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해와 나건호 둘 모두 어리둥절했다. ‘도지사님이 왜 우리에게 화를 내시는 거지?’ 그들은 동혁에 대한 곽원산의 태도가 의아했지만 별일 아닐 것이라 여겼다. 나건호가 재빨리 말했다. “지사님, 이동혁이 공개적으로 지사님께 선물을 보내고도 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하 시장도 지사님의 명예를 지켜드리려고 부득이하게 극단적인 수단을 쓴 겁니다.” 나건호는 자신의 말을 들고 곽원산이 동혁에 대해 분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지사님께서는 이번 일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H시에 오셨으니 이동혁을 가만 두실리가 없으실 거야.’ “내게 선물을 보냈다고요? 그게 다 당신들 두 사람이 H시에서 죄 없는 사람들을 괴롭혀 내 얼굴에 먹칠을 했기 때문에 두고 볼 수 없어서 그런 거 아닙니까?” 곽원산이 나건호를 노려보며 말했다. “말해보세요. 이번에 H시에서 저 하동해가 대체 당신에게 얼마나 많은 이익을 줬습니까?” 이 말이 나오자. 나건호뿐만 아니라 하동해의 안색이 변했다. ‘그럼 도지사님이 이동혁이 아니라 우리 둘을 처리하려고 오신 거야?’ 나건호는 창백해진 얼굴로 핑계를 생각하며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도지사님, 전 받은 게 없습니다. 그저 제씨와 이씨 가문에서 찾아와 하동해를 시장으로 임명하라고 했습니다. 지사님께서 이곳 명문가들과 관계를 잘 맺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제가 승낙한 거고요.” 나건호는 조심스럽게 곽원산의 눈치를 살폈지만 상대방의 얼굴에는 냉소가 가득했다. 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다. ‘난 이제 끝이야.’ “나 부장, 당신 누굴 바보로 알아?” 곽원산이 냉정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당신이 두 명문가와 결탁하여 이 전신을 모함한 것이 모두 나를 위해서였단 말입니까?” ‘이 전신은 또 모야?’ 나건호는 어리둥절했고 당황하여 몸을 부들부들 덜며 말했다. “지사님, 제가 아무리 간이 부었어도 어떻게 감히 이 전신을 모함할 수 있겠어요? 두 명문 가는 단지 이동혁을 상대하라고만 했습니다.”여기까지 말한 나건호가 갑자기
나건호는 동혁의 발밑에 무릎을 꿇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친 듯이 머리를 바닥에 박았고 몇 번 만에 이마에서 피가 흘렀다. 그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 지금 자신이 무슨 변명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자신의 운명이 모두 동혁의 말 한마디에 달려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이 선생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씨와 이씨 두 가문이 제게 선생님의 가족을 공격하라고 했습니다. 만약 제가 선생님께서 이 전신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동해 역시 나건호를 따라 동혁 앞에 무릎을 꿇고 다리를 붙잡으며 울부짖었다. 아까까지 H시에서 군림하던 시장이 지금 개처럼 바닥에서 기면서 미친 듯이 애원했다. 퍽! 동혁은 역겨워하며 발로 그를 걷어찼다. 그러나 하동해가 일어나 다시 미친개처럼 달려들었다. “이 선생님, 용서해 주십시오. 제 아들도 선생님에 의해 위층에서 떨어져 지금도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습니다. 저도 나름 대가를 치르지 않았습니까?” 퍽! 동혁은 다시 그를 차버리고 냉소했다. “마치 꼭 내가 당신에게 빚진 것처럼 말하네요. 그거 압니까? 내가 만약 한 발 늦게 그곳에 갔더라면 지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내 아내였을 겁니다.” “그럼 이 시장직만 유지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앞으로 선생님의 말씀이라면 제가 물불을 가리지 않겠습니다.” 하동해가 울부짖으며 동혁에게 매달리려고 했다. 그때 곽원산이 냉정하게 말했다. “지금 네놈이 아직 시장직을 가지고 조건을 제시할 면목이 있어? 이제부터 당신은 H시 시장이 아니야. 밖에 누구 있습니까?” “예, 지사님.” 곽원산의 부하 직원들이 들어왔다. 곽원산이 나건호와 하동해를 가리켰다. “이 두 사람을 즉시 보직에서 해임하고 끌고 가서 조사하세요. 대충 하지 말고 아주 철저히 해요.”곽원산은 나건호와 하동해 두 사람에게 관용을 베풀 생각이 없었다. 나건호와 하동해는 완전히 절망했다. “왜 내가 쓸데없이 나서서 제씨와 이씨 가문에게 빌붙었지?
시청 앞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어리둥절해졌다. 이미 잡혀간 동혁이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거들먹거리며 시청에서 걸어 나올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반면 시장인 하동해가 붙잡히게 되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갑을 찬 채 풀이 죽은 채로 경찰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더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이동혁의 곁에서 왜 N도 도지사인 곽원산이 저렇게 함께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거지?” “도대체 왜? 곽 도지사께서 H시에 와서 이동혁을 처벌하는 게 아니라 하동해 시장을 붙잡은 거야?” “혹시 이동혁이 부동산과 자동차를 선물로 준 게 효과가 있었다는 건가? 도지사가 정말 그걸 받은 거라고?” 사람들은 실망했고 이 상황을 아무리 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전에 그들은 동혁이 공개적으로 곽원산에게 선물을 보냈다는 말을 듣고는 바보같이 자기 무덤을 팠다고 비웃었었다. 그런데 동혁이 선물을 준 것이 정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선물로 자신의 목숨을 구하고 하동해 시장까지 처리하다니.’ 곽원산은 직접 동혁을 시청에서 배웅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전용차를 사용해 그를 집으로 돌려보내려 했다. 사람들은 동혁의 진짜 신분을 몰랐다. 그래서 동혁에 대한 곽원산의 태도를 보고 곽원산이 뇌물을 좋아한다는 것을 조금도 부끄럽지 않게 여긴다고 생각했다. ‘그 높으신 한 도의 도지사 양반이 이동혁의 선물을 받았다고 이렇게 대우할 줄이야.’ “전신님, 이번 일은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제 부하 직원인 나건호가 이렇게 부패했을 줄 몰랐습니다. 아까 전에 심문실에서 그놈이 설명한 것을 들었는데 제씨와 이씨 가문이 진 회장님의 회사를 빼앗으려고 하는 거 같더군요. 제가 이번에 기회를 봐서 그 두 가문을 혼 좀 내줄까요?” 동혁을 차에 태우기 전에 곽원산은 그에게 사과를 하고 자신이 도와 일을 처리해 주겠다며 저자세를 보였다. 그 대단한 이 전신이 자신의 아랫사람들에게 잡혀서 고문까지 당하면서 자백을 강요받은 일
“이 선생님, 제게 제발 기회를 주세요. 흑흑...” 왕양건이 강제로 끌려갔다. 조동래도 함께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 그 후 동혁은 천천히 저택 안으로 걸어갔다. “세화야, 제발 그냥 얌전히 네 주식을 제씨 가문에 넘겨. 더 이상 이렇게 제원화와 맞서지 말고. 그놈은 모질고 악랄해서 넌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어.” 제한영이 와서 세화에게 주식을 넘기라며 강권하고 있었다. 제태휘 등은 고소해하며 옆에 서서 그 모습을 구경했다. 세화는 벌겋게 부어오른 눈을 하고 소파에 앉아있었다. “지분이야 제씨 가문에 맡겨도 되지만, 우선 동혁 씨를 놓아주겠다고 약속해야 해요.” “아휴, 지금 네가 조건을 걸 자격이 있어?” 제한영이 한숨을 쉬었다. “만약 그 바보 놈이 네가 제원화와 맞서게 꼬드기지만 않았어도 네가 이 지경까지 몰리지도 않았을 거야. 좀 더 일찍 회사를 넘겼을 거고 제씨 가문의 중용돼서 상황이 더 좋았을 거라고.” “감정이 다 상한 지금에 와서 네가 주식을 양도해도 제원화는 네게 감사하지도 않을 거야.” 어쨌든 세화는 제한영, 자신의 친손녀였다. 세화 가족의 상황이 이 지경까지 몰린 것을 보고 제한영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그러나 동혁에 대해서는 여전히 진심으로 미워하고 있었다. “만약 동혁 씨를 건드리겠다면 전 차라리 제 주식을 공짜로 다른 사람에게 기부할 망정 제원화에게는 절대로 줄 수 없어요. 저도 이판사판이에요.” 세화가 단호하게 말했다. 제한영이 말했다. “세화야, 지금 제원화가 동혁이를 그냥 둘지 말지가 문제가 아니야.” “그놈이 뜻밖에 도지사께 공개적으로 선물을 보내는 어리석은 일을 저질렀어. 그 일로 도지사께서 진노하셔서 직접 H시에 오셨고. 이번에는 아무도 그놈을 구할 수 없어.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판 거야.” 이 말을 듣고 세화 역시 절망했다. “흑흑, 동혁 씨, 왜 일을 하기 전에 나와 상의조차 하지 않은 거야?” 세화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었다. 그녀의 눈물이 미친 듯이 흘러 손가락 사
“여보, 걱정 안 해도 돼. 그 두 가문도 곧 엄청난 대가를 치를 테니까.” 동혁은 곽원산이 두 가문을 혼내주겠다고 한 일을 다시 이야기해 주었다. 그 말을 들은 온 가족이 놀랐다. ‘도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이지?’ ‘동혁이가 공개적으로 곽 도지사에게 선물을 보냈는데 뜻밖에도 동혁이의 죄를 묻지 않고 오히려 두 가문을 혼낸다고?’ “곽 도지사의 부하 직원들이 이유 없이 제게 누명을 씌웠잖아요. 그래서 아마 저에게 인정을 베푼 거겠죠.” 동혁은 간단히 설명하고 선우설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우 사장, 지금 외부 소문이 어때?” [예, 회장님. 모두 곽원산이 회장님께 큰 선물을 받고서 회장님을 위해 일을 처리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많은 사람들이 곽원산에게 줄을 대기 위해 선물을 보내거나 만려고 해요. 비교적 신중한 사람들은 그룹 직원들에게 연락해서 곽원산이 우리를 도와준 것이 정말 선물을 받아서인지 확인 요청을 했어요.] 동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인정도 부인도 하지 말고 그냥 둬. 그러나 알아서 자기 무덤을 파게 될 테니.” [하지만 회장님 그렇게 하면 곽 도지사의 평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선우설리는 혹시라도 곽원산의 불만이 커질까 봐 걱정했다. “괜찮을 거야. 그의 직원들은 내게 누명을 씌워서 고문까지 했는데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동혁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도 명색이 도지사인데 이런 일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겠어?’ 전화를 끊은 동혁은 세화에게 말했다. “여보, 앞으로 좋은 구경거리가 생길 거야. 그 멍청이들이 내가 죽을 거라며 비웃었었지? 대체 누가 죽는지 한번 봐봐.” 청운각. 제원화와 이심은 시청의 소식을 받았다.두 사람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젠장, 곽원산이 원래 이렇게 탐욕스러운 인간이었나? 부동산과 차를 그렇게 공개적으로 아무렇지 않게 받는다고?” 기뻐도 내색 하나 드러내지 않던 제원화가 이번에는 화가 나서 거칠게 욕을 하며 앞에 있던
‘5개 그룹의 자산이 1000억뿐이겠어?’ ‘1조는 족히 넘지.’ 이심은 매우 흥분했다. 곽원산이 공개적으로 선물을 받은 이상 그들도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었다. 바로 계열사 사장을 시켜 곽원산을 만나보라고 지시했다. 한편 곽원산은 한 무리의 사람들과 함께 한 제철소를 둘러보고 있었다. 동혁이 신분 노출을 꺼려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만약 동혁 때문에 일부러 H시에 왔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의 의심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H시에 온 핑계를 만들기 위해 명목상 제철소에 답사를 하러 왔다. 공장을 둘러본 후 곽원산은 공장 식당에 가서 간단히 식사를 했다. 바로 그때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들어와서 그와의 면담을 청했다. “무슨 일인가요?” 곽원산은 식사를 하며 물었다. 한 중년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도지사님, 전 화옥주식회사 사장으로 있는 장정진이라고 합니다. 도지사님께서 저희 H시 시민들에게 항상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는 뜻으로 제가 보잘것없는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그는 가지고 있던 계약서 몇 장을 건네주었다. 일부 지분에 대한 양도서였다. “아? 화옥주식회사, 장 사장님이요? 제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곽원산은 계약서를 받아 잠깐 살펴보고는 한쪽에 두었다. 이어서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다른 분들은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나요?” 곽원산이 주식 양도서를 받은 것을 보고 보고 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크게 기뻐했다. “도지사님, 전 미래주식회사의 나현범 사장입니다. 이건 저희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저희는 하나그룹인데...” 사람들이 하나둘씩 관원산에게 선물을 건넸다. 한 남녀가 그 모습을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여자의 이름은 양수경,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다. 이름만 들어도 투자회사의 소유주가 제원화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이번에 H시에 진출하기 위해 특별히 설립한 회사인데 제원화, 안우평, 유진세 등이 공동으로 출자했다. 남자의 이름은 이천성, 이심의 조카이자 N도 이씨 가문
꽝! 곽원산이 테이블을 내려치자 큰 소리가 나며 식당 전체를 진동시켰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서 긴장된 가슴을 부여잡고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한 도를 책임지는 최고 권력자 도지사인 곽원산 늘 냉정하면서도 침착하지만 일단 화를 내면 걷잡을 수 없었다. 그에게서 엄청난 압력이 느껴졌다. 이천성과 양수경도 어리둥절했다. ‘뭐야? 왜 그러는데? 방금 전 도지사도 좋다고 선물을 받지 않았어? 갑자기 왜 화를 내지?’ 이천성은 당황해 이마에서 땀이 흐르고 입이 말랐다. 그는 쭈뼛대며 말했다. “도지사님, 저희가 드린 선물은 단순히 도지사님의 수고에 대한 감사의 뜻이었습니다. 다른 의도는 전혀 없어요. 5개 그룹과 이동혁에 대한 조사는 내키지 않으시면 하지 안 하셔도 됩니다.” “맞아요. 괜찮아요.” 양수경은 몸을 떨며 맞장구쳤다. 두 사람은 몸 둘 바를 몰라 어떻게든 서둘러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도지사의 위엄에 압도되어 그들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괜찮다고? 하지만 전 괜찮지가 않은데요?” 곽원산은 두 사람을 그대로 놓아줄 기색이 없었고 더 화를 내며 말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선물을 주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버젓이 몇 개의 그룹을 조사해 달라고 청탁을 하다니.” “당신들이 그 그룹들과 무슨 원한이 있는데 나한테 이러는 겁니까? 거기다 나를 이용해 사람까지 죽이려고 하는 거예요? 대체 저 곽원산을 뭘로 보는 겁니까?” 앞에 있던 이천성과 양수경은 너무 놀라고 당황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한 부탁에 곽원산이 노여워하자 어쩔 줄 몰랐다. 곽원산은 이어서 선물을 준 사람들을 차갑게 노려보고 크게 화를 냈다. “당신들도 다 똑같아요. 하나같이 법을 무시하다니. 이렇게 공개적으로 선물을 주러 오는 건 다 누구한테 배운 겁니까?” “하나같이 의도가 좋지 않고 뭔가 바라는 게 있는가 본데. 내가 보기에 당신들이야말로 잡아서 조사하고 엄중히 처리해서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말을 들은 선
“H시 경찰서에 연락해서 오늘 내게 선물을 준 사람들을 잡아 검찰청에 넘기라고 하세요. 모두 법에 따라 처리하라고요.” 곽원산은 냉정하게 손사래를 쳤다. 현장은 갑자기 애원하는 소리로 가득 찼다. “도지사님,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저흰 모두 이동혁, 그 개X식 때문에 오해한 겁니다.” “맞아요. 잡으시려면 그놈부터 잡아야 합니다. 저희가 먼저가 아니에요.” 그들이 아무리 용서를 빌어도 곽원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잡혀 끌려가는 일을 피할 수 없게 된 장정진 등은 절망한 채 동혁을 욕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이동혁을 따라한 것뿐인데.’ ‘가만히 있을걸, 괜히 나서서 이게 뭐야.’ ‘이동혁처럼 돈을 써서 곽원산과 연을 맺으려고 한 것인데 내 발등을 찍게 되었구나.’ 그러나 지금. 가장 괴로운 사람은 이천성과 양수경이었다. 두 사람은 누구보다 동혁을 가장 증오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1000억을 가지고 곽원산의 손을 빌려 동혁을 죽이려고 했다. 그런데 동혁에게 일이 생기기는커녕 오히려 자기들이 걸려서 문제를 겪게 되었다. 두 사람은 화가 너무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무엇보다 화가 나는 건 곽원산이 자신들과 관련해서는 더 특별히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곽원산은 이천성과 양수경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들 두 사람, 원화투자회사와 리성그룹 계열사에서 왔다고 했나요? 다른 기업에 악의적인 보복을 하려 한 그 두 회사도 엄중히 조사하세요.” 이천성과 양수경은 충격으로 어지러워 하마터면 그대로 쓰러질 뻔했다. 그들은 혹 떼러 왔다가 혹을 붙이게 됐다. 자신들이 붙잡혔을 뿐만 아니라 덩달아 두 회사도 화를 입게 되었다. 이천성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도지사님, 저는 이씨 가문 사람...”그러나 말을 하다 끊겼다. “당신이 이씨 가문이든 김씨 가문이든 아무 상관없어요.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곽원산은 자신에게 선물을 주려고 온사람들에게 변명할 틈도 주지 않고 돌아서서 떠났고, 식당 안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
“시연아!”조카딸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자,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던 우대평이 놀라 울부짖었다.그리고 탁자를 치고 일어나서 찢어질 듯한 시선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어디서 온 나쁜 놈이 감히 우리 H시 상공회의소에서 건방지게 굴어!”“여보, 아파?”동혁은 우대평을 보지도 않은 채 세화의 손을 잡고 애틋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볼을 만지면서 바닥에 뻗은 우시연을 본 세화는, 맞은 얼굴이 덜 아픈 것처럼 느껴졌다.동혁이 자신을 무시하자, 화가 난 우대평은 이를 악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여보? 이 나쁜 새끼, 바로 진세화의 폐물 데릴사위 남편 이동혁이야?”“늙은이, 너는 또 뭐야?”동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우대평을 바라보았다.우대평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우시연을 부축하던 나건성이 바로 고함을 쳤다.“건방지게! 이 분은 우리 H시상공회의소의 우 회장님이셔! 감히 회장님에게 불경을 저지르다니!”“우 회장이라, 당신이 우대평이야?”우시연을 힐끗 본 동혁이 큰 소리로 물었다.“저 천한 년도 성이 우씨던데, 당신 사생아야?”“이동혁, 너 건방지게!”분노한 나건성이 고함을 쳤다.“시연 양은 우리 회장님의 조카딸이야! 정직하고 덕망이 높으신 우리 회장님을 네가 이렇게 중상모략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어!”“빨리 회장님께 잘못을 빌지 못해!”“아, 내가 착각한 모양이네.”동혁은 고개를 끄덕이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던 우대평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다. 자신의 신분을 알았으니 동혁이 복종할 걸로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저 천한 년이 무지막지하게 날뛰면서 설치길래, 나는 집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로 생각했지. 바깥에 대놓고 내놓을 수 없는 사생라서 그런 줄 알았지.”“누가 가르친 모양이네... 그런데 어떻게 저따위로 가르쳤지?”동혁의 조롱하는 눈빛이 우대평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위로 떨어졌다.“피식!”세화는 바로 웃음이 나왔지만 얼른 입을 막았다.우시연에게 맞은 뺨이
“죄송합니다, 회장님. 저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옳고 그름을 견지할 뿐입니다.”“이 세상을 비록 흑백 논리로 구분할 수 없다고 해도, 때로는 무조건 옳거나 틀린 경우도 있으니까요!”세화는 변함없이 우대평을 존중했지만 그 말투는 단호했다.우대평은 마치 발작할 듯한 기세로 코웃음을 쳤다.바로 그때, 안경을 쓴 여자가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뛰어들었다.“큰아버지, 제 화를 좀 풀어주세요!”“큰아버지, 그 이동혁이라는 폐물 데릴사위가 얼마나 날뛰는지 아세요?” “제가 그자를 자원봉사자에서 제명했을 때, 그 인간이 뜻밖에도 저를 위협했어요. 오늘이 제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로 있는 마지막 날이 될 거라고요!”“그 인간은 큰아버지를 정말 우습게 여기는 거예요. 정말 화가 나 미치겠어요!”여자는 세화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우대평의 앞에 와서 눈노를 쏟아냈다.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앞서 동혁을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했던 우시연이다.스타공익재단은 H시상공회의소가 출자해서 설립한 재단으로, 당연히 큰아버지 우대평 덕분에 우시연이 책임자가 될 수 있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우대평의 눈에서 노기를 드러냈다.“이동혁이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제가 큰아버지를 왜 속이겠어요! 그렇게 많은 자원봉사자 앞에서 저를 아주 우습게 여겼어요.” “큰아버지가 저를 도와주시지 않으면, 이 분노를 해소할 수 없을 거예요!”우대평의 옷자락을 붙잡고 하소연하던 우시연은, 문득 고개를 돌려 세화를 보고는 잠시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어, 저 사람은 누구에요, 큰아버지?”세화를 처음 봤지만 우시연의 마음속에서는 질투가 일었다.‘이 여자 너무 예쁜데.’ 세화의 온몸에 넘치는 자신감과, 속세를 벗어난 듯한 고귀한 기질에 우시연은 열등감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시연아, 저 여자는 바로 그 폐물 이동혁의 아내이자 혜성그룹의 회장인 진세화 씨야.”나건성이 마치 환심이라도 사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우시연이 줄곧 큰아버지 우대평의 총애를 받고 있기에
나건성은 세화에게 전혀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압적인 태도가 계속 이어지자, 곧 세화는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우대평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면서 세화가 말했다.“회장님, 상공회의소에 끼친 손실에 대해서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우대평은 가만히 앉은 채 가타부타 태도를 표명하지 않았다.나건성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회장님, 이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사과를 해도 소용없습니다.” “지금 리성투자회사에서는 당신의 남편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당신의 남편은 무법천지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스타공익재단을 통해서 원화투자회사로 연락하여 사과하라고 했습니다만 당신의 남편은 거절하고 항난그룹을 찾았습니다.”“더군다나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허, 정말 우리 H시상공회의소를 안중에도 두지 않다니.”“당신의 남편은 회원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 해도, 진 회장 당신은 다릅니다.” “당신은 우리 H시 상공회의소의 정식 회원입니다. 솔선수범해서 회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이 말에 세화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H시상공회의소 회원이 확실하기에.앞서 H시상공회의소에서 찾아와서 입회 서류를 작성하게 했다.원래 세화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비즈니스계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늘 온갖 협회와 단체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입회 서류 한 장 때문에 H시상공회의소에서 자신에게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지게 된 것이다.“H시상공회의소에서 제게 뭘 요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세화는 염치불구하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나건성이 간단하게 대답했다.“아주 간단합니다. 남편분이 천용훈 씨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도록 진 회장님이 나서서 얘기하시면 됩니다!”세화가 우대평을 힐끗 쳐다봤지만, 우대평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무표정한 얼굴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진 회장님, 이런 작은 일에 뭘 망설입니까? 되든 안 되든 말을 해야지요!”
‘사해상공회의소의 욕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S시 재계의 거두가 되려고 할 뿐만 아니라, 지금은 또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다른 도시들의 상공회의소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그러나 이것은 동혁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그래, 알았어.”전화를 끊은 동혁은 바로 선우설리가 보낸 주소로 달려갔다.H시상공회의소의 사무실은 다이너스티호텔에 있다.6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업무뿐만 아니라 접대와 회의에도 편리했다.세화는 동혁보다 조금 먼저 도착했다.직원의 안내로 회장실로 오자, 검은색 가죽 소파에는 우대평 회장이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후배 진세화가 우 회장님을 뵙습니다.”앞으로 나온 세화가 공손하게 후배로서의 예를 취했다. 이 덕망이 높은 선배에 대해서 세화는 줄곧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60이 다 된 우대평의 귀밑머리는 벌써 반백인 상태였다.우대평이 허허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진 회장,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나는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입니다.” “두 회사를 지휘하는 진 회장에 비하면, 그저 좀 일찍 태어난 정도의 경력밖에 없어요.”“그리고 그 당시 내가 창업을 시작했을 때, 진씨 가문에서는 할머님이 이미 진성그룹을 세우셨지요.”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 분의 인도를 받은 사람들이 많아요. 지금은 각지에 흩어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공을 세워 이름을 날렸고, 거부가 되기도 했어요.”“그런데 지금의 진성그룹은, 아이고,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요...”그렇게 말하면서도, 우대평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파에 앉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세화는 진성그룹의 지금 모습을 떠올리면서 마음속으로도 한숨을 내쉬었다.‘그 당시 진성그룹이 할머니 수중에 있었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지금은 전혀 존재감이 없어.’세화 일가를 제외하고는 진씨 가문 사람들 모두 성을 바꿔서, 조상마저 잊었다는 오명을 쓴 채 웃음거리로 전락했다.그러나 세화는 최근 제씨 집안에서, 할머니 제원화로 빚어진 각종 문제들을 청산하고 있는 것
우시연은 믿는 구석이 있기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스타공익재단에서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어서, 우시연이 자원봉사자로 뽑지 않겠다고 하면 자원봉사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좋은 일을 하는데 너희 동의가 필요하다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자원봉사자들은 모두 분개했고, 몇몇 여성 자원봉사자들은 곧 울음이 터질 듯했다.그들 모두 대학생으로 현실은 어둡고 오싹하기만 했다.“나를 제명하겠다는 거지? 내가 가면 되겠네.”바로 그때 불쑥 말을 내뱉은 동혁이 레드 재킷을 벗으면서 그 여학생들을 위로했다.“모두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안 돼요. 우리가 자원봉사를 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잖아요.”“걱정 말아요, 나중에 내가 모두를 위해서 공정한 도리를 되찾아 줄 테니까요. “모두가 열심히 땀을 흘렸는데 또 눈물까지 흘리게 할 수는 없지요!”수위 변동이 긴급했기에, 동혁은 이 일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떠나게 되거나 구조가 지체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잠시 화를 참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레드 재킷을 우시연의 옆에 있는 직원에게 던진 동혁이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우시연,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맞지? 기억해 두겠어.”“내가 한마디 충고하지. 내가 간 후에 너는 절대 이 자원봉사자들을 난처하게 해선 안 돼. 자신의 앞날이 걸린 문제니까 잘 생각해.”“오늘이 네가 스타공익재단 책임자를 맡은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야!”말을 마친 동혁은 돌아서서 바로 가버렸다.“흥, 항난그룹 회장 아주 대단해?”“우리 큰아버지 우대평에 비하면 너는 X도 아니야! 발톱의 때도 안 되는 주제에!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동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우시연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조롱했다.동혁은 상대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밤을 새운 데다가 또 반나절 동안 구조에 참여했기에, 피곤해서 좀 쉴 생각이었다.그러나 집에 돌아오자마자 장모가 동혁을 붙잡고 면전에서 퍼부어댔다.“이동혁, 이 나쁜 놈! 괜찮다고 해놓고서 왜 또 그 천용훈
장가연의 말을 듣자, 동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장가연과 H시상공회의소는 리성투자회사의 흉악한 속셈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어.’‘소위 법적 절차를 밟는다는 건 말짱 헛소리야.’‘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에, 리성투자회사에서 소송을 한다 해도 절대 이길 수 없어.’‘만약 내가 압력에 못 이겨서 정말로 사과를 한다면, 평생 그 누명을 안고 가야 해.’‘더군다나 상대방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한 건, 나를 마음껏 모욕하겠다는 수작에 지나지 않아.’동혁은 확신했다.‘일단 내가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사건이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시작되는 거야!’“투자회사의 뜻? 장가연 씨, 당신이 투자회사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사장인 내가 잠시 떠나 있을 뿐입니다.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요!”장가연이 자신의 사과를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상 동혁도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때로는 양보할수록 더 욕심을 내는 법이지.’[이동혁, 당신!]동혁의 태도가 이렇게 강경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장가연은 화를 참지 못하고 식식거렸다.“어차피 나는 절대 사과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요. 나는 또 구조 작업에 가야 합니다.”동혁도 장가연이 화가 나든 말든 전화를 끊어버렸다.“당신이 이동혁 씨입니까?”몇 분 후 동혁 등 구조대원들은 계속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갑자기 레드 재킷을 입은 사람들이 바로 동혁을 찾으며 다가왔다. 기세등등한 태도에 눈빛도 곱지 않았다.“내가 바로 이동혁입니다. 왜요?”동혁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선두에 선 젊은 여자가 안경을 고쳐 세우고는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나는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우시연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우리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되었음을 알립니다!”이 말을 듣고 멍해진 주변의 구조대원들이 곧 우시연을 에워쌌다.“왜 이동혁 씨를 제명하는 겁니까?” “이동혁 씨는 우리 자원봉사자들 중에서도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데요!” “더럽고 피곤한 것도 전혀 마다하지 않았어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