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혁의 지시가 막 떨어졌다. 한바탕 윙윙거리는 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진료소 밖 허공에 갑자기 드론들이 연이어 빙빙 돌며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적어도 수백 대가 가지런한 수직 진열을 형성하고 진료소 입구에 날고 있었다. 드론들의 거대한 움직임은, 금세 이 지역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많은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나와 신기한 듯 이쪽을 두리번거리며 바라보았다. 선우설리가 갑자기 들어와 태블릿 PC를 동혁의 손에 쥐어 주었다. 동혁은 아무 동영상이나 클릭하여 재생했다. “하지만 대리모를 쓰는 건 너무 비싸. 금방 10억 원을 쓰게 될 거야. 모태국 사장이 준 20억 원에서 10억 원만 남게 될 텐데. 거기다 집도 사고 차도 사야 하는 데 그러나 20억은 금방 다 쓸 거라고.” “…….” “아이를 낳는 것이 여성의 몸에 얼마나 큰 손상을 주는지 몰라서 하는 소리야? 어쨌든 나는 내 청춘을 아이를 낳는 데 낭비할 수 없어. 나는 계속 예뻐지고 싶다고. 불법이든 아니든 우리에게 돈이 있어. 다른 사람을 대리모로 쓰는 것이 뭐가 어때서!” 태블릿 PC에서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수선화의 안색은 갑자기 변했다. 바로 불과 2분 전 수선화가 남편 성세명과 진료소 입구에서 나눈 대화였다. 동혁은 태블릿 PC를 수선화의 품에 던졌다. “이제 내가 너를 어떻게 찾았는지 알겠지? 너와 네 남편이 집을 떠나 구시가지에 발을 들여놓을 때까지 한 모든 대화와 행동이 이미 드론에 의해 360도 사각지대 없이 기록되었어.” “수선화, 너 같은 하찮은 벌레 같은 년을 죽이는데 굳이 내가 직접 녹음까지 할 필요가 있겠어?” 수선화가 세화를 배신하고 세화에게 더러운 오명을 씌웠다는 사실을 자백할 필요도 없었다.수선화가 방금 한 대리모에 관한 몇 마디 말로도 충분했다. 수선화가 만들어 낸 소위 정의의 천사 이미지는 한순간에 사라져 버릴 것이다. 수선화는 품에 태블릿 PC를 들고서, 아까의 득의양양한 표정은 사라지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동혁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고, 심지어 손을 쓸 생각조차 없었다. 정대철의 여섯 부하들이 동혁과 선우설리에게 거의 다가갔을 때였다. 짧은 머리를 하고 체구가 우람한 남자 여섯 명이 무표정으로 갑자기 진료소 입구에 나타났다. 바로 김학수를 비롯한 6명의 국외 노병이다. 여섯 명은 각자 소매를 한 번 툭 털었다. 각자 손에 삼각칼 한 자루가 나타나더니, 일제히 손에서 칼을 내던졌다. 핑핑! 삼각칼은 총알을 쏘는 듯한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순식간에 정대철의 여섯 부하들의 얼굴과 머리를 관통했다. 정대철의 여섯 부하들은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그저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모두 쓰러져 죽었다. 그리고 그때. 새빨간 선혈이 삼각칼과 여섯 부하들의 상처 부분에서 천천히 흘러나왔다. 헉! 여섯 명의 부하가 순식간에 죽는 것을 보고 정대철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정대철은 깜짝 놀란 눈으로 갑자기 나타난 여섯 명의 국외 노병을 바라보았다. 김학수 등 여섯 명의 노병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가 여섯 구의 시신에서 삼각칼을 뽑았다. 여섯 노병은 삼각칼의 칼날에 묻어있는 하얀 가운을 입은 시신들의 핏자국을 닦아낸 뒤, 동혁을 바라보았다. “형님, 이 놈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김학수는 정대철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정대철에게 등을 돌린 채 동혁에게 물었다. “죽여!” 동혁은 가볍게 말했다. 김학수는 고개도 돌리지도 않고 소매를 가볍게 휘둘렀다. 삼각칼이 다시 손을 떠나 날아가서 정대철의 얼굴을 관통했다. 퍽! 그대로 비밀 대리모 조직의 두목 정대철이 죽었다. 풀썩! 수선화는 바로 무릎을 꿇고 말했다. “이 사장님, 잘못했습니다! 제발 죽이지만 마세요! 죽이지만 마세요! 제가 세화를 배신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세화에게 오명을 씌우지 말았어야 했는데…….”수선화는 눈물을 흘리며 미친 듯이 머리를 땅에 박았다. 그러자 머리에서 새빨간 피가 흐리기 시작했다. 비밀 대리모 조직의 사람들이 저렇게 손쉽게 죽는
수선화의 팔로워들의 분노는 곧 온라인 전체로 퍼졌다. 얼마 되지 않아 여기저기 모든 곳에 소식이 전해졌다. 이전에 세화에 대한 욕설과 공격이 모두 수선화에게 넘어갔다. 사람들은 역시 자신이 직접 본 것을 더 믿었다. 세화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보다는 동영상으로 명확한 근거가 뒷받침되는 수선화의 소식이 더 설득력이 있었다. “동영상의 그 남자 말이 맞아. 수선화은 완전히 천박한 년이야. 천박한 냄새가 동네 멀리까지 나는 그런 년!” “우리가 진세화에게 괜히 말도 안 되는 누명을 씌웠어. 어쨌든 이제 수선화가 말하는 한 마디도 믿지 않을 거야!” “진세화의 남편이 직접 가서 억울함을 풀어주다니. 그런 좋은 남자가 어떻게 정신병에 폭력적일 수 있어? 사건이 바로 잡힐 때까지 기다리자고.” 수선화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욕을 먹어야 했다. 수선화는 거만함으로 자신을 높이 치켜세운 만큼, 더 심하게 떨어져 내렸다. 결국 수선화도 사회적 매장이라는 맛을 보았다. 그리고 이미 명백한 증거들로 사실이 확정되었으니, 상황이 절대 뒤집힐 가능성도 없었다. 수선화의 팔로워 유입, 온라인 판매 등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리고 세화, 그녀에 대한 여론은 완전히 반전되었다. 심지어 극단적으로 노광훈 등 몇 명이 맞았다는 사실조차 부정하기 시작했다. 동영상에 동혁은 모자이크 처리돼 얼굴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동혁은 세화의 남편이었기 때문에 이번 일에 함께 연루되었다.물론 일이 단순하게 끝나지 않았다. 수선화는 곧 경찰서 사람들에게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 수선화가 위증을 해서 세화에게 더러운 오명을 씌워 세화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죄명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 짧은 동영상에 드러난 불법 대리모 매매, 살인 청부로도 수선화는 감옥에 갇히기 충분했다. 수선화는 앞으로 감옥에서, 상황이 반전된 세화의 화려한 복귀와 더 완벽한 인생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그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사실이다. 가란은행 본사 건물, 사장실. 휴
모태국은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며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진세화를 철저히 궁지로 몰아넣어서 진성그룹을 단숨에 죽여주지!’ “가자, 우리도 가서 보자고. 진세화는 H시에서 유명한 미인이니, 좌절하는 모습도 아주 색다를 거야!” 모태국은 부하 직원들을 이끌고 의기양양하게 가란은행을 떠났다. 진성그룹. “인영 씨, 은행에 빚진 대출이 얼마나 남았죠?” 세화는 책상에 기대어 조금 아픈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비서에게 물었다. 인터넷 여론은 반전됐고, 세화를 배신한 수선화도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하지만 세화는 조금도 기뻐할 수 없었다. 돈! 지금의 세화에게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 대규모의 직원들이 사직하여, 회사 내부가 어수선했다. 진씨 가문 가람들도 지금 가라앉고 있는 이 낡은 배에서 뛰어내려 혼자 살려고만 해서 진성그룹의 생사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공사 현장 쪽에서는 프로젝트 책임자인 유지태 등의 노력으로 정상적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번에 김대이에게 돌려받은 20억 원도 얼마 남지 않았다. 돈이 없으면 일이 중단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게다가, 주요 은행들의 대출이 끊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문제가 커졌다. 진성그룹의 공급업체들도 잇달아 돈을 독촉하기 시작한 것이다. 진성그룹에는 몇 년 만에 최악의 위기가 닥쳤다. 5년 전 진창하가 사고를 당해 진성그룹이 뿔뿔이 나누어졌을 때와 비슷했다. “진 사장님, 현재 그룹의 대출금은 각각 가란은행에서 100억 원, 유한은행에서 340억 원. 상업은행에서 180억 원, 외환은행에서 140억 원입니다.” “…….” 서인영은 서류를 펼쳐 보고했다. 서인영은 세화의 몇 안 되는 믿을 수 있는 부하였다.원래 재무 부서 이사였던 하훈석이 퇴사한 후 지금은 세화의 비서이자 그룹 재무 부서 이사를 겸하고 있었다. “모태국이 우리에게 800억 원을 뜯어낸 건 둘째 치고, 진성그룹 자체로도 800억 원의 대출이 밀려있다니!” 세화는 머리가 더 아파오며 절망감
“모 사장님, 저는 사장님께서 무슨 생각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진성그룹이 돈을 갚지 않으면, 결국 사장님의 가란은행도 100억 원의 악성 채권을 갖는 겁니다.” 세화는 모태국을 보고 화를 참지 못했다. ‘바로 이 사람이 뒤에서 부추겨서 지금 진성그룹의 위기를 초래한 거야.’ “그러니까 진 사장님의 말은, 진성그룹이 돈을 떼먹으려고 한다는 겁니까?” 모태국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언론 기자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여러분, 진 사장님의 지금 이 말을 잘 보도해 주세요. 진 사장님에 대한 온라인상의 풍문이 이제 막 반전되지 않았습니까? 모두가 진 사장님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진 사장님과 그녀의 대학 동창인 수선화는 같은 부류입니다. 하나는 배신자이고, 다른 하나는 신용을 지키지 않는 악덕 채무자입니다!” “쯧쯧, 예쁜 여 사장이 악덕 채무자라니, 얼마나 화제성이 좋습니까!” 모태국이 선동하자, 그 기자들은 또 세화를 향해 미친 듯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진 사장님, 방금 하신 말씀은, 자신이 악덕 채무자가 되겠다는 것을 인정하는 겁니까?” 그리고 한 기자가 큰소리로 물었다. “죄송합니다. 제 뜻은 결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세화가 황급히 해명했습니다. 여론의 압력은 그 어떤 공고한 지위나 평판도 모두 무너뜨릴 수 있다. 세화의 악덕 채무자라는 명성이 사실로 드러나면, 외부에서는 또다시 세화에 대해 욕을 할 것이다. 또한 세화는 지금 진성그룹을 대표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진성그룹은 다시 일어설 가망이 없었다. 동혁이 세화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여보, 해명할 거 없어. 이 기자들은 모태국이 일부러 부른 거야. 여보가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없다고. 가장 좋은 해결책은 진성그룹이 돈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거야. 반대로 사실로서 저들에게 뺨을 때려 본때를 보여주는 거지!”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길에 동혁은 이미 황지강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세화에게 보여주기로 약속한 그 성대한 불꽃놀이가 곧 시작될 거야.’동혁의 말
“소씨 가문 가주 소윤석!” “오씨 가문 가주 오종천!” “홀리데이주얼리그룹, 이향군 사장!” “천공그룹 H시 지사 원소강 회장!” “…….” 이 사람들의 말에 한때 세화를 절망하게 만들었던 800억 원이 넘는 빚이 한순간에 탕감되었다. 장내의 사람들 모두 놀라 멍해졌다. 심지어 기자들은 사진을 찍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세화는 이 사람들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그중에는 일류 가문의 가주도, H시의 대기업 사장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국적 기업의 지사장도 있었다. 이 사람들은 하나같이 모두 H시에서 일가를 이룬 유명한 사람들이다. ‘지금, 모두 함께 진성그룹의 빚을 갚으러 왔다고?’ ‘저 사람들이 진성그룹을 도와주다니?’ 세화가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 모든 게 속임수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혹시 모태국이 이 사람들에게 부탁해 나를 조롱하는데 도와달라고 한 걸까? 그래서 내가 진짜로 믿고 좋아하면 그때 제안을 부인해서, 사람들 앞에서 나를 더 망신당하게 하려고? 모태국의 얼굴에 놀라고 분해하는 표정이 동시에 보였다. 모태국 본인도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 모태국은 놀라면서도 너무 화가 났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강오그룹은 그렇다고 치고.’ ‘소씨와 오씨 가문 같은 일류 가문들까지 진성그룹 대신 빚을 갚으러 달려오다니.’ ‘설마 진성그룹에게 알려지지 않은 인맥이 더 있었어?’ 모태국은 세화를 보며, 세화 역시 의아해하는 표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때 갑자기 동혁이 말했다. “모태국, 함부로 추측할 거 없어. 이 사람들이 바로 내가 부른 사람들이니까.”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윤석 등을 진씨 가문의 이 바보 같은 사위가 부른 거라고?’ 소윤석 등을 다시 보니 그들은 뜻밖에도 동혁의 말을 부인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다시 깜짝 놀랐다. ‘진씨 가문의 이 바보 같은 사위에게, 어떻게 이렇게 넓은 인맥이 있었지?’ 모태국
세화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고 머릿속이 하얘진 지 오래였다. 그래서 동혁이 곁에서 하는 말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세화뿐만이 아니었다. 모태국, 각 은행의 행장들, 그리고 수십 명의 언론 기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장의 모든 사람들은 지금 눈앞에 벌어진 모습에 매우 놀랐다. 원래 주요 은행들이 대출을 중단하고 채권 추심을 진행해서, 진성그룹은 이미 막다른 골목에 몰린 줄 알았다. 그런데 상황에 이렇게 놀라운 반전이 일어날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다. 몇몇 일류 가문과 그룹이 자발적으로 진성그룹의 대출금 상환을 도왔다. 곧이어 또 다른 20개 이상의 큰 기업이 진성그룹에 투자하기 위해 달려왔다. 각 기업의 최소 투자금은 200억 원이었다. ‘이 대기업들이 미친 거야?’ ‘진성그룹의 신용이 바닥까지 떨어졌는데, 모두 다투어 투자를 하다니!’ “미쳤어, 너희들 모두 이상해!” 모태국은 펄쩍펄쩍 뛰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모태국은 갑자기 나타난 거물들 때문에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모태국은 얼굴이 화끈거렸고, 정말 동혁 말대로 뺨을 맞은 듯했다. 사실 모태국에게는 진짜 뺨을 맞는 것보다 더 충격이었다. 모태국은 앞에 있는 20여 명의 사람들, 일류 가문의 가주와 대기업의 사장들을 바라보았다.마지막으로, 모태국은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대신투자개발의 류진광을 바라보았다. “류진광, 너도 나와 맞서다니!” 대신투자개발도 가란은행과 마찬가지로 시청의 산하 기관이었다. 류진광과 모태국은 줄곧 사이가 좋았는데, 오늘은 모태국이 뒤통수를 맞았다. 류진광은 무시하는 어조로 말했다. “모태국, 넌 너 자신이 늘 대단하다고 착각해.” 류진광의 눈빛이 동혁을 향했다. 사실 오늘 류진광은 동혁 때문에 이곳에 왔다. 그리고 류진광과 함께 온 다른 20여 명도 모두 동혁 때문에 이곳에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날 건축자재협회 임시총회에 참가한 사람이라면 이 선생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지.’ ‘모태국이 감히 이 선생에게 대항하다니,
“유 행장님, 당신이 관여할 일이 아니에요. 어차피 돈은 우리 것이니, 우리가 쓰고 싶은 대로 사용하면 그만입니다. 단지 행장님의 은행에 우리 돈을 예금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오종천 등은 줄줄이 돈을 인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각 은행의 행장들은 곤욕을 겪으며, 이 모든 일을 초래한 화근인 모태국을 바라보았다. 모태국은 발을 동동 구르며 사람들에게 소리쳤다.“이건 모두 음모, 음모입니다! 당신들이 저희 은행들과 완전히 등을 지려고 이러십니까? 그렇게 되면 앞으로 대출도 받을 수 없어요!” 이런 기업들에게 있어서, 은행과 관계를 잘 맺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기업의 사람들은 모태국의 말을 그저 비웃을 뿐이었다. “모태국, 네가 잘났다고 생각하지 마. 우리는 은행에 밉보이고 싶지 않을 뿐, 은행에서 일하는 너같은 사람과는 얼마든지 맞서 싸울 수 있어.”“맞아, 마 사장님이 이렇게 흥분하다니, 악덕 채무자가 되고 싶은 건 아니죠?” 방금 모태국은 세화에게 악덕 채무자가 되고 싶냐고 비아냥거렸지만, 지금은 반대로 모든 사람들에게 야유를 받고 있었다. 모태국은 위협적인 표정으로 이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좋아, 너희들끼리 잘해봐. 감히 3대 가족에게 미움을 사고도 앞으로 당신들이 잘 지내는지 보자고!” 소윤석 등은 별로 두렵지 않았다. ‘법은 다수를 처벌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야.’ ‘여기 일류 가문이 이렇게 많고, 큰 그룹도 이렇게 많이 있다고.’ ‘이번에 서로 전에 없던 협력을 맺은 이상.’ ‘제아무리 3대 가문이라도 동시에 우리에게 복수할 수 없어.’ 소윤석 등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자 유덕화 등 행장들은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결국 소윤석 등이 나중에 돈을 인출하도록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미룰 필요가 없지.’각 가문과 기업은 일찌감치 사람을 배치해 가능한 한 빨리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도록 했다.1분도 채 안되었다. 유덕화는 유한은행 남강지사 사장의 전화를 받았다. “유덕화 행장, 올해 실적 심사
그러나 오한민은 결국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지금의 자신에게는 동혁을 죽일 능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원래는 사정우와 동혁 사이를 이간질해서, 이 두 사람이 죽기 살기로 싸우게 하려고 했다.가장 좋은 결과는 사정우가 동혁을 해치우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손을 쓸 필요 없이.오한민이 알게 된 소식에 따르면, 동혁은 촬영장에 달려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세화를 마중한 뒤에는 확실히 블루라군 별장단지로 가서 사정우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오한민이 보기에,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죽음을 재촉하는 행동이다.그러나 놀랍게도 한 시간이 지난 뒤, 빅토리아병원에 멀쩡하게 나타난 동혁은 여전히 기세 등등하게 날뛰고 있었다.사정우는 H시의 한 이류 가문의 폐물에게 반죽음이 된 상태였다.사씨 가문에서는 당연히 이 창피한 소식이 퍼져 나가지 않게, 빨리 덮으려고 했다.그래서 오한민도 블루라군 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었다.‘이동혁이 어떻게 조금도 다치지 않고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이런 의문들 때문에 오한민의 마음은 동혁에 대한 거리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오한민은 원래 신중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철저하게 계획한 뒤에 행동하는 걸 좋아했다. 여태까지 준비되지 않은 싸움은 하지 않았다.‘지금은 더더욱 경솔하게 이동혁에게 손을 대서는 안 돼.’[이동혁, 그럼 네가 며칠 더 날뛰는 모습을 지켜보겠어!]오한민의 이 말은 거의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내뱉었다. 공기 중에는 얼음 부스러기들이 가득한 것처럼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그러나 동혁에게 이런 말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동혁이 바닥에 널부러진 오태강을 발로 차서 나연지 앞으로 보내면서 말했다.“그놈을 데리고 꺼져. 빅토리아병원은 이제 문을 닫으니까 여기선 치료할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가서 치료해!”동혁 때문에 놀라서 간담이 서늘해진 사람들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핸드폰 화면을 통해 그 모습을 보고 분통이 터진 오
얼른 핸드폰을 받은 황성민은 동혁과 오태강에게 카메라를 맞췄다.“이동혁, 너 뭐 하려는 거야!”오태강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자, 도망치려고 힘껏 일어났다.펑! 한 발로 오태경을 발로 차서 바닥에 쓰러뜨린 뒤, 오태경의 앞에 간 동혁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오한민 잘 봐. 이게 바로 네가 나를 도발한 대가야.”[이동혁, 네가 감히!]오한민의 놀란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자기의 아들 오반석은 능력이 너무나 부족했다.그래서 오태강은 자신의 친조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역점을 두고 계속 양성한 자신의 후계자였다. 그래서 사립병원들을 모두 조카인 오태강에게 맡긴 것이다.‘이동혁은 지난번에 반석이의 두 다리를 부러뜨렸는데, 지금은 또 태강이에게 손을 대려고 해.’‘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이동혁, 네가 감히 태강이에게 손을 댄다면, 맹세하건대 나 오한민은 반드시 너와 끝장을 보겠어!]오한민이 분노하며 포효했다.이를 갈고 있는 모습은, 평소 TV 매체에서 항상 모든 걸 파악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투자계의 거물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더군다나 화면상의 위협은 동혁의 굳은 결심을 전혀 흔들 수가 없었다.“그럼 끝장을 보던가.”동혁의 냉혹하고 무자비한 목소리가 울리면서, 들어올린 다리로는 오태강의 한쪽 무릎을 힘껏 밟았다.“안 돼, 삼촌 살려주세요... 아악!”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더불어.동혁에게 짓밟힌 오태강의 한쪽 다리는 무참하게 박살이 났다!처참한 비명소리가 병원 1층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오랫동안 메아리가 계속되었다.복도의 사람들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나연지, 소태란 등 빅토리아병원 사람들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창백해졌다.아까 자신들의 따귀를 때렸던 동혁의 모습과 지금 동혁이 보여준 무자비하고 잔인한 모습을 비교하면서,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공포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7개 부문의 수장들조차도 모두 멍하니 동혁을 바라볼 뿐이다.새로 부임한 이 시장 나
[사람은 살아가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마련이지. 친구 사이에도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법이야.]오한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동혁, 네가 만약 나 오한민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나도 원한과 선입견에 전혀 개의치 않고 너를 친구로 사귀도록 하지.][반석이 부러진 다리는 치료하면 되고...]동혁조차도 오한민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좀 의아했다.‘그러나 내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닌데, 당연히 오한민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아. 이건 상대방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오한민처럼 순수하게 이익만 추구하는 괴물에게, 친구는 무슨 얼어 죽을 친구.’‘이익이 있다고 여기면, 언제든지 태도를 바꿔서 상대방을 칼을 찌를 수 있어.’“헐, 부모 자식 간의 도리가 정말 대단한 걸.”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 부사장이 이렇게 갈수록 냉혹하게 변하니, 당신과 나는 친구가 되지 못할 것 같아.”[그럼 상의할 필요가 없는 건가?]미소를 갈무리한 오한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병원 간판을 내려.]말을 마치자, 화면 속의 오한민이 손을 뻗어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는 아주 명석하게 분석했다.‘조카 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넘어간 이상, 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여전히 동혁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빅토리아병원이 문을 닫는 건 이미 확정된 거야.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어.’“잠깐.”동혁이 오히려 오한민을 부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오 부사장이 방금 사정우를 언급한 이상, 알고 싶은 문제가 있어.”[무슨 문제야?]오한민이 조용히 물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사정우가 우리 아내를 속여서 누드사진을 찍게 한 건, 네가 뒤에서 부추긴 거지?”잠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가, 오한민이 결국 입을 열었다.[오후에 비행기에서 뿌린 사진을 봤는데, 진세화 씨 누드사진은 찍지 못했던 모양이더군. 오히려 사정우의 애정 행각을 담은 사진을 보게 되었지.][나는 이동혁 네가 정말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
[너는... 이동혁?]오한민은 소스라치게 놀랐다.동혁과 실제로 만난 적이 없지만, 자료 속의 사진을 통해서 동혁의 얼굴을 알고 있다.더군다나 아들 오반석의 두 다리가 동혁에게 부러진 뒤, 그의 머릿속에는 더욱 자주 동혁의 얼굴이 떠올랐다.설사 동혁이 재로 변하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결국 투자계에서 잔뼈가 굵은 거물답게 잠시 놀랐던 오한민은 곧 평정심을 찾았다.오한민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동혁, 태강이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지?]지금 오한민의 마음속에는 무수한 추측이 떠올랐다.그러나 오태강이 동혁의 손에 넘어갔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현대 사회에서 핸드폰은 사람 몸에 달린 세 번째 손이나 다름없어.’‘이유 없이 태강이 핸드폰이 이동혁의 손에 떨어지지는 않았을 거야.’동혁은 카메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오태강을 비추면서 웃었다.“어, 당신 조카도 나하고 함께 있어. 조카는 큰 문제가 없으니까 오 부사장은 안심하시길.”오한민의 입가가 살짝 떨렸다.오태강의 양쪽 뺨에 난 새빨간 손바닥 자국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러나 이동혁의 말도 틀리지 않은 것 같은데.’‘확실히 큰 문제는 없어 보여.’‘적어도 내 아들 반석이 두 다리를 부러뜨린 것에 비하면 그래.’오한민의 말투도 평온했다.[이동혁, 우리는 공명정대한 사람들이니까 솔직하게 말해. 목적이 뭐야?]‘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떨어진 것도 이미 사실이기에, 더 이상 말해봤자 무의미해.’‘분노도 아무 의미가 없어.’‘이동혁의 목적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흥정하는 게 정도야.’전형적인 사업가의 마인드!“목적은 없어.”동혁이 느릿느릿 말했다.“바로 오 부사장의 빅토리아병원에 와서 한 바퀴 돌았다가, 마침 아주 불쾌한 일이 생겨서 여기 문을 닫게 만들 생각이야.” “지금은 단지 오 부회장에게 알려주는 거야.”핸드폰 화면 속의 오한민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병원 문을 닫기 전에, 또 특별히 전화를 걸어서 알려주는 거라고?’‘이동혁은 지금 대놓고 도발
부태서는 바로 그렇게 가 버렸다.뒤도 돌아보지 않고 깔끔하게!응급실 복도는 기이할 정도의 정적 속에 빠졌다.그동안 배경을 믿고 동혁에게 끊임없이 소란을 피웠던, 나연지나 소태란도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부천정의 손자까지 동혁에게 쫓겨났어. 이제 누가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는 걸 막을 수 있겠어?’“태강 씨, 빨리 방법을 생각해 봐요, 저 개새... 이동혁이 이렇게 병원 문을 닫게 해서는 안 돼요!”나연지는 오태강의 팔장을 끼고서 한껏 애교를 부렸다.오태강의 총애에 힘입어 겨우 빅토리아병원의 원장 자리에 올랐다.병원이 문을 닫게 된다면, 나연지가 제일 먼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꺼져, 귀찮게 하지 말고!”오태강은 참을 수가 없어서 소리를 질렀다. ‘지금 무슨 방법이 있단 말이야!’이때 동혁이 천천히 말했다.“오태강, 빅토리아병원에 또 무슨 대단한 주주가 있으면 모두 오라고 해. 시간을 절약하게 말이야.”동혁의 이 오만방자한 말을 듣자, 오태강의 표정은 극도로 일그러졌다.매섭게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이동혁, 너는 고작 2류인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에다가, H시 시민들이 모두 아는 폐물일 뿐이야.” “뭘 우쭐대면서 뭐가 만족스럽다는 거야!”오태강의 표정과 말투는 경멸로 가득 차 있지만, 마음은 오히려 씁쓸했다.그렇다. 동혁은 H시 사람들이 다 아는 폐물 데릴사위였다.그러나 바로 이 쓸모없는 인간이 지금 오태강을 물러설 수 없는 지경까지 몰아넣은 것이다.많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들 중에서 가장 사람들 앞에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전전 시장인 할아버지를 후원자로 둔 부태서였다.그러나 부태서는 동혁의 몇 마디 말에 쫓겨났고, 자신의 지분이 손실을 입는 것도 외면했다.오태강이 또 어떤 주주를 청할 수 있을까?동혁은 오태강의 욕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볍게 웃었다.“네가 주주를 찾을 수 없어? 그럼 내가 한 명 불러줄게.”말을 마친 동혁은 앞으로 나서면서 오태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줘.”동혁의 말 뜻을 이
“나는 사람을 너무 업신여겨, 어쩔 건데?”동혁의 무심한 듯 말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기세를 담고 있었다.모두 어리둥절했다.‘부태서는 전전 시장 부천정의 손자지만, 이동혁은 진씨 가문의 폐물 데릴사위일 뿐이야.’‘두 사람의 신분과 지위는 하늘과 땅 차이야.’‘부태서가 국면을 전면적으로 장악하고 나서면, 이동혁은 그저 설설 기면서 모든 면에서 약세에 처할 수밖에 없을 텐데?’‘어떻게 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완전히 정반대가 됐지?’동혁은 끝없이 날뛰는 반면에, 부태서는 상대방의 핍박에 직면하고도 모호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태서야, 너 어떻게 된 거야? 병이 나서 정신이 흐릿해진 거야?” “네 앞에 있는 자는 폐물이야! 네 대단한 실력으로 밟아버려!”오태강은 부태서를 자극하며 응원했다.오태강이 이렇게 자극하자, 부태서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두 눈에 쌍심지를 켠 부태서가 동혁을 노려보면서 소리쳤다.“이동혁, 이번에는 내가 너를 건드린 게 아니야.” “빅토리아병원에 내 지분이 있는데, 네가 일부러 문제를 일으킨 거 아니야!”부태서의 대답은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났다.이 말은 아무리 봐도 동혁에게 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부태서, 나는 빅토리아병원 간판을 내릴 거야. 네가 이곳의 주주인지 거와는 상관없어.”동혁도 눈살을 찌푸리면서 짜증을 냈다.“너한테 동의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은 거니까, 바로 대답하면 돼. 그런데 왜 성가시게 자꾸 딴 얘기만 하는 거야?”“네가 말해도 소용없지만 어쨌든 말해 봐.”“너 대신 네 할아버지가 결정해야 돼?”동혁이 부천정을 언급하자, 앞서 블루라군 별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면서 부태서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우리 할아버지는 H시에서는 가장 큰 권력을 가진 토착세력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런데 그 설씨라는 녀석의 호통에 할아버지는 제대로 대꾸도 하지 못했어. 그저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나를 데리고 도망쳤지.”‘별장을 떠나기 전에도 내가 또 따귀를 맞고 쓰러졌
동혁의 말은 모두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빅토리아병원의 주주인 부태서 앞에서 빅토리아병원 간판을 내리겠다고 큰소리쳤어.’ ‘게다가 상대방에게 의견을 묻다니!’‘이건 면전에서 따귀를 때리는 것하고 무슨 차이가 있어?’오태강은 곧바로 웃음을 터뜨렸다.“이 자식, 그 일을 부태서에게 왜 물어? 네가 부른 7개 부문의 수장들에게 물어야지.”“저 사람들에게 물어봐, 부태서 앞에서 저들이 감히 빅토리아병원을 봉쇄할 수 있겠어?”오태강은 비꼬는 말로 조롱하면서 동혁을 보고 비웃었다.“하하, 당연히 감히 할 수 없겠지. 부태서가 누군데 말이야!”“부태서는 우리 H시 전전 시장님의 친손자야. H시 넘버원 청년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지!”“H시에서 부 전전 시장님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데.” “저 7개 부문 수장들이 감히 우리 빅토리아병원을 건드릴 수 있다면, 내가 이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저 사람들을 아버지로 모시겠어!”“이동혁, 넌 웃음거리가 됐지만 그래도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돼.” “오늘 부태서 씨가 있으니까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어...”나연지, 소태란 등도 큰 소리로 비웃었다.‘전전 시장의 손자도 우리 병원 주주인데 뭐가 무서워.’‘7 개 부처가 연합해서 법을 집행해도 상관없어.’‘오늘 70개 부서가 오더라도 못 해!’사람들의 조롱에 7개 부서의 수장들은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지금 황성민 같은 사람들조차도 동혁이 너무 서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비록 새 시장인 이동혁이 지위와 권력이 대단하다 해도.’‘부태서와 비교하면 확실히 평범한 수준이야.’‘부태서의 할아버지가 H시를 20년 동안 장악했던 전 시장 부천정이라는 걸 기억해야 해.’‘새로 부임한 시장이 부임하자마자, 현지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전 시장의 미움을 샀어.’‘정말 현명하지 못한 처사 아니야?’“나는 저 사람들에게 묻지 않았어.”차가운 눈빛으로 황성민 등을 힐끗 쳐다본 뒤, 동혁은 다시 부태서를
거들먹거리며 걸어오는 청년의 말투는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모두들 자기도 모르게 이 청년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오만하게 날뛰면서 걸핏하면 죽여버리겠다니, 도대체 누구야?’“부태서!”청년을 보자마자 황성민 등의 표정은 크게 변했다.온 청년은 뜻밖에도 전 시장 부천정의 손자 부태서!부천정은 H시에서 지 20년이나 시장을 지냈기에, 그의 손자가 누구인지 사람들은 당연히 잘 알고 있다.사람들의 반응을 본 오태강이 씩 웃었다.“보아하니 당신들 모두 부태서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모양이네.” “그래, 부태서도 여전히 우리 빅토리아병원의 주주야!”황성민 등의 표정은 안절부절 종잡을 수가 없었다.모두 부태서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라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었다.실제로 H시의 많은 회사들은 부태서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다. 그의 표면상의 신분은 한 투자회사의 사장으로, 여러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사실상 부태서의 투자회사가 이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할아버지 부천정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것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이 선생님.”골치아프게 됐다는 걸 깨달은 황성민이 재빨리 고개를 돌려 동혁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오늘 이 빅토리아병원의 간판을 내리게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저 부태서는 부천정 전전 시장의 손자입니다. 저희도 그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일 줄은 몰랐습니다.”황성민은 동혁에게 빅토리아병원 때문에 전전 시장 부천정과 충돌하지 말라고 일깨워준 것이다.이들은 부천정이 H시에서 가공할 만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훤히 알고 있었다.신구 시장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면, 누가 이기고 질지 정말 말하기 어렵다.“퇴직한 늙은이의 손자가 아주 대단하군요. 당신들 일도 그만두게 할 수 있겠어요?”동혁은 일곱 부서의 수장들을 향해서 싸늘하게 말했다.모두 동혁의 차가운 눈빛에 고개를 숙인 채 감히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마음속으로만 고통을 호소할 뿐!오태강과 어깨동무를 한 채 얘기를 나누던 부태서가 이
“엉엉, 태강 씨, 저 자식한테 또 맞았어!”나연지는 울며불며 오태강의 품속으로 달려들었다.“지금 그 녀석이 얼마나 날뛰는지 직접 봤지?”“당신 앞에서도 감히 나를 때렸어!”“저 자식은 내 얼굴을 때린 게 아니라, 분명히 태강 씨 얼굴을 때린 거야. 흑흑...”동혁에 대한 원한에 사무친 나연지는 끊임없이 오태강을 선동했다. 분노한 오태강이 손을 써서 동혁을 완전히 죽여버리도록!“됐어!”나연지의 울음소리에 짜증이 난 오태강이 나지막하게 소리쳤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동혁을 바라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새끼, 내가 방금 너한테 말했지. 나연지는 내 여자라고.”“감히 내 앞에서 내 여자를 때리다니, 나 오태강은 안중에도 없다는 거야?”오태강의 말투는 극도로 음산했다.정말 화가 났다는 것을 모두가 알 수 있었다.동혁이 씩 웃으며 말했다.“나는 너처럼 머리도 안 돌아가면서 시치미를 떼는 사람을 가장 싫어해. 나를 본 적도 없으면서, 무슨 수로 너를 눈에 넣는 걸 본다는 거야?”“네 면전에서 네 여자를 때렸는데도, 너는 여전히 이걸 물어보네.”“내가 티를 안 내서 그런 건가?”“그럼 내가 다시 네 면전에서 네 병원 간판을 내리게 해서 증명해 주겠어.”동혁의 이 말을 듣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숨을 들이마셨다.‘오태강이 아주 기고만장해서 날뛰는 건 자신이 여러 사립병원의 소유주이기 때문이야.’‘게다가 리성투자회사 사장 오한민의 친조카라서 밑천이 두둑하기 때문이자.’‘그러나 이동혁은 오히려 그보다 더 날뛰고 있어!’‘대놓고 오태강에게 나는 정말로 너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고 말했어!’‘이걸 오태강이 참을 수 있겠어?’과연 동혁의 말이 떨어지자, 오태강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마음이 평온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이를 악물고 있던 오태강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자 헛웃음을 터뜨렸다.“좋아, 좋아, 좋아! 네가 내 병원을 어떻게 문을 닫게 할 건지 내가 한번 보겠어!”“네가 7개 부서의 이 폐물들에게 시킬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