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보가 무슨 뜻이야? 지금 우리를 저주하는 거야?” 방세한은 화가 나서 동혁을 노려보았다. “됐어, 세한아, 바보와 괜히 말다툼해서 힘 빼지 마!” 방준석은 손을 내저으며 방세한을 말리고 동혁을 차갑게 쳐다보았다. “돌아가서 진한영에게 회사는 우리가 돌려줄 테니 가만히 기다리라고 해.” “난 진씨 가문을 대신해 회사를 요구하러 온 게 아니야.” 동혁은 고개를 저었다. 방세한은 화를 내며 물었다. “그럼 네가 여기 왜 온 거지? 우리랑 장난하러 왔어?” “내가 온 건, 방씨 가문과 거래를 하기 위해서야.” “거래라니?” 방준석은 표정을 찡그렸다.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 주제에, 진씨 가문의 그 쓸모없는 것들도 무시하는 놈이.’ ‘감히 무엇을 가지고 우리 방씨 가문과 거래를 한다는 거야?’ 동혁은 100원짜리 동전을 꺼내서 무심히 던지자, 동전이 날아가 방세한의 얼굴에 부딪혔다. 툭! 동전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동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방그룹을 100원에 인수하겠어.” 방세한의 얼굴에 동전 자국이 붉고 선명하게 찍혔다.그는 아파서 소리를 질렀다. “개X식, 감히 동전을 나에게 던져... 잠깐? 뭐라고? 세방그룹을 100원에 인수한다고?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방세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동혁의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다. 모두들 자신의 귀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의심할 정도였다. “잘못 들은 게 아니야! 돈은 냈으니 이제 세방그룹은 내 것이야.” 동혁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100원짜리 동전을 가리켰는데, 이것이 바로 동혁이 세방그룹을 인수한 돈이다.이것은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방씨 가문은 진성그룹에서 회사를 가져갈 때 한 푼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혁이 100원으로 세방그룹을 인수하는 건, 이미 방씨 가문보다 더 양심적이다. 이 모습을 본 방씨 가문 사람들은 바보를 보는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았다. “100원에 세방그룹을 인수하려고 한다고?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 “이 바보
“허허, 네 놈이? 너는 그것을 볼 수 없을 거야. 내가 지금 네 눈을 뽑아버릴 거거든!” 방연문은 칼로 사람을 쉽게 해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다. 방연문은 동혁의 말 한마디에 놀라지 않고 칼을 들어 동혁의 얼굴을 향해 찔렀다. 빵! 바로 그때 갑자기 고막이 터질 듯한 총성이 동혁의 뒤편 거실 입구에서 울려 퍼졌다. “뭐야? 무슨 일이야?” “무슨 소리지?” 방씨 가문 사람들은 놀라서 온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였지만, 이 소리가 도대체 무엇인지 아직 확실히 알지 못했다. 풀썩! 방연문의 손에 있던 칼이 갑자기 땅에 떨어졌다. “아, 내 다리!” 방연문은 바닥에 쓰러져 다리를 껴안고, 처량한 비명을 질렀다. 미세한 땀방울이 피부 아래에서 빠르게 스며 나왔고, 온몸이 씰룩거리며 움직이는 것을 보니, 고통이 극에 달한 것이 분명했다. 방연문의 허벅지에 있는 총알구멍에서 피가 흐르는 모습이 정신을 아찔하게 했다. 총에 맞은 사람이 방연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방씨 가문 사람들 모두 그 자리에 굳어버린 채 놀라 멍해졌다. “이 선생님을 보호해!” 그때 큰 고함소리가 현관에서 들리더니, 총을 든 한표국이 먼저 뛰어들어왔다. 뒤따라 몰려든 경찰들이 동혁을 겹겹이 에워쌌다. “이 선생님, 다치지 않았습니까?” 한표국은 식은땀을 흘리며 물었다. 방금 그 총은 한표국이 급하게 쏜 것이다. ‘만약 이 전신이 내 코앞에서 범죄자들에게 피해를 입는다면.’ ‘난 그 책임을 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내 직속상관이라도 감당할 수 없어!’ “이 정도로는 저놈이 나를 다치게 할 수 없어요.” 동혁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방연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놈에게, 나를 습격했다는 죄명을 덧붙이세요.”방연문이 지금까지 저지른 일만으로는 죽을 때까지 감옥에 있기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죄명을 더하면, 반드시 감옥에서 썩게 될 것이다. “예!” 한표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경찰관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먼저 방연문을 잡아!” 방연
“지금 뭐 하는 거야? 너희들이 뭔데 날 잡아? 뭘 믿고 날 잡는 거야?” 반항하기 시작한 방우양은 힘을 다해 목이 쉴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다른 방씨 가문 사람들도 모두 놀랐다. 방연문이 잡혔을 때, 방씨 가문 사람들은 방연문이 흉악하게 동혁을 해하려는 것을 보고, 한표국이 일부러 동혁을 도와 방연문을 잡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방우양은 왜 잡았지?’ 방씨 가문 사람들은 마침내 이상함을 느꼈다. ‘설마, 우리가 비밀리에 저지른 일들이, 적발된 건가?’ 한표국은 콧방귀를 뀌었다. “왜인지 몰라? 걱정 마! 심문할 때, 내가 너를 납득시켜 줄 테니!” 방우양은 갑자기 얼굴이 흙빛이 되더니 고함을 멈췄다. ‘도경찰청에서 일하는 한표국은 함부로 사람을 잡지 않아.’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한표국이 정말 내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거야!’ “방준석, 내가 세방그룹을 인수하려는 데, 어떻게 생각해?” 동혁이 갑자기 큰소리로 물었다. 방준석은 동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고, 동혁의 말을 듣더니 화가 나 볼을 떨었다. “꿈도 꾸지 마! 결코 너 같은 바보에게 세방그룹을 팔지 않을 거야!” 방준석은 이를 악물고 몇 마디 말을 내뱉었다. 방준석은 동혁의 말대로 하도록, 동혁이 자신을 압박한다고 생각했다. 동혁은 웃다가 순간 표정을 가라앉혔다. “계속 잡으세요!” “방건형!” 한표국은 즉시 다른 이름을 불렀다. 방건형은 방씨 가문의 핵심 성원이자 방한그룹 계열사의 사장이기도 했다. 그에게도 곧 수갑이 채워졌다. “방해천!” “방세강!” “방무한...” 한표국은 순서대로 명단에 있는 이름을 불렀다. 한 명씩 호명될 때마다 경찰이 나와서 사람을 잡았다. 방세한의 아버지와 사촌 등이 모두 체포되었고, 방세한 자신은 이미 완전히 놀라서 정신이 없었다. 방씨 가문의 핵심 남자 성원들이 일망타진되었다. 방금 전까지 떠들썩했던 방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지금 쥐 죽은 듯이 조용히 한 채 함께 뒤엉켜
“아이고 이런, 제가 착각을 했군요. 방씨 가문 할아버지께서 이렇게 준법 시민일 줄은 몰랐어요.” 동혁이 웃었다. 방준석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방준석이 아무리 번복해도 의미가 없었다. ‘이동혁이 두려워서, 도경찰청에서 온 한표국까조차 저렇게 이동혁의 말을 따르다니.’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라던데 도대체 무슨 신분인 거야?’ “방준석, 내가 나중에 내 아내와 함께 세방그룹을 인수하러 올 겁니다. 명심하세요! 세방그룹은 내 아내만 인수할 수 있어요!” 동혁은 방준석에게 물어볼 기회도 주지 않고, 한마디 내던지고 방씨 가문의 집을 떠났다. 방무한, 방우양 등도 한표국에게 끌려갔다. 그중 방연문의 죄는 의심할 여지없이 가장 무거워, 감옥에 보내져야 했다. 나머지 방무한 등의 형량은 추후 재판 결과에 달려 있었다. 방씨 가문의 핵심 구성원 몇 명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곧 H시 전체에 퍼졌다. 소식을 듣는 사람마다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방씨 가문 입장에서 거의 파멸에 가까운 타격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씨 가문이 꾸민 진성그룹에 대한 모략 음모도 밝혀졌다. 그렇게 방씨 가문의 경제력과 위신이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단숨에 일류 가문에서 이류 가문으로 떨어졌다.방씨 가문의 오명을 흉보며 사람들마다 손가락질했다. 소식을 들은 각 대 가문들은 공포에 떨었다. 일의 내막을 아는 사람들이 가진 동혁에 대한 경외심이 다시 한 단계 높아졌다. 가볍게 손 한번 흔드는 사이에 일류 가문이 무너졌다. 동혁의 이런 능력은 다른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진씨 가문도 가장 먼저 이 소식을 알게 되었다. 태휘 등은 너무 기뻐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하하하, 방씨 가문이 천벌을 받은 거야! 그러니까 누가 함부로 우리 진씨 가문을 강탈하라고 했어? 자, 방씨 가문에 가서 초라한 몰골이나 좀 보고, 겸사겸사 우리 회사를 다시 인수하자!” 진한영이 흥분하여 또 얼
“세한아, 너희 방씨 가문은 이제 망했는데, 네가 나와 함께 있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그저 평범한 제가 무슨 자신감이야? 널 똑바로 봐봐. 어디가 나랑 어울려?” “우리 진씨 가문은 최원우 도련님과 관계를 맺고 있다고! 앞으로 방씨 가문의 방세한 너는 내 옷을 들어주기에도 너무 부족해!” 화란은 냉혹하고 무자비하게 방세한을 밀어냈다. 그리고는 거만하게 머리를 들고 방세한의 곁을 지나쳤다. 진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거들먹거리며 앞으로 나와 방씨 가문 사람들에게 냉소하고 조롱했다. 오전에 다이너스티호텔에서 진씨 가문 사람들은 방씨 가문 사람들에게 모욕과 조롱을 당해 고개도 들지 못했었다. 진씨 가문 사람들은 지금 그 분풀이를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고개도 들지 못할 때까지 방씨 가문 사람들에게 계속 욕하고 나서야 비로소 진씨 가문 사람들은 조용해졌다. “방준석, 내 회사를 내놔!” 진한영은 방준석에게 다가가 거만하게 말했다. 방준석은 씁쓸해하며 말했다. “이 선생께서 세방그룹은 진세화 사장만 인수할 수 있다고 하셨어.” “이 선생, 어느 이 선생?” 진한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동혁 선생.” “음, 하하. 내 대단한 손녀사위 말이군!” 진한영은 잠깐 멈칫하더니,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세화는 우리 진씨 가문 사람이야. 우리 진씨 가문이 인수하는 것이 세화가 인수하는 것과 같아. 그러니 빨리, 꾸물거리지 마!” “안돼! 이 선생이 내게 분부했으니, 난 회사를 진 사장에게 넘겨해야해!” 방준석은 일찌감치 준비를 마쳤고, 즉시 변호사를 불러들였다. 변호사는 계약서를 꺼내며 물었다. “진세화 사장님 누구신가요? 오셔서 회사 양도 계약서에 서명해 주세요.” 세화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계약서를 받아보고 세화는 의아해했다. “우리 부동산 회사가 아니라, 왜 세방그룹이죠?” “진성그룹의 부동산 회사가 이미 세방그룹 명의로 양도되었기 때문에, 다시 분할하는 것이 번거로워 그랬어. 세방그룹에 원래 남아있던 몇 백억
예전에 방씨 가문에게 회사를 빼앗겼을 때, 진씨 가문 사람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그런데 세화 가족이 회사를 되찾는 것을 보고, 진씨 가문 사람들은 또다시 질투하기 시작했다. 세화는 진씨 가문 사람들이 자신들의 무능함을 탓하고 격노하도록 그냥 내버려 두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묵묵히 계약을 체결한 세화는 가족을 이끌고 돌아보지도 않고 방씨 가문을 떠났다. “흥, 어디서 잘난 척은, 다 네 바보 남편이 운이 좋아서 그런 거잖아! 우연히 최씨 가문의 딸을 구한 일 가지고 뭐 대단한 일 했다고, 그건 나라도 할 수 있어!” “이번에는 방씨 가문이 세화를 모함했지만, 원래 세화 저 년도 워낙 속에 음흉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진작부터 진성그룹의 자금을 빼내려고 온갖 궁리를 다 했을 거야!” 진씨 가문 사람들은 한참 동안 욕을 한 후에야 흩어져 방씨 가문을 떠났다. 그들은 지금 몇 마디 욕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진씨 가문 사람들은 방씨 가문이 세화에게 회사를 넘겨준 것은, 틀림없이 최원우가 지시한 것이고, 최원우는 동혁에게 신세를 갚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히 최원우의 결정을 거역할 수 없었다. “동혁 씨, 이번 일은 모두 동혁 씨 덕분이야!” 집에 돌아온 후, 세화는 이미 방금 전 작은 불쾌한 일은 잊어버리고, 너무 기뻐서 동혁을 잡고 마치 10대의 활발한 여자애처럼 깡충깡충 뛰었다. “그래도 원우 도련님의 덕이 가장 커. 이번에 도련님이 도와줘서 우리가 회사를 되찾아올 수 있었어” 류혜진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세방그룹이라, 그럼 우리 세화가 회장이 되는 거 아니야?’ 이 생각을 한 류혜진은 갑자기 다가와 세화를 동혁의 곁에서 잡아당겼다. “동혁이, 너 내 딸과 그만 붙어있어!” “엄마, 뭐 하는 거예요?” 그러자 세화는 불만스러워했다. ‘동혁 씨가 이번에 큰 공을 세웠는데, 왜 엄마는 아직도 동혁 씨를 못마땅하게 대하지?’ 류혜진은 싫어하는 내색을 하며 동혁을 보았다. “세화는 이제 회장님이 되
“좋아, 그럼 먼저 일자리를 찾아봐.” 세화는 동혁이 자존심이 상해서 자신의 회사에 출근하는 것을 꺼리는 줄 알았다. 그녀는 동혁의 생각을 이해했다. ‘계속 엄마의 눈에 들지 않으니, 동혁 씨도 마음속으로 고민이 많을 거야.’ ‘이럴 때 괜히 우리 회사에 출근해서, 엄마에게 괜히 트집 잡히면 안 되니까.’ ‘동혁 씨가 정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때, 내가 조용히 도울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어!’ 세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생각했다. 이때 외부에서는 이미 세방그룹이 세화에게 인수되었다는 소식에 다시 한번 떠들썩한 소동이 벌어졌다. 어제 진성그룹의 부동산 회사가 갑자기 S시 세방그룹과 함께 인수되었다. 현재, 세방그룹은 방씨 가문이 S시에 비밀리에 설립한 회사이고, 방씨 가문이 진성그룹의 자산을 탈취하려 모의를 꾸몄다는 소문이다. 그 후 방씨 가문이 투자자들로부터 빚을 독촉당했고, 세방그룹의 주인이 바뀌어, 진세화가 회장이 되었다. 불과 이틀 사이에 큰 사건들이 연이어 여기저기서 일어났다. 이러한 소식들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계속 열광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세화는 외부의 소문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앞으로 세방그룹을 인수한 뒤 사업업무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세화는 바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진성그룹 쪽. 이전에 화가 나서 퇴직한 임원들은 세화가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동시에 세화에게 전화를 걸어, 세화가 진성그룹으로 돌아와 자신들을 다시 이끌어 주기를 희망했다. 세화는 매우 기뻤다. 그녀는 진성그룹에서 권력을 잡은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룹 내에 이런 장악력을 갖게 되었다. 이것은 세화의 인격적인 매력과 업무 능력에 대한 사람들의 인정과 마찬가지였다. “여러분, 정말 죄송해요. 저는 이미 진성그룹에서 물러났어요. 돌아가실 수 있을지는 없을지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지금 세방그룹을 인수했으니, 만약 여러분이 원한다면 문을 열고 환영하겠습니다.” 세화는 자신 때문에
“혹시 생각해 둔 후보자가 있어?” 동혁이 물었다. “아니요.” 선우설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동혁의 모습에, 재빨리 말했다. “회장님, 저를 항남그룹 사장으로는 임명하지 마세요. 회장님 비서로 일하는 것이 제 본업이기도 하고, 가란은행 사장을 겸직하느라 바빠서 숨 돌릴 틈도 없어요.” “그래, 일단 사장 임명은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고.” 동혁은 엉겁결에 웃음을 터뜨렸다. 선우설리가 처음으로 동혁에게 뭔가를 요구했다. 동혁도 더 이상 사장 자리를 억지로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기 어려웠다. 광도그룹을 떠나 동혁은 혼자서 금곡 별장 C동 9호 단독주택으로 갔다. 방금 동혁은 고동성의 보고를 받았다. 백야특수부대를 퇴역한 노병들을 이미 물색했고, 항남의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금곡 별장 C동 9호 단독주택에 오늘 도착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래서 동혁은 때마침 백문수 노부부와 마리를 보러 갔다. “동혁이 왔어? 밥 먹었어? 안 먹었으면 내가 바로 해줄게!” 육수아는 기쁘게 동혁을 맞이했다. “조명희는 아직 요리를 못 배웠어요?” 동혁은 좀 불만이었는데, 뜻밖에도 가사도우미로 일하게 한 조명희가 너무 멍청했기 때문이다. “명희는 이미 밥 짓는 법은 배웠고, 간단한 요리 두 가지는 할 수 있지만, 맛은 아직 그다지 좋지는 않아. 그래서 마리가 먹고 배탈이 날까 봐 그냥 청소와 허드렛일을 시켰어.” 육수아는 난감해하며 말했다. 그녀는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만, 남에게 시중을 받아 본 적이 없었고, 아직 익숙하지도 않았다. 집안의 젊고 예쁜 가사도우미가 뜻밖에도 조씨 가문의 귀한 딸이라는 것을 알고 더 놀랐었다.지금 육수아는 동혁의 능력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지 점점 궁금해지고 있었다. “엄마, 포도 먹어봐. 어, 아빠 오셨다!” 손에 포도송이를 들고 있던 마리는 동혁을 보자마자 엄마인 수소야를 버리고 달려와 동혁의 품에 안겼다. “아빠! 포도 좀 먹어봐요. 내가 씻었어!” 마리는 동혁에게 안긴 후 발랄하게
“범현 오빠가 제때에 손을 써서 이 쓸모없는 인간의 음모대로 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야.” “그래, 모두 범현 형에게 감사해야 해. 오빠가 아니었다면 저 데릴사위가 방금 미친 듯이 저 형님을 도발했으니 오늘 누군가는 반쯤 죽었을 거야.” 모두들 저마다 한 마디씩 하면서 동혁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깎아내렸다. 심지어 동혁이 아까 판명철 등을 제지해 그들을 구한 것조차도 동혁이 보복을 노리고 판명철을 도발한 것이라며 음모라고까지 했다. “형부, 이 언니오빠들 좀 봐요. 아주 열받아 죽겠어요.” 배경문 등의 뻔뻔스러움에 현소는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고, 큰 눈에 눈물이 맺혀 촉촉하게 변했다. 동혁이 현소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현소야, 쓰레기 같은 인간들에게 일일이 화낼 필요 없어.” “약자는 보통 남을 깎아내려야 자신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니까.” “저런 착각 속 인간들은 현실에서 언제나 패배자로 살 수밖에 없어.” “그저 파리 몇 마리가 귓가에서 윙윙거린다고 생각하고 그냥 무시해 버려.” “굳이 말을 섞어서 너까지 저런 인간들 같은 사람으로 전락하지 말고.” 동혁의 말을 듣고 현소는 마음을 다잡았고, 그녀의 작은 얼굴을 들어 동혁을 우러러보며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현장이 잠시 조용해졌다. 그것은 마치 폭풍이 닥치기 전에 잠잠한 것과 같았다. 배경문 등은 분노하여 폭발했다. “와, 저 아내집에 얹혀 살며 공짜밥이나 얻어먹는 쓸모없는 놈이, 다들 무시하는 개보다 못한 데릴사위 주제에 지금 누굴 가리켜 그딴 헛소리야?” “가소로워서. 데릴사위 놈이 자기가 정말 패배자인지도 모르고, 우리에게 패배자라니.” “가서 거울보고 자기 주제파악이나 해. 우리랑 말도 섞을 수 없는 쓸모없는 인간 주제에 어딜 감히.” “...”처갓집에서 미움받는 데릴사위에게 멸시를 당한 배경문 등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잠시 멍해졌다 정신을 차린 배경문 등은 자신들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듣기 싫은 말로 동혁을 욕했다. 현소는 동혁 대신 상
현수는 동혁이 항상 눈에 거슬렸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빈정거렸다. 하지만 동혁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방금 전 동혁이 외면하고 방관하면서 다소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인 덕분에 판명철 일당은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 판명철 등은 본래 왕범현이 자신들을 발로 차면서 무시하고 모욕하는 것을 그냥 참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암흑가에서 산전수전을 겪었기 때문에 급하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 비록 왕범현은 실력이 좋긴 하지만 일단 판명철 등이 그를 건드리기로 마음먹는다면 마지막 결말은 서로 몸에 피를 뒤집어쓰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저 젊고 생기발랄한 왕범현이 그 사실을 알 턱은 없었다. 그가 방금 판명철 등에게 아무런 반격의 여지를 주지 않고 손을 썼기 때문은 그 자신은 무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하, 현수 말이 맞아.” 현수의 말에 배경문 현수린 등도 냉소하며 동혁을 쳐다봤다. “방금 이 데릴사위가 자기가 무슨 두목인 척 저 판명철에게 사과하라고 했다니까.” “어쩐지 아까 겁 없이 나서더라니, 그게 다 범현 형님이 곧 나서실 줄 예상하고 그런 거였고만.” 한 무리의 남녀들이 모두 동혁을 향해 빈정거렸다. 방금 그들은 모두 판명철 등에게 당해 뺨을 맞았지만 동혁과 현소 남매는 지금까지 아무 일도 당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왕범현의 사람들이 매우 창피함을 느꼈다. 어쨌든 현수는 그들과 같은 편이었고 현소는 왕범현이 좋아하는 여자여서 뭐라 말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대신 동혁에게 모든 화풀이를 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야 나름 구겨진 자존심을 찾을 수 있었다. 조금 화가 난 동혁의 눈빛이 다소 냉랭하게 변했다. 하지만 동혁은 그들을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저런 철부지들을 상대한다고 굳이 내가 나서서 힘 뺄 필요는 없지.’ 그러나 동혁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을수록 왕범현의 제자 무리는 점점 더 흥분해 말했다. 동혁을 비하할 뿐만 아니라, 그 기회를 이용해 왕범현에게 아부했다. 현소는 그들의 말을
박용구와 김대이의 처지는 암흑가 사람들에게 낯선 일은 아니었다. 어쨌든 J시 쌍살과 같은 야인에게 당하고도 목숨을 건졌다면 모두 조상의 은덕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왕범현처럼 아무것도 무서운 것이 없는 젊은 세대는 달랐다. 그에게 김대이는 그저 한 명의 늙은이 일뿐이었다. 그는 애초에 자신이 쌍살의 눈에 들었다면 거꾸로 쌍살을 반죽음으로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판명철은 왕범현의 말을 듣고 더 이상의 대꾸를 포기했다. ‘끝이야. 김 회장님도 왕범현, 이 자식을 어찌할 수 없을 거야. 골드스타필드가 오늘 이놈에 의해 발칵 뒤집히게 생겼어.’ “경문아, 이리 와봐.” 왕범현은 배경문을 곁으로 끌어당겼다. 그는 사나운 눈빛으로 판명철과 그 부하들을 훑어보더니 냉정하게 말했다. “방금 누가 네게 손을 댔는지 전부 다 가리켜봐. 내가 그놈들을 모두 무릎 꿇려서 너희에게 머리 머리 숙여 사과하게 하고 너희들이 당한 만큼 마음껏 뺨을 때리게 해 줄 테니까.” 이 말을 듣고 현수린 등은 미친 듯이 기뻐했다. ‘방금 맞아서 너무 분했는데, 이렇게 복수할 수 있게 되다니. 원수 같은 놈들을 때려주면 아주 통쾌할 거야.’ “스승님, 저 깡패 놈들 모두 손을 댔어요.” 배경문은 맞은편 깡패들을 가리키며 신이 나서 말했다. 왕범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판명철의 부하들을 째려보았다. “아직도 멍하니 뭐 하고 있어? 내 말 못 들었어?” 깡패들은 모두 자존심이 생명이라 도저히 바닥에 무릎 꿇어 머리 숙여 사과하고 뺨 맞는 일은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방금 전까지 왕범현의 정체를 알고 다소 꺼려하며 감히 어찌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자신들이 모욕을 당하자 더 이상 참기 어려웠다. “젠장, 모두 덤벼.” 깡패들이 모두 주먹을 쥐고 왕범현에게 돌진했다. 왕범현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가소로운 것들.” 말과 함께 과감하게 맞받아치며 주먹과 발을 내질렀다. 왕범현은 역시 왕용비의 아들다웠다. “퍽퍽” 하는 몇 번의 둔탁한 소리와 몇 번의 비명이 들려
“범현 형님 오셨군요.” 판명철은 왕범현을 알고 있었는지 인사를 하며 물었다. “여기 몇이 형님 제자예요?” “아주 건방지던데요? 특히 저기 배경문이라고 하는 놈은 다짜고짜 내 뺨을 때려서 제가 가만둘 수가 없었어요.” 배경문은 왕범현이 판명철의 배경 때문에 자신을 다시 한번 때릴까 봐 무서웠다. 그래서 재빨리 다가가 억울해하며 설명했다. “형님, 그게요. 현수가 자기 누나인 현소를 데려왔는데 저 형님이 오자마자 현소에게 술을 마시러 가자고 해서 저희는 현소가 형님이 마음에 들어 할 여자라 막다가 충돌하게...” 왕범현은 고개를 돌려 소파에 앉아있는 현소를 힐끗 보고는 갑자기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10대 때부터 유흥가를 배회했고 지금까지 본 미녀는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유흥가에 있는 여자들은 많이 봐서 싫증이 났다. 하지만 청순하고 귀여운 현소를 보고 갑자기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왕범현의 시선이 이어서 동혁에게로 향했다. “반석 도련님, 저놈이 바로 도련님이 말한 그놈이죠?” 배경문은 거만하고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는 왕범현이 동혁을 아는 것을 보고 바로 동혁이라는 사람이 그저 단순한 데릴사위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 저놈이야.” 오반석은 음흉한 눈빛으로 동혁의 몸을 한 바퀴 훑어보더니 약간의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급할 거 없어. 먼저 네 일부터 처리하고 다음에 저놈을 혼내주면 돼.” 말을 마치고 오반석은 바로 옆 좌석에 앉아 구경하는 자세를 취했다. “알겠어요.” 왕범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테이블 위의 맥주 한 병을 집어 들어 판명철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퍽!” 예고 없이 들이닥친 습격에 판명철은 전혀 반응할 수 없었다. 술병이 그의 이마에 세게 부딪혀 바로 깨져버렸다. 판명철은 비틀거렸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네놈이 형님 대접을 해줬더니, 감히 날 쳐? 죽고 싶나 보구나? ” 얼굴에 온통 뒤덮인 핏물과 술 때문에 판명철이 유난히 흉악해 보였다. 그러나 왕범현은
배경문은 깜짝 놀라 벌벌 떨며 애써 웃음을 짓고 말했다. “형님, 이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바로 데릴사위예요. 형님이 직접 혼내시면 형님 손만 더러워집니다.” “그래서 제가 형님을 위해 대신 이놈 손을 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판명철의 노호 소리에 끊겼다. “이 개X식이, 당장 꺼져!” 판명철은 손바닥으로 배경문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고 그대로 가까이 가 한바탕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다. “이 X같은 놈. 네 가족들도 모두 개지?” 배경문은 머리를 싸안고 누워 끊임없이 울부짖었다. 그는 너무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방금 저 데릴사위가 형님에게 맞으면 그만인데, 왜 내가 나서서 형님의 비위를 맞추려다 이렇게 맞는 거야?’ 그리고 나머지 현소, 현수 남매나 현수린 등은 모두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깡패 놈은 원래 데릴사위 놈을 혼내주려고 하지 않았어? 근데 어떻게 경문이를 때리는 거야?’ 현수린 등 몇 명은 자신도 모르게 동혁을 쳐다보았다. ‘설마 경문이가 현수 매형을 욕해서 저 깡패 놈이 때리는 건 아니겠지?’ ‘정말 그래서 저 깡패 놈이 저러는 거라고?’ ‘현수 매형은 그저 데릴사위일 뿐인데 왜?’ ‘누구나 봐도 눈에 거슬리는 한낱 데릴사위이잖아.’. 판명철은 계속 손을 멈추지 않고 배경문이 피를 토하기 시작할 정도로 때렸다. 하지만 아무도 감히 나서서 말리지 못했는데 괜히 불똥이 튈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 동혁은 이쯤이면 배경문도 정신을 차렸을 거라 생각하고 입을 열어 판명철을 멈췄다. “됐어요. 더 때리면 죽을 거예요.” 말이 끝나자 판명철은 두말없이 손을 뗐고 그 자리에 얌전히 서서 허리를 약간 굽힌 채 동혁의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당신이 방금 술 접대를 강요하려 했던 사람은 내 처제예요.” 동혁은 소파에 앉아 옆에 있는 현소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처제에게 사과라도 해야 할거 같은데요.” 동혁은 판명철을 난처하게 할 생각이 없었다. 상대방은 현소를 해치지도 않았고 또 김대이의
“좋아요, 그럼 한번 두고 보죠. 당신이 감히 내가 술을 마시게 할 수 있는지.”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상대방을 무시하는 동혁의 말투에 판명철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겁에 질린 채 바닥에서 일어난 배경문 등이 이 모습을 보고 놀라 흠칫했다. “현수야, 제발 네 데릴사위 매형 입 좀 닥치게 하라고.” “형님을 화나게 해서 우리 모두를 죽이려고 그래?” “자기 주제도 모르고 감히 형님에게 대들다니.” “명철 오빠, 저 사람은 저희도 잘 모르는 사람인데...” 현수린 등이 동혁에게 욕설을 퍼붓고 서둘러 관계에 선을 그었다. “감히 마시게 할 수 있는지 본다고? 저 인간은 대체 누구야? 누군데 저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쓸데없는 소리 할거 없어. 그냥 가서 한 대 때려주만 그만이야. 그러고도 감히 계속 시건방을 떨 수 있는지 보자고.” 판명철 뒤에 서있는 깡패들도 소란스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금껏 이렇게 허세를 부리는 상대를 본 적이 없었다. 판명철도 비웃으며 음산한 눈빛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 “네놈이 누구길래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 거지? 내 오늘 내 형님의 구역에서 언제까지 네놈이 그런 허세를 부리는지 두고 보마.” 배경문 등은 판명철의 화가 가라앉기를 바랐지만 동혁이 한 말로 판명철은 이미 더 화가 나버렸다. 그들은 판명철이 자신들 대신 동혁에게 주의를 기울이자 기뻐하는 동시에 동혁이 미웠다. 동혁이 판명철을 완전히 화나게 하면 동혁과 자신들이 연루되어 다시 상대방의 화를 받을 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평온한 사람은 당사자인 동혁뿐이었다. 동혁은 여전히 아무 생각 없이 소파에 앉아 그저 웃기만 했다. 그가 차분하게 말했다. “그럼 좀 가까이 와서 내가 누구인지 봐요.” “하? 그래, 그럼 네놈이 대체 어떤 놈인지 한번 보자.” 판명철은 너무 화가 나 이를 악물었다. 너무 놀란 현수는 몸을 부르르 떨고 발을 동동 구르며 동혁을 향해 소리쳤다. “제발 그만 좀 해. 당신 죽
왕범현은 배경문이 믿고 있는 스승이었다. 지금 왕범현이 위층에 있는 이상 그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하하, 감히 골드스타필드에게 내 뺨을 때리는 놈이 있다니?” 선두에 있던 깡패인 판명철이 뺨을 가리고 너무 분노해 웃었다. “야, 알고 있냐. 여기 골드스타필드는 내 형님의 형님이 주인이야. 넌 이제 죽었어.” “네놈 형님의 형님?” 배경문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곧이어 안색이 크게 변했다. 골드스타필드에 놀러 오는 사람이라면 이곳이 암흑가 깡패인 김대이의 사업채라는 걸 모두 알고 있었다. 평소에 김대이는 이곳에 머무르고 있었다. ‘이 명철이라는 사람, 설마 김대이의 동생의 동생은 아니겠지?’ 현수린을 비롯한 사람들의 얼굴빛이 순간 안 좋아졌다. 배경문은 갑자기 자신이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을 건드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 전까지도 건방진 얼굴을 하고 있던 그는 지금 온몸을 떨며 재빨리 말했다. “그렇군요. 죄송해요, 형님. 전 형님이 김 회장님의 형제분인 줄도 모르고...” “퍽!” 배경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판명철의 손에 든 술병이 이미 그의 이마에 부딪혀 깨졌다. 배경문은 ‘윽’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고 전체에 핏물인지 술인지 알 수 없는 액체가 묻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판명철이 배경문을 세게 걷어찼다. “개X식, 내가 오늘 너의 손목을 부러뜨려주마.” 배경문은 놀라서 정신없는 가운데 고통을 참으며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형님, 제가 형님을 몰라 뵈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를 해주...” H시 암흑가에서 김대이의 영향력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배경문은 상대가 김대이의 동생이라는 것을 알고 반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퍽!” 판명철은 또다시 발로 배경문을 걷어찼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사납게 웃으며 방금 자신이 뺨을 맞았을 때 자신을 비웃었던 현수린 등을 가리켰다. “남자든 여자든 다 잡아. 모두 잡아서 무릎을 꿇리고 뺨을 10대씩 후려갈겨.” 판명철의 뒤에 있던 깡패
몇 명의 남녀가 모두 웃기 시작했다. ‘이따가 범현 형이 저 데릴사위 놈을 혼내는 장면은 정말 재미있을 거야.’ 동혁은 표정을 찡그리며 웃고 있는 몇 명의 남녀에게 뺨을 한 대씩 때려줄까 생각했다. 그때 참지 못한 현소가 동혁보다 먼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당신들이 뭐가 잘났다고 우리 형부를 무시하는 거죠? 우리 형부가 참아 주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요.” 현소는 고개를 돌려 현수를 발로 찼다. “집으로 가자.” “네가 아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좀 봐라. 부모님이 알면 넌 크게 욕먹을 거야.” 이 말을 듣고 배경문 등의 표정이 일순간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 그러나 그들이 뭐라 하기도 전에 현수가 허리를 세우며 말했다. “난 안가. 내 스승님이 아직 오시지 않았잖아.” 현수는 배경문 등이 동혁을 무시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 역시 동혁을 무시하는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안돼. 빨리 가.” 현소는 화가 나서 현수를 잡아당기며 설득하려고 했다. “어이, 아가씨, 저희랑 술 한잔 하실래요?” 바로 그때 깡패처럼 보이는 사람 몇 명이 술병을 들고 비틀거리며 걸어왔다. 늑대 같은 몇 쌍의 눈빛이 현소의 아름다운 몸매를 훑으며 만지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이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들은 현소를 노리고 있었다. 사실 현소가 나타난 순간부터 이 깡패들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불청객이 오는 바람에 현소는 현수를 계속 설득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 무식한 깡패들을 보고 약간 겁을 먹었고 어쩔 줄 몰라하며 말했다. “고, 고마워죠. 하지만 전 술은 마실줄 몰라...” 말이 채 끝나기도 상대에 의해 말이 끊어졌다. “아가씨, 그렇게 남의 호의를 거절하면 안 되죠. 우리가 나쁜 사람처럼 보여서 그래요? 우리는 그저 아가씨와 친구가 되고 싶을 뿐이에요.”선두에 선 판명철이 음흉하게 웃으며 현소의 손을 잡아당기려고 했다. 이 모습을 보고 동혁은 자신이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데릴사위라고?” 현수의 말을 들은 현수린 등 몇 명은 믿을 수 없었다. “현수야, 지금 농담하는 거야? 네 매형 옷은 싼 게 아니야. 딱 봐도 수제작 한 옷이라고.” “그리고 그 파텍필립 시계는 최소 2000만 원짜리야. 가짜 같지도 않은데?” “데릴사위이면 어떻게 이런 대접을 받아?” “게다가 네 매형은 딱 봐도 분위기가 못난 데릴사위 같지 않잖아.” 현수린 등은 서로 주절주절 한 마디씩 말했다. 그녀들 생각에 데릴사위는 잘 먹지도 입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여자 집에서 기도 못 펴고 설설 기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라면 그녀들은 눈길조차 주지도 않았다. 동혁은 말들을 듣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현수 말이 맞는데 이 여자들이 믿지를 않네.’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현수 말은 사실이고 저는 데릴사위가 맞습니다.” “그리고 당신들 생각도 틀렸어요. 데릴사위라고 해서 여자 집에서의 대우가 다 나쁜 것은 아니에요. 내가 지금 입고 있는 것도 아내가 특별히 날 위해 맞춤 제작한 거예요.” “제 손목시계도 내 아내의 절친이 선물해 준 거고요.” 동혁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세화는 내게 늘 잘해주는데, 절대 다른 사람들이 안 좋게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되지.’ “진짜 데릴사위 맞아요?” 동혁의 말에 현수린 등은 경악했다. 그리고는 동혁에 대한 그들의 태도에서 방금 전 느꼈던 적극성과 호감이 사라졌다. 현수린이 바로 눈을 부릅뜨고 불만을 터뜨렸다. “현수, 너 도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왜 네 맘대로 아무나 우리 모임에 데려온 건데?” “그래, 네 누나는 예쁘니까, 분위기를 띄우고 범현 오빠를 기분 좋게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데릴사위인 네 사촌 매형이 우리와 함께 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현수린의 표정에는 동혁에 대한 경멸의 기색이 역력했고 말투가 거침없으면서 귀에 거슬렸다. “현수, 넌 정말 아직 철이 없어.” 배경문이 선배 티를 내면서 말했다. “너 범현이 형에게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