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 씨의 콘서트 당일은 항난그룹 전 회장이었던 백항남 씨가 세상을 떠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한데요.] [백항남 씨 기일에 항난그룹에서 기념행사를 준비한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혹시 이것이 조희 씨가 임시 콘서트를 연 것과 관련이 있나요?] 인터뷰가 계속 진행되었다. 왕조희가 대답했다. [그건 단지 우연일 뿐이에요.] 당사자의 입에서 우연이라는 단어가 나올수록 그 일은 더 미심쩍기 마련이었다. [그럼 조희 씨, 2년 전 H시에서 떠들썩했던 백항남 회장이 조희 씨를 성폭행한 사건에 대해 다른 할 이야기가 있나요?] [다른 할 말은 없어요. 이미 지난 일이에요. 전 과거에 얽매이는 거보다는 앞을 보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왕조희는 대범하게 말했다. [저에게 악몽 같았던 일이 있었던 H시로 돌아오기로 한 것도 제가 이미 과거의 일을 모두 내려놓았기 때문이기도 해요.] [항난그룹은 2년 전 들끓는 여론 끝에 파산을 했지만 최근 다시 그룹을 재건했는데요.] [조희 씨께서는 항난그룹에 대해 하고 싶으신 말이 있나요?] [특별히 할 말은 없어요.] 왕조희는 이렇게 말하면서 화제를 전환했다. [하지만 영향력 있는 사회적 기업인 항남그룹은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저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모든 것을 용서할 겁니다.] 왕조희의 솔직함과 관대함은 다시 한번 어린 간호사들의 놀라움과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왕조희, 정말 대단하다!” “우리 조희 언니는 정말 용감해! 성폭행을 당한 고통스러운 일을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칠 텐데 저렇게 태연하게 말을 할 수 있다니.” “백항남 그 짐승 같은 놈은 마누라와 자식까지 있는데 그런 일을 벌였으니 죽어도 싸.” “항난그룹이 분명히 사과해야 해.” 간호사들 사이에서 떠드는 소리가 멀리까지 들렸다.말을 들은 수소야는 충격으로 온몸이 떨렸고 힘은 빠져서 벽을 짚고 서야 할 정도였다. “그건 사실이 아니야, 사실이 아니라고...” “항남 씨는 나처럼 조희를 여
“이 양심도 없는 계집애 같으니, 내가 지 아빠랑 출장 갔다가 비행기 타고 올 때는 마중 한 번을 나오지 않더니!” 류혜연은 딸을 원망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또 왕조희인가?’ ‘정말 공교롭군.’ 동혁이 말했다. “하지만 방금 뉴스를 보니 왕조희는 이미 H시에 있는 호텔에 묵고 있던데요?” “그럼 분명 다른 데서 놀고 있겠지, 동혁 씨가 직접 전화해서 물어봐요. 그렇게 다 큰 여자애가 가면 어딜 갔겠어요?” 류혜연은 짜증스럽게 말하고는 언니인 류혜진과 이야기를 나누러 들어갔다. 동혁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집을 나섰다. 차를 몰고 고급 주택가를 벗어나 그는 장현소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아님 형부?] 곧 반대편에서 장현소가 말했다고는 믿기 어려운 단어가 들려왔다. 장현소는 원래 처음 만났을 때 동혁을 형부라고 시원스럽게 불렀다. 장현소의 가족에게 동혁은 능력 있는 남자로 좋은 이미지를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후 장해조의 일이 일어났다. 누명을 쓴 동혁은 결국 나중에 억울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그 사건은 동혁이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했고 그때부터 동혁은 장현소 가족의 무시를 받게 되었다. 장현소는 자신의 훌륭한 사촌 언니인 세화와 동혁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와는 반대로. 그녀는 백천기와 세화가 천생연분이라고 여겼다. 동혁은 장현소의 말에서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하고 말했다. “현소야 너 어디야? 네 엄마가 너를 데리고 오라고 하셨어.” [형부, 지금 전 팬클럽 친구들 몇 명하고 골드스타필드에서 놀고 있어요. 이따 저녁에 다른 일이 있고요. 나중에 제가 택시 불러서 타고 알아서 돌아갈게요.] 골드스타필드.동혁은 이곳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착한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어울려 노는 장소였다. 그래서 동혁이 말했다. “안돼, 네 엄마가 내게 시킨 이상 널 데려와야 해. 그러다 네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해?” 진지하게 한 동혁의 말이 장현
“어떻게 찾긴, 그냥 찾았지.” 동혁은 아무렇게나 대답하며 코를 움찔거렸고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룸 안은 환기가 안돼 술 냄새와 담배 냄새로 가득했다. 이곳에 있는 팬클럽의 남자와 여자들은 나이가 많지는 않았지만 모두 사회인이어서 온갖 저속한 말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장현소는 평소에 단속이 엄격한 집안에서 잘한 순진한 여자였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을 상대해 볼 기회가 많이 없었다. 그녀는 때때로 순진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탐욕스러운 시선에 대해 조금도 경계심이 없었다. “현소야, 집에 가자. 엄마가 데려오라고 하셨어.” 동혁이 말했다. 너무 놀라 동혁을 쳐다보기만 하던 장현소는 동혁이 직원에게 물어서 자신의 위치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장현소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조금 있다가 다른 일이 있으니 형부 먼저 돌아가세요. 전 나중에 알아서 돌아갈 거예요. 엄마한테는 제가 전화해서 말할게요.” 동혁은 장현소의 불그스름한 얼굴을 보고 확신했다. ‘이미 술을 좀 마셨군.’ ‘만약 내가 이대로 가버리면 오늘 밤 현소에게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어.’ “그건 안돼. 그냥 지금 나하고 함께 집으로 가자.” 동혁은 바로 장현소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내려고 했다. 짝! 바로 그때 누군가 한 손을 뻗어 동혁의 손등을 세게 두드렸다. “지금 뭐지?” 동혁은 장현소의 옆에 앉아 있는 젊은이를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 젊은이는 바로 좌영석, 그는 일어서서 동혁을 도발적으로 바라보았다. “뭐냐고? 당연히 현소의 일에 쓸데없이 참견하지 말라는 경고야!” “내가 현소의 사촌 형부인데, 왜 참견할 수 없지?” 동혁의 말투가 약간 차가웠다. ‘방금 전까지 이 놈이 현소를 보는 눈빛이 가장 수상했어.’ ‘그래, 내가 현소를 데려가려 하니 네놈의 계획을 망칠 것 같냐?’ 좌영석은 콧방귀를 뀌며 냉소했다. “당신이 현소의 사촌 형부인데, 그래서? 아무리 친형부라고 해도 현소가 무엇을 하든 참견할 수 없어.” 좌영석은
좌영석은 동혁이 많은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고 심지어 어린 방소연에게까지 모욕을 당하는 것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여겼다. 그는 오히려 더더욱 동혁을 무시했다. “우리 룸이 왜 갑자기 분위기가 엉망인가 했더니, 다 저 사람 데릴사위 때문이 군.” 좌영석은 손을 뻗어 문밖을 가리켰고 표정에서 웃음을 지우며 말했다. “우리 룸에서 당장 나가. 여기는 당신이 있을 곳이 아니야!” 이런 난장판인 곳에 동혁은 원래 잠시도 있고 싶지 않았다. 동혁은 장현소를 보며 물었다. “현소야, 정말 안 갈 거야?” “왜 이렇게 짜증 나게 해요? 혼자 가라고 했잖아요! 제발 내 일에 신경 쓰지 좀 마요!” 장현소가 갑자기 동혁을 향해 소리쳤다. ‘괜히 이동혁을 오라고 해가지고, 나만 망신당했잖아.’ “알았어.” 동혁은 말없이 돌아섰다. 장현소가 이렇게까지 말을 한 이상 동혁은 더 이상 그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현소도 이미 열여덟 살이고, 성인이니까.’ ‘자신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도 배워야지.’ 뻥! 바로 그때. 큰 소리와 함께 룸 문이 열렸다. 한 남자가 뒷걸음질 치며 룸으로 들어오더니 땅바닥에 넘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항서야, 괜찮아?” 방소연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녀의 양쪽 얼굴에 각각 새빨간 손바닥 자국이 있었다. “소연아, 이게 무슨 일이야?” 룸 안의 모든 사람들이 크게 놀라 조항서를 일으켜 세우면서 물었다. 방소연이 울면서 말했다. “방금 화장실 입구에서 누가 나한데 찝쩍거리길래 욕을 했더니, 갑자기 내 뺨을 두대 때렸어.” “항서가 그걸 딱 보고 그 사람과 싸웠는데, 그 사람이 친구를 불러서 항서가 결국 이기지 못하고 맞았어...”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룸 입구를 이미 기세등등한 깡패들이 꽉 막아섰다. “아이고, 예쁜 아가씨가 한 명인 줄 알았는데 여기 안에 의외로 예쁜 아가씨들이 많이 있었네.” 한 무리의 깡패들이 시시덕거리며 걸어 들어왔다. “지금 뭐 하자는
“우리 무식 형님을 알아?” 깡패가 좌영석에게 물었다. “알죠.” 좌영석이 가볍게 웃었다. 깡패는 그의 눈빛을 보고 약간 당황했다. ‘우리 앞에서 이렇게 주눅도 들지 않고 태연하게 행동하고, 거기에 큰형님까지 안다고?’ ‘보아하니 이놈 배경이 보통이 아닌 것 같은데?’ “무식 형님 오셨어요!” 바로 그때 뒤쪽의 한 깡패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한 무리의 깡패들이 즉시 길을 열어 주었다. 곧 키가 크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노무식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들어왔다. “내 동생과 다투는 놈이 있다던데? 어디 있어? 누가 그렇게 간덩이가 부었는지 한번 보자!” 노무식이 거칠게 말했다. 그는 오늘 동혁에 의해 굴복당했다. 자신 명의의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3일 후에는 상복을 입고 백항남을 혼령을 위로해야 했다. 그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마음속이 상해 다소 갑갑함을 느꼈다. 그래서 부하들을 데리고 골드스타필드에 와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듣자니 누군가 자기 부하 동생과 싸우기 시작했다고 해서 마침 그 사람을 잡아 한바탕 패주고 화풀이를 하려던 참이었다. 화제의 주인공이 직접 등장하자 룸 안의 남녀는 더욱 놀라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들의 시선이 잇달아 좌영석에게 쏠렸다. ‘방금 전 깡패와의 대화를 들어보니, 영석이가 우리를 위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 좌영석은 그런 사람들의 기대의 시선을 즐기며 앞으로 나섰다. “무식 형님.” “누구냐? 넌?”노무식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젊은이를 노려보았다. 방금까지 대화를 하던 깡패가 어리둥절해하며 좌영석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무식 형님, 방금 이 자식이 형님을 안다고 했는데, 형님께서는 이놈을 모르시나요?” “무식 형님, 전 형님을 뵌 적 있습니다. 아마 기억은 잘 안 나시겠지만, 좌천문은 분명 아시지요?” 좌영석이 재빨리 말했다. “난우실업의 그 좌천문?” “맞아요, 맞아. 난우실업 좌천문이요. 지난번에 무식 형님과 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을 때 저도 있
좌영석은 완전히 멍해졌다. ‘무식 형님이 왜 갑자기 나를 쳤지?’ 룸 안에 다른 남녀들도 노무식이 뺨을 때리자 어리둥절했다. “어린놈 주제에 감히 나에게 네 체면을 세워달라고?” 노무식이 매섭게 말했다. “바로 네놈 아버지 좌천문이 왔어도 감히 내게 이래라저래라 하고 못하는데 네놈이 뭔데?” 룸 전체에서 노무식의 화가 가득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는 오늘 한창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어린 녀석이 이런 자신 앞에서 허세를 부릴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노무식은 무자비하게 좌영석의 빰을 때려 혼을 냈다. 좌영석은 바로 몸을 뒤척이며 일어섰다. “무, 무식 형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감히 형님에게 못할 말을 했어요.” 그 순간 이상한 냄새가 즉시 온 룸 안에 가득 찼다. 모두들 코를 훌쩍거리더니 바로 좌영석에게 시선이 향했다. ‘방금까지 저 이동혁 앞에서 위세를 부리던 영석이가 저렇게 오줌을 지리다니.’ 온갖 의미가 가득 담겨있는 눈빛들이 좌영석의 몸을 마치 가시처럼 찌르듯 주시하고 있었다. 좌영석은 지금 너무 창피해 땅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기개가 없는 놈이 어디서 감히 허세야? 썩 꺼져!” 노무식은 한 발로 좌영석을 바닥으로 걷어찼다. 그는 방울만 한 큰 두 눈으로 독살스럽게 룸 안의 남녀들을 노려보았다. 사람들은 마치 사람을 골라 잡아먹으려는 맹수를 본 듯 소파에 웅크리고 벌벌 떨었다. “남자들은 꺼지고 여자들은 남아서 나와 술이나 마시자.” 지금 노무식에게 룸 안의 어린 여자들만 눈에 들어왔다. “뭘 멍하니 있어, 꺼지라고 하시잖아.”깡패들은 거칠게 사람들을 내쫓았다. 남자들은 고개를 끄떡이며 얌전히 일어서 밖으로 나갔다. “형님, 여기 최고급 계집애가 있는데요?” 바로 그때 한 깡패가 사람들을 쫓아내던 중 소파에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장현소를 발견했다. 룸 안의 불빛은 어두웠다. 노무식은 앞으로 다가가 장현소의 깨끗하고 예쁜 얼굴과 핫팬츠 아래 하얗고 긴 다리를 보고
‘저 멍청이 형부, 말을 못 하면 차라리 가만히 있던지. 내가 꼭 세화 언니와 이혼시켜 버릴 거야!’ 장현소는 원래 동혁이 자신을 도와주려고 말하는 줄 알고 너무 감격했다. 그런데 동혁이 술 한 잔에 200억을 요구하며 자신을 돈 버는 도구로 여기는 말을 들었다. 그녀는 마음속에서 실망을 느꼈고 동혁이 미웠다. 그런데 노무식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 목소리가 왜 이렇게 귀에 익지?’ 그가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그의 부하 깡패가 먼저 움직였다. “젠장, 잡놈 하나가 아직 구석에 숨어 있었네. 너 귀먹었냐? 아까 남자들은 다 나가라는 소리 못 들었어?” 아까 접이식 칼을 가지고 놀던 깡패였다. 욕설을 퍼부으면서 동혁이 있는 어두운 구석으로 들어갔다. 퍽퍽퍽!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이지 않았다. 단지 처절한 비명 소리만 들리더니, 그 깡패가 소리를 지르며 날아왔다. 그는 벽에 있는 액정 스크린을 산산조각 내고는 흐물거리며 바닥으로 미끄러져 떨어졌다. 이미 피투성이가 된 몸에는 상처가 여러 개 더 있었다. “접이식 칼? 이런 건 너처럼 다루는 게 아니야.”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탁! 깡패가 줄곧 가지고 있던 접이식 칼이 그대로 바닥에 던져져 버려졌다. 룸 안은 잠시 정적이 흘렀다. 바로 이어 노무식 밑에 있던 깡패들이 모두 화가 나 소란을 떨기 시작했다. “잡놈이, 감히 우리 형님에게 손을 대? 동생들아 저놈 죽여버려!” “닥쳐!” 노무식이 갑자기 큰소리로 깡패들에게 멈추라고 소리쳤고, 의아해하며 어두운 구석을 바라보았다. “혹시 우리가 아는 사이였나?” “아는지 모르는지는 네가 가까이 와서 보면 알 수 있잖아.” 동혁은 어두운 구석에 앉아 일어날 기색이 없었다. “저 미X놈이, 어딜 건방지게. 무식 형님, 다른 말 할거 없이 그냥 저놈 죽여버려요.” 깡패들이 동혁의 말을 듣고 건방지다며 또다시 소란을 피웠다. 노무식은 손을 내저으며 묵묵히 동혁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곧 그는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됐다. 내가 네 목숨을 원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내 형제의 기일에나 와서 잘 모시기나 해라.” 동혁의 말을 들은 노무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때 동혁이 다시 말했다. “하지만 나에게도 규칙이라는 게 있어. 날 건드리면 항상 뭔가 대가를 남겨야 해.” “전에 김대이도 지금 너와 같은 상황이었지. 재산을 탕진하고 또 날 건드려서 내가 직접 그놈 앞니 두 개를 뽑게 했지.” 동혁이 태연하게 말했다. “그러니 너도 뭐 좀 대가를 치르긴 해야겠지?” 노무식은 잠시 생각하더니, 즉시 기어서 동혁이 아까 바닥에 버린 접이식 칼을 주워 이를 악물고 두말없이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버렸다. “으아!” 비명과 함께 두 개의 피범벅이 된 손가락이 땅에 떨어졌다. “이 선생님, 팔은 기일 당일 백 선생의 관을 들어 드려야 하니, 지금은 이 손가락 두 개로 그 대가를 치르겠습니다.” 노무식은 심한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 룸 안에서는 떨어진 손가락을 본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났다. 동혁은 표정을 전혀 바꾸지도 않고 손을 흔들었다. “꺼져.” 노무식은 부하들을 데리고 풀이 죽어 조용히 사라졌다. 룸 안은 한참 동안 잠잠했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참지 못한 장현소가 말했다. “형부, 정말 대단해요. 노무식이 형부를 이렇게 무서워할 줄은 몰랐어요.” “형부가 있어서 다행이었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오늘 밤 제가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당했을 거예요.” 방금 일어난 일을 생각하니 장현소는 순간 겁이 났다. 동시에 그녀는 아까 전에 동혁을 오해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다. ‘알고 보니 형부가 정말 나를 보호하려고 다 그런 거였어.’ “고마워요, 동혁 형부. 정말 대단해요.” “노무식까지 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걸 보니, 암흑가에서 힘이 대단하신가 봐요.” 룸 안의 다른 남녀들도 동혁에게 아부하며 말했다. 동혁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의 경멸은 사라지고 호기심과 감탄으로 변했다. 동혁은 사람들의 질문에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