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좀 낮춰. 누가 들으면 내가 무슨 대단한 사업가인 것처럼 자화자찬하는 줄 알겠어!” 세화는 손을 뻗어 동혁을 꼬집었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난 회사로 들어가 봐야겠어. 이 2000억을 반드시 잘 활용해야 해. 이 전신께서 특별히 신경 써서 H시에 지원한 건데 기대를 저버릴 수 없지.” ‘2000억의 지원자금이 곧 입금될 거야.’ 이 생각을 하는 세화는 만족해하며 지금 의욕이 넘쳐흘렀다. 그녀는 3대 가문의 사업 인수를 위해 경매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씨와 진씨 가문처럼 맹목적으로 사업을 쓸어 담을 수는 없지.’ ‘우선 그룹 내의 팀이 세심한 평가를 내리도록 해야 해.’ ‘우리 그룹은 N도 이씨 가문만큼 막대한 재력이 뒷받침되지는 않아.’ ‘그러니 자금을 남발하기보다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어.’ 동혁은 세방그룹에서 한동안 세화와 함께 있었지만, 그녀는 너무 바빠 동혁에게 신경을 쓸 시간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동혁은 어쩔 수 없이 세방그룹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내셔널센터 빌딩을 나왔다. 선우설리가 마이바흐를 타고 이미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차 안에는 선우설리뿐만 아니라 최원우도 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안녕하세요. 주, 주인님...” 선우설리는 여느 때와 같이 동혁을 불렀지만, 최원우는 그에 대한 호칭을 바꾸었다. 동혁은 살며시 웃으며 하인이 된 최원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왜 이렇게 더듬거리지? 날 그렇게 부르기 싫어?” “아닙니다. 부를 수 있어요.” 최원우는 어색하게 웃었다.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그냥 형님이라 불러.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들킬 테니까. B시 최씨 가문의 도련님이 나를 주인이라고 부르면 번거로운 일들이 괜히 많아지지 않겠어?” “아, 예, 형님!” 최원우와 선우설리 모두 기세가 비범했다. 그 두 사람이 지금 동혁 앞에 서있었다. 오가는 행인들과 차량들이 잇달아 곁눈질을 하며 쳐다보
“아직도 경매 물건을 미친 듯이 쓸어 담고 있습니다.” “진씨 가문에서는 직접 대출을 받으러 찾아왔습니다. 막 경매로 산 사업을 담보로 2000억을 대출을 신청했습니다.” “그래서 회장님의 분부대로 승인했습니다.” 선우설리는 가란은행의 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이제는 H시 은행계의 여왕이라 할 수 있었다. “진한영, 그 바보 같은 늙은이. 정말 자기 분수를 하나도 모르는군. 그저 작은 가문일 뿐인데 N도 이씨 가문을 흉내 내려 하다니.” 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씨 가문이 세화 가족을 등진 이후로 동혁은 거리낌 없이 진한영의 본명을 불렀다. 나이가 많았지만 동혁은 그에 대한 존중심이 조금도 없었다. “세화가 경매에 참가할 거야. 나 대신 설리 사장이 규모가 크고 전망이 좋은 사업을 골라주면 좋겠어. 내가 사서 선물로 주고 싶으니까.” “아무리 2000억이 있어도 부족할 거야.” 동혁이 다시 지시했다. ‘세화 성격상 사업을 확장하려고 맹목적으로 대출을 받지는 않을 거야.’ ‘위험을 감수하면서 가지 자기 능력 밖의 일을 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럼 아예 내가 사서 세화에게 주는 게 낫지.’ 선우설리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럼 혜성그룹으로 하시죠. 성세그룹에서도 이미 평가를 마쳤어요.” 황지강도 성세그룹을 이끌고 3대 가문의 사업을 경매하고 있었다. 동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우설리가 추천했으니 분명 좋은 물건이겠군.’동혁이 중얼거렸다. “세방그룹에 혜성그룹. 세화가 여러 직책을 겸하면 분명 아주 힘들어질 거야. 나중에 합병해서 이름을 바꿔야겠군.” 세화는 원래 워커홀릭이었고 동혁은 그런 그녀가 더 힘들어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회장님, 혜성그룹의 경매는 내일 다이너스티호텔에서 열립니다.” “다이너스티호텔?” 동혁이 인상을 썼다. “좀 먼 곳에서 할 수는 없을까?” “먼 곳이요?” 최원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 눈앞의 선우설리가 최원우를 차갑게 흘끗 쳐다보았다. 최원우는 얼른 입을 다물며 자신은 여
“오늘 밤 산에서 자면 내일 출근은 어떡하려고?” 세화는 아무 생각 없이 고개도 들지 않고 물었다. 그녀는 동혁이 최근 항난그룹에 출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동혁이 말했다. “괜찮아, 그룹의 일은 수소야 사장이 책임지고 있으니까. 내가 하루 안 간다고 별 영향이 없어.” “동혁 씨의 그런 근무 태도는 별로 좋지 않아. 수 사장님은 약속을 중시하시지. 거기서 계속 일하고 싶으면 출근도 잘해야 해. 아니면 사장님께 휴가를 내던지.” 세화는 동혁에게 진지하게 조언했다. “알았어. 휴가 낼게.” 동혁은 어쩔 수 없이 수소야에게 전화를 걸어 휴가를 신청했다. “예지원이라고 내 중학교 동창이 있는데 태백산장의 지배인이야. 내가 지원이에게 방을 예약해 달라고 해야겠어.” 세화가 전화로 방을 예약하려 했다. “방 두 개 예약해!” 류혜진이 갑자기 나타났다. 동혁을 보는 눈빛은 마치 도둑을 예방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경계심이 가득했다. 그녀는 이것만으로 마음이 놓이지 않아 천화를 불렀다. “천화야, 누나네랑 태백산장에 가서 하루 놀다 와.” 천화는 동혁이 자신을 째려보는 것을 발견했다. 천화는 눈치 있게 말했다. “그 산에 뭐 재미있는 게 있다고요. 잘못해서 내 페라리 488에 흠집이라도 날까 봐 무서워서 못 가겠어요.” 이 말을 하고 천화는 도망갔다. “그럼 현소가 가서 저녁에 네 언니와 같이 자.” 류혜진이 현소를 불렀다. “이모, 언니는 일하러 그곳에 가는데, 전 시끄러워서 방해될까 봐 안돼요.” 현소도 동혁을 보고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거절했다. ‘언니와 형부는 결혼했는데 아직도 서로 계속 각방에서 잤지?’ 현소는 동혁을 걱정해 주었다. ‘역시 저 두 동생들.’ ‘아주 하나같이 똑똑해.’ ‘세화도 내 계획을 눈치채지 못했는데 저 녀석들은 한눈에 바로 눈치채잖아.’ “제가 갈게요. 제가 밤에는 매형이랑 잘게요!” 현수가 거들먹거리며 걸어왔다. 그리고는 의기양양하게 동혁을 노려보았다. ‘나라도 천기 형을 위해
도성환이 따라다니는 여자는 화란이었다. 그녀는 진씨 가문을 대표해 내일 경매에 참가하러 왔다. 도성환의 아첨을 들으며 화란은 얼굴에 우쭐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우리 진씨 가문이 소씨, 오씨, 정씨 같은 일류 가문도 모두 이겼다고.’ ‘이제.’ ‘누가 감히 우리 진씨 가문을 단지 아류 가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어?’ ‘심지어 외부에서 소문이 돌고 있다지?’ ‘현재 우리 진씨 가문이 H시에서 유일한 최고 가문이라고.’ “아참, N도 이씨 가문의 천기 도련님도 오늘 밤 이 산장에 묵을 거야.” 이때 도성환이 화란에게 한 가지 정보를 흘렸다. “나도 알고 있어.” 뜻밖에도 화란은 의외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다소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밤에 천기 도련님과 따로 약속이 있으니 오시면 나를 찾을 거야.” ‘이년이 정말? 이천기랑 사귀는 건가?’ 도성환은 속으로 욕을 했다. 그는 좀 샘이 났다. 도성환은 본래 화란과 대학 동창이었다. 화란은 대학 다닐 때 늘 방탕하게 놀았었다. 도성환 역시도 화란과 함께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화란은 이미 이천기와 어울리는 것 같아 보여 더 이상 도성환이 노릴 수 있는 여자가 아니었다. 심지어 그는 스스로 이 지저분한 남녀의 편의를 봐줘야 했다. 태백산장은 천씨 가문이 예전에 개발한 관광 프로젝트이다. 도성환은 그때 천우민에게 빌붙어 총지배인이 되었다. 그런데 3대 가문이 무너졌다.새로운 사장님이 태백산장을 인수했는데 아직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몰랐다. 그는 내심 조마조마 불안했다. 그래서 화란과 이천기에게 더 조심스럽게 비위를 맞추려 애썼다. “어, 너희들도 왔어?” 바로 그때 화란은 프런트 데스크에서 체크인 중인 동혁과 세화 등을 발견했다. “화란아, 저 사람들 알아?” 도성환이 물었다. 화란이 냉소했다. “물론 알지, 아마 너도 알 걸? 우리 가문의 그 바보 사촌 여동생과 그 바보 남편.” “아, 그 사람들.” 도성환은 순간 동혁과 세화가
방금 전까지 세화에 대한 험담을 한 그 사람들이었다. 뜻밖에도 모두 동혁에게 뺨을 맞아 땅에 쓰러졌다. “이 개X식, 감히 우리를 때려? 우리가 누군지 알아?” “어디서 바보 같은 놈이!” 맞은 사람 중 몇 사람은 코피를 흘려가며 계속 욕설을 퍼부었다. “그래, 맞아. 난 정말 바보야. 세화의 그 바보 남편이 바로 나라고.” 동혁은 손을 거두며 냉소했다. “다음에도 감히 이렇게 입을 함부로 놀려봐. 그대도 내가 너희들을 때려 줄게. 어쨌든 나 같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때리는 건 불법이 아니니까.” 얻어맞은 몇 명이 갑자기 울먹였다. “동혁 씨, 그냥 둬. 말썽 피우지 마.” 세화도 동혁의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었다. “여보, 잠깐만. 내가 아직 손보지 않은 사람이 있어.” 동혁이 생글생글 웃으며 한마디 했다. 그러더니 화란 앞에 와서 그녀의 뺨을 때렸다. 짝! 화란이 피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순간 얼굴에 새빨간 손자국이 하나 생겼다. 그녀는 뺨을 가리고 화가 나서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이 바보 같은 놈이, 또 나를 때려?” 화란과 태휘 남매는 이미 동혁에게 몇 번이나 맞았는지 모른다. “그러니까 누가 너더러 천박하게 입을 놀리래?” 동혁은 담담하게 한마디 하며 화란을 자극했고, 그녀는 너무 화나게 해서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화란아 괜찮아?”도성환은 깜짝 놀라 얼른 동혁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소리쳤다. “경호원! 뭘 멍하니 있어요? 당장 이 바보를 쫓아내!” “그리고 이 바보의 아내도 태백산장에서 함께 쫓아내고요!” 그는 화란이 세화를 미워한다는 것을 알고 바로 세화를 가리키며 말했다. 세화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쫓겨난다고?’ ‘그럼 내일 경매에는 참가할 수 없는데?’ 바로 그때 세화의 중학교 동창인 예지원이 조용히 도성환에게 다가갔다. “도 총지배인님, 세방그룹도 저희의 고객입니다.” “고객 간 충돌은 자기들 스스로 조정하라고 두고 저희가 괜히 끼어들어 관여하지 않는 게 좋
“4000억의 큰 사업을 당신이 그냥 작은 일로 치부한다고? N도 이씨 가문이라도 감히 이렇게 허풍을 떨 수 없어!” 도성환은 계속 냉소했다. “쳇, 허세였어?” “허풍이라도 제대로 떨려면, 떨기 전에 가격부터 알아봤어야지.” 다른 회사 사람들도 수군거렸다. 사람들의 경멸하는 시선들이 동혁의 일행에게 향했다. 세화는 너무 민망해 얼굴이 화끈거렸다. “방금 당신이 한 말로 인해 태백산장의 총지배인에서 이제 해고입니다.” 동혁은 도성환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허! 이 바보가 정말 자기가 이곳 사장님인 줄 알고 있네.” 도성환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더니 다시 경호원들에게 짜증스럽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멍청하게들 서 있지 말고 여기 새 사장을 내쫓아요. 월말에 제가 여러분들에게 두 배의 월급을 지급하죠!” 도성환의 말투가 우스워 많은 사람들이 듣고 웃었다. 모두들 동혁을 마치 우스꽝스러운 광대를 보는 것 같은 눈빛을 했다. “잠깐만!” 그러자 화란이 갑자기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내쫓는 건 좀 그래. 어쨌든 내 사촌이자 사촌남편이야. 도 총지매인이 내 얼굴을 봐서 그냥 한번 넘어가줘.” 경매가 내일부터 시작된다.세화는 이번 경매에 2000억의 자금을 가지고 참석해 매우 의기양양한 상태였다. 진씨 가문도 내일 경매에서 입찰을 위해 많은 자금을 준비했다. 화란은 이미 결정을 내렸었다. ‘내일 세화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업이 있다면 우리 진씨 가문에서 모두 경매에 입찰할 거야.’ ‘세화 네가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해 주마.’ ‘내가 똑똑히 알게 해 주지.’ ‘진씨 가문을 떠나면 넌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도성환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화란이 네 얼굴을 봐서 조용히 넘어갈게. 그럼 저 사람들을 쫓아내지 않을게.” “우리 사촌 여동생님, 내게 감사하라고. 내가 아니었으면 넌 내일 경매에도 참가하지 못할 테니까.” 화란이 빙그레 웃으며 세화에게 다가와 냉소를 짓고 말했다. “감사?
“도 총지배인, 우리 진씨 가문은 이미 명문가가 되었어. 머지않아서 2조 자산의 명문가로 도약할 거야.” “네가 우리에게 잘할수록 나중에 네게 큰 이익이 될 거라고.” 화란이 팔짱을 낀 채 담담하게 말했다. “알았어, 바로 준비할게.” 도성환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난화각은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작은 마당 안은 아주 고요했다. 휴식을 취하면서 은근한 분위기를 내기에 아주 좋았다. 동혁은 매우 만족하며 오늘 밤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최원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태백산장의 그 도성환 총지배인을 해임시키고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을 새로 앉혀.” [예, 형님, 내일 제가 사람을 보내 처리하겠습니다.] [근데 제가 지금 태백산장의 서류들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는데, 도성환이 총지배인으로 일하면서 적지 않은 문제가 발견됐어요. 그냥 너무 가볍게 해임으로 끝낼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도성환은 동혁이 직접 관심을 기울일 필요조차 없는 하찮은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가 동혁의 눈밖에 난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면서 당연히 최대한 따끔하게 혼을 내줘야 한다고 최원우는 생각했다. “그래, 좋아.” 동혁은 전화를 끊었다. 세화가 팔짱을 낀 채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동혁 씨, 내 앞에서까지 그렇게 거드름을 피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동혁의 허풍 떠는 성격은 여러 번 가르쳐도 고쳐지지 않는다고 여기며 세화는 이미 다시 버릇을 고치는 것도 귀찮아졌다. “여보, 내일이면 다 알게 될 거야.”동혁도 다른 설명은 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난 알고 싶지 않아, 지금은 식사를 좀 해야겠어.” 세화는 동혁을 힐끗 쳐다보고는 작은 뜰을 나섰다. 두 사람은 옛 여관 분위기로 꾸며진 레스토랑에 들러 먹을 것을 주문했다. 향기가 좋은 음식이 나오니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닭고기 수프가 맛있겠는데? 한번 먹어봐.” 배에서 소리가 날 정도로 출출했던 세화는 이내 작은 그릇에 덜어 먹
분위기에 취한 표정의 동혁을 보고 세화의 분노가 가라앉았다. ‘그럼 그렇지.’ ‘내가 이렇게 매력적인데, 아무렇지 않는다는 게 말이 안 되지.’ 그때 동혁이 말했다. “근데 난 아직 뭔가 부족한 것 같단 말이야. 일단 내일 한번 봐. 내일 내가 당신에게 큰 선물을 줄 테니까.” “선물이라니?” 세화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그녀의 눈빛은 이미 약간 흐릿해졌다. “내일이면 알게 될 테니 먼저 자.” 동혁은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방 안의 불을 껐다. “응.” 세화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혁의 품에 묻힌 채 눈을 감았다. 약효가 체내에서 강하게 발현되었다. 그녀는 아주 빠르게 깊은 잠에 빠졌다. 잠시 후. 똑똑똑-누군가 룸 문을 밖에서 가볍게 두드렸다. 그렇게 몇 번 계속해 두드렸지만 아무도 응답도 들리지 않았다. 이어서 전자센서의 “삑” 소리와 함께 누군가 룸키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누군가 룸 문을 열었다. 세 명의 깡패들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딸칵! 한 깡패가 룸 안의 불을 켜니 동혁의 품에서 자고 있는 세화가 눈에 띄었다. 순간 두 눈에서 불꽃이 번뜩였다. “하하, 저렇게 아름다운 미녀라니. 오늘 밤 우리 오빠들이 아주 예뻐해 주마.” “마음은 가득한데 힘이 안 따라주네. 에이, 평소 운동을 안 했던 게 후회되는데?” “헤헤, 너희들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구나? 이 몸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지!” 셋 중 깡마른 깡패가 약 한 봉지를 꺼냈다.봉지 겉에는 근육질의 사나이의 그림이 있었다. “역시 대단해! 비아그라까지 준비한 거야?” 다른 두 사람은 음흉하게 웃었다. “그럼 쓸데없는 잡담은 그만하자고. 남자 놈은 한쪽으로 걷어차버리고 한번 놀아보자!” 세 사람은 침대 옆으로 와서 손을 뻗어 세화를 않고 있던 동혁을 밀어내려고 했다. 바로 이때. 줄곧 고개를 세화에게 향하고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던 동혁. 그가 갑자기 눈 떴다. 먹처럼 검고 생각을 알 수 없는 눈동자가 보였다.
명성호텔에 온 동혁과 세화는 직원들의 환대를 받았다.지난번 동혁이 이곳에서 Y국 영사 해리슨을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든 일은 직원들에게 깊은 이미지를 남겼기 때문이었다.“안녕하세요, 사해상공회의소의 대표에게 통보해 주세요. 세방그룹 회장 진세화 씨가 회견을 요청한다고요...”세화는 친절하게 직접 접대하러 온 매니저에게 말했다.이번에 온 사해상공회의소는 대표단은 모두 명성호텔에 묵고 있다. 그리고 호텔 한 층의 객실을 전부 사용하는데 이는 그들의 재력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그럼 진 회장님, 잠시만 기다리세요.”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인 매니저는 곧바로 통보했다.현재 9층의 회의실.사해상공회의소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이상하게 조용한 분위기였다.“무슨 소리야, 사정우가 체포되다니?”“H시 경찰국 사람들이 뭘 잘못 먹은 거야? 감히 사정우를 잡아넣다니!”비쩍 마른 남자가 펄쩍 뛰면서 화를 냈다.이 사람은 바로 이번 사해상공회의소가 세화를 살펴보기 위해서 H시에 파견한 대표단의 강경영 대표였다.지금 강경영은 섬뜩할 정도로 굳은 표정이었다.사정우는 이번에 대표단의 일원으로, 자신과 함께 H시로 관광 겸해서 왔다.이런 명문가의 도련님은 당연히 대표단에 얌전하게 붙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H시에 도착하자마자 불량배 친구 한 패거리를 불러서 나가서 한밤중까지 쏘다녔다.강경영은 관여하지 않았고 감히 관여할 수도 없었다.사정우의 부친 사세준은 명문 사씨 가문의 중요 인물일 뿐만 아니라,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이자 강경영의 자신의 은인이기 때문이다.강경영 자신은 기껏해야 사세준이 기르는 애완견에 불과할 뿐이다.그래서 사정우가 H시에서 누군가와 추돌사고가 났는데, 사고를 낸 사람은 아무 일도 없는 반면에 오히려 사정우가 잡혀서 유치장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강경영은 당연히 크게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도대체 누가 사정우 도련님을 잡아넣으라고 명령했는지 당장 조사하고 손을 써!”강경영은 사해상공회의소의 직원에게 지시했다.명령을
“너, 너 공직자가 감히 나를 때려! 너 이건 폭력적인 법 집행이야. 너 죽고 싶어?”나태성은 얼굴을 감싼 채 뒤로 물러선 나태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조동래를 바라보았다.“네 따귀를 때린 건 그나마 가벼운 거야.”무표정한 표정의 조동래가 차가운 목소리로 내뱉었다.“이 사람은 법 집행에 저항하면서 공직자를 위협했기에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데다가 계속 행패를 부렸기에 체포합니다.”구경하던 시민들이 다시 한번 환호성을 질렀다.아무도 조동래가 뺨을 때린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저 나태성이란 놈은 정말 사람을 열받게 만들었는데. 조 국장님이 우리를 대신해서 때린 거야.’‘졸졸 따라다니면서 앞잡이 노릇이나 하는 졸개 놈이 감히 노골적으로 한 시의 경찰국장을 위협했지.’ ‘만약 저 놈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다면, H시정부의 위엄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어?’‘조동래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명문 사씨 가문을 앞세운 나태성의 따귀를 때렸어.’사정우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그는 마침내 상대방이 명문 사씨 가문을 들먹여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더 이상 눈치 없이 굴다가는, 조동래의 성질대로라면 나도 뺨을 맞게 될 거야.’이렇게 생각한 사정우는 계속 상대방과 다투려는 생각을 접었다.그러나 두 명의 경찰관에게 끌려가게 되자, 사정우는 참지 못하고 동혁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이동혁, 맞지, 오늘 이 일은 내가 기억해 두겠어.”“이게 끝이라고 생각해? 허허, 나는 곧바로 나와.”“그렇게 되면 너와 네 마누라에게 하나씩 천천히 이 빚을 계산하겠어...”사정우가 소란을 부리는 모습을 웃으면서 보고 있던 동혁이, 갑자기 앞으로 나가더니 맥라렌의 차문을 맹렬하게 걷어찼다.쾅!큰 소리와 함께 차문 전체가 납작해졌다.“이 이가 놈, 너 지금 죽고 싶다는 거지!”분노가 극에 달한 사정우는 핏줄이 솟을 정도로 분노의 고함을 쳤다.‘내가 이 부서진 차를 다시 운전할 생각은 없다 해도, 이동혁은 모든 사람들의 면전
경찰의 현장 답사는 아주 빨리 진행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과가 나왔다.조동래가 부하들에게 그 자리에서 교통사고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하는 걸 본 사정우는 웃음을 터뜨렸다.‘보아하니 조동래는 적당히 구슬려서 화해시킬 생각도 없고, 바로 이 자리에서 내게 줄을 대려는 모양이네.’“이동혁, 내가 말했지, H시라는 이 촌동네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이제 너는 내가 즐길 수 있게 순순히 네 마누라를 내놓으면 돼!”사정우는 아주 유쾌한 듯이 웃으면서도 탐욕스러운 눈빛은 줄곧 세화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벌써부터 조금 뒤에 어떻게 이 여자를 시중들게 할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동혁이 생각을 바꾸는 것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았다.동혁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지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감사해야 해. 사람들만 없다면 너는 정말 비참하게 박살이 났을 거야.”‘어쨌든 지금 내가 H시의 시장이니까 영향이 미치지 않게 주의해야 해.’‘아직은 내 신원을 아는 사람이 얼마 없지만,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겠지.’바로 이 점 때문에 동혁은 사정우에게 손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조동래에게 전화할 필요도 없었다. 동혁 자신이 해결하면 될 것이다.“계속 주둥이를 놀려봐.”조동래가 다가오는 걸 보면서도 사정우는 킥킥대며 물었다.“조 국장, 교통사고 경위서는 나왔겠지요?”“이 추돌사고에서 우리 진회장님의 백 퍼센트 과실인가요?”조동래가 천천히 말했다.“사 선생님, 그렇습니다. 우리가 현장 조사를 해 본 결과 당신이 악의적으로 차선을 바꾸고 경쟁을 부추겨서 일어난 추돌사고입니다.”“그래서 이번 사고는 당신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동시에 당신은 난폭운전과 무고한 시민에게 행패를 부린 공갈 협박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나중에 경찰에서 당신에게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것입니다...”조동래의 싸늘한 말에 사정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조 국장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그 말을 들
눈썹을 찌푸린 사정우가 도발적인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좋아, 그럼 지켜보도록 해!”그렇게 말해도 사정우는 여전히 전혀 동혁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비록 상대방이 돈도 백도 없는 서민은 아니지만 항난그룹 회장이라도 그들 명문가 사람들의 앞에서는 여전히 상대조차 될 수 없었다. 사정우는 설사 H시의 시장이 직접 오더라도, 명문가 사씨 가문의 신분만 앞세운다면,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댈 수 없다고 믿었다.“이동혁, 내가 지금 너한테 자유롭게 실력을 발휘할 공간을 줄게. 네 마음대로 전화해서 인맥을 찾아봐. H시 시장을 데리고 와도 괜찮아.”“하지만 감히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내가 추잡한 말을 앞세웠다고 탓하지 마. 너는 돈을 배상해야 할 뿐만 아니라, 네 아내를 내 놀잇감으로 바쳐야 해!”“나중에 내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딴소리하지 마...”사정우는 세화의 아름다운 몸매를 쳐다보면서 사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세화는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더 이상 사정우 따위의 질 낮은 인간과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동혁을 잡아끌었다.“동혁 씨, 차라리 우리가 손해를 보고 말자...”사정우를 흘겨보던 동혁의 눈빛에서 번뜩이던 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여보, 날 믿어, 여긴 H시야.”세화를 달랜 동혁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조 서장님, 저하고 제 아내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자가 졸개들을 동원해서 길을 막고 있는데, 서장님이 직접 오셔서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전화를 받은 사람은 바로 H시 경찰국장 조동래였다.동혁의 말을 듣자, 조동래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감히 어떤 놈이 졸개들을 보내서 시장님을 막다니, 살고 싶지 않은 거야!’벌떡 일어난 조동래는 놀란 간부들을 내팽개친 채 회의실에서 뛰쳐나갔다.삐용삐용-10분도 안 되어 사이렌 소리를 울이면서 경찰차들이 잇달아 도착했다.조동래가 직접 온 데다가 H시 경찰국에서 교통업무를 담당하는 도영수 부국장도 함께 왔다.세화는 깜짝 놀랐다.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사정우는 뻔뻔하게도 동혁의 면전에서 네 아내를 데리고 놀 테니 아내를 내게 넘기라고 요구했다.구경하던 시민들조차도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느낄 지경이었다.“더러운 돈 좀 있다고 아주 대단하네 정말. 저 진 회장은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지만 너처럼 그렇게 멋대로 날뛰지는 않아!”“어디서 더러운 외지인이 굴러 들어와서 설치는 거야? H시가 네가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야!”“벼락부자 티나 내면서 정말 무법천지인 줄 아는 모양인데...”격분한 사람들이 잇달아 사정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그러나 사정우는 이런 비난하는 시민들은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오히려 씩 웃으며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희 같은 교활한 인간들은 말을 좀 아껴야 해.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짖는다고 내 털끝이라도 건드릴 수 있겠어?”“너희 같은 버러지들이 내 신분을 안다 해도 전혀 두렵지 않아. 성도의 명문 가문 사씨 가문은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아이고, 여기 H시가 코딱지 만한 촌동네라는 걸 잊어버렸네. 너희 촌것들은 사씨 가문을 들어본 적도 없겠지.”“아무튼 이 작은 H시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 나 사정우의 일에 관여하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지!”“못 믿겠으면 좀 봐 봐. 사건이 터지고 나서 지금까지 수습하러 온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사정우는 입만 열면 교활한 인간에 촌것들이라며 사람들을 멸시했다.뼛속까지 드러나는 사정우의 우월 의식에 시민들은 치를 떨어야 했다.그러나 사정우의 말은 또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확실히 사정우의 말대로 이 일대는 H시의 번화가야.’‘평소라면 관련 부서의 출동 속도는 엄청 빨라. 주차 위반 차량도 3분도 채 안 되어 딱지를 붙이지. 하물며 교통사고는 더 말할 것도 없어.’‘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경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설마 이 사정우의 말대로 H시 경찰조차도 개입을 꺼리는 걸
‘이렇게 변태 같은 인간의 손에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세화는 그런 모욕을 절대 참을 수 없었다!“자기야, 어떻게 사고가 난 거야? 괜찮아?”바로 그때, 세화에게 천상의 목소리처럼 동혁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고개를 들어 보면서 그 순간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동혁은 얼른 세화를 붙잡았다. “여보, 왜 울어? 다친 거야?”방금 전에 세화의 전화를 받았던 동혁은 명성호텔로 차를 몰고 달려왔다.호텔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차에서 내려 교통을 정리할 수 있을까 싶어 보던 중에 사람들 틈에 갇힌 세화를 발견한 것이다.“다친 거 아니야, 동혁씨, 진짜 잘 왔어.”바로 마음이 놓이면서 자신감이 치솟은 세화는 동혁을 꽉 붙잡은 채 사정우를 가리켰다.“저 사람이 나를 뒤에서 오게하고는 일부러 사고를 일으켰어. 게다가 나한테 돈을 갚으라고 했어!”“저 사람이 이동혁이야, 진씨 가문의 쓸모없는 데릴사위지.”“쓸모가 없다니? 그건 다 옛날 얘기지. 최근에 항난그룹의 회장이자 원화투자회사의 회장이라는 게 드러났잖아...”구경하는 사람들도 동혁을 알아봤고 세화의 남편이 왔다는 걸 알았다.세화를 도와주러 온 사람이 있자 구경하던 사람들도 용기가 생겼다.“이 회장님, 이 사람들이 고의로 당신 아내를 괴롭히고 있어요. 아내 분이 차를 잘 몰고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계속 경적을 울리며 따라가더니, 결국 고의로 차를 중간에 끼우고 추돌사고룰 일으켰어요!”“저 자들 보스는 사람 목숨을 하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너무 지나쳐요!”“또 진세화 씨에게 잠자리를 강요했어요. 권력과 힘을 믿고 완전히 무법천지로 행동했어요...”이 사람들의 말을 듣고 동혁은 상황을 금세 파악했다.동혁의 얼굴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사정우를을 쳐다보았다. “네가 사정우야? 일부러 내 아내의 차를 끼워서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니, 정말 엄청 설치네.”“너는 운이 좋았어. 다행히 내 아
“보상만 하면 이 고물 차를 다시 몰고 가도 돼.” 대충 내뱉듯이 사정우가 말했다. ‘내가 아까 했던 말은 소 귀에 경읽기였어?’ ‘분명히 이 인간은 자기가 고의로 추돌사고를 냈다고 인정했으면서도, 뻔뻔하게 내게 보상을 요구한다고?’ 세화는 치미는 분노에 헛웃음이 나오면서 더 이상 말로 따질 필요도 못 느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세화가 말했다.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네요. 누가 보상해야 하는지 경찰이 판단하게 해야겠네요.” 하지만 그 순간 나태성이 다가와서 세화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리고 다른 차에서 내린 양아치들도 슬그머니 세화를 둘러싸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휴대폰 돌려줘!” 세화는 화를 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설마 이렇게 백주 대낮에 대놓고 핸드폰을 강탈할 줄은 몰랐기에 마음속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시민들도 이 광경을 보고 기가 찼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사정우의 패거리는 척 봐도 대단한 기세라서 평범한 시민들은 감히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세화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감히 나설 수가 없었다. “예쁜 아가씨, 그렇게 긴장할 거 없잖아. 핸드폰이 얼마나 하겠어. 보상이 끝나면 돌려줄게.” 사정우는 세화의 휴대폰을 가지고 놀면서 심지어 코에 대고 냄새를 맡기도 했다. 마치 세화의 체취이라도 배어 있는 것처럼. “웃기지 마. 당신이 내게 배상해야 돼.” 세화는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자 사정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쁜 아가씨, 빚을 졌으면 갚아야지. 당연한 이치를 모르진 않겠지?” 사정우의 시선이 세화의 몸을 훑어내렸다. “배상할 돈이 없으면 몸으로 갚아도 돼. 나하고 같이 자면 돼.” “흠... 오늘이 내가 이 H시에 온 첫날이니까, 특별히 이렇게 하자.” “내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당신은 내 여자가 되
세화는 조금 놀랐다. H시의 사씨 가문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곳의 이씨 가문과 같은 급의 명문 가문이다. 사정우의 아버지가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라는 점도 놀라웠다. 그리고 마침 자신도 사해상공회의소 가입을 앞두고 있기에, 참으로 기묘한 우연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같은 편이 될 텐데 다투지는 않겠지.’ 하지만 세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세화가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런 관계 때문에 방금 있었던 일을 묵인할 생각은 없었다. “방금 일부러 차선을 바꿔 제 차를 들이받게 한 거 맞죠?” 세화는 사정우의 의도를 꿰뚫어 보았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며 접근하려는 수작이라는 걸 알아차린 세화는 손을 내밀지도 않은 채, 표면적으로는 예의를 지키며 정중하게 질문했다. 사정우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게 말해도 좋아요. 난 그저 당신하고 좀 친해지고 싶었을 뿐이에요.” “사고를 계기로 인연이 시작된다면 낭만적인 드라마 같지 않겠어요?” “낭만적인 드라마?” 세화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그건 낭만이 아니라 교통 법규를 무시하는 행위이고,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태도예요.” “당신의 행동에서 차가움과 무감각만 느꼈을 뿐이에요. 전혀 낭만적이지 않아요.” 세화의 단호한 태도에도 사정우는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이 세화를 바라봤다. 그동안 자신이 만난 여자들은 아무리 새침한 척해도 그의 신분과 재력을 알고 나면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화는 달랐다.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로 자신을 가르치려고 들었다. ‘이런 여자를 정복하는 건 아주 성취감이 있겠어.’ 사정우는 웃으며 말했다. “너무 진지하시군요. 사람 목숨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래요?” “난 예전에도 사람을 친 적이 있어요. 하지만 보상하고 합의서 받으면 끝나는 일이지.” “물론 돈을 거절하고 내 목숨을 요구하는 바보
“내려! 내려!” 차 안에 앉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세화를 본 꼬붕 놈이 차문을 더욱 세게 발로 찼다. 마세라티의 차문에는 순식간에 움푹 패인 자국들이 생겼다. 그 와중에도 선글라스를 쓴 남자는 미동도 없이 서서 이 모든 사태를 무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세화는 가슴이 아팠다. 이 차는 바로 동혁이 자신에게 사 준 첫 번째 차였기 때문이다.세화가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행인들이 많이 몰려와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록 이 무리들이 험악해 보이긴 하지만,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지는 못할 거야.’ 그래서 창문을 내리고 말했다. “그만 발로 차, 내리면 되잖아.” 나태성이라는 꼬붕놈은 코웃음을 치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제야 세화는 천천히 차문을 열고 내렸다. “와, 이 여자 진짜 예쁜데? 게다가 2억 원이 넘는 마세라티를 타고 다니는 거 보니 완전 재벌이네.” “이 여자도 몰라? 혜성그룹의 회장, 진세화 씨야! 교통사고를 난 사람이 이 여자일 줄은 몰랐네...” 세화는 H시에서 너무나도 유명했다. 최근에는 주다정이 퍼뜨린 유언비어로 인해서, 더욱 사람들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 덕분인지, 세화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늘어났다. ‘역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 함부로 못하겠지.’‘혜성그룹 회장 진세화라고?’ 그 순간, 무표정이던 선글라스 남자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스쳤다. “당신 운전을 어떻게 한 거야? 운전할 줄 모르면 아예 도로에 나오질 말든가! 김 여사가 바로 당신 같은 여자 운전자를 두고 하는 말이야.” 거들먹거리면서 세화에게 쏘아붙인 나태성은 세화가 마치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몰아붙였다. “말해봐. 어떻게 책임질 거야?” “아니, 애초에 당신들이 불법으로 차선 변경을 해서 사고가 난 건데, 내가 왜 책임져야 해?” 세화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단호하게 말했다. ‘만약 내 실수로 일어난 사고였다면, 주저하지 않고 피해를 보상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