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 네가 나를 때려?” “감히 여자를 함부로 때리다니, 남자가 그래도 돼?” 신미영은 엉망이 된 얼굴로 막무가내로 있습니다. “당연히 남자든 여자든 버릇이 없으면 맞아야지!” 동혁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이미 신미영의 행동을 오랫동안 참았다. “이놈, 두고 봐!” 신미영은 바닥에 주저앉아 이미 겁에 질려 있는 남자 직원을 향해 소리쳤다. “뭘 멍하니 있어, 당장 사람 불러.” “내가 오늘 이 개X식에게 본떼를 보여줄 거야.” “응!” 남자 직원은 그대로 몸을 돌려 장례식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잠시 후 장례식장 안에서 기세등등하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뛰쳐나오더니 동혁 일행을 겹겹이 에워쌌다. 맨 앞에 선 중년 남성이 H시 장례식장의 오현석 사장이다. 오현석은 어두운 얼굴로 바닥에 있는 신미영을 쳐다보고는 먼저 그녀를 일으켜 세우라고 손짓을 했다. “어느 개X식이 감히 우리를 건드렸어?” 오현석은 사나운 눈초리로 동혁 등을 바라보며 성난 목소리로 물었다. “사장님, 바로 저 개X식이예요.” 신미영은 동혁을 가리키며 원망스러운 눈빛을 하고 말했다. 장례식장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동혁에게 향했다. “사장님, 이놈에게 본 떼를 보여주고 나서 36억의 손해배상을 하라고 하세요!” “저 놈이 아직 뭘 몰라서 저러는 거지. 우리 장례식장은 노무식 형님이 뒤에 계시는데 감히 우리를 건드리다니 정말 겁대가리를 상실했군.” 다른 직원들이 바로 아무 거리낌 없이 떠들어댔다. 오현석은 손을 내저어 사람들의 말을 멈추게 하고 동혁을 노려보며 음산하게 말했다. “이봐, 여기 직원들 말 들었지? 이제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 거야?” 장례식장 직원들은 모두 깡패 같은 모습이었다.그 모습을 본 백문수는 무서웠고 동혁의 안위가 더 걱정되었다. 그가 황급히 말했다. “오 사장님, 저희 동혁이가 일부러 직원 분을 때린 게 아니에요. 사장님 부하 직원이 먼저 일처리를 잘못해 화가 난 겁니다.” “이봐요, 할아버지는 그냥 조용히 입
어떤 사람은 삶에 쫓겨 심성이 나약해진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위험에 처했을 때, 그들은 용기 있게 달려들어 앞을 막는다. 백문수의 행동을 보고 동혁은 코가 찡했다. ‘세화와 전신부에 속해 있는 형제자매들 외에 또 이렇게 나를 생각해 용기를 내는 사람이 있다니.’ 퍽! 둔탁한 소리가 동혁의 감동을 끊었다. 고개를 들어 상황을 확인한 동혁의 이마에 갑자기 핏줄이 솟구쳤다. 백문수는 이미 바닥에 쓰러진 채 팔을 감싸고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그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동혁이 빨리 도망가게 하려 했다. “눈도 제대로 못 뜨는 늙은이 주제에, 썩 꺼져!” 장례식장 직원이 손에 든 몽둥이로 다시 때리려 하며 소리쳤다. 방금 그는 백문수의 팔을 한 대 때렸다. 그가 몽둥이로 다시 백문수를 내리치려 할 때, 갑자기 무언가가 얼굴을 덮쳤다. 쾅! 대응을 할 겨를도 없이 장례식장 직원의 몸이 떠오르더니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바닥에 떨어져 부딪히면서 뼈가 부러졌고 얼마나 부러졌는지 모를 정도였다. “아버지, 일어나세요.” 동혁은 몸을 굽혀 백문수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동혁이 따로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백야특수부대를 퇴역한 병사 둘이 즉시 장례식장 직원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아아악!”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났다. 순식간에 장례식장 직원들은 모두 바닥에 쓰러져 고통으로 울부짖었다. 동혁은 그동안 몽둥이에 맞은 백문수의 팔을 살펴보았다. ‘부상 부위가 부어오르는 걸 보니 골절인 것 같군.’ “이, 이런 너희들 도대체 누구야?”유일하게 아직 멀쩡히 서 있는 오현석은 창백한 얼굴에 놀란 눈으로 동혁을 바라보았다. “지혜야, 빨리 병원에 전화해.” 동혁은 백문수를 두 병사의 손에 맡겨 부축하게 하고 혼자서 오현석 앞으로 걸어갔다. 퍽! 동혁이 발을 들어 아래쪽을 찼다. ‘뽀각’하는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오현석이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었다. “말해, 내 형제 항남의 유골을 너희들에게 맡겼는데 어떻게 한 거야?” 동혁은
시체를 화장하기 위해서는 비싼 값을 치러야 했다. 묘지 매매 역시도 값이 비쌌다. 가격이 너무 터무니없이 비싸서 H시 시민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예전에 H시를 떠들썩했던 사건이 있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죽었는데 그의 가족들은 고가의 화장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감히 노무식의 부하를 대놓고 거절할 수도 없었다. 결국 몰래 차를 준비해 밤새 외지로 보내 화장을 하려 했다. 그러나 도중에 노무식의 부하에 의해 방해를 받았다. 그 후 고인의 가족은 잔인하게 보복을 당했다. 이렇게 일이 크게 벌어졌는데도 그 사건은 흐지부지 처리되었다. “사장님, 2년 전 무식 형님이 백항남 씨의 유골을 날려버리라고 명령해서 이렇게 빈 상자만 남게 된 겁니다. 정말 우리 뜻이 아니에요.” 오현석이 애걸복걸했다. “네가 무죄라고 생각하니 내가 한번 묻지? 노무식이 그렇게 많은 돈을 버는 동안 너에게 조금도 그 돈을 나누어 준 적 없어?” 동혁의 질문에 오현석은 말문이 막혔다. 노무식은 장례업을 독점한 기득권자로서 분명 큰 폭리를 취했을 것이고, 오현석도 어느 정도 이익이 있었을 것이 자명했다. “네가 노무식의 말을 듣는 이상 노무식이 망하면 네게도 불똥이 튈 것을 각오해야 하지 않겠어?” 동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오현석을 걷어찼다. 방금 전에 백문수를 몽둥이로 때려 골절시킨 그 직원처럼, 오현석 역시도 동혁에게 맞아 온몸의 뼈가 부러졌다. 남은 여생을 침대 위에 누워서 보내야 할 정도였다. “윽윽!” 그때 병원의 구급차가 왔다. 동혁과 하지혜 등은 백분수 노부부를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데려갔다. 육수아는 다행히 동혁이 제때에 조치를 해서 몸에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백문수는 팔이 부러져 수술을 해야 했다. 게다가 너무나 분하고 속이 상해 심각한 마음의 병이 생겼다.정신을 차린 육수아는 항남의 유골이 2년 전 이미 다른 사람에 의해 날려졌다는 말을 듣고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니 걱정 마세요. 제가 항남 대신 일
곧 장양호는 H시 외곽에 호화 별장 구역에 도착했다. 도독부에서 방금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곳이 노무식의 거처였다. 호화 별장들 중 어느 한 채. 키가 크고 거칠어 보이는 중년 남자가 호피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시가를 끔뻑끔뻑 피우고 있다. 그 호피 의자 위에는 진짜 호피가 한 조각이 걸려 있었다. 용맹해 보이는 호랑이 머리가 중년 남자의 머리 위에 위치해 있었는데 그 사나운 눈빛은 마치 사람을 골라 잡아먹으려는 것 같았다. 호랑이 머리는 호피 의자에 앉아 있는 중년 남자의 위세를 더 강하게 보이게 했다. 이 중년이 바로 H시 장례업계를 독점하고 있는 노무식이다. 노무식은 H시의 암흑가에서 돌연변이 같은 존재였다. 왜냐하면 그가 죽은 사람에게서 돈을 벌기 때문이다. 그의 명성은 매우 고약했다. 그래서 다른 암흑가 거물들은 그와 거의 왕래가 없었다. 노무식은 지금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았고 오만불손함의 극치에 달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와 상대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그 역시 그 사람들을 무시하며 H시 암흑가의 일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쯧쯧, 모두 고지식해서는. 마사지 샵을 열고 불법 도박장을 하는 것보다 죽은 사람을 위로해 돈을 버는 내 일이 얼마나 고귀한데.”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 바보들 같으니!” 장례업을 독점해 거물이 된 노무식. 그는 매우 교만했다. ‘남들이 감히 하지 못하는 일을 바로 내가 하고 있다고!’ ‘내가 돈을 벌는 건 당연한 거야.’ 노무식이 거드름을 피우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부하 한 명이 들어왔다. “물건은 잘 전달했어?” 노무식이 부하에게 물었다. 부하는 공손히 대답했다. “예, 형님, 이미 전달했습니다. 형님이 하신 말씀도 잘 전했고요. 분명 그놈 한 시간 안에 얌전히 형님 앞으로 와 무릎을 꿇을 겁니다.” “아니야, 그렇게 쉽게 생각해선 안돼.” 노무식은 오히려 손사래를 쳤다. “장례식장 얘들의 말을 들어보니 그놈이 꽤 싸움 좀 한다던데 뻣뻣하게 나올 수도 있어.”
“장 실장님께서 말씀만 잘해주시면 저 노무식의 몇천억의 재산을 모두 드리겠습니다.” 노무식은 무릎을 꿇고 미친 듯이 애원했다. 그의 나머지 부하들도 모두 바닥에 엎드려 벌벌 떨고 있다. ‘이 전신이라고?’ ‘내가 날려버린 게 뜻밖에도 이 전신 형제의 유골이었다니.’ 노무식은 나름 자신이 배짱이 두둑하다고 자부하며 H시 암흑가의 다른 거물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심지어 장해조나 염동철이라는 두 명의 암흑가 은둔 고수들까지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예전부터 그저 기본적인 예의만 지켰을 뿐 절대 상대방이 자신의 밥그릇에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마치 얼음 저장고 안에 갇힌 것처럼 온몸을 벌벌 떨었다. 그에게 있어서 평생 이렇게 두려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로지 H국 역사상 최연소 전신인 동혁 때문에 그가 이렇게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 전신의 한마디면 그냥 멸문지화야!’ 무릎을 꿇은 채 벌벌 떨고 있는 노무식을 보며 장양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 “전신께서 지시하신 일에 어떻게 감히 토를 달아?” “난 이미 분명히 전했어. 지금부터 한 시간 안에 전신 앞에 무릎을 꿇지 않으면.” “그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는 거야.” 장양호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홀연히 떠났다. 노무식은 절망적인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아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당장 차 준비해, 바로 병원에 가야 해!” “쯧쯧, 대체 무슨 일이에요? 누가 우리 무식 형님을 이렇게 놀라게 한건가요?” 바로 그때 옷을 잘 차려입은 한 젊은이가 갑자기 나타나 걸어 들어왔다. 그는 노무식의 자포자기한 모습을 보고 이상하다고 느껴서 물었다. “우민 도련님? 여긴 어떻게 온건가요?”노무식이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에게 말을 한 젊은이는 바로 3대 가문 중 하나인 천씨 가문의 천우민이었다. 그는 허명신, 조명희와 함께 H시 3인방이라고 불린다. 현재 그 H시 3인방에는 천우민만 남았다. 다른 두 명 중 허명신은 동혁에게 당해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
“군복을 입으면 다 도독부 사람입니까?” “그럼 저도 지금 바로 형님과 형님 부하들에게 한 트럭씩 보내드릴 수 있어요!” 천우민은 눈물이 나올 정도로 크게 웃었다. 천천히 눈물을 닦고 나서야 그는 비로소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식 형님, 형님 정말 완전 바보 아니에요? 다른 사람의 작은 수법 하나에 속아 이렇게 놀라 죽을 지경이라니.” “형님,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요? 바로 진씨 가문의 그 멍청한 사위라고요.” “예? 그 사람이라고요?” 노무식은 놀라서 어쩔 줄 몰랐다. “나한테 여기 그놈 사진도 있으니까, 형님 사람에게 확인해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거예요.” 천우민은 휴대폰을 꺼내 몰래 찍은 동혁의 사진을 노무식에게 전송했다. 노무식은 즉시 장례식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다. 바로 답장이 왔다. ‘진짜 동일인물이잖아!’ “젠장, 내가 속았다니.” 노무식이 정말 무식하게 펄쩍 뛰었다. 천우민은 표정을 굳히고 다시 물었다. “그런데도 형님은 지금 그놈에게 가서 무릎을 꿇으려고요?” “무릎 꿇다니? 말도 안 되죠!” “그 쓸모없는 놈에게 저 노무식을 무릎 꿇릴 자격이 있나요?” ‘이류 가문의 쓸모없는 사위에게 속았더라면, 하마터면 세간에 큰 웃음거리가 될 뻔했어.’ 노무식은 화가 나서 즉시 부하에게 지시했다. “가서 이동혁 그놈에게 한 시간 안에 내 앞으로 튀어와서 무릎 꿇으라고 다시 전해.” “1초라도 넘으면 이 몸이 그놈의 온 가족을 죽여버리겠다고도 해.” 노무식의 살벌한 모습을 보고 천우민은 만족을 느끼며 떠났다. 그는 이다음 일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동혁, 그 쓸모없는 놈은 노무식 같은 사나운 놈의 손에 걸리면 뼈도 못 추릴 거야.’ ‘틀림없이 아주 묵사발이 나겠군.’ ‘불쌍한 놈.’ 병원. 병실 문이 갑자기 사람의 발길에 걷어차여 열렸다. 한 사람이 걸어 들어와 물었다. “누가 이동혁이야?” “무슨 일인가요?” 동혁이 조용히 물었다. “네가 이동혁이
“선, 선도일!” 노무식은 선도일을 보자 너무 놀라 갑자기 눈꺼풀이 바르르 떨렸고 한기가 발바닥에서 이마로 치솟았다. ‘선도일.’ ‘염동철 밑에서 제 일인자라고 불리던 현우상을 참살해 버린 그 선도일이라니.’ 놀라 혼비백산한 노무식은 두 다리에 힘이 빠져 무릎을 꿇으려 했다. 바로 그때 선도일의 단검이 그의 턱을 치켜세웠다. 그 단검의 힘은 노무식이 무릎을 꿇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무릎 꿇지 말고 병원에 가서 무릎을 꿇어. 이제 30분 남았다.” 선도일은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 “우민 도련님이 그놈은 진씨 가문의 쓸모없는 사위라고 하지 않았어? 왜 선도일까지 그놈을 대신해서 여기까지 온 거지?” 노무식은 완전히 멍해졌다. “형님, 이제 30분밖에 안 남았어요.” 옆에 있던 부하들의 말로 그는 정신을 차렸다. “빨리, 빨리 병원으로 가자!” 노무식은 미친 듯이 밖으로 돌진해 뛰어 나갔다. 약속한 한 시간이 다 되어갈 쯤에 급하게 서둘러 온 노무식이 병원에 도착했다. “헉, 헉, 이 선생님, 저 도착했습니다.” 노무식이 100미터를 전력 질주하듯 병실로 뛰어들어와 동혁 앞에 무릎을 꿇었을 때, 그는 지쳐서 숨을 헐떡였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마치 방금 물에서 건져낸 것 같은 모습이다. “네가 그랬다며? 우리 가족을 죽이겠다고?” 동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노무식은 겁에 질려 고개를 들었다. “이 선생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그럴 일 없습니다.”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일단 다른 얘기부터 좀 하지.” 동혁이 차가운 음성으로 물었다. “내 형제 백항남의 유골을 네가 부하들에게 날려버리라고 했어?” “예, 그렇습니다.” 노무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랬지?” “3대 가문이 그렇게 하라고 시켰습니다.” 노무식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전 백 선생과 아무런 원한이 없습니다. 만약 3대 가문이 사주하지 않았다면, 돈이 되는데 굳이 유골을 날려버리지 않
동혁의 말을 듣고 노무식은 당황했다. “하지만 조씨 가문에서는 허락하지 않을 텐데요?” 조씨 가문 식구 백여 명이 모두 에메랄드정원에 살고 있다. ‘누군가가 그들의 코앞에 의관총을 세우는 것만 해도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 거기에 그렇게 하려는 사람이 조씨 가문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대체 무슨 배짱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겠다는 거지?’ “그러면 조씨 가문 사람들을 이사가게 하면 되잖아.” 동혁은 담담하게 말했다. “마침 이미 잘 만들어진 에메랄드정원이 있으니 내 형제의 의관총으로 만들면 토목공사를 크게 할 필요가 없어서 아주 좋겠어.” ‘항남의 기일이 며칠 남지 않았으니 딱이야.’ 당연한 얼굴을 하고 있는 동혁을 보고 노무식은 말문이 막혔다. 그는 동혁의 계획이 이렇게 거침없을 줄 몰랐다. ‘조씨 가문의 백여 식구를 쫓아내고 그들이 몇 대째 살고 있는 고택을 백항남의 의관총으로 만들라니?’ ‘이게 조씨 가문에게 있어서 얼마나 큰 수치인데 가만히 있겠냐고.’ 그러자 동혁은 노무식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넌 지금 당장 풍수사를 데리고 에메랄드전원을 답사해 살펴보고 동시에 3대 가문에게 말을 전해.” ... 에메랄드정원. 조구영, 천정윤, 허윤재. 세 가주가 다시 모였다. 요 며칠 H시 암흑가에서 큰 일들이 많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염동철이 도주했고 행방불명됐다. 그러면서 유일한 암흑가의 은둔고수이자 대부가 된 장해조가 강오그룹과 함께 성세그룹에 합병했다.이 일련의 일들이 암흑가의 구조를 크게 변화시켰고 3대 가문의 관심을 끌게 했다. “허 회장, 천 회장, 5일 후면 심 총지휘관의 취임식이야.” “이번에 잘 준비해서 지금껏 농간을 부리던 백항서를 해결하면 그다음에 성세그룹 문제를 처리할 수 있을 거야.” 조구영이 차를 마시며 나지막이 말했다. “조 회장의 말이 일리가 있어.” 천정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성세그룹이야말로 우리의 최대 적이고, 그 놈들을 H시 안에서 무너뜨려야 한다고 생각해.”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
“시연아!”조카딸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자,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던 우대평이 놀라 울부짖었다.그리고 탁자를 치고 일어나서 찢어질 듯한 시선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어디서 온 나쁜 놈이 감히 우리 H시 상공회의소에서 건방지게 굴어!”“여보, 아파?”동혁은 우대평을 보지도 않은 채 세화의 손을 잡고 애틋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볼을 만지면서 바닥에 뻗은 우시연을 본 세화는, 맞은 얼굴이 덜 아픈 것처럼 느껴졌다.동혁이 자신을 무시하자, 화가 난 우대평은 이를 악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여보? 이 나쁜 새끼, 바로 진세화의 폐물 데릴사위 남편 이동혁이야?”“늙은이, 너는 또 뭐야?”동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우대평을 바라보았다.우대평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우시연을 부축하던 나건성이 바로 고함을 쳤다.“건방지게! 이 분은 우리 H시상공회의소의 우 회장님이셔! 감히 회장님에게 불경을 저지르다니!”“우 회장이라, 당신이 우대평이야?”우시연을 힐끗 본 동혁이 큰 소리로 물었다.“저 천한 년도 성이 우씨던데, 당신 사생아야?”“이동혁, 너 건방지게!”분노한 나건성이 고함을 쳤다.“시연 양은 우리 회장님의 조카딸이야! 정직하고 덕망이 높으신 우리 회장님을 네가 이렇게 중상모략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어!”“빨리 회장님께 잘못을 빌지 못해!”“아, 내가 착각한 모양이네.”동혁은 고개를 끄덕이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던 우대평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다. 자신의 신분을 알았으니 동혁이 복종할 걸로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저 천한 년이 무지막지하게 날뛰면서 설치길래, 나는 집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로 생각했지. 바깥에 대놓고 내놓을 수 없는 사생라서 그런 줄 알았지.”“누가 가르친 모양이네... 그런데 어떻게 저따위로 가르쳤지?”동혁의 조롱하는 눈빛이 우대평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위로 떨어졌다.“피식!”세화는 바로 웃음이 나왔지만 얼른 입을 막았다.우시연에게 맞은 뺨이
“죄송합니다, 회장님. 저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옳고 그름을 견지할 뿐입니다.”“이 세상을 비록 흑백 논리로 구분할 수 없다고 해도, 때로는 무조건 옳거나 틀린 경우도 있으니까요!”세화는 변함없이 우대평을 존중했지만 그 말투는 단호했다.우대평은 마치 발작할 듯한 기세로 코웃음을 쳤다.바로 그때, 안경을 쓴 여자가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뛰어들었다.“큰아버지, 제 화를 좀 풀어주세요!”“큰아버지, 그 이동혁이라는 폐물 데릴사위가 얼마나 날뛰는지 아세요?” “제가 그자를 자원봉사자에서 제명했을 때, 그 인간이 뜻밖에도 저를 위협했어요. 오늘이 제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로 있는 마지막 날이 될 거라고요!”“그 인간은 큰아버지를 정말 우습게 여기는 거예요. 정말 화가 나 미치겠어요!”여자는 세화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우대평의 앞에 와서 눈노를 쏟아냈다.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앞서 동혁을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했던 우시연이다.스타공익재단은 H시상공회의소가 출자해서 설립한 재단으로, 당연히 큰아버지 우대평 덕분에 우시연이 책임자가 될 수 있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우대평의 눈에서 노기를 드러냈다.“이동혁이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제가 큰아버지를 왜 속이겠어요! 그렇게 많은 자원봉사자 앞에서 저를 아주 우습게 여겼어요.” “큰아버지가 저를 도와주시지 않으면, 이 분노를 해소할 수 없을 거예요!”우대평의 옷자락을 붙잡고 하소연하던 우시연은, 문득 고개를 돌려 세화를 보고는 잠시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어, 저 사람은 누구에요, 큰아버지?”세화를 처음 봤지만 우시연의 마음속에서는 질투가 일었다.‘이 여자 너무 예쁜데.’ 세화의 온몸에 넘치는 자신감과, 속세를 벗어난 듯한 고귀한 기질에 우시연은 열등감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시연아, 저 여자는 바로 그 폐물 이동혁의 아내이자 혜성그룹의 회장인 진세화 씨야.”나건성이 마치 환심이라도 사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우시연이 줄곧 큰아버지 우대평의 총애를 받고 있기에
나건성은 세화에게 전혀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압적인 태도가 계속 이어지자, 곧 세화는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우대평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면서 세화가 말했다.“회장님, 상공회의소에 끼친 손실에 대해서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우대평은 가만히 앉은 채 가타부타 태도를 표명하지 않았다.나건성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회장님, 이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사과를 해도 소용없습니다.” “지금 리성투자회사에서는 당신의 남편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당신의 남편은 무법천지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스타공익재단을 통해서 원화투자회사로 연락하여 사과하라고 했습니다만 당신의 남편은 거절하고 항난그룹을 찾았습니다.”“더군다나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허, 정말 우리 H시상공회의소를 안중에도 두지 않다니.”“당신의 남편은 회원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 해도, 진 회장 당신은 다릅니다.” “당신은 우리 H시 상공회의소의 정식 회원입니다. 솔선수범해서 회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이 말에 세화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H시상공회의소 회원이 확실하기에.앞서 H시상공회의소에서 찾아와서 입회 서류를 작성하게 했다.원래 세화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비즈니스계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늘 온갖 협회와 단체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입회 서류 한 장 때문에 H시상공회의소에서 자신에게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지게 된 것이다.“H시상공회의소에서 제게 뭘 요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세화는 염치불구하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나건성이 간단하게 대답했다.“아주 간단합니다. 남편분이 천용훈 씨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도록 진 회장님이 나서서 얘기하시면 됩니다!”세화가 우대평을 힐끗 쳐다봤지만, 우대평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무표정한 얼굴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진 회장님, 이런 작은 일에 뭘 망설입니까? 되든 안 되든 말을 해야지요!”
‘사해상공회의소의 욕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S시 재계의 거두가 되려고 할 뿐만 아니라, 지금은 또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다른 도시들의 상공회의소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그러나 이것은 동혁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그래, 알았어.”전화를 끊은 동혁은 바로 선우설리가 보낸 주소로 달려갔다.H시상공회의소의 사무실은 다이너스티호텔에 있다.6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업무뿐만 아니라 접대와 회의에도 편리했다.세화는 동혁보다 조금 먼저 도착했다.직원의 안내로 회장실로 오자, 검은색 가죽 소파에는 우대평 회장이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후배 진세화가 우 회장님을 뵙습니다.”앞으로 나온 세화가 공손하게 후배로서의 예를 취했다. 이 덕망이 높은 선배에 대해서 세화는 줄곧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60이 다 된 우대평의 귀밑머리는 벌써 반백인 상태였다.우대평이 허허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진 회장,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나는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입니다.” “두 회사를 지휘하는 진 회장에 비하면, 그저 좀 일찍 태어난 정도의 경력밖에 없어요.”“그리고 그 당시 내가 창업을 시작했을 때, 진씨 가문에서는 할머님이 이미 진성그룹을 세우셨지요.”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 분의 인도를 받은 사람들이 많아요. 지금은 각지에 흩어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공을 세워 이름을 날렸고, 거부가 되기도 했어요.”“그런데 지금의 진성그룹은, 아이고,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요...”그렇게 말하면서도, 우대평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파에 앉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세화는 진성그룹의 지금 모습을 떠올리면서 마음속으로도 한숨을 내쉬었다.‘그 당시 진성그룹이 할머니 수중에 있었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지금은 전혀 존재감이 없어.’세화 일가를 제외하고는 진씨 가문 사람들 모두 성을 바꿔서, 조상마저 잊었다는 오명을 쓴 채 웃음거리로 전락했다.그러나 세화는 최근 제씨 집안에서, 할머니 제원화로 빚어진 각종 문제들을 청산하고 있는 것
우시연은 믿는 구석이 있기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스타공익재단에서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어서, 우시연이 자원봉사자로 뽑지 않겠다고 하면 자원봉사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좋은 일을 하는데 너희 동의가 필요하다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자원봉사자들은 모두 분개했고, 몇몇 여성 자원봉사자들은 곧 울음이 터질 듯했다.그들 모두 대학생으로 현실은 어둡고 오싹하기만 했다.“나를 제명하겠다는 거지? 내가 가면 되겠네.”바로 그때 불쑥 말을 내뱉은 동혁이 레드 재킷을 벗으면서 그 여학생들을 위로했다.“모두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안 돼요. 우리가 자원봉사를 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잖아요.”“걱정 말아요, 나중에 내가 모두를 위해서 공정한 도리를 되찾아 줄 테니까요. “모두가 열심히 땀을 흘렸는데 또 눈물까지 흘리게 할 수는 없지요!”수위 변동이 긴급했기에, 동혁은 이 일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떠나게 되거나 구조가 지체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잠시 화를 참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레드 재킷을 우시연의 옆에 있는 직원에게 던진 동혁이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우시연,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맞지? 기억해 두겠어.”“내가 한마디 충고하지. 내가 간 후에 너는 절대 이 자원봉사자들을 난처하게 해선 안 돼. 자신의 앞날이 걸린 문제니까 잘 생각해.”“오늘이 네가 스타공익재단 책임자를 맡은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야!”말을 마친 동혁은 돌아서서 바로 가버렸다.“흥, 항난그룹 회장 아주 대단해?”“우리 큰아버지 우대평에 비하면 너는 X도 아니야! 발톱의 때도 안 되는 주제에!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동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우시연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조롱했다.동혁은 상대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밤을 새운 데다가 또 반나절 동안 구조에 참여했기에, 피곤해서 좀 쉴 생각이었다.그러나 집에 돌아오자마자 장모가 동혁을 붙잡고 면전에서 퍼부어댔다.“이동혁, 이 나쁜 놈! 괜찮다고 해놓고서 왜 또 그 천용훈
장가연의 말을 듣자, 동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장가연과 H시상공회의소는 리성투자회사의 흉악한 속셈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어.’‘소위 법적 절차를 밟는다는 건 말짱 헛소리야.’‘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에, 리성투자회사에서 소송을 한다 해도 절대 이길 수 없어.’‘만약 내가 압력에 못 이겨서 정말로 사과를 한다면, 평생 그 누명을 안고 가야 해.’‘더군다나 상대방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한 건, 나를 마음껏 모욕하겠다는 수작에 지나지 않아.’동혁은 확신했다.‘일단 내가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사건이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시작되는 거야!’“투자회사의 뜻? 장가연 씨, 당신이 투자회사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사장인 내가 잠시 떠나 있을 뿐입니다.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요!”장가연이 자신의 사과를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상 동혁도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때로는 양보할수록 더 욕심을 내는 법이지.’[이동혁, 당신!]동혁의 태도가 이렇게 강경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장가연은 화를 참지 못하고 식식거렸다.“어차피 나는 절대 사과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요. 나는 또 구조 작업에 가야 합니다.”동혁도 장가연이 화가 나든 말든 전화를 끊어버렸다.“당신이 이동혁 씨입니까?”몇 분 후 동혁 등 구조대원들은 계속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갑자기 레드 재킷을 입은 사람들이 바로 동혁을 찾으며 다가왔다. 기세등등한 태도에 눈빛도 곱지 않았다.“내가 바로 이동혁입니다. 왜요?”동혁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선두에 선 젊은 여자가 안경을 고쳐 세우고는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나는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우시연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우리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되었음을 알립니다!”이 말을 듣고 멍해진 주변의 구조대원들이 곧 우시연을 에워쌌다.“왜 이동혁 씨를 제명하는 겁니까?” “이동혁 씨는 우리 자원봉사자들 중에서도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데요!” “더럽고 피곤한 것도 전혀 마다하지 않았어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