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양심도 없는 계집애 같으니, 내가 지 아빠랑 출장 갔다가 비행기 타고 올 때는 마중 한 번을 나오지 않더니!” 류혜연은 딸을 원망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또 왕조희인가?’ ‘정말 공교롭군.’ 동혁이 말했다. “하지만 방금 뉴스를 보니 왕조희는 이미 H시에 있는 호텔에 묵고 있던데요?” “그럼 분명 다른 데서 놀고 있겠지, 동혁 씨가 직접 전화해서 물어봐요. 그렇게 다 큰 여자애가 가면 어딜 갔겠어요?” 류혜연은 짜증스럽게 말하고는 언니인 류혜진과 이야기를 나누러 들어갔다. 동혁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집을 나섰다. 차를 몰고 고급 주택가를 벗어나 그는 장현소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아님 형부?] 곧 반대편에서 장현소가 말했다고는 믿기 어려운 단어가 들려왔다. 장현소는 원래 처음 만났을 때 동혁을 형부라고 시원스럽게 불렀다. 장현소의 가족에게 동혁은 능력 있는 남자로 좋은 이미지를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후 장해조의 일이 일어났다. 누명을 쓴 동혁은 결국 나중에 억울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그 사건은 동혁이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했고 그때부터 동혁은 장현소 가족의 무시를 받게 되었다. 장현소는 자신의 훌륭한 사촌 언니인 세화와 동혁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와는 반대로. 그녀는 백천기와 세화가 천생연분이라고 여겼다. 동혁은 장현소의 말에서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하고 말했다. “현소야 너 어디야? 네 엄마가 너를 데리고 오라고 하셨어.” [형부, 지금 전 팬클럽 친구들 몇 명하고 골드스타필드에서 놀고 있어요. 이따 저녁에 다른 일이 있고요. 나중에 제가 택시 불러서 타고 알아서 돌아갈게요.] 골드스타필드.동혁은 이곳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착한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어울려 노는 장소였다. 그래서 동혁이 말했다. “안돼, 네 엄마가 내게 시킨 이상 널 데려와야 해. 그러다 네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해?” 진지하게 한 동혁의 말이 장현
“어떻게 찾긴, 그냥 찾았지.” 동혁은 아무렇게나 대답하며 코를 움찔거렸고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룸 안은 환기가 안돼 술 냄새와 담배 냄새로 가득했다. 이곳에 있는 팬클럽의 남자와 여자들은 나이가 많지는 않았지만 모두 사회인이어서 온갖 저속한 말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장현소는 평소에 단속이 엄격한 집안에서 잘한 순진한 여자였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을 상대해 볼 기회가 많이 없었다. 그녀는 때때로 순진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탐욕스러운 시선에 대해 조금도 경계심이 없었다. “현소야, 집에 가자. 엄마가 데려오라고 하셨어.” 동혁이 말했다. 너무 놀라 동혁을 쳐다보기만 하던 장현소는 동혁이 직원에게 물어서 자신의 위치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장현소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조금 있다가 다른 일이 있으니 형부 먼저 돌아가세요. 전 나중에 알아서 돌아갈 거예요. 엄마한테는 제가 전화해서 말할게요.” 동혁은 장현소의 불그스름한 얼굴을 보고 확신했다. ‘이미 술을 좀 마셨군.’ ‘만약 내가 이대로 가버리면 오늘 밤 현소에게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어.’ “그건 안돼. 그냥 지금 나하고 함께 집으로 가자.” 동혁은 바로 장현소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내려고 했다. 짝! 바로 그때 누군가 한 손을 뻗어 동혁의 손등을 세게 두드렸다. “지금 뭐지?” 동혁은 장현소의 옆에 앉아 있는 젊은이를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 젊은이는 바로 좌영석, 그는 일어서서 동혁을 도발적으로 바라보았다. “뭐냐고? 당연히 현소의 일에 쓸데없이 참견하지 말라는 경고야!” “내가 현소의 사촌 형부인데, 왜 참견할 수 없지?” 동혁의 말투가 약간 차가웠다. ‘방금 전까지 이 놈이 현소를 보는 눈빛이 가장 수상했어.’ ‘그래, 내가 현소를 데려가려 하니 네놈의 계획을 망칠 것 같냐?’ 좌영석은 콧방귀를 뀌며 냉소했다. “당신이 현소의 사촌 형부인데, 그래서? 아무리 친형부라고 해도 현소가 무엇을 하든 참견할 수 없어.” 좌영석은
좌영석은 동혁이 많은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고 심지어 어린 방소연에게까지 모욕을 당하는 것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여겼다. 그는 오히려 더더욱 동혁을 무시했다. “우리 룸이 왜 갑자기 분위기가 엉망인가 했더니, 다 저 사람 데릴사위 때문이 군.” 좌영석은 손을 뻗어 문밖을 가리켰고 표정에서 웃음을 지우며 말했다. “우리 룸에서 당장 나가. 여기는 당신이 있을 곳이 아니야!” 이런 난장판인 곳에 동혁은 원래 잠시도 있고 싶지 않았다. 동혁은 장현소를 보며 물었다. “현소야, 정말 안 갈 거야?” “왜 이렇게 짜증 나게 해요? 혼자 가라고 했잖아요! 제발 내 일에 신경 쓰지 좀 마요!” 장현소가 갑자기 동혁을 향해 소리쳤다. ‘괜히 이동혁을 오라고 해가지고, 나만 망신당했잖아.’ “알았어.” 동혁은 말없이 돌아섰다. 장현소가 이렇게까지 말을 한 이상 동혁은 더 이상 그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현소도 이미 열여덟 살이고, 성인이니까.’ ‘자신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도 배워야지.’ 뻥! 바로 그때. 큰 소리와 함께 룸 문이 열렸다. 한 남자가 뒷걸음질 치며 룸으로 들어오더니 땅바닥에 넘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항서야, 괜찮아?” 방소연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녀의 양쪽 얼굴에 각각 새빨간 손바닥 자국이 있었다. “소연아, 이게 무슨 일이야?” 룸 안의 모든 사람들이 크게 놀라 조항서를 일으켜 세우면서 물었다. 방소연이 울면서 말했다. “방금 화장실 입구에서 누가 나한데 찝쩍거리길래 욕을 했더니, 갑자기 내 뺨을 두대 때렸어.” “항서가 그걸 딱 보고 그 사람과 싸웠는데, 그 사람이 친구를 불러서 항서가 결국 이기지 못하고 맞았어...”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룸 입구를 이미 기세등등한 깡패들이 꽉 막아섰다. “아이고, 예쁜 아가씨가 한 명인 줄 알았는데 여기 안에 의외로 예쁜 아가씨들이 많이 있었네.” 한 무리의 깡패들이 시시덕거리며 걸어 들어왔다. “지금 뭐 하자는
“우리 무식 형님을 알아?” 깡패가 좌영석에게 물었다. “알죠.” 좌영석이 가볍게 웃었다. 깡패는 그의 눈빛을 보고 약간 당황했다. ‘우리 앞에서 이렇게 주눅도 들지 않고 태연하게 행동하고, 거기에 큰형님까지 안다고?’ ‘보아하니 이놈 배경이 보통이 아닌 것 같은데?’ “무식 형님 오셨어요!” 바로 그때 뒤쪽의 한 깡패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한 무리의 깡패들이 즉시 길을 열어 주었다. 곧 키가 크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노무식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들어왔다. “내 동생과 다투는 놈이 있다던데? 어디 있어? 누가 그렇게 간덩이가 부었는지 한번 보자!” 노무식이 거칠게 말했다. 그는 오늘 동혁에 의해 굴복당했다. 자신 명의의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3일 후에는 상복을 입고 백항남을 혼령을 위로해야 했다. 그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마음속이 상해 다소 갑갑함을 느꼈다. 그래서 부하들을 데리고 골드스타필드에 와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듣자니 누군가 자기 부하 동생과 싸우기 시작했다고 해서 마침 그 사람을 잡아 한바탕 패주고 화풀이를 하려던 참이었다. 화제의 주인공이 직접 등장하자 룸 안의 남녀는 더욱 놀라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들의 시선이 잇달아 좌영석에게 쏠렸다. ‘방금 전 깡패와의 대화를 들어보니, 영석이가 우리를 위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 좌영석은 그런 사람들의 기대의 시선을 즐기며 앞으로 나섰다. “무식 형님.” “누구냐? 넌?”노무식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젊은이를 노려보았다. 방금까지 대화를 하던 깡패가 어리둥절해하며 좌영석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무식 형님, 방금 이 자식이 형님을 안다고 했는데, 형님께서는 이놈을 모르시나요?” “무식 형님, 전 형님을 뵌 적 있습니다. 아마 기억은 잘 안 나시겠지만, 좌천문은 분명 아시지요?” 좌영석이 재빨리 말했다. “난우실업의 그 좌천문?” “맞아요, 맞아. 난우실업 좌천문이요. 지난번에 무식 형님과 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을 때 저도 있
좌영석은 완전히 멍해졌다. ‘무식 형님이 왜 갑자기 나를 쳤지?’ 룸 안에 다른 남녀들도 노무식이 뺨을 때리자 어리둥절했다. “어린놈 주제에 감히 나에게 네 체면을 세워달라고?” 노무식이 매섭게 말했다. “바로 네놈 아버지 좌천문이 왔어도 감히 내게 이래라저래라 하고 못하는데 네놈이 뭔데?” 룸 전체에서 노무식의 화가 가득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는 오늘 한창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어린 녀석이 이런 자신 앞에서 허세를 부릴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노무식은 무자비하게 좌영석의 빰을 때려 혼을 냈다. 좌영석은 바로 몸을 뒤척이며 일어섰다. “무, 무식 형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감히 형님에게 못할 말을 했어요.” 그 순간 이상한 냄새가 즉시 온 룸 안에 가득 찼다. 모두들 코를 훌쩍거리더니 바로 좌영석에게 시선이 향했다. ‘방금까지 저 이동혁 앞에서 위세를 부리던 영석이가 저렇게 오줌을 지리다니.’ 온갖 의미가 가득 담겨있는 눈빛들이 좌영석의 몸을 마치 가시처럼 찌르듯 주시하고 있었다. 좌영석은 지금 너무 창피해 땅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기개가 없는 놈이 어디서 감히 허세야? 썩 꺼져!” 노무식은 한 발로 좌영석을 바닥으로 걷어찼다. 그는 방울만 한 큰 두 눈으로 독살스럽게 룸 안의 남녀들을 노려보았다. 사람들은 마치 사람을 골라 잡아먹으려는 맹수를 본 듯 소파에 웅크리고 벌벌 떨었다. “남자들은 꺼지고 여자들은 남아서 나와 술이나 마시자.” 지금 노무식에게 룸 안의 어린 여자들만 눈에 들어왔다. “뭘 멍하니 있어, 꺼지라고 하시잖아.”깡패들은 거칠게 사람들을 내쫓았다. 남자들은 고개를 끄떡이며 얌전히 일어서 밖으로 나갔다. “형님, 여기 최고급 계집애가 있는데요?” 바로 그때 한 깡패가 사람들을 쫓아내던 중 소파에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장현소를 발견했다. 룸 안의 불빛은 어두웠다. 노무식은 앞으로 다가가 장현소의 깨끗하고 예쁜 얼굴과 핫팬츠 아래 하얗고 긴 다리를 보고
‘저 멍청이 형부, 말을 못 하면 차라리 가만히 있던지. 내가 꼭 세화 언니와 이혼시켜 버릴 거야!’ 장현소는 원래 동혁이 자신을 도와주려고 말하는 줄 알고 너무 감격했다. 그런데 동혁이 술 한 잔에 200억을 요구하며 자신을 돈 버는 도구로 여기는 말을 들었다. 그녀는 마음속에서 실망을 느꼈고 동혁이 미웠다. 그런데 노무식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 목소리가 왜 이렇게 귀에 익지?’ 그가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그의 부하 깡패가 먼저 움직였다. “젠장, 잡놈 하나가 아직 구석에 숨어 있었네. 너 귀먹었냐? 아까 남자들은 다 나가라는 소리 못 들었어?” 아까 접이식 칼을 가지고 놀던 깡패였다. 욕설을 퍼부으면서 동혁이 있는 어두운 구석으로 들어갔다. 퍽퍽퍽!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이지 않았다. 단지 처절한 비명 소리만 들리더니, 그 깡패가 소리를 지르며 날아왔다. 그는 벽에 있는 액정 스크린을 산산조각 내고는 흐물거리며 바닥으로 미끄러져 떨어졌다. 이미 피투성이가 된 몸에는 상처가 여러 개 더 있었다. “접이식 칼? 이런 건 너처럼 다루는 게 아니야.”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탁! 깡패가 줄곧 가지고 있던 접이식 칼이 그대로 바닥에 던져져 버려졌다. 룸 안은 잠시 정적이 흘렀다. 바로 이어 노무식 밑에 있던 깡패들이 모두 화가 나 소란을 떨기 시작했다. “잡놈이, 감히 우리 형님에게 손을 대? 동생들아 저놈 죽여버려!” “닥쳐!” 노무식이 갑자기 큰소리로 깡패들에게 멈추라고 소리쳤고, 의아해하며 어두운 구석을 바라보았다. “혹시 우리가 아는 사이였나?” “아는지 모르는지는 네가 가까이 와서 보면 알 수 있잖아.” 동혁은 어두운 구석에 앉아 일어날 기색이 없었다. “저 미X놈이, 어딜 건방지게. 무식 형님, 다른 말 할거 없이 그냥 저놈 죽여버려요.” 깡패들이 동혁의 말을 듣고 건방지다며 또다시 소란을 피웠다. 노무식은 손을 내저으며 묵묵히 동혁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곧 그는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됐다. 내가 네 목숨을 원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내 형제의 기일에나 와서 잘 모시기나 해라.” 동혁의 말을 들은 노무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때 동혁이 다시 말했다. “하지만 나에게도 규칙이라는 게 있어. 날 건드리면 항상 뭔가 대가를 남겨야 해.” “전에 김대이도 지금 너와 같은 상황이었지. 재산을 탕진하고 또 날 건드려서 내가 직접 그놈 앞니 두 개를 뽑게 했지.” 동혁이 태연하게 말했다. “그러니 너도 뭐 좀 대가를 치르긴 해야겠지?” 노무식은 잠시 생각하더니, 즉시 기어서 동혁이 아까 바닥에 버린 접이식 칼을 주워 이를 악물고 두말없이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버렸다. “으아!” 비명과 함께 두 개의 피범벅이 된 손가락이 땅에 떨어졌다. “이 선생님, 팔은 기일 당일 백 선생의 관을 들어 드려야 하니, 지금은 이 손가락 두 개로 그 대가를 치르겠습니다.” 노무식은 심한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 룸 안에서는 떨어진 손가락을 본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났다. 동혁은 표정을 전혀 바꾸지도 않고 손을 흔들었다. “꺼져.” 노무식은 부하들을 데리고 풀이 죽어 조용히 사라졌다. 룸 안은 한참 동안 잠잠했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참지 못한 장현소가 말했다. “형부, 정말 대단해요. 노무식이 형부를 이렇게 무서워할 줄은 몰랐어요.” “형부가 있어서 다행이었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오늘 밤 제가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당했을 거예요.” 방금 일어난 일을 생각하니 장현소는 순간 겁이 났다. 동시에 그녀는 아까 전에 동혁을 오해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다. ‘알고 보니 형부가 정말 나를 보호하려고 다 그런 거였어.’ “고마워요, 동혁 형부. 정말 대단해요.” “노무식까지 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걸 보니, 암흑가에서 힘이 대단하신가 봐요.” 룸 안의 다른 남녀들도 동혁에게 아부하며 말했다. 동혁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의 경멸은 사라지고 호기심과 감탄으로 변했다. 동혁은 사람들의 질문에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이너스티 호텔에 도착했다. 건물 전체에는 이미 왕조희의 대형 포스터가 걸려 있었고 입구에는 엄격한 경호원이 서 있었다. “형부, 우리 여기 줄 서서 표 사요.” 장현소는 동혁을 끌고 줄 맨뒤에 섰다. “현소야, 형부랑 집에 안 갔어?” 바로 그때 함께 놀던 팬클럽 남녀회원들도 도착했다. 그 안엔 좌영석도 있었다. 그는 이미 옷을 갈아입었는데 장현소를 발견했을 때, 약간 난감해하며 시선을 피했다. 동혁을 볼 때는 그의 눈에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약간의 질투심이 있었다. ‘오늘 밤 저 이동혁이 나를 망신시켰고 내 계획도 모두 망쳤어.’ ‘현소의 그 쓸모없는 형부가 그렇게 힘이 있을 줄 누가 알았어?’ ‘손을 조금 썼다고 노무식의 부하가 쓰러지고 노무식이 놀라 무릎을 꿇다니.’ 좌연석은 동혁의 처음 보는 모습에 크게 놀랐다. 그러나 다시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동혁은 그저 싸움을 조금 하는 것일 뿐, 그 외에는 별 대단한 건 없으니까.’ “어, 형부한테 팬미팅에 가자고 했더니, 이렇게 함께 와줬어.” 장현소는 다소 거만하게 말했다. 말하는 사이에 앞에 줄지어 있는 팬들은 이미 표를 사서 입장했다. “안녕하세요. 표 두 장을 살게요. 여기 제 신분증이요. 아참, 형부, 신분증 좀 주세요.” 장현소는 직원 권정연에게 예의 바르게 말했다. 오늘 밤의 팬미팅은 규모가 작은 특별 행사였다. 입장하는 팬들은 돈을 내고 표를 사는 것 외에도 보안을 위해 신분증을 제시해 검사를 받아야 했다. 모두 현장을 안전에 하게 지키기 위한 조처이다. 동혁은 별다른 이의 없이 신분증을 꺼내 건넸다. 권정연이 등록을 마친 뒤 말했다. “확인했습니다. 입장 티켓은 한 장에 400만 원이에요. 카드 결제인가요? 아님 카카오페이인가요?” “한 장에 400만 원요? 너무 비싼 거 아니에요?” 장현소와 팬클럽 회원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안색이 변했다.왕조희는 최근 2년 동안 인기가 급상승한 대스타이다. 그래서 그들은 오늘 팬미팅의 티켓 가격이 매우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
“시연아!”조카딸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자,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던 우대평이 놀라 울부짖었다.그리고 탁자를 치고 일어나서 찢어질 듯한 시선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어디서 온 나쁜 놈이 감히 우리 H시 상공회의소에서 건방지게 굴어!”“여보, 아파?”동혁은 우대평을 보지도 않은 채 세화의 손을 잡고 애틋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볼을 만지면서 바닥에 뻗은 우시연을 본 세화는, 맞은 얼굴이 덜 아픈 것처럼 느껴졌다.동혁이 자신을 무시하자, 화가 난 우대평은 이를 악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여보? 이 나쁜 새끼, 바로 진세화의 폐물 데릴사위 남편 이동혁이야?”“늙은이, 너는 또 뭐야?”동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우대평을 바라보았다.우대평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우시연을 부축하던 나건성이 바로 고함을 쳤다.“건방지게! 이 분은 우리 H시상공회의소의 우 회장님이셔! 감히 회장님에게 불경을 저지르다니!”“우 회장이라, 당신이 우대평이야?”우시연을 힐끗 본 동혁이 큰 소리로 물었다.“저 천한 년도 성이 우씨던데, 당신 사생아야?”“이동혁, 너 건방지게!”분노한 나건성이 고함을 쳤다.“시연 양은 우리 회장님의 조카딸이야! 정직하고 덕망이 높으신 우리 회장님을 네가 이렇게 중상모략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어!”“빨리 회장님께 잘못을 빌지 못해!”“아, 내가 착각한 모양이네.”동혁은 고개를 끄덕이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던 우대평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다. 자신의 신분을 알았으니 동혁이 복종할 걸로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저 천한 년이 무지막지하게 날뛰면서 설치길래, 나는 집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로 생각했지. 바깥에 대놓고 내놓을 수 없는 사생라서 그런 줄 알았지.”“누가 가르친 모양이네... 그런데 어떻게 저따위로 가르쳤지?”동혁의 조롱하는 눈빛이 우대평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위로 떨어졌다.“피식!”세화는 바로 웃음이 나왔지만 얼른 입을 막았다.우시연에게 맞은 뺨이
“죄송합니다, 회장님. 저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옳고 그름을 견지할 뿐입니다.”“이 세상을 비록 흑백 논리로 구분할 수 없다고 해도, 때로는 무조건 옳거나 틀린 경우도 있으니까요!”세화는 변함없이 우대평을 존중했지만 그 말투는 단호했다.우대평은 마치 발작할 듯한 기세로 코웃음을 쳤다.바로 그때, 안경을 쓴 여자가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뛰어들었다.“큰아버지, 제 화를 좀 풀어주세요!”“큰아버지, 그 이동혁이라는 폐물 데릴사위가 얼마나 날뛰는지 아세요?” “제가 그자를 자원봉사자에서 제명했을 때, 그 인간이 뜻밖에도 저를 위협했어요. 오늘이 제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로 있는 마지막 날이 될 거라고요!”“그 인간은 큰아버지를 정말 우습게 여기는 거예요. 정말 화가 나 미치겠어요!”여자는 세화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우대평의 앞에 와서 눈노를 쏟아냈다.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앞서 동혁을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했던 우시연이다.스타공익재단은 H시상공회의소가 출자해서 설립한 재단으로, 당연히 큰아버지 우대평 덕분에 우시연이 책임자가 될 수 있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우대평의 눈에서 노기를 드러냈다.“이동혁이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제가 큰아버지를 왜 속이겠어요! 그렇게 많은 자원봉사자 앞에서 저를 아주 우습게 여겼어요.” “큰아버지가 저를 도와주시지 않으면, 이 분노를 해소할 수 없을 거예요!”우대평의 옷자락을 붙잡고 하소연하던 우시연은, 문득 고개를 돌려 세화를 보고는 잠시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어, 저 사람은 누구에요, 큰아버지?”세화를 처음 봤지만 우시연의 마음속에서는 질투가 일었다.‘이 여자 너무 예쁜데.’ 세화의 온몸에 넘치는 자신감과, 속세를 벗어난 듯한 고귀한 기질에 우시연은 열등감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시연아, 저 여자는 바로 그 폐물 이동혁의 아내이자 혜성그룹의 회장인 진세화 씨야.”나건성이 마치 환심이라도 사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우시연이 줄곧 큰아버지 우대평의 총애를 받고 있기에
나건성은 세화에게 전혀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압적인 태도가 계속 이어지자, 곧 세화는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우대평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면서 세화가 말했다.“회장님, 상공회의소에 끼친 손실에 대해서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우대평은 가만히 앉은 채 가타부타 태도를 표명하지 않았다.나건성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회장님, 이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사과를 해도 소용없습니다.” “지금 리성투자회사에서는 당신의 남편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당신의 남편은 무법천지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스타공익재단을 통해서 원화투자회사로 연락하여 사과하라고 했습니다만 당신의 남편은 거절하고 항난그룹을 찾았습니다.”“더군다나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허, 정말 우리 H시상공회의소를 안중에도 두지 않다니.”“당신의 남편은 회원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 해도, 진 회장 당신은 다릅니다.” “당신은 우리 H시 상공회의소의 정식 회원입니다. 솔선수범해서 회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이 말에 세화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H시상공회의소 회원이 확실하기에.앞서 H시상공회의소에서 찾아와서 입회 서류를 작성하게 했다.원래 세화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비즈니스계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늘 온갖 협회와 단체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입회 서류 한 장 때문에 H시상공회의소에서 자신에게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지게 된 것이다.“H시상공회의소에서 제게 뭘 요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세화는 염치불구하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나건성이 간단하게 대답했다.“아주 간단합니다. 남편분이 천용훈 씨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도록 진 회장님이 나서서 얘기하시면 됩니다!”세화가 우대평을 힐끗 쳐다봤지만, 우대평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무표정한 얼굴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진 회장님, 이런 작은 일에 뭘 망설입니까? 되든 안 되든 말을 해야지요!”
‘사해상공회의소의 욕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S시 재계의 거두가 되려고 할 뿐만 아니라, 지금은 또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다른 도시들의 상공회의소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그러나 이것은 동혁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그래, 알았어.”전화를 끊은 동혁은 바로 선우설리가 보낸 주소로 달려갔다.H시상공회의소의 사무실은 다이너스티호텔에 있다.6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업무뿐만 아니라 접대와 회의에도 편리했다.세화는 동혁보다 조금 먼저 도착했다.직원의 안내로 회장실로 오자, 검은색 가죽 소파에는 우대평 회장이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후배 진세화가 우 회장님을 뵙습니다.”앞으로 나온 세화가 공손하게 후배로서의 예를 취했다. 이 덕망이 높은 선배에 대해서 세화는 줄곧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60이 다 된 우대평의 귀밑머리는 벌써 반백인 상태였다.우대평이 허허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진 회장,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나는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입니다.” “두 회사를 지휘하는 진 회장에 비하면, 그저 좀 일찍 태어난 정도의 경력밖에 없어요.”“그리고 그 당시 내가 창업을 시작했을 때, 진씨 가문에서는 할머님이 이미 진성그룹을 세우셨지요.”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 분의 인도를 받은 사람들이 많아요. 지금은 각지에 흩어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공을 세워 이름을 날렸고, 거부가 되기도 했어요.”“그런데 지금의 진성그룹은, 아이고,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요...”그렇게 말하면서도, 우대평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파에 앉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세화는 진성그룹의 지금 모습을 떠올리면서 마음속으로도 한숨을 내쉬었다.‘그 당시 진성그룹이 할머니 수중에 있었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지금은 전혀 존재감이 없어.’세화 일가를 제외하고는 진씨 가문 사람들 모두 성을 바꿔서, 조상마저 잊었다는 오명을 쓴 채 웃음거리로 전락했다.그러나 세화는 최근 제씨 집안에서, 할머니 제원화로 빚어진 각종 문제들을 청산하고 있는 것
우시연은 믿는 구석이 있기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스타공익재단에서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어서, 우시연이 자원봉사자로 뽑지 않겠다고 하면 자원봉사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좋은 일을 하는데 너희 동의가 필요하다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자원봉사자들은 모두 분개했고, 몇몇 여성 자원봉사자들은 곧 울음이 터질 듯했다.그들 모두 대학생으로 현실은 어둡고 오싹하기만 했다.“나를 제명하겠다는 거지? 내가 가면 되겠네.”바로 그때 불쑥 말을 내뱉은 동혁이 레드 재킷을 벗으면서 그 여학생들을 위로했다.“모두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안 돼요. 우리가 자원봉사를 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잖아요.”“걱정 말아요, 나중에 내가 모두를 위해서 공정한 도리를 되찾아 줄 테니까요. “모두가 열심히 땀을 흘렸는데 또 눈물까지 흘리게 할 수는 없지요!”수위 변동이 긴급했기에, 동혁은 이 일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떠나게 되거나 구조가 지체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잠시 화를 참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레드 재킷을 우시연의 옆에 있는 직원에게 던진 동혁이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우시연,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맞지? 기억해 두겠어.”“내가 한마디 충고하지. 내가 간 후에 너는 절대 이 자원봉사자들을 난처하게 해선 안 돼. 자신의 앞날이 걸린 문제니까 잘 생각해.”“오늘이 네가 스타공익재단 책임자를 맡은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야!”말을 마친 동혁은 돌아서서 바로 가버렸다.“흥, 항난그룹 회장 아주 대단해?”“우리 큰아버지 우대평에 비하면 너는 X도 아니야! 발톱의 때도 안 되는 주제에!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동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우시연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조롱했다.동혁은 상대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밤을 새운 데다가 또 반나절 동안 구조에 참여했기에, 피곤해서 좀 쉴 생각이었다.그러나 집에 돌아오자마자 장모가 동혁을 붙잡고 면전에서 퍼부어댔다.“이동혁, 이 나쁜 놈! 괜찮다고 해놓고서 왜 또 그 천용훈
장가연의 말을 듣자, 동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장가연과 H시상공회의소는 리성투자회사의 흉악한 속셈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어.’‘소위 법적 절차를 밟는다는 건 말짱 헛소리야.’‘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에, 리성투자회사에서 소송을 한다 해도 절대 이길 수 없어.’‘만약 내가 압력에 못 이겨서 정말로 사과를 한다면, 평생 그 누명을 안고 가야 해.’‘더군다나 상대방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한 건, 나를 마음껏 모욕하겠다는 수작에 지나지 않아.’동혁은 확신했다.‘일단 내가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사건이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시작되는 거야!’“투자회사의 뜻? 장가연 씨, 당신이 투자회사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사장인 내가 잠시 떠나 있을 뿐입니다.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요!”장가연이 자신의 사과를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상 동혁도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때로는 양보할수록 더 욕심을 내는 법이지.’[이동혁, 당신!]동혁의 태도가 이렇게 강경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장가연은 화를 참지 못하고 식식거렸다.“어차피 나는 절대 사과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요. 나는 또 구조 작업에 가야 합니다.”동혁도 장가연이 화가 나든 말든 전화를 끊어버렸다.“당신이 이동혁 씨입니까?”몇 분 후 동혁 등 구조대원들은 계속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갑자기 레드 재킷을 입은 사람들이 바로 동혁을 찾으며 다가왔다. 기세등등한 태도에 눈빛도 곱지 않았다.“내가 바로 이동혁입니다. 왜요?”동혁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선두에 선 젊은 여자가 안경을 고쳐 세우고는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나는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우시연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우리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되었음을 알립니다!”이 말을 듣고 멍해진 주변의 구조대원들이 곧 우시연을 에워쌌다.“왜 이동혁 씨를 제명하는 겁니까?” “이동혁 씨는 우리 자원봉사자들 중에서도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데요!” “더럽고 피곤한 것도 전혀 마다하지 않았어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