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혁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했다. 그러나 모두들 입을 다물고 조용히 밖으로 나가는 순간 동혁의 말을 듣게 되었다. 순간. 쇼핑센터의 많은 손님들이 놀라며 동혁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누구지?’ ‘감히 제씨 가문 아가씨에게 H시에서 꺼지라고 하다니. 여기서 돈 자랑하지 말라고?’ “아저씨, 조심해요. 그렇게 함부로 말하다 큰일 나면 어쩌려고요? 명문가 제씨 가문의 아가씨예요. 이 경호원들의 얼굴 좀 봐요. 그 아가씨가 성질이 또 얼마나 나쁘겠어요?” “맞아요.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게 상책이에요. 우리는 그저 평범한 시민이니 괜히 건드려서 좋을 게 없어요.” “그냥 빨리 애 데리고 나가자고요.” 많은 사람들이 동혁을 설득했다. 비록 동혁의 말로 속이 다 시원했지만 그들은 동혁이 괜히 제설희의 경호원들과 충돌할까 봐 더 걱정했다. ‘평범한 시민이라.’ ‘어떻게 제설희 같은 사람을 건드릴 수 있냐고?’ 동혁은 웃으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다들 그냥 태성쇼핑센터에 계세요. 옷도 사실 분은 계속 옷을 사시고, 밥을 드실 분들은 계속 밥을 드셔도 돼요.” 동혁은 이 말을 하고는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경호원들에게 다시 말했다. “제설희에게 꺼지라고 해요. 여기는 돈 자랑하는 곳이 아니니까.” “당신이 누구라고 감히 우리 아가씨를 내쫓는 거지? 지금 이게 얼마나 무례한 짓인지 알고는 있어?” 경호원이 동혁을 노려보며 거만하게 말했다. “나요? 난 오늘 당신들 아가씨 뺨을 때린 사람이에요. 제설희에게 가서 말하면 내가 누군지 알 거예요.” 동혁은 가볍게 한마디 하고는 마리를 불렀다. “마리야 이라와 봐. 이 양아빠가 계속 인형을 뽑아서 네게 줄게.” “아빠, 저 곰돌이 좀 잡아주세요.” 마리는 귀여운 곰돌이 인형들을 가리켰다. 다른 손님들은 동혁이 아무렇지도 않게 어린 소녀에게 인형을 뽑아주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이 사람 대체 누구야?’ ‘자기가 오늘 제씨 가문 아가씨 뺨을 때렸다고?’ 다들 동혁
“당연하지!” 바닥에 쓰러진 경호원은 화가 나서 고함을 지르며 손을 떼었고, 그의 뺨에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다른 경호원들은 놀라서 동혁이 만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쳐!” 경성철이 손짓을 하자 뒤에 있던 경호원들이 모두 동혁에게 몰려갔다. 짝! 짝! 짝! 연달아 몇 차례 손뼉 치는 소리가 났고 그때마다 비명이 터져 나왔다. 동혁에게 달려들었던 경호원들이 줄줄이 쓰러지며 인간 탑을 만들었다. 헉! 이번에는 경성철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동혁은 마치 머리에 뒤에 눈이 달린 것처럼 자신에게 달려드는 경호원들마다 모기 다루듯 손바닥으로 내리쳐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그러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다른 한 손은 인형 뽑기 기계에서 떠나지 않았다. 심지어 지금 또 아기 공룡 인형을 잡아서 뽑았다. ‘말도 안 돼!’ 선두에 선 경성철만 놀란 게 아니라 주변 손님들도 아연실색했다. “와, 양아빠 점점 더 잘 뽑아요.” 마리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이 양아빠는 마법을 부릴 줄 알아서 그래.” 동혁은 웃으며 말했고, 이미 인형 뽑기 기계에 완전히 적응한 상태였다. 그는 시선을 계속 인형 뽑기 기계에 둔 채 말했다. “다 찍었나요? 그럼 제설희에게 보여 주고 당장 꺼지라고 전해요.” 난처하면서 화가 난 경성철의 안색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 바로 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경성철, 너 이 자식 지금 뭐 하고 있어? 쇼핑센터 비우라고 한지가 언제인데 왜 아직 이렇게 사람이 많아? 이 쓸모없는 놈 같으니라고.] 전화로 제설희가 욕을 퍼부었다.화가 너무 난 그녀는 곧바로 폭발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아, 그게 설희 아가씨, 이곳에 조금 문제가 생겨서요.” [무슨 문제? 이런 사소한 일도 제대로 처리 못할 거면 때려치워, 당장!] 경성철은 당황해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 “그게 아가씨, 아까 전 아가씨를 때린 그놈이 아이를 데리고 쇼핑센터에서 인형을 뽑고 있습니다. 그놈이 저희 사람들을 모
[회장님, 태성쇼핑센터는 삼룡그룹의 사장 천원용의 소유이지만 3대 가문이 그간 뒤를 봐주고 있었어요.] [태성쇼핑센터는 수익성이 좋아요. 그래서 3대 가문이 무너지자 천원용 사장은 쇼핑센터를 구매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조력자가 돼줄 사람을 찾고 있어요.] [지금 이씨 가문과 제씨 가문이 서로 인수하려고 하는데 천 회장은 둘 중 한 가문을 선택하면 다른 가문 눈밖에 날까 망설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선우설리는 역시 능력이 대단한 비서였다. 조사할 것도 없이 바로 태성쇼핑센터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언급했다. “그럼 선우 사장, 최원우를 시켜서 천원용에게 연락해 나에게 팔면 내가 그의 조력자가 돼주겠다고 전해.” 동혁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제씨 가문과 이씨 집안이 동시에 태성쇼핑센터를 노리고 있다고?’ ‘그럼 당연히 더 두 가문에게 넘겨줄 수 없지.’ “무슨 조력자 타령이야? 오늘 하느님이 네 조력자라도 널 지켜줄 수 없어.” 경성철은 동혁이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고 계속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빨리 무릎을 꿇고 설희 아가씨가 오시기를 기다려.” 동혁은 시선을 돌려 그를 힐끗 보았다. “꺼져!” 상대의 머릿속까지 울리게 하는 듯한 낮은 음성이었다. 위협을 느낀 경성철은 새파랗게 겁에 질린 채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그는 놀라서 얼떨떨하게 동혁을 쳐다보았다. 다른 손님들은 여전히 동혁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권했다. 제설희가 도착하면 피할 방법이 없다고도 경고했다. “여러분의 호의는 고맙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장담하건대 제설희는 태성쇼핑센터 문턱도 넘을 수 없어요.” “그러니 여러분, 옷 사실 분들은 계속 옷을 사시고 밥 드실 분들은 밥을 드세요.” 동혁은 이 말을 하고서 마리를 앉아서 들었다. “마리야, 이번에는 네가 직접 인형을 뽑아 볼래?” “네, 좋아요. 나 저 꽃게 인형 잡을래요.” 동혁이 또 아무렇지 않게 몸을 돌려 아이와 인형을 뽑는 것을 보고 다른 손님들은 어이가 없었다. ‘이 사람 뭐지? 뭐
“들어가자!” 제설희가 손을 흔들자 모두 기세등등하게 쇼핑센터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막 입구 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그들은 한 무리의 경호원들에게 출입을 제지당했다. 단정하게 정장을 입고 가죽 구두를 신은 한 중년 남자가 다가와 정중히 말했다. “제설희 아가씨 되시죠? 죄송하지만 저희 태성쇼핑센터에는 들어가 실 수 없습니다.” “당신이 뭔데 감히 나를 막는 거지?” 제설희가 바로 화를 터뜨렸다. ‘지금 내 신분을 알면서도 감히 날 들어가지 못하게 막은 거야?’ “저는 천원용 삼룡그룹 사장입니다. 태성쇼핑센터 주주이기도 하지요.” 제설희는 화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오늘 밤 태성쇼핑센터를 전세 내려고 몇 억이나 썼는데, 왜 내가 여길 들어가지 못해?” 주위의 손님들이 모두 놀라서 이 모습을 지켜보았다. ‘정말 제씨 가문의 아가씨였어.’ ‘수 억을 써서 태성쇼핑센터를 전세 냈다는데?’ ‘그런데도 못 들어가게 한다고?’ “그 몇 억, 저희가 아가씨께 다시 배로 돌려드릴 수도 있습니다.” 천원용이 말했다. “내가 지금 그 몇 억 가지고 지금 이러는 거 같아? 내가 원하는 건 내 체면치레야.” “천원용이라고 했지? 난 당신을 알고 있어. 이미 망한 3대 가문의 개 주제에 어딜 감히 나를 막아?” “우리 제씨 가문이 당신의 이 태성쇼핑센터를 인수할까 말까 고민 중이었는데, 내가 당신을 보니 굳이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드네.” 제설희는 천원용의 코에 손가락질을 하며 노발대발 소리쳤다. “내가 보기에 당신 같은 3대 가문의 개는 이제 조력자가 없어진 이상, 다른 사람이 당신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리려 해도 막을 수 없을 걸?” 천원용은 표정이 굳어졌고 말투에서도 정중함이 사라졌다. “설희 아가씨는 저희를 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 같습니다. 태성쇼핑센터를 다른 분께 팔기로 했거든요.” “그분은 태성쇼핑센터를 6000억 원에 인수했을 뿐 아니라 제 조력자가 되어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와! 주변에 있던 손님
“여보, 이렇게 씻겨 주는 것도 이게 마지막이야…….”“우리 결혼한 지 3년이나 됐는데도 아직…….”“이혼하기 전에 내 처음을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세화는 욕조에 앉아 있는 이동혁의 뒤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가느다란 손으로 남편의 몸을 정성을 다해 씻겼다. 물에 흠뻑 젖은 두 사람의 모습이 아주 선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세화는 남편 동욱의 건장한 몸에 바디워시를 칠하기 시작했다. 탄탄한 복근이 손끝을 스치지나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그러나 동혁의 얼굴을 보는 순간 콧날이 시큰거리더니 결국 두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떨어졌다.너무나도 잘 생긴 외모였다. 하지만 눈에는 초점이 없었고, 비뚤어진 입가를 따라 침까지 흐르고 있었다. 정교하게 빚었다가 찌그러뜨린 점토 공예품과 같다고 할까.“여보, 도대체 지난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세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흐느끼기만 했다.3년 전,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린 첫날밤에 남편 이동혁이 갑자기 사라졌다. 영문도 모르게.하룻밤 사이에 신랑이 도망쳤다고 소문이 나면서 세화의 친정인 진씨 집안은 H시 전체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진씨 가문 최고 어른인 진한영이 강제로 이혼을 시키려고 했지만, 세화는 남편을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동혁이 말도 없이 떠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라 믿으며. 그리고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는 것도.크게 노한 진한영은 세화의 가문 내 모든 자격과 권리를 박탈했다. 그 뿐만 아니라 세화의 가족을 진성그룹에서 쫓아냈다.그런데 3개월 전, 동혁이 세화의 집 앞에 던져졌다. 당시 모든 기억을 잃었고, 말은커녕 침만 질질 흘리는 완전 바보가 된 상태로.울고 싶은데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기막힌 상황에도 세화는 매일 동혁을 데리고 병원을 오갔다. 남편이 하루빨리 회복되길 바라며.이 사실이 알려지며 진씨 집안의 체면은 더 말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자 진한영은 또다시 세화에게 당장 이혼하라는 협박과 회유를 일삼았다. 정말
전화기 너머에서 탁자와 의자가 뒤집히는 듯한 소리가 한바탕 이어졌다.감격에 겨워 떨리는 설전룡의 음성이 들려왔다.[큰 형님, 정말 큰 형님이십니까? 어디 가셨던 겁니까?][그동안, 큰 형님 소식이 전혀 없어 저희들 모두 초조해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형님 신분이 극비라 명령 없이는 찾으러 갈 수도 없었습니다!]동혁이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귀찮은 인간들이 있었어. 괜찮아, 지금은 이미 회복했어.”[설마 형님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단 말입니까? 누굽니까? 큰 형님이 명령만 내리시면, 제가 모두 이끌고 가서 납작하게 밟아버리겠습니다.]분노한 설전룡이 목소리를 높였다.“됐어.” 동혁의 얼굴이 살을 에일 듯이 차가워졌다. 이씨 집안의 일에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고 싶지는 않았다. 반드시 자신이 해결해야 했다.“네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어.”“오늘 밤 안에 천룡투자그룹이 H시에 진출하는 걸로 조치를 취해!”“동시에 2조 원을 H시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해!”종군 3년 동안, 수하들을 데리고 전장에서 싸웠을 뿐 아니라 해외에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다. 그게 바로 천룡투자그룹이었다!그는 천룡투자그룹을 이용해서 세화를 도울 생각이었다![예!]설전룡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큰 형님, 제가 즉시 H시에 가겠습니다. 형님이 안 계시는 동안, 안팎으로 시끄럽게 하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일부 사항들은 제가 직접 보고하는 게 좋겠습니다.]“좋아.”……천룡투자그룹, H시 전격 진출!이 소식은 마치 천둥 같이 그날 밤 H시 전체로 퍼졌다!이렇게 되면 H시 내의 여러 세력 가문들 사이에서 대대적인 권력 재편이 불가피하다!천룡투자그룹은 세계 최고의 대자본이다. 수중에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투자 전문 기업이었다.만약 H시 어느 한 가문이라도 천룡투자그룹을 먼저 잡는다면 분명 엄청나게 그 세력을 키우게 되는 건 물론, H시 최정상에 서게 될 것이다!이튿날 아침, 스스로 병원을 나온 동혁은 먼저 진씨 가문으로 갔다.진씨 집안의 저택.진씨
“동혁 씨, 설마 당신…… 정신이 돌아온 거야?”동혁의 맑은 눈동자를 보던 세화가 믿기지 않는 듯 작은 손으로 입을 가렸다.“응, 나 회복했어, 여보.”동혁이 세화를 바라보았다. 전쟁터에서 누구보다 용맹하고 대담하던 그가 지금은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세화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자, 동혁이 그런 그녀를 품에 안았다. ‘요 몇 년 동안 정말 고생했어.’“흥! 정신이 돌아오면 또 뭐해!”화란이 비웃으며 말했다.“그래 봤자 폐급일 뿐이잖아!”화란은 다시 자리에 앉으며 구석의 접이식 의자를 가리키며 소리를 쳤다.“헛소리 말고 앉기나 해. 2조 원을 기여하다니, 정말 웃겨 죽겠어!”동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려는 순간, 세화가 그를 말리며 구석 자리로 데리고 가서 앉았다.구석의 접이식 의자에는 달랑 세화 가족만 앉아 있었다. 그저 다른 테이블에 한가득 차려진 진수성찬을 바라만 보면서. 그들 앞에 올려진 건 고작 국수 네 그릇.상석에 자리한 진한영은 눈앞의 떠들썩한 분위기를 보며 마음이 흡족한 듯 호탕한 음성으로 말했다.“다들 조용, 내가 한 가지 발표하도록 하겠다!”진한영의 음성을 들은 사람들이 모두 동작을 멈추었다.진한영이 자못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어젯밤 천룡투자그룹이 H시에 진출한다는 발표를 했다. 다들 잘 알고 있겠지!”“천룡투자그룹은 세계 최정상의 기업으로 빅맥과 같은 존재야. 이번에 H시에 진출하면서 H시의 세력 판도가 재편될 게 분명하다. 이건 우리 진씨 집안에 엄청난 기회가 될 게야!”“지금은 우리 진씨 집안이 H시에서 꽤 잘나간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또 언제든 다른 집안에게 쉽게 추월을 당할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그러니 우리는 천룡투자그룹을 꼭 붙잡아야 한다!”“천룡투자그룹에서 흘린 작은 부스러기 하나라도 주울 수 있다면 우리 집안이 한 단계 더 높이 오르는 건 문제도 아니야.”진한영은 말할수록 점점 더 흥분되는지 얼굴이 불그스레했다.“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선포하겠다! 우리 진
세화는 남편의 자신에 찬 모습을 보면서도 머뭇거렸다. 하지만 결국 현재 집안의 상황을 떠올리며 이를 악문 채 일어서서 말했다.“할아버님, 제가 빚을 받아오겠습니다. 약속드릴게요.”“너! 이 계집애가 미쳤어! 만약 네가 표범에게 맞아 얼굴이 망가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런 널 주태진이 계속 원할 것 같애?”다급해진 류혜진이 안절부절못했다.사람들 모두 깜짝 놀랐다. 진한영조차 세화가 하겠다고 대답할 줄은 전혀 생각 못했다.진태휘를 비롯해 모두 냉소를 금치 못했다.진태휘가 주머니에서 만 원을 꺼내, 세화의 발 밑에 던졌다.“네 용기가 참 가상해서 주는 거야. 이 돈으로 차비나 해.”진화란도 두 손으로 팔짱을 낀 채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원해서 가는 거야. 맞아서 불구가 되더라도 집안에서 너를 강요했다고는 하지 마.”동혁의 차가운 눈빛이 몇몇 사람을 훑으며 지나갔다. 시끄럽게 떠들어대기나 하는 소인배들을 상대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곧장 세화의 손을 잡은 채 저택 밖으로 나갔다.류혜진 부부는 뜨거운 솥 위에 올라탄 개미처럼 마음이 급해졌다. “이제 주태진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어. 주태진은 계속 세화를 좋아해 왔으니까…….”……모터 월드.세화는 방금 산 과일 두 봉지를 들고 옆에 있는 동혁에게 신신당부했다.“되도록 말은 하지 말아요. 절대 표범을 화나게 하면 안돼요, 알았죠?”동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좀 안심이 되는 세화다.두 사람이 표범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려 할 때였다. 뒤에서 갑자기 클락션 소리가 들리더니 분홍색 포르쉐 한 대가 달려와 두 사람 앞에 섰다.그리고 창문이 열리며 진화란의 까칠한 얼굴이 나타났다.“어머, 두 사람 용감하게도 빚을 받으러 왔네? 그냥 허풍을 떠는 줄만 알았는데 말이지.”“진화란, 여긴 왜 온 거야?”세화가 눈썹을 찌푸리며 짜증나는 말투로 말했다.“당연히 차 한 대 뽑으러 왔지. 설마 너희 두 병신처럼 얻어 맞으려고 빚 갚으라는 소리 하러 왔겠어?”화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