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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짐승 같은 놈

“엄 교수님, 저를 과소평가하셨군요.”

세화는 냉정하게 말했다.

“부정한 돈이라면, 전 차라리 받지 않겠습니다.”

20억은 말할 것도 없었다.

설사 2000억 아니 2조라 해도 부정하다면 그녀는 용납할 수 없었다.

엄봉석이 20억을 가지고 세화와 잠자리를 가지려고 하는 것은 마치 그녀의 인격을 짓밟는 것과 다름없었다.

“부정한 돈이라고?”

세화가 계속 강경하게 나오자 엄봉석의 마지막 인내심마저 사라졌다.

요 몇 년 동안 그는 많은 여학생들을 농락해 왔다.

조금만 불안하게 만들면 모두 고분고분 그의 말을 잘 들었다.

그런데 오늘 아무것도 먹히지 않는 세화의 반응이 그를 매우 화나게 했다.

엄봉석은 그대로 사무실 입구로 걸어갔다.

“찰칵!”

뜻밖에 그는 문을 잠갔다.

“엄 교수님, 지금 이게 무슨 짓이죠?”

세화는 순간 떠오르는 생각에 얼굴빛이 갑자기 변하며 화를 냈다.

“여기는 심사위원회가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에요. 당신이 감히 범죄를 저지르려 한다면 절대로 도망갈 수 없을 겁니다.”

“진 회장도 잘 아네. 그래, 여긴 심사위원회가 업무를 보는 곳이야.”

엄봉석은 냉소를 지었다.

“그래서 세방그룹의 1차 심사가 통과되지 않으니까, 진 회장이 지원자금을 받기 위해 개인적으로 나를 만나자 해 유혹한 거 아니야?”

“몰랐어? 지금은 점심시간이고 업무를 보는 시간이 아니지. 진 회장이 이 시간에 내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나를 찾아오는 것 자체가 정상이 아니지 않아? 안 그래?”

“엄봉석, 이 파렴치한 놈. 겉으론 점잖은 척하더니, 이 짐승 같은 놈!”

세화는 화가 나 몸을 떨었다.

그녀는 그제야 엄봉석이 일부러 점심시간에 자신을 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내가 스스로 함정에 걸려든 꼴이야.’

“칭찬해 줘서 고맙네.”

엄봉석은 입고 있던 양복을 벗었다.

그의 셔츠 안 상반신이 건장한 걸 보니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한 것 같았다.

“진 회장, 체향이 너무 좋네. 이렇게 멀리까지 냄새가 나니.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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