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혁이 고개를 번쩍 들더니 염동완을 노려보았다. 순식간에 강렬한 살기가 상대방을 뒤덮었다. 염동완은 안색이 약간 변하며 재빨리 뒷걸음질 쳤다. 그는 동혁이 터무니없이 힘이 세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지난번 도박장에서 그의 부하들을 차서 몇 개의 뼈를 부러뜨렸었다. “왜 그래? 이동혁, 설마 여기서 사람이라도 죽일 셈이야?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지?” 천수홍이 흉악하게 말을 하며 냉소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방금 전 동완 도련님의 제안이 아주 좋은 것 같긴 해. 아내를 돌봐줄 사람에 한 명 더 추가하라고.” “어때요? 동완 도련님?” 그는 고개를 돌려 염동완을 바라보았다. 염동완은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죠. 하지만 선착순이에요. 제가 먼저 말했으니 저 먼저...”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염동완의 웃음소리가 뚝 그쳤다. 천수홍의 몸전체가 갑자기 날아올라 “쾅”하고 벽에 부딪혔고, 흐물흐물 땅에 미끄러져 떨어졌다. 범죄자 몇 명이 급히 달려들어 천수홍을 부축했다. 천수홍의 입과 코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눈의 동공이 흐리고 초점이 흐트러진 것이 보였다. 한 범죄자가 손을 뻗어 천수홍의 콧김을 살피다가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 “형님이 죽었어요!” 천수홍을 부축하던 범죄자가 놀라 비명을 지르며 천수홍의 시체를 손에서 뿌리치고 뒤로 주저앉았다.감방 안 모든 범죄자가 공포에 질려 동혁을 쳐다보았다. ‘저 이동혁이 어떻게 손을 썼는지 보지도 못했는데 형님이 날아가더니 그냥 산 채로 죽어버렸어!’ “이동혁, 감히 지금 우리 앞에서 사람을 죽이다니.” 염동완은 동혁을 뚫어지게 노려보았지만 역시 겁에 질려 불안했다. “못할 게 뭐 있어? 이제 네 차례야.” 동혁은 웃으며 걸음을 옮겨 그를 향해 다가갔다. “저 놈을 막아!” 염동완은 도망치며 범죄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범죄자들이 동혁을 향해 달려들었고, 다음 순간 동혁을 중심으로 꽃이 피듯이 모두 동시에 날아가 벽에 부딪혀 땅으로 떨어졌다. 쾅! 염동완은 철문에 달려들어
“흥, 네 놈도 감히 사람을 죽이는데 난들 왜 못하겠어?” “걱정 마, 네 놈을 죽인 후, 난 네가 총을 빼앗아 도망치려 한 것처럼 현장을 꾸밀 거야. 게다가 넌 방금 두 사람을 죽인 중범이라고. 네 놈이 죽으면, 난 상부로부터 표창을 받을 뿐만 아니라, 동완 도련님의 뒤에 있는 분들도 내게 많은 포상금을 줄 거야!” ‘항상 자신이 죽을 자리인 줄도 모르는 바보들이 있지.’ 동혁이 우경필을 동정하며 쳐다보았다. “그럼 직접 쏘세요.” “지금 감히 나를 도발하는 거냐?” 그러자 화가 난 우경필은 주저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빵! 총소리와 동시에 우경필이 소리를 지르며 쓰러졌다. 그의 오른손 손바닥은 피와 살이 섞여 범벅이 되었고, 상처가 온통 새까맸다 방금 그의 손에 있었던 총은 이미 하나의 찌그러진 고철 덩어리가 되어 땅에 떨어졌다. ‘총을 터트리다니!’ “제가 말했잖아요. 총 쏘면 후회할 거라고.” 고통스러워하는 우경필의 비명을 듣고 있는 동혁은 마음속에 어떤 동요도 없었다. 우경필은 원래 총이 폭발한 것이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지만, 동혁의 말을 듣고 이상하게 여겨 강한 고통을 참으며 물었다. “너, 이놈 대체 뭘 한 거야?” “이거요!” 동혁의 손에 온전한 담배꽁초가 들려 있었다. 우경필이 폭발한 총을 확인했는데 찌그러진 총몸통에 폭파된 솜뭉치가 있었다. 바로 담배꽁초의 필터였다. 우경필이 총을 쏘는 그 순간 동혁은 담배꽁초를 총입구에 쏘아 내부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너, 대체 뭘 한 거야?” 우경필이 또다시 같은 말로 물었는데 이번에는 믿지 못하겠다는 말투가 가득했다. 그는 이런 불가사의한 일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동혁은 다시 대답하기 귀찮았다. 총소리에 다시 한번 구치소 전체가 들썩였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는데 이번에 그 안에는 염동완과 천수홍의 사건을 처리하러 달려온 조동래도 있었다. “조 경감님, 어서 이놈을 잡아 쏴 죽여요.” 우경필은 바닥에 누워 동혁을 향한 원한 가득한 눈으로 눈
“예, 형님!” 현우상은 몸을 숙여 지시를 받고 돌아서 떠나려고 했다. “형님, 저희가 망원각에 심은 첩자의 보고에 따르면, 상대방은 이미 선도일에게 하산을 청해 구치소에서 이동혁을 죽여 장해조의 복수를 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20년 전, 선도일은 장해조의 수행경호원이었고, H시 제일의 킬러로 불렸어요. 단검을 다루는 실력이 굉장해서 H시에서 종횡무진 활약할 때에도 암흑가에 적수가 없었습니다.” “우상이가 먼저 선도일과 맞닥뜨리면 둘 다 손해 아닐까요?” 백세종이 말했다. 현우상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선도일을 만나면 먼저 그놈을 죽일 거야!” 현우상은 H시에서 제일의 고수라고 자부해 20년 동안 은거한 선도일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는 진작부터 선도일을 만나고 싶어 했다. 염동철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상아, 세종이 말이 맞아. 만일을 생각해 저격수 하나를 데려가라. 선도일이 H시 제일의 킬러라고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 염동철도 현우상이 선도일을 죽이게 하려 했다. 장해조는 이미 죽었다. 현재 염동철이 강오맹에서 두려워하는 유일한 사람은 20년 동안 은거한 선도일이다. ‘오늘 밤 내친김에 선도일이라는 걸림돌을 없앨 수만 있다면.’ ‘이후 강오맹을 병합하는 계획은 더욱 순조롭게 진행될 거야!’ “괜찮습니다. 저 혼자 그놈을 죽일 수 있어요!” 현우상은 그대로 고개를 돌려 가버렸다. 그는 특히 선도일 같은 암흑가의 이름난 고수를 상대하는 대해 나름 자존심이 강했다. 근처에 저격수를 매복하는 일은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허, 우상이 놈, 여전히 자존심 세군.” 염동철은 쓴웃음을 지으며 백세종을 바라보았다. “세종이 네가 가서 잘 살펴라.” “네, 형님.”백세종은 저격수를 근처에 매복시키라는 염동철의 뜻을 알아챘다. 현우상은 염동철 부하 중 제일 고수이기 때문에 그에게 어떤 실수도 허락할 수 없었다. ... 밤. 달빛은 어둡고 바
“꺼져!” 선도일은 담담하게 한마디 말만 하고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관리구역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흥, 내 이름도 안 물어보나?” 현우상은 눈에서 맹렬한 빛이 솟아올랐고 선도일의 경멸적인 태도에 화가 치밀었다. “죽은 사람의 이름까지 내가 알 필요가 없으니까.” 지금 선도일과 현우상의 거리는 10걸음 밖에 안 됐다. 현우상은 강철도를 들고 살기를 드러냈다. “선도일, 네 놈이 죽기 전에 내 이름을 물어볼 기회를 주마...”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현우상에게서 10걸음 떨어져 있던 선도일이 순간 그의 앞에 나타났다. “쒹!” 단검이 다가왔다. “네 놈...” 현우상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마치 귀신을 보는 것 같이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다음 말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한 머리가 통째로 날아가 그대로 잔디밭으로 굴러갔다. 머리가 없는 현우상은 2초 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자 그제야 현우상의 몸이 쓰러졌다. 왼쪽 담벼락에 있던 저격수의 리더는 완전히 어리둥절했다. 그는 운동장 안이 어두컴컴해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아 한 사람이 쓰러져 죽는 것만을 보았다. 죽임을 당한 것이 선도일인지 아니면 자기편 현우상인지도 몰랐다. 그때 선도일이 검을 들고 계속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비로소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한 것이 현우상이라는 것을 알았다. 한동안 그는 선도일을 총으로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려야 할지 말지 고민했다. 생각한 끝에 휴대폰을 꺼내 염동철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우상이가 죽었다고?] 반대쪽의 백세종은 저격수의 말을 듣고 아연실색했다. 선도일이 검 한 번으로 현우상을 시체로 만들었다는 말을 듣고는 놀라 갑자기 숨을 들이마셨다. ‘현우상은 그냥 무명의 일반 고수가 아니야. 형님 밑에 있는 제일의 고수인데?’ 현우상은 염동철이 암흑가 은둔 고수가 될 때까지 수많은 공을 세웠다. H시 전체에서도 저승사자라고 불린다. 그러
“당신은 저를 죽일 수 없어요.” 동혁은 뒷짐을 지고 서있었고, 선도일의 말은 동혁의 마음에 조금의 동요도 일으키지 못했다. 선도일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런 말은 나도 여러 번 들었는데, 매번 그 말을 했던 사람은 다 죽었어.” 동혁이 갑자기 좌우 담을 보고 표정을 찡그렸다. 선도일의 얼굴도 동혁과 거의 같았다. 고개를 돌린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한쪽에 10명씩, 그럼 우리 내기할까요? 누가 먼저 저 놈들을 처리하는지요? 만약 당신이 지면 그대로 돌아가세요!” 동혁은 선도일은 죽일 마음이 없었다. ‘이 사람에게 이런 실력 있으니 분명 장 회장님의 최측근일 거야.’ ‘내가 장 회장님을 죽이지 않은 이상 회장님 주변 사람들을 죽여 원수를 맺을 필요가 없어.’ 물론 그것도 상대방의 눈치가 빨라 얌전히 물러나야 가능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혁은 자신을 찾아온 킬러가 장해조 본인이라도 죽일 수밖에 없었다. “네 놈처럼 자신만만한 젊은이를 본 지 오래야.” 선도일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네 놈이 먼저 움직여라.” 찌익! 동혁은 옷을 찢어 두 눈을 가리며 말했다. “저는 저보다 어른을 항상 공경해서요.” 선도일은 눈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이를 악물고 냉소했다. “그래, 네 놈 두고 보면 알겠지.” 선도일은 말을 마치면서 먼저 출발해 바로 담으로 돌진한 다음, 밑을 따라 왼쪽 담장으로 향했는데 그 속도가 귀신같이 빨랐다. 동혁은 웃으며 반대 방향인 오른쪽 담장을 향해 갔다. 왼쪽 담장. 저격수의 리더가 총을 꺼내 들고 입가의 헤드셋에 대고 말했다. “세종 형님의 분부다. 운동장에 있는 두 사람을 모두 사살해. 당장!”철컥! 철컥! 열 개의 총구를 동시에 담장 밖으로 내밀고 선도일과 동혁이 있던 곳을 향해 조준했다. “어, 어디 갔지?” 한 저격수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쉭! 안쪽 담장 밑, 저격수 리더 쪽에서 선도일이 솟아올라왔다. 선도일은 상승 중 손에 있던 단검을 휘둘렀고 저격수 리더의 머리가 목에서 분
“당신은 형님을 죽은 게 염동철의 짓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강오그룹 내부자의 짓이라고 생각합니까?” 동혁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이 모습은 오히려 선동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는 의아해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당신 말은 강오그룹에 아직 내부자가 있다는 뜻인가요?” “전 어제 장 회장님과 차를 마실 때 회장님이 중독됐다는 사실을 알려드렸어요.”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건 매우 오래된 독으로 천기라고 합니다. 천기독은 독약과 독인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독약은 중독자의 체내에 장기간 잠복하면서 길게는 3년, 짧게는 반년, 점차 경맥을 망가뜨리지만 몸이 점점 허약해진다는 것 외에는 그다지 강한 느낌이 들지 않아요.” “그리고 독인과 독약이 만나면 중독자는 바로 즉사합니다.” 장해조가 언제 천기독에 중독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 거기에 천기독에 중독된 사람이 언제 죽는지는 독을 넣은 사람이 결정할 수 있었다. “장 회장님이 죽은 그때에는 가깝고 믿을 수 있는 사람만이 회장님에게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에 회장님에게 독인을 사용했다는 것은 곧 강오그룹 내부자의 짓이라는 말이에요.” 동혁의 말이 끝나자 선도일은 눈에서 살의를 드러냈다. “그 내부자를 찾아내어 형님의 원수를 갚겠소!” 이 말을 한 후 선도일은 바로 담아래로 뛰어내려 사라졌다. 동혁은 그대로 시선을 돌리고 휴대폰을 꺼내 조동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신 치우라고 하세요.” 곧 양쪽 담벼락의 시체들이 말끔히 정리되었다. 이번에도 조동래가 직접 사람을 이끌고 와서 시커먼 시신들을 수습했다. 조동래는 눈으로 현우상 목이 매끄럽게 잘린 것을 확인하고는 수많은 살인사건을 봐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모르게 놀라 숨을 들이마셨다. “선도일, 역시 20년 전에 H시를 주름잡던 킬러야!” 하지만 조동래의 눈에는 그런 선도일을 손을 쓰지도 않고 자진해서 물러나게 한 동혁이 더욱 대단했다.조동래는 경외의 눈을 하고 동혁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 선생님, 현우상의 시체는
“형님, 이제 염동철의 부하 중 제 일인자인 현우상이 죽었으니 염동철은 이빨 빠진 호랑이나 마찬가지예요.” “저와 용구가 학수 등을 데리고 가서 바로 그 늙은이를 죽여버릴까요?” 김대이는 허리를 굽히고 동혁의 곁에 서서 뻔뻔스럽게 물었다. 옆에 서있는 박용구의 눈에도 기대감이 떠올랐다. 하루 만에 H시 암흑가의 구도가 급변했다. 장해조가 죽었다. 염동철도 한 팔을 잃고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었다. 김대이와 박용구 두 사람은 마치 생선 냄새를 맡은 고양이처럼 자신들에게 기회가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이 기회를 틈타 장해조와 염동철, 기존 암흑가의 두 은둔 고수 대신 자신들이 새로운 암흑가의 두 은둔 고수가 되려고 했다. 하지만 그전에 두 사람은 동혁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 만약 동혁의 지지가 없었다면 염동철도 장해조도 이미 손짓 한 번에 김대이와 박용구의 조직을 없애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지금 염동철이 동혁에게 미움을 사서 죽음을 자초했다. 동혁도 김대이와 박용구의 생각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 너희들이 학수 등을 데리고 블루산장으로 한 번 가봐.” “염동철이 순순히 말을 들으면 살려주고, 말을 듣지 않으면 너희들이 마음대로 해.” “예, 형님!” 김대이와 박용구는 크게 기뻐하며, 즉시 현우상의 시체를 가지고 신나게 떠났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초라하게 되돌아왔다. “형님, 저희의 무능을 용서하세요!” 김대이와 박용구는 창백한 얼굴로 동혁 앞에 와서 무릎을 꿇었다. 이 모습을 보고 동혁은 자신이 하고자 했던 일이 이 두 사람에 의해 망쳐졌다는 것을 알았다. “말해봐, 어떻게 된 거야?” 동혁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들을 일으켜 세우지는 않았다. “형님, 저희가 염동철 그 개X식의 함정에 걸렸어요.”김대이가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던 일을 설명했다. 김대이와 박용구가 블루산장에 도착한 후 김학수 등 노병 6명에게 쳐들어가게 했다. 염동철의 부하들은 고수들이 많았지만 이미 죽은 현우
선도일이 블루산장에 쳐들 왔다는 소식에 염동철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는 김대이와 박용구 같은 두 바보같이 선도일을 다루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급히 부하들을 버리고 백세종과 함께 블루산장을 탈출했다. 그렇게 염동철은 행방불명이 되었다. 덕분에 김대이와 박용구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허둥지둥 블루산장을 나온 그들은 가장 먼저 돌아와 동혁에게 사실을 보고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혁의 표정은 평온했다. 염동철이 자신의 입으로 장해조를 독살했다고 고백했다는 말을 듣고서야 뜻밖의 흥미가 생겼다. “그러니까 천기독을 염동철이 만들었다는 말이지?” 천기독은 일반 약사가 제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오래된 독은 아는 사람조차 많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일부 오래된 의약가문에서 입으로만 전해져 내려왔다. 그래서 세상에서 천기독을 제조할 수 있는 사람은 더더욱 손에 꼽았다. 동혁도 자신을 키워준 늙은 스승의 입에서 천기독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염동철이 천기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그 내력이 작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대이와 박용구가 그런 상대방의 손에 당했으니 억울한 일은 아니었다. “일어나.” 동혁이 손짓을 했다. 김대이와 박용구는 서로를 쳐다보면서도 감히 일어서지는 못했다. “형님, 이번에 저희가 너무 무능하게 일을 처리했어요. 돌아가면 암흑가 형제들을 동원해서 전 지역을 이 잡듯이 뒤져서라도 염동철 그 늙은 개X식을 찾아내겠습니다!” “맞아요, 형님. 저희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두 사람은 일을 잘못 처리해 동혁이 자신들에게 실망했다고 생각하고 무릎을 꿇은 채 열심히 소리쳤다. 지금 그 두 사람은 동혁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 심장과 폐라도 꺼내지 못해 한스러울 따름이다. “내가 일어나라고 했잖아!” 동혁은 차갑게 두 사람을 째려보았다. 두 사람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전전긍긍하며 바닥에서 일어섰다. “염동철의 일은 그냥 내버려 둬. 너희는 그의 적수가 못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
“시연아!”조카딸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자,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던 우대평이 놀라 울부짖었다.그리고 탁자를 치고 일어나서 찢어질 듯한 시선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어디서 온 나쁜 놈이 감히 우리 H시 상공회의소에서 건방지게 굴어!”“여보, 아파?”동혁은 우대평을 보지도 않은 채 세화의 손을 잡고 애틋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볼을 만지면서 바닥에 뻗은 우시연을 본 세화는, 맞은 얼굴이 덜 아픈 것처럼 느껴졌다.동혁이 자신을 무시하자, 화가 난 우대평은 이를 악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여보? 이 나쁜 새끼, 바로 진세화의 폐물 데릴사위 남편 이동혁이야?”“늙은이, 너는 또 뭐야?”동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우대평을 바라보았다.우대평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우시연을 부축하던 나건성이 바로 고함을 쳤다.“건방지게! 이 분은 우리 H시상공회의소의 우 회장님이셔! 감히 회장님에게 불경을 저지르다니!”“우 회장이라, 당신이 우대평이야?”우시연을 힐끗 본 동혁이 큰 소리로 물었다.“저 천한 년도 성이 우씨던데, 당신 사생아야?”“이동혁, 너 건방지게!”분노한 나건성이 고함을 쳤다.“시연 양은 우리 회장님의 조카딸이야! 정직하고 덕망이 높으신 우리 회장님을 네가 이렇게 중상모략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어!”“빨리 회장님께 잘못을 빌지 못해!”“아, 내가 착각한 모양이네.”동혁은 고개를 끄덕이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던 우대평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다. 자신의 신분을 알았으니 동혁이 복종할 걸로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저 천한 년이 무지막지하게 날뛰면서 설치길래, 나는 집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로 생각했지. 바깥에 대놓고 내놓을 수 없는 사생라서 그런 줄 알았지.”“누가 가르친 모양이네... 그런데 어떻게 저따위로 가르쳤지?”동혁의 조롱하는 눈빛이 우대평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위로 떨어졌다.“피식!”세화는 바로 웃음이 나왔지만 얼른 입을 막았다.우시연에게 맞은 뺨이
“죄송합니다, 회장님. 저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옳고 그름을 견지할 뿐입니다.”“이 세상을 비록 흑백 논리로 구분할 수 없다고 해도, 때로는 무조건 옳거나 틀린 경우도 있으니까요!”세화는 변함없이 우대평을 존중했지만 그 말투는 단호했다.우대평은 마치 발작할 듯한 기세로 코웃음을 쳤다.바로 그때, 안경을 쓴 여자가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뛰어들었다.“큰아버지, 제 화를 좀 풀어주세요!”“큰아버지, 그 이동혁이라는 폐물 데릴사위가 얼마나 날뛰는지 아세요?” “제가 그자를 자원봉사자에서 제명했을 때, 그 인간이 뜻밖에도 저를 위협했어요. 오늘이 제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로 있는 마지막 날이 될 거라고요!”“그 인간은 큰아버지를 정말 우습게 여기는 거예요. 정말 화가 나 미치겠어요!”여자는 세화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우대평의 앞에 와서 눈노를 쏟아냈다.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앞서 동혁을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했던 우시연이다.스타공익재단은 H시상공회의소가 출자해서 설립한 재단으로, 당연히 큰아버지 우대평 덕분에 우시연이 책임자가 될 수 있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우대평의 눈에서 노기를 드러냈다.“이동혁이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제가 큰아버지를 왜 속이겠어요! 그렇게 많은 자원봉사자 앞에서 저를 아주 우습게 여겼어요.” “큰아버지가 저를 도와주시지 않으면, 이 분노를 해소할 수 없을 거예요!”우대평의 옷자락을 붙잡고 하소연하던 우시연은, 문득 고개를 돌려 세화를 보고는 잠시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어, 저 사람은 누구에요, 큰아버지?”세화를 처음 봤지만 우시연의 마음속에서는 질투가 일었다.‘이 여자 너무 예쁜데.’ 세화의 온몸에 넘치는 자신감과, 속세를 벗어난 듯한 고귀한 기질에 우시연은 열등감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시연아, 저 여자는 바로 그 폐물 이동혁의 아내이자 혜성그룹의 회장인 진세화 씨야.”나건성이 마치 환심이라도 사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우시연이 줄곧 큰아버지 우대평의 총애를 받고 있기에
나건성은 세화에게 전혀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압적인 태도가 계속 이어지자, 곧 세화는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우대평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면서 세화가 말했다.“회장님, 상공회의소에 끼친 손실에 대해서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우대평은 가만히 앉은 채 가타부타 태도를 표명하지 않았다.나건성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회장님, 이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사과를 해도 소용없습니다.” “지금 리성투자회사에서는 당신의 남편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당신의 남편은 무법천지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스타공익재단을 통해서 원화투자회사로 연락하여 사과하라고 했습니다만 당신의 남편은 거절하고 항난그룹을 찾았습니다.”“더군다나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허, 정말 우리 H시상공회의소를 안중에도 두지 않다니.”“당신의 남편은 회원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 해도, 진 회장 당신은 다릅니다.” “당신은 우리 H시 상공회의소의 정식 회원입니다. 솔선수범해서 회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이 말에 세화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H시상공회의소 회원이 확실하기에.앞서 H시상공회의소에서 찾아와서 입회 서류를 작성하게 했다.원래 세화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비즈니스계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늘 온갖 협회와 단체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입회 서류 한 장 때문에 H시상공회의소에서 자신에게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지게 된 것이다.“H시상공회의소에서 제게 뭘 요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세화는 염치불구하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나건성이 간단하게 대답했다.“아주 간단합니다. 남편분이 천용훈 씨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도록 진 회장님이 나서서 얘기하시면 됩니다!”세화가 우대평을 힐끗 쳐다봤지만, 우대평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무표정한 얼굴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진 회장님, 이런 작은 일에 뭘 망설입니까? 되든 안 되든 말을 해야지요!”
‘사해상공회의소의 욕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S시 재계의 거두가 되려고 할 뿐만 아니라, 지금은 또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다른 도시들의 상공회의소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그러나 이것은 동혁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그래, 알았어.”전화를 끊은 동혁은 바로 선우설리가 보낸 주소로 달려갔다.H시상공회의소의 사무실은 다이너스티호텔에 있다.6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업무뿐만 아니라 접대와 회의에도 편리했다.세화는 동혁보다 조금 먼저 도착했다.직원의 안내로 회장실로 오자, 검은색 가죽 소파에는 우대평 회장이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후배 진세화가 우 회장님을 뵙습니다.”앞으로 나온 세화가 공손하게 후배로서의 예를 취했다. 이 덕망이 높은 선배에 대해서 세화는 줄곧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60이 다 된 우대평의 귀밑머리는 벌써 반백인 상태였다.우대평이 허허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진 회장,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나는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입니다.” “두 회사를 지휘하는 진 회장에 비하면, 그저 좀 일찍 태어난 정도의 경력밖에 없어요.”“그리고 그 당시 내가 창업을 시작했을 때, 진씨 가문에서는 할머님이 이미 진성그룹을 세우셨지요.”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 분의 인도를 받은 사람들이 많아요. 지금은 각지에 흩어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공을 세워 이름을 날렸고, 거부가 되기도 했어요.”“그런데 지금의 진성그룹은, 아이고,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요...”그렇게 말하면서도, 우대평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파에 앉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세화는 진성그룹의 지금 모습을 떠올리면서 마음속으로도 한숨을 내쉬었다.‘그 당시 진성그룹이 할머니 수중에 있었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지금은 전혀 존재감이 없어.’세화 일가를 제외하고는 진씨 가문 사람들 모두 성을 바꿔서, 조상마저 잊었다는 오명을 쓴 채 웃음거리로 전락했다.그러나 세화는 최근 제씨 집안에서, 할머니 제원화로 빚어진 각종 문제들을 청산하고 있는 것
우시연은 믿는 구석이 있기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스타공익재단에서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어서, 우시연이 자원봉사자로 뽑지 않겠다고 하면 자원봉사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좋은 일을 하는데 너희 동의가 필요하다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자원봉사자들은 모두 분개했고, 몇몇 여성 자원봉사자들은 곧 울음이 터질 듯했다.그들 모두 대학생으로 현실은 어둡고 오싹하기만 했다.“나를 제명하겠다는 거지? 내가 가면 되겠네.”바로 그때 불쑥 말을 내뱉은 동혁이 레드 재킷을 벗으면서 그 여학생들을 위로했다.“모두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안 돼요. 우리가 자원봉사를 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잖아요.”“걱정 말아요, 나중에 내가 모두를 위해서 공정한 도리를 되찾아 줄 테니까요. “모두가 열심히 땀을 흘렸는데 또 눈물까지 흘리게 할 수는 없지요!”수위 변동이 긴급했기에, 동혁은 이 일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떠나게 되거나 구조가 지체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잠시 화를 참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레드 재킷을 우시연의 옆에 있는 직원에게 던진 동혁이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우시연,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맞지? 기억해 두겠어.”“내가 한마디 충고하지. 내가 간 후에 너는 절대 이 자원봉사자들을 난처하게 해선 안 돼. 자신의 앞날이 걸린 문제니까 잘 생각해.”“오늘이 네가 스타공익재단 책임자를 맡은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야!”말을 마친 동혁은 돌아서서 바로 가버렸다.“흥, 항난그룹 회장 아주 대단해?”“우리 큰아버지 우대평에 비하면 너는 X도 아니야! 발톱의 때도 안 되는 주제에!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동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우시연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조롱했다.동혁은 상대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밤을 새운 데다가 또 반나절 동안 구조에 참여했기에, 피곤해서 좀 쉴 생각이었다.그러나 집에 돌아오자마자 장모가 동혁을 붙잡고 면전에서 퍼부어댔다.“이동혁, 이 나쁜 놈! 괜찮다고 해놓고서 왜 또 그 천용훈
장가연의 말을 듣자, 동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장가연과 H시상공회의소는 리성투자회사의 흉악한 속셈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어.’‘소위 법적 절차를 밟는다는 건 말짱 헛소리야.’‘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에, 리성투자회사에서 소송을 한다 해도 절대 이길 수 없어.’‘만약 내가 압력에 못 이겨서 정말로 사과를 한다면, 평생 그 누명을 안고 가야 해.’‘더군다나 상대방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한 건, 나를 마음껏 모욕하겠다는 수작에 지나지 않아.’동혁은 확신했다.‘일단 내가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사건이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시작되는 거야!’“투자회사의 뜻? 장가연 씨, 당신이 투자회사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사장인 내가 잠시 떠나 있을 뿐입니다.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요!”장가연이 자신의 사과를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상 동혁도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때로는 양보할수록 더 욕심을 내는 법이지.’[이동혁, 당신!]동혁의 태도가 이렇게 강경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장가연은 화를 참지 못하고 식식거렸다.“어차피 나는 절대 사과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요. 나는 또 구조 작업에 가야 합니다.”동혁도 장가연이 화가 나든 말든 전화를 끊어버렸다.“당신이 이동혁 씨입니까?”몇 분 후 동혁 등 구조대원들은 계속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갑자기 레드 재킷을 입은 사람들이 바로 동혁을 찾으며 다가왔다. 기세등등한 태도에 눈빛도 곱지 않았다.“내가 바로 이동혁입니다. 왜요?”동혁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선두에 선 젊은 여자가 안경을 고쳐 세우고는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나는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우시연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우리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되었음을 알립니다!”이 말을 듣고 멍해진 주변의 구조대원들이 곧 우시연을 에워쌌다.“왜 이동혁 씨를 제명하는 겁니까?” “이동혁 씨는 우리 자원봉사자들 중에서도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데요!” “더럽고 피곤한 것도 전혀 마다하지 않았어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