상황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임건우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곰곰이 생각해보니...“젠장!”이곳은 영기조차 없고 공기 속엔 죽음의 기운만이 가득했다.그 죽음의 기운을 막기 위해 자신의 금단이 계속 돌아가며 대위신력의 에너지도 끊임없이 빠져나갔다.그 외에도 딸의 자연신격이 자동으로 그녀를 보호하며 희미한 녹색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그들은 이 불사의 땅에서 마치 바다 위의 등대와도 같았다.“어떻게 해야 하지?”하지만 방법은 없었다.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대위신력과 자연신격 없이는 정말 힘들었다.그리고 더 큰 문제는 가나절의 통로 문을 원래 자리에 두고 나온 것이다.예전에 전소은을 쫓아가기 위해 가나절의 전송문을 통해 만요곡으로 갔는데 그 문을 그대로 두고 온 것이다.만약 그 문이 함께 왔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힘겹게 도망치진 않았을 것이다.딸의 울음소리는 임건우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그러던 중, 문득 임건우의 머리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아, 그렇지! 생명의 신천이 있었지!”“젖을 먹일 사람은 없지만, 물이라도 마시며 좀 진정시켜야겠다.”임건우는 예전에 생명의 우물에서 모은 신천을 떠올렸다.이제 그 신천이 딸에게 필요한 순간이었다.딸은 자연의 여신이 될 존재이기에 생명의 신천은 거부할 리 없을 것이다.임건우는 그녀에게 조금만 마시게 해줬다.그러자, 딸은 울음을 멈추고 행복한
거의 동시에 임건우의 몸속에 있는 진혼종이 슬픈 울음을 토해내며 그의 자복궁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이 불교의 법보이자 지장왕이 준 신기는 차원의 붕괴한 공간 속에서 큰 타격을 입었고, 앞으로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사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다.“휴...”임건우가 눈을 뜨자마자 보인 첫 장면은 엄청나게 커다란 붉은빛 달이었다.주위 모든 것이 어두운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는 기묘한 풍경이었다.그제야 임건우는 자신이 높은 하늘에서 직선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이런 젠장!”임건우가 옆을 돌아보자마자 깜짝 놀랐다.“여기가 대체 어디야?”임건우가 떨어지고 있는 아래쪽을 바라보니 수없이 많은 해골 병사와 불사족의 괴물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다.“아이코, 맙소사!”“차원 통로가 붕괴하면서 내가 불사의 땅으로 빨려 들어온 건가? 여기 아마도 불사의 문을 통과하려는 불사 대군들이 모여 있는 곳일 거야! 그런데 나랑 딸아이가 이런 곳에 떨어지다니 그야말로 호랑이 굴에 들어온 꼴 아니야?”임건우는 급히 견곤검을 소환해 검에 올라타고 비행하며 이곳을 벗어나려 했다.하지만 곧바로 깨달았다.이 괴이한 장소는 비행이 금지된 지역이라는 것을.견곤검 위에 서 있어도 움직일 수 없었고 발밑으로는 엄청난 중력이 임건우를 끌어당기고 있었다.강력한 인력이 임건우와 그의 딸을 땅으로 내리쳤다.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임건우는 딸을 꼭 안은 채로 땅에 세차게 떨어졌다.그 충격으로 수많은 불사 대군을 깔아뭉개며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갑작스러운 사태는 이곳에 있던 불사 대군도 예상치 못한 듯했다.주위에 있던 적어도 수만 개의 눈이 일제히 임건우를 주시했다.“아이고, 이거 큰일 났네.”임건우의 마음이 순식간에 무거워졌다.그다음 순간, 굉음과 함께 거대한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다.앞쪽에 있는 거대한 불사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아마도 장군급의 존재인 듯했으며 해골 형태의 그것은 입을 벌려 알 수 없는 언어로 무언가를
임건우는 딸을 꼭 안고 당자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불과 1미터의 거리였지만, 마치 천지의 깊은 절벽처럼 느껴졌다.아무리 애써도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었다.“남편!”당자현은 손을 뻗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었다.눈물이 터져 나오며 절망적인 표정으로 임건우를 바라보았다.“빨리 가! 빨리!”“생명의 우물 공간이 무너지려고 해. 나는... 나는 너와 딸을 지킬 거야. 반드시 지킬 거라니까!”임건우는 절박하게 외쳤고 금단의 신력이 몸을 휘감으며 혼돈의 기운이 그들을 감싸 안았다.그 순간, 차원의 통로는 강력한 힘으로 삼켜져 모든 공간이 거대한 불사의 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아아!”당자현은 울부짖으며 애절하게 소리쳤지만, 그 순간, 그 연결은 끊어졌다.“주인님, 빨리 가셔야 합니다. 이 차원의 통로도 곧 사라질 겁니다.”박철호는 한 마디로 재촉하며 백옥은 당자현을 안고 급히 말했다.“가자!”모두가 생명의 우물의 좁은 통로로 빠르게 뒤돌아갔다.그들은 필사적으로 위로 올라갔다.그때 뒤에서 거대한 에너지 소리가 울려 퍼지며 거대한 힘이 우물 속으로 밀려 들어와 모두를 위로 밀어냈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생명의 우물이 폭발하듯 쏟아져 나왔다.그 속의 수많은 생명의 샘물이 쏟아지며 사람들은 우물 밖으로 튕겨 나갔다.바닥에는 물이 고여 웅덩이가 되었다.웅!차원 통로 속에서 임건우는 딸을 꼭 안고 조금도 방심하지 않았다.에너지가 갑자기 되돌아가며 모든 물질은 압축되어 한 덩어리가 되었다.그 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단 한 순간, 임건우는 온몸이 터져 나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그의 강력한 뼈마저도 끊어지는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그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하지만 임건우는 자신의 사명을 잊지 않았다.반드시 딸을 지켜야 했다.“진혼종!”임건우는 서둘러 진혼종을 소환하고 딸을 종 안으로 감쌌다.둥둥둥! 둥둥둥!진혼종은 깊고 울리는 소
안쪽은 칠흑 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고, 그 속에는 마치 무수한 원혼이 울부짖는 듯한 환청이 퍼져 나왔다.하지만 그것은 소리가 아니라 정신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어떤 파장이었다.게다가 몸 또한 보이지 않는 힘으로 만져지고 짓눌리며 마치 수많은 손이 그의 몸을 더듬어 뜯어내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임건우는 자신이야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갓 돌이 지난 딸이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그러던 찰나, 어둠 속에서 갑작스럽게 어떤 힘이 딸을 덥석 잡아채 임건우의 품에서 떼어내려고 했다.그 힘은 적고 연약한 딸을 감싸 안으며 강한 압력을 가해왔다.임건우의 금단이 미친 듯이 회전하며 대위신력을 폭발적으로 방출했다.임건우는 딸을 단단히 품에 안고 버텼다.하지만 불사의 왕좌가 가진 힘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으악!”임건우는 고함을 지르며 외쳤다.“저승 다리! 당장 와서 도와라!”임건우는 자신의 자복궁에 남은 대위신력을 한꺼번에 쏟아부었다.이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비록 저승 다리의 소환은 값비싸고 매번 신력을 소모했지만, 지금은 대위신력을 아낄 때가 아니었다.‘천만이면 어때! 줘버리자!’슛!붉은 옷을 입은 어린 소녀가 튀어나왔다.그리고 이전보다 조금 자란 듯한 모습이었다.“어? 여긴 어디야?”소녀는 태연하게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얼굴을 구기며 발을 동동 굴렀다.“이 멍청아!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겨우 그따위 실력으로 불사의 왕좌의 뱃속에 들어오다니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공주님, 내가 원해서 들어온 줄 알아? 끌려온 거라고!”임건우는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빨리 시작해. 안 그러면 나 죽고 너도 대위신력을 못 받을 거라고!”소녀는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네가 죽으면 새로운 계승자가 나타날 뿐이야.”임건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계승자는 무슨! 너도 알잖아? 지장왕이 3천 년을 기다려 나를 찾은 거라고. 네가 그 불사의 왕좌 뱃속에서 3만 년을 기다릴 자신 있으면 말이야.”소녀는 이를 꽉
“큰일 났어!”임건우는 겨우 딸을 안아 들고 있을 때 갑자기 100미터 높이의 불사의 왕좌가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그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임건우는 몸을 돌려 재빨리 도망치기 시작했다.하지만 불사의 왕좌가 임건우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하나의 임건우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신격이 담겨 있는 작은 소녀는 절대로 놓칠 수 없었다.만약 소녀를 놓친다면 이 통로는 즉시 사라지고, 불사군단은 통로를 통해 다시 인간 세계로 침입할 수 없게 된다.“크앙!”“도망가려고? 그렇게 쉽게는 안 된다!”슥!불사의 왕좌는 입을 벌려 포효하며, 입속에서 몇 개의 검은 기운을 내뿜었다.그것들이 순식간에 임건우의 앞을 가로막았다.그 검은 기운은 꿈틀거리며 변형되었고, 그 속에는 신비한 문자가 흐르고 있었다.바로 그 순간, 이차원 통로의 벽과 합쳐지며 방금까지 칠흑 같던 통로의 양측이 갑자기 안정되기 시작했다.빛이 반짝이며 문자가 그 위에서 떨고 있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일단 도망가자!”임건우는 더는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딸을 안고 혼자 도망칠 수는 없다.싸워야 한다면 외부의 동료들과 힘을 합쳐야 했다.임건우는 한 걸음 내딛으며 급히 통로 입구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하지만 이차원 통로에서 순간이동은 불가능했다.그렇지 않았다면 금방이라도 도달할 수 있었을 텐데.몇 천 미터의 거리도 몇 번의 눈 깜짝할 사이에 해결될 거리였다.통로 입구 밖에 있던 백옥과 당자현은 여전히 걱정하며 급히 소리쳤다.“빨리! 서둘러!”당자현은 다시 한번 통로 안으로 들어가서 지원하려 했지만, 그 순간, 당자현의 머리가 통로 입구의 무언가에 부딪히며 이마에 혹이 생겼다.쿵!“아!”“뭐야? 입구가 막혔어?”“뭐라고? 어떻게 된 거지?”백옥은 급히 손을 내밀어 입구를 탐지했으나, 그곳에 벽처럼 딱딱한 무언가가 있었다. 백옥은 즉시 진원을 모아 주먹을 한 대 세게 날렸다.쿵!거대한 폭음이 울렸다.입구의 공간 벽에는 수많은 검은 문자가 빛을 내며
“이건 죽음의 기운이야! 이곳의 죽음의 기운은 독성을 띠고 있어!”임건우가 재빨리 약병을 꺼내 들어 모두에게 나눠주었다.하지만 약을 삼킨 후에도 이상한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당자현이 급히 말했다.“이건 독이 아니야. 죽음의 기운이 우리의 영력을 억누르고 있는 거야. 우리가 죽음의 기운을 들이마실수록 체내 진원이 더 강하게 억압받는 거지.”박철호가 말했다.“그럼 어쩌죠? 전투력이 점점 약해지는 게 느껴져요. 이러다간 버틸 수 없을지도 몰라요.”“크앙!”금강마원이 분노의 포효를 내질렀다.그 거대한 몸 위로 벌레들이 달려들어 미친 듯이 물어뜯고 있었다.이 벌레들은 진원 방어막조차 뚫고 들어올 수 있었고 물어뜯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거대한 금강마원의 살과 피는 이들에게 한층 더 쉽게 씹히는 먹잇감이었다.금강마원의 하얀 털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고, 몸 여기저기에 커다란 상처가 생겼다.사람들이 재빨리 달려가 벌레를 제거했지만, 금강마원의 상처는 이미 깊어져 있었다.그 와중에 임건우의 시선은 아직 천 미터나 떨어진 딸에게 고정돼 있었다.임건우의 눈빛은 단호했다.“여러분은 물러나세요. 이곳은 제가 해결하겠습니다.”백옥이 말했다.“우리가 모두 힘을 합쳐도 이렇게 버거운데 혼자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벌레들에 금방 잠식당할 거야!”임건우는 단호히 말했다.“괜찮아요. 전 죽음의 기운을 두려워하지 않으니까요.”다른 이들의 전투력이 점점 약해지는 가운데 임건우의 힘은 약화되지 않았다.임건우의 체내에는 혼돈 나무와 혼돈 구슬이 있었고, 대위신력이 임건우를 지탱하고 있었다.이 모든 것은 죽음의 기운을 억제하고 상쇄할 수 있었다.그때 당자현이 외쳤다.“저 앞을 봐! 저건 뭐지?”모두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회색빛이 짙은 안개가 물결처럼 밀려오고 있었다.“저건... 죽음의 기운이야! 그것도 엄청난 양의 죽음의 기운!”“불사족의 문이 점점 더 열리고 있어! 불사족이 나오려고 하고 있잖아!”임건우는 망설임 없이 결정을 내렸다.“
풍덩!임건우는 바로 그 자리에 뛰어내렸다.당자현도 뒤를 따르며 빠르게 내려갔다.백옥은 추하게 변한 전소은을 한 번 쳐다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모든 경맥을 봉인한 뒤, 그제야 우물 안으로 뛰어들었다.“이 우물은 정말 특이하군, 생명의 기운이 이렇게 진하다니?”임건우가 말했다.“맞아, 이게 바로 내가 말한 생명의 천수야. 이 물이 강아연의 영맥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될 거야.”당자현이 대답했다.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물의 깊은 곳으로 빠르게 나아가면서 여러 번 생명의 우물을 모았다.“그렇다면 그들이 딸의 신격과 이 천수를 이용해 통로를 열려는 거라면 우리가 이 물을 모두 빼내면 그 문이 열리지 않을까?”당자현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그건 소용없어. 그들은 생명의 우물을 이용한 거지, 생명의 천수는 아니야.”임건우는 그 말을 듣고는 그만 그 생각을 접었다.지금은 딸을 구하는 게 우선이다.하지만 생명의 우물의 깊은 곳으로 내려갈수록 점점 더 음침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정말 계속 가면 저기 끝에 통로의 입구가 있을까?”백옥이 뒤에서 물었다.“점점 더 멀어지는 느낌인데?”백옥이 말했다.백옥 뒤로 여러 명의 요족도 우물 안으로 들어왔고 나머지 요족들은 안전을 위해 바깥에 남았다.그때 앞서 달려가던 임건우가 갑자기 넓어진 공간을 느꼈다.그 느낌은 마치 지하수로에서 기어가던 사람이 갑자기 넓은 바다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었다.눈앞은 황망하게 펼쳐져 있었고 먼 곳까지 흐릿하게만 보였다.“여기가... 어딘가?”뒤에서 박철호가 물었다.“이곳은 이차원 공간이야!”당자현이 대답했다.“빨리, 통로의 결점을 찾아봐. 보통 이런 곳에는 에너지 소용돌이가 있는 결점이 있어.”모두들 급히 그 결점을 찾기 시작했다.“여기 있어!”백옥이 외쳤다.입구 결점에 있는 소용돌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거기서 임건우의 딸이 떠 있는 모습이 보였다.빛이 흔들리며 그 모습이 흐릿하게 비췄지만, 분명 그녀였다.“들어가자!”모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