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혁의 말을 듣고 양지선 등은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방금 전에 동혁에게 사과하게 하고 호텔을 파산시키겠다고 큰소리쳤었다. ‘우린 정말 죽었다!’ “이, 사장님, 이렇게 신분이 높으신 분에게 저희가 어찌 감히 사과를 드려야 할지…….” 양지선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신분이 높다고?” 동혁은 표정을 가라앉히고 비꼬았다. “오늘 만약 내가 신분이 높지 않다면, 당신들이 내게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당신들에게 사과해야 하고, 그리고 인스타에 글을 올려 나의 호텔을 파산시키겠군!” 김전과 소진용 두 사람은 놀라 기절할 뻔했다. 동혁이 한 말은 그들이 방금 동혁을 위협할 때 한 말이다. ‘사장님이 모두 마음에 담아두고 있어!’ 양지선 등은 마음속 가득한 걱정과 긴장감을 느꼈다 ‘오늘 사장님의 미움을 제대로 샀으니 이번엔 어찌할 방법이 없어!’ 양지선은 다시 두려움에 온몸을 떨었다. “사장님,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사장님을 쫓아내지 말았어야 했고, 협박하지도 말았어야 했습니다…….” 양지선은 말을 하며 주위의 그 특전사들을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시커먼 총구가 그들을 가리키고 있었고, 손가락은 방아쇠에 놓여 있었다. 양지선은 동혁이 명령을 내리면 그 특전사들이 주저하지 않고 바로 발포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자신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인물 앞에서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아무런 변명도 못하고 사과만 늘어놓았다. “그럼 호텔의 다른 손님들을 쫓아내고, 호텔 전체를 봉쇄하고, 정상적인 영업을 못하게 할 수 있다. 신분이 높으면 이런 특권이 있는 겁니까?” 동혁은 계속 말했다. “누가 당신들에게 이런 특권을 주었습니까?” “어흑, 사장님, 다시는…….” 김전과 소진용이라는 평소 최고의 스타는 지금 너무 놀라서 펑펑 울기 시작했다. “닥쳐!” 동혁은 그들의 우는 소리에 짜증이 나서 또 고함을 질렀다. 두 사람은 서둘러 입을 막았고, 다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다행히 우리나라 대부분의 남자들이 당신들
백야특수부대의 특전사들이 서둘러 이동했다. 곧 난정호텔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밖에 서서 보고 있던 팬들은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백야특수부대가 호텔을 봉쇄한 뒤 자신들의 스타가 끌려가는 것을 목격했다. “무슨 일이지? 우리 오빠가 무슨 일 저지른 거 아니겠지? 흑흑!” “우리 오빠가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착한데 어떻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어? 이 병사들이 지켜주고 있는 게 틀림없어…….” 한동안 모든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추측했다. 호텔 안의 유진태와 직원들도 한참 만에야 정신을 차렸다. 유진태와 직원들은 자신들의 사장이 군부의 높은 신분일 줄은 전혀 몰랐다. ‘전화 한 통으로 백야특수부대를 소환하다니.’ ‘정말 대단해!’ 호텔 직원들은 모두 자신들의 사장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유진태는 공손히 물었다. “사장님, 나중에 그 스타들을 저희 호텔에 투숙하게 하시겠습니까?” 방금 그 스타들이 동혁의 미움을 샀다. 유진태는 동혁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여 또 다른 실수를 피해야 했다. 동혁은 말했다. “그들이 투숙하겠다고 하면 그러라 하겠지만, 다른 손님들과 똑같이 평등하게 하고 그 이상의 다른 대우는 할 수 없습니다. 물론 보안조치는 있어야 하지만 이전처럼 엉뚱하게 상식을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 동혁은 호텔 밖을 한참 동안 떠나지 않으려는 열광적인 팬들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통 이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가 없어.’ 전쟁터에 희생된 전사들이 이런 대우를 받는다면 동혁은 오히려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톱스타 몇 명이 뭐라고.’ “할 일 계속하세요. 저는 마저 밥을 먹어야 하니. 참, 아까 그 테이블 손님들을 다시 모셔와서 사과하고, 식사는 무료로 하세요.”동혁은 유진태 등을 내보내고 앉아서 계속 음식을 먹었다. ‘이렇게 많이 시켰는데 낭비하면 안 되지.’ 방금 쫓겨난 손님들도 난정호텔 직원들이 다시 모셔왔고, 계속 사과했다. 그들도 방금 일은 호텔과 무
동혁은 이번엔 확실히 좀 놀랐다. 동혁은 자신이 아무렇게나 먹을 것을 주문했는데 가격이 2억 원일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솔직히 말해서 양식은 전혀 그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아직 집에서 만든 요리가 훨씬 입맛에 맞았다. 하지만 천미는 굳이 여기서 먹으려 했고, 그가 한턱내겠다고 했으니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배를 채웠다. 동혁은 이런 것들은 조금도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왜, 놀랐어? 아까 주문할 때는 그렇게나 대범하게 시키더니?” 동혁의 안색이 변한 것을 보고, 천미가 고소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천미는 원래 4천만 원 정도만 써서 동혁을 곤란하게 만들 계획이었다. 동혁이 갑자기 1억 6천만 원에 가까운 돈을 더 쓰게 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세화의 평생 행복을 위해 2억 원 정도 쓰는 것도 가치가 있다. “동혁아, 봤지? 양식 한 끼를 대충 먹어도 이렇게 많은 돈이 드는 게 상류생활이야. 네게 세화를 이런 상류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줄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 천미는 이 기회를 틈타 바로 동혁의 심리를 공격했다. 그때 예상과는 다르게 동혁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천미 씨, 당신이 세화의 가장 좋은 친구라면서, 세화를 잘 모르고 이렇게 무시할 줄은 몰랐습니다.” “세화가 원하는 것이 당신이 말하는 상류층의 삶입니까? 세화는 사업을 잘 키우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을 원합니다.” “먹고 마시는 것이라면, 고급 호텔이든 길거리 포장마차이든 어디서도 먹을 수 있어요.” 천미는 동혁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천미는 당연히 절친인 세화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다. 세화는 확실히 동혁이 말한 것처럼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든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잘만 지내면 되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진성그룹의 영광을 재현하고 아버지 진창하의 이름을 바로 세우는 것과 같은 사업상의 성공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세화의 오랜 숙원이었다.천미는 화가 나서 말했다. “그래서 그것이 네가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데, 여전히 마음 편히 있는 핑계야
“난정호텔이 정말 네 것이라고?” 갑자기 천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말도 안 돼!’ ‘이 바보가 어떻게 난정호텔의 사장이 될 수 있지?’ 천미는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믿지 않으면 천미는 자신이 본 모든 것을 설명할 다른 이유를 찾을 수도 없었다. 2억 원이 천미에게 그리 큰돈은 아니지만, 천미가 알고 있는 동혁은 결코 이렇게 많은 돈을 낼 수 없었다. 난정호텔이 무료라고 하니 음식값은 무료였다. 동혁은 웃으며 말했다. “천미 씨, 아직도 세화를 부추겨 나와 이혼하라고 할 생각입니까?” 갑자기 천미가 당황했다. 전에 천미는 동혁이 가진 것이 하나도 없다며 계속 조롱하고 비난하며 세화와 이혼하라고 했다. ‘동혁이 어느새 이런 큰 호텔을 갖고 있을 줄을 생각도 못했어.’ 천미는 지금 동혁에게 자신이 심하게 뺨을 맞은 기분이었다. 천미는 어리둥절한 채로 호텔 계단을 내려갔다. 바로 그때 방금 양식을 먹던 손님 몇 명이 걸어 나왔다. 그들은 걸으면서 호텔을 칭찬했다. “이 난정호텔은 정말 서비스가 좋네. 그 두 스타의 경호원에 쫓겨났을 때, 호텔 측과 전혀 상관도 없었는데, 호텔 지배인이 직접 와서 우리에게 사과하고, 식사도 무료로 해 주다니.” “맞아, 우리도 많이 시켰는데, 두말없이 모두 공짜로 줬어. 이런 양심적인 호텔이라면, 앞으로 자주 와야지…….” 몇 사람이 난정호텔 이야기를 나누며 지나갔다. 천미는 그들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천미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동혁을 노려보았다. “동혁아, 설명해 봐. 어떻게 우리 말고도 다른 모든 레스토랑 손님들의 식사가 모두 무료가 됐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동혁이 말했다. “정말 뻔뻔하네!” 천미가 중얼거리며, 동혁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호텔 안에 큰일이 났으니 손님에게 보상하기 위해서 식사가 무료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격이 2억이 넘어도, 난정호텔 같은 큰 호텔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동혁, 이 바보 정말 괘씸하네!’ ‘호의를 베푼 건
“톱스타 두 명이 호텔에 묵으려고 손님을 쫓아다가 군부의 한 높으신 분을 건드렸나 봐. 그래서 특수부대로 호텔을 봉쇄했다고 하는데?” “그 톱스타들이 잡혀가서 반성문도 쓰고 인스타에 글도 올려서, 지금 온라인이 아주 떠들썩 해!” “그 높으신 분은 대체 누구길래? 대단하다…….” 류혜진은 평소에 엉망진창인 연예 뉴스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연예인이 이혼하면 온 동네가 시끄러워져서 짜증이 났다. 마치 이혼한 걸 본 적이 없는 사람들처럼 이야기했다. 하지만 류혜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난 곳이 방금 집들이를 한 난정호텔이라 관심을 가졌다. 류혜진이 이렇게 소리치자, 진창하와 세화도 관심이 생겼다. 모두 난정호텔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중 그들이 가장 흥미로워하는 사람은 바로 그 군부에 신분이 높은 사람이다. 인터넷 뉴스가 넘쳐났지만, 아쉽게도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그저 뜬소문 밖에 없었다. 동혁은 밖에서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웃었다. 그때 유진태가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그 두 스타가 글을 인터넷에 올렸고, 몇 분 만에 검색어 1위에 올랐습니다 덕분에 이제 난정호텔은 전국적으로 유명해졌어요. 객실과 연회장의 예약이 이미 3개월 후까지 꽉 찼습니다. 우리 호텔이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유진태는 흥분할 만했다. 올해 목표 성과를 모두 앞당겨 달성했기 때문이다. 사장님 덕분에 두 스타가 인스타에 반성문을 올리면서 난정호텔에 대한 큰 홍보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이번 일로 난정호텔의 뒷배가 탄탄해, 톱스타들도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앞으로 누구든 감히 난정호텔에서 행패를 부릴 수 없게 되었다. 동혁의 마음속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난정호텔이 이 정도 홍보로 돈을 더 버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동혁이 말했다. “그럼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더 주세요.” [제가 호텔의 모든 직원을 대표해서,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유진태는 더욱 흥분했다. 그가 이 좋은 소식을 호텔에 알
“그건 안돼! 내가 가야 해.” 세화는 여전히 동혁이 자신을 대신해서 가게 하고 싶지 않았고, 동혁의 말을 전혀 믿지 못했다. ‘그렇게 큰 주씨 가문이 어떻게 없어질 수 있어?’ 세화는 새 건축자재협회가 설립된 후 주씨 가문의 힘이 더욱 커질 것임을 알고 있었다. 내일 임시총회에서 주원풍이 문제를 일으킬지도 몰랐다. ‘동혁 씨가 어떻게 그런 압력을 견딜 수 있겠어?’ “세화야, 뭘 고집부리고 그래? 동혁이 가겠다고 하면 보내!” 그러자 류혜진은 일어나 딸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남자라면 이런 일은 당연히 동혁이 해야지. 아내 대신 남의 화풀이 좀 받으면 어때서? 우리 집에서 거저먹고 마시는데 그 정도 역할도 못 하면 여기 뭣 하러 살아.” 세화는 집에 돌아와서 줄곧 불안해했고, 류혜진은 그것을 보고 있었다. 류혜진도 세화가 간다면 분명히 괴로울 것이고, 천대를 받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류혜진은 동혁이 세화를 대신해서 모욕을 당하게 하려고 했다. “그렇게 결정해! 동혁아, 내일 네가 혼자 가서 참석해. 설사 주원풍이 네게 화풀이를 하더라도, 절대 전처럼 함부로 굴지 말고. 만약 또 우리 집에 폐를 끼친다면, 그땐 너를 용서할 수 없어!” 류혜진은 세화가 대답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딸을 대신해서 결정을 내렸다. “알았어요.” 동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세화는 류혜진의 말에 불만이 많았지만, 동혁이 여전히 자신을 대신해서 가겠다고 고집해서, 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 세화는 천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내일 임시총회에 가? 만약 가면 동혁 씨 좀 부탁할 게. 아무래도 주원풍이 동혁 씨를 귀찮게 할까 봐 걱정돼.” 지금 세화는 천미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언니가 박용구도 정리했으니 주원풍도 안 무서워할 거야.’ [그럼 그 바보가 대신 가는 거야?] 천미는 약간 놀랐다. 천미는 당연히 동혁이 세화를 대신해서 가길 원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떠나기 전에 동혁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
“건축자재협회가 성세그룹을 대놓고 도발하는군.” “성세그룹 사장이 황지강인데 주원풍은 정말 대담하네. H시에서 처음으로 황 사장에게 도전한 사람일 거야.” “황 사장은 말할 것도 없고, 며칠째 건축자재협회가 줄곧 성세그룹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는데, 보라고, 황 사장이 아무 반응도 하지 않잖아. H시 제일인 이씨 가문이 주원풍 회장을 뒤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봐. 그래서 황 사장도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어?” “그러게, 성세그룹이 건축자재협회를 해산시킨다 했을 때 얼마나 통쾌했는데. 그게 또 이렇게 얼마 안 돼서 무너질 줄이야 누가 생각했겠어?” 주위에서 임시총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이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동혁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 은근히 비웃었다. ‘무너진 다고?’ ‘문제는 무너진 사람이 누구냐에 달려있지.’ 동혁은 아무 말없이 초대장을 들고 바로 빌딩 입구로 갔다. 이번에 주원풍도 임시총회를 성대하게 치르기 위해 많은 돈을 썼다. 유니온빌딩 전체는 물론 길가까지 플래카드와 여러 색의 깃발이 가득 걸려있었다. 톱스타도 많이 섭외했다. 동혁은 대형 포스터에서 어제 만났던 김전과 소진용을 발견했다. 이 두 톱스타를 초대하는 데에도 상당히 많은 돈이 들었다. 빌딩 1층의 전시장 전체가 매우 성대하게 꾸며져 있었다. 고급차들이 줄지어 들어와 주차장을 꽉 채웠다. 모두 하나 같이 비싸서, 2억 원 아래의 차는 여기서는 전혀 볼 수도 없었다. H시의 모든 상위 1% 명문가외에도 많은 다른 도시, 심지어 국가적으로 유명한 기업과 가문이 대표를 파견했다. 어제 H시의 주요 호텔들이 모두 임시로 가격을 인상했는데, 호텔들에서 접대한 대부분의 고객을 임시총회에 참석하러 온 사람들이었다.주원풍은 주원그룹의 회장이자 전 건축자재협회의 회장이기도 했다. 그만큼 인맥이 넓어서 친구가 전국에 많았다. 그러나 동혁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결과, H시 제일인 이씨 가문이 이번에는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대학에 다닐 때 그들은 동혁을 알게 되었다. 육해진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동혁에게 시선을 돌렸다. “H시 제일인 이씨 가문의 큰 도련님?” “육 비서님, 정말 이씨 가문의 큰 도련님을 아십니까?” 모두가 부러워하며 육해진 등의 네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들 네 명은 모두 서경하 비서실장이 관리하는 주원풍의 건축자재협회 비서실에 영입되었다. 업무는 그 이사를 맡고 있는 암흑가의 두목들과의 접촉과, 동시에 주원풍을 도와 그들을 감시하는 것이었는데, 나름 출세한 셈이었다. 주위 사람들의 말에 서경하와 육해진 등의 몇 사람은 모두 웃었다. 육해진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씨 가문의 큰 도련님은 진작에 이씨 가문에서 쫓겨나더니, 지금은 남의 이름에 기대 허세를 부리는 폐물이 다 되었네. 하지만 어쩌지? 성세그룹도 곧 무너질 텐데. 이제 그 기댈 곳도 아예 없겠어!” 곽상원은 나서서 직접 주변사람들에게 동혁을 소개했다. “그의 이름은 이동혁, 우리의 옛 동창이자, 막 회복한 바보, 폐물입니다!” ‘알고 보니 허세를 부리고 사기를 치는 놈이었고만!’ ‘정말 이씨 가문의 도련님인 줄 알았네!’ 주변 사람들은 동혁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순식간에 그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그러자 천전은 또 다른 과장된 얼굴로 말했다. “그렇다고 너희들 얕보면 안 되지. 사실 우리 이 옛 동창의 신분은 그리 간단하지 않으니까. H시에서 말만 꺼내면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 “오, 그에게 또 어떤 신분이 있어?” 흩어지려 했던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는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 “진씨 가문의 바보 사위는 들어봤지? 그의 아내는 진세화라고, H시에서 유명한 미인이야!” 차신우가 말했다. 이 몇 사람은 마치 끝말잇기처럼 번갈아 가며 동혁을 조롱했다.동혁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경멸로 바뀌었다. “대단한 신분인 줄 알았더니 진씨 가문의 그 바보 같은 사위였군. 하긴 명성이 자자하긴 하지. 우리 집 어린아이들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하니까.” “그런 진세화가
“데릴사위라고?” 현수의 말을 들은 현수린 등 몇 명은 믿을 수 없었다. “현수야, 지금 농담하는 거야? 네 매형 옷은 싼 게 아니야. 딱 봐도 수제작 한 옷이라고.” “그리고 그 파텍필립 시계는 최소 2000만 원짜리야. 가짜 같지도 않은데?” “데릴사위이면 어떻게 이런 대접을 받아?” “게다가 네 매형은 딱 봐도 분위기가 못난 데릴사위 같지 않잖아.” 현수린 등은 서로 주절주절 한 마디씩 말했다. 그녀들 생각에 데릴사위는 잘 먹지도 입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여자 집에서 기도 못 펴고 설설 기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라면 그녀들은 눈길조차 주지도 않았다. 동혁은 말들을 듣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현수 말이 맞는데 이 여자들이 믿지를 않네.’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현수 말은 사실이고 저는 데릴사위가 맞습니다.” “그리고 당신들 생각도 틀렸어요. 데릴사위라고 해서 여자 집에서의 대우가 다 나쁜 것은 아니에요. 내가 지금 입고 있는 것도 아내가 특별히 날 위해 맞춤 제작한 거예요.” “제 손목시계도 내 아내의 절친이 선물해 준 거고요.” 동혁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세화는 내게 늘 잘해주는데, 절대 다른 사람들이 안 좋게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되지.’ “진짜 데릴사위 맞아요?” 동혁의 말에 현수린 등은 경악했다. 그리고는 동혁에 대한 그들의 태도에서 방금 전 느꼈던 적극성과 호감이 사라졌다. 현수린이 바로 눈을 부릅뜨고 불만을 터뜨렸다. “현수, 너 도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왜 네 맘대로 아무나 우리 모임에 데려온 건데?” “그래, 네 누나는 예쁘니까, 분위기를 띄우고 범현 오빠를 기분 좋게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데릴사위인 네 사촌 매형이 우리와 함께 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현수린의 표정에는 동혁에 대한 경멸의 기색이 역력했고 말투가 거침없으면서 귀에 거슬렸다. “현수, 넌 정말 아직 철이 없어.” 배경문이 선배 티를 내면서 말했다. “너 범현이 형에게 온
“누나, 소개할게. 이쪽은 모두 내 선배님들이야.” “여기는 배경문 형, 이쪽은 현수린 누나...” 현수는 이 젊은 남녀들 앞에서 매우 공손한 태도로 현소에게 차례로 그들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현수의 공손함에도 모두 건성으로 대답했고 심지어 현소가 누군지 알게 되자 태도에서 약간의 불쾌함이 느껴졌다. 특히 빨간 가죽 재킷을 입고 가느다란 허리를 드러낸 미녀인 현수린이 현소를 바라보는 시선이 곧바로 냉랭하게 바뀌더니 조금 더 자세하게 현소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다른 두 여학생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현소야, 네 누나가 정말 예쁘네. 아마 오늘이 지나면 범현 오빠가 너를 수제자로 삼고 중점적으로 키워줄 거 같은데?” 현수린이 약간의 미소와 함께 말했다. 현소는 그 말을 듣고 작고 예쁜 코를 찡그렸는데 왠지 모르게 불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예쁜 게 그 범현이라는 사람이 내 동생을 수제자로 삼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지?’ 여자는 본래 선천적으로 예민하다. 현수린의 표정이 분명하지는 않았지만 상대방이 드러낸 약간의 적개심을 현소는 예리하게 눈치챘다. 그녀는 현수린이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고 느꼈다. 동혁은 현수린을 힐끗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금까지 적극적이었던 세 남자는 현소의 정체를 알게 되자 그녀를 뜨겁게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했지만 태도는 그리 반가워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눈빛도 아까보다는 좀 더 수그러들었다. “정말 생기발랄하게 생겼네. 아쉽게도 범현이 형이 마음에 들어 하는 스타일이야. 우리에게 기회는 없을 거 같은데?” “그러게, 괜히 우리가 저 여자를 노렸다가 범현이 형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죽을 수 도 있어.” 두 남자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방금 전 두 사람의 입에서 나온 범현이라는 사람은 그 사람들이 모시는 스승님이었다. 이름은 왕범현이다.둘의 대화를 들어보면 이 왕범현의 성품이 어떤지는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수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그의 선배들은 명목
동혁은 현수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자신을 보자 현수가 여전히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혁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래.” “하하, 그러다 정말로 죽을 수 도 있어요.” 현수는 시큰둥하게 입을 삐죽거리며 거들먹거렸다. “우리 스승님이 어떤 분인지 알아요? 그분은 그냥 깡패가 아니에요. H시 전체에서도 적수를 몇 명 찾을 수 없다고요.” “내가 장담하는데 가면 얻어맞을 수 도 있어요. 그런데도 정말 갈 거예요?” 현수는 도발하는 눈빛으로 동혁을 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 동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더더욱 그 고수님의 실력을 보고 싶네.” “좋아요. 그럼 같이 가요.” 현수는 이를 갈며 독기 가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스승님께 수업을 받게 해 드리죠. 그러면 어른을 공경하는 게 어떤 건지 잘 알게 될 거예요.” 동혁은 여러 차례 현수의 아버지인 장영도를 벌주게 했고, 며칠 전 태백산장에 갈 때에는 운전기사로 삼았다. 그 일로 현수는 마음속에서 동혁에 대한 원한을 품고 있었고 줄곧 그를 혼내주고 싶어 했다. 현소는 현수가 나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현수, 너 내가 경고하는데, 네가 감히 형부를 함부로 대하면, 그때 가서도 내가 너를 가만히 두는지 잘 봐.” 현수가 자기 스승을 고수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현소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녀는 동혁의 실력을 믿었고 동생인 현수가 허풍을 떨고 있다고 느꼈다. ‘아직 어린 녀석이니 다 고수처럼 보이겠지.’ “난 그저 가지 말라고 주의를 준거야. 그리고 내가 아빠 대신 화풀이를 하려는 게 뭐가 잘못됐어?” 현수가 중얼거렸다. “내가 며칠 열심히 수련해서 직접 천화를 흠씬 두들겨 팰 거야. 그리고서 그놈이 내게 용서를 구하게 만들 거야.” 천화가 설전룡을 따라 무술을 익힌 후로 현수는 매번 말다툼이 있을 때마다 천화를 어찌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요즘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스승을 모
천미는 이미 서진만이 직원을 시켜 수십억을 빼돌리도록 지시한 일을 알게 되었다. 특히 그녀를 더욱 화나게 한 것은 이런 큰 일을 강오그룹이 있는 직원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원화투자회사는 지금껏 천미에게 아무것도 보고한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 사장이고 이런 일을 스스로 처리할 수 없다면 일찌감치 해고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 사장은 천미가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해고할 수 도 없는 동혁이었다. ‘처음부터 일을 잘 처리할 능력이 있다고 믿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일을 숨기고 내게 보고조차 하지 않다니.’ 천미는 너무나 화가 났다. “심 사장님 오셨어요? 이 사장님께서는 나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송소빈이 말했다. “회사 일을 처리하러 갔나요?” 천미의 말투가 좋지 않아 송소빈은 이상하게 여겼지만 차분히 대답했다. “사장님께서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러 간다고 하셨어요.” “이런!” 예쁜 천미의 얼굴이 분노로 순식간에 검붉게 변했다. “이런 놈에게 어떻게 회사를 맡겨서 경영을 해? 첫 출근 날부터 큰일이 생겼는데 개인일을 보러 나갔다고? 그러고도 회사 사장을 맡을 면목이 있어?” ... 동혁은 이미 회사를 떠나서 회사 내의 일은 모르고 있었다. 그는 회사를 떠나 바로 하늘 거울 저택으로 돌아왔다. “형부, 빨리 오셨네요.” 현소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동혁을 발견하고 반가워하며 뛰어왔다. 동혁은 현소의 생기발랄한 모습이 좋아 보였다. 동혁이 물었다.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고?” “저도 몰라요. 현수가 저하고 어디 좀 같이 가자고 했거든요.” 현소가 앙증맞은 작은 코를 찡그리며 말했다. “그 녀석이 요즘 뭘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어요. 갑자기 천화를 이기겠다고 난리법석을 떨지 모예요.” “밖에서 대단한 스승을 만나 하루 종일 무술을 수련한다나?” “부모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괜히 나쁜 사람이라도 만나서 이상한 걸 잘못 배웠을까 봐요. 마침 현수의 그 스승이 저를 보고
“알겠어요. 아빠. 좋은 소식 들려드릴게요.” 오반석은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사무실에서 나가려다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말했다. “참, 아빠, 그 천용훈도 제 친한 형이에요. 일전에 이동혁과 부딪혔을 때 잘만됐어도 그놈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었어요.” “그때 갑자기 하 선생이라는 인간이 튀어나오지만 않았어도 성공했을 거예요.” “나중에 형 소속사가 혜성그룹과 화해하려고 형을 쫓아냈는데 아빠가 절 봐서 형 좀 도와주세요.” 오한민은 이번 실패가 여간 달갑지 않았다. 아까부터 어떻게 원화투자회사의 그 2조 자금을 자기 소유로 삼을지 계속 궁리하고 있었다. 오반석의 말을 들은 그는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최근 한 연예기획사에 투자했는데 연예인이 부족하니 그 사람 보고 계약하라고 해.” ... 서진만을 감옥에 보내 동혁은 단번에 원화투자회사에서 자신의 최고 입지를 굳혔다. “송 이사, 직원들과 잘 살펴보고 투자할 만한 좋은 프로젝트를 알아봐요.” 사장실에서 동혁이 송소빈을 불러 분부했다. ‘투자회사에 이렇게 많은 자금이 있는데 그냥 썩게 둘 수 없지.’ 동혁은 좋은 프로젝트를 골라 투자해 성과를 내서 나름 세화의 기대에 부응할 계획이었다. 이어서 일부 회사 임원들이 와서 업무 보고를 했다. 동혁은 회사 업무의 방향성만 신경 쓰고 임원들이 보고하는 사소한 것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동혁이 임원에게 요구하는 건 간단했다. “제 밑에서 일하면서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째, 전 당신들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결과만 볼 겁니다.” “둘째, 절대 서진만처럼 자신이 똑똑하다고 자만하지 마세요.” 임원들을 가볍게 격려한 후 동혁은 그들을 돌려보냈다. 바로 그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그는 휴대폰 화면에서 뜻밖에도 현소의 이름을 보고는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그래 현소야, 무슨 일이야?” [형부, 저하고 함께 어디 좀 같이 가주시겠어요?] 맞은편에서 들려오는 현소의 부드럽고 애교 가득한 목소리가 동혁의 마음에
전에 다른 H국 사람들 앞에서 오만방자하게 날뛰던 대니얼이 오한민에게 꾸중을 듣더니 뜻밖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니얼은 정말로 가만히 입을 닫았다. 그가 골스 가문의 구성원이기는 했지만 가문의 핵심 구성원은 아니었다. 게다가 H국에 오기 전에 잘못을 저질러 가문에서 쫓겨나 Y국에서는 더 이상 지낼 수 없었다. 때문에 골스 가문 사람이라는 신분은 그에게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그가 영사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고 스탠슨 같은 사람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할 수 있는 건 사실 모두 오한민의 지원 덕분이었다. N도 이씨 가문의 돈세탁 조력자로서 오한민은 N도에서 상류층에 속했다. 그래서 H국 사람이든 외국인이든 모두 그에게 잘 보이려고 했다. “부사장님, 그 이동혁이 골스 재단을 무시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겁니다. 그러니 내게 시간을 줘요.” 대니얼은 오한민의 지원이 없다면 아무도 자신을 상대하려 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서둘러 오한민의 비위를 맞추며 약속했다. “나중에 얘기해요.” 오한민은 어두운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대니얼에게 계속 뭐라 하는 건 무의미해.’ 오한민은 가죽 소파에 다시 앉아 골치 아픈 표정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N도 이씨 가문은 오한민을 통해 동혁에게 3일 이내에 이천성을 돌려보내라고 경고했었다. 오한민은 원래 이 3일의 시간을 활용해 원화투자회사의 2조 자금을 손에 넣고 그것을 이씨 가문 몰래 챙기려고 했다. 그는 대니얼이라는 이름을 빌려 자금이 들어오면 해외에서 돌리다가 감쪽같이 자신의 해외 계좌로 입금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 겸사겸사 동혁도 붙잡아서 순순히 이천성을 N도로 돌려보내게 하려 했다.. ‘계획대로라면 모두 만족할 수 있었는데.’ ‘계획은 이제 물 건너갔고 이씨 가문에서 준 3일의 시간도 곧 끝나.’ 오한민은 자신이 동혁을 너무 우습게 봤다는 걸 인정했다. ‘아무래도 이씨 가문에 뭔가 상황 설명을 해야 할
“이런 쳐 죽일 H국 인간 놈, 네놈이 감히 우리 골스 가문을 모욕하다니.” 대니얼은 동혁의 말에 완전히 격노하여 얼굴이 울그락붉으락 했다. “골스재단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Y국 10대 재단 중 하나야.” “2조의 자금을 가지고 있다고 그렇게 거만 떨 수 있을 거 같아?” “네놈 같은 졸부는 우리 골스재단의 말단 직원보다도 못해.” 대니얼은 마치 꼬리를 밟힌 강아지처럼 동혁을 향해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그러나 그의 과민반응은 동혁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그래 봤자 무릎을 꿇고 투자해 달라고 빌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동혁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자 대니얼은 안색이 변하며 다시 뭔가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동혁은 더 이상 말할 틈을 주지 않고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죠.” “당신 때문에 내 인내심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당장 내 회사에서 나가요.” 대니얼은 분노로 몸을 떨었다. 그는 H국에 온 이후로 지금까지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었다. 오늘까지 동혁에게 체면을 구기는 수모를 당한 게 두 번이었다. 대니얼이 펄쩍 뛰며 소리쳤다. “H국 인간 놈, 골스재단과의 계약은 서 이사님이 너희 회사를 대표해 우리와 협의한 거야. 그런데 지금 와서 너 때문에 번복된다면 재계에서 회사 신용이 영향을 받을까 두렵지 않나 보...” 짝! 대니얼이 뺨을 세게 한 대 맞았다. 그는 소리를 질렀고 뺨을 가린 채 동혁을 노려보았다. “개X식, 감히 나를 때려?” “뭐, 이게 처음도 아니잖아요.” 동혁은 가볍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회사 신용, 내가 그런 걸 신경 쓸 것 같나요?” ‘돈 있는 사람이 갑이야.’ ‘내가 2조의 자금을 쥐고 있는 만큼 프로젝트가 있는 기업들에서 찾아와 내게 투자를 청할 수밖에 없지.’ ‘서진만처럼 무릎을 꿇고 투자해 달라고 하는 비굴한 무리는 어떻게 해도 결국 비굴하게 나올 수밖에 없어.’ 동혁은 달려오는 회사 경호원을 힐끗 쳐다보더니 담담히 말했다
“참회는 감옥에 가서 천천히 하세요.” 동혁은 서진만을 발로 걷어차며 경찰서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이미 밝혀진 문제 외에도 또 다른 문제가 있으면 그게 무엇이든 철저히 조사해 주세요. 저희 원화투자회는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습니다.” “회사의 이익을 해치는 이런 인간쓰레기를 우리는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서진만은 온몸에서 힘이 다 빠져 땅에 주저앉았고 눈에서는 생기를 잃었다. 그는 자신의 이번 인생이 이제 완전히 망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껏 자만한 자신이 너무나 미웠다. 사실 이번 일에 그가 구체적으로 개입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완전히 동혁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고 그래서 퇴로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덕분에 동혁은 지명박과 나영배, 두 사람을 붙잡아 경찰에 신고하면서 쉽게 서진만을 잡아가게 할 수 있었다.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서진만은 원통했지만 결국 수갑이 채워져 울면서 끌려갔다. ‘방금 전까지 거들먹거리던 서 이사가 이 사장님께 완전히 제압당했어.’ 원화투자회사의 직원들은 모두 연신 감탄하며 동혁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다. “서진만 씨가 비운 자리는 송 실장에게 맡겨요. 이번 일을 잘 처리하려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서진만이 끌려가자마자 동혁은 인사이동을 발표했다. 일방적인 지시로 그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다. 이사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됐던 몇몇 임원들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실망감이 가득했다. 송소빈이 이번 사건에서 어떤 모습이었는지 눈치 빠른 사람들은 모두 다 보고 있었고 그녀가 서진만에게 농락당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동혁은 빈 이사 자리에 송소빈을 앉히고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 이것으로 회사 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대신했다. 전에 동혁이 서진만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때 그들 중 아무도 나서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동혁의 지시에 아무도 감히 불만을 제기할 수 없었다.이번 일을 통해 동혁은 투자회사를 성공적으로 장악하게
서진만은 동혁이 자신과 타협하지 않기 위해 취임 첫날임에도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비서를 강제로 경찰에 넘긴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일을 모든 직원들이 다 지켜봤어.’ ‘중요한 순간에 자기 사람을 팔아먹는 상사를 누가 의지하려 하겠어?’ 동혁이 어떤 결정을 하든 이번에 서진만이 보기에 자신이 모두 이긴 것과 같았다. ‘이렇게 허세를 부리다간 결국 조만간 순순히 내게 무릎을 굻을 거야.’ “이번엔 내가 너무 성급했어.” 서진만은 가만히 생각하다 일어나 대니얼과 악수를 했다. “대니얼 씨, 그럼 제가 식사 대접 하겠습니다. H시에 있는 가장 전통 있는 스테이크 레스토랑을 알고 있거든요.” “하하, 제가 또 스테이크를 아주 좋아합니다.” 대니얼은 크게 웃었다. 두 사람은 동혁을 무시한 채 어깨동무를 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 순간 의자에 앉아있던 동혁이 고개를 돌려 보지도 않고 말했다. “잠깐만요. 제가 가도 좋다고 했나요?” “왜요? 이 사장님께서 저희와 함께 가서 밥을 얻어먹으려고 그러십니까?” 서진만이 고개를 돌려 냉소했다. 동혁은 웃으며 말했다. “전 단지 서 이사님께 운이 좋으면 아마 10년이나 8년 후에야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알려주려고요.” “이 사장님, 그게 무슨 뜻이죠? 사장님에게 정신병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 제게 헛소리를 하는 건가요?” 화가 난 서진만의 얼굴이 붉어졌다. “타닥타닥...” 바로 그때 회의실 밖 복도에서 갑자기 어수선하고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문이 “쾅”하고 열리며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서진만 씨가 누군가요?” 선두에 있는 대장이 물었다.서진만은 놀랐지만 침착하게 물었다. “저는 서진만인데요. 무슨 일이죠?” “당신이라고요?” 대장이 그를 보고 손뼉을 쳤다. “데려와!” “지명박 씨야.” “나영배 씨도 있어.”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고 회의실 직원들 사이에서 놀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진만 씨, 이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