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심사위원회에 지원금 4000억을 받으면 1000억을 수수료로 돌려주겠다고 개인적으로 약속했어.” 화란은 세화가 진씨 가문의 이런 추잡한 비리를 알고 진씨 가문의 일을 폭로할까 봐 전혀 두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세화가 이씨 가문의 눈 밖에 나는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화란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거 알아? 이씨 가문에서도 8000억의 지원금을 받았어.” 세화는 놀라 의아해하며 눈을 크게 떴다. 동혁은 H시에게 2조의 자금을 돌려주었다. 원래 의도는 H시의 발전과 건설을 지원해 H시의 모든 시민들이 이익을 얻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이게 무슨 소리지?’ ‘이씨와 진씨 가문이 뒷거래로 총 1조 2000억을 나누어 가졌다고?’ ‘이렇게 되면 이 자금은 3대 가문의 기존 사업을 나누어 차지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될 거야.’ 세화는 분노했다. ‘이씨와 진씨 가문이 이렇게 파렴치하다니.’ ‘H시에 대한 이 전신의 노고가 모두 무가치하게 변해 버렸어.’ “하하, 우리는 남은 3000억을 사용해 경매로 3 대 가문의 사업을 차지할 거고 그렇게 진씨 가문의 부를 눈덩이처럼 크게 부풀릴 거야.” “세화, 넌 가만히 우리가 도랑치고 가재 잡는 걸 잘 지켜봐, 아니, 우리가 H시의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보라고. 하하하.” “세화는 빽도 없고, 일처리도 안 되니, 이제 뭘 가지고 우리와 싸우겠어?” 진씨 가문 사람들은 세화를 한동안 조롱하고 거들먹거리며 떠났다. 이어서 또 한 무리의 회사 사장들이 화를 내며 걸어 나왔다. “젠장, 2조의 지원 자금이 있으면 뭐 해? 단번에 이씨와 진씨 두 가문에 1조 2000억을 분배하고서 배경이 든든한 사람에게 높은 평가 점수를 주고, 우리 같은 배경 없는 창업 회사는 눈곱만큼도 지원이 없다니. 정말 세상에 믿을 사람 아무도 없어!” “난 이제 이 전신도 더 이상 믿을 수 없어. 말만 번지르르하게 뭐? H시 건설을 지원해 H시 전체 시민이 해택을 얻도록 하겠다
“네, 엄 교수님, 무슨 일이세요?” 심사위원회의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생각하니 세화의 말투는 평소보다 다소 냉랭했다. [진 회장님, 세방그룹의 그 계획서를 저희 위원회에서 다시 검토해 보니 지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이러면 어떻습니까? 회장님이 다시 한번 와서 함께 얘기를 해보는 게.] 세화는 엄봉석이 자신의 일을 적당히 얼버무리려고 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 ‘정말로 심사 자료를 다시 한번 검토한 거야?’ ‘이렇게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신다고?’ ‘설마, 내가 엄 교수님을 지금까지 오해한 건가?’ ‘교수님은 그 두 가문과 야합한 것이 아니라, N도 이씨 가문에 눈밖에 날까 봐 어쩔 수 없이 그랬던 건가?’ “예, 감사해요.” 세화는 감격하여 전화를 끊었다. “엄 교수가 누구야?” 동혁이 물었다. 세화가 기뻐하며 말했다. “심사위원장인 N도대학 교수님이신데, 우리 계획서를 다시 검토했더니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데.” “그래? 그럼 같이 가보자.” 동혁은 일어나 차 열쇠를 집었다. ‘마침 나도 심사위원회의 일을 처리하러 가려던 참이었는데 잘됐어.’ “동혁 씨, 밖에서 기다려.” 시청에 도착하자마자 세화는 혼자 엄봉석이 있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회장님, 아까 전화로 한 말은 생략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염봉석은 안경을 추켜올리며 말했다. “회장님의 세방그룹이 신청한 지원금을 승인할 수 있습니다.” “아주 잘됐네요. 엄 교수님, 감사합니다.” 세화는 너무 기뻤다. 세방그룹은 1000억의 자금지원을 신청했었다. 하지만 세화는 처음부터 이렇게 많이 지원받을 줄은 기대하지 않았고 단 200억 도 괜찮다고 생각했다.2조의 자금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지원이 필요한 회사 역시 많았다. 현재 1조 2000억이 이씨와 진씨 두 가문에게 분배된 상황이었다. 남은 8000억을 다른 회사들이 나누어 지원받는다면 당연히 그 액수도 적을 것이 분명했다. “이 1000억의 지원자금을 저희 세방그룹이
“엄 교수님, 저를 과소평가하셨군요.” 세화는 냉정하게 말했다. “부정한 돈이라면, 전 차라리 받지 않겠습니다.” 20억은 말할 것도 없었다. 설사 2000억 아니 2조라 해도 부정하다면 그녀는 용납할 수 없었다. 엄봉석이 20억을 가지고 세화와 잠자리를 가지려고 하는 것은 마치 그녀의 인격을 짓밟는 것과 다름없었다. “부정한 돈이라고?” 세화가 계속 강경하게 나오자 엄봉석의 마지막 인내심마저 사라졌다. 요 몇 년 동안 그는 많은 여학생들을 농락해 왔다. 조금만 불안하게 만들면 모두 고분고분 그의 말을 잘 들었다. 그런데 오늘 아무것도 먹히지 않는 세화의 반응이 그를 매우 화나게 했다. 엄봉석은 그대로 사무실 입구로 걸어갔다. “찰칵!” 뜻밖에 그는 문을 잠갔다. “엄 교수님, 지금 이게 무슨 짓이죠?” 세화는 순간 떠오르는 생각에 얼굴빛이 갑자기 변하며 화를 냈다. “여기는 심사위원회가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에요. 당신이 감히 범죄를 저지르려 한다면 절대로 도망갈 수 없을 겁니다.” “진 회장도 잘 아네. 그래, 여긴 심사위원회가 업무를 보는 곳이야.” 엄봉석은 냉소를 지었다. “그래서 세방그룹의 1차 심사가 통과되지 않으니까, 진 회장이 지원자금을 받기 위해 개인적으로 나를 만나자 해 유혹한 거 아니야?” “몰랐어? 지금은 점심시간이고 업무를 보는 시간이 아니지. 진 회장이 이 시간에 내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나를 찾아오는 것 자체가 정상이 아니지 않아? 안 그래?” “엄봉석, 이 파렴치한 놈. 겉으론 점잖은 척하더니, 이 짐승 같은 놈!” 세화는 화가 나 몸을 떨었다. 그녀는 그제야 엄봉석이 일부러 점심시간에 자신을 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내가 스스로 함정에 걸려든 꼴이야.’ “칭찬해 줘서 고맙네.” 엄봉석은 입고 있던 양복을 벗었다. 그의 셔츠 안 상반신이 건장한 걸 보니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한 것 같았다. “진 회장, 체향이 너무 좋네. 이렇게 멀리까지 냄새가 나니. 하하.”
“엄 위원장님은 N도대학 교수이신데 당신들이 이렇게 감히 잔인하게 손을 쓰다니.” “당신 세방그룹 회장이죠? 당신 그룹이 1차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건 심사위원회 전원의 결정인데 그렇다고 당신들이 이렇게 몰래 엄 교수님에게 복수를 하다니, 정말 세상이 무법천지군요. ” 많은 사람들이 잇달아 화를 내며 목소리 역시 점점 매서워졌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에요. 여기 엄 교수가 저를 협박하며 잠자리를 강요해 내 남편이 나를 구하려다 이렇게 때린 겁니다. 모두 정당방위라고요.” 세화는 괜히 시간을 끌다가 일이 더 복잡해질까 걱정돼 재빨리 해명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들의 눈으로 본 것만 믿었다. 사람들은 세화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요. 엄 교수님이 얼마나 덕망이 높고 품위가 있으신 분인데, 잠자리 요구를 하며 협박을 했다고요? 지금 누구를 속이는 겁니까?” “지금 감히 남을 음해하고 모함하는 겁니까? 어디서 수작질이에요? 엄 교수님이 이렇게 얻어맞아서 말을 못 하시니 아무렇게나 둘러대는 겁니까?” “얼굴은 예쁘게 생겼는데 속은 왜 이렇게 더러워?” 이 말들을 들으며 세화는 바로 깨달았다. ‘이 사람들하고는 더 이상 말이 안 되겠는데?’ “저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소리 할 거 없어요. 제가 이미 경찰에 신고했으니 경찰서에서 곧 이 사람들을 잡으러 올 겁니다.” 안경을 쓴 삼십 대 중반의 한 남자가 말했다. “우리 선생님을 이렇게 때렸으니, 당신들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우리 선생님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당신들은 전혀 모를 테지.” 이 사람의 이름은 장명호, 엄봉석의 제자이다. 그 역시 심사위원회의 전문가 중 하나였다. “영향력이 크다고?” 동혁이 웃었다. “권력가들 사이에서 영향력이 큰 거겠지. 왜 이씨 가문 같은 명문가에게 우리에게 복수해 달라고 하려고요?”“그게 무슨 뜻이야?” 장명호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무슨 뜻인지 다 알잖아요?”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
사람들이 몰려오는 큰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조동래 시경찰서 경감이 한 무리의 경찰들과 함께 도착했다. “조 경감님, 당장 저 두 사람을 잡아가세요. 저 사람들이 악의로 엄 교수님에게 보복했을 뿐 아니라 우리 심사위원회가 뒷돈을 받았다고 모함까지 하고 있어요.” 장명호는 조동래를 알고 있었다. 심사위원회 전문가들이 왔을 때 조동래와 시장인 하세량이 함께 그들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당시 하세량은 그들에게 특별히 공손하게 대우했다. 그래서 장명호는 조경래가 도착하는 것을 보자마자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조동래는 장명호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먼저 동혁과 세화를 쳐다봤다. 먼저 두 사람이 무사한 것을 확인한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동혁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조동래의 표정이 갑자기 냉랭하게 변하더니 손을 크게 흔들었다. “여기 이 전문가들을 데려가 조사해!” 부하 경찰관이 지시를 듣고 움직여 즉시 다가가 장명호 등을 붙잡았다. “지금 왜 우리를 잡는 겁니까?” “이게 뭐 하는 겁니까? 우린 모두 초대된 전문가들입니다. 누가 당신들에게 우리를 잡으라고 지시했습니까?” 심사위원회의 전문가들은 분노와 고함을 지르며 모두 어리둥절해했다. ‘잡아야 할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저기 이동혁과 진세화잖아?’ “조 경감님,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제가 저 사람들을 잡으라고 했지, 우리를 잡으라고 한 게 아니잖아요. ” 분노한 장명호는 화를 터뜨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잡아야 할 사람은 당신들입니다.” 조동래는 콧방귀를 뀌었다. “공식적으로 말해서 당신들은 심사 업무 중에 이해 관계자들과의 부적절한 거래를 한 혐의가 있습니다. 따라서 정식으로 당신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습니다.” “부적절한 거래요?”장명호는 노호했다. “아 이제 알겠네요. 당신도 사람을 치는 저 두 사람과 한패구만. 그래서 이렇게 고의로 죄를 만들어 우리를 모함하는 거야.” “우리는 이씨와 진씨 가문으로부터 뒷돈을 받지 않았어요. 증거도 없으면서 당신이 뭔데
“전 이 사람이요. 이 못된 늙은이, 다 늙어 죽을 나이가 돼가지고 나를 얼마나 구역질 나게 했는데요.” 한 무리의 아름다운 여자들이 손가락으로 각각의 전문가를 짚으며 알고 있다며 외쳤다. 심지어 두 명의 여자가 지목한 사람이 같은 경우도 있었다. 이 말들을 듣고 있는 장명호 등의 얼굴은 당황하여 검붉게 변했다. 이제 그들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났다. 아무리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눈에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장명호 같이 겉으로 말쑥해 보이는 전문가들이 어젯밤에 뜻밖에도 단체로 여자들을 찾아간 것이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구역질 나면서도 이 사람들을 만난 것도 다 돈 때문이지 않습니까?” 조동래가 짜증 섞인 핀잔 한마디를 던졌다. 그리고 장명호 등을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어젯밤 새벽 이후 진씨 가문의 진태휘가 당신들에게 찾아준 이 여자들.” “우리가 이미 진태휘의 송금 기록을 입수했어요. 1인당 100만 원 이상, 거기다 아주 고급스럽게 노셨더군요.” “당신들이 묵었던 호텔까지 드나들었죠? 당신들 방에 들어가는 CCTV영상도 이미 확보했습니다.” “당신 전문가들 다른 무슨 할 말이 있습니까?” 주위에 사람들이 모두 조동래의 말을 들었다. 전문가들을 바라보는 심사위원회 직원들의 시선은 일순간 경멸로 바뀌었다. ‘평소 도덕적이고 말쑥한 전문가와 학자인 줄만 알았는데.’ ‘사석에서 이렇게 형편없는 사람들이었다니.’ ‘정말 더러운 놈들.’ “진태휘가 이런 사람들에게 여자를 데려다 주다니 정말 역겹네요.” 세화도 구역질이 났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이미 인적 물적 증거가 모두 있었다.조동래가 진씨 가문이 1000억의 뒤돈을 준 사실을 알아내지 못하더라도. 하지만 전문가들이 여자들을 찾는 것만으로도. 합법적으로 그들을 경찰서로 데려갈 수 있었다. “조 경감님, 그러지 마시고 저희 체면을 좀 봐서 이 일은 그냥 조용히 심리해 주세요. 저희 모두 학자이기 때문에 이런 소문이 나면 듣기 거북하지
“진 회장님은 우리 H시에서 사업으로는 아주 유명하시죠. 귀사의 계획이라면 분명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하세량이 아첨을 했다. “뭘요, 시장님,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우 기쁜 세화는 떠나며 하세량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세화가 인사를 하자 놀란 하세량은 식은땀이 왈칵 쏟아졌다. ‘황송하게 저렇게 허리를 굽혀 내게 인사까지 하시다니.’ “이 선생님, 저...” 동혁은 손을 내저으며 신경 쓸 거 없다고 표시했다. 하세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말했다. “이 선생님, 제가 알아봤는데 진씨 가문과 이씨 가문에 승인된 1조 2000억이 이미 송금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되찾아오라고 지시했습니다.” 동혁은 알겠다고 대답했다. 잠시 후 하세량은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나빠졌다. “왜요? 자금을 되찾지 못했다고 하나요?” 동혁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의외라고 여기지는 않았다. ‘진씨 가문은 뭐 괜찮겠지.’ ‘하지만 N도 이씨 가문이라면 H시 하세량 시장의 지시 정도는 그냥 무시할 거야.’ “직원 말에 따르면 이씨와 진씨 가문에서 1조 2000억의 지원금을 가지고 경매에서 3대 가문의 사업을 이미 낙찰받았고 아무도 그들과 경쟁이 안된다고 합니다.” “자금이 이미 반 이상 나갔다는데요.” 하세량은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 그는 지금 정말 자기 뺨이라도 스스로 몇 대 때리고 싶은 심정이다. 업무의 속도를 내기 위해 그는 재경부에 자금에 대한 특별 처리를 맡겼었다. 그래서 심사위원회 쪽에서 승인을 하면 바로 돈이 대상자에게 입금됐다.평상시에는 생각도 할 수 없는 효율로 일처리가 된 것이다. “이렇게 빨리 1조 2000억의 반 이상 자금을 쓰다니. 이 두 가문은 사업에 대한 아무런 평가도 안 하고 그저 돈을 주고 다 사들인 겁니다. 마치 마트에서 세일하는 물건을 다 사는 것처럼요.” 동혁은 콧방귀를 뀌었다. “소화도 못 시킬 거면서 그저 많이 먹겠다고?” “이 선생님, 그럼 저희가 막을 까요?”
“목소리 좀 낮춰. 누가 들으면 내가 무슨 대단한 사업가인 것처럼 자화자찬하는 줄 알겠어!” 세화는 손을 뻗어 동혁을 꼬집었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난 회사로 들어가 봐야겠어. 이 2000억을 반드시 잘 활용해야 해. 이 전신께서 특별히 신경 써서 H시에 지원한 건데 기대를 저버릴 수 없지.” ‘2000억의 지원자금이 곧 입금될 거야.’ 이 생각을 하는 세화는 만족해하며 지금 의욕이 넘쳐흘렀다. 그녀는 3대 가문의 사업 인수를 위해 경매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씨와 진씨 가문처럼 맹목적으로 사업을 쓸어 담을 수는 없지.’ ‘우선 그룹 내의 팀이 세심한 평가를 내리도록 해야 해.’ ‘우리 그룹은 N도 이씨 가문만큼 막대한 재력이 뒷받침되지는 않아.’ ‘그러니 자금을 남발하기보다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어.’ 동혁은 세방그룹에서 한동안 세화와 함께 있었지만, 그녀는 너무 바빠 동혁에게 신경을 쓸 시간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동혁은 어쩔 수 없이 세방그룹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내셔널센터 빌딩을 나왔다. 선우설리가 마이바흐를 타고 이미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차 안에는 선우설리뿐만 아니라 최원우도 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안녕하세요. 주, 주인님...” 선우설리는 여느 때와 같이 동혁을 불렀지만, 최원우는 그에 대한 호칭을 바꾸었다. 동혁은 살며시 웃으며 하인이 된 최원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왜 이렇게 더듬거리지? 날 그렇게 부르기 싫어?” “아닙니다. 부를 수 있어요.” 최원우는 어색하게 웃었다.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그냥 형님이라 불러.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들킬 테니까. B시 최씨 가문의 도련님이 나를 주인이라고 부르면 번거로운 일들이 괜히 많아지지 않겠어?” “아, 예, 형님!” 최원우와 선우설리 모두 기세가 비범했다. 그 두 사람이 지금 동혁 앞에 서있었다. 오가는 행인들과 차량들이 잇달아 곁눈질을 하며 쳐다보
왕범현은 현실이 너무나 괴로웠다. 그는 속에서부터 만 마디의 욕을 쏟아내고 싶었지만 감히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우님, 혹시 내게 또 다른 지시 할 것이 있나요?] 왕용비가 다시 물었다. 그는 능구렁이처럼 호칭을 바꾸어 동혁을 불렀다. “왕 교장선생님께서 말씀을 워낙 잘해주셔서 제가 더 할 말이 없네요.” 동혁은 왕용비의 태도에 만족하며 계속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가 아드님에게 제대로 한 번 가르침을 주지요.” [아우님, 정말 감사합니다.] 왕용비는 재빨리 감사를 표하고 전화를 듣고 있는 왕범현에게 소리쳤다. [범현이 너 이 자식, 동혁 삼촌이 무슨 말을 하든 잘 들어. 설사 네놈을 때리더라도 꼭 붙어 있으라고. 그게 다 너를 위해서니까.] [감히 쓸데없이 반항이라도 하면 내 당장 휠체어를 타고 가서 네놈을 아주 죽여버릴 거야.] 왕범현에게 단단히 일러둔 후 왕용비는 눈치 있게 전화를 바로 끊었다. 동혁은 왕범현을 바라보며 비아냥 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우리 큰 조카,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큰 조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왕범현은 화가 너무 나 속이 다 뒤집힐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애써 이를 악물고, 이마에 핏줄이 솟을 정도로 참은 채 단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딱 보니,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모양인가 보지” 동혁은 일어나 왕범현에게 다가가 손바닥으로 때려 그를 다시 바닥에 쓰러뜨렸다 이것으로 그는 이미 오늘 밤 여섯 번째 뺨을 맞게 되었다. 왕범현은 이빨 몇 개가 더 빠졌고 피가 섞인 침을 흘리며 기침을 했다. 동혁은 쭈그리고 앉아 그의 얼굴을 가볍게 두드리며 차가우면서 매섭게 말했다. “네놈 아버지가 말을 잘해 줘서, 네 아버지를 봐서 적당히 혼내는 거야.” “넌 좋은 아버지를 둔 것에 대해 감사하라고, 덕분에 적어도 널 죽일 생각을 접었으니까.” “그게 아니었다면 아까까지 네놈이 내게 한 불경스러운 행동으로 넌 10번 총살을 당해도 싸니까.” 왕범현은 억지로 고개를 들어 목을
휴대폰에서 또렷하게 흘러나오는 왕용비의 목소리를 주변 사람들 모두 들었다. 모두는 놀라서 동혁을 쳐다보며 의아해했다. ‘왕용비라면 H시 무술계의 명사로 H시에서 영향력이 강한 거물인데 어떻게 이동혁 같은 젊은 사람에게 저리 공손한 거지?’ ‘심지어 사장님이라고 부르다니?’ ‘쓸모없는 데릴사위라고 하지 않았어?’ 배경문, 현수린 등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얼굴은 사색이 된 채 손발을 가늘게 떨었다. ‘이번에 아무래도 우리가 사람을 잘못 건드린 거 같은데?’ 그나마 다행인 건 왕용비의 아들인 왕범현이 그들 앞에서 버티고 서 있다는 것이었다. “왕 교장선생님, 아드님이 저에게만 시비를 건 게 아닙니다.” 동혁은 소파에 앉아 무덤덤하게 말했다. “내 바로 코앞에서 나를 핑계로 내 처제를 위협하면서 같이 자야 저를 놓아준다고 협박했어요.” “거절을 해도 계속 처제에게 잘 생각하라고 강요했고요.” “이건 비행을 넘어서 범죄를 저지른 거 아닌가요?” 동혁의 마지막 냉랭한 음성을 듣고 맞은편 왕용비는 놀라 벌벌 떨며 하마터면 휴대폰을 놓칠뻔했다. [이놈 자식, 내가 네놈을 진작에 직접 때려죽여야 하는 건데...] 왕용비는 화가 나서 다시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왕범현이 동혁을 건드린 것을 알고 바로 나선호에게 전화를 걸어, 골드스타필드에 도착하면 손속에 자비를 두지 말고 가차 없이 왕범현을 때리라고 했다. 그렇게 해야만 동혁의 화를 풀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왕범현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게 일을 벌였다는 걸 몰랐다. ‘이 사장님의 코앞에서 감히 사장님의 가족을 건드리다니, 아주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왕용비는 지난번 항난그룹에서 수소야에게 무례하게 굴다가 결국 동혁에 의해 사람들 앞에서 수소야 앞에 오랫동안 무릎을 꿇어 체면을 구긴 일이 다시 생각났다.그 순간 왕용비는 왕범현을 대신해 동혁에게 용서를 구할 생각을 접었다. 왕용비가 즉시 말했다. [이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모두 제가 그 짐승 같은
상황의 반전이 모든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왕범현조차도 너무 갑작스러워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화가 잔뜩 난 채 나선호를 향해 소리쳤다. “선호 형님, 형님 지금 미쳤어?” “저기 이동혁을 때려야지, 왜 날 때려?” 왕범현은 존댓말도 잊고 말했다. 그는 극도의 분노와 함께 심한 굴욕감까지 느꼈다. 왕범현은 동혁을 혼내주려고 전화 한 통으로 나선호를 불렀지만, 나선호에게 뺨을 맞아 바닥에 쓰러진 건 왕범현 자신이 되었다. 그는 뺨을 가리고 바닥에 쓰러져 앉아 있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매우 우스꽝스럽게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어? 왕 사장, 저 사람들 당신이 부른 거 아니었어? 그런데 왜 너를 때리지?” “무슨 연극 같은 거 연습하는 거야?” 그때 동혁이 왕범현의 속을 긁으며 약간의 미소와 함께 궁금한 척 물었다. 방금 전 긴장해서 죽을 뻔했던 현소는 동혁의 농담에 끝내 참지 못하고 “피식”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바로 놀라서 얼른 입을 다물었는데 창피한 그녀의 예쁜 얼굴의 볼이 순간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저, 이동혁, 개X식, 내가 오늘 널 죽이지 않으면 내 성을 갈겠어.” 왕범현은 너무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동혁에게 화를 먼저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분노해 땅바닥에서 일어나 펄쩍펄쩍 뛰며 먼저 나선호에게 소리쳤다. “형님,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고요.” 나선호는 아무런 표정 없이 그저 소파에 앉아 있었고, 동혁은 아무 말 없이 속으로 왕범현에게 바보 같다며 은근히 욕을 했다. ‘왕용비의 심복인 사람이 나를 그냥 두고 아무런 이유 없이 왕범현, 네놈을 때리겠냐?’ ‘그게 다 왕용비가 지시를 내렸으니까 그런 거지.’나선호는 자신이 여기로 오는 길에 왕용비와 한 통화를 생각하고는 두말없이 다시 손을 들었다. “짝!” 왕범현이 또 한 대 얻어맞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선호는 고개를 돌려 가만히 보고
말하는 사이에 용비무술학교 제복을 입은 젊은이들의 무리가 2층에 시끌벅적하게 나타났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시커먼 것이 족히 수십, 수백 명은 돼 보였다. 체격이 건장하고 힘이 세 보이는 중년 남자 한 명이 그들 맨 앞에 서 있었다. 험상굳은 얼굴에 차갑고 매서운 눈초리가 누구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섬뜩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는 바로 용비무술학교 부교장 나선호였다. “형님, 여기에요.” 왕범현이 반갑게 인사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동혁을 쳐다보고 비웃으며 말했다. “이동혁, 네놈이 부른 사람은 아직 안 왔나 보네. 모두 우리 아버지 무술학교의 내 형제들인 거 보니. 그거 알아? 저건 10분의 1도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거? 모두 한 대씩만 네놈을 때려도 넌 그냥 죽는 거야.” 왕범현이 말하는 사이에 나선호는 학생들과 함께 당당하게 다가왔다. 현소 남매는 너무 놀라서 손발이 차갑게 변하고 머릿속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반대로 배경문, 현수린 등은 거들먹거리기 시작했다. 왕범현은 동혁을 가리켰다. “네놈이 부른 사람은? 괜히 나중에 내가 네놈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핑계 대지 말고 빨리 연락해서 오라고 해. 내가 오늘 밤 모두 네놈과 함께 밟아 죽여줄 테니까.” 무술학교에서 자신을 지원할 사람들이 도착했다고 생각한 왕범현은 자만심이 넘쳐서 아주 오만하기까지 했다. 동혁은 얼굴에 아무런 두려운 기색도 없이 약간의 마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부른 사람은 이미 도착했어. 모두 한 대씩만 때려도 네놈을 죽일 수 있을 정도야.” 동혁의 말을 듣고 모두 한바탕 폭소가 터졌다. “하하, 이런 때, 아직도 자존심을 세우는 거야? 그런데 난 왜 한 명도 안 보이지?” “무슨 자기가 삼국지의 제갈공명이야? 없는 걸 있다고 허세를 부리게?”많은 사람들이 동혁을 비웃는 동시에 왕범현은 동혁의 말을 듣고 마지막 인내심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그는 나선호를 등지고 동혁을 가리키며 마구 손을 내저었다. “선호 형님, 바로 저놈이 그 개X식이에
동혁이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요. 교장선생님이 지난번에 항난그룹에 와서 소란을 피운 것처럼 그 아들도 저렇게 날뛰네요. 역시 한 가족 아니랄까 봐하는 짓이 똑같아요.” [아이고, 이 사장님, 지난 일은 잊어주시죠.] 깜짝 놀란 왕용비가 재빨리 말했다. [사장님, 걱정 마세요. 이 자식이 감히 사장님 앞에서 시건방을 떨다니, 죽고 싶나 보네요.] [잠시 휴대폰을 그놈에게 건네주시면, 제가 이놈을 따끔하게 혼내서 당장 사장님께 사과하게 하겠습니다.] 왕용비가 왕범현이 소란을 피우는 소리를 들어보니 동혁과 한바탕 날카롭게 부딪힌 거 같았다. ‘이 사장님이 화가 나서 범현이를 때려 아예 몸을 못쓰게 되면 어쩌지?’ ‘그래도 내게는 하나뿐인 아들인데.’ “사과요? 이 일을 그렇게 쉽게 처리하려고 제가 교장선생님에게 전화를 한 거 같나요?” 동혁은 냉소하더니 바로 전화를 끊었다. 왕용비는 바로 동혁에게 몇 통의 전화를 연속해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동혁이 전화를 끊는 것을 보고 왕범현은 여전히 제자리에서 소란을 피웠다. “전화 한 통으로 되겠어? 내가 시간을 더 줄 게. 계속 더 많이 전화해 보라고.” “필요 없어.” 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화 한 통으로도 너를 밟아 죽이기에 충분하니까.” “개X식, 뚫린 입이라고 허세는.” 왕범현은 너무 화가 나 발을 동동 굴렀다. 만약 그가 자신은 동혁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몰랐다면 지금 바로 달려들어 동혁을 죽이려고 했을 것이다. “형님, 좀 빨리 와요. 저 개X식을 빨리 죽여버리고 싶다고요.” 왕범현은 또다시 나선호에게 전화를 걸었다.나선호가 전화로 무슨 말을 했는지 전화를 끊은 왕범현이 잠잠해졌다. “술 한 잔 따라봐.” 왕범현은 소파에 다시 앉아 현수린에게 술을 따르라고 시켰고, 그러면서 험상굳은 미소를 지으며 동혁을 바라보았다. “이동혁, 지금 이 마지막 순간을 즐기라고. 네놈에게 주는 내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해.” “혼자 덤비지도 못하면 그냥 입 닥치고 있어.
왕범현이 화를 내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모두는 깨달았다. ‘저 인간 완전 열받았어!’ 전화를 끊은 왕범현은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동혁, 너 딱 기다려. 내가 선호 형님에게 무술학교의 내 형제를 데려오라고 했거든. 네 놈은 내일 뜨는 태양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나 해.” 그가 부른 사람은 나선호, 용비무술학교의 부교장이자 왕용비의 측근이었다. 평소 왕범현이 원할 때마다 그는 반드시 부탁을 들어주었고 왕범현이 웬만한 사고를 쳐도 왕용비에게 알리지 않고 바로 직접 처리주는 경우가 많았다. 왕범현의 위협적인 말에 멍하니 있던 배경문 등은 다시 흥이 났다.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 들었지? 범현이 형이 무술학교의 형제들을 모두 불렀어. 모두 범현이 형 아버지의 제자들이지. 너는 이제 끝난 거야.” “지금이라도 저 유리 부스러기 위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게 어때? 그래야 나중에 고생을 덜 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때 가서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도 소용없어. 범현이 형을 열받게 한 이상, 넌 죽은 거나 다름없으니까.” 배경문 등이 곧 죽을 사람처럼 동혁을 바라보며 냉소를 금치 못했다. 왕범현이 화를 터뜨리며 동혁을 죽이려고 들자 현소는 놀라서 얼른 동혁을 잡아당겼다. “형부, 그냥 빨리 도망가요.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요.” “괜찮아. 저놈이 얼마를 부르던 다 자기 무덤을 파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동혁의 반응은 오히려 담담했다. 이어서 그는 휴대폰을 꺼내더니 왕범현을 힐끗 쳐다보고는 미소 지었다. “전화해서 사람을 부르는 거?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어.” 동혁은 말하면서 번호 하나를 눌렀다. [누구야?] 잠시 후 반대편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장선생님, 벌써 저를 잊으신 건가요?” [아! 이 사장님이셨군요!] 왕용비는 놀라며 갑자기 말투가 공손하게 변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어떻게 사장님을 잊겠습니까? 단지 지금 병원에 누워있는 게 짜증이 나서 저도 모르게 그런 겁니다.] [의사
왕범현은 어렸을 때부터 무술을 연마해 왔고 지금껏 상대를 제대로 만난 적이 없었다. 그가 깡패들을 정리하는 건 마치 어른이 아이를 때리는 것과 같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동혁이 때리는 뺨을 피할 수조차 없었다. “비켜!” 왕범현은 팔을 휘둘러 제자들을 밀쳐내고는 다시 몸을 비틀거렸다. 자존심이 강한 그는 급히 무릎을 약간 굽히고 발을 넓게 벌려 똑바로 선 후에야 이를 갈며 동혁을 바라보았다. “이동혁, 네놈이 지금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지 않을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어.” 말을 마치고 그는 옆 테이블 위의 맥주 한 병을 덥석 집어 들었다. “퍽!” 그는 맥주병을 바닥에 던져 산산조각을 냈고 깨진 유리가 바닥에 흩어졌다. “여기 술병들을 모두 깨뜨려.” 왕범현이 배경문 등에게 지시했다. 배경문 등은 그의 의도를 알지 못했지만 순순히 지시에 따랐다. 잠시 후 왕범현의 앞 바닥이 깨진 유리 한 겹으로 뒤덮였다. 왕범현은 동혁을 바라보며 바닥을 가리켰다. “잘 봐둬. 난 네놈을 때려서 여기에 무릎 꿇릴 거니까. 밤새 무릎을 꿇고 있어야 갈 수 있어.” “역시 범현이 형, 좋은 생각이에요.” “그래요. 저 데릴사위 놈을 밤새도록 유리 부스러기 위에서 무릎 꿇려요. 저놈 뼈가 단단한지 유리 부스러기가 단단한지 한번 보자고요.” 배경문 등이 모두 흥분하기 시작했다. 반면 현소의 작은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저 왕범현이라는 사람, 형부에게 뺨을 두 대나 맞았는데도 여전히 멀쩡한 걸 보니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현소는 앞으로 나와 동혁을 잡아당기며 말렸다. “형부, 잠시 물러서요. 제가 아버지한테 전화해 볼게요.” 현소는 왕범현이 경찰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보고 군대에 있는 장영도의 힘으로 그를 제압하려고 했다. 이번에는 현수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거 없어. 네 아버지가 H시 군부에서 오시기 전에 왕범현은 이미 내 손에 수십 번 맞아 쓰러질 테니까. 괜히 네 아버지를 부르면
현소도 왕범현의 말에서 살벌함을 느끼고 일이 정말 커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걱정스러운 듯 동혁을 쳐다본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 “형부, 제가 경찰에 신고할게요.” “경찰? 그럼 경찰서에서 사람이 오기 전에 네 앞에서 네 형부 팔다리를 부러뜨려야겠네.” 왕범현이 콧방귀를 뀌며 무시하자 현소는 흠칫 놀라며 손을 떨어 하마터면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괜찮아, 이 형부만 믿으면 다 괜찮을 거야.” 동혁은 현소의 어깨를 두드리고 왕범현에게 몸을 돌려 다가갔다. “하하하,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 역시 찌질해. 무릎 꿇으러 오는 거 봐.” “무릎을 꿇을 거면 그 자리에서 잽싸게 꿇고 그 자리에서 형 앞으로 기어와.” 배경문 등이 흥분해서 휘파람을 불며 소리쳤다. 그들은 건방진 데릴사위가 무릎을 꿇으러 다가온다고 생각하고 매우 고소하다고 생각했다. “왕범현, 방금 때려준 그 뺨으로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네.” 동혁은 배경문 등을 무시하고 왕범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왕범현은 처음에 동혁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다가 상대방이 들어 올린 손바닥이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고 나서야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네놈이 감히.”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그는 손을 들어 올려 막으려 했다. ‘아까는 네놈 손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무런 대응을 못한 거뿐이야.’ 왕범현은 자신의 실력에 대해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대비를 하면 네가 아무리 다시 습격하려고 해도 그냥 실패지.’ 그러나 다음 순간 그 왕범현은 슬픈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왕범현이 설령 대비가 됐다 하더라도 여전히 동혁의 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짝!”동혁의 손바닥이 왕범현의 뺨을 때렸고, 왕범현의 몸이 다시 가볍게 날아가 부서진 테이블 더미 사이로 세게 떨어져 내렸다. 정적이 흘렀다. 한순간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소란한 소리와 대조되게 2층의 이곳은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마치 모든 시간이
“와... 우리 형부 멋있네.” 지금 왕범현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뺨을 한 대 더 때리겠다고 소리치는 동혁을 보며 현소의 큰 눈에 하트가 떠올랐다. 동시에 그녀는 강한 안정감을 느꼈다. “저 쓸모없는... 이동혁이? 내가 잘못 봤나?” 바닥에 쓰러져 있던 현수는 자신이 본 모든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힘껏 비볐다. 배경문, 현수린 등도 모두 현수와 같은 생각을 했다. 그들은 처음 보는 동혁의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금 전까지 그들의 눈에. 동혁은 허풍과 허세가 심하지만 실제로는 그저 한없이 찌질한 쓸모없는 데릴사위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들은 현소가 괴롭힘을 당해도 아무런 반응도 못하는 찌질한 인간이라고 동혁을 거리낌 없이 조롱했다. 그러나 동혁은 그들의 조롱을 강한 뺨 한 대로 막아버렸다. 한순간 동혁에 대한 배경문 등의 인식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저렇게 갑자기 범현이 형을 때리다니?’ ‘어떻게 감히?’ ‘범현이 형이 판명철 일당을 거의 반죽게 때리는 걸 봤잖아? 그런데도 감히 나서서 형을 때렸다고? 저런 놈이?’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서? 아니면 이미 미쳐서 자기가 죽을 줄도 모르는 건가?’ 배경문 등은 동혁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둘씩 앞으로 나서 동혁을 꾸짖었다. “범현이 형이 현소를 마음에 들어 하는 건 현소에게 영광이야. 그런데 쓸모없는 데릴사위인 네놈이 감히 형을 때려? 정말 죽고 싶나 보구나?” “오빠에게 감히 손을 대다니? 넌 그 결과가 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어?” “범현이 형이 아버지의 무술학교에서 아무렇게나 수천 명의 무술 수련생들을 데려올 수 있다는 거 알아? 넌 이제 죽은 거야. 오늘 아무도 네놈을 구할 수 없어.” “당장 이리 와서 무릎을 꿇고 형에게 사과하고, 스스로 네 뺨을 후려갈기면 어쩌면 용서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 배경문 등은 미친 듯이 떠들어댔다. 그들의 눈에 동혁은 이미 반쯤 죽을 사람과 같았다. ‘범현이 형을 저리 화나게 했으니 죽지 않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