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슨 긴장할 게 있어? 별 생각을 다하네.” 진봉교는 화가 나서 코웃음을 치며 진태균을 노려보았다.진태균은 진봉교의 이 말을 들은 진태균은 얼굴의 웃음기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많아졌다. 그는 진봉교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큰아버지,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저는 조카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조카가 어렵사리 우리 진씨 가문에 왔을 뿐이니, 우리 주인이 되는 사람들이 당연히 조카를 잘 돌봐야 하지 않겠어요?” 진태균은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진봉교를 향해 말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한쪽에 말없이 묵묵히 있는 진루안을 바라보았고, 얼굴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조카, 나는 너의 태균 삼촌이야. 너의 아버지 진태사는 내 큰형님이야.”“네 할아버지 진봉교는 내 큰아버지지.” 진태균은 진루안을 향해 활짝 웃으면서 자신을 소개했다.진루안은 그의 말을 듣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고개를 끄덕였다.“태균 아저씨, 안녕하세요.”“그래, 좋은 아이구나.” 진태균의 얼굴에 웃음기가 더 짙어졌다. 그리고 뒤에 있는 두 청년을 바라보며 성난 목소리로 꾸짖었다.“눈치 없는 것들, 너희 큰형한테 인사 안 하니?”그들은 그의 두 아들로, 그가 특별히 진루안을 보러 데려온 것이다.두 청년은 자신의 아버지의 호통을 들은 뒤 눈을 마주쳤다. 얼굴에 더욱 미소를 지으면서 진루안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진황교가 큰형님한테 인사드립니다.”“진황수가 큰형님한테 인사드립니다.”두 사람 모두 진루안을 보고 얼굴에 함박 웃음을 지으면서 아주 열정적인 모습이었다.그러나 진봉교의 미간은 시종 찌푸려졌다. 그는 이 가족이 틀림없이 호의를 베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진루안에게 어떻게 하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만나서 반가워.” 진루안의 얼굴은 오히려 아주 정상적으로 웃으면서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 자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만약 그들이 감히 수단을 부린다면, 그들을 가만두지 않겠어. 할아버지가 나 때문
진태균은 조금도 긴장하지 않았고, 진봉교의 분노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습관이 되었다.진봉교의 질문을 들은 그는 씩 웃었고, 두 눈을 빛내면서 진봉교를 향해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예요. 황교와 황수 형제 두 사람이 며칠 전 도박에서 수억 원을 빚졌을 뿐이예요.”“너…….”이 말을 들은 진봉교의 안색은 바로 극도로 일그러졌다. 그가 어찌 진태균의 말에 담긴 깊은 뜻을 알아듣지 못할 수 있겠는가?“진루안이 돈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몇 억원은 모자라지 않겠지요?” 진태균은 웃으며 진봉교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리고 진봉교가 무슨 말을 더 하기 전에 바로 나갔다.그러나 입구에 서 있을 때, 그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진봉교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어, 큰아버지께 말씀드리는 것을 잊었네요. 요즘 기현에서 엄하게 단속하고 있다고 해요. 쯧쯧.”“꺼져, 꺼져!” 진봉교는 화가 난 얼굴로 일어서서 찻잔을 들고 입구를 향해 던졌다.진태균은 안색이 변해서 얼른 뛰었고, 그의 뒤에 떨어진 찻잔은 ‘팍’ 소리를 내며 수많은 조각으로 깨졌다.그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진봉교의 방을 떠났다.그는 적당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만약 계속 진봉교를 도발한다면, 진봉교를 철저히 격노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진봉교의 실력은 진씨 가문 전체에서 견고한 1등으로, 누구도 진봉교만큼 실력이 강하지 못했다.진태균 그는 진봉교보다 실력도 강하지 않았다. 다만 진봉교가 가주가 된 후, 무슨 일을 하든 꺼림칙하고 구속력이 생겼기 때문이다.만약 진봉교가 마음대로 진씨 가문 후배를 죽인다면, 그는 더 이상 가주 노릇을 할 수 없을 것이다.복수의 대업을 위해서 가까스로 가주의 자리를 차지했는데, 이렇게 그 지위를 넘겨준다면 진씨 가문의 복수 계획은 아마도 진행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진봉교가 절대 허용할 수 없는 것이다.이 역시 그 가주의 지위가 위풍당당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억울한 이유이기도 했
진루안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진황교의 뒤를 따랐다. 그는 단지 뒤를 따랐을 뿐이다. ‘겸사겸사 이 진황교가 도대체 무엇을 할 생각인지, 어떤 방식을 선택해서 나를 함정에 빠뜨릴지 살펴봐야겠어.’‘그의 아버지 진태균이 자기 앞에서 이렇게 정다운 척하면서 내가 이 두 형제를 따라 놀러 나오게 했는데, 필연적으로 좋은 의도가 아니야.’그러나 이렇게 된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진루안은 여전히 그들을 따르기로 선택한 것이다.‘이런 음모나 수단은 정말 유치하기 그지없어.’진황교와 진황수는 진루안을 데리고 이 상가 건물의 뒤뜰에 왔다. 뒤뜰에는 철제 사다리가 있고 사다리를 따라 2층으로 왔다.2층에 작은 철문이 하나 있고 진황교가 철문 위를 두 번 두드리자 철문이 안에서 열리면서 문신이 가득한 노란 머리의 양아치가 나타났다.노란머리의 양아치는 진황교와 진황수 형제를 보자 자신도 모르게 눈을 반짝였고, 즉시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먼저 말을 했다.“어이구, 이것은 진씨 가문 두 도련님 아니야? 오늘은 이제 돈이 생긴 거야?”“표범 형님, 우리는 오늘 여전히 관례대로 왔어요.”진황교는 얼굴에 웃음을 띠면서 노란머리의 양아치의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이 말을 들은 표범은, 실눈을 뜨고 진황교의 온몸을 훑어본 후에야 비로소 진루안을 보았다.그는 이 두 형제가 뜻밖에도 다른 사람을 끌고 온 것을 보자, 빙그레 웃으며 진루안에게 물었다.“이 도련님도 두 분이 데리고 오셨습니까?”“나는 그들의 큰형이예요.” 진루안은 전혀 사양하지 않고 이 양아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이 말을 들은 표범은 더욱 웃는 얼굴이 되었다. 이 두 형제의 뜻이 무엇인지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몸을 틀면서 세 사람을 향해 말했다.“빨리 들어오세요. 좋은 연극이 이미 시작되었습니다.”“큰형님, 저희를 감싸 주세요.” 진황교는 기쁨에 찬 얼굴로 몸을 돌려 진루안을 바라보며 말했다.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은 담담한 표정으로 웃었다.“안심해, 내가 있잖아.”“그래요, 들어가요.” 진황교는
진루안의 호사스러운 모습에 진황교와 진황수는 오히려 멍해졌다. 그들은 자신들이 속인 걸 알아차리지 못했기에 진루안이 정말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루안은 알아차리지 못했으니 아주 잘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도 손쉽게 덫을 놓아 진루안을 얽어 맬 수 있었다.“표범 형님, 우리가 늘 하던 대로 룰렛 도박을 할게요.” 진황교는 흥분한 표정으로 이 노란 머리의 양아치를 바라보았고, 잔뜩 기대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표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세 사람을 데리고 룰렛 쪽으로 갔다. 그리고 룰렛을 하던 사람들은 표범이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것을 보고 바로 다른 곳으로 갔다.진루안은 이 회전판을 힐끗 보았다. 위에는 각각 1부터 9까지의 수자가 있는데, 5를 중간으로 해서 1, 2, 3, 4는 모두 작은 점수, 6, 7, 8, 9는 모두 큰 점수다. 5가 나오면 딜러가 모두 가져간다.이런 룰렛은 바로 자금 능력이 있으면 아주 빠르고 자극적으로 즐길 수 있다. 거의 1초 만에 승패가 결정되므로, 1초 만에 수백만 원, 심지어 수천만 원을 딸 수도 있다. 물론 한 판으로 가산을 탕진할 수도 있다.진황교와 진황수 두 형제는 바로 이 룰렛을 즐기는데, 꼬박 6억 원이나 잃었다.지금 진루안이 뒤에서 지지하자, 손이 근질근질해진 그들 두 형제는 이미 놀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두 동생, 얼마든지 놀고 나머지는 나에게 맡겨.” 진루안은 빙그레 웃으며 두 사람을 바라보며 그들에게 말했다.두 사람은 지나치게 흥분해서 진루안이 그들을 놀게 해 주겠다고 약속하자 바로 병아리가 쌀을 쪼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그 눈빛은 이미 룰렛 테이블에 꽉 붙들려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진루안은 그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으로는 할아버지 때문에 비애를 느꼈다. 할아버지는 복수 대업을 위해 한평생 바삐 일했고,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자신의 부모도 복수 때문이었다.‘그런데 진씨 가문의 지금 3대째 자제들은 모두 어떤 모습이야?’‘이런 인간들이 어떻게 복수의 대
표범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진루안을 향해 말했다.“그들은 여기서 6억 원을 잃었습니다. 만약 그들이 오늘 돈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내일 우리가 그들을 찾아서 규칙에 따라 손을 자를 것입니다!”표범의 안색은 극도로 어두워졌다. 진황수와 같은 사람에 대해 마음속으로 경멸한다고 말할 수 있다.그는 진루안과 같은 바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진루안은 이 표범이 자신을 이렇게 경멸하고 마음대로 하는 것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말했다.“지상의 군왕은 황금 두 냥이면 족하고, 부귀영화는 구름처럼 바람을 타고 가는구나?”표범은 잠시 멍해졌다가 놀라서 진루안을 쳐다보았다. 진루안을 자세히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답을 했다.“천상의 높은 산에는 청운의 말들이 있고, 열 손가락은 세월을 헤아릴 수 있다네!”“호 할아버지, 복 많이 받으세요! 복 많이 받으세요!”“마 공자는 예의 바르세요! 예의 바르세요!”두 사람은 거의 같이 서로에게 공손히 인사를 한 뒤, 웃는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강호의 은어, 특히 도박의 무리들이 가장 좋아하는 강호의 은어다.상대방의 지위가 낮으면 이해할 수 없지만, 상대방이 화답하면 지위가 낮지 않다는 뜻이다.표범은 지금 충격을 받은 얼굴로 진루안을 바라보면서 긴장된 말투로 물었다.“이 호 할아버지는 어디서 오셨습니까?”“동쪽에서 서쪽으로, 바다에서 산으로 돌아갑니다.”빙그레 웃으며 표범을 바라보던 진루안은, 흥이 나서 노는 두 형제를 가리키며 계속 말했다.“당신은 저 두 사람을 호되게 구렁텅이에 빠뜨리도록 하세요, 이곳의 딜러를 불러서, 그들과 놀게 하세요.”“누가 돈을 지불합니까?” 표범형은 의아하게 진루안을 바라보았다. ‘이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저 두 사람은 진루안을 형님이라고 부르지 않았어? 어떻게 진루안이 그들을 구렁텅이로 밀어 넣으려는 거지?’“당연히 도박을 한 사람이 돈을 내야지요.” 이상하다는 표정을 한 진루안은 웃으며 후자를 바라보았다.표범은 순간 곧 알아차렸지만 복잡한 표정을 하고 물어볼 수밖
표범은 진루안이 한 말에 따라, 정말 진황교와 진황수 두 형제에게 그들과 함께 놀 딜러를 찾아주었다.진씨 가문의 두 형제는 뜻밖에도 딜러가 나와 그들과 함께 노는 데다가, 아주 아슬아슬한 옷을 입은 미녀 딜러이어서 갑자기 더욱 흥이 났다.그러나 이 두 형제도 결코 완전히 어리석은 것은 아니다. 적어도 진황교는 그렇다. 그는 몸을 돌려 표범을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표범 형, 이게 무슨 뜻이예요?”결국 갑자기 합류한 딜러가 그를 의심하게 만든 것이다. 표범은 얼굴에 아무런 변화도 없이 그에게 웃으며 말했다.“황교 도련님, 당신들이 20억 원을 땄기 때문에, 당연히 딜러와 함께 놀 자격이 있어요.”“이것도 우리의 규칙인데, 별거 아니예요.”표범이 이렇게 말하자, 진황교는 아무런 경계심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진황수와 계속 룰렛을 하기 시작했다.표범이 미녀 딜러에게 눈짓을 하자, 딜러는 즉시 사장의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먼저 진황교의 앞으로 다가간 딜러는, 매혹적이고 요염하게 진황교를 바라보았고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황교 도련님, 우리 주사위를 가지고 노는 건 어때요?”“주사위? 그건…….”멍하니 있던 진황교는 뒤에 있는 진루안을 바라보며 묻는 표정이었다.진루안은 그를 향해 함박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진황교는 바로 웃음을 터뜨리며, 몸을 돌려 미녀 딜러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주사위를 놀자, 하하.”그는 방금 진루안에게 주사위 놀이를 할 수 있는지 묻고 있었다. 결국 돈을 지불한 사람은 진루안이기 때문이다.진루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하는 것을 본 그는 자연히 아무런 거리낌도 없게 되었고, 자연히 아무런 경계심도 없이 미녀 딜러를 따라 주사위를 굴리기 시작했다.표범은 이때 내색하지 않고 진루안에게 다가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호 할아버지, 당신은 이번에 그들을 죽음의 구덩이에 빠뜨려야 해요.”그 말을 들은 진루안의 눈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번쩍였고, 차갑게 경멸하며 웃었다.“허허
이 양아치들은 표범이 그들을 향해 고개를 젓는 것을 보고, 잔뜩 골이 난 채 물러났다.진루안은 자연히 이 모든 것을 보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만약 이런 작은 일도 표범이 처리할 수 없다면, 자신도 그를 찾아 합작할 필요가 없고 그도 자신과 합작할 자격이 없다.표범은 진루안의 안색이 이전처럼 침착하고 태연자약한 것을 보고, 즉시 이 사람이 불가사의한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침착할 수 없을 것이다.그는 적어도 기현에서 이런 인물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보스 주변이나 그가 아는 귀빈 중에는 오히려 진루안과 같은 기질의 인물이 있었다. 이렇게 생각한 표범은 진루안을 더욱 중시하기 시작했다.시간이 점점 흘렀고, 진루안은 의자에 앉아서 진황교와 진황수 두 형제가 완전히 눈이 벌개진 채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처음에 미녀 딜러는 곳곳에서 그들 형제에게 돈을 따게 해서 처음의 2십억 원에서 4십억 원으로 따게 해 주었다. 이는 두 형제의 흥미를 더욱 불러일으켰고 바로 베팅을 확대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미녀 딜러가 주사위를 흔드는 수법이 변했다. 이 안에는 많은 현묘한 이치가 숨겨져 있다. 진루안은 1초면 간파할 수 있지만 진황교와 진황수는 당연히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이상도 감지하지 못했다.또한 이때부터 시작해서 그들은 줄곧 패했다. 한 판씩 연이어 패하면서 40억 원에서 수억 원 밖에 남지 않았다.그럴수록 두 형제는 더욱 포기하기 어려웠다. 결국 어렵게 번 40억 원을 이렇게 지는 것에 그들은 절대 동의하지 않았다.그래서 계속 놀다가 미녀 딜러에게 10억 원을 빚졌고, 결국 20억 원은 족히 빚지게 되었다.진루안은 여전히 말을 할 의사가 없었다. 표범도 줄곧 냉담하게 방관하면서 미녀 딜러를 멈추게 하지 않았다. ‘진루안이 이렇게 판 함정이 부족하다고 여긴다면, 계속 함정을 파는 거야.’그리하여 진황교 형제는 또 무려 20억 원을 더 잃었고, 합치면 이미 50억 원의 빚이 되었다. 게다가 이전에 표범형에게
“왜 잡았냐고? 당연히 네가 사람들을 모아 도박을 했기 때문이지, 너는 지금 주동자야!”“너는 지금 그러고도 물어보는 거야? 너는 큰일 날 죄를 지었어!” 중년 뚱보는 차갑게 비웃으며 진루안을 쳐다보았다.진루안은 얼굴에 더 미소를 지으면서 계속 이 뚱보를 바라보며 물었다.“내가 주범이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하지? 이 방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진루안은 방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가리켰다.그러나 중년 뚱보는 짜증난다는 듯이 손을 흔들고 진루안을 향해 화를 내며 소리쳤다.“너는 변명해도 소용없어. 내가 네가 주범이라고 말하면 네가 주범이야. X발, 무슨 쓸데없이 말이 많아? 야, 잡아 가!”즉시 뒤에 있는 세 명의 경찰이 진루안을 잡았다.진황교는 진루안이 이렇게 궁지에 몰린 것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형님, 이번에는 도망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불원천리 기현에 와서 결국 사람들을 모아 도박을 하고, 게다가 우리 두 형제를 꼬드겨 도박을 하게 했으니, 너는 정말 용국의 패륜아야.”“한 대장님, 수고하셨습니다.” 진황교는 이렇게 말하고 중년 뚱보를 바라보았다.이 중년 뚱보가 바로 기현 치안대의 대장인 한만복이다.한만복은 진황교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안심해. 나는 절대 이런 사람이 용국의 법률을 파괴하게 그냥 두지 않을 거야.”“데려가!” 한만복이 크게 소리치자 세 명의 경찰이 진루안의 팔과 어깨를 눌렀다.진루안은 안색이 싸늘해지면서 몸에 약간의 힘을 주었다. 팔꿈치로 바로 뒤에 있는 세 명의 경찰을 밀어내자, 하마터면 그들을 바닥에 넘어뜨릴 뻔했다.한만복은 이곳을 보고 더욱 분노해서 진루안을 노려보며 소리쳤다.“건방지게, 네가 감히 경찰을 습격해? 고문해!”충돌이 급속히 격렬해지자 표범의 안색도 또 변했고, 이 진루안이 도대체 믿을 수 있는지 의심하기 시작했다.“누가 감히!”갑작스럽게 아주 차갑고 냉담한 큰 소리가 들려왔다.이 갑작스러운 고함 소리는 표범과 방안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한만복도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