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형님!” 현우상은 몸을 숙여 지시를 받고 돌아서 떠나려고 했다. “형님, 저희가 망원각에 심은 첩자의 보고에 따르면, 상대방은 이미 선도일에게 하산을 청해 구치소에서 이동혁을 죽여 장해조의 복수를 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20년 전, 선도일은 장해조의 수행경호원이었고, H시 제일의 킬러로 불렸어요. 단검을 다루는 실력이 굉장해서 H시에서 종횡무진 활약할 때에도 암흑가에 적수가 없었습니다.” “우상이가 먼저 선도일과 맞닥뜨리면 둘 다 손해 아닐까요?” 백세종이 말했다. 현우상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선도일을 만나면 먼저 그놈을 죽일 거야!” 현우상은 H시에서 제일의 고수라고 자부해 20년 동안 은거한 선도일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는 진작부터 선도일을 만나고 싶어 했다. 염동철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상아, 세종이 말이 맞아. 만일을 생각해 저격수 하나를 데려가라. 선도일이 H시 제일의 킬러라고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 염동철도 현우상이 선도일을 죽이게 하려 했다. 장해조는 이미 죽었다. 현재 염동철이 강오맹에서 두려워하는 유일한 사람은 20년 동안 은거한 선도일이다. ‘오늘 밤 내친김에 선도일이라는 걸림돌을 없앨 수만 있다면.’ ‘이후 강오맹을 병합하는 계획은 더욱 순조롭게 진행될 거야!’ “괜찮습니다. 저 혼자 그놈을 죽일 수 있어요!” 현우상은 그대로 고개를 돌려 가버렸다. 그는 특히 선도일 같은 암흑가의 이름난 고수를 상대하는 대해 나름 자존심이 강했다. 근처에 저격수를 매복하는 일은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허, 우상이 놈, 여전히 자존심 세군.” 염동철은 쓴웃음을 지으며 백세종을 바라보았다. “세종이 네가 가서 잘 살펴라.” “네, 형님.”백세종은 저격수를 근처에 매복시키라는 염동철의 뜻을 알아챘다. 현우상은 염동철 부하 중 제일 고수이기 때문에 그에게 어떤 실수도 허락할 수 없었다. ... 밤. 달빛은 어둡고 바
“꺼져!” 선도일은 담담하게 한마디 말만 하고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관리구역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흥, 내 이름도 안 물어보나?” 현우상은 눈에서 맹렬한 빛이 솟아올랐고 선도일의 경멸적인 태도에 화가 치밀었다. “죽은 사람의 이름까지 내가 알 필요가 없으니까.” 지금 선도일과 현우상의 거리는 10걸음 밖에 안 됐다. 현우상은 강철도를 들고 살기를 드러냈다. “선도일, 네 놈이 죽기 전에 내 이름을 물어볼 기회를 주마...”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현우상에게서 10걸음 떨어져 있던 선도일이 순간 그의 앞에 나타났다. “쒹!” 단검이 다가왔다. “네 놈...” 현우상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마치 귀신을 보는 것 같이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다음 말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한 머리가 통째로 날아가 그대로 잔디밭으로 굴러갔다. 머리가 없는 현우상은 2초 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자 그제야 현우상의 몸이 쓰러졌다. 왼쪽 담벼락에 있던 저격수의 리더는 완전히 어리둥절했다. 그는 운동장 안이 어두컴컴해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아 한 사람이 쓰러져 죽는 것만을 보았다. 죽임을 당한 것이 선도일인지 아니면 자기편 현우상인지도 몰랐다. 그때 선도일이 검을 들고 계속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비로소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한 것이 현우상이라는 것을 알았다. 한동안 그는 선도일을 총으로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려야 할지 말지 고민했다. 생각한 끝에 휴대폰을 꺼내 염동철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우상이가 죽었다고?] 반대쪽의 백세종은 저격수의 말을 듣고 아연실색했다. 선도일이 검 한 번으로 현우상을 시체로 만들었다는 말을 듣고는 놀라 갑자기 숨을 들이마셨다. ‘현우상은 그냥 무명의 일반 고수가 아니야. 형님 밑에 있는 제일의 고수인데?’ 현우상은 염동철이 암흑가 은둔 고수가 될 때까지 수많은 공을 세웠다. H시 전체에서도 저승사자라고 불린다. 그러
“당신은 저를 죽일 수 없어요.” 동혁은 뒷짐을 지고 서있었고, 선도일의 말은 동혁의 마음에 조금의 동요도 일으키지 못했다. 선도일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런 말은 나도 여러 번 들었는데, 매번 그 말을 했던 사람은 다 죽었어.” 동혁이 갑자기 좌우 담을 보고 표정을 찡그렸다. 선도일의 얼굴도 동혁과 거의 같았다. 고개를 돌린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한쪽에 10명씩, 그럼 우리 내기할까요? 누가 먼저 저 놈들을 처리하는지요? 만약 당신이 지면 그대로 돌아가세요!” 동혁은 선도일은 죽일 마음이 없었다. ‘이 사람에게 이런 실력 있으니 분명 장 회장님의 최측근일 거야.’ ‘내가 장 회장님을 죽이지 않은 이상 회장님 주변 사람들을 죽여 원수를 맺을 필요가 없어.’ 물론 그것도 상대방의 눈치가 빨라 얌전히 물러나야 가능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혁은 자신을 찾아온 킬러가 장해조 본인이라도 죽일 수밖에 없었다. “네 놈처럼 자신만만한 젊은이를 본 지 오래야.” 선도일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네 놈이 먼저 움직여라.” 찌익! 동혁은 옷을 찢어 두 눈을 가리며 말했다. “저는 저보다 어른을 항상 공경해서요.” 선도일은 눈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이를 악물고 냉소했다. “그래, 네 놈 두고 보면 알겠지.” 선도일은 말을 마치면서 먼저 출발해 바로 담으로 돌진한 다음, 밑을 따라 왼쪽 담장으로 향했는데 그 속도가 귀신같이 빨랐다. 동혁은 웃으며 반대 방향인 오른쪽 담장을 향해 갔다. 왼쪽 담장. 저격수의 리더가 총을 꺼내 들고 입가의 헤드셋에 대고 말했다. “세종 형님의 분부다. 운동장에 있는 두 사람을 모두 사살해. 당장!”철컥! 철컥! 열 개의 총구를 동시에 담장 밖으로 내밀고 선도일과 동혁이 있던 곳을 향해 조준했다. “어, 어디 갔지?” 한 저격수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쉭! 안쪽 담장 밑, 저격수 리더 쪽에서 선도일이 솟아올라왔다. 선도일은 상승 중 손에 있던 단검을 휘둘렀고 저격수 리더의 머리가 목에서 분
“당신은 형님을 죽은 게 염동철의 짓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강오그룹 내부자의 짓이라고 생각합니까?” 동혁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이 모습은 오히려 선동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는 의아해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당신 말은 강오그룹에 아직 내부자가 있다는 뜻인가요?” “전 어제 장 회장님과 차를 마실 때 회장님이 중독됐다는 사실을 알려드렸어요.”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건 매우 오래된 독으로 천기라고 합니다. 천기독은 독약과 독인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독약은 중독자의 체내에 장기간 잠복하면서 길게는 3년, 짧게는 반년, 점차 경맥을 망가뜨리지만 몸이 점점 허약해진다는 것 외에는 그다지 강한 느낌이 들지 않아요.” “그리고 독인과 독약이 만나면 중독자는 바로 즉사합니다.” 장해조가 언제 천기독에 중독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 거기에 천기독에 중독된 사람이 언제 죽는지는 독을 넣은 사람이 결정할 수 있었다. “장 회장님이 죽은 그때에는 가깝고 믿을 수 있는 사람만이 회장님에게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에 회장님에게 독인을 사용했다는 것은 곧 강오그룹 내부자의 짓이라는 말이에요.” 동혁의 말이 끝나자 선도일은 눈에서 살의를 드러냈다. “그 내부자를 찾아내어 형님의 원수를 갚겠소!” 이 말을 한 후 선도일은 바로 담아래로 뛰어내려 사라졌다. 동혁은 그대로 시선을 돌리고 휴대폰을 꺼내 조동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신 치우라고 하세요.” 곧 양쪽 담벼락의 시체들이 말끔히 정리되었다. 이번에도 조동래가 직접 사람을 이끌고 와서 시커먼 시신들을 수습했다. 조동래는 눈으로 현우상 목이 매끄럽게 잘린 것을 확인하고는 수많은 살인사건을 봐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모르게 놀라 숨을 들이마셨다. “선도일, 역시 20년 전에 H시를 주름잡던 킬러야!” 하지만 조동래의 눈에는 그런 선도일을 손을 쓰지도 않고 자진해서 물러나게 한 동혁이 더욱 대단했다.조동래는 경외의 눈을 하고 동혁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 선생님, 현우상의 시체는
“형님, 이제 염동철의 부하 중 제 일인자인 현우상이 죽었으니 염동철은 이빨 빠진 호랑이나 마찬가지예요.” “저와 용구가 학수 등을 데리고 가서 바로 그 늙은이를 죽여버릴까요?” 김대이는 허리를 굽히고 동혁의 곁에 서서 뻔뻔스럽게 물었다. 옆에 서있는 박용구의 눈에도 기대감이 떠올랐다. 하루 만에 H시 암흑가의 구도가 급변했다. 장해조가 죽었다. 염동철도 한 팔을 잃고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었다. 김대이와 박용구 두 사람은 마치 생선 냄새를 맡은 고양이처럼 자신들에게 기회가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이 기회를 틈타 장해조와 염동철, 기존 암흑가의 두 은둔 고수 대신 자신들이 새로운 암흑가의 두 은둔 고수가 되려고 했다. 하지만 그전에 두 사람은 동혁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 만약 동혁의 지지가 없었다면 염동철도 장해조도 이미 손짓 한 번에 김대이와 박용구의 조직을 없애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지금 염동철이 동혁에게 미움을 사서 죽음을 자초했다. 동혁도 김대이와 박용구의 생각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 너희들이 학수 등을 데리고 블루산장으로 한 번 가봐.” “염동철이 순순히 말을 들으면 살려주고, 말을 듣지 않으면 너희들이 마음대로 해.” “예, 형님!” 김대이와 박용구는 크게 기뻐하며, 즉시 현우상의 시체를 가지고 신나게 떠났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초라하게 되돌아왔다. “형님, 저희의 무능을 용서하세요!” 김대이와 박용구는 창백한 얼굴로 동혁 앞에 와서 무릎을 꿇었다. 이 모습을 보고 동혁은 자신이 하고자 했던 일이 이 두 사람에 의해 망쳐졌다는 것을 알았다. “말해봐, 어떻게 된 거야?” 동혁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들을 일으켜 세우지는 않았다. “형님, 저희가 염동철 그 개X식의 함정에 걸렸어요.”김대이가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던 일을 설명했다. 김대이와 박용구가 블루산장에 도착한 후 김학수 등 노병 6명에게 쳐들어가게 했다. 염동철의 부하들은 고수들이 많았지만 이미 죽은 현우
선도일이 블루산장에 쳐들 왔다는 소식에 염동철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는 김대이와 박용구 같은 두 바보같이 선도일을 다루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급히 부하들을 버리고 백세종과 함께 블루산장을 탈출했다. 그렇게 염동철은 행방불명이 되었다. 덕분에 김대이와 박용구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허둥지둥 블루산장을 나온 그들은 가장 먼저 돌아와 동혁에게 사실을 보고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혁의 표정은 평온했다. 염동철이 자신의 입으로 장해조를 독살했다고 고백했다는 말을 듣고서야 뜻밖의 흥미가 생겼다. “그러니까 천기독을 염동철이 만들었다는 말이지?” 천기독은 일반 약사가 제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오래된 독은 아는 사람조차 많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일부 오래된 의약가문에서 입으로만 전해져 내려왔다. 그래서 세상에서 천기독을 제조할 수 있는 사람은 더더욱 손에 꼽았다. 동혁도 자신을 키워준 늙은 스승의 입에서 천기독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염동철이 천기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그 내력이 작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대이와 박용구가 그런 상대방의 손에 당했으니 억울한 일은 아니었다. “일어나.” 동혁이 손짓을 했다. 김대이와 박용구는 서로를 쳐다보면서도 감히 일어서지는 못했다. “형님, 이번에 저희가 너무 무능하게 일을 처리했어요. 돌아가면 암흑가 형제들을 동원해서 전 지역을 이 잡듯이 뒤져서라도 염동철 그 늙은 개X식을 찾아내겠습니다!” “맞아요, 형님. 저희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두 사람은 일을 잘못 처리해 동혁이 자신들에게 실망했다고 생각하고 무릎을 꿇은 채 열심히 소리쳤다. 지금 그 두 사람은 동혁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 심장과 폐라도 꺼내지 못해 한스러울 따름이다. “내가 일어나라고 했잖아!” 동혁은 차갑게 두 사람을 째려보았다. 두 사람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전전긍긍하며 바닥에서 일어섰다. “염동철의 일은 그냥 내버려 둬. 너희는 그의 적수가 못
조기천은 선도일이 손으로 단검을 살짝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는 어쩌면 다음 순간 선도일이 자신을 향해 검을 휘두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순간 뒷골이 오싹해 왔다. 조기천은 재빨리 부인하며 말했다. “아니에요, 형님. 오해십니다. 형님과 제가 회장님을 모신 세월이 얼마입니까? 제가 얼마나 회장님께 충성했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과 결탁하여 회장님께 해를 가할 수 있습니까?” “흥, 하긴 넌 내부자가 되고 싶어도 그럴 배짱도 없고 머리도 없지.” 선도일은 콧방귀를 뀌며 단검을 뽑지 않고 조기천을 무시했다. 조기천은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선도일의 말을 듣고 난처해했다. 그의 말에 상처를 받기보다는 심한 모욕을 느꼈다. ‘형님은 그냥 내가 맘에 안 드시는 것 같군.’ “네, 형님 말이 맞아요, 맞아! 하하!” 조기천은 화가 났지만 웃었고, 감히 선도일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선도일은 조기천에게서 눈을 돌려 무덤덤하고 무정한 눈빛으로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을 천천히 살피며 말했다. “강오맹에 내부자가 있어. 아주 확실해!” “하나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 놈들이 몇 명이든 다 잡아내서 죽여버릴 거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선도일은 시선을 돌려 장해조의 시체가 담긴 관을 손을 만지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났다. 그는 일부러 여러 사람들 앞에서 크게 경고를 날려 혹시 자리에 있을지 모르는 내부자를 놀라게 했다. 뒤에서 나천일의 말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마음속에 켕기는 것이 있다면 스스로 나서서 죄를 청하세요. 괜히 우리에게 잡힐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요. 내부자의 말로가 어떤지 다 알고 있잖아요!” 말을 마친 나천일은 장해조의 관 앞으로 가서 공손하게 향을 올렸다. “아버지, 맹세코 강오그룹 내부자를 잡아내 아버지의 복수를 할게요. 그전까지는 결코 강오그룹을 맡지 않겠습니다!” 나천일은 지금 강오그룹의 권력을 장악했고, 그룹의 모든 일은 그가 관리하고 있었다. 사석에서는 이
“그래, 고마워.” 세화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백천기는 바로 자신의 차를 몰고 왔는데, N도 번호판의 마이바흐였다. 그가 직접 내려서 세화에게 조수석 문을 열어 주었다. 세화는 잠시 망설이다가 뒷자리에 앉으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조수석에 앉았다. 마이바흐는 빠르게 저택을 떠났다. 호숫가의 버드나무 뒤. 동혁은 마이바흐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방금 세화와 백천기가 문 앞에서 있을 때부터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이 선생님, 백천기의 아버지는 N도 군부 부지휘관입니다. 오늘 선생님이 구치소에 끌려간 후, 백천기가 아버지를 통해 강오그룹에 말을 전해 진씨 가문에 대한 복수를 멈추게 했습니다.” 조동래는 조심스럽게 자신이 알고 있는 상황을 보고했다. “백천기, 넌 우리 집 일에 참견할 권한이 없어!” 동혁이 차갑게 말했다. 백천기의 마음은 점심에 난정호텔 룸에 있을 때 이미 다 드러났다. 동혁은 세화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동혁은 지금 화가 너무도 났다. “갑시다.” 동혁은 약간 의기소침해하며 몸을 돌려 떠나려고 했다. 바로 그때 앞 호숫가에서 한 일행이 걸어왔다. 저녁을 먹고 호수를 산책하러 나온 진창하 부부, 그리고 세화의 이모 류혜연 가족이다. ‘장현수와 장현도도 있는데 천화는 어디 갔지?’ “이동혁, 네가 왜 여기 있어? 풀려난 거야?” 모두가 동혁을 보고 놀랐다. 이때 장현도는 동혁의 뒤에 경찰복을 입은 조동래가 뒤따르는 것을 보고 손뼉을 쳤다. “아, 알겠어요! 뉴스에서 범죄자를 잡으면, 경찰이 범죄자와 함께 범죄현장에 다시 와서 범행과정을 살피잖아요.” 류혜진이 이 말을 듣고 인상을 쓰며 말했다. “조 경감님, 저희 집은 범죄 현장이 아니에요. 이 범죄자는 강오그룹으로 데려가야죠!” “류 여사님, 이 선생님은 범죄자가 아닙니다. 아주 억울하게...” 조동래는 당연히 동혁을 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