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혁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고, 심지어 손을 쓸 생각조차 없었다. 정대철의 여섯 부하들이 동혁과 선우설리에게 거의 다가갔을 때였다. 짧은 머리를 하고 체구가 우람한 남자 여섯 명이 무표정으로 갑자기 진료소 입구에 나타났다. 바로 김학수를 비롯한 6명의 국외 노병이다. 여섯 명은 각자 소매를 한 번 툭 털었다. 각자 손에 삼각칼 한 자루가 나타나더니, 일제히 손에서 칼을 내던졌다. 핑핑! 삼각칼은 총알을 쏘는 듯한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순식간에 정대철의 여섯 부하들의 얼굴과 머리를 관통했다. 정대철의 여섯 부하들은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그저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모두 쓰러져 죽었다. 그리고 그때. 새빨간 선혈이 삼각칼과 여섯 부하들의 상처 부분에서 천천히 흘러나왔다. 헉! 여섯 명의 부하가 순식간에 죽는 것을 보고 정대철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정대철은 깜짝 놀란 눈으로 갑자기 나타난 여섯 명의 국외 노병을 바라보았다. 김학수 등 여섯 명의 노병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가 여섯 구의 시신에서 삼각칼을 뽑았다. 여섯 노병은 삼각칼의 칼날에 묻어있는 하얀 가운을 입은 시신들의 핏자국을 닦아낸 뒤, 동혁을 바라보았다. “형님, 이 놈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김학수는 정대철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정대철에게 등을 돌린 채 동혁에게 물었다. “죽여!” 동혁은 가볍게 말했다. 김학수는 고개도 돌리지도 않고 소매를 가볍게 휘둘렀다. 삼각칼이 다시 손을 떠나 날아가서 정대철의 얼굴을 관통했다. 퍽! 그대로 비밀 대리모 조직의 두목 정대철이 죽었다. 풀썩! 수선화는 바로 무릎을 꿇고 말했다. “이 사장님, 잘못했습니다! 제발 죽이지만 마세요! 죽이지만 마세요! 제가 세화를 배신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세화에게 오명을 씌우지 말았어야 했는데…….”수선화는 눈물을 흘리며 미친 듯이 머리를 땅에 박았다. 그러자 머리에서 새빨간 피가 흐리기 시작했다. 비밀 대리모 조직의 사람들이 저렇게 손쉽게 죽는
수선화의 팔로워들의 분노는 곧 온라인 전체로 퍼졌다. 얼마 되지 않아 여기저기 모든 곳에 소식이 전해졌다. 이전에 세화에 대한 욕설과 공격이 모두 수선화에게 넘어갔다. 사람들은 역시 자신이 직접 본 것을 더 믿었다. 세화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보다는 동영상으로 명확한 근거가 뒷받침되는 수선화의 소식이 더 설득력이 있었다. “동영상의 그 남자 말이 맞아. 수선화은 완전히 천박한 년이야. 천박한 냄새가 동네 멀리까지 나는 그런 년!” “우리가 진세화에게 괜히 말도 안 되는 누명을 씌웠어. 어쨌든 이제 수선화가 말하는 한 마디도 믿지 않을 거야!” “진세화의 남편이 직접 가서 억울함을 풀어주다니. 그런 좋은 남자가 어떻게 정신병에 폭력적일 수 있어? 사건이 바로 잡힐 때까지 기다리자고.” 수선화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욕을 먹어야 했다. 수선화는 거만함으로 자신을 높이 치켜세운 만큼, 더 심하게 떨어져 내렸다. 결국 수선화도 사회적 매장이라는 맛을 보았다. 그리고 이미 명백한 증거들로 사실이 확정되었으니, 상황이 절대 뒤집힐 가능성도 없었다. 수선화의 팔로워 유입, 온라인 판매 등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리고 세화, 그녀에 대한 여론은 완전히 반전되었다. 심지어 극단적으로 노광훈 등 몇 명이 맞았다는 사실조차 부정하기 시작했다. 동영상에 동혁은 모자이크 처리돼 얼굴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동혁은 세화의 남편이었기 때문에 이번 일에 함께 연루되었다.물론 일이 단순하게 끝나지 않았다. 수선화는 곧 경찰서 사람들에게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 수선화가 위증을 해서 세화에게 더러운 오명을 씌워 세화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죄명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 짧은 동영상에 드러난 불법 대리모 매매, 살인 청부로도 수선화는 감옥에 갇히기 충분했다. 수선화는 앞으로 감옥에서, 상황이 반전된 세화의 화려한 복귀와 더 완벽한 인생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그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사실이다. 가란은행 본사 건물, 사장실. 휴
모태국은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며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진세화를 철저히 궁지로 몰아넣어서 진성그룹을 단숨에 죽여주지!’ “가자, 우리도 가서 보자고. 진세화는 H시에서 유명한 미인이니, 좌절하는 모습도 아주 색다를 거야!” 모태국은 부하 직원들을 이끌고 의기양양하게 가란은행을 떠났다. 진성그룹. “인영 씨, 은행에 빚진 대출이 얼마나 남았죠?” 세화는 책상에 기대어 조금 아픈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비서에게 물었다. 인터넷 여론은 반전됐고, 세화를 배신한 수선화도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하지만 세화는 조금도 기뻐할 수 없었다. 돈! 지금의 세화에게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 대규모의 직원들이 사직하여, 회사 내부가 어수선했다. 진씨 가문 가람들도 지금 가라앉고 있는 이 낡은 배에서 뛰어내려 혼자 살려고만 해서 진성그룹의 생사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공사 현장 쪽에서는 프로젝트 책임자인 유지태 등의 노력으로 정상적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번에 김대이에게 돌려받은 20억 원도 얼마 남지 않았다. 돈이 없으면 일이 중단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게다가, 주요 은행들의 대출이 끊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문제가 커졌다. 진성그룹의 공급업체들도 잇달아 돈을 독촉하기 시작한 것이다. 진성그룹에는 몇 년 만에 최악의 위기가 닥쳤다. 5년 전 진창하가 사고를 당해 진성그룹이 뿔뿔이 나누어졌을 때와 비슷했다. “진 사장님, 현재 그룹의 대출금은 각각 가란은행에서 100억 원, 유한은행에서 340억 원. 상업은행에서 180억 원, 외환은행에서 140억 원입니다.” “…….” 서인영은 서류를 펼쳐 보고했다. 서인영은 세화의 몇 안 되는 믿을 수 있는 부하였다.원래 재무 부서 이사였던 하훈석이 퇴사한 후 지금은 세화의 비서이자 그룹 재무 부서 이사를 겸하고 있었다. “모태국이 우리에게 800억 원을 뜯어낸 건 둘째 치고, 진성그룹 자체로도 800억 원의 대출이 밀려있다니!” 세화는 머리가 더 아파오며 절망감
“모 사장님, 저는 사장님께서 무슨 생각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진성그룹이 돈을 갚지 않으면, 결국 사장님의 가란은행도 100억 원의 악성 채권을 갖는 겁니다.” 세화는 모태국을 보고 화를 참지 못했다. ‘바로 이 사람이 뒤에서 부추겨서 지금 진성그룹의 위기를 초래한 거야.’ “그러니까 진 사장님의 말은, 진성그룹이 돈을 떼먹으려고 한다는 겁니까?” 모태국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언론 기자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여러분, 진 사장님의 지금 이 말을 잘 보도해 주세요. 진 사장님에 대한 온라인상의 풍문이 이제 막 반전되지 않았습니까? 모두가 진 사장님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진 사장님과 그녀의 대학 동창인 수선화는 같은 부류입니다. 하나는 배신자이고, 다른 하나는 신용을 지키지 않는 악덕 채무자입니다!” “쯧쯧, 예쁜 여 사장이 악덕 채무자라니, 얼마나 화제성이 좋습니까!” 모태국이 선동하자, 그 기자들은 또 세화를 향해 미친 듯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진 사장님, 방금 하신 말씀은, 자신이 악덕 채무자가 되겠다는 것을 인정하는 겁니까?” 그리고 한 기자가 큰소리로 물었다. “죄송합니다. 제 뜻은 결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세화가 황급히 해명했습니다. 여론의 압력은 그 어떤 공고한 지위나 평판도 모두 무너뜨릴 수 있다. 세화의 악덕 채무자라는 명성이 사실로 드러나면, 외부에서는 또다시 세화에 대해 욕을 할 것이다. 또한 세화는 지금 진성그룹을 대표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진성그룹은 다시 일어설 가망이 없었다. 동혁이 세화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여보, 해명할 거 없어. 이 기자들은 모태국이 일부러 부른 거야. 여보가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없다고. 가장 좋은 해결책은 진성그룹이 돈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거야. 반대로 사실로서 저들에게 뺨을 때려 본때를 보여주는 거지!”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길에 동혁은 이미 황지강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세화에게 보여주기로 약속한 그 성대한 불꽃놀이가 곧 시작될 거야.’동혁의 말
“소씨 가문 가주 소윤석!” “오씨 가문 가주 오종천!” “홀리데이주얼리그룹, 이향군 사장!” “천공그룹 H시 지사 원소강 회장!” “…….” 이 사람들의 말에 한때 세화를 절망하게 만들었던 800억 원이 넘는 빚이 한순간에 탕감되었다. 장내의 사람들 모두 놀라 멍해졌다. 심지어 기자들은 사진을 찍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세화는 이 사람들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그중에는 일류 가문의 가주도, H시의 대기업 사장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국적 기업의 지사장도 있었다. 이 사람들은 하나같이 모두 H시에서 일가를 이룬 유명한 사람들이다. ‘지금, 모두 함께 진성그룹의 빚을 갚으러 왔다고?’ ‘저 사람들이 진성그룹을 도와주다니?’ 세화가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 모든 게 속임수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혹시 모태국이 이 사람들에게 부탁해 나를 조롱하는데 도와달라고 한 걸까? 그래서 내가 진짜로 믿고 좋아하면 그때 제안을 부인해서, 사람들 앞에서 나를 더 망신당하게 하려고? 모태국의 얼굴에 놀라고 분해하는 표정이 동시에 보였다. 모태국 본인도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 모태국은 놀라면서도 너무 화가 났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강오그룹은 그렇다고 치고.’ ‘소씨와 오씨 가문 같은 일류 가문들까지 진성그룹 대신 빚을 갚으러 달려오다니.’ ‘설마 진성그룹에게 알려지지 않은 인맥이 더 있었어?’ 모태국은 세화를 보며, 세화 역시 의아해하는 표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때 갑자기 동혁이 말했다. “모태국, 함부로 추측할 거 없어. 이 사람들이 바로 내가 부른 사람들이니까.”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윤석 등을 진씨 가문의 이 바보 같은 사위가 부른 거라고?’ 소윤석 등을 다시 보니 그들은 뜻밖에도 동혁의 말을 부인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다시 깜짝 놀랐다. ‘진씨 가문의 이 바보 같은 사위에게, 어떻게 이렇게 넓은 인맥이 있었지?’ 모태국
세화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고 머릿속이 하얘진 지 오래였다. 그래서 동혁이 곁에서 하는 말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세화뿐만이 아니었다. 모태국, 각 은행의 행장들, 그리고 수십 명의 언론 기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장의 모든 사람들은 지금 눈앞에 벌어진 모습에 매우 놀랐다. 원래 주요 은행들이 대출을 중단하고 채권 추심을 진행해서, 진성그룹은 이미 막다른 골목에 몰린 줄 알았다. 그런데 상황에 이렇게 놀라운 반전이 일어날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다. 몇몇 일류 가문과 그룹이 자발적으로 진성그룹의 대출금 상환을 도왔다. 곧이어 또 다른 20개 이상의 큰 기업이 진성그룹에 투자하기 위해 달려왔다. 각 기업의 최소 투자금은 200억 원이었다. ‘이 대기업들이 미친 거야?’ ‘진성그룹의 신용이 바닥까지 떨어졌는데, 모두 다투어 투자를 하다니!’ “미쳤어, 너희들 모두 이상해!” 모태국은 펄쩍펄쩍 뛰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모태국은 갑자기 나타난 거물들 때문에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모태국은 얼굴이 화끈거렸고, 정말 동혁 말대로 뺨을 맞은 듯했다. 사실 모태국에게는 진짜 뺨을 맞는 것보다 더 충격이었다. 모태국은 앞에 있는 20여 명의 사람들, 일류 가문의 가주와 대기업의 사장들을 바라보았다.마지막으로, 모태국은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대신투자개발의 류진광을 바라보았다. “류진광, 너도 나와 맞서다니!” 대신투자개발도 가란은행과 마찬가지로 시청의 산하 기관이었다. 류진광과 모태국은 줄곧 사이가 좋았는데, 오늘은 모태국이 뒤통수를 맞았다. 류진광은 무시하는 어조로 말했다. “모태국, 넌 너 자신이 늘 대단하다고 착각해.” 류진광의 눈빛이 동혁을 향했다. 사실 오늘 류진광은 동혁 때문에 이곳에 왔다. 그리고 류진광과 함께 온 다른 20여 명도 모두 동혁 때문에 이곳에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날 건축자재협회 임시총회에 참가한 사람이라면 이 선생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지.’ ‘모태국이 감히 이 선생에게 대항하다니,
“유 행장님, 당신이 관여할 일이 아니에요. 어차피 돈은 우리 것이니, 우리가 쓰고 싶은 대로 사용하면 그만입니다. 단지 행장님의 은행에 우리 돈을 예금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오종천 등은 줄줄이 돈을 인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각 은행의 행장들은 곤욕을 겪으며, 이 모든 일을 초래한 화근인 모태국을 바라보았다. 모태국은 발을 동동 구르며 사람들에게 소리쳤다.“이건 모두 음모, 음모입니다! 당신들이 저희 은행들과 완전히 등을 지려고 이러십니까? 그렇게 되면 앞으로 대출도 받을 수 없어요!” 이런 기업들에게 있어서, 은행과 관계를 잘 맺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기업의 사람들은 모태국의 말을 그저 비웃을 뿐이었다. “모태국, 네가 잘났다고 생각하지 마. 우리는 은행에 밉보이고 싶지 않을 뿐, 은행에서 일하는 너같은 사람과는 얼마든지 맞서 싸울 수 있어.”“맞아, 마 사장님이 이렇게 흥분하다니, 악덕 채무자가 되고 싶은 건 아니죠?” 방금 모태국은 세화에게 악덕 채무자가 되고 싶냐고 비아냥거렸지만, 지금은 반대로 모든 사람들에게 야유를 받고 있었다. 모태국은 위협적인 표정으로 이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좋아, 너희들끼리 잘해봐. 감히 3대 가족에게 미움을 사고도 앞으로 당신들이 잘 지내는지 보자고!” 소윤석 등은 별로 두렵지 않았다. ‘법은 다수를 처벌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야.’ ‘여기 일류 가문이 이렇게 많고, 큰 그룹도 이렇게 많이 있다고.’ ‘이번에 서로 전에 없던 협력을 맺은 이상.’ ‘제아무리 3대 가문이라도 동시에 우리에게 복수할 수 없어.’ 소윤석 등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자 유덕화 등 행장들은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결국 소윤석 등이 나중에 돈을 인출하도록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미룰 필요가 없지.’각 가문과 기업은 일찌감치 사람을 배치해 가능한 한 빨리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도록 했다.1분도 채 안되었다. 유덕화는 유한은행 남강지사 사장의 전화를 받았다. “유덕화 행장, 올해 실적 심사
“하세량, 하세량을 만나게 해 줘! 나는 3대 가문의 사위야. 하세량이 무슨 근거로 나를 체포해?” 모태국이 아무리 떠들어도 경제수사팀 사람들은 수갑을 꺼내 망설임 없이 모태국의 손에 채웠다. 그렇게 아주 특별해 보이던 가란은행 모태국 사장은 끌려가며 망신을 당했다. 세화는 심호흡을 했다. 오늘 발생한 일들은 모두 세화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세화는 진성그룹의 운명을 구한 20여 명의 H시 재계 거물들을 보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이어서 세화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여러분, 왜 이 시점에서 저희 진성그룹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세화뿐만 아니라 현장의 많은 사람들도 동일한 의문을 품고 있었다. 이전의 진성그룹은 전혀 희망이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 20명 이상의 재계 거물들이 3대 가문의 미움을 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진성그룹을 지지한다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진 사장님, 사장님의 경영하에 있는 진성그룹이라면, 우리가 투자할 가치가 있습니다. 나는 진성그룹이 사장님의 경영하에 높이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소씨 가문의 가주 소윤석이 먼저 대답했다. 나머지 재계의 거물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소윤석 등은 동혁이 세화를 매우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동혁은 가진 힘을 드러내 보이고, 묵묵히 진씨 가문에서 데릴사위가 되어 기꺼이 세화의 들러리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화의 환심을 사는 것이 동혁의 환심을 사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었다. ‘나를 봐서, 진성그룹에 투자하는 거라고?’ 세화는 늘 이 이유가 매우 억지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재계 거물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떴고, 모두 떠나며 동혁에게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화는 순간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모든 상황을 눈치챘다. 세화는 줄곧 묵묵히 곁에 서 있던 동혁을 의심하며 보는 중이었다. “동혁 씨, 이 사람들 모두 당신이 불렀어?” “응, 맞아.” 동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세화는 기가 막힌 듯
갑자기 나타난 중년 남자의 관상을 보니, 충후하고 의리가 있으면서도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지금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천용훈의 촬영팀을 향해 말했다.“쳇, 원래 쇼를 강제로 차지하고서 구조 작업을 지체되게 만드는 거야!”중년남자의 말을 들은 주위의 자원봉사자와 병사들은, 일제히 경멸하는 야유를 보냈다.‘이 고무보트는 천용훈 촬영팀이 직접 가져온 줄 알았는데, 원래 구호물자인 줄은 몰랐네.’이제는 모두들 더욱 화가 나서, 잇달아 즉시 촬영을 멈추고 고무보트를 양보하라고 고함쳤다.사람들이 일제히 핍박하자, 천용훈 촬영팀은 난처해졌다.울그락불그락하던 그 스태프가 화가 나서 소리쳤다.“너희 가난뱅이들은 모두 입을 다물어!”“우리 천용훈 씨의 일은 하늘보다 더 대단해. 여기서 성가시게 개소리 하지 마!”사람들이 소리치자, 그는 또 고무보트의 주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가 고무보트를 빌려서 쓰겠다는데 어쩔 거야! 당신 돈을 원하는 거 아니야? X발, 뭘 그렇게 정의롭게 말하는 척하고 있어!”“자, 내가 바로 돈을 보내주겠어. 20만원이면 충분해?”“부족하면 내가 2백만 원 줄게. 됐지! 빌어먹을 거지들. 우리 천용훈 씨 돈으로 당신을 때려 죽일 수도 있어!”오만함이 극에 달한 그 스태프는 정말 핸드폰을 꺼내서 바로 돈을 이체하려고 했다.화가 난 중년 남자가 귀밑까지 새빨개지면서 소리쳤다.“누가 네 더러운 돈이 좋다고 했어!”“나는 단지 사람을 구하고 싶을 뿐이야. 이 고무보트는 내 것이야. 빨리 노인과 아이를 보트에서 내리게 하고 보트를 돌려줘!”중년남자는 말하면서 고무보트 안의 아이를 안으려고 했다.짝!갑자기 그 스태프가 중년남자의 따귀를 때리면서 소리쳤다.“잘 대해 주니까 고마운 줄을 몰라! 꺼져!”“왜 사람을 때려!”분노한 중년 남자가 뺨을 가린 채 소리쳤다.주위의 자원봉사자들도 천용훈의 사람들이 이 정도까지 날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너를 때렸는데 어쩔 거야? 천용훈 씨에게 미움을 샀
“됐어요, 됐어. 성가시게 굴지 말아요.” “이 영감님이 왜 이렇게 쓸데없는 말이 많아? 우리가 돈을 안 준 것도 아닌데!”“얼른 찍어!”스태프들도 더워서 견디기 힘들었다. 게다가 더럽고 냄새나는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기분이 좋다면 이상할 것이다.얼른 노인의 말을 끊었고, 입만 열면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노인은 임시로 구한 판자촌 주민이다. 원래 사회의 맨 밑바닥 계층의 사람이라 이런 사람들에게 감히 대들지 못하고 그저 서글픈 미소만 지을 수밖에 없었다.천용훈만 주변의 스태프들이 줄곧 자신의 시중을 드는 걸 즐기는 모습이었다.가끔씩 물을 마셔서 갈증을 해소했다. 또 수시로 화장도 고치면서, 수분을 보충해서 피부의 윤기도 지켜야 했다.이 촬영팀이 시끄럽게 떠들면서 주요 출구를 막는 바람에, 구조 작업을 하러 오고 가던 고무보트들 속도가 많이 느려졌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의 불만을 사게 되었다.그러나 천용훈의 주변에는 탄탄한 체구의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어서, 감히 따지러 오는 사람도 없었다.“여기, 여기 고무보트 좀 빨리 보내줘!”“한 노인이 집안에 갇혀 있어. 집안의 물이 이미 가슴까지 차올랐어, 빨리 구출하지 않으면 죽게 될 거야!”바로 그때 판자촌 골목에서 자원봉사자가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도 따라서 긴장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긴장해도 소용이 없었다.지금 모든 고무보트가 긴급 구조에 투입된 상태였다. 모두 갇혀 있는 주민들을 태우고 있어서 빈 보트는 하나도 없었다. 여분의 고무보트가 있을 수 있겠는가!“이봐요, 당신들 그 고무보트는 광고를 찍고 있잖아요. 우선 좀 빌려 씁시다!”구조에 참여했던 한 병사가 재빨리 다가가서 천용훈 일행에게 말했다.천용훈 주변에 있던 촬영 스태프가 바로 고개를 돌리더니 눈을 치켜뜨고 소리쳤다.“당신이 빌리겠다고 하면 빌려줘야 되는 거야? 우리 천용훈 씨도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걸 보지 못했어? 저리 꺼져!”오만이 극에 달해서 병사에게도 욕설을 퍼부었다
“문제가 없으면 그럼 즉시 출발하세요!”장가연은 바로 동혁에게 자원봉사자용 레드 재킷을 던졌다.‘이미 준비도 다 해놓은 걸 보면, 내가 승낙하지 않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모양이야.’래드 재킷을 입은 동혁은 회사의 자원봉사자 10여 명과 함께 출발했다.“여러분은 구시가지 쪽으로 가세요. 그곳에는 판자촌이 많은데, 이번에 큰 피해를 입어서 많은 시민들이 갇혀 있어요.”“에휴, 새 시장이 취임하면 구시가지를 재개발할 거라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언제 시작될지도 모르지...”H시상공회의소에서 설립한 한 사회복지단체에서, 동혁과 이런 자원봉사자들의 지휘와 조정을 맡고 있었다.자원봉사자 등록을 마치고 이들은 구시가지로 향했다.“구시가지 그쪽은 더럽고 지저분해. 물이 차면 틀림없이 오수가 범람할 텐데, 어떻게 우리를 저쪽으로 보낸 거야.”“이 사장님, 어쨌든 우리 회사 사장님이잖아요. 영향력을 발휘해서 좀 쉬운 일을 맡아서 하게 해주지 않으셨어요!”“용어에 주의하세요. 저는 전 사장이고, 지금은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근로자입니다...”“됐어, 원망하지 마, 뭘 기대한 거야? 어차피 쇼를 하는 거야. 천천히 늑장을 부리면 돼.”구시가지에 배정되었다는 말을 듣자, 원화투자회사의 직원들은 모두 불만을 내비쳤다.그들은 원래 동혁과 함께 쇼를 하러 온 건데, 전 사장인 동혁을 제외하면 회사 경영진은 한 명도 없었다.직원들은 모두 투자에 정통한 엘리트들이라서, 일반 직원들과 달리 마음속에 오만한 생각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앉아서 커피나 마시고 있으면 얼마나 좋아?’‘지금은 되려 궂은 일을 하거나 가장 더럽고 나쁜 곳에 가야 하니.’당연히 원성이 가득했다.동혁은 이 직원들을 힐끗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비록 이런 불평이 해고할 정도는 아니라 해도, 이 사람들의 이미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앞으로 사람을 쓸 때, 틀림없이 반영될 거야.’판자촌에 와 보니 역시 이곳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원래 저지대라서 물이 허리까지 차서 계속 차
말이 마친 동혁은 곧바로 설전룡에게 전화를 걸어서 H시 군부에서 병력을 보내 지원하도록 했다.동혁은 밤새 시장실에서 구조 계획을 총괄적으로 지휘했다.시의 직원들도 모두 동원되어 홍수 방지와 긴급 구조에 투입되었다.“시장님, 밤을 새우셨는데 먼저 들어가셔서 좀 쉬시지요.”임창호가 핏발선 눈으로 동혁을 보면서 말했다. 임창호도 사실 밤을 꼬박 새웠다.“그래요, 임 부시장님과 원 부시장님 두 분도 교대로 좀 쉬세요.”동혁은 일어서면서 임창호의 어깨를 두드렸다.‘어젯밤에 이 두 사람 모두 훌륭하게 대처했어. 비록 노회한 행정가들이라 해도, 정말 일을 해야 할 때는 여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문제는 사람을 어떻게 쓰는가에 달려 있어.’시청을 떠난 동혁은 집에 가서 아침을 먹고 잠도 좀 잘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전화를 한 통 받았다.[이 회장님, 이틀 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회사로 한 번 회사로 오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원화투자회사 부사장 장가연의 다소 쌀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동혁은 장가연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었다.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동혁은 더 이상 원화투자회사에 가 본 적이 없었다.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결정에 불복한다고 여길 것이다.“내가 곧 갈게요.”동혁은 다시 원화투자회사를 향해 출발했다.도로는 온통 진흙투성이였다.일부 물이 고여 있는 곳은 시민들이 줄을 묶고 지나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한번 보세요!”장가연을 보자마자 동혁에게 한 무더기의 신문을 주었다.“이게 뭔가요?”동혁은 호기심에 신문을 뒤져 보았다.[H시, 100년 만에 큰 폭우! 스나이더국제병원 등 5개 병원은 가장 먼저 의료진을 조직해서 긴급구조에 나섰다. 그 뒤의 이야기에 감동한 사람들은 눈물을...][스나이더국제병원 홍보대사인 인를루언서 천용훈, 구조 활동의 전면에 나서면서 훈훈한 감동!][하늘은 무정해도 인정은 살아 있어! 오늘 사람들은 리성투자회사 자원봉사자 팀에 감사를 표해...]...10여 개의 신문 기
“안전을 위해서 부사장님께서 바로 S시로 돌아가실 것을 건의합니다...”비서가 몸을 숙이면서 말했다.“S시로 돌아가? 왜 돌아가야 해? '오한민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멀지 않은 곳의 한 빌딩 옥상의 광고판이 강풍에 거리로 떨어지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오한민이 갑자기 크게 웃었다.“나 오한민을 위해서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가 닥쳤어! 이 얼마나 좋은 기회야!!”“이번에, 바로 그 어린 시장이 직접 와도, 이 오한민의 손에서 다섯 개의 병원을 내놓게 하지는 못해!”오한민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이 순간, 오한민은 새 시장조차도 하찮게 여기고 있었다!...반대편.동혁은 빅토리아병원을 떠나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하지만 길에서 갑자기 폭우가 들이닥치자, 귀가할 생각을 포기해야 했다. 동혁은 바로 차를 몰고 시청으로 달려갔다.“임 부시장님, 원 부시장님, 이번 폭우는 좀 갑작스럽네요. 우리 시의 배수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임창호와 원성배를 불러서 동혁이 직접 물었다.이번 폭우는 갑작스러울 뿐만 아니라 규모도 너무나 거대했다. 이전에 H시에서 본 적이 없었는데, 동혁은 가장 먼저 이상한 점을 느꼈다.“시장님, 기상예보에서 이번 H시에 닥친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다고 합니다. 아마도 배수 시스템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임창호와 원성배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해졌다.“견딜 수 없다니요? H시 수백만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에 관한 일인데, 그저 견딜 수 없다는 말 한마디면 끝입니까?”동혁의 앞에 있던 두 부시장은 곧 허리를 굽히고 대답했다.임창호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시장님, H시는 기초 건설공사가 원래 잘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배수 시스템은 더욱 오랫동안 손을 보지 았아서, 많은 하수도를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예년에도 매번 큰비가 내릴 때마다 H시는 이틀 정도 침수되었습니다. 이번에는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으니 말할 것도 없습니다.
3대 가문을 타파한 후, H시의 경영 환경은 가까스로 다소 호전되었다.동혁은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다시 사람들의 선동에 이용되면서, H시 민영기업들 사이에서 공포심이 조성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이동혁, 너 욕심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오한민은 화가 나자 헛웃음이 나왔다.그는 당연히 동혁의 좋은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의 알량한 생각으로 판단하면서, 동혁이 성공을 시기한다고 생각했다. 리성투자회사의 수중에서 이 사립병원들을 빼앗아서, 동혁이 꿀꺽 삼키려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오한민은 동혁의 뒤에 있는 7개 부서의 수장들을 힐끗 보고는 냉소했다.[말해봐, 이건 너 자신의 뜻이야, 아니면 네 뒤에 있는 사람의 뜻이야?]오한민은 비록 여러 차례 자신이 동혁을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동혁이 7개 부서를 부르고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게 만든 건, 결코 동혁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막후에 숨은 거물이 나와 이동혁의 갈등을 이용하기 위해서, 이동혁을 무기로 삼았을 거야.’동혁은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무심코 말했다.“네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 어차피 내 말은 이미 너에게 전했어. 듣든 안 듣든 그건 네 일이야.”동혁이 말을 마치자, 표정이 잔뜩 어두워진 오한민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봉인을 붙여!”황성민 등에게 지시한 뒤 동혁은 곧장 빅토리아병원을 떠났다.곧 빅토리아의 병원의 현관에 봉인이 붙었다.일부 문제가 있는 직원들은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다.문제는 모두 사람들이 일으킨 것이다.빅토리아병원은 문을 닫아야 하고, 당연히 이 사람들도 처리해야 했다.일반 직원들은 잠시 집으로 돌아갔다.그러나 동혁도 떠나기 전에 그들에게 빅토리아병원이 곧 이름을 바꾼 뒤 다시 문을 열 것이니, 직원들의 일자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을 보증했다.시장 자리를 대신 맡은 뒤에는 동혁이 고려해야 할 문제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예전처럼 일만 하고 뒤치다꺼리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
그러나 오한민은 결국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지금의 자신에게는 동혁을 죽일 능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원래는 사정우와 동혁 사이를 이간질해서, 이 두 사람이 죽기 살기로 싸우게 하려고 했다.가장 좋은 결과는 사정우가 동혁을 해치우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손을 쓸 필요 없이.오한민이 알게 된 소식에 따르면, 동혁은 촬영장에 달려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세화를 마중한 뒤에는 확실히 블루라군 별장단지로 가서 사정우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오한민이 보기에,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죽음을 재촉하는 행동이다.그러나 놀랍게도 한 시간이 지난 뒤, 빅토리아병원에 멀쩡하게 나타난 동혁은 여전히 기세 등등하게 날뛰고 있었다.사정우는 H시의 한 이류 가문의 폐물에게 반죽음이 된 상태였다.사씨 가문에서는 당연히 이 창피한 소식이 퍼져 나가지 않게, 빨리 덮으려고 했다.그래서 오한민도 블루라군 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었다.‘이동혁이 어떻게 조금도 다치지 않고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이런 의문들 때문에 오한민의 마음은 동혁에 대한 거리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오한민은 원래 신중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철저하게 계획한 뒤에 행동하는 걸 좋아했다. 여태까지 준비되지 않은 싸움은 하지 않았다.‘지금은 더더욱 경솔하게 이동혁에게 손을 대서는 안 돼.’[이동혁, 그럼 네가 며칠 더 날뛰는 모습을 지켜보겠어!]오한민의 이 말은 거의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내뱉었다. 공기 중에는 얼음 부스러기들이 가득한 것처럼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그러나 동혁에게 이런 말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동혁이 바닥에 널부러진 오태강을 발로 차서 나연지 앞으로 보내면서 말했다.“그놈을 데리고 꺼져. 빅토리아병원은 이제 문을 닫으니까 여기선 치료할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가서 치료해!”동혁 때문에 놀라서 간담이 서늘해진 사람들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핸드폰 화면을 통해 그 모습을 보고 분통이 터진 오
얼른 핸드폰을 받은 황성민은 동혁과 오태강에게 카메라를 맞췄다.“이동혁, 너 뭐 하려는 거야!”오태강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자, 도망치려고 힘껏 일어났다.펑! 한 발로 오태경을 발로 차서 바닥에 쓰러뜨린 뒤, 오태경의 앞에 간 동혁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오한민 잘 봐. 이게 바로 네가 나를 도발한 대가야.”[이동혁, 네가 감히!]오한민의 놀란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자기의 아들 오반석은 능력이 너무나 부족했다.그래서 오태강은 자신의 친조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역점을 두고 계속 양성한 자신의 후계자였다. 그래서 사립병원들을 모두 조카인 오태강에게 맡긴 것이다.‘이동혁은 지난번에 반석이의 두 다리를 부러뜨렸는데, 지금은 또 태강이에게 손을 대려고 해.’‘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이동혁, 네가 감히 태강이에게 손을 댄다면, 맹세하건대 나 오한민은 반드시 너와 끝장을 보겠어!]오한민이 분노하며 포효했다.이를 갈고 있는 모습은, 평소 TV 매체에서 항상 모든 걸 파악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투자계의 거물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더군다나 화면상의 위협은 동혁의 굳은 결심을 전혀 흔들 수가 없었다.“그럼 끝장을 보던가.”동혁의 냉혹하고 무자비한 목소리가 울리면서, 들어올린 다리로는 오태강의 한쪽 무릎을 힘껏 밟았다.“안 돼, 삼촌 살려주세요... 아악!”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더불어.동혁에게 짓밟힌 오태강의 한쪽 다리는 무참하게 박살이 났다!처참한 비명소리가 병원 1층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오랫동안 메아리가 계속되었다.복도의 사람들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나연지, 소태란 등 빅토리아병원 사람들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창백해졌다.아까 자신들의 따귀를 때렸던 동혁의 모습과 지금 동혁이 보여준 무자비하고 잔인한 모습을 비교하면서,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공포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7개 부문의 수장들조차도 모두 멍하니 동혁을 바라볼 뿐이다.새로 부임한 이 시장 나
[사람은 살아가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마련이지. 친구 사이에도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법이야.]오한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동혁, 네가 만약 나 오한민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나도 원한과 선입견에 전혀 개의치 않고 너를 친구로 사귀도록 하지.][반석이 부러진 다리는 치료하면 되고...]동혁조차도 오한민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좀 의아했다.‘그러나 내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닌데, 당연히 오한민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아. 이건 상대방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오한민처럼 순수하게 이익만 추구하는 괴물에게, 친구는 무슨 얼어 죽을 친구.’‘이익이 있다고 여기면, 언제든지 태도를 바꿔서 상대방을 칼을 찌를 수 있어.’“헐, 부모 자식 간의 도리가 정말 대단한 걸.”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 부사장이 이렇게 갈수록 냉혹하게 변하니, 당신과 나는 친구가 되지 못할 것 같아.”[그럼 상의할 필요가 없는 건가?]미소를 갈무리한 오한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병원 간판을 내려.]말을 마치자, 화면 속의 오한민이 손을 뻗어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는 아주 명석하게 분석했다.‘조카 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넘어간 이상, 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여전히 동혁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빅토리아병원이 문을 닫는 건 이미 확정된 거야.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어.’“잠깐.”동혁이 오히려 오한민을 부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오 부사장이 방금 사정우를 언급한 이상, 알고 싶은 문제가 있어.”[무슨 문제야?]오한민이 조용히 물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사정우가 우리 아내를 속여서 누드사진을 찍게 한 건, 네가 뒤에서 부추긴 거지?”잠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가, 오한민이 결국 입을 열었다.[오후에 비행기에서 뿌린 사진을 봤는데, 진세화 씨 누드사진은 찍지 못했던 모양이더군. 오히려 사정우의 애정 행각을 담은 사진을 보게 되었지.][나는 이동혁 네가 정말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