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바닥에서 일어난 진한영은 사과문을 보고 감격에 겨웠는지 얼굴의 수염이 마구 떨렸다. “이, 이건 우선 협력 대상이라기보다는 강오그룹이 우리 진씨 가문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이야.” “암흑가의 강오그룹 세력으로 볼 때 앞으로 H시에서는 3대 가문과 같은 최고의 세력이 아니고서는 감히 아무도 우리 진씨 가문을 건들 수 없어.” 이 말을 듣고 진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강오그룹과 같은 암흑가의 큰 세력을 뒷배로 둔다면, 우리는 앞으로 뭐든 평탄한 길을 갈 수 있어.’ “그런데 방금 조기천 어르신께서 강오그룹이 이 사과문을 보낸 것이 이동혁이 요구해서라고 하시지 않았나요?” 진씨 가문 사람들 중 누군가 불쑥 한마디 했다. 순간 모두의 시선이 동혁에게 쏠렸다. “이동혁, 정말 네가 그런 거야?” 진한영은 여전히 흥분해서 물었다. 동혁은 담담히 대답했다. “제가 아까 이미 말했는데, 아무도 믿지 않았잖아요.” “저는 총 네 가지 요구를 했어요. 나천일의 자결, 강오그룹의 원로들이 직접 와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일, 장 회장 본인의 사과와 강오그룹의 공개 사과. 모두 제 요구대로 실행한 겁니다.” 모두는 한동안 난처함을 느꼈다. 방금 전 누구도 동혁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모두 동혁에게 빈정거리며 비웃었다. 그런데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상황이 반전될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동혁아 도대체 이 일을 어떻게 한 거야?” 진한영은 동혁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보면 볼수록 이 손녀사위에게 뭔가 비밀이 있는 것 같아.’ ‘이동혁이 제시한 그 네 가지 요구 사항이라는 게.’ ‘우리 진씨 가문 입장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요구란 말이야.’ ‘하지만 이 놈이 뜻밖에도 그걸 해냈어.’ ‘게다가 암흑가 대부 장 회장에게 직접 사과하라고 까지 했다니.’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이야?’ “알고 싶나요?” 동혁이 물었다. “응! 응!”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동혁이 어떻게 이 일을 해
떠날 때 의기소침했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다시 돌아온 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기세등등하여 냉소적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보고 싶었던 당황스러워하는 동혁의 모습은 보지 못했다. “그래? 설전룡이 망원각에 갔는데 그다음엔 어떻게 됐는데?” 동혁은 담담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동혁, 네가 한 일을 아직도 인정 못하겠다는 거야?” 화란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 “내가 보니 네놈이 또 다른 사람의 위세를 빌려 허세를 부린 거 같은데? 대도독이 이웃이라고 허풍을 떨어서 강오그룹이 네 요구를 들어주게 한 거지?” “오늘 설 대도독이 제때에 도착하지 않았더라면 넌 이미 자결했을 거야!” 진씨 가문 사람들이 다시 뭉쳐서 거들먹거렸다. 진한영도 분한 듯 이을 갈며 말했다. “쓸모없는 놈 주제에 철두철미하구나. 이렇게 사기 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지?” 진한영은 방금 전 조기천 등에게 놀라 무릎을 꿇고 자신의 뺨을 때린 것이 생각났다. 나중에 조기천 등은 동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런 모습을 다시 떠올린 진한영은 너무 창피함을 느꼈다. ‘이 바보 놈을 당장 죽이지 못해 한스럽구나.’ “세화야, 넌 이 쓸모없는 놈과 이혼하는 것이 좋겠다. 어차피 우리 진씨 가문은 이놈을 손녀사위로 절대 인정하지 않을 테니까.” 진한영은 이 말을 사납게 내던지고는 고개를 돌려 돌아갔다. “바보 같은 놈, 왜 진작 죽지 않아서 이런 일을 만들어?” “얼른 이혼이나 해, 우리 진씨 가문이 너 때문에 얼마나 창피한 줄 알아?” 나머지 사람들도 온갖 모욕적인 말을 내뱉고 떠났다. 그들은 동혁에게 욕을 하려고 일부러 돌아온 것이다. 오직 동혁에게서만 약간의 우월감을 느끼는 그들이었다. “너희들이 알아서 밥 먹어라. 난 밥 맛이 없어졌어.” 류혜진은 갑자기 물컵을 내려놓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진한영 등의 말이 그녀에게 큰 자극을 주었기 때문이다.방금 웃음꽃을 피우던 하늘 거울 저택이 다시 잠잠해졌다. “
동혁은 이미 천미의 독선적인 말투에 익숙했다. 더는 따지기 귀찮아 상자를 받고 시계를 꺼내서 대충 살펴보았다. 천미는 좀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이 시계 가격이 몇 억이 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혁은 시계의 가치를 잘 알지 못했고 그저 좋은 물건이라는 생각에 손에 찼다. “잘 관리해, 이 시계 꽤 비싸니까!” 천미는 한 마디 더 잔소리를 던지고 동혁을 놓아주었다. 류혜진이 말했다. “천미야, 강오그룹 사장이 되었다면서? 축하해. 앞으로 세화와 협력해서 같이 돈을 많이 벌어.” “물론이죠, 앞으로 저희 두 자매가 힘을 합치면 반드시 재계에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거예요..” 천미는 소파에 앉아 세화의 팔짱을 꼈다. “하지만 한 가지 안 좋은 것이 강오그룹이 성세그룹에 합병되었다는 거예요. 앞으로 제 위에 회장이 있어서 조금 불편할 수 도 있어요.” “회장? 아 그 성세그룹 회장 말이지?” 세화가 물었다. 천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바로 그 사람 H시에 온 지 그렇게 오래되었다는 데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사람인지 아무도 몰라.” “게다가 이 회장이라는 사람이 돈만 있는 게 아닌 거 같단 말이지.” 천미가 계속 말했다. “설 대도독이 온 후, 우리 아버지가 갑자기 강오그룹을 성세그룹과 합병하기로 결정하셨는데, 그걸 보면 이 회장이라는 사람이 군부에도 대단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적어도 석훈 오빠보다는 더 대단해.” 심석훈도 설전룡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없었다. 그런데 성세그룹의 그 회장은 그것이 가능했다. 이로 인해 천미는 성세그룹 회장에 대한 호기심이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 “피식!”천미의 얼굴에 짙게 드리워진 호기심을 보며 세화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세화야, 너 왜 웃어?” 세화는 웃으며 말했다. “언니가 남자에 대해 이렇게 호기심이 많은 건 처음 보는데? 나가 보기엔 이미 푹 빠진 것 같기도 하고” “그러지 말고, 한번 쫓아다녀보던가?” 천미도 나이가 적지 않았다. 만약 천미가 기댈
“동혁아, 내가 내일 회장님을 만나면 꼭 너를 잘 소개해 놓을게.” “H시에서 누가 회장님의 이름을 빌려 호위호식하고 있다고 말이야.” “회장님께서 이 사실을 알고 화를 내실지 아니면 그냥 웃어넘길지 한번 보자고.” 천미는 동혁을 노려보며 냉소를 짓고 말했다. “언니, 제발 그러지 마!” 동혁은 아무 반응이 없었지만 오히려 세화의 안색이 많이 변했다. 그녀는 동혁이 또다시 일에 말려드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동혁아 빨리 좋은 말로 천미에게 사과하지 않고 뭐 하고 있어? 너 정말 죽고 싶어서 그래? 무슨 말을 감히 그렇게 함부로 해?” 류혜진도 놀라서 욕설을 내뱉었다. ‘가뜩이나 동혁이 놈 때문에 속이 말이 아닌데, 이 말썽꾸러기가 매번 이렇게 일을 일으키려고 하다니.’ “동혁 씨, 어서 언니에게 사과해.” 세화도 동혁을 힘껏 잡아당기더니 예의 없이 구는 것이 못마땅했는지 말했다. 동혁은 어쩔 수 없이 천미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천미는 만족해하며 고고하게 말했다. “세화를 봐서 회장님께 너를 봐달라고 할게. 하지만 내 말 잘 새겨 들어. 앞으로 입조심하고 함부로 말하는 습관을 고쳐.” 잠시 더 앉아 있다가 천미는 거들먹거리며 돌아갔다. “동혁이 너 다음에도 네 그 뚫린 입을 잘못 놀리면 내가 바늘로 네 입을 꿰매어버릴 거야.” 류혜진은 손가락으로 동혁의 머리를 반복해서 찌르고 몇 마디 욕을 한 후 그를 놓아주었다. 다음날 오전 9시, 사람들이 막 출근한 시간. 정장 차림의 천미가 기대하는 마음으로 성세그룹 본사 빌딩을 찾아왔다. 그녀를 응대한 사람은 동혁의 비서 선우설리이다. ‘이 여자는 성세그룹 회장의 비서이면서 가란은행 사장도 겸직하고 있다고 들었어.’ ‘거기다 가란은행에 부임하자마자 사람들을 청소해 열몇 명을 감옥에 보냈다고 했지?’ 천미는 선우설리를 마음속으로라도 가볍게 여기지 못했다. “설리 사장님, 안녕하세요. 어제 미리 회장님과 만남을 약속하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심 사장님, 잠시만요.
“심 사장님, 죄송합니다. 저희 회장님께서 사장님과 만날 필요는 없다고 하십니다.” “강오그룹이 성세그룹에 합병되기는 했지만 계속 독자 경영을 인정할 것이고 저희 쪽에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을 거라고도 하셨습니다.” 선우설리는 동혁의 말을 천미에게 전했다. 천미의 마음속에서 갑자기 알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내가 아침 일찍 와서 이렇게 한 시간 이상을 가만히 기다렸는데, 뭐? 만날 필요가 없다고?’ 천미는 자신의 성격대로 그 자리에서 바로 화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제 장해조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참고 또 참았다. “알겠어요. 전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회장님께 말씀 전해주세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뵙겠다고요.” 천미는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 그녀의 눈에서는 발산할 수도 없는 분노가 막 솟구치고 있었다. “사장님께서는 회장님을 어제 보셨잖아요!” 뒤에서 선우설리는 웃음을 참으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하늘 거울 저택. 동혁이 밥을 거의 다 먹었을 때 전화가 왔다. 마리인 것을 확인하고서 그는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마리야, 왜 이렇게 일찍부터 아빠를 찾을까? 오늘 학교에 가지 않았어?” [아빠 너무 게으른 거 아니에요? 해가 높이 떠있는데 뭐가 일찍이에요?] [그리고 아빠는 오늘 일요일인 줄도 몰라요? 학교 안 가도 돼요.] 전화 건너편에서 마리의 은방울 같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마리의 맑은 목소리를 들으니 동혁은 마음속의 근심이 모두 녹아 말끔히 사라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아하하, 아빠가 깜빡했네.” 동혁은 큰소리로 웃으며 물었다. “그럼 우리 마리가 아빠가 많이 보고 싶어서 전화했나?” [네!] 마리는 먼저 큰소리로 대답하고, 계속 말했다. [아빠, 집으로 마리 보러 와요. 며칠이나 오지 않았잖아요.] “알겠어, 빨리 갈게.” 동혁은 성세그룹에 가서 천미를 만나는 것보다 백문수 부부의 단독 주택에 가서 귀엽고 착한 의붓딸인 마리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동혁은 바로 준비를
바이오 제약은 항난그룹의 이전 핵심 사업 중 하나였다. 수소야는 이 사업을 시작으로 그룹 성장의 돌파구를 열고 3대 가문의 시장 점유율을 뺏어올 계획이었다. “좋아요. 사장님의 계획이 아주 훌륭해요. 그렇게 계속 추진하면 될 거 같군요. 혹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 저를 찾으시고요.” 동혁은 수소야의 말을 듣고 안심했다. ‘역시 소야 씨는 온실 속에 화초가 아니었어.’ ‘항난그룹의 창업 멤버인 만큼.’ ‘능력은 확실히 있네.’ 동혁은 수소야가 항난그룹을 경영하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항난그룹의 2년 전 모습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동혁의 인정을 받은 수소야는 매우 기뻐하며 잠시 앉아 있다가 서둘러 항난그룹으로 돌아갔다. “소야 저 얘가 항난그룹으로 돌아간 후 예전보다 수척해 보이던데 건강이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어.” 백문수 부부는 수소야를 조금 걱정하며 말했다. 비록 수소야가 더 이상 호적상으로 백문수 부부의 며느리는 아니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수소야를 자신들의 딸로 생각했다. “그래도 소야 씨가 이제라도 노력할 만한 목표를 찾은 것은 좋은 일이에요.” 동혁은 오히려 지금 수소야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보았다. ‘적어도 소야 씨는 지금 행복해 보여 다행이야.’ 잠시 후 백문수가 갑자기 동혁에게 무언가 상의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무슨 일이에요?” 백문수가 말했다. “이제 항남의 유골을 가져와 무덤에 매장할 생각이야.” “항남의 장례를 아직 안 치른 건가요?” 이제야 사실을 알게 된 동혁은 깜짝 놀랐다.처음에 항남의 일을 듣고 동혁은 바로 항남의 묘 앞에서 제사를 지내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나중에 다시 생각하니 항남의 남은 가족들이 잘 정착하지 않으면 자신이 항남을 볼 면목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제사를 지내는 일을 지금까지 미루었다. “치르지 못했어. 애초에 항남을 화장한 후 우리는 집에 남아있는 돈을 가지고 묘지를 사서 항남을 안장하려고 했었어.” “그래서 주변 공동묘지를 여러
“제 아들의 유골을 단지 2년 동안 이곳에 보관한 것뿐인데 어떻게 관리비로 4억을 받을 수 있습니까?” “맞아요, 이건 너무 비싸잖아요!” 신미영이 바가지를 씌우며 관리비로 4억을 달라고 하자 백문수 부부는 화가 나면서 한편으로 초초해졌다. “이게 비싸다고요?” “비싸다고 생각하셨으면 여기에 맡기지 말고 유골을 바로 날려버리면 돈을 아낄 수 있었잖아요.” 신미영이 오히려 당당하게 화를 내며 한마디 할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다. 가시 돋친 말을 듣던 백문수 부부의 얼굴이 화가 나 새파랗게 질렸다. “내가 보기에 아가씨는 좀 친절하게 고객을 대할 필요가 있겠군요.” 옆에 서있던 동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신미영은 동혁을 한 번 노려보고 시큰둥하게 콧방귀를 뀌었는데 분명 동혁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제가 그렇게 비용을 많이 요구하는 게 아니에요.” 신미영이 계속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이곳 장례식장 사장님께서 말씀하시길 백항남 씨가 너무 재수가 없다고 하셨어요.” “백항남 씨의 유골을 보관하려는 사실을 이미 유골을 보관한 다른 가족들이 알면 동의하지 않을 거라고요.” “저희 사장님께서 애초에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백항남 씨의 유골 보관을 허락했기 때문에 관리비가 1년에 2 억인 겁니다.” ‘항남이 재수가 없다고?’ ‘이게 무슨 개 짖는 소리야?’ “내 아들은 청렴하고 깨끗한 사람인데 왜 재수가 없다고 하는 겁니까?” 백문수는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왜 재수가 없다고 하냐고요? 하하, 그건 아드님에게 물어보셔야죠.” 신미영은 냉소를 금치 못했다. “2년 전, H시 전체가 백항남의 명성이 얼마나 자자했는지 다 아시잖아요? 배은망덕한 데다 바람을 피우고 아내를 버린 사실로 모든 H시의 사람들이 그의 등에 대고 얼마나 많이 손가락질을 했는데요.” “그러니 백항남 씨의 유골이 당연히 재수가 없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 유골함을 따로 분리해 두고 다른 사람의 것과 함께 둘 수 없었어요.”백
모두가 그 병사의 말을 들었다. 서명을 하려던 백문수는 손을 멈추고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현장도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신미영과 다른 직원은 경악한 눈빛을 하고 당황해했다. 그리고 이어서 욕설을 퍼부었다. “젠장, 넌 대체 어디서 온 놈인데 함부로 말해? 네가 아니라고 하면 아니야?” “어디서 굴러 먹은 놈인데 여기까지 와서 난리야? 야, 이 개X식아, 당장 저리 멀리 꺼지지 못해?” 그 퇴역 병사는 성실히 자기 본분을 지킬 뿐이었는데 갑자기 욕을 먹어서 얼굴이 빨개지며 놀라 말문이 막혔다. 이때 동혁이 그에게 말했다. “서두르지 말고 어떻게 된 일인지 천천히 말해 보세요.” “선생님, 일단 한번 보시죠.” 퇴역 병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손에 꼭 쥐고 있던 휴대폰을 동혁에게 건넸다. 동혁은 휴대폰을 열어보고 병사가 방금 녹화한 동영상을 재생했다. 겨우 잠깐 보았을 뿐이다. 동혁의 얼굴이 화가 나 이미 새파랗게 변했고 이마에는 핏줄이 솟았다. 그가 지금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도 쉽게 알아차릴 정도였다. “동혁아, 휴대폰에 뭐가 있어?” 백문수 부부는 동영상을 보고 싶어 했지만 동혁은 차마 그들에게 보여줄 수 없었다. 그러나 성품이 바른 병사는 이미 분노로 가득해 재빨리 말했다. “제가 몰래 저 사람들을 따라 보관소에 들어갔는데, 저들이 백 선생님의 유골함을 꺼냈을 때에는 상자 안이 분명히 비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가루를 찾아 담으면서 그 안에 침을 뱉었고, 그러면서 재수 없다고 욕까지 했습니다.” “네 놈이, 어떻게 여길 들어온 거지?” 병사가 말을 마치자 그 남자 직원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특수부대의 특전사라면 이 정도 정찰은 기본이었다. 그래서 백야특수부대의 퇴역 병사에게 장례식장 보관소에 잠입하는 것쯤은 완전히 어린애 장난 같은 일이다.거기에 장례식장 직원이 놀라서 한 말은 이미 병사의 말이 맞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하는 것이었다. “아아, 이 천벌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
“시연아!”조카딸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자,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던 우대평이 놀라 울부짖었다.그리고 탁자를 치고 일어나서 찢어질 듯한 시선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어디서 온 나쁜 놈이 감히 우리 H시 상공회의소에서 건방지게 굴어!”“여보, 아파?”동혁은 우대평을 보지도 않은 채 세화의 손을 잡고 애틋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볼을 만지면서 바닥에 뻗은 우시연을 본 세화는, 맞은 얼굴이 덜 아픈 것처럼 느껴졌다.동혁이 자신을 무시하자, 화가 난 우대평은 이를 악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여보? 이 나쁜 새끼, 바로 진세화의 폐물 데릴사위 남편 이동혁이야?”“늙은이, 너는 또 뭐야?”동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우대평을 바라보았다.우대평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우시연을 부축하던 나건성이 바로 고함을 쳤다.“건방지게! 이 분은 우리 H시상공회의소의 우 회장님이셔! 감히 회장님에게 불경을 저지르다니!”“우 회장이라, 당신이 우대평이야?”우시연을 힐끗 본 동혁이 큰 소리로 물었다.“저 천한 년도 성이 우씨던데, 당신 사생아야?”“이동혁, 너 건방지게!”분노한 나건성이 고함을 쳤다.“시연 양은 우리 회장님의 조카딸이야! 정직하고 덕망이 높으신 우리 회장님을 네가 이렇게 중상모략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어!”“빨리 회장님께 잘못을 빌지 못해!”“아, 내가 착각한 모양이네.”동혁은 고개를 끄덕이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던 우대평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다. 자신의 신분을 알았으니 동혁이 복종할 걸로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저 천한 년이 무지막지하게 날뛰면서 설치길래, 나는 집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로 생각했지. 바깥에 대놓고 내놓을 수 없는 사생라서 그런 줄 알았지.”“누가 가르친 모양이네... 그런데 어떻게 저따위로 가르쳤지?”동혁의 조롱하는 눈빛이 우대평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위로 떨어졌다.“피식!”세화는 바로 웃음이 나왔지만 얼른 입을 막았다.우시연에게 맞은 뺨이
“죄송합니다, 회장님. 저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옳고 그름을 견지할 뿐입니다.”“이 세상을 비록 흑백 논리로 구분할 수 없다고 해도, 때로는 무조건 옳거나 틀린 경우도 있으니까요!”세화는 변함없이 우대평을 존중했지만 그 말투는 단호했다.우대평은 마치 발작할 듯한 기세로 코웃음을 쳤다.바로 그때, 안경을 쓴 여자가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뛰어들었다.“큰아버지, 제 화를 좀 풀어주세요!”“큰아버지, 그 이동혁이라는 폐물 데릴사위가 얼마나 날뛰는지 아세요?” “제가 그자를 자원봉사자에서 제명했을 때, 그 인간이 뜻밖에도 저를 위협했어요. 오늘이 제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로 있는 마지막 날이 될 거라고요!”“그 인간은 큰아버지를 정말 우습게 여기는 거예요. 정말 화가 나 미치겠어요!”여자는 세화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우대평의 앞에 와서 눈노를 쏟아냈다.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앞서 동혁을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했던 우시연이다.스타공익재단은 H시상공회의소가 출자해서 설립한 재단으로, 당연히 큰아버지 우대평 덕분에 우시연이 책임자가 될 수 있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우대평의 눈에서 노기를 드러냈다.“이동혁이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제가 큰아버지를 왜 속이겠어요! 그렇게 많은 자원봉사자 앞에서 저를 아주 우습게 여겼어요.” “큰아버지가 저를 도와주시지 않으면, 이 분노를 해소할 수 없을 거예요!”우대평의 옷자락을 붙잡고 하소연하던 우시연은, 문득 고개를 돌려 세화를 보고는 잠시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어, 저 사람은 누구에요, 큰아버지?”세화를 처음 봤지만 우시연의 마음속에서는 질투가 일었다.‘이 여자 너무 예쁜데.’ 세화의 온몸에 넘치는 자신감과, 속세를 벗어난 듯한 고귀한 기질에 우시연은 열등감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시연아, 저 여자는 바로 그 폐물 이동혁의 아내이자 혜성그룹의 회장인 진세화 씨야.”나건성이 마치 환심이라도 사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우시연이 줄곧 큰아버지 우대평의 총애를 받고 있기에
나건성은 세화에게 전혀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압적인 태도가 계속 이어지자, 곧 세화는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우대평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면서 세화가 말했다.“회장님, 상공회의소에 끼친 손실에 대해서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우대평은 가만히 앉은 채 가타부타 태도를 표명하지 않았다.나건성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회장님, 이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사과를 해도 소용없습니다.” “지금 리성투자회사에서는 당신의 남편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당신의 남편은 무법천지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스타공익재단을 통해서 원화투자회사로 연락하여 사과하라고 했습니다만 당신의 남편은 거절하고 항난그룹을 찾았습니다.”“더군다나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허, 정말 우리 H시상공회의소를 안중에도 두지 않다니.”“당신의 남편은 회원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 해도, 진 회장 당신은 다릅니다.” “당신은 우리 H시 상공회의소의 정식 회원입니다. 솔선수범해서 회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이 말에 세화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H시상공회의소 회원이 확실하기에.앞서 H시상공회의소에서 찾아와서 입회 서류를 작성하게 했다.원래 세화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비즈니스계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늘 온갖 협회와 단체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입회 서류 한 장 때문에 H시상공회의소에서 자신에게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지게 된 것이다.“H시상공회의소에서 제게 뭘 요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세화는 염치불구하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나건성이 간단하게 대답했다.“아주 간단합니다. 남편분이 천용훈 씨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도록 진 회장님이 나서서 얘기하시면 됩니다!”세화가 우대평을 힐끗 쳐다봤지만, 우대평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무표정한 얼굴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진 회장님, 이런 작은 일에 뭘 망설입니까? 되든 안 되든 말을 해야지요!”
‘사해상공회의소의 욕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S시 재계의 거두가 되려고 할 뿐만 아니라, 지금은 또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다른 도시들의 상공회의소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그러나 이것은 동혁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그래, 알았어.”전화를 끊은 동혁은 바로 선우설리가 보낸 주소로 달려갔다.H시상공회의소의 사무실은 다이너스티호텔에 있다.6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업무뿐만 아니라 접대와 회의에도 편리했다.세화는 동혁보다 조금 먼저 도착했다.직원의 안내로 회장실로 오자, 검은색 가죽 소파에는 우대평 회장이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후배 진세화가 우 회장님을 뵙습니다.”앞으로 나온 세화가 공손하게 후배로서의 예를 취했다. 이 덕망이 높은 선배에 대해서 세화는 줄곧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60이 다 된 우대평의 귀밑머리는 벌써 반백인 상태였다.우대평이 허허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진 회장,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나는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입니다.” “두 회사를 지휘하는 진 회장에 비하면, 그저 좀 일찍 태어난 정도의 경력밖에 없어요.”“그리고 그 당시 내가 창업을 시작했을 때, 진씨 가문에서는 할머님이 이미 진성그룹을 세우셨지요.”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 분의 인도를 받은 사람들이 많아요. 지금은 각지에 흩어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공을 세워 이름을 날렸고, 거부가 되기도 했어요.”“그런데 지금의 진성그룹은, 아이고,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요...”그렇게 말하면서도, 우대평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파에 앉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세화는 진성그룹의 지금 모습을 떠올리면서 마음속으로도 한숨을 내쉬었다.‘그 당시 진성그룹이 할머니 수중에 있었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지금은 전혀 존재감이 없어.’세화 일가를 제외하고는 진씨 가문 사람들 모두 성을 바꿔서, 조상마저 잊었다는 오명을 쓴 채 웃음거리로 전락했다.그러나 세화는 최근 제씨 집안에서, 할머니 제원화로 빚어진 각종 문제들을 청산하고 있는 것
우시연은 믿는 구석이 있기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스타공익재단에서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어서, 우시연이 자원봉사자로 뽑지 않겠다고 하면 자원봉사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좋은 일을 하는데 너희 동의가 필요하다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자원봉사자들은 모두 분개했고, 몇몇 여성 자원봉사자들은 곧 울음이 터질 듯했다.그들 모두 대학생으로 현실은 어둡고 오싹하기만 했다.“나를 제명하겠다는 거지? 내가 가면 되겠네.”바로 그때 불쑥 말을 내뱉은 동혁이 레드 재킷을 벗으면서 그 여학생들을 위로했다.“모두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안 돼요. 우리가 자원봉사를 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잖아요.”“걱정 말아요, 나중에 내가 모두를 위해서 공정한 도리를 되찾아 줄 테니까요. “모두가 열심히 땀을 흘렸는데 또 눈물까지 흘리게 할 수는 없지요!”수위 변동이 긴급했기에, 동혁은 이 일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떠나게 되거나 구조가 지체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잠시 화를 참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레드 재킷을 우시연의 옆에 있는 직원에게 던진 동혁이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우시연,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맞지? 기억해 두겠어.”“내가 한마디 충고하지. 내가 간 후에 너는 절대 이 자원봉사자들을 난처하게 해선 안 돼. 자신의 앞날이 걸린 문제니까 잘 생각해.”“오늘이 네가 스타공익재단 책임자를 맡은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야!”말을 마친 동혁은 돌아서서 바로 가버렸다.“흥, 항난그룹 회장 아주 대단해?”“우리 큰아버지 우대평에 비하면 너는 X도 아니야! 발톱의 때도 안 되는 주제에!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동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우시연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조롱했다.동혁은 상대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밤을 새운 데다가 또 반나절 동안 구조에 참여했기에, 피곤해서 좀 쉴 생각이었다.그러나 집에 돌아오자마자 장모가 동혁을 붙잡고 면전에서 퍼부어댔다.“이동혁, 이 나쁜 놈! 괜찮다고 해놓고서 왜 또 그 천용훈
장가연의 말을 듣자, 동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장가연과 H시상공회의소는 리성투자회사의 흉악한 속셈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어.’‘소위 법적 절차를 밟는다는 건 말짱 헛소리야.’‘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에, 리성투자회사에서 소송을 한다 해도 절대 이길 수 없어.’‘만약 내가 압력에 못 이겨서 정말로 사과를 한다면, 평생 그 누명을 안고 가야 해.’‘더군다나 상대방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한 건, 나를 마음껏 모욕하겠다는 수작에 지나지 않아.’동혁은 확신했다.‘일단 내가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사건이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시작되는 거야!’“투자회사의 뜻? 장가연 씨, 당신이 투자회사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사장인 내가 잠시 떠나 있을 뿐입니다.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요!”장가연이 자신의 사과를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상 동혁도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때로는 양보할수록 더 욕심을 내는 법이지.’[이동혁, 당신!]동혁의 태도가 이렇게 강경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장가연은 화를 참지 못하고 식식거렸다.“어차피 나는 절대 사과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요. 나는 또 구조 작업에 가야 합니다.”동혁도 장가연이 화가 나든 말든 전화를 끊어버렸다.“당신이 이동혁 씨입니까?”몇 분 후 동혁 등 구조대원들은 계속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갑자기 레드 재킷을 입은 사람들이 바로 동혁을 찾으며 다가왔다. 기세등등한 태도에 눈빛도 곱지 않았다.“내가 바로 이동혁입니다. 왜요?”동혁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선두에 선 젊은 여자가 안경을 고쳐 세우고는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나는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우시연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우리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되었음을 알립니다!”이 말을 듣고 멍해진 주변의 구조대원들이 곧 우시연을 에워쌌다.“왜 이동혁 씨를 제명하는 겁니까?” “이동혁 씨는 우리 자원봉사자들 중에서도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데요!” “더럽고 피곤한 것도 전혀 마다하지 않았어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