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아, 저 사람이 그 류혜진이군. 예전에 현대병원 부과장의사라고 들었어.” “당시 그 사건이 꽤 컸었지 아마? 여자아이가 겨우 열여덟 살이었는데 저 돌팔이 의사에게 죽임을 당했어. 너무 비참했지 그녀의 가족들이 병원 입구에 화환을 놓고 빈소를 마련했었어.” “벌써 몇 년이나 지났는데 아직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은 거야? 어디 양심을 밥 말아먹었나?” 왕연석의 말에 구경하던 환자와 가족들이 웅성거렸다. 사람들의 경멸하는 시선들이 류혜진을 향했다. 류혜진의 안색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몸은 가늘게 떨리고 말이 나오지도 않았다. 그 사건은 류혜진의 마음속에서 영원한 아픔으로 남아있었다. 세화와 천화 남매가 얼른 그녀를 부축했다. “왕 부장님, 말을 가려하세요. 5년 전에 어머니는 병원에서 해고되었고 의사 자격도 금지되었어요. 거기다 저희 가족은 많은 돈을 배상했다고요.” “이건 대가를 치른 게 아닌가요? 그럼 지금 죽어서 대가라도 치루라는 거예요?” 왕연석은 전혀 표정을 흐트러지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어쨌든 난 현대병원의 옛 동료로부터 들었는데 최근에 라세진 가족이 옛날 일을 다시 꺼내도 당신네 식구들이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고 말하더군요.” 사실 왕연석은 현대병원에서 전근되어 왔다. 예전에는 류혜진과 함께 일했었고 심지어 류혜진에게 맹렬히 구애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류혜진은 진창하와만 만나며 함께했다. 그래서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류혜진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다. 또한 몇 년 전 의료사고의 내막도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을 계속 언급하는 건 진창하를 병원밖으로 내쫓는 핑계일 뿐이다. 세화의 눈에 분노의 빛이 번쩍였다.라세영과 그의 부모는 요 며칠 또다시 하늘 거울로 와서 돈을 몇 번 달라고 요구했다. 이 가족이 무뢰를 범했지만 세화의 가족들은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그저 매번 돈으로 일을 처리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들은 여전히 밖에서 헛소문을 퍼뜨려 말썽을 피우고 있었다. “으아..
건물 전체가 그 분노의 외침에 의해 놀라 소란스러워졌다. 한순간에 많은 사무실에서 사람들이 놀라서 밖으로 나왔다. “누구야! 누가 감히 나를 이렇게 말해? 나와!” 왕연석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병원 관리자이자 리더로서, 왕연석은 항상 자신의 권위를 중요시해 왔다. 그런 사람이 이렇게 모욕당하니 당연히 분노를 참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말했다.” 이윽고 머리가 희끗희끗하지만, 여전히 정정한 하원종이 군중 속에서 걸어 나왔다. 얼굴이 붉게 상기되고, 두 눈에서 불꽃이 튀어 오를 기세로 왕연석을 노려보았다. 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 어르신은 다름 아닌 동혁과 함께 병원에 온 하원종이었다. “이 노인네, 네가 뭐길래 나를 감히 욕해!” 왕연석은 이마의 혈관까지 튀어나올 정도로 화를 냈다. 그러나 주형민은 하원종을 보고 순간 멈칫하더니, 갑자기 놀라서 외쳤다. “하, 하원종 선생님!” 이 한마디가 순식간에 건물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와, 정말 하원종 선생님이네! 국내 정형외과의 권위자!” “하원종 선생님이 얼마 전 외부 전장에서 팀을 이끌고 귀국했잖아요. 국가 뉴스에서도 성대하게 보도되었는데요!” “왕 부장은 정말 오만하네요. 감히 하원종 선생님을 욕하다니, 나수민 원장님도 하원종 선생님의 제자인걸요!” “더 중요한 건, 정형외과 병원의 지도자로서 본 업계의 최고 인물을 모른다는 게, 이게 말이 돼요?”현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중에는 의사와 환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 하원종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하원종은 매우 유명한 인물이었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단력 있게 팀을 이끌고 외부 전장에 나섰다. 생사를 넘나들며 수많은 전공을 세운 공훈자들의 목숨을 구해낸 영웅이었다. 얼마 전 귀국했을 때도 그는 최고 수준의 대접을 받으며 영광스럽게 돌아왔다.하원종은 사람들에게 국가의 영웅으로 불렸다. 이윽고 의료진들은 흥분하여 하원종 쪽으로 몰려들었다.
하원종의 한마디에, 현장은 순간 소란스러워졌다. 모두가 진창하 일가를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원종이 먼 곳에서 H시까지 온 이유가 바로 진창하의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서라니, 정말 믿기 힘든 일이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진창하 일가는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었던 상황이었다. 한편, 땅에 주저앉아있던 왕연석은 이 말을 듣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들어 진창하 일가를 바라보았다. 왕연석은 후회막심했다.‘하원종 선생님께서 먼 곳에서 달려올 정도라면 진창하 일가는 도대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 걸까!’“선생님, 정말 감사해요! 감사해요!” 세화 일가는 너무 기뻐서 서둘러 하원종에게 감사를 표했지만, 역시 이 상황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 이때, 나수민이 진창하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는 즉시 말했다. “형민 선생, 빨리 진창하 어르신의 통증을 완화하고, 검사를 진행하세요.” 지시를 내린 다음 나수민은 진창하 일가를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잠시 후, 사람들 속에서 동혁이 걸어 나오더니 세화와 함께 진창하를 치료실로 밀고 갔다. 그때 하원종은 땅에 앉아있는 왕연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수민아, 이 사람이 너희 병원의 고위층이냐?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구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환자를 내쫓으려고 하다니! 의료진으로서 어떻게 환자를 그렇게 대할 수 있단 말이야?” 왕연석은 하원종이 자신을 욕하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방금 하원종과 동혁이 사람들 속에서 자신이 비굴한 순간을 함께 목격했다는 사실에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다. “선생님, 상황을 잘 모르셔서 그러시는데, 몇 년 전 류혜진 선생이 의료 사고를 일으켰어요. 하지만 류혜진 선생이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고, 제가 너무 화가 나서 그만 충동적으로 행동해 버렸습니다!”왕연석은 벌떡 일어나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하원종이 말한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자신은 완전히 끝장날 것을 알고 있었다.
“방법이 없다니요? 이보다 더 나쁜 상황도 본 적 있어요.” 하원종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세화 아가씨, 안심해요. 완전히 회복되지 않더라도, 걷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예요.” 이 말을 듣고, 세화와 가족들은 크게 기뻐했다. 진창하도 흥분하여 휠체어의 손잡이를 꽉 잡았다. “흠, 그런데 진창하 선생의 상황은 다소 특이해요. 이제부터 이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함께 논의한 후, 치료 방안을 확정하고 정식으로 치료를 시작할 거예요. 앞으로 일정 기간, 수술이나 학술 교류를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 외에는, 저 역시 계속 H 시에 머무를 거예요. 또한, 진창하 선생의 수술은 제가 직접 집도할 거예요.” 나수민은 또다시 놀란 눈으로 세화 일가를 바라보았다. 그토록 바쁜 하원종이 진창하를 치료하기 위해 H 시에 장기간 머무른다니, 게다가 직접 수술을 집도하겠다고 나섰다. 사실 하원종은 치료 방안을 만든 후,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도 있는 일이었다.즉, 하원종이 세화 일가를 아주 많이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다.“선생님, 실례지만, 누구의 요청으로 저희 아버지의 치료를 하러 오셨나요?” 세화가 궁금증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물었다. “동혁이 저를 불렀어요.” 하원종이 씩 웃으며 동혁을 가리켰다. “동혁!” 모두가 놀라 동혁을 바라보았다. ‘동혁이 하 선생님을 초대할 수 있었다니!’ 사람들의 놀라움을 느낀 하원종은 웃으며 설명했다. “동혁과 저는 오랜 인연이 있어요.” ‘오랜 인연?’ 세화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깨달았고, 동혁이 유서 깊은 가문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예전에 동혁 씨가 어쩔 수 없이 떠난 후 H 시의 이씨 가문으로 오게 된 것이고, 아마 그때부터 하 선생님과 인연을 맺은 것일 수도 있어...’ 류혜진과 진창하도 동혁의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는 묻지 않았다. 이번 일로 류혜진은 동혁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다.진창하의 치료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기에, 세화 일가
“무슨 일이죠?” 세화 일가는 모두 마음이 무거워졌다. 진한강이 진한영을 뵈러 가자는 명목으로 그들을 속여 데려왔다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표정을 보니, 분명 좋은 일이 아니었다. “진창하, 류혜진, 두 늙은이, 너희 딸과 사위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아직 모르는 거야!”바로 그때, 원한이 서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진화란과 진태휘 남매가 방에서 걸어 나왔다. 둘 다 세화 일가를 향해 원한 어린 눈빛으로 노려보았다.“진화란, 우리는 네 작은아버지와 작은어머니야!”진창하가 화를 내며 외쳤다.“나한테는 너희 같은 작은아버지, 작은어머니는 없어!”진태휘가 말했다. “며칠 전, 진씨 가문을 위해 지원 자금을 받으려고 평가위원회 전문가들을 접대했어. 그런데 너희 딸과 사위가 시샘해서 나를 신고하는 바람에, 그 조동래라는 개X식이 나를 경찰서에 집어넣었어! 그 바람에 유치장에서 사람들에게 구타까지 당했다고!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동원하고, 돈을 써가며 겨우 풀려났는지 알아?”진창하와 류혜진은 놀라서 세화를 바라보았다. ‘진짜 이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 “진태휘, 본인이 중개인 역할을 해놓고 뻔뻔하게 우리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그러자 세화가 경멸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배은망덕한 녀석, 그 입 닥쳐!” 진태휘는 분노에 치를 떨며 말했다. “그리고 나도 있어!” 화란이 날카롭게 말했다. “그저께 밤 블루산장에서, 너희 멍청한 사위가 세 명의 불량배를 내 방에 들여보내 나를 강간했어! 하지만 진씨 가문의 명성을 위해 참아 넘기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려고 했지. 그런데 그 멍청한 사위가 신고를 하는 바람에, 이 일이 모두에게 알려졌고 지금 H 시 전체가 내가 구강 악취와 겨드랑이 냄새가 나는 세 명의 불량배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이 모든 게 다 너희 멍청한 사위 때문이야!”이 말을 들은 진창하와 류혜진이 충격받아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렇게 놀라운 일이 있었다니!’ “진화란, 도둑이
“그러므로 진씨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누군가가 희생해야 해.” 세화 일가는 모두 고개를 들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진한강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진한강이 이렇게 뻔뻔한 말을 당연한 것처럼, 심지어 떳떳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진한강,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본인 딸의 명성만 중요하고 내 딸의 명성은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류혜진은 가슴을 치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흥, 세화가 동혁 그 쓸모없는 놈과 결혼한 이후로 무슨 명성이 남아 있겠어? 심지어 동혁과 이혼한다고 해도, 엘리트의 자제들이 세화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을 거야. 그러나 화란은 달라, 화란은 방세한과 단지 연애를 했을 뿐이야. 방씨 가문에서 일어난 그 일들도 화란은 몰랐어! 그리고 진씨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는, 이런 희생이 필요해.” 진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차례차례 말을 이었다. 이 말들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세화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세화는 여러 번 이 친척들의 뻔뻔함을 경험했었다. 그러나 이들이 이 정도로까지 비열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이윽고 류혜진은 진씨 가문 사람들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 여러분들도 딸이 있잖아요, 왜 본인들 딸을 희생시키지 않는 데요!”“너희 딸과 사위가 화란을 이렇게 만든 걸 누가 뭐라겠어요.” 그들 모두 냉소를 지으며 답했다. “엄마, 이 사람들과 더 이상 말싸움하지 마세요!” 세화가 갑자기 입을 열어 이 무의미한 논쟁을 멈추게 했다. “나는 절대 신고하지 않을 거예요.” 세화는 진씨 가문 사람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감정 하나 없이 말했다. “그리고 저는 이미 진씨 가문과 연을 끊었어요. 즉, 진씨 가문의 이익이 내 알 바 아니라는 소리예요.” “세화, 너!” 진씨 가문 사람들은 충격에 빠진 채 세화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세화가 변한 것을 깨달았다. 예전의 세화는 자기들 앞에서 늘 참고 견디
마치 마술에 걸린 듯이, 그 ‘고수’의 손바닥은 결국 더 이상 내려가지 않았다. “동혁 씨!” 세화는 곧바로 기쁨에 차서 외쳤다. 두려움에 창백해졌던 얼굴이 순식간에 혈색을 되찾았다. 동혁을 보자마자 세화는 안심이 되었다. “내 옆으로 와.” 동혁은 다가가 주위에 있던 경호원들을 무시하고, 세화를 자신의 뒤로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차가운 눈길로 진씨 가문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결국 진한강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진한강, 너희 일가가 또 내 아내를 괴롭히고 있군. 그래서 내가 오는 걸 그렇게 두려워하는 거지!”진한강의 얼굴에 약간의 분노가 서렸다. “이동혁, 네가 아직도 진씨 가문이 예전의 진씨 가문이라고 생각하나? 이제 진씨 가문은 최상위 가문이고, 나는 진씨 가문의 가장이야. 네가 내 앞에서 무례하게 굴 수 있다고 생각해?” 진한강이 차갑게 외쳤다. “허, 최상위 가문? 내 막 3대 가문을 다 무너뜨렸는데?” 동혁은 갑자기 얼굴을 어둡게 만들며 말했다. “내 아내의 가족들을 봐서 오늘은 봐주겠어. 다시 경솔하게 굴면, 진씨 가문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고, 더 이상 허황한 꿈을 꾸지 못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이동혁, 네가 뭔데? 뭐가 그렇게 대단해!”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경멸하며, 분노에 치를 떨었다. 동혁이 감히 최상위 가문을 무시하다니! “세화, 우리 가자.” 동혁은 이들을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듯, 앞으로 나아가 진창하의 휠체어를 밀고 떠나려 했다. “이동혁, 내가 너 보고 가도 된다고 허락한 적 있어!” 그때, 뒤에서 갑자기 화란의 이를 갈며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란은 경호원들에게 소리쳤다. “뭘 하고 있어? 당장 이 멍청이를 막아!” 경호원들은 동혁이 방금 천근짜리 대문을 발로 차서 무너뜨린 무서운 장면에 놀라 어리둥절해 있었다. 그러나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용기를 내어 동혁에게 달려들었다. “멈춰!!! 화란 아가씨가 너희를 보내겠다고 한 적 없어!!” 경호원
세화는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리고 얼굴은 순식간에 종이처럼 창백해졌다. “한강 형님, 세화는 당신의 친조카예요!” 진창하는 휠체어를 돌리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진한강을 바라보았다. 가문에서 추방하고 성씨를 박탈하는 것은, 전통을 중시하는 H 국에서 가장 심각한 처벌이었다. 심지어 동혁도 이씨 가문에서 추방되었을 뿐, 성씨를 박탈당하지는 않았다. “진씨 가문을 위해 희생하지 못하는 자는 내 조카가 아니야!”진한강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둘째야, 잘 생각해라. 세화가 신고하지 않으면, 너를 포함해 세화와 태휘가 모두 진씨 성을 더 이상 쓸 자격이 없어!” “한강 형님, 정말로 가족의 정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너무 잔인해요!” 진창하는 눈물을 흘리며 크게 외쳤다. “아버지, 나와서 공정하게 판단해 주세요! 저도 아버지의 아들이잖아요.” 그러나 집 안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노력해 봐야 소용없어. 아버지가 못 들으셨을 수도 있고 들으신다고 해도 우리 편을 들 거야!” “진씨 가문에서 추방당하고 성씨를 박탈당하고 싶지 않다면, 딸을 신고하게 해야 해!” 진태휘와 화란은 만족스럽게 말했다. 그들은 가주의 권한을 쥐고 있어 세화 일가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다른 진씨 가문 사람들도 마음속의 생각이 어떻든 간에, 함께 이들의 주장을 지지하며 힘을 실었다.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진창하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외치며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는 피가 섞인 침이 흘러나왔다. 지금 진창하는 너무나도 화가 나서 정말로 피를 토했다. “내가 폐인이 되더라도, 절대 자식을 팔아 가문에서 박탈당할 성씨를 얻는 일은 없을 거고. 이 악랄한 인간들한테 인정받으려고 하지도 않을 거고! 세화야, 집으로 가자!” 세화 일가는 미련 없이 진씨 가문의 저택을 떠났다. 하늘 거울에서 돌아온 후, 모두의 기분은 매우 침울했다. “여보, 누가 여보의 성씨를 결정할 수 있겠어? 가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
“시연아!”조카딸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자,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던 우대평이 놀라 울부짖었다.그리고 탁자를 치고 일어나서 찢어질 듯한 시선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어디서 온 나쁜 놈이 감히 우리 H시 상공회의소에서 건방지게 굴어!”“여보, 아파?”동혁은 우대평을 보지도 않은 채 세화의 손을 잡고 애틋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볼을 만지면서 바닥에 뻗은 우시연을 본 세화는, 맞은 얼굴이 덜 아픈 것처럼 느껴졌다.동혁이 자신을 무시하자, 화가 난 우대평은 이를 악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여보? 이 나쁜 새끼, 바로 진세화의 폐물 데릴사위 남편 이동혁이야?”“늙은이, 너는 또 뭐야?”동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우대평을 바라보았다.우대평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우시연을 부축하던 나건성이 바로 고함을 쳤다.“건방지게! 이 분은 우리 H시상공회의소의 우 회장님이셔! 감히 회장님에게 불경을 저지르다니!”“우 회장이라, 당신이 우대평이야?”우시연을 힐끗 본 동혁이 큰 소리로 물었다.“저 천한 년도 성이 우씨던데, 당신 사생아야?”“이동혁, 너 건방지게!”분노한 나건성이 고함을 쳤다.“시연 양은 우리 회장님의 조카딸이야! 정직하고 덕망이 높으신 우리 회장님을 네가 이렇게 중상모략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어!”“빨리 회장님께 잘못을 빌지 못해!”“아, 내가 착각한 모양이네.”동혁은 고개를 끄덕이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던 우대평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다. 자신의 신분을 알았으니 동혁이 복종할 걸로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저 천한 년이 무지막지하게 날뛰면서 설치길래, 나는 집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로 생각했지. 바깥에 대놓고 내놓을 수 없는 사생라서 그런 줄 알았지.”“누가 가르친 모양이네... 그런데 어떻게 저따위로 가르쳤지?”동혁의 조롱하는 눈빛이 우대평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위로 떨어졌다.“피식!”세화는 바로 웃음이 나왔지만 얼른 입을 막았다.우시연에게 맞은 뺨이
“죄송합니다, 회장님. 저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옳고 그름을 견지할 뿐입니다.”“이 세상을 비록 흑백 논리로 구분할 수 없다고 해도, 때로는 무조건 옳거나 틀린 경우도 있으니까요!”세화는 변함없이 우대평을 존중했지만 그 말투는 단호했다.우대평은 마치 발작할 듯한 기세로 코웃음을 쳤다.바로 그때, 안경을 쓴 여자가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뛰어들었다.“큰아버지, 제 화를 좀 풀어주세요!”“큰아버지, 그 이동혁이라는 폐물 데릴사위가 얼마나 날뛰는지 아세요?” “제가 그자를 자원봉사자에서 제명했을 때, 그 인간이 뜻밖에도 저를 위협했어요. 오늘이 제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로 있는 마지막 날이 될 거라고요!”“그 인간은 큰아버지를 정말 우습게 여기는 거예요. 정말 화가 나 미치겠어요!”여자는 세화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우대평의 앞에 와서 눈노를 쏟아냈다.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앞서 동혁을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했던 우시연이다.스타공익재단은 H시상공회의소가 출자해서 설립한 재단으로, 당연히 큰아버지 우대평 덕분에 우시연이 책임자가 될 수 있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우대평의 눈에서 노기를 드러냈다.“이동혁이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제가 큰아버지를 왜 속이겠어요! 그렇게 많은 자원봉사자 앞에서 저를 아주 우습게 여겼어요.” “큰아버지가 저를 도와주시지 않으면, 이 분노를 해소할 수 없을 거예요!”우대평의 옷자락을 붙잡고 하소연하던 우시연은, 문득 고개를 돌려 세화를 보고는 잠시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어, 저 사람은 누구에요, 큰아버지?”세화를 처음 봤지만 우시연의 마음속에서는 질투가 일었다.‘이 여자 너무 예쁜데.’ 세화의 온몸에 넘치는 자신감과, 속세를 벗어난 듯한 고귀한 기질에 우시연은 열등감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시연아, 저 여자는 바로 그 폐물 이동혁의 아내이자 혜성그룹의 회장인 진세화 씨야.”나건성이 마치 환심이라도 사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우시연이 줄곧 큰아버지 우대평의 총애를 받고 있기에
나건성은 세화에게 전혀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압적인 태도가 계속 이어지자, 곧 세화는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우대평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면서 세화가 말했다.“회장님, 상공회의소에 끼친 손실에 대해서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우대평은 가만히 앉은 채 가타부타 태도를 표명하지 않았다.나건성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회장님, 이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사과를 해도 소용없습니다.” “지금 리성투자회사에서는 당신의 남편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당신의 남편은 무법천지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스타공익재단을 통해서 원화투자회사로 연락하여 사과하라고 했습니다만 당신의 남편은 거절하고 항난그룹을 찾았습니다.”“더군다나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허, 정말 우리 H시상공회의소를 안중에도 두지 않다니.”“당신의 남편은 회원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 해도, 진 회장 당신은 다릅니다.” “당신은 우리 H시 상공회의소의 정식 회원입니다. 솔선수범해서 회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이 말에 세화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H시상공회의소 회원이 확실하기에.앞서 H시상공회의소에서 찾아와서 입회 서류를 작성하게 했다.원래 세화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비즈니스계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늘 온갖 협회와 단체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입회 서류 한 장 때문에 H시상공회의소에서 자신에게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지게 된 것이다.“H시상공회의소에서 제게 뭘 요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세화는 염치불구하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나건성이 간단하게 대답했다.“아주 간단합니다. 남편분이 천용훈 씨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도록 진 회장님이 나서서 얘기하시면 됩니다!”세화가 우대평을 힐끗 쳐다봤지만, 우대평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무표정한 얼굴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진 회장님, 이런 작은 일에 뭘 망설입니까? 되든 안 되든 말을 해야지요!”
‘사해상공회의소의 욕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S시 재계의 거두가 되려고 할 뿐만 아니라, 지금은 또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다른 도시들의 상공회의소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그러나 이것은 동혁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그래, 알았어.”전화를 끊은 동혁은 바로 선우설리가 보낸 주소로 달려갔다.H시상공회의소의 사무실은 다이너스티호텔에 있다.6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업무뿐만 아니라 접대와 회의에도 편리했다.세화는 동혁보다 조금 먼저 도착했다.직원의 안내로 회장실로 오자, 검은색 가죽 소파에는 우대평 회장이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후배 진세화가 우 회장님을 뵙습니다.”앞으로 나온 세화가 공손하게 후배로서의 예를 취했다. 이 덕망이 높은 선배에 대해서 세화는 줄곧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60이 다 된 우대평의 귀밑머리는 벌써 반백인 상태였다.우대평이 허허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진 회장,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나는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입니다.” “두 회사를 지휘하는 진 회장에 비하면, 그저 좀 일찍 태어난 정도의 경력밖에 없어요.”“그리고 그 당시 내가 창업을 시작했을 때, 진씨 가문에서는 할머님이 이미 진성그룹을 세우셨지요.”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 분의 인도를 받은 사람들이 많아요. 지금은 각지에 흩어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공을 세워 이름을 날렸고, 거부가 되기도 했어요.”“그런데 지금의 진성그룹은, 아이고,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요...”그렇게 말하면서도, 우대평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파에 앉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세화는 진성그룹의 지금 모습을 떠올리면서 마음속으로도 한숨을 내쉬었다.‘그 당시 진성그룹이 할머니 수중에 있었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지금은 전혀 존재감이 없어.’세화 일가를 제외하고는 진씨 가문 사람들 모두 성을 바꿔서, 조상마저 잊었다는 오명을 쓴 채 웃음거리로 전락했다.그러나 세화는 최근 제씨 집안에서, 할머니 제원화로 빚어진 각종 문제들을 청산하고 있는 것
우시연은 믿는 구석이 있기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스타공익재단에서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어서, 우시연이 자원봉사자로 뽑지 않겠다고 하면 자원봉사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좋은 일을 하는데 너희 동의가 필요하다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자원봉사자들은 모두 분개했고, 몇몇 여성 자원봉사자들은 곧 울음이 터질 듯했다.그들 모두 대학생으로 현실은 어둡고 오싹하기만 했다.“나를 제명하겠다는 거지? 내가 가면 되겠네.”바로 그때 불쑥 말을 내뱉은 동혁이 레드 재킷을 벗으면서 그 여학생들을 위로했다.“모두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안 돼요. 우리가 자원봉사를 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잖아요.”“걱정 말아요, 나중에 내가 모두를 위해서 공정한 도리를 되찾아 줄 테니까요. “모두가 열심히 땀을 흘렸는데 또 눈물까지 흘리게 할 수는 없지요!”수위 변동이 긴급했기에, 동혁은 이 일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떠나게 되거나 구조가 지체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잠시 화를 참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레드 재킷을 우시연의 옆에 있는 직원에게 던진 동혁이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우시연,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맞지? 기억해 두겠어.”“내가 한마디 충고하지. 내가 간 후에 너는 절대 이 자원봉사자들을 난처하게 해선 안 돼. 자신의 앞날이 걸린 문제니까 잘 생각해.”“오늘이 네가 스타공익재단 책임자를 맡은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야!”말을 마친 동혁은 돌아서서 바로 가버렸다.“흥, 항난그룹 회장 아주 대단해?”“우리 큰아버지 우대평에 비하면 너는 X도 아니야! 발톱의 때도 안 되는 주제에!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동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우시연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조롱했다.동혁은 상대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밤을 새운 데다가 또 반나절 동안 구조에 참여했기에, 피곤해서 좀 쉴 생각이었다.그러나 집에 돌아오자마자 장모가 동혁을 붙잡고 면전에서 퍼부어댔다.“이동혁, 이 나쁜 놈! 괜찮다고 해놓고서 왜 또 그 천용훈
장가연의 말을 듣자, 동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장가연과 H시상공회의소는 리성투자회사의 흉악한 속셈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어.’‘소위 법적 절차를 밟는다는 건 말짱 헛소리야.’‘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에, 리성투자회사에서 소송을 한다 해도 절대 이길 수 없어.’‘만약 내가 압력에 못 이겨서 정말로 사과를 한다면, 평생 그 누명을 안고 가야 해.’‘더군다나 상대방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한 건, 나를 마음껏 모욕하겠다는 수작에 지나지 않아.’동혁은 확신했다.‘일단 내가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사건이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시작되는 거야!’“투자회사의 뜻? 장가연 씨, 당신이 투자회사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사장인 내가 잠시 떠나 있을 뿐입니다.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요!”장가연이 자신의 사과를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상 동혁도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때로는 양보할수록 더 욕심을 내는 법이지.’[이동혁, 당신!]동혁의 태도가 이렇게 강경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장가연은 화를 참지 못하고 식식거렸다.“어차피 나는 절대 사과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요. 나는 또 구조 작업에 가야 합니다.”동혁도 장가연이 화가 나든 말든 전화를 끊어버렸다.“당신이 이동혁 씨입니까?”몇 분 후 동혁 등 구조대원들은 계속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갑자기 레드 재킷을 입은 사람들이 바로 동혁을 찾으며 다가왔다. 기세등등한 태도에 눈빛도 곱지 않았다.“내가 바로 이동혁입니다. 왜요?”동혁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선두에 선 젊은 여자가 안경을 고쳐 세우고는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나는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우시연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우리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되었음을 알립니다!”이 말을 듣고 멍해진 주변의 구조대원들이 곧 우시연을 에워쌌다.“왜 이동혁 씨를 제명하는 겁니까?” “이동혁 씨는 우리 자원봉사자들 중에서도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데요!” “더럽고 피곤한 것도 전혀 마다하지 않았어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