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를 화장하기 위해서는 비싼 값을 치러야 했다. 묘지 매매 역시도 값이 비쌌다. 가격이 너무 터무니없이 비싸서 H시 시민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예전에 H시를 떠들썩했던 사건이 있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죽었는데 그의 가족들은 고가의 화장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감히 노무식의 부하를 대놓고 거절할 수도 없었다. 결국 몰래 차를 준비해 밤새 외지로 보내 화장을 하려 했다. 그러나 도중에 노무식의 부하에 의해 방해를 받았다. 그 후 고인의 가족은 잔인하게 보복을 당했다. 이렇게 일이 크게 벌어졌는데도 그 사건은 흐지부지 처리되었다. “사장님, 2년 전 무식 형님이 백항남 씨의 유골을 날려버리라고 명령해서 이렇게 빈 상자만 남게 된 겁니다. 정말 우리 뜻이 아니에요.” 오현석이 애걸복걸했다. “네가 무죄라고 생각하니 내가 한번 묻지? 노무식이 그렇게 많은 돈을 버는 동안 너에게 조금도 그 돈을 나누어 준 적 없어?” 동혁의 질문에 오현석은 말문이 막혔다. 노무식은 장례업을 독점한 기득권자로서 분명 큰 폭리를 취했을 것이고, 오현석도 어느 정도 이익이 있었을 것이 자명했다. “네가 노무식의 말을 듣는 이상 노무식이 망하면 네게도 불똥이 튈 것을 각오해야 하지 않겠어?” 동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오현석을 걷어찼다. 방금 전에 백문수를 몽둥이로 때려 골절시킨 그 직원처럼, 오현석 역시도 동혁에게 맞아 온몸의 뼈가 부러졌다. 남은 여생을 침대 위에 누워서 보내야 할 정도였다. “윽윽!” 그때 병원의 구급차가 왔다. 동혁과 하지혜 등은 백분수 노부부를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데려갔다. 육수아는 다행히 동혁이 제때에 조치를 해서 몸에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백문수는 팔이 부러져 수술을 해야 했다. 게다가 너무나 분하고 속이 상해 심각한 마음의 병이 생겼다.정신을 차린 육수아는 항남의 유골이 2년 전 이미 다른 사람에 의해 날려졌다는 말을 듣고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니 걱정 마세요. 제가 항남 대신 일
곧 장양호는 H시 외곽에 호화 별장 구역에 도착했다. 도독부에서 방금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곳이 노무식의 거처였다. 호화 별장들 중 어느 한 채. 키가 크고 거칠어 보이는 중년 남자가 호피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시가를 끔뻑끔뻑 피우고 있다. 그 호피 의자 위에는 진짜 호피가 한 조각이 걸려 있었다. 용맹해 보이는 호랑이 머리가 중년 남자의 머리 위에 위치해 있었는데 그 사나운 눈빛은 마치 사람을 골라 잡아먹으려는 것 같았다. 호랑이 머리는 호피 의자에 앉아 있는 중년 남자의 위세를 더 강하게 보이게 했다. 이 중년이 바로 H시 장례업계를 독점하고 있는 노무식이다. 노무식은 H시의 암흑가에서 돌연변이 같은 존재였다. 왜냐하면 그가 죽은 사람에게서 돈을 벌기 때문이다. 그의 명성은 매우 고약했다. 그래서 다른 암흑가 거물들은 그와 거의 왕래가 없었다. 노무식은 지금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았고 오만불손함의 극치에 달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와 상대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그 역시 그 사람들을 무시하며 H시 암흑가의 일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쯧쯧, 모두 고지식해서는. 마사지 샵을 열고 불법 도박장을 하는 것보다 죽은 사람을 위로해 돈을 버는 내 일이 얼마나 고귀한데.”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 바보들 같으니!” 장례업을 독점해 거물이 된 노무식. 그는 매우 교만했다. ‘남들이 감히 하지 못하는 일을 바로 내가 하고 있다고!’ ‘내가 돈을 벌는 건 당연한 거야.’ 노무식이 거드름을 피우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부하 한 명이 들어왔다. “물건은 잘 전달했어?” 노무식이 부하에게 물었다. 부하는 공손히 대답했다. “예, 형님, 이미 전달했습니다. 형님이 하신 말씀도 잘 전했고요. 분명 그놈 한 시간 안에 얌전히 형님 앞으로 와 무릎을 꿇을 겁니다.” “아니야, 그렇게 쉽게 생각해선 안돼.” 노무식은 오히려 손사래를 쳤다. “장례식장 얘들의 말을 들어보니 그놈이 꽤 싸움 좀 한다던데 뻣뻣하게 나올 수도 있어.”
“장 실장님께서 말씀만 잘해주시면 저 노무식의 몇천억의 재산을 모두 드리겠습니다.” 노무식은 무릎을 꿇고 미친 듯이 애원했다. 그의 나머지 부하들도 모두 바닥에 엎드려 벌벌 떨고 있다. ‘이 전신이라고?’ ‘내가 날려버린 게 뜻밖에도 이 전신 형제의 유골이었다니.’ 노무식은 나름 자신이 배짱이 두둑하다고 자부하며 H시 암흑가의 다른 거물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심지어 장해조나 염동철이라는 두 명의 암흑가 은둔 고수들까지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예전부터 그저 기본적인 예의만 지켰을 뿐 절대 상대방이 자신의 밥그릇에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마치 얼음 저장고 안에 갇힌 것처럼 온몸을 벌벌 떨었다. 그에게 있어서 평생 이렇게 두려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로지 H국 역사상 최연소 전신인 동혁 때문에 그가 이렇게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 전신의 한마디면 그냥 멸문지화야!’ 무릎을 꿇은 채 벌벌 떨고 있는 노무식을 보며 장양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 “전신께서 지시하신 일에 어떻게 감히 토를 달아?” “난 이미 분명히 전했어. 지금부터 한 시간 안에 전신 앞에 무릎을 꿇지 않으면.” “그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는 거야.” 장양호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홀연히 떠났다. 노무식은 절망적인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아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당장 차 준비해, 바로 병원에 가야 해!” “쯧쯧, 대체 무슨 일이에요? 누가 우리 무식 형님을 이렇게 놀라게 한건가요?” 바로 그때 옷을 잘 차려입은 한 젊은이가 갑자기 나타나 걸어 들어왔다. 그는 노무식의 자포자기한 모습을 보고 이상하다고 느껴서 물었다. “우민 도련님? 여긴 어떻게 온건가요?”노무식이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에게 말을 한 젊은이는 바로 3대 가문 중 하나인 천씨 가문의 천우민이었다. 그는 허명신, 조명희와 함께 H시 3인방이라고 불린다. 현재 그 H시 3인방에는 천우민만 남았다. 다른 두 명 중 허명신은 동혁에게 당해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
“군복을 입으면 다 도독부 사람입니까?” “그럼 저도 지금 바로 형님과 형님 부하들에게 한 트럭씩 보내드릴 수 있어요!” 천우민은 눈물이 나올 정도로 크게 웃었다. 천천히 눈물을 닦고 나서야 그는 비로소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식 형님, 형님 정말 완전 바보 아니에요? 다른 사람의 작은 수법 하나에 속아 이렇게 놀라 죽을 지경이라니.” “형님,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요? 바로 진씨 가문의 그 멍청한 사위라고요.” “예? 그 사람이라고요?” 노무식은 놀라서 어쩔 줄 몰랐다. “나한테 여기 그놈 사진도 있으니까, 형님 사람에게 확인해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거예요.” 천우민은 휴대폰을 꺼내 몰래 찍은 동혁의 사진을 노무식에게 전송했다. 노무식은 즉시 장례식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다. 바로 답장이 왔다. ‘진짜 동일인물이잖아!’ “젠장, 내가 속았다니.” 노무식이 정말 무식하게 펄쩍 뛰었다. 천우민은 표정을 굳히고 다시 물었다. “그런데도 형님은 지금 그놈에게 가서 무릎을 꿇으려고요?” “무릎 꿇다니? 말도 안 되죠!” “그 쓸모없는 놈에게 저 노무식을 무릎 꿇릴 자격이 있나요?” ‘이류 가문의 쓸모없는 사위에게 속았더라면, 하마터면 세간에 큰 웃음거리가 될 뻔했어.’ 노무식은 화가 나서 즉시 부하에게 지시했다. “가서 이동혁 그놈에게 한 시간 안에 내 앞으로 튀어와서 무릎 꿇으라고 다시 전해.” “1초라도 넘으면 이 몸이 그놈의 온 가족을 죽여버리겠다고도 해.” 노무식의 살벌한 모습을 보고 천우민은 만족을 느끼며 떠났다. 그는 이다음 일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동혁, 그 쓸모없는 놈은 노무식 같은 사나운 놈의 손에 걸리면 뼈도 못 추릴 거야.’ ‘틀림없이 아주 묵사발이 나겠군.’ ‘불쌍한 놈.’ 병원. 병실 문이 갑자기 사람의 발길에 걷어차여 열렸다. 한 사람이 걸어 들어와 물었다. “누가 이동혁이야?” “무슨 일인가요?” 동혁이 조용히 물었다. “네가 이동혁이
“선, 선도일!” 노무식은 선도일을 보자 너무 놀라 갑자기 눈꺼풀이 바르르 떨렸고 한기가 발바닥에서 이마로 치솟았다. ‘선도일.’ ‘염동철 밑에서 제 일인자라고 불리던 현우상을 참살해 버린 그 선도일이라니.’ 놀라 혼비백산한 노무식은 두 다리에 힘이 빠져 무릎을 꿇으려 했다. 바로 그때 선도일의 단검이 그의 턱을 치켜세웠다. 그 단검의 힘은 노무식이 무릎을 꿇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무릎 꿇지 말고 병원에 가서 무릎을 꿇어. 이제 30분 남았다.” 선도일은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 “우민 도련님이 그놈은 진씨 가문의 쓸모없는 사위라고 하지 않았어? 왜 선도일까지 그놈을 대신해서 여기까지 온 거지?” 노무식은 완전히 멍해졌다. “형님, 이제 30분밖에 안 남았어요.” 옆에 있던 부하들의 말로 그는 정신을 차렸다. “빨리, 빨리 병원으로 가자!” 노무식은 미친 듯이 밖으로 돌진해 뛰어 나갔다. 약속한 한 시간이 다 되어갈 쯤에 급하게 서둘러 온 노무식이 병원에 도착했다. “헉, 헉, 이 선생님, 저 도착했습니다.” 노무식이 100미터를 전력 질주하듯 병실로 뛰어들어와 동혁 앞에 무릎을 꿇었을 때, 그는 지쳐서 숨을 헐떡였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마치 방금 물에서 건져낸 것 같은 모습이다. “네가 그랬다며? 우리 가족을 죽이겠다고?” 동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노무식은 겁에 질려 고개를 들었다. “이 선생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그럴 일 없습니다.”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일단 다른 얘기부터 좀 하지.” 동혁이 차가운 음성으로 물었다. “내 형제 백항남의 유골을 네가 부하들에게 날려버리라고 했어?” “예, 그렇습니다.” 노무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랬지?” “3대 가문이 그렇게 하라고 시켰습니다.” 노무식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전 백 선생과 아무런 원한이 없습니다. 만약 3대 가문이 사주하지 않았다면, 돈이 되는데 굳이 유골을 날려버리지 않
동혁의 말을 듣고 노무식은 당황했다. “하지만 조씨 가문에서는 허락하지 않을 텐데요?” 조씨 가문 식구 백여 명이 모두 에메랄드정원에 살고 있다. ‘누군가가 그들의 코앞에 의관총을 세우는 것만 해도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 거기에 그렇게 하려는 사람이 조씨 가문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대체 무슨 배짱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겠다는 거지?’ “그러면 조씨 가문 사람들을 이사가게 하면 되잖아.” 동혁은 담담하게 말했다. “마침 이미 잘 만들어진 에메랄드정원이 있으니 내 형제의 의관총으로 만들면 토목공사를 크게 할 필요가 없어서 아주 좋겠어.” ‘항남의 기일이 며칠 남지 않았으니 딱이야.’ 당연한 얼굴을 하고 있는 동혁을 보고 노무식은 말문이 막혔다. 그는 동혁의 계획이 이렇게 거침없을 줄 몰랐다. ‘조씨 가문의 백여 식구를 쫓아내고 그들이 몇 대째 살고 있는 고택을 백항남의 의관총으로 만들라니?’ ‘이게 조씨 가문에게 있어서 얼마나 큰 수치인데 가만히 있겠냐고.’ 그러자 동혁은 노무식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넌 지금 당장 풍수사를 데리고 에메랄드전원을 답사해 살펴보고 동시에 3대 가문에게 말을 전해.” ... 에메랄드정원. 조구영, 천정윤, 허윤재. 세 가주가 다시 모였다. 요 며칠 H시 암흑가에서 큰 일들이 많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염동철이 도주했고 행방불명됐다. 그러면서 유일한 암흑가의 은둔고수이자 대부가 된 장해조가 강오그룹과 함께 성세그룹에 합병했다.이 일련의 일들이 암흑가의 구조를 크게 변화시켰고 3대 가문의 관심을 끌게 했다. “허 회장, 천 회장, 5일 후면 심 총지휘관의 취임식이야.” “이번에 잘 준비해서 지금껏 농간을 부리던 백항서를 해결하면 그다음에 성세그룹 문제를 처리할 수 있을 거야.” 조구영이 차를 마시며 나지막이 말했다. “조 회장의 말이 일리가 있어.” 천정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성세그룹이야말로 우리의 최대 적이고, 그 놈들을 H시 안에서 무너뜨려야 한다고 생각해.”
“의관총이라고?” “우리 조씨 가문 사람 백 명이 사는 에메랄드정원에 의관총을 세운다는 거야?” “네 놈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죽고 싶거든 다시 한번 말해봐? 내가 지금 당장 네놈을 여기에 묻어주마. ” 조구영은 여태까지 많은 일을 겪었지만 처음 듣는 황당한 말에 화가 나서 펄쩍펄쩍 뛰었다.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우리 조씨 가문 조상들이 아시면 화가 나 당장 관 뚜껑을 열고 나오시겠군!’ “조 회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예요. 그분 뜻이 그러하니 저도 재차 반복해 말하지 않겠습니다.” 노무식이 말했다. “아, 그리고 마침 세 분의 회장님이 함께 계시니 그분이 회장님들께 전하라는 말을 알려드릴게요.” 3대 가문의 가주들은 인상을 쓰며 노무식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분이 전하라는 말은 이겁니다.” 노무식은 천천히 말했다. “3일 뒤면 백항남의 기일이다.” “조씨 가문의 모두는 3일 이내에 에메랄드정원에서 이사해.” “동시에 기일에는 3대 가문의 어른이나 아이,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두 백항남 관을 모시고 혼령을 위로해라.” “모두 상복을 입고 애도해야 한다.” “만약 따르지 않는다면 패가멸족시키겠어!” 노무식은 자신이 들었던 동혁의 냉혹한 말투를 흉내 내며 말했다. 3대 가문의 가주 모두 분노하여 안색이 심하게 어두워졌다. “노무식, 네 놈에게 말을 전하라고 한 사람이 누구냐?” 노무식을 매섭게 노려보는 조구영은 이미 화가 극에 달해 이마에 핏줄이 솟구쳐 올랐다. “전 그분이 누군지 감히 말할 수 없습니다.” 노무식은 병원을 나서면서 본 도독부 번호판을 단 지프를 떠올렸다.그 순간 그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동혁이 정말 이 전신이었어!’ ‘천우민, 그 개X식이 나를 함정에 빠트렸구나.’ 다행히 그는 동혁 앞에 제때에 무릎을 꿇었고 게다가 항남의 유골을 날린 주모자가 아니어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허윤재가 콧방귀를 뀌며 차갑게 말했다. “네 놈이 말하지 않는
허윤재가 다시 방법을 제안했다. “우리가 지금 백항서를 어떻게 할 수 없지만, 항난그룹에 문제를 일으킬 수는 있어.” “다른 곳에 불을 내서 주의를 돌리게 하는 거지.” “상대방을 공격할 수 없다면, 상대방을 구역질이 나도록 바쁘게 하는 거야.” 병원. “이 선생님, 노무식이 3대 가문에게 선생님의 말을 전했다고 합니다.” “동시에 그는 이미 자기 명의 회사의 모든 자산을 국가에 헌납했고, 백항남 씨의 기일에 모든 부하들과 상복을 입고 관을 들어 그분의 혼령을 위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장양호가 동혁에게 보고했다. “음, 그놈이 조금 반성하는 것 같으니 잠시 그놈 목숨은 살려주지.” 동혁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3대 가문과 노무식뿐 아니라 기일 당일 항남의 사고에 조금이라도 상관이 있는 사람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참석하게 해야 해.” “예, 제가 나중에 백효성을 통해 그 사람들을 모두 끄집어내도록 하겠습니다.” 장양호는 며칠 전에 동혁을 따라 R시에 갔었는데, 그때 이후로 백효성이 동혁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이 바로 그놈이 진정한 자기 역할을 할 때야.’ 동혁은 알았다고 대답을 하고는 장양호를 돌려보냈다. 바로 그때 백문수 부부가 입원한 것을 알게 된 수소야가 급히 병원에 도착했다. 육수아는 지나친 상심으로 혼절해 아직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백문수는 CT를 찍었는데 팔의 부상이 비교적 심각해 수술을 받았다. 백문수 부부가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고서 수소야는 비로소 한숨을 내쉬었다. “소야 씨, 항남에 관한 일은 들었지요?” 동혁이 물었다. 수소야는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고 눈빛에는 깊은 슬픔과 증오가 가득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회장님, 저는 회장님께서 항남 씨를 대신해 꼭 모든 것을 바로 잡을 거라고 믿어요.” 동혁은 수소야가 백문수 노부부처럼 항남의 일로 충격을 받아 견딜 수 없을까 봐 걱정했었다. ‘지금 보니 소야 씨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