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혁은 웃으며 제원화를 도발하듯 흘끗 쳐다보기도 했다. 세화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동혁의 말을 듣고 제원화의 진짜 속셈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마터면 정말 제씨 가문의 사람으로 성을 바꾸겠다고 약속할뻔했어. 그러면 내 소유의 회사는 제씨 가문 사람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겠지?’ ‘진씨 가문 사람들을 보고서도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모두 세화의 바보 남편으로 알고 있던 동혁이 이렇게 통찰력이 있는 줄 몰랐다. ‘이놈 정말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쓸모없는 바보 맞아?’ 놀란 제원화의 눈꺼풀이 흔들렸다. 그는 동혁이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계획을 폭로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우리 손녀사위가 오해했군. 우리 제씨 가문은 사람의 도리를 아는 가문이야. 그런 악랄한 속셈은 없어.” 제원화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진심으로 세화를 아껴서, 세화가 제씨 가문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거야.” 동혁이 눈썹을 추켜올렸다. ‘제원화, 아주 속이 깊은 늙은 여우구만.’ ‘어쩐지 수작을 부려, 장인어른을 놀라게 하더라니.’ ‘하지만.’ ‘이런 사람을 상대하는 데는 또 나만의 방식이 있지.’ “외종할아버지의 말이 사실이길 바래요. 뭐, 상관은 없어요. 어차피 누가 제 아내 뒤통수를 손으로 때리면 제가 그 손을 부러뜨릴 것이고 목을 치려고 하면 제가 먼저 상대 목을 비틀어 버리면 그만이에요.” “설령 명문가라 할지라도 패가망신하게 하면 되죠.” 동혁은 웃으며 말했지만, 그 의미는 살벌했다. 그가 제원화를 염두에 두고 말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 수 있었다. ‘저 바보가 계속 제원화를 두고 도발을 하네.’ ‘너무 간이 부은 거 아니야?’ 제원화는 동혁을 힐끗 쳐다보고는 갑자기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제 조카손녀사위의 말이 맞아요. 전 당신들 중에 예전에 세화와 부딪혔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저 제원화가 분명히 말하죠. 세화는 저희 제씨 가문의 가족입니다. 만약
연회가 시작된 후. 많은 사람들이 와서 진창하에게 술을 권하고 아첨하는 말을 했다. 그리고 예외 없이. 화제는 모두 세화에게로 옮겨졌다. 진창하는 평소에 가끔 술 한 잔 정도만 마시며 양을 조절했었다. 하지만 오늘 그는 술을 거절하지 않았다. 아무도 술을 권하지 않을 대는 오히려 스스로 잔을 기울였다. 눈물을 흘리면서 자작을 했다. “여보, 놀라게 왜 그래?” 류혜진이 그를 붙잡았다. “불행을 그저 슬퍼할 뿐 화가 나도 어찌할 수 도 없고...” 진창하는 쉰 목소리로 슬프게 말했다. 함께 있던 하객들은 모두 뜬금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화의 가족들은 진창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가족들이 제원화에게 하인처럼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쫓겨났으니.’ ‘아들로서 면목이 없겠지.’ 진창하는 아들로서 제한영의 무정을 깊이 원망하며 슬픔에 잠겼다. 이어서. 온 식구도 답답함에 속이 꽉 막혔다. 맛있는 음식을 입에 넣었지만 맛은 고무를 씹는 것 같았다. 그간 진씨 가문의 괴롭힘을 당한 세화도. 가족들이 그렇게 당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마음만 조금 아파왔다. “불쌍해도 어쩔 수 없지, 다 자기들이 초래한 거니까.” 동혁은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 동혁의 말 한마디면 진씨 가문은 쉽게 명문가가 될 수 있었다. 사실 그는 많은 기회를 주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 기회들을 모두 잡지 못했다.오히려 가산을 탕진하고 성 씨를 바꿔 조상을 팔아 많은 사람이라며 욕을 당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명문가가 된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명문가의 개만 되었다.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할 거야?’ 연회가 끝났다. 제원화에게 인사를 하고서 세화 가족은 다이너스티호텔을 나섰다. 동혁은 이미 마리와 함께 옷을 사러 가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세화 등과 입구에서 헤어졌다. 태성그룹의 쇼핑센터가 다이너스티호텔 근처에 있어서 걸어서 가기로 했다. “양아빠, 이따가 마리 인형
정장 차림의 사내들의 체구는 건장했다. 한눈에 봐도 전문 보안 회사에서 훈련시킨 경호원들이다. 거기에 얼굴은 거칠고 험하게 생겼다. 그래서 사람들은 위압감을 더 크게 느꼈다. “VIP께서 쇼핑하신다고 이 태성쇼핑센터를 전세 냈으니 당장 떠나 주세요.” 경호원들은 거만한 태도로 사람들은 무시했다. 그들은 큰소리로 손님들에게 즉시 떠나라고 소리쳤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쇼핑센터에 범죄자가 잠입했거나 화재 같은 긴급한 사건이 발생한 줄 알 정도였다. VIP가 쇼핑을 한다고 자신들 모두를 쫓아낼 줄은 몰랐다. 쇼핑을 하던 고객들은 화를 터뜨리며 잇달아 불만을 제기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밥을 절반밖에 먹지 못한 손님들의 불만이 가장 컸다. “당신들이 밥을 다 안 먹은 게 뭐가 그리 대수라고. VIP께서 지불한 돈으로 당신들에게 보상도 해주겠다는데 대체 뭐가 문제입니까?” 경호원들이 여전히 거만하게 말했다. 이런 태도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화가 났다. “우리가 그까짓 밥값도 못 낼 정도로 가난한 줄 알아? 대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이 왔다고 이 난리야? 이거 너무 막무가내잖아. 돈이면 다냐고?” 성질이 급하고 사나운 남자 손님이 화가 나 소리쳤다. “하, 이 손님 아직도 이해를 못 하시네.” 경호원은 소리친 남자 앞으로 다가와 때리지는 않고 그저 손가락으로 코를 가리켰다. “VIP께서 그래도 예의가 있어서 손님들에게 손대지 말라고 우리에게 신신당부하신걸 다행인 줄 알아. 평소라면 우리 VIP를 얼마나 대단하냐며 욕하는 당신 같은 사람에게 내가 뺨을 벌써 한 대 쳤을 테니까.” 이 말을 들고 사람들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기가 쇼핑을 한다고 다른 사람들을 모두 밖으로 내쫓는데.’ ‘이게 지금 예의가 있다고?’ “내가 욕하면 뭐가 어때서. 젠장, VIP 개X식!” 남자 손님은 겁도 없이 대뜸 욕설을 퍼부었다. “지금 당신이 욕하는 그 VIP가 누군지 알아? 명문가 제씨 가문의 설희 아가씨야.” 경호원이 음흉하게 웃으며 말
동혁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했다. 그러나 모두들 입을 다물고 조용히 밖으로 나가는 순간 동혁의 말을 듣게 되었다. 순간. 쇼핑센터의 많은 손님들이 놀라며 동혁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누구지?’ ‘감히 제씨 가문 아가씨에게 H시에서 꺼지라고 하다니. 여기서 돈 자랑하지 말라고?’ “아저씨, 조심해요. 그렇게 함부로 말하다 큰일 나면 어쩌려고요? 명문가 제씨 가문의 아가씨예요. 이 경호원들의 얼굴 좀 봐요. 그 아가씨가 성질이 또 얼마나 나쁘겠어요?” “맞아요.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게 상책이에요. 우리는 그저 평범한 시민이니 괜히 건드려서 좋을 게 없어요.” “그냥 빨리 애 데리고 나가자고요.” 많은 사람들이 동혁을 설득했다. 비록 동혁의 말로 속이 다 시원했지만 그들은 동혁이 괜히 제설희의 경호원들과 충돌할까 봐 더 걱정했다. ‘평범한 시민이라.’ ‘어떻게 제설희 같은 사람을 건드릴 수 있냐고?’ 동혁은 웃으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다들 그냥 태성쇼핑센터에 계세요. 옷도 사실 분은 계속 옷을 사시고, 밥을 드실 분들은 계속 밥을 드셔도 돼요.” 동혁은 이 말을 하고는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경호원들에게 다시 말했다. “제설희에게 꺼지라고 해요. 여기는 돈 자랑하는 곳이 아니니까.” “당신이 누구라고 감히 우리 아가씨를 내쫓는 거지? 지금 이게 얼마나 무례한 짓인지 알고는 있어?” 경호원이 동혁을 노려보며 거만하게 말했다. “나요? 난 오늘 당신들 아가씨 뺨을 때린 사람이에요. 제설희에게 가서 말하면 내가 누군지 알 거예요.” 동혁은 가볍게 한마디 하고는 마리를 불렀다. “마리야 이라와 봐. 이 양아빠가 계속 인형을 뽑아서 네게 줄게.” “아빠, 저 곰돌이 좀 잡아주세요.” 마리는 귀여운 곰돌이 인형들을 가리켰다. 다른 손님들은 동혁이 아무렇지도 않게 어린 소녀에게 인형을 뽑아주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이 사람 대체 누구야?’ ‘자기가 오늘 제씨 가문 아가씨 뺨을 때렸다고?’ 다들 동혁
“당연하지!” 바닥에 쓰러진 경호원은 화가 나서 고함을 지르며 손을 떼었고, 그의 뺨에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다른 경호원들은 놀라서 동혁이 만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쳐!” 경성철이 손짓을 하자 뒤에 있던 경호원들이 모두 동혁에게 몰려갔다. 짝! 짝! 짝! 연달아 몇 차례 손뼉 치는 소리가 났고 그때마다 비명이 터져 나왔다. 동혁에게 달려들었던 경호원들이 줄줄이 쓰러지며 인간 탑을 만들었다. 헉! 이번에는 경성철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동혁은 마치 머리에 뒤에 눈이 달린 것처럼 자신에게 달려드는 경호원들마다 모기 다루듯 손바닥으로 내리쳐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그러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다른 한 손은 인형 뽑기 기계에서 떠나지 않았다. 심지어 지금 또 아기 공룡 인형을 잡아서 뽑았다. ‘말도 안 돼!’ 선두에 선 경성철만 놀란 게 아니라 주변 손님들도 아연실색했다. “와, 양아빠 점점 더 잘 뽑아요.” 마리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이 양아빠는 마법을 부릴 줄 알아서 그래.” 동혁은 웃으며 말했고, 이미 인형 뽑기 기계에 완전히 적응한 상태였다. 그는 시선을 계속 인형 뽑기 기계에 둔 채 말했다. “다 찍었나요? 그럼 제설희에게 보여 주고 당장 꺼지라고 전해요.” 난처하면서 화가 난 경성철의 안색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 바로 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경성철, 너 이 자식 지금 뭐 하고 있어? 쇼핑센터 비우라고 한지가 언제인데 왜 아직 이렇게 사람이 많아? 이 쓸모없는 놈 같으니라고.] 전화로 제설희가 욕을 퍼부었다.화가 너무 난 그녀는 곧바로 폭발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아, 그게 설희 아가씨, 이곳에 조금 문제가 생겨서요.” [무슨 문제? 이런 사소한 일도 제대로 처리 못할 거면 때려치워, 당장!] 경성철은 당황해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 “그게 아가씨, 아까 전 아가씨를 때린 그놈이 아이를 데리고 쇼핑센터에서 인형을 뽑고 있습니다. 그놈이 저희 사람들을 모
[회장님, 태성쇼핑센터는 삼룡그룹의 사장 천원용의 소유이지만 3대 가문이 그간 뒤를 봐주고 있었어요.] [태성쇼핑센터는 수익성이 좋아요. 그래서 3대 가문이 무너지자 천원용 사장은 쇼핑센터를 구매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조력자가 돼줄 사람을 찾고 있어요.] [지금 이씨 가문과 제씨 가문이 서로 인수하려고 하는데 천 회장은 둘 중 한 가문을 선택하면 다른 가문 눈밖에 날까 망설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선우설리는 역시 능력이 대단한 비서였다. 조사할 것도 없이 바로 태성쇼핑센터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언급했다. “그럼 선우 사장, 최원우를 시켜서 천원용에게 연락해 나에게 팔면 내가 그의 조력자가 돼주겠다고 전해.” 동혁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제씨 가문과 이씨 집안이 동시에 태성쇼핑센터를 노리고 있다고?’ ‘그럼 당연히 더 두 가문에게 넘겨줄 수 없지.’ “무슨 조력자 타령이야? 오늘 하느님이 네 조력자라도 널 지켜줄 수 없어.” 경성철은 동혁이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고 계속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빨리 무릎을 꿇고 설희 아가씨가 오시기를 기다려.” 동혁은 시선을 돌려 그를 힐끗 보았다. “꺼져!” 상대의 머릿속까지 울리게 하는 듯한 낮은 음성이었다. 위협을 느낀 경성철은 새파랗게 겁에 질린 채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그는 놀라서 얼떨떨하게 동혁을 쳐다보았다. 다른 손님들은 여전히 동혁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권했다. 제설희가 도착하면 피할 방법이 없다고도 경고했다. “여러분의 호의는 고맙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장담하건대 제설희는 태성쇼핑센터 문턱도 넘을 수 없어요.” “그러니 여러분, 옷 사실 분들은 계속 옷을 사시고 밥 드실 분들은 밥을 드세요.” 동혁은 이 말을 하고서 마리를 앉아서 들었다. “마리야, 이번에는 네가 직접 인형을 뽑아 볼래?” “네, 좋아요. 나 저 꽃게 인형 잡을래요.” 동혁이 또 아무렇지 않게 몸을 돌려 아이와 인형을 뽑는 것을 보고 다른 손님들은 어이가 없었다. ‘이 사람 뭐지? 뭐
“들어가자!” 제설희가 손을 흔들자 모두 기세등등하게 쇼핑센터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막 입구 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그들은 한 무리의 경호원들에게 출입을 제지당했다. 단정하게 정장을 입고 가죽 구두를 신은 한 중년 남자가 다가와 정중히 말했다. “제설희 아가씨 되시죠? 죄송하지만 저희 태성쇼핑센터에는 들어가 실 수 없습니다.” “당신이 뭔데 감히 나를 막는 거지?” 제설희가 바로 화를 터뜨렸다. ‘지금 내 신분을 알면서도 감히 날 들어가지 못하게 막은 거야?’ “저는 천원용 삼룡그룹 사장입니다. 태성쇼핑센터 주주이기도 하지요.” 제설희는 화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오늘 밤 태성쇼핑센터를 전세 내려고 몇 억이나 썼는데, 왜 내가 여길 들어가지 못해?” 주위의 손님들이 모두 놀라서 이 모습을 지켜보았다. ‘정말 제씨 가문의 아가씨였어.’ ‘수 억을 써서 태성쇼핑센터를 전세 냈다는데?’ ‘그런데도 못 들어가게 한다고?’ “그 몇 억, 저희가 아가씨께 다시 배로 돌려드릴 수도 있습니다.” 천원용이 말했다. “내가 지금 그 몇 억 가지고 지금 이러는 거 같아? 내가 원하는 건 내 체면치레야.” “천원용이라고 했지? 난 당신을 알고 있어. 이미 망한 3대 가문의 개 주제에 어딜 감히 나를 막아?” “우리 제씨 가문이 당신의 이 태성쇼핑센터를 인수할까 말까 고민 중이었는데, 내가 당신을 보니 굳이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드네.” 제설희는 천원용의 코에 손가락질을 하며 노발대발 소리쳤다. “내가 보기에 당신 같은 3대 가문의 개는 이제 조력자가 없어진 이상, 다른 사람이 당신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리려 해도 막을 수 없을 걸?” 천원용은 표정이 굳어졌고 말투에서도 정중함이 사라졌다. “설희 아가씨는 저희를 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 같습니다. 태성쇼핑센터를 다른 분께 팔기로 했거든요.” “그분은 태성쇼핑센터를 6000억 원에 인수했을 뿐 아니라 제 조력자가 되어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와! 주변에 있던 손님
“천원용, 네가 일부러 내게 복수하려고 감히 거짓으로 말을 전한 거라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널 끝장 내주마.” 제설희는 천원용의 코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욕을 했다. 천원용은 웃으며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려 주위의 손님들에게 말했다. “고객 여러분 기분을 나쁘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 태성쇼핑센터를 다시 고객님들께 개방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 말씀드리며 앞으로 오늘과 같이 고객님들을 함부로 내쫓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또한 저희 새 소유주께서 오늘 밤부터 사흘간 태성쇼핑센터 모든 음식점에서의 식사는 모두 무료라고 하셨습니다.” 모든 음식점이 무료로 개방되었다. 손님들을 3일 내내 공짜로 먹게 한다면 이미 정말 많은 비용이 들것이다. 그래서 동혁조차 옷가게와 명품 가게의 비용이 무료라고는 감히 말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금세 재정이 악화될 것이다. “우와, 태성쇼핑센터의 새 주인은 정말 시원시원하네.” “대단해. 어떤 사람은 수 억을 써서 자기가 부자라고 과시하고 싶어 하는데, 쇼핑센터의 새 주인은 직접 6000억을 써서 저 여자의 뺨에 한방 날렸잖아.” “그 대단한 신분도 언젠가 사라질 수 있지. 그러니 명문가의 아가씨라면 자고로 사람됨이 좀 더 겸손해야 해.” 구경하던 손님들은 기뻐하며 쇼핑센터 안으로 들어갔다. 음식들이 공짜라서가 아니라 제설희가 이렇게 체면을 구기게 돼서 그들은 기뻤다. ‘그러게 제멋대로 날뛰더라니.’ ‘전에 우리를 함부로 내쫓아냈지?’ ‘아주 쌤통이다.’ 제설희가 천원용이 손님들에게 하는 얘기를 들었다. 그녀의 마스크 아래 얼굴은 이미 화가 나서 일그러져 있었다. ‘내가 수 억을 써 태성쇼핑센터를 전세내서 모든 사람을 쫓아내고 잘 정리하라고 했는데.’ ‘순식간에 누군가가 6000억을 주고 쇼핑센터를 직접 인수했다니.’ ‘그리고 나를 콕 찍어서 나만 들어갈 수 없게 했다고?’ “그래, 오늘 누가 감히 나를 막을 수 있는지 한번 보자고.”제설희는 화가 나서 미친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
“시연아!”조카딸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자,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던 우대평이 놀라 울부짖었다.그리고 탁자를 치고 일어나서 찢어질 듯한 시선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어디서 온 나쁜 놈이 감히 우리 H시 상공회의소에서 건방지게 굴어!”“여보, 아파?”동혁은 우대평을 보지도 않은 채 세화의 손을 잡고 애틋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볼을 만지면서 바닥에 뻗은 우시연을 본 세화는, 맞은 얼굴이 덜 아픈 것처럼 느껴졌다.동혁이 자신을 무시하자, 화가 난 우대평은 이를 악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여보? 이 나쁜 새끼, 바로 진세화의 폐물 데릴사위 남편 이동혁이야?”“늙은이, 너는 또 뭐야?”동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우대평을 바라보았다.우대평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우시연을 부축하던 나건성이 바로 고함을 쳤다.“건방지게! 이 분은 우리 H시상공회의소의 우 회장님이셔! 감히 회장님에게 불경을 저지르다니!”“우 회장이라, 당신이 우대평이야?”우시연을 힐끗 본 동혁이 큰 소리로 물었다.“저 천한 년도 성이 우씨던데, 당신 사생아야?”“이동혁, 너 건방지게!”분노한 나건성이 고함을 쳤다.“시연 양은 우리 회장님의 조카딸이야! 정직하고 덕망이 높으신 우리 회장님을 네가 이렇게 중상모략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어!”“빨리 회장님께 잘못을 빌지 못해!”“아, 내가 착각한 모양이네.”동혁은 고개를 끄덕이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던 우대평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다. 자신의 신분을 알았으니 동혁이 복종할 걸로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저 천한 년이 무지막지하게 날뛰면서 설치길래, 나는 집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로 생각했지. 바깥에 대놓고 내놓을 수 없는 사생라서 그런 줄 알았지.”“누가 가르친 모양이네... 그런데 어떻게 저따위로 가르쳤지?”동혁의 조롱하는 눈빛이 우대평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위로 떨어졌다.“피식!”세화는 바로 웃음이 나왔지만 얼른 입을 막았다.우시연에게 맞은 뺨이
“죄송합니다, 회장님. 저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옳고 그름을 견지할 뿐입니다.”“이 세상을 비록 흑백 논리로 구분할 수 없다고 해도, 때로는 무조건 옳거나 틀린 경우도 있으니까요!”세화는 변함없이 우대평을 존중했지만 그 말투는 단호했다.우대평은 마치 발작할 듯한 기세로 코웃음을 쳤다.바로 그때, 안경을 쓴 여자가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뛰어들었다.“큰아버지, 제 화를 좀 풀어주세요!”“큰아버지, 그 이동혁이라는 폐물 데릴사위가 얼마나 날뛰는지 아세요?” “제가 그자를 자원봉사자에서 제명했을 때, 그 인간이 뜻밖에도 저를 위협했어요. 오늘이 제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로 있는 마지막 날이 될 거라고요!”“그 인간은 큰아버지를 정말 우습게 여기는 거예요. 정말 화가 나 미치겠어요!”여자는 세화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우대평의 앞에 와서 눈노를 쏟아냈다.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앞서 동혁을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했던 우시연이다.스타공익재단은 H시상공회의소가 출자해서 설립한 재단으로, 당연히 큰아버지 우대평 덕분에 우시연이 책임자가 될 수 있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우대평의 눈에서 노기를 드러냈다.“이동혁이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제가 큰아버지를 왜 속이겠어요! 그렇게 많은 자원봉사자 앞에서 저를 아주 우습게 여겼어요.” “큰아버지가 저를 도와주시지 않으면, 이 분노를 해소할 수 없을 거예요!”우대평의 옷자락을 붙잡고 하소연하던 우시연은, 문득 고개를 돌려 세화를 보고는 잠시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어, 저 사람은 누구에요, 큰아버지?”세화를 처음 봤지만 우시연의 마음속에서는 질투가 일었다.‘이 여자 너무 예쁜데.’ 세화의 온몸에 넘치는 자신감과, 속세를 벗어난 듯한 고귀한 기질에 우시연은 열등감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시연아, 저 여자는 바로 그 폐물 이동혁의 아내이자 혜성그룹의 회장인 진세화 씨야.”나건성이 마치 환심이라도 사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우시연이 줄곧 큰아버지 우대평의 총애를 받고 있기에
나건성은 세화에게 전혀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압적인 태도가 계속 이어지자, 곧 세화는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우대평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면서 세화가 말했다.“회장님, 상공회의소에 끼친 손실에 대해서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우대평은 가만히 앉은 채 가타부타 태도를 표명하지 않았다.나건성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회장님, 이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사과를 해도 소용없습니다.” “지금 리성투자회사에서는 당신의 남편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당신의 남편은 무법천지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스타공익재단을 통해서 원화투자회사로 연락하여 사과하라고 했습니다만 당신의 남편은 거절하고 항난그룹을 찾았습니다.”“더군다나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허, 정말 우리 H시상공회의소를 안중에도 두지 않다니.”“당신의 남편은 회원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 해도, 진 회장 당신은 다릅니다.” “당신은 우리 H시 상공회의소의 정식 회원입니다. 솔선수범해서 회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이 말에 세화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H시상공회의소 회원이 확실하기에.앞서 H시상공회의소에서 찾아와서 입회 서류를 작성하게 했다.원래 세화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비즈니스계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늘 온갖 협회와 단체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입회 서류 한 장 때문에 H시상공회의소에서 자신에게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지게 된 것이다.“H시상공회의소에서 제게 뭘 요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세화는 염치불구하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나건성이 간단하게 대답했다.“아주 간단합니다. 남편분이 천용훈 씨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도록 진 회장님이 나서서 얘기하시면 됩니다!”세화가 우대평을 힐끗 쳐다봤지만, 우대평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무표정한 얼굴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진 회장님, 이런 작은 일에 뭘 망설입니까? 되든 안 되든 말을 해야지요!”
‘사해상공회의소의 욕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S시 재계의 거두가 되려고 할 뿐만 아니라, 지금은 또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다른 도시들의 상공회의소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그러나 이것은 동혁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그래, 알았어.”전화를 끊은 동혁은 바로 선우설리가 보낸 주소로 달려갔다.H시상공회의소의 사무실은 다이너스티호텔에 있다.6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업무뿐만 아니라 접대와 회의에도 편리했다.세화는 동혁보다 조금 먼저 도착했다.직원의 안내로 회장실로 오자, 검은색 가죽 소파에는 우대평 회장이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후배 진세화가 우 회장님을 뵙습니다.”앞으로 나온 세화가 공손하게 후배로서의 예를 취했다. 이 덕망이 높은 선배에 대해서 세화는 줄곧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60이 다 된 우대평의 귀밑머리는 벌써 반백인 상태였다.우대평이 허허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진 회장,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나는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입니다.” “두 회사를 지휘하는 진 회장에 비하면, 그저 좀 일찍 태어난 정도의 경력밖에 없어요.”“그리고 그 당시 내가 창업을 시작했을 때, 진씨 가문에서는 할머님이 이미 진성그룹을 세우셨지요.”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 분의 인도를 받은 사람들이 많아요. 지금은 각지에 흩어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공을 세워 이름을 날렸고, 거부가 되기도 했어요.”“그런데 지금의 진성그룹은, 아이고,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요...”그렇게 말하면서도, 우대평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파에 앉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세화는 진성그룹의 지금 모습을 떠올리면서 마음속으로도 한숨을 내쉬었다.‘그 당시 진성그룹이 할머니 수중에 있었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지금은 전혀 존재감이 없어.’세화 일가를 제외하고는 진씨 가문 사람들 모두 성을 바꿔서, 조상마저 잊었다는 오명을 쓴 채 웃음거리로 전락했다.그러나 세화는 최근 제씨 집안에서, 할머니 제원화로 빚어진 각종 문제들을 청산하고 있는 것
우시연은 믿는 구석이 있기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스타공익재단에서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어서, 우시연이 자원봉사자로 뽑지 않겠다고 하면 자원봉사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좋은 일을 하는데 너희 동의가 필요하다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자원봉사자들은 모두 분개했고, 몇몇 여성 자원봉사자들은 곧 울음이 터질 듯했다.그들 모두 대학생으로 현실은 어둡고 오싹하기만 했다.“나를 제명하겠다는 거지? 내가 가면 되겠네.”바로 그때 불쑥 말을 내뱉은 동혁이 레드 재킷을 벗으면서 그 여학생들을 위로했다.“모두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안 돼요. 우리가 자원봉사를 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잖아요.”“걱정 말아요, 나중에 내가 모두를 위해서 공정한 도리를 되찾아 줄 테니까요. “모두가 열심히 땀을 흘렸는데 또 눈물까지 흘리게 할 수는 없지요!”수위 변동이 긴급했기에, 동혁은 이 일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떠나게 되거나 구조가 지체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잠시 화를 참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레드 재킷을 우시연의 옆에 있는 직원에게 던진 동혁이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우시연,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맞지? 기억해 두겠어.”“내가 한마디 충고하지. 내가 간 후에 너는 절대 이 자원봉사자들을 난처하게 해선 안 돼. 자신의 앞날이 걸린 문제니까 잘 생각해.”“오늘이 네가 스타공익재단 책임자를 맡은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야!”말을 마친 동혁은 돌아서서 바로 가버렸다.“흥, 항난그룹 회장 아주 대단해?”“우리 큰아버지 우대평에 비하면 너는 X도 아니야! 발톱의 때도 안 되는 주제에!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동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우시연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조롱했다.동혁은 상대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밤을 새운 데다가 또 반나절 동안 구조에 참여했기에, 피곤해서 좀 쉴 생각이었다.그러나 집에 돌아오자마자 장모가 동혁을 붙잡고 면전에서 퍼부어댔다.“이동혁, 이 나쁜 놈! 괜찮다고 해놓고서 왜 또 그 천용훈
장가연의 말을 듣자, 동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장가연과 H시상공회의소는 리성투자회사의 흉악한 속셈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어.’‘소위 법적 절차를 밟는다는 건 말짱 헛소리야.’‘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에, 리성투자회사에서 소송을 한다 해도 절대 이길 수 없어.’‘만약 내가 압력에 못 이겨서 정말로 사과를 한다면, 평생 그 누명을 안고 가야 해.’‘더군다나 상대방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한 건, 나를 마음껏 모욕하겠다는 수작에 지나지 않아.’동혁은 확신했다.‘일단 내가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사건이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시작되는 거야!’“투자회사의 뜻? 장가연 씨, 당신이 투자회사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사장인 내가 잠시 떠나 있을 뿐입니다.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요!”장가연이 자신의 사과를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상 동혁도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때로는 양보할수록 더 욕심을 내는 법이지.’[이동혁, 당신!]동혁의 태도가 이렇게 강경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장가연은 화를 참지 못하고 식식거렸다.“어차피 나는 절대 사과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요. 나는 또 구조 작업에 가야 합니다.”동혁도 장가연이 화가 나든 말든 전화를 끊어버렸다.“당신이 이동혁 씨입니까?”몇 분 후 동혁 등 구조대원들은 계속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갑자기 레드 재킷을 입은 사람들이 바로 동혁을 찾으며 다가왔다. 기세등등한 태도에 눈빛도 곱지 않았다.“내가 바로 이동혁입니다. 왜요?”동혁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선두에 선 젊은 여자가 안경을 고쳐 세우고는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나는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우시연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우리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되었음을 알립니다!”이 말을 듣고 멍해진 주변의 구조대원들이 곧 우시연을 에워쌌다.“왜 이동혁 씨를 제명하는 겁니까?” “이동혁 씨는 우리 자원봉사자들 중에서도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데요!” “더럽고 피곤한 것도 전혀 마다하지 않았어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