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화는 세방그룹의 회장이다. 강오그룹의 부사장이라는 직위 정도면 세화의 현재 지위와 일치했다. 장해조는 동혁을 돕겠다고 약속했으니 차라리 시원시원하게 그에게 친절을 베푸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동혁은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저는 여전히 보안부 부장자리가 더 좋아요. 그 건장하고 거친 남자들과 사귀는 것이 좋으니까요. 출근해도 별일만 없으면 농담이나 하면서 시간 보내기도 좋고, 편안하고 자유로워서 딱입니다.” 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출근 첫날에 강오그룹의 부사장이 된다면, 세화에게 의심을 받을 것이 분명해.’ ‘아마 세화는 나 자신의 실력으로 승진했다고 믿지 않을 거야.’ ‘분명 천미 씨가 도왔다고 생각하겠지.’ ‘남이 돕는다고 무조건 다 받으면 안 되지.’ 동혁은 세화가 천미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여, 상대방 앞에서 주눅이 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좋습니다. 그럼 인사부에 정식으로 서류를 보내라고 하겠습니다.” 장해조는 자신의 비서를 불러 이 일을 지시했다. 문득 아래층에서 동혁에게 있었던 일을 잘 처리하겠다고 한 말이 생각나서, 장해조는 이어서 담담하게 지시했다. “임 부장이 최근에 천일이와 너무 가까이 지낸다는 소리가 나에게까지 들릴 정도야. 우선 직위 해제하고 잠시 소문이 진정되면 다시 이야기하자고 해.” 임원의 자리는 그 수가 정해져 있었다. 임청아가 이번에 직위가 해제되면, 설사 소문이 진정되어도 다시 임원 자리에 복귀할 수 없을 것이다. “장 회장님, 아까 전에 세이프보안 회사의 오선영 씨가 제 면접을 봤었는데, 그 직원이 제일에 연루되어 나 부사장에게 그 자리에서 해고당했습니다.” 동혁이 말했다. 그래서 장해조는 오선영을 그룹 인사부에 들어와 부장으로 일하도록 조치했다.그녀는 세이프보안 회사에서 인사부 직원으로 일했지만, 지금은 동혁의 말 한마디로 그룹 인사부에 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부장이 되어 몇 직급이나 훌쩍 승진하게 됐다. “이 선생님, 천일과의 일은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H시를 주름잡던 암흑가 은둔 고수 장해조는 지금 매우 공손해 보였다. 전화하는 상대가 N도 최고 의사로 불리는 안구정이기 때문이다. H시 암흑가 은둔 고수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도시들의 큰 명문가들도 이 노인 앞에서는 공손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부귀와 명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목숨을 아끼는 시대이다. 그들은 그저 원하는 만큼 장수하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그래서 안구정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명의는, 자연스럽게 권세 있는 사람들의 존경을 받게 된다. 장해조는 안구정과 인연이 있기 때문에, 염치 불고하고 상대방을 H시로 초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제아무리 권세가 있어도 직접 안구정을 찾아가 도움을 구해야 했다. 안구정은 마침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장해조의 초대를 받아들여, 당일 H시에 오기로 약속했다. ... 장해조의 사무실에서 나온 동혁은 보안부로 돌아갔다. 경비원들이 동혁을 보는 눈빛에는 이전의 가졌던 감탄 외에도 경외심이 더해졌다. 나천일이 동혁을 해고하겠다고 했을 때, 그들은 모두 동혁이 결국 쫓겨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뜻밖에도 나천일의 양아버지인 장해조 회장이 나타난 후, 동혁을 손님으로 정중하게 대하자 사람들은 너무나 놀랐다. “형님, 앞으로 이 사무실은 형님 것입니다!” 노호진은 자신의 사무실을 직접 내주며, 동혁에게 공손히 잘 보이려 애썼다. “호진아, 이렇게 어색하게 굴지 마! 앞으로 보안부의 일은 계속 네가 맡아 관리해. 난 그냥 뒤에서 지켜보기만 할게.” 동혁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노호진에게 말했다.동혁에 의해 노호진의 일이 정해졌다. 노호진은 동혁을 보조하여 일상업무들을 처리해야 했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식 발령인 줄 알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하지만 동혁은 아무 상관없었다. 심지어 그때그때 기분 좋으면 출근하고, 기분이 불편하면 안 오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동혁이 없는 동안에는 노호진이 여전히 보안부 서열 첫째이다. “형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형님, 퇴근하면 바로 뛰겠습니다!” 그런 시큰둥한 동혁의 태도에 자극받은 듯 노호진과 다른 경비원들은 뒤에서 큰소리로 소리쳤다. 동혁은 그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은 채 강오그룹을 떠났다. 동혁은 특별한 다른 일도 없어서, 세방그룹에 가서 세화를 보려고 했다. 내셔널센터. 빌딩 아래층에는 여전히 바쁘게 많은 차들이 오가며 건물 안으로 각종 사무용품과 설비를 운반하고 있었다. “이 선생님 오셨습니까?” 동혁이 나타나자 밖에서 사무기기 운반을 살피고 있던 서인영이 재빨리 동혁에게 인사했고, 그녀의 눈빛에는 존경과 감사로 가득했다. “오늘 큰일도 치렀는데, 이틀 더 쉬었다 출근하지 그랬어요?” 동혁은 주변의 바쁜 광경을 보면서 무심코 말했다. 서인영이 말했다. “진 회장님께서 제게 보너스로 4억 원을 주셨어요. 그리고 진 회장님이 이렇게 열심히 일하시는데, 비서인 제가 어떻게 쉴 수 있겠어요. 게다가 선생님이 시가를 범대경의 입에 넣는 순간부터 아무것도 두렵지 않게 됐어요.” 동혁의 대범하고 터프한 모습은 그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녀는 동혁이 매우 멋있다고 생각했다. 동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세화는요?” “위층에서 회의를 하시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이미 내셔널센터에는 회의실이 마련돼 있었고, 세화와 임원들은 밖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상관하지 않고 회의를 하고 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성과를 내기 위해 신속하게 일처리를 해야 한다. 세화는 늘 이런 태도를 가지고 사업을 했다. 그녀는 아랫사람들에게 허세나 부리며, 거짓으로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는 그런 리더가 아니었다.연봉도 많이 주고, 그룹의 성장 전망도 직접 보여주었기 때문에, 세화가 직원을 착취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었다. “아니요. 그냥 일도 없고, 같이 퇴근할까 해서 왔어요.” 동혁은 손을 흔들었다. 서인영은 부러워했다. “이 선생님께서 회장님을 정말 사랑하고, 또 이렇게 능력도 있으시니, 회장님은 정말 행복하겠어요!”
“갔었어. 입사하기로 했어.”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세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동혁을 노려보며 다시 훈계하기 시작했다. “기왕 입사까지 한 마당에 어떻게 성실하게 일하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녀? 거긴 회사이지 집이 아니야!” 동혁의 자존심을 지켜주려고 사실을 감추려 서툰 연기를 하는 세화가 동혁에 눈에는 그저 사랑스럽기만 했다. “보안부 부장으로 승진해서, 조금 지도만 해주면 스케줄이 자유로워서 그래.” “정말이야? 첫 출근에 보안부 부장으로 승진했다고?” 세화는 의심스러운 듯 물었고, 동혁이 화장실에 간 틈을 타 몰래 천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확인했다. 그녀는 천미가 자신의 체면을 봐서 동혁을 잘 배려한 줄 알았다. 이것은 세화를 매우 부담스럽게 만들었다. 그녀는 단지 천미가 동혁에게 경비일과 같은 그저 가장 평범한 일을 시켜만 줘도 고마웠다. 하지만 천미는 동혁을 경영진에 앉혔고, 세화는 신세를 많이 져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세화야, 나도 방금 알았어. 동혁이 그 녀석이 보안부에 도착하자마자 수십 명의 경비원을 다 제압해 버렸나 봐. 우리 아버지가 인재를 아끼는 마음에 부장을 맡긴 것 같아.] [흥, 그 바보 같은 놈이 운도 좋아!] 천미는 동혁이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싸움 좀 하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그렇구나! 고마워, 언니. 이따 내가 밥 살게!” 세화는 고마워 어찌할 바를 모르면서도, 동혁 때문에 기뻤다. ‘적어도 동혁 씨가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인정을 받은 거니까.’ ‘싸움만 할 수 있어도 뭐가 어때?’ ‘제대로만 쓰면 되지!’ [아니, 내가 지금 바빠, 바로 혼내줄 사람이 있어서 가야 해!] 천미는 살기등등한 채 전화를 끊었다. 세화는 이유도 모른 채 눈살을 찌푸렸다. ‘또 누가 또 언니를 건드렸어?’ 하지만 천미가 장해조의 수양딸이라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세화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세화는 동혁을 데리고 같이 집으로 돌아왔다. 강
“심천미, 지금 누굴 두고 그렇게 이상한 헛소리를 하는 거야?” 임청아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짝! 천미는 그녀의 뺨을 때렸다. “어딜 감히 아무것도 아닌 것이, 내 이름을 함부로 불러?” 임청아는 뺨을 만지며,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다. 나천일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천미야, 청아도 어쨌든 우리 회사 고위층 임원인데, 왜 네 맘대로 함부로 때리고 그래...” 짝! 나천일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미에게 뺨을 맞았다. “회사 고위층 임원이 뭐? 우리 강오그룹이 무엇으로 시작했는지 잊었어? 회사 밖으로 가면 그런 자리 따위 아무 신경도 안 써! 위아래를 모르면 그냥 맞아야 정신 차려!” 임청아는 나천일의 얼굴에 새빨갛게 찍힌 손바닥 자국을 보고 있었다. 갑자기 자신이 뺨 맞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천미, 그렇다고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 나천일은 자신의 빰을 가리고 이를 갈며 눈을 부릅떴다. 천미는 나천일의 반응에 전혀 개의치 않고 바로 뒤돌아서 나가려 했다. “나천일! 이동혁은 내가 그룹에 입사시켰어, 그 말은 바로 내 사람이란 뜻이야. 네가 사람들 앞에서 내 사람을 괴롭히는 건 곧 내 체면을 구기겠다는 거지. 그런데도 내가 왜 네 뺨을 때리면 안 되지?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도 또 때려줄게!” 뻥! 사무실 문이 세게 닫혔다. “저 년이!” 나천일은 책상을 세게 내리치며 앉았다. 임청아가 다가와 차가운 작은 손으로 그의 얼굴을 문지르며 말했다. “오빠, 저 심천미는 너무 오만해. 똑같이 부사장이잖아. 모두 장 회장님 의붓자식이라고. 근데 왜 저 년이 함부로 오빠의 뺨을 때리는 거야?” “사람들이 그러는데, 장 회장님이 다음에 심천미를 사장으로 삼을 의향이 있다고 하던데? 그럼 앞으로 강오그룹의 경영이 그 년에게 넘어간다는 거잖아. 그때가 되면 더욱 오빠를 무시하지 않겠어?” 짝! 나천일이 임청아 뺨을 후려치자, 그녀가 쓰러졌다. “누가 네 입에서 그 딴 소리를 하라고 했지?
[흐흐흐.] 백세종은 음흉하게 웃기 시작했다. [도련님께는 그렇게까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저희 형님은 강오그룹에 관심이 없어요. 그저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을 용납하고 싶지 않을 뿐. 형님은 단지 H시의 유일한 암흑가 은둔 고수가 되고 싶을 뿐이에요.] [도련님의 양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강오그룹은 여전히 강오그룹일 테고, 천일 도련님이 강오그룹의 다음 회장입니다.] [그때는 누가 감히 도련님의 얼굴을 건드리겠습니까?] 나천일은 의식적으로 자신의 뺨을 만지작거렸다. 아까 전 임청아가 했던 말이 독사처럼 그의 마음에 감쌌다. 나천일의 눈에서 독기가 돌더니, 결심한 듯 이를 악물고 물었다. “언제가 좋겠습니까?” [내일로 하시죠. 저희가 도련님에게 기꺼이 협조하겠습니다.] 나천일이 거절하지 않을 것을 일찍이 예상한 듯, 백세종은 바로 시간을 말했다. “협조요? 흥, 난 양아버지를 죽일 실력이 못됩니다.” 나천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이 일을 결코 직접 하고 싶지 않았다. 백세종이 협조하겠다는 것은 자신 보고 희생하라는 소리와 진배없었다. 나천일은 아버지를 죽였다는 약점을 남기고 싶지 않았고, 상대방에게 떠밀려 죄를 뒤집어쓰고 싶지도 않았다. 백세종은 웃으며 말했다.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결코 도련님을 이용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러면 앞으로 누가 감히 우리와 손을 잡으려 하겠습니까? 진씨 가문의 그 바보 같은 사위가 방금 강오그룹에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그 얼마나 좋은 희생양인가요?] “그러니까 그 바보한테 누명을 씌우라고요?” 나천일은 크게 기뻐했다. 동혁은 천미가 강오그룹에 영입했다. 동혁이 장해조를 살해한 살인자가 되면, 천미도 그 혐의를 벗을 수 없었다.나천일은 그때 다시 움직여 장해조를 따라 천하를 호령하던 옛 형제들에게 장해조의 복수를 한다는 명목으로 마음을 모을 것을 호소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나천일은 강오그룹에서 엄청난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심천미가 그땐 나에게 상대도 안 되지!
“그렇게 심하게 다쳤다고요?” 류혜진은 상대방과 합의를 해야 천화가 무사할 수 있다는 말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장주강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촉했다. “그러니 빨리 가서 돈을 찾아서 사람을 만나세요. 1억 원은 그래도 저희가 잘 이야기해서 상대가 동의한 금액입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아마 가족분들에게 2억 원을 요구했을 겁니다. 그러니까 아드님이 남을 때릴 때까지 뭐 하셨어요? 빨리 돈을 배상하지 않으면 아드님은 결국 감옥에 갈 수밖에 없어요!” 세화는 류혜진만큼 순진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우리를 위해서 말하는 것 같이 들렸는데, 시종일관 자꾸 겁을 주는 것이 뭔가 수상한데.’ 세화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 경위님,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일단 상황부터 알려주세요.” “도대체 누구 말이 맞고 그른지, 누가 먼저 때렸는지, 내 동생 천화는 상태가 어떤지, 우리가 다 알아야 일을 더 잘 해결하지 않겠어요?” 장주강은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지며, 세화를 차갑게 쳐다보았다. 설마 지금 제가 가족분들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지금도 부상자 가족들이 계속 돈을 배상하라고 난리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송 절차를 밟겠다고요. 거기다 상대 가족은 힘도 있어 보여서, 천화 씨 가족분들 같은 일반 사람들은 건드릴 수도 없어요. 제가 보기에 빨리 돈을 가져와 배상하고 일을 작게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그때 가서 후회하면 늦어요.” 동혁이 옆에서 봐도 장주강의 말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동혁은 마당에 세워둔 마세라티 기블리를 가리켰다. “장 경위님, 그 상대 집안이 힘이 있다고 했는데, 우리는 그런 힘이 없어 보이나요? 집안 조건은 같습니다. 우선 천화의 상황을 들어보고, 사건을 파악한 후에 다시 이야기하시죠.” 장주강처럼 사람 겉만 보고 판단하는 사람에게, 동혁은 가장 수준 낮은 방식을 통해서 자신 가족들도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릴 수밖에 없었다. “흥, 지금 거리에는 마세라티 기블리들이 넘쳐나는데, 얼마가 있는지 몰라도 돈푼
“맞습니다.” 동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도현은 갑자기 허리를 굽혔다. “이 선생님께서 저희 남경찰서에 지도 업무를 위해 방문해 주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모습을 보고 장주강은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얼굴빛은 금세 백지로 변했다. ‘이 젊은이는 정체가 뭐길래, 마 경감님마저 저렇게 비굴하게 굽실대는 거지?’ 류혜진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치 동혁을 처음 만났을 때처럼 놀랐다. “마 경감님,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지도 업무라니요.” 동혁은 담담하게 말했다. “제 처남이 일을 좀 저질러서 경감님의 남경찰서에 있는 것 같은데, 이곳 장주강 경위님이 저희 가족이 별거 없는 사람들이라고 여겼는지, 직접 오라고 통보하더군요. 그런데 경찰서 건물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처남도 못 보게 하고, 단지 계속 처남이 사람을 다치게 했다고 말하면서, 1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만 했습니다.” “마 경감님, 전 힘없는 일반 서민들은 남보다 열등해서, 진실을 알 권리조차도 없는 것인지 묻고 싶군요!” 동혁의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평지에서 천둥이 치는 것처럼,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울림이 있었다. 마도현은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이 선생님, 오해십니다. 저희 남경찰서에는 절대 그런 규칙은 없습니다.” 말을 마치자 마도현은 고개를 돌려 장주강을 노려보았다. “장 경위, 너 정말 간도 크다! 언제부터 네게 국민을 경찰서 앞에서 문전박대하고, 돈까지 갈취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지?” “마 경감님, 그건, 저...” 마도현이 자신의 직위에도 동혁에게 공손히 대하자, 장주강은 입이 있어도 변명할 수 없었다. “이 선생님, 죄송합니다. 저는 몰랐습니다.” 장주강은 쩔쩔매며 동혁을 바라보았다. “마 경감님, 그럼 이제 제 처남을 보러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동혁은 장주강의 설명을 듣고 싶지 않아, 바로 말을 끊었다. “물론입니다. 제가 이 선생님을 모시겠습니다.” 마도현은 다시 장주강을 노려보고는 직접 동혁의 앞에서 길을 안내했다
“내 말이 틀렸어? 이게 다 저 이동혁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누나는 괜히 엮인 거고. 그런데도 계속 이동혁 편을 들겠다는 거야?” 현수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동혁을 쏘아보았다. “이 찌질한 놈이 어떻게 했는지 봐봐. 그저 뒤에 숨어서 끽소리도 못하고 있잖아.” “누나는 이런 인간을 그렇게 감싸주고 싶어?” 현소와 현수 남매가 말다툼을 벌이자 지켜보던 배경문 등이 또 한바탕 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아주 쇼를 해라. 처남은 매형을 넘긴다고 하고 그 누나는 형부를 감싸고.” “그런데 저 형부라는 인간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네.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맞는구먼.” “하하, 저 데릴사위 놈이 겁에 질려서 그런 거겠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동혁을 또 비아냥거렸다. “그만, 입 닥쳐.” 왕범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사람들의 말을 멈추게 하고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현소를 응시했다. “봤지? 이런 인간이 바로 네가 그렇게 보호하고 싶은 형부야. 놈에 비하면 나 왕범현이 훨씬 남자답지 않아?” “내가 다시 네게 내 정식 여자친구가 될 기회를 줄게. 그러면 앞으로 H시에서 아무도 너를 괴롭히지 않을 거야.” “하하하.” 왕범현은 거만하게 웃기 시작했다. 그는 예전에도 이런 심리적 설득으로 많은 순진한 여자들을 사로잡았었다. 현소는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꿈 깨요. 난 죽어도 당신의 여자친구는 되지 않을 거니까.” 왕범현은 웃음소리를 뚝 그치더니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할 수 없네. 네가 정말 끝까지 그렇게 고집을 부릴 수 있는지 한번 봐주지.” 왕범현이 바로 현소에게 다가갔다. 현수가 재차 말리려 했다. “스승님, 이 제자의 얼굴을 봐서라도 제발...” “꺼져!” 왕범현은 발로 현수를 차서 바닥에 쓰러뜨렸고 현수는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현소야, 날 받아줘. 네게 오늘 좋은 밤을 약속할게. 하하하.” 다음 순간 왕범현이 현소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 그녀의 부드러운 얼굴을 만지려고 했
현수린의 말을 들은 현소의 작은 얼굴이 분노로 붉게 상기되었다. 그녀는 왕범현이 정말 그런 음흉한 속셈이 있는 줄 몰랐다. ‘그러니까 형부를 괴롭히고 그 기회에 나를 자기와 잠자리하게 하겠다고? 그런 천한 여자들이나 하는 일을 내게 하라고 하는 거야?’ “흥, 그런 징그러운 일을 어떻게 해요?” 현소는 현수린을 노려보며 말했다. “전 당신 같이 싸구려가 아니에요. 목적을 위해서 쉽게 남자와 잠자리하는 그런 여자가 아니라고요.” 현소의 말은 현수린을 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현수린의 화장을 한 얼굴이 불쾌함으로 일그러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고고하게 순결을 고집하다니, 그럼 네 형부 팔다리가 부러지는 수밖에 더 있겠어?” 현수린이 비웃으며 말했다. “겉으로는 자기 형부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기 이익이 걸리니까 역시 뒤로 물러나는 군.” 현수린만큼 말주변이 좋지 않은 현소는 전혀 그녀에게 반박할 수 없었다. 그저 고개를 들어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동혁을 바라볼 뿐이었다. “형부!” 현소의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 “저 여자 말은 신경 쓸 거 없어. 넌 형부인 나를 생각해 주는 좋은 사람이라는 걸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동혁은 현소의 눈물을 닦아주고 웃으며 말했다. “누군가를 생각해 준다는 핑계로 자신의 깨끗한 몸을 가져다가 망치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야.” “그리고 누군가가 널 그렇게 만들고 싶은 이유는 그 사람의 몸이 이미 더러워졌기 때문이야. 그래서 너까지 끌어들여 자신처럼 만들고 싶기 때문이지.” “한마디로 저 여자는 단지 너를 질투해서 그러는 거야.” “응응, 형부 말이 맞아요.”현소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름 안심했다. 동혁은 현수린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어 보았고, 동혁의 말을 들은 그녀는 화가 나서 표정이 일그러졌다. 현수린이 고개를 돌려 왕범현에게 소리쳤다. “범현이 오빠, 저 인간들에게 더 이상 쓸데없는 말 할 필요 없잖아요? 그냥 바로 손을 봐주세요. 그리고 현소, 저년도 그저 순
“아래층에서 술을 마신다고? 알았어.” 오반석이 몇 마디를 하고서 전화를 끊고 왕범현에게 말했다. “아래층에서 친구 몇 명이 기다리고 있어서 먼저 좀 내려가야 할거 같아.” “왕 사장이 나 대신에 고생 좀 해줘. 나중에 이번 일은 내가 후하게 갚아줄게.” 말을 마친 오반석은 동혁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돌아서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내가 왕 사장의 솜씨를 본 적이 있지. 역시 용비무술학교 교장 왕용비의 아들답게 깡패 몇 명을 상대하는 게 아주 우스웠어.’ ‘이동혁, 저놈이 상대가 될 리 없지.’ “범현이 형, 빨리 손 좀 봐줘요. 일단 저 데릴사위 놈 무릎부터 꿇려 놓고 보자고요.” “맞아요. 저흰 아까부터 저 쓸모없는 인간이 눈에 거슬리던 참이었어요.” 오반석이 떠나자 배경문, 현수린 등은 소란을 피우며 왕범현이 동혁을 패는 모습을 보고 싶어 안달을 냈다. “하하, 급할 거 없어.” 왕범현은 웃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담담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았다. “쓸데없는 놈 하나 처리하는 건, 아무 때나 상관없어. 어쨌든 저놈은 도망갈 수도 없으니까.” 전혀 아무렇지 않은 말투는 마치 동혁을 도마 위의 도살 직전의 생선과 고기로 여기는 것 같았다. 순간 모두들 멍해졌다. ‘범현이 형은 이동혁을 지금 처리하지 않고 또 뭘 하고 싶은 거지?’ “난 그전에 다른 얘기를 좀 하고 싶거든.” 왕범현은 실실 웃으며 작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현소에게 시선을 돌려 말했다. “현소야, 방금 반석 도련님의 말을 너도 들었지? 나보고 네 형부를 혼내 주라네.” “그럼, 넌 뭐라 하고 싶은 말 없어?” 방금 동혁이 모든 사람들의 공격을 받을 때 오직 현소만이 동혁을 지키려고 했다. 이 모든 과정을 눈여겨본 왕범현은 현소가 마음속에서 동혁을 의지하는 게 매우 클거라고 생각했다. 왕범현은 보자마자 현소에게 반했고 청순하고 매력적인 그녀를 차지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제멋대로 날뛰는 데만 익숙해서 여자에게 구애하는 방법을 쓸 줄 몰랐다. 그저 마
“하하하.” 오반석은 아무 거리낌 없이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오한민이 이씨 가문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자신의 마음을 내비친 뒤부터 오반석의 마음속에는 이씨 가문에 대한 경외감이 줄어들었다. 그는 한때 이씨 가문의 도련님이었던 동혁을 모욕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하하하.”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웃기 시작했다. 배경문은 경멸의 눈초리로 동혁을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발톱 빠진 호랑이 신세라는 거잖아요. 이씨 가문 도련님이라는 신분이 없으니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죠.” “어쩐지 그러니 처갓집에 기대서 사는 데릴사위 신세가 됐지.”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빈정대며 경멸 가득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았다. 동혁에게 한바탕 모욕을 주고 나니 속이 한결 시원해진 오반석은 그제야 용건이 생각났다. 그는 혼자 술을 잔에 따른 후 천천히 말했다. “이동혁, 오늘 내가 널 만나러 온 건, 사실 우리 아버지 대신 경고를 하려는 거야.” “전에 아버지는 이씨 가문을 대신해서 네놈에게 이천성을 N도로 돌려보내고 무릎 꿇고 사죄할 3일의 시간을 주었어.” “내일이 그 마지막 날인데 아직 아무런 조처도 없는 걸 보니 한번 호되게 당하고 싶은 건가?” 여기까지 말한 오반석은 갑자기 날카로운 눈빛으로 동혁을 응시하며 압박했다. “아니면 우리 아버지의 말을 무시한 건가?” 다른 사람들도 오반석이 오늘 밤 동혁을 만나러 온 목적을 알게 되었다. 순식간에 동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동정으로 변했다. ‘명문가 이씨 가문에서 쫓겨난 도련님이 이제는 이씨 가문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는 요구까지 받다니, 너무 비참하게 만드는 거 아니야?’ 현소도 이제야 이 일을 알게 되었고 그녀조차 동혁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왜 대답이 없지? 뭐라 말 좀 하지 그래?” 동혁이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 말없는 것을 보고 오반석은 불만스럽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동혁은 편안한 자세로 바꾸더니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네가 나 대신 잘 대답
이 말을 들은 오반석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순간 자신이 동혁의 앞에서 겁을 먹었음을 깨닫자 오반석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예전에 태백산장에서 동혁에게 하루에 두 번 맞은 것은 그의 마음속에서 여전히 지울 수 없는 고통이었다. 지금 동혁이 그 일을 면전에서 언급하는 바람에 오반석의 체면이 또다시 구겨졌다. 왕범현은 이런 오반석을 보고 속으로 웃었다. ‘아, 반석 도련님이 저 데릴사위 놈에게 한번 당한 적이 있었구먼.’ ‘어쩐지 내가 도련님에게 이동혁과 무슨 원한이 있냐고 물었을 때, 대충 얼버무리며 그냥 이동혁을 혼내주라고 하더라니.’ 웃음은 그저 웃음일 뿐 왕범현은 이때 자신이 누구를 도와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동혁이라고 했나? 죽고 싶지 않으면 자리를 보며 까불어야지.” 왕범현은 고개를 들고 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반석 도련님의 아버지는 리성투자회사의 부사장이야. 네놈처럼 처갓집에 기대서 밥이나 축내는 데릴사위가 모욕할 수 있는 분이 아니라는 거지. 그러니 당장 반석 도련님께 사과해.” “우와.” 왕범현의 말을 듣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한바탕 탄성을 질렀다. 모두 오반석의 신분 배경을 듣고 놀란 것이었다 최근 3대 가문이 몰락하면서 리성투자회사가 H시에 진출해 수많은 사업들을 벌였다. 리성투자회사에서 투자한 회사는 많은 H시 사람들에게 화젯거리가 되었다. 이슈를 몰고 다니는 엄청난 자본의 회사인 만큼 H시의 시장 하세량조차도 눈치를 살피며 감히 건드리지 못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이 때문에 리성투자회사 부사장의 아들이라는 신분은 모두가 우러러보는 위치였다. “이야, 리성투자회사의 반석 도련님을 다 보네.” “오늘 반석 도련님과 이렇게 만나 술을 마시게 돼 영광이에요.” 그러자 배경문 등이 앞을 다투어 오반석에게 아부했다.여자들은 눈을 모두 초롱초롱하게 뜨고 오반석을 쳐다보았다. 여자들 중에서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 현수린이 애교스럽게 말했다. “도련님, 아마 H시에 오
“범현 오빠가 제때에 손을 써서 이 쓸모없는 인간의 음모대로 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야.” “그래, 모두 범현 형에게 감사해야 해. 오빠가 아니었다면 저 데릴사위가 방금 미친 듯이 저 형님을 도발했으니 오늘 누군가는 반쯤 죽었을 거야.” 모두들 저마다 한 마디씩 하면서 동혁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깎아내렸다. 심지어 동혁이 아까 판명철 등을 제지해 그들을 구한 것조차도 동혁이 보복을 노리고 판명철을 도발한 것이라며 음모라고까지 했다. “형부, 이 언니오빠들 좀 봐요. 아주 열받아 죽겠어요.” 배경문 등의 뻔뻔스러움에 현소는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고, 큰 눈에 눈물이 맺혀 촉촉하게 변했다. 동혁이 현소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현소야, 쓰레기 같은 인간들에게 일일이 화낼 필요 없어.” “약자는 보통 남을 깎아내려야 자신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니까.” “저런 착각 속 인간들은 현실에서 언제나 패배자로 살 수밖에 없어.” “그저 파리 몇 마리가 귓가에서 윙윙거린다고 생각하고 그냥 무시해 버려.” “굳이 말을 섞어서 너까지 저런 인간들 같은 사람으로 전락하지 말고.” 동혁의 말을 듣고 현소는 마음을 다잡았고, 그녀의 작은 얼굴을 들어 동혁을 우러러보며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현장이 잠시 조용해졌다. 그것은 마치 폭풍이 닥치기 전에 잠잠한 것과 같았다. 배경문 등은 분노하여 폭발했다. “와, 저 아내집에 얹혀 살며 공짜밥이나 얻어먹는 쓸모없는 놈이, 다들 무시하는 개보다 못한 데릴사위 주제에 지금 누굴 가리켜 그딴 헛소리야?” “가소로워서. 데릴사위 놈이 자기가 정말 패배자인지도 모르고, 우리에게 패배자라니.” “가서 거울보고 자기 주제파악이나 해. 우리랑 말도 섞을 수 없는 쓸모없는 인간 주제에 어딜 감히.” “...”처갓집에서 미움받는 데릴사위에게 멸시를 당한 배경문 등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잠시 멍해졌다 정신을 차린 배경문 등은 자신들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듣기 싫은 말로 동혁을 욕했다. 현소는 동혁 대신 상
현수는 동혁이 항상 눈에 거슬렸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빈정거렸다. 하지만 동혁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방금 전 동혁이 외면하고 방관하면서 다소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인 덕분에 판명철 일당은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 판명철 등은 본래 왕범현이 자신들을 발로 차면서 무시하고 모욕하는 것을 그냥 참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암흑가에서 산전수전을 겪었기 때문에 급하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 비록 왕범현은 실력이 좋긴 하지만 일단 판명철 등이 그를 건드리기로 마음먹는다면 마지막 결말은 서로 몸에 피를 뒤집어쓰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저 젊고 생기발랄한 왕범현이 그 사실을 알 턱은 없었다. 그가 방금 판명철 등에게 아무런 반격의 여지를 주지 않고 손을 썼기 때문은 그 자신은 무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하, 현수 말이 맞아.” 현수의 말에 배경문 현수린 등도 냉소하며 동혁을 쳐다봤다. “방금 이 데릴사위가 자기가 무슨 두목인 척 저 판명철에게 사과하라고 했다니까.” “어쩐지 아까 겁 없이 나서더라니, 그게 다 범현 형님이 곧 나서실 줄 예상하고 그런 거였고만.” 한 무리의 남녀들이 모두 동혁을 향해 빈정거렸다. 방금 그들은 모두 판명철 등에게 당해 뺨을 맞았지만 동혁과 현소 남매는 지금까지 아무 일도 당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왕범현의 사람들이 매우 창피함을 느꼈다. 어쨌든 현수는 그들과 같은 편이었고 현소는 왕범현이 좋아하는 여자여서 뭐라 말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대신 동혁에게 모든 화풀이를 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야 나름 구겨진 자존심을 찾을 수 있었다. 조금 화가 난 동혁의 눈빛이 다소 냉랭하게 변했다. 하지만 동혁은 그들을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저런 철부지들을 상대한다고 굳이 내가 나서서 힘 뺄 필요는 없지.’ 그러나 동혁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을수록 왕범현의 제자 무리는 점점 더 흥분해 말했다. 동혁을 비하할 뿐만 아니라, 그 기회를 이용해 왕범현에게 아부했다. 현소는 그들의 말을
박용구와 김대이의 처지는 암흑가 사람들에게 낯선 일은 아니었다. 어쨌든 J시 쌍살과 같은 야인에게 당하고도 목숨을 건졌다면 모두 조상의 은덕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왕범현처럼 아무것도 무서운 것이 없는 젊은 세대는 달랐다. 그에게 김대이는 그저 한 명의 늙은이 일뿐이었다. 그는 애초에 자신이 쌍살의 눈에 들었다면 거꾸로 쌍살을 반죽음으로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판명철은 왕범현의 말을 듣고 더 이상의 대꾸를 포기했다. ‘끝이야. 김 회장님도 왕범현, 이 자식을 어찌할 수 없을 거야. 골드스타필드가 오늘 이놈에 의해 발칵 뒤집히게 생겼어.’ “경문아, 이리 와봐.” 왕범현은 배경문을 곁으로 끌어당겼다. 그는 사나운 눈빛으로 판명철과 그 부하들을 훑어보더니 냉정하게 말했다. “방금 누가 네게 손을 댔는지 전부 다 가리켜봐. 내가 그놈들을 모두 무릎 꿇려서 너희에게 머리 머리 숙여 사과하게 하고 너희들이 당한 만큼 마음껏 뺨을 때리게 해 줄 테니까.” 이 말을 듣고 현수린 등은 미친 듯이 기뻐했다. ‘방금 맞아서 너무 분했는데, 이렇게 복수할 수 있게 되다니. 원수 같은 놈들을 때려주면 아주 통쾌할 거야.’ “스승님, 저 깡패 놈들 모두 손을 댔어요.” 배경문은 맞은편 깡패들을 가리키며 신이 나서 말했다. 왕범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판명철의 부하들을 째려보았다. “아직도 멍하니 뭐 하고 있어? 내 말 못 들었어?” 깡패들은 모두 자존심이 생명이라 도저히 바닥에 무릎 꿇어 머리 숙여 사과하고 뺨 맞는 일은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방금 전까지 왕범현의 정체를 알고 다소 꺼려하며 감히 어찌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자신들이 모욕을 당하자 더 이상 참기 어려웠다. “젠장, 모두 덤벼.” 깡패들이 모두 주먹을 쥐고 왕범현에게 돌진했다. 왕범현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가소로운 것들.” 말과 함께 과감하게 맞받아치며 주먹과 발을 내질렀다. 왕범현은 역시 왕용비의 아들다웠다. “퍽퍽” 하는 몇 번의 둔탁한 소리와 몇 번의 비명이 들려
“범현 형님 오셨군요.” 판명철은 왕범현을 알고 있었는지 인사를 하며 물었다. “여기 몇이 형님 제자예요?” “아주 건방지던데요? 특히 저기 배경문이라고 하는 놈은 다짜고짜 내 뺨을 때려서 제가 가만둘 수가 없었어요.” 배경문은 왕범현이 판명철의 배경 때문에 자신을 다시 한번 때릴까 봐 무서웠다. 그래서 재빨리 다가가 억울해하며 설명했다. “형님, 그게요. 현수가 자기 누나인 현소를 데려왔는데 저 형님이 오자마자 현소에게 술을 마시러 가자고 해서 저희는 현소가 형님이 마음에 들어 할 여자라 막다가 충돌하게...” 왕범현은 고개를 돌려 소파에 앉아있는 현소를 힐끗 보고는 갑자기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10대 때부터 유흥가를 배회했고 지금까지 본 미녀는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유흥가에 있는 여자들은 많이 봐서 싫증이 났다. 하지만 청순하고 귀여운 현소를 보고 갑자기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왕범현의 시선이 이어서 동혁에게로 향했다. “반석 도련님, 저놈이 바로 도련님이 말한 그놈이죠?” 배경문은 거만하고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는 왕범현이 동혁을 아는 것을 보고 바로 동혁이라는 사람이 그저 단순한 데릴사위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 저놈이야.” 오반석은 음흉한 눈빛으로 동혁의 몸을 한 바퀴 훑어보더니 약간의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급할 거 없어. 먼저 네 일부터 처리하고 다음에 저놈을 혼내주면 돼.” 말을 마치고 오반석은 바로 옆 좌석에 앉아 구경하는 자세를 취했다. “알겠어요.” 왕범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테이블 위의 맥주 한 병을 집어 들어 판명철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퍽!” 예고 없이 들이닥친 습격에 판명철은 전혀 반응할 수 없었다. 술병이 그의 이마에 세게 부딪혀 바로 깨져버렸다. 판명철은 비틀거렸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네놈이 형님 대접을 해줬더니, 감히 날 쳐? 죽고 싶나 보구나? ” 얼굴에 온통 뒤덮인 핏물과 술 때문에 판명철이 유난히 흉악해 보였다. 그러나 왕범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