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진한강은 미칠 노릇이었다. 자신이 마치 까마득한 구덩이에 빠진 것 같았다. ‘지원자금을 신청할 때만 해도 상황이 이렇게 될 줄 생각도 못했어.’ ‘내가 욕심에 눈이 멀어 미친 듯이 물건을 쓸어 담기만 했지.’ ‘그 결과가 버릴 수도 없는 애물단지를 사 온 것일 줄이야.’ [회장님, 전신님의 자금을 그렇게 쉽게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금을 받으신 이상 일을 제대로 처리해야 할 겁니다. 진 씨 가문은 H시 시민들을 위해 힘써 노력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세량이 전화를 끊었다. “형님, 건국은행 사람들이 가란은행이 대출을 안 해준다면 자신들도 대출을 안 해준다고 합니다.” “외환은행도 그렇게 말했어요.” “상업은행도 똑같습니다.” 그때 다른 은행들에서도 대출 문의에 대한 답변이 왔다. 진씨 가문에 대출을 해주려는 하는 은행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진씨 가문에서 기존 대출을 언제 갚을 건지 재촉했다. 그 말들을 들은 진한강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검게 변했다. ‘시장은 신경 쓰지도 않아.’ ‘은행도 대출을 해주지 않겠다고 하고.’ ‘그렇다고 우리가 감히 이 일에 손을 뗄 수도 없고.’ 진한강은 그제야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 전신의 돈은 쉽지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어!’ ‘정말 뜨거운 감자야!’ “이제 어쩔 수 없어. 전에 대출받은 돈이 좀 남아 있지? 우선 계좌에서 200억을 꺼내서 먼저 보내.” “조금은 남겨둬야 해. 분명 많은 투자자들이 소식을 듣고 우리에게 돈을 갚으라고 할 테니까 말이야.” 진한강은 풀이 죽어 말했다. ‘원래 20억만 찾으려고 했는데.’ ‘하지만 현장에서 소란을 피우는 투자자만 천 명 이상.’ ‘나누면 한 사람이 200만 원도 받을 수 없을 거야.’ ‘그걸 이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어?’ 진씨 가문은 즉시 200억을 내놓아 투자자의 돈을 갚았다. 200억은 수천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돈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진씨
진씨 가문의 고택. 저택의 앞의 두 마리의 백옥 사자 석상이 사람들에게 밀려서 산산조각이 났다. 설치한 지 얼마 안 된 붉은색의 놋쇠 대문도 군중들의 발밑에 짓밟혔다. ‘이런, 집 앞이 허물어졌어.’ ‘우리 진씨 가문, 최고 명문가의 얼굴이 이렇게 허물어져 버리다니.’ “누가 진씨 가문의 집까지 와서 소란을 피우라고 했어? 당장 물러가!” 진씨 가문 사람들은 기세등등하게 걸어갔다. 거만한 태도는 바로 빚을 독촉하러 온 사람들을 화나게 했다. “우리는 H시 제지공장의 노동자입니다. 공장은 작년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임금을 체불해 왔습니다.” “줄곧 우리의 권리를 내세웠지만 3대 가문과 일하는 악한 세력에 의해 저지당했습니다.” “공장이 진씨 가문에 낙찰되었을 때, 어떤 사람이 진씨 가문이 우리의 밀린 월급을 해결해 준다고 해서 드디어 살 길이 열린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당신네 진씨 가문에서는 이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아무도 공장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직접 진씨 가문 고택으로 와서 당신들을 찾으려고 한 겁니다.” “그런데 당신네 진씨 가문의 경호원들이 뜻밖에도 우리를 가리켜 꺼지라고 하고 신분이 비천하다고 욕하고 사람을 때리려고까지 하다니, 이게 대체 사람의 도리로 할 짓입니까?” 한 직원 대표가 억울해 분해하며 말했다. 진씨 가문 가족들은 고택 안을 살펴보았다. 경호원 몇 명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고수였지만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맞아. 돈이 많으면 다야? 명문가면 다냐고?” 군중들이 동요했다. 태휘가 화를 내며 말했다. “누가 당신들에게 우리 진씨 가문이 임금을 해결해 준다고 말했어? 그 사람이나 찾아가.” “시청의 사람들이 말하기를 당신들이 이 전신의 지원 자금 4000억을 받아 우리 공장을 낙찰받았으니 우리의 임금도 해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맞아요. 월급을 지불하지 않으면 우리는 연판장을 쓸 겁니다. 그럼 전신께서 우리
진씨 가문 사람들은 당황해 이미 완전히 몸이 굳어졌다. ‘그럼 지금까지 찾아온 세 무리는 단지 예고편이라는 말이야?’ “진씨 가문 사람들은 정말 훌륭하신 분들입니다. 3대 가문에서 그렇게 난장판으로 만든 회사들을 알고, 낙찰받아 이렇게 문제들까지 처리해 주시다니.” 월급을 받은 직원은 감탄하며 떠났다. 뜻밖에도 그의 말은 진씨 가문 사람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진씨 가문 사람들은 숨이 막혀오며 하마터면 화가 나 피를 뿜을 뻔했다. 짝! 진한강은 고개를 돌려 태휘의 뺨을 후려갈겼다. 그는 펄쩍 뛰며 욕을 퍼부었다. “이런 멍청이 같은 놈. 네가 낙찰받아 온 회사들이 죄다 아무 쓸모없는 껍데기잖아.” ‘수백억을 썼는데 단 한 푼도 벌지 못했어.’ ‘거기에 또 수십억의 빚까지 지고.’ ‘앞으로 빚을 받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도 몰라.’ 진한강은 머리가 아파왔다. 이미 진성그룹의 계좌에 남아 있던 돈은 모두 인출하여 사용했다. “모두 이동혁, 그 개X식 때문이에요. 그놈이 우리에게 해를 가한 겁니다. 으, 제가 반드시 그놈의 살을 씹어먹고 뼈를 갈아 마실 겁니다.” 화가 난 태휘는 뺨을 만지며 분노를 표출했다. “네가 지금 그놈을 죽인 들 아무 소용없어.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 거니까.” 진한강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상황이 이러니 이젠 이씨 가문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어.” “태휘야, 넌 즉시 N도 이씨 가문에 연락해 우리가 세화 가족을 가문에서 쫓아내 가문에서 영구 제명했다는 사실을 전하고 이씨 가문에서 좀 우리를 도와달라고 부탁해. 그렇게 이동혁의 계획이 실현되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이야.” “네!” 태휘는 즉시 이천기에게 전화했다. 그는 이천기가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해 누워 있는 줄도 몰랐다. 당연히 이천기에게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그저 이씨 가문의 다른 가족에게 연락이 되었다. [꺼져!] 태휘는 한마디의 답변만을 받았다. 태휘는 당황했다. ‘이씨 가문
진한영이 전화를 했을 때. 하늘 거울 저택. 세화는 진씨와 이씨 가문이 당한 대규모로 벌어진 여러 지역의 채권 추심 사건을 주시하고 있었다. “진씨와 이씨 가문 양가가 아무런 사업평가를 하지 않고 무턱대고 경매에서 물건을 낙찰받으면 분명 나중에 문제가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문제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어.” “거기에 오늘 한꺼번에 문제가 터졌다는 건 절대 정상이 아니야. 분명 배후가 있을 거야.” 세화도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이씨 가문과 진씨 가문은 경매에서 수천억을 썼어.’ ‘그런데 어떻게 다 문제가 있는 사업들을 산 거지?’ “당신이 말한 배후는 바로 당신 남편인 나야.” 동혁은 옆에 앉아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내가 당신 대신 화풀이를 해줬어.” “당신 또 허풍이지! 또 시작이야?” 세화가 동혁을 날카롭게 째려보았다. 동혁이 화란의 문제를 처리했을 때 그녀는 매우 놀랐다. 하지만 여전히 동혁을 전혀 믿지 않았고 그저 어쩌다 보니 잘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다. “설마 N도 이씨 가문과 B시 최씨 가문 외에 또 다른 명문가가 등장해 진씨와 이씨 가문 양가의 사업인수를 방해하려고 하는 건가?” 세화는 중얼중얼 혼잣말을 했다. “세화야, 일리가 있어. 내가 전에 네 이모부에게 들었는데, 확실히 한 명문가가 진출할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어. 류혜연은 장영도가 한 얘기를 꺼내며 동혁을 노려보았다. 그녀가 말했다. “J시의 명문가인 제씨 가문에서 자금을 모아 H시에 진출하려 하려고 한데.” J시는 H시의 이웃 도시였고 바로 H시의 서쪽에 있었다. “제시 가문이요?” 제시 가문에 대해 듣자 세화 가족의 얼굴 표정들이 모두 이상해졌다. “왜 그래? 여보, 당신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 동혁이 물었다. “진씨 가문의 사위면서, 진씨 가문과 다른 가문의 연원도 몰라?” 류혜연은 동혁에게 핀잔을 주며 남편인 장영도를 대신해 화풀이를 했다. “제씨 가문과 진씨 가문은 사돈관계야. 너희 할머니가 바로 제씨 가문의
[진씨 가문에 지금 큰 위기가 닥쳐오고 있어. 모두 이동혁, 그 개X식이 벌인 거야.] 휴대폰 너머로 진한영이 분노하며 소리쳤다. 세화는 휴대폰을 얼굴에서 멀리하며 얼굴에는 화난 표정을 지었다. “할아버지, 진씨 가문의 현재 상황은 모두 할아버지 가족들이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서 생긴 거예요. 제가 진작에 태휘에게 주의를 주었지만 듣지도 않았어요.” “그러니 모든 일을 상관없는 동혁 씨에게 덮어씌우지 마세요.” 진한영은 세화가 동혁을 이렇게 감싸줄 줄은 몰랐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무슨 상관이 없어? 인터넷에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선동한 게 이동혁이야.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일이 한꺼번에 터지겠어?] 세화는 놀랐다. ‘그 배후 인물이 정말 동혁 씨라고?’ [세화야, 화란이는 이미 잡혀갔고, 진씨 가문이 지금 온 동네의 웃음거리가 되었는데 너희들은 대체 우리에게 더 무엇을 바라니?] [네 큰아버지와 가족들이 너무 지나치게 행동한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래서 난 이미 모두를 따끔하게 혼냈어. 그런데 넌 가족들이 다 죽어 나가야 만족하겠니?] [정말 그렇게 매정하게 굴 거야?] 전화 맞은편에서 진한영은 가슴에 비수를 날리듯이 말했다. ‘우리가 매정하다고?’ ‘진씨 가문은 매정하지 않고?’ 세화는 마음에서 아주 불편함을 느꼈지만 말했다. “알았어요. 동혁 씨에게 그만두라고 할게요. 다시는 유언비어를 퍼뜨리지 말라고 전할게요.” [이미 늦었어!] [이미 많은 문제가 터져서 H시의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어.] 여기까지 이야기한 한 진한영은 갑자기 어조를 부드럽게 바꾸었다. [세화야, 이제 너만이 우리 진씨 가문을 구할 수 있어.] [넌 지금 세방그룹과 혜성그룹의 회장이야. 신용이 좋으니 은행들도 대출을 많이 해준다고 들었어.] [만약 네가 나서서 진성그룹의 채무를 인수한다면 우리 진씨 가문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거야.]책임을 회피하면서 또 비참하게 부탁했다. 서론을 길게 늘이면서. 궁지에 몰린 진한영은 단도직입
“여보, 앞으로 이런 쓸데없는 사기 전화는 좀 그만 받아.” 동혁은 휴대폰을 세화에게 돌려주었다. “이런 몰상식한 인간들은 모두 어디 외딴섬에 숨어서 사기나 치는 놈들과 같아. 잡을 수도 없어서 차라리 모두 아예 밖에서 죽는 게 나을 정도라고.” “동혁 씨, 그래도 이분은 우리 할아버지야.” 세화는 성난 눈으로 동혁을 쏘아보았다. 동혁은 표정도 바꾸지 않고 계속 말했다. “나는 당신이 그 사람 요구를 승낙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금 성명을 취소할지 몰라도 당신이 채무를 인수하면 그 사람들은 또 다른 성명을 내서 당신을 진씨 가문에서 쫓아낼 거야.” “게다가 내가 당신을 도와 당신만의 명문가를 만들겠다고 했으니, 진씨 가문 사람들이 그 덕을 보게 할 수 없어.” “내 말 뜻은 그게 아니야.” 세화는 화가 나서 동혁을 꼬집고 노려보았다. “당신이 우리 할아버지의 아버지라고 했는데 당신은 말을 왜 그렇게 해?” 사실 동혁이 휴대폰을 빼앗자마자 그녀는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진한영이 또 자신을 이용하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동혁의 말대로 자신을 이용하고 나면 또다시 발로 걷어차버릴 것도 알았다. 그녀가 화가 난 것은 동혁의 태도였다. ‘이 사람이 정말 갈수록 간이 커져서 말을 막 하네.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와!’ “하하, 저기, 아버지 외투 좀 가져올게. 춥지 않게.” 동혁은 재빠르게 뛰쳐나갔다. “이동혁, 이 개X식, 내 말을 끊지를 않나, 자기가 내 아버지라며 비아냥 대지를 않나. 그놈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진씨 가문의 고택. 진한영은 화가 나서 휴대폰을 세게 던지더니 가슴에 손을 얻고 숨을 헐떡였다. 진씨 가문에서 흥분해서 오늘 던져버린 휴대폰이 몇 개인지도 모를 정도이다. “할아버지, 일단 제발 진정하시고 참으세요. 그리고 세화에게 다시 전화하세요.” 태휘는 진한영의 비위를 맞추며 화를 가라앉히게 도왔다.진한영은 다시 세화에게 전화를 했지만 이미 휴대폰 전원은 꺼져 있었다. 그래서 다시 진창하, 류
혜성그룹 입구. 앞에 선 진한영과 그 뒤를 따르는 진씨 가문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입구 앞에 도착하자마자 세화를 만나게 해 달라며 아우성을 쳤다. 백야특수부대를 제대한 노병인 경호원은 임무에 충실하게 즉시 그들을 막았다. “난 너희 회장 세화의 할아버지야. 세화 좀 만나겠다는데 네놈들이 감히 나를 막아?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진한영이 거들먹거리며 눈을 부릅떴다. “어서 비켜. 우린 지금 세화를 만나야 할 일이 있는데 너희들 때문에 지체해서 큰일이라도 나면 책임질 수 있어?” “모두 저리 비켜. 한낱 경호원들이 감히 우리 앞을 막으려 하다니!” 진씨 가문의 나머지 사람들도 연이어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 경호원들을 무시하며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백야특수부대를 제대한 노병 경호원들은 모두 작전 임무나 훈련장에서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리며 제대한 남자들이다. 그중에는 공을 세워 훈장을 받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경호원들은 진씨 가문의 이런 거만한 낯빛을 보고 모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그들이 세화의 가족이라는 것을 알고 조금 난처해했다. “들여보낼 거 없어요.” 바로 그때 경호원 대장이 동혁의 지시를 받았다. 그는 즉시 말했다. “진 회장께서는 안 계시니 돌아가세요.” 말을 마친 경호원 대장은 손짓을 했다. 그러자 적당히 막아서기만 하던 노병 경호원들이 곧바로 일자로 늘어서더니 진한영 등을 완전히 가로막았다. 찾아온 진씨 가문의 가족들 수는 정말 많아서 수십 명에 달했다. 경호원들이 늘어서자 진씨 가문 사람들은 빠져나갈 틈조차 없었다. 경호원들의 이런 움직임을 본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갑자기 크게 화를 냈다. “사기꾼들! 세화의 차가 해천빌딩에 들어가는 걸 이미 봤는데 지금 없다고 우리에게 잡아떼?” “이런 하찮은 경호원들에게 쓸데없이 힘 빼지 말고 우리 진씨 가문이 고용한 고수들에게 길을 열도록 지시해.” 진씨 가문의 지시가 내려졌다. 바로 십여 명의 단련된 진씨 가문의 사설 경호원 무리가 즉시 움
“차!” 노병 경호원 대장이 고함을 질렀다. 즉시 일렬로 늘어선 노병 경호원들이 동시에 다리를 들어 정자세로 앞을 향했다. 그러자 매우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일렬로 들어 올린 긴 다리가. 동시에 앞을 걷어찼다. 쏴! 강렬한 힘이 실린 발차기는 공기를 가르며 바람소리를 냈다. 높이 뛰어올라 허공에서 주먹을 내지르려던 십여 명의 사설 경호원들이 동시에 가슴을 차였다. “으아악!” 동시에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진씨 가문이 고용한 자칭 고수라고 불리는 사설 경호원들이 모두 날아올라 계단에서 심하게 굴러 떨어졌다. 한순간. 사람을 오싹하게 만드는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끊이지 않게 들렸다. “헉!” 진씨 가문의 많은 사람들이 놀라 숨을 들이마셨다. 그들 모두 노병 경호원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세화가 어디서 이런 고수들을 찾아왔지? 대체 1년에 얼마를 써서 고용한 거야?” 아주 단순한 발차기 한 번. 진씨 가문이 3대 가문에서 거금을 들여 고용한 사설 경호원들을 모두 쓰러뜨려버렸다. 더 심한 충격은 이렇게 많은 사설 경호원들을 못쓰게 만들어 진씨 가문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많지는 않습니다. 한 사람당 월급이 3,4백만 원이죠.” 노병 경호원 대장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진씨 가문의 사설 경호원들이 아까 전 연봉 2억으로 자신들을 비아냥거린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바닥에 쓰러진 그 사설 경호원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창피한 그들은 접시 물에 코라도 박아 죽고 싶은 심정을 느꼈다. “그렇게 싸다고?” “젠장, 고수는 무슨. 1년에 2억을 들여 저 사람들을 고용하면 경호원을 대체 몇 명이나 둘 수 있는 거야? 정말 아무 쓸모없는 것들이네.” 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은 질투하며 화를 냈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혜성그룹의 경호원들은 돈으로 고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 순간.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현실로 돌아왔다. 그들은 흐리멍텅한 눈으로
“내려! 내려!” 차 안에 앉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세화를 본 꼬붕 놈이 차문을 더욱 세게 발로 찼다. 마세라티의 차문에는 순식간에 움푹 패인 자국들이 생겼다. 그 와중에도 선글라스를 쓴 남자는 미동도 없이 서서 이 모든 사태를 무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세화는 가슴이 아팠다. 이 차는 바로 동혁이 자신에게 사 준 첫 번째 차였기 때문이다.세화가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행인들이 많이 몰려와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록 이 무리들이 험악해 보이긴 하지만,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지는 못할 거야.’ 그래서 창문을 내리고 말했다. “그만 발로 차, 내리면 되잖아.” 나태성이라는 꼬붕놈은 코웃음을 치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제야 세화는 천천히 차문을 열고 내렸다. “와, 이 여자 진짜 예쁜데? 게다가 2억 원이 넘는 마세라티를 타고 다니는 거 보니 완전 재벌이네.” “이 여자도 몰라? 혜성그룹의 회장, 진세화 씨야! 교통사고를 난 사람이 이 여자일 줄은 몰랐네...” 세화는 H시에서 너무나도 유명했다. 최근에는 주다정이 퍼뜨린 유언비어로 인해서, 더욱 사람들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 덕분인지, 세화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늘어났다. ‘역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 함부로 못하겠지.’‘혜성그룹 회장 진세화라고?’ 그 순간, 무표정이던 선글라스 남자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스쳤다. “당신 운전을 어떻게 한 거야? 운전할 줄 모르면 아예 도로에 나오질 말든가! 김 여사가 바로 당신 같은 여자 운전자를 두고 하는 말이야.” 거들먹거리면서 세화에게 쏘아붙인 나태성은 세화가 마치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몰아붙였다. “말해봐. 어떻게 책임질 거야?” “아니, 애초에 당신들이 불법으로 차선 변경을 해서 사고가 난 건데, 내가 왜 책임져야 해?” 세화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단호하게 말했다. ‘만약 내 실수로 일어난 사고였다면, 주저하지 않고 피해를 보상했을
[사해 상공호의소에서 우리를 회원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해서 살펴봐야 해.] 세화가 차분하게 말했다. [H시의 시장은 너무 작아. S시의 세방그룹이든 혜성그룹이든 앞으로는 반드시 전국으로 시장을 확대해야 해.] [그리고 N도의 시장에 진출하려면 반드시 N도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문을 두드려야 해.] [마침 사해상공회의소에서 고급 회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연락을 해 온 거야.]세화도 이 기회를 잡으려고 했기에 쌍방은 자연스럽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남편이 별로 탐탁치 않아 한다는 걸 알아차린 세화가 동혁에게 말했다. [당신도 같이 가. 이미 사해상공회의소 대표하고 약속을 했어,] [새로 사람들을 만나는 게 당신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거야.] 동혁의 주량이 좋기도 하지만 동혁을 데리고 가는 데에는 세화가 고심한 또다른 목적이 있었다.바로 사해상공회의소 사람들과 만나면서 동혁을 위한 인맥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세화의 말에서 자신에 대한 관심을 느낀 동혁은 마음속으로 기뻐했다.‘아내가 이렇게 나를 챙겨 주는데 내가 승낙하지 않는다면 너무 눈치가 없는 것이겠지?’동혁은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래, 알겠어. 당신을 위해서라면, 불 속이라도 기꺼이 뛰어들어야지.” “하물며 술마시는 건데 말이야. 오늘 술 마시러 온 사람들은 다 뻗게 해주겠어!” 동혁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세화는 진지하게 말했다. [좀 진지하게! 이번엔 사고 치면 안 돼. 지난번처럼 술 마신 사람들 병원으로 보내지 말고!] 지난번에 동혁은 몇 개 부문의 책임자들과 술을 마시고 전부 뻗게 만들어서 세화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알았어. 쓸데없는 말은 안 할게. 명성호텔로 와서 나하고 합류하면 돼. 내가 지금 차를 가지고 갈게.]다시 한마디 한 뒤 세화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자신의 마세라티를 몰고 출발했다.세화가 명성호텔 근처에 왔을 때, 옆 차선에서 오픈 스포츠카 한 대가 세하의 차에 접근해서 나란히 달렸다. 빵! 빵! 선글라스를 낀
한 무리의 기자들이 떠드는 소리가 천진과 주다정의 귀에도 들렸다. 이는 자신들에 대한 사망 선고나 마찬가지였다.30분도 안 되어 천진이 주다정을 폭행한 사실이 인터넷어 폭로되었고, 사방으로 떠들썩하게 퍼져 나갔다.이로써 모든 진상이 밝혀졌다. 주다정과 천진이 결탁해서 간통을 저질렀고, 항난그룹을 삼키려고 작당한 두 사람은 오히려 동혁과 수소야가 간통을 저질렀다고 유언비어를 퍼트렸던 것이다.‘정말 파렴치하기 짝이 없지!’두 사람을 향한 욕설이 사방에서 쏟아졌다.악명을 세상에 날리게 된 주다정과 천진은, 모든 사람들의 규탄의 대상이 되었다.이튿날 H시 방송국에서는 성명을 발표했다, 동혁과 세화 일가에 사과하는 동시에 경병수와 주다정을 파면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그 뒤로 이 양아버지와 수양딸은 H시에서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소문에 따르면, 주다정은 한 지방 도시의 고급 클럽에서 명문가의 자제들과 고위 관리들을 정성껏 접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예전에는 자신이 기꺼이 원해서 그랬지만, 지금은 억지로 웃음을 보여야 했다.그리고 이 여론을 통해서 먹칠을 했던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인 수소야도 여러 매체들이 공동으로 증인을 서는 가운데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천진의 파렴치한 행동이 사람들에게 공개된 데다가 동혁도 이 소송에 특별히 관심을 보였다. 법원에서는 신속하게 두 사람의 이혼을 판결했다.결국 천진은 원래 자신의 가문에 속했던 재산을 제외하고, 항난그룹에 대해서는 동선 하나도 건질 수가 없었다.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천진은 수소야가 보유한 항난그룹의 지분은 부부의 공동 재산이므로 당연히 자신이 절반을 가져야 한다고 항변했다.하지만 수소야는 항난그룹의 지분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동혁이 전후로 나눠 준 지분은 처음부터 백마리의 명의로 되어 있었다.화가 머리끝까지 난 천진은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붙인다는 게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항난그룹의 지분을 수중에 넣으려고 할 때마
경병수는 마침내 주다정이 요 며칠 동안 온갖 방송국 자원을 동원해서 유언비어를 날조해서 얼굴에 먹칠을 하게 만들었던 대상이 동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러나 경병수가 아무리 용서를 빌어도 동혁의 태도는 전혀 누그러지지 않았다.동혁이 냉혹한 말투로 경병수에게 말했다.“경 국장, 내가 잘못 들었나?” “나는 해고하는 건 못 봤어. 오히려 당신이 가지고 놀다가 질린 음탕한 여자를 나한테 꽂아 넣으려고 한 걸 봤는데.”“경 국장, 당신은 나 이동혁을 얼마나 무시하는 거야?”털썩-경병수는 눈빛마저 초점을 잃은 채 털썩 주저앉았다.이제는 자신이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다.동혁이 이렇게까지 말했다는 건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작정임을 드러낸 것이다.더 중요한 건 경병수가 반박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그건 바로 경병수가 생각한 방법이었기에.동혁은 경병수를 더 이상 보지도 않은 채 담담하게 임창호에게 말했다.“방송국 위아래 모두 대청소를 해야겠군요.”“시 방송국의 바로 H시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곳인데, 오히려 온갖 오물과 비리가 난무하는 곳이 되었으니 이게 도대체 말이 됩니까?”“네!”임창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경병수의 접견을 자신이 주선했기에, 이런 일이 생겼으니 자신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웠다.이제는 자신이 시장에게 점수를 잃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반드시 만회해야 해!’임창호는 곧바로 사정 파트의 직원들을 호출했다.“경병수와 주다정은 모두 즉시 파면 처분했다고 공고하도록 해. 그리고 내가 직접 방송국에 주재하면서 대대적으로 정리하겠다.”임창호의 말은 경병수와 주다정에게 사형을 선고한 것과 마찬가지였다,두 사람은 완전히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야 했다주다정은 자신이 어떻게 시청에서 나왔는지, 어떻게 숙소로 돌아왔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줄곧 멍한 표정이었다.똑똑-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천진이 나와서 문을 열었다.그러나 주다정의 참혹한 모습을 보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드러냈다.“다정아, 어떻게 된 거야? 누가 널
동혁의 이런 비난에 경병수는 놀라서 쓰러질 지경이었다.‘주다정 저 멍청한 X이 자기만 망친 게 아니라 나까지도 망쳤어.‘시장님의 말은 우리 방송국 전체에 아주 불만이 많다는 걸 드러낸 게 분명해.’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으면서 경병수는 꽉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시, 시장님... 저 주다정이 갑자기 미친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방송국 직원들은 모두 시장님을 존경하고 있고, 불경한 의도를 품은 사람은 결코 없습니다!” 말을 하면서 경병수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장의 싸늘한 태도를 보자 주다정에 대한 분노가 솟구쳤다.‘이 멍청한 X이 나까지 말려들게 하다니!’경병수는 갑자기 주다정을 걷어차서 바닥에 쓰러지게 만들었다.거기서 그치지 않고 두 발로 계속 거세게 걷어찼다. 퍽! 퍽! “아악! 아파요. 양아버지 제발! 제발 그만 때리세요!!”주다정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누가 네 양아버지야!”주다정의 입에서 양아버지란 말이 나오자, 경병수는 넋이 나갈 정도로 놀랐다.재빨리 달려들어 주다정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는 연달아 따귀를 때렸다.짝! 짝! 짝!“악! 제발 그만!” “나는 너하고 아무 관계도 없어! 함부로 친척이라고 하지 마!” “한 번만 더 주둥이를 놀리면 때려 죽여버리겠어!”경병수는 이번에 정말 필사적이었기에 온 힘을 다해 주다정을 때렸기에, 주다정은 너무나 비통한 나머지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다.경병수가 아무리 둔하다 해도 동혁과 주다정 사잉에 원한이 쌓여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주다정은 이미 시장님의 마음 속에서 끝났어.’‘지금 만약 주다정이 내 수양딸이라는 게 들통나면 이동혁이 나를 그냥 두겠어?’주다정의 얼굴이 엉망이 되도록 때리던 경병수가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때리던 걸 멈췄다.지금 주다정은 갯벌의 진흙처럼 엉망이 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마치 숨이 간들간들한 강아지마냥 입으로는 연신 끙끙 신음소리를 내
“이, 이동혁?!” 주다정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설마 요즘 내가 너무 잠자리에 탐닉하느라 피곤해서 환각을 보는 건가?’ 자시을 때려 죽인다 해도 동혁이 여기에 있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여기는 시장님의 관저이자 H시 권력의 중심지야. H시에서 가장 존귀한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이동혁 같은 쓰레기가 어떻게 이곳에 있을 수 있어?’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나와서 자세히 보고는, 주다정은 다시 한번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책상 뒤에 있는 남자는... 정말로 이동혁이 맞아!’주다정은 완전히 멍한 상태였다.요 며칠 동안 주다정은 전력을 다해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모두가 욕을 퍼붓자, 동혁은 H시에서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주다정의 예상대로라면, 지금쯤 동혁은 집 밖에도 못 나오고 쥐 죽은 듯이 지내거나, 몰래 H시에서 도망칠 계획을 세우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이동혁이 당당하게 시장실 한가운데 서 있다니?’ ‘이게 말이 돼?’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 주다정은 무의식적으로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화를 냈다. “야, 이동혁! 너 같은 쓰레기가 왜 여기 있는 거야?” “넌 인간 말종인 쓰레기야! 이곳이 어디라고 너 따위가 감히 들어와?” 주다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장실 안은 이미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시장실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부시장 임창호와 방송국 국장 경병수. 그리고 그들을 안내한 시장실 직원들까지 누구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저 마치 바보를 보는 것처럼 주다정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사람들의 눈길을 느끼자, 주다정은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자신감이 없어졌다. 불안해진 주다정이 주변을 둘러보니, 시장실 안에는 동혁 외에 임창호 부시장과 시장실의 직원들이 있었다.‘시장님은?’주다정은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이동혁이 이런 중요한 장소에 버젓이 나타난 데다가, 부
“시장님, 경병수 국장은 오랫동안 방송국에서 근무한 베테랑입니다. H시 내에서도 명망 있는 인물이고도 하고요. 만나보시겠습니까?” 임창호가 허리를 숙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방송국 국장이?” 동혁은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무심하게 답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곧 머리가 반쯤 벗겨진 중년 남성이 임창호를 따라서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시장님, 이쪽은 시 방송국의 경병수 국장입니다.” 임창호가 간단하게 소개했다.동혁을 본 경병수는 첫눈에 새 시장이 과연 바깥에 떠도는 소문 그대로라는 느낌이 들었다.‘정말 너무나 젊은데!’시장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인 경병수가 겸손하게 인사했다. “시장님, 그냥 ‘경 국장’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가볍게 대답한 동혁이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임 부시장이 보고할 게 있다고 하던데 이번 우수직원 선발과 관련된 건가요?” “아, 네! 그렇습니다, 시장님!” 순간 당황했던 경병수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이번에 저희 시 방송국에서 선발된 우수직원은 주다정이라는 경제 뉴스 앵커입니다.” “어제 시장님께서 지시하신 뒤에, 저희도 내부적으로 철저한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동혁은 담담하게 물었다. “아 그래요? 조사 결과는 어떤가요?” 경병수가 몰래 동혁의 표정을 살폈지만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주다정이 앞서 시장이 단독으로 자신을 접견하기로 했다고 말한 걸 떠올리고, 시장이 주다정에게 악의가 있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주다정의 직속 상관인 자신이 주다정에게 좋은 얘기를 하라고 암시하는 것처럼 보였다.경병수가 얼른 입을 열었다.“네! 시장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내부 조사 결과 주다정 기자는 진지한 태도로 업무를 책임지고 있고 업무 능력도 아주 뛰어납니다.” “게다가 도덕성과 인품 면에서도 방송국 내에서 아주 훌륭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주다정 기자가 몇 년 간 연속해서 우수직원에 선정된 것은 바로 방송국 전체 직원들의 지지를 받고
“오 사장님, 과찬이세요. 오 사장님은 리성투자회사에 명문가인 이씨 가문을 배경으로 가지고 계시기에, 언론계도 오 사장님 앞에서는 고분고분할 수밖에 없지요.” “오 사장님에 비한다면 저는 감히 비교할 가치도 없는 미미한 존재지요.” 주다정이 웃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이 전화를 한 이유가 말처럼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을 거야.’ “오 사장님이 갑자기 전화를 주신 게 혹시 저한테 시키실 일이라도...?” 전화기 너머에서 오한민은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킬 정도는 아니고, 주 기자가 요즘 이동혁과 이동혁의 아내를 상대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흥미가 생겼어.] ‘휴... 다행이야.’ 그 말을 듣자 주다정은 한숨을 돌렸다.주다정은 오한민이 이씨 집안을 대표하는 동혁과 원한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게다가 이전에 오한민과 어정쩡한 관계였던 대니얼도 동혁에 의해 폐인이 되어 참혹한 모습으로 본국으로 송환되었다. ‘이동혁을 싫어하는 오한민이 이동혁을 도우려고 전화한 건 분명히 아니야.’ 이렇게 생각한 주다정은 곧바로 억울하다는 듯이 가장하고 말했다. “오 사장님, 저는 정말 억울해요! 그 이동혁과 진세화 그 두 사람이 얼마나 저를 무시했는지 아세요? 심지어 제게 무릎을 꿇고 구두를 핥으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 이 부부하고 끝까지 싸우려는 거예요.”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 부부의 힘이 너무 강해요. 제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여전히 그 부부를 넘어뜨릴 수가 없어요.” “오 사장님께서 좀 도와주신다면, 제게는 정말 큰 힘이 될 거예요.”주다정은 자본시장의 큰손인 오한민은 자신은 꿈도 꿀 수 없는 언론 매체 장악도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오한민이 일단 힘을 쓰기만 하면 이동혁 일가의 오명을 전국적으로 퍼지게 할 수 있어!’ 침묵하고 있던 오한민이 차갑게 말했다. [이동혁은 내 아들을 망가뜨린 놈이야. 나도 그 개자식을 죽여버리고 싶지.] [하지만 지금 그놈은
경병수의 말이 당연히 사실임을 잘 알고 있기에 주다정은 속으로 득의양양했다.하지만 경병수의 말과 전혀 다른 얘기를 꺼냈다. “하지만 저는 시장님이 너무 빨리 저를 가지게 하고 싶지 않아요.” “쉽게 얻게 된다면 저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을 테니까요” “쉽게 얻은 건 쉽게 버려지니까요.” “그래서 우선 시장님의 비서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감정을 쌓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싶어요.” “그래서 국장님이 이번엔 꼭 도와주셔야 해요.” “저하고 같이 가서 시장님께 업무 보고를 하시면서, 저를 비서로 적극 추천해 주세요.” 주다정은 언제나 명문가에 시집가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내 육체를 팔아서 단기간의 이익은 얻을 수 있겠지만, 그건 일시적인 것에 불과해’‘새 시장의 부인이 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쟁취할 거야.’‘남자의 그늘 아래서 늘 사람들에게 드러낼 수 없는 그런 정부 말고!’ 주다정이 간드러진 목소리로 경병수에게 속삭였다. “국장님, 꼭 도와주실 거죠?” “앞으로 제가 더 잘 챙겨 드릴게요.” 방송국에서 십여 년 동안 국장으로 있었기에, 경병수는 H시의 터줏대감으로 유명했고 인맥도 넓었다.자신이 적극적으로 추천한다면, 자신의 체면을 고려해서라도 시장이 틀림없이 주다정을 비서로 채용할 거라고 생각했다,경병수는 잠시 고민했다. ‘주다정은 예쁘지만 솔직히 몇 년 동안 즐겨서 이젠 좀 질렸어.’ ‘마침 방송국에 젊고 예쁜 인턴들이 들어왔으니, 주다정을 대신할 새로운 타겟을 찾을 때가 됐지.’ 하지만 주다정은 너무 영악해서 줄곧 정리할 기회를 찾지 못했는데 이제 기회가 온 거야.’‘주다정과 정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다정이 정말로 시장 비서가 된다면 앞으로 아주 쓸모 있는 백 그라운드를 가지게 되겠지.’ ‘정말로 시장님 여자가 된다면 그럼 금상첨화지.’ ‘원래 주다정의 행실로 봐서는, 시장님과 같은 큰 인물은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주다정 같은 여자는 받아들일 수가 없어.‘하지만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