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이렇게 패기가 있어서, 지금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을 줄은 몰랐어요.”손복기에게 차를 따르면서, 한편으로는 웃으면서 말했다.진루안이 마침내 말을 하자 손복기는 온몸의 팽팽한 신경도 많이 풀렸다.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번에는 내가 완전히 졌어요.”“내가 지금 사과하러 왔습니다.”“겨우 사과한다고요?”찻주전자를 거둔 진루안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손복기를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손복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안색이 더없이 복잡해졌다. 결국 이를 악물고 주먹을 쥐고 진루안을 향해 말했다.“지금부터 나 손복기는 오직 당신의 지시만을 따르겠습니다.”“보아하니 당신이 내게 고개를 숙이는 게 달갑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진루안은 손복기가 충성하겠다고 말했음에도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고, 오히려 표정이 좀 더 일그러졌다그가 원하는 것은 기꺼이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지, 상황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 아니다.“지금 이후로 나 손복기는 오직 당신의 지시만을 받을 것입니다!”손복기는 이번에는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진루안을 향해 절을 했다.이렇게 높은 지위에 있는 그가 지금 굴복을 선택하자, 대책임자 최시유는 놀라서 눈을 부릅뜬 채 믿을 수가 없었다.그러나 이것은 사실이다. 손복기가 아주 고귀하다고 해도 그는 지금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말해 봐요, 손하림이 당신을 밀어냈어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나에게 올 리가 없지요.”만족한 진루안은 웃음을 지으면서 손복기에게 자세히 물었다.손복기도 지금 이 결과를 받아들였다. 지금부터 그는 바로 진루안의 사람이다.지금 그는 손하림에게 전화했던 모든 것을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그래서 이제 소주님만이 이 일을 막을 방법이 있습니다.”손복기는 얼른 태도를 표명하면서 진루안에게 아부하였다.진루안은 아부하는 말을 차단하고, 손복기를 힐끗 쳐다보며 놀리듯이 말했다.“아이고, 지금은 내 죄가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도 그런 자각은
“당신은 내가 왜 당신을 놓아주었는지 잘 알아야 합니다.”“내가 악을 원수처럼 대하는 성격인데, 당신처럼 부패한 사람을 풀어준 것은 바로 이런 것들 때문입니다.”“그리고 나는 당신이 지금 나의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일깨워 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손하림에게 알려진다면, 당신은 살 수 없습니다. 그는 절대로 당신이 그를 배신하게 놔두지 않을 겁니다. 특히 그 사람이 또 나라면 말이지요.”“그래서 당신은 손하림을 철저히 팔아먹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야 당신이 무사할 수 있습니다.”“그리고 한 번 생각해보세요, 손하림이 쓰러진 후에 손씨 가문의 가주는 누가 될까? 생각해 봤어요?” 진루안은 농담하는 듯한 눈빛으로 손복기를 쳐다보았다. 이렇게 묻자 손복기의 마음이 간질간질해졌다.‘만약 손하림이 무너진다면 그의 아들, 손자 따위도 무너질 거야. 그렇다면 손씨 가문은 결국 내가 마음대로 하지 않겠어? 내가 손씨 집안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거야?’이렇게 생각한 손복기는 바로 피가 끓어올랐다.이미 우울한 기색도 없었고, 확고하고 결단력이 있는 표정으로 진루안을 다시 바라보았다.“말할게요, 내가 다 말해줄게요.” 손복기는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진루안이 그의 말을 듣지 않을까 봐 유난히 적극적이었다.진루안은 가볍게게 웃으며 최시유를 힐끗 보았다.최시유는 노트와 펜을 꺼내고 손복기를 바라보았다.손복기는 이렇게 하나씩, 손하림이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저질렀던 나쁜 일들을 전부 자백했다.그가 말한 이 인물들을 듣고 진루안은 은근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손하림이야.’만일 그를 건드리면 반드시 여러 큰 성과 대도시들, 그리고 여러 업종에 얽히게 될 거야.’진루안이 손복기를 놓아준 이유는, 그에 비해 손하림의 해악이 더욱 컸기 때문이다.‘이런 사람이 계속 일을 저지르게 놓아두면 조만간 큰 사고가 날 거야.’그래서 진루안은 손복기 한 명은 놓아줄 수 있지만, 손하림은 절대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자신이 손복기를 가만두지 않더라도
경도, 자룡각, 국왕 사무실 안.전화를 들고 있던 국왕 조의는 오랜 침묵 속에 빠졌다.그러나 진루안도 시종 더 말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자신이 해야 할 말을 모두 국왕 조의에게 말했을 뿐이다. 조의가 어떻게 선택할지에 대해서는, 그 자신이 관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다만 손하림이 북정왕과 연관되어 있어서, 이 일은 국왕 조의조차도 마음을 가라앉히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마침내 오랜 침묵 뒤에 국왕 조의가 말을 하면서, 자룡각 사무실의 조용한 분위기를 깼다.“이 일은 잠시 그만두도록 해. 손하림이 경솔하게 행동하게 해서는 안 돼. 그러나 손하림의 세력이 갈수록 커지게 내버려 두어도 안 돼.”“진루안, 네가 한 일은 옳았어. 손복기의 문제보다 손하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해.”“올해는 잠시 손복기를 쉬게 하고, 내년에 내가 직접 자리를 알아볼 테니 안심해.” 국왕 조의는 평범한 말투로 진루안과 대화했다.국왕의 뜻을 듣자, 진루안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국왕 조의가 자신의 마음속으로 똑똑히 알기만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아.’[모든 것은 국왕 전하의 뜻에 따라 처리하겠습니다. 그러나 천촉성 금구시는 정돈해야 하니, 어쩌면 제가 대신의 위치를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국왕께서 양해해 주기시를 바랍니다.]“하하, 얼마든지 해. 나는 여전히 진루안 너를 믿어.”조의는 이 말을 듣자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웃음소리가 자룡각의 분위기를 완전히 정상으로 만들었다.진루안은 국왕 조의에게 한마디 했을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진루안의 지위는 금구시의 일에 직접 참여할 자격이 있다. 진루안이 국왕에게 직접 말할 필요도 없다.국왕에게 말한 것은 단지 그에 대한 일종의 존중일 뿐이며, 또 자신의 태도도 표명했을 뿐이다.“진루안, 서남쪽 국경에 가보겠다고 하지 않았어? 언제 갈 거야?” 국왕 조의는 화제를 바꿔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진루안이 이전에 경도에 왔을 때 서남 변경의 일선 전비구로 가겠다고 말했고, 조의는 줄곧 이 일
‘유독 동청왕인 백무소는 수중에 병력도 별로 없어. 전신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는, 방촌산 위에서 매일 새를 기르고 개와 산책하면서, 편안하게 산다고 할 수 있지.’‘그러나 동청왕이 충분한 병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언젠가 큰일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어.’‘임페리얼 이쪽은 병력이 여전히 너무 적어서, 3왕과 전혀 같은 체급이 아니야. 궐주인 진루안이 더욱이 용국의 새로운 전신이니, 절대 이렇게 초라해서는 안 돼.’‘3만 명이 채 안 되는 이 병력은 비록 백무소가 직접 정한 것이지만, 그것은 태종께서 임페리얼을 꺼리면서 두려워했기 때문이야.’그러나 조의 그는 결코 소심한 국왕이 아니다. ‘설령 임페리얼이 50만 대군을 조직한다 하더라도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용국 전체의 군부는 족히 삼백만 명이나 돼. 각 군은 모두 국왕의 명령에 따르고, 행장을 꾸리고 출발을 기다리고 있지.’그가 지금 유일하게 고려하는 것은 진루안의 미래이며, 임페리얼의 미래이다.“진루안, 오늘부터 병사를 모집해. 금오위는 만 명, 금황위는 만 명으로 확충해.”“교정대대는 2천명, 임페리얼 해군은 2만명, 임페리얼 공군은 5천명으로 확충해.”“임페리얼의 재래식 육군은 5만 명으로 확충하자.”“특수부대는 3천 명으로 하자.”“이렇게 하면 모두 10만 대군이지. 이러면 너희 임페리얼의 지위와 대등하게 부합돼.”국왕 조의의 말은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특히 새로 병사 수를 늘려서 3만 명 미만의 병력을 바로 10만 명으로 확충하라고 했으니, 국왕 조의의 패기가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진루안은 이것이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알지 못했다. 임페리얼은 병력을 늘일 필요가 전혀 없다. 3백만 대군의 군부 사람들은 결코 호락호락한 사람들이 아니다.조의는 진루안의 의구심을 품은 것을 생각한 듯, 진루안이 묻기도 전에 먼저 웃으며 대답했다.“너도 의구심을 가질 필요가 없어. 내가 임페리얼을 확장시키려는 이유는 역시 북정왕 때문이다.”“너는 오로지 손하
이는 정말 사람을 놀라게 만들었다. ‘다른 성의 왕이, 30만 대군을 손에 쥔 왕이 뜻밖에도 손하림의 손자라니?’진루안은 마치 운명이 자신에게 거대한 농담을 한 것처럼 느껴졌다.“예전에 손하림의 큰아들은 출생한 뒤에 북관성의 이씨 집안의 양자로 들어갔어. 그때 난리통이던 시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출산능력을 잃었기에 양자를 들이는 것이 아주 정상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해.”“원래 이씨 가문의 가주도 전란으로 출산 능력을 잃었기에, 손하림이 양자를 보냈어. 그 아이가 바로 현재 북정왕 이광정의 친아버지니까, 북정왕은 당연히 손하림의 손자가 되지.”“비록 한쪽의 성은 이씨이고, 다른 한쪽의 성은 손씨지만, 핏줄은 속일 수 없어.”“이 역시 내가 너를 걱정하는 이유야. 임페리얼이 반드시 병력을 끌어올려야 북정왕의 보복에 저항할 수 있어. 그러기 전에는 손하림을 상대하지 마.”군비 확장을 해서 미래의 위기에 대비하는 것이다.아니면 손하림의 징벌을 포기하고, 이 재상이 법망을 벗어나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진루안 앞에는 지금 두 가지 선택이 놓여 있는데, 그는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거의 망설이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천촉성과 고평성 서남쪽 국경에 있는 3만의 변방군을 우리 임페리얼에 확충해서, 그들이 재래식 육군의 일원이 되게 할 수 있습니까?]진루안은 필연적으로 손하림을 해치워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군세 확장은 필연적이다.‘그렇다면 군대를 확장해야 하는데 전부 신인으로 모집할 수는 없어. 반드시 직접 전장에 참여한 경력이 있는 변방군이 반드시 있어야 해. 내 수족과도 같은 형제들, 전우들이 가장 좋은 선택이야.’‘이 형세를 이용해서 그들을 수중에 넣고, 신속하게 계급을 올려서 그들의 대우를 좀 더 좋게 할 수도 있어.’‘만약 계속 군부의 관할에 속한다면, 그들은 비위를 맞추거나 선물을 보내지도 않고, 아부하지 않는 강직한 성격이니 평생 서남쪽 국경에 남게 될 거야.’‘존경할 만한 전우들 중에는, 심지어 40세가 되어도 결혼한 적이 없
국왕 조의와의 통화를 마친 후 진루안이 시간을 보았는데, 지금은 벌써 11시였다. 표창룡과 진도구가 데리고 간 임페리얼의 병사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바로 자신이 기현 진씨 가문으로 돌아가기에 가장 좋은 시기였다.“최시유?” 진루안은 소리쳐서 대책임자를 불렀다.대책임자 최시유는 정원에 있다가, 진루안의 외침을 듣고 급히 홀로 달려갔다.“궐주님, 저를 찾으십니까?”“차 한 대를 준비하고, 나와 함께 기현으로 가자.”“네, 제가 직접 운전해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최시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원인을 묻지 않았다. 어차피 진루안이 무슨 일을 한다고 해도 당연히 그 나름대로 근거가 있을 것이다.밖에 나간 그는 바로 지프차를 동원했고, 직접 차를 몰고 진루안을 기현으로 데려다 주었다.장원을 나온 진루안은 지프차에 올라 기현으로 곧장 달려갔다.기현과 금구시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아 전속력으로 가면 1시간 반이면 충분하다.손복기의 일을 해결했으니, 당연히 진씨 가문에 가서 진봉상을 죽이는 것이다.진루안은 진봉상 그를 두고 오랫동안 생각했지만, 여전히 마음속의 살기를 억제하지 못하고 그를 죽이려 했다.‘설사 할아버지가 진씨 집에 있다 하더라도 나를 막을 수 없어.’‘아무튼 할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든 이 진봉상은 반드시 죽일 거야!’‘아무도 내 부모를 모욕할 수 없고, 아무도 내 할아버지를 불경할 수 없으며, 더욱이 감히 이렇게 나를 모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진봉상이 그런 말을 한 이상, 내가 자기 편인 사람을 죽였다고 탓할 수 없어.’강호의 사람들은 생사가 모두 정상이다.진루안이 피비린내 나는 수단으로 사람을 죽여도 아무런 죄책감도 없었다. 필경 진봉상은 일반인이 아니다.‘게다가 말을 잘못했고 일을 잘못한 데다가 나를 음해하려 했으니, 대가를 감당해야 해.’한 시간 반의 여정에서. 최시유는 진루안의 지시하에 기현을 경유한 뒤 진씨 가문이 있는 작은 산촌으로 곧장 달려갔다.진씨 가문의 산촌은 지난날과 다름없이 평온했다. 진루
이 역시 그가 진봉상을 만나려는 이유이기도 했다.“아버지, 이제 한 번의 기회만 있으면 원로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대원로인 진룡강을 가주의 자리에 올릴 수 있는 기회도 있습니다.” 진태균의 눈에 교활한 음흉함이 번뜩였고, 입을 헤벌리고 웃고 있었다.진봉상은 자신의 이 아들이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앞서 진루안에게 함정을 팠지만 실패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 다만 진루안의 배경이 너무 깊어서 그가 대처할 수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만약 진루안에게 그렇게 큰 권리와 배경이 없었다면, 진태균의 음모와 함정으로 인해서 감옥에 갇히게 된 사람은 필연적으로 진루안이지, 그의 두 손자가 아닐 것이다.그래서 진태균의 음모와 수법을 그는 여전히 믿고 있었다.이렇게 여러 해 동안 진태균은 그의 아들이자 심복이었다. 진태균이 없었다면 진봉상은 손에 든 총칼이 없는 것과 같았다.“말해 봐, 무슨 방법이야?” 진봉상은 호기심과 기대가 가득한 기색으로 자신의 큰아들에게 물었다.진태균은 입을 벌리고 음산한 미소를 지었지만, 밖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본 후에야 진봉상의 귓가에 엎드려 작은 소리로 말했다.“나는 이미 대원로인 진룡강에게 물어본 적이 있어요. 우리가 그가 가주가 되는 것에 동의하기만 하면, 그는 아버지의 원로 신분을 회복하고 심지어 한걸음 더 나아가 넘버2의 원로가 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했어요.”“네가 그 늙은 물건과 연락했어?” 그 말을 들은 진봉상은 갑자기 안색이 크게 변하면서, 진태균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는 대원로인 진룡강이 결코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특히 그들의 어른으로서 진씨 가문에서 현재 항렬이 가장 높지만, 그의 나이는 결코 많지 않았다. 단지 그보다 다섯 살 위일 뿐이고, 지금도 80세에 불과하다.80세의 고대무술 수련자는 일반인의 장년처럼 아직 풍전등화의 경지에 이르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정상적인 고대무술 수련자는 연기 경지가 되기만 하면, 120세의 수명을 가진
“예, 아버지.” 진태균은 더욱 득의양양 했다. 아버지가 넘버2의 원로가 되기만 하면, 그의 지위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고, 그들 이 진씨 일가의 자제들도 모두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진봉교는 꺼질 수밖에 없어, 누가 그의 아들 며느리의 생사도 모르도록 했어. 손자는 또 진씨 가문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으니, 이것은 후손이 없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어?’‘이런 사람이 어떻게 가주가 될 자격이 있어?’진태균은 생각할수록 득의양양 하면서 마음은 아주 편안했다.세 사람은 진씨 가문 마을의 가장 큰 정원에 왔다. 이곳은 바로 가주의 거처이며, 동시에 조사당과 회의를 하는 사랑채도 있는 곳이다.진봉상은 규칙을 잊지 않아서, 큰아들과 큰손자를 데리고 조사당에 와서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향을 피웠다.그 후 세 사람은 비로소 사랑채 안으로 들어갔다.“어, 그 늙은이가 기꺼이 나오겠어?”진봉상이 사랑채 안에 나타난 것을 본 대원로 진룡강은 참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조롱했다.진봉상은 진룡강을 깊이 바라보았다. 지금 진룡강이 가주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는 이전처럼 제멋대로 할 수 없었다.“대원로, 걱정되는군요.” 진봉상은 성실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진룡강을 바라보았다.진룡강은 처음에는 멍해졌다가 나중에는 눈빛이 복잡해지면서 웃었고, 마음속으로는 더욱 의기양양해졌다.‘진봉상이 이렇게 예의를 갖추는 것은, 필연적으로 잠시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기 때문이야.’‘그게 똑똑한 사람이야, 똑똑한 사람은 언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바로 아는 거야.’진룡강은 옆에 있는 서열 2위인 진룡수를 바라보았다. 진룡수는 그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조급해하지 말라고 표시했다.진봉한이라는 막내 원로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을 제외하고, 원로들은 모두 이미 이곳에 모였다.그럼 진봉한이라는 이 원로는 어디에 있을까?당연히 진봉교의 집 안에 있다. 다만 진봉한은 지금 매우 초조하고 불안한 표정으로, 지팡이를 짚은 채 한사코 진봉교를 주시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