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식도 순수한 장사꾼이다. 늙은 여우도 진루안의 존재 때문에, 자신의 그룹 이익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그래서 두 사람은 30분 동안 설전을 벌인 끝에, 결국 800억 원의 자금으로 서화 그룹의 지분 15%를 바꾸기로 합의했다.양씨 가문은 800억 원의 자금을 내고, 15%의 주식을 교환하게 되는 것이다.그리고 이 15%의 주식은, 원래 M국의 용교인 장천산 할아버지의 주식이었는데, 후에 서경아의 소유가 되었고, 지금 서경아는 또 양태식에게 판 것이다.이 돈과 더불어, 서화 그룹은 재차 800억 원을 융자내어, 서화 그룹을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 올려놓게 될 것이다.“죄송합니다. 우리 부자는 돌아가야겠습니다.”양태식은 원하는 목적을 얻자, 주식 계약서를 가방에 넣은 뒤, 일어나서 작별을 고했다.“잠깐만요!”그러나 바로 그때, 진루안이 갑자기 외치면서 양씨 부자 두 사람을 막아섰다.양태식은 즉시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 ‘설마 방금 서경아와의 흥정이, 이 도련님을 기분 나쁘게 했나?’‘그러나 사업은 바로 이런 것이야. 진루안 너 때문에, 그렇게 많은 이익을 양보할 수는 없지.’서경아도 이해할 수 없어서 이상하게 여겼다. 진루안이 양태식을 불러서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몰랐다.그러나 그녀는 진루안은 틀림없이 양씨 집안을 난처하게 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결국 양씨 가문을 난처하게 한다면, 그 자신에게도 아무런 이익도 없게 되는 것이다.도에 들어맞으면 도와주는 사람이 많고, 도에 어긋나면 도와주는 이가 적다는 이 이치는, 진루안도 잘 알고 있다.“당신네 양원 그룹에서는, 주식을 양도할 수 있습니까?” 진루안은 자신의 ‘잠깐만요’라는 이 말이, 양태식을 놀라게 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시원스럽게 그에게 물었다.이 말을 듣자, 양태식은 바로 한숨을 돌리면서, 곧 얼굴에 웃음기를 띠었다. 그가 이곳에 온 목적이, 바로 진루안과 더욱 많이 연관되기를 희망했기 때문이었다.만약 진루안이 양원 그룹에 출자할 수 있다면, 그것은 가장 좋을 것이다.
양태식 부자는 별장을 떠났다. 다만 부자 두 사람은 어떻게 떠났는지 몰랐다. 양씨 가문의 본가에 돌아왔어도, 양태식의 머리는 다소 어질어질했다. 진루안은 그의 자산을 노출하면서, 그를 철저하게 놀라게 만들었다.7백억 달러는, 거의 100조 원에 달하는, 그야말로 무서운 재산이다. 동강시에서는 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건성 전체의 최고 갑부 전광림조차도 100조 원을 내놓지 못했다.수백조 원의 자산을 수백 년간 전승해온 대가족인, 그 국제적 대가족들을 제외하면, 설사 용국의 범위내에 놓는다 하더라도, 진루안의 자산보다 더 풍족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몇 사람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젊은 나이에 전투력은 극도로 강하고, 인맥은 더욱 넓고 배경은 더욱 신비로웠고, 자본도 풍부했다. 이런 사람이, 뜻밖에도 작디작은 서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었는데, 누가 이 일을 진짜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양태식은 이미 앞으로 절대 서씨 가문, 서화 그룹과 관계를 잘 맺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초공포적인 진루안이니, 절대 그에게 미움을 사거나 건드려서는 안된다.진루안의 자산은, 양태식과 양서빈 부자 두 사람뿐만 아니라, 서경아도 놀라게 했다.서경아는 비록 마음속으로 예방은 했지만, 100조 원에 달하는 자산이 발표된 후, 여전히 깊은 충격을 받았다.이렇게 많은 돈은, 무슨 장사를 해야 벌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팽배했다. 그들 서씨 가문은 수십 년 동안 노력했지만, 6천억 원에 불과한 서화 그룹일 뿐이다.‘한씨 가문의 온갖 나쁜 일을 다 한 것도 5,6조 원 정도의 자산에 지나지 않아. 그렇다면 진루안은 또 무엇으로 이렇게 많은 돈을 벌었을까?’그러나 진루안이 말하지 않으면, 그녀도 주동적으로 묻지 않을 것이다.진루안에게 있는 비밀은 매우 많은데, 서경아가 감히 묻지 못할 정도로 많다. 아마도 언젠가는 진루안 자신이 말할 것이다.그러나 서경아는 잘못 생각했다. 만약 그녀가 묻는다면, 진루안은 틀림없이 아는 것은 모두 말하고 할 말은 조금도 숨기지 않을 것이
“안심해요. 나는 당신의 뜻을 존중해요. 그러나 곧 당신의 마음을, 나의 것으로 만들 거예요.” 진루안은 손을 내밀어 서경아의 작은 얼굴을 만졌다. 부드럽고 탄력이 넘쳤다.“나쁜 놈, 흥!” 서경아가 입을 삐죽 내밀고 커튼을 치자, 곧 두 사람은 아무도 볼 수 없었다.진루안은 지금 조금도 화를 내지 않는다.여자는 그럴수록 정복욕을 자극한다.그는 자존심도 없이 아부하려고 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결코 그런 천한 성격이 아니다. 그는 단지 평등한 시선으로 서경아를 볼 뿐이다.서경아는 처음 자신을 만났을 때,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자신을 업신여기거나 자신의 존엄을 모욕한 적도 없었다.그녀는 서씨 가문과 달랐다. 서씨 가문의 그 가족들은, 하나같이 원래의 진루안을 업신여겼다.그러나 지금의 진루안은, 서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에게 백 명의 담력을 주더라도, 그들은 감히 반 마디도 비꼬지 못한다.진루안은 좋은 성질이 아니다. 자신은 서호성의 모욕을 용인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는 서경아의 친아버지이기 때문이다. 그 체면은 반드시 주어야 한다.그러나 서호성을 제외하고, 서씨 가문 누구에게도 자신이 물러설 만한 이유는 없었다. 그 계모 조영화는 더욱 그럴 자격이 없다.“당신은 많은 비밀을, 나에게 말하지 않은 건가요?” 서경아는 갑자기 입을 열고, 작은 소리로 진루안에게 물었다.진루안이 커튼에 접근하자, 서경아가 손으로 커튼 틈새를 벌려서, 두 사람은 또 서로를 볼 수 있었다.“아니, 나에게는 비밀이 하나밖에 없는데, 그건 당신에게 말할 수 없어요. 그러나 당신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안위가 걸린 것이예요.”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비밀이 별로 없다. 유일한 비밀은 자신의 신분이다. 임페리얼의 주인이다.‘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 신분을 알게 해서는 안 돼. 이 신분을 알게 되면, 매우 큰 책임과 위험을 져야 해.’‘나에게는 무수한 원수가 있지. 용국 안에 있든 용국 밖에 있든, 강호 세력이든, 모두 많은 원수가 있어.
이튿날 이른 아침, 진루안이 침대에서 일어났는데, 서경아가 아침 일찍부터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흰색 커튼도 걷힌 것을 보았다.진루안은 의아하게 생각하며, 방을 나와 1층으로 걸어갔다.그제서야, 비로소 서경아가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 바쁘게 사는 것을 보았는데, 그녀는 매우 진지했다.진지한 남자는 멋있다는 말이 있지만, 진루안은 진지한 서경아가 더 아름답다고 느꼈다.“깼어요? 아침 먹어요.” 서경아는 현모양처처럼 차려진 아침을 내왔다.아주 간단한 아침식사였다. 고기 흰죽 두 그릇, 따뜻한 우유 두 잔, 그리고 계란 두 개.“당신이 무엇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은 없지만, 무예를 연마하는 사람들은, 우유를 마시고 계란을 먹으면 몸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요.”서경아는 가볍게 입을 오므리고 웃으면서, 진루안을 위해 직접 계란을 까주었다.진루안은 묵묵히 식탁 옆에 앉았지만, 눈시울은 점차 붉어졌다.“당신 왜 그래요? 먹기 싫어요? 놀래키지 말아요. 당신이 먹기 싫으면, 난 더 이상 삶지 않을 거예요.” 서경아는 진루안이 우는 것을 보자, 갑자기 당황했다.그녀는 진루안을 본 이후, 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줄곧 그런 영웅들처럼 천하무적이었다.그녀는 급히 깐 계란을 들었지만, 진루안의 손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아니, 난 먹는 걸 좋아해요.” 진루안은 고개를 저으면서 조심스럽게 계란을 들었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할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는 매일 계란을 삶아 주셨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계란을 먹어본 적이 없어요.” 진루안은 눈물을 닦으며, 어린아이처럼 행동했다.강한 사람마다 아주 약한 마음이 있을 것이다.서경아는 있었고, 그도 예외가 아니었다.서경아는 입술을 깨물고, 진루안이 한입 또 한입 계란을 먹는 것을 조용히 바라보았지만, 진루안이 계란을 좋아한다는 것을 묵묵히 기억했다. 그녀는 매일 그를 위해, 계란을 삶을 것이다.“우리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당신도 있다고 했잖아요.”서경아는 천천히 소리를 내며, 진
“점촌, 이 이름은 아직도 익숙하지?” 한동수는 장난치는듯한 어투로 음미하듯이 물었다.진루안은 즉시 주먹을 꽉 쥐고 핏줄이 불끈 솟았다.점촌, 그곳은 6년 전 할아버지의 뼈를 묻은 곳이다.애초에 그는 반년 동안 넝마를 주운 돈을 써서, 점촌 마을의 책임자에게 뇌물을 주고서 비로소, 자신의 할아버지가 거기에 묻혀 있는 것에 동의하게 했다.지금 이 한동수가 뜻밖에도 점촌을 언급하자, 진루안은 이미 그가 말한 보복이 어떤 보복인지 기본적으로 알 수 있었다.“나는 네가 어떻게 점촌을 찾아냈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네가 감히 우리 할아버지의 시체에 손을 댄다면, 나는 너를 죽일 것을 맹세한다!”진루안은 냉정해졌지만, 살기는 온몸을 휩쓸었다.한동수는 그 말을 들었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허허, 죽어도 묻힐 곳이 없으면 또 어때? 우리 한씨 가문은 모두 너에게 멸망했으니 상관없어.”“나는 너에게 복수할 뿐이야, 하하.”“네가 나를 찾아와도 되지만, 나는 너의 할아버지 관을 나무에 묶을 거야. 네가 너무 늦게 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관이 부서지고 시체도 부서질 거야. 하하하!”“진루안, 이것이 바로 결말이다. 우리 한가를 멸망시킨 결말이야. 하하하!!”한동수는 과격함과 집착, 심지어 광기로 가득 찬 웃음을 터뜨렸다.진루안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그는 이미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그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단지 진루안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이다.“네가…… 감히!!” 진루안은 분노해서 포효하며, 두 눈동자가 완전히 붉어졌다.그러나 전화기에서는 ‘뚜뚜’ 소리가 들리면서, 한동수는 전화를 끊었다.진루안은 마음이 혼란스러워, 서경아를 돌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몸을 돌려 밖으로 달려갔다.‘웅웅’거리는 엔진 소리가 울리면서, 마세라티는 쏜살같이 달려갔다.서경아는 별장을 뛰쳐나왔지만, 이미 진루안과 마세라티의 그림자를 볼 수 없어, 마음속으로 매우 초조해했다.한동수의 집요한 말을 그녀는 기본적으로 모두 똑똑히 들었다.그녀는 진
“한동수, 나는 네가 부근에 있다는 것을 안다. 네가 복수를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나를 찾아와라. 노인의 시체를 가져가는 것이 무슨 능력이냐?” 진루안은 주위를 향해 분노하며 포효했다. 소리는 숲 속에서 울리면서 멀어졌다.“하하하, 도련님도 당황할 때가 있습니까?”진루안의 말이 떨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숲의 깊은 곳에서 몸매가 여위고 허약해 보이는 노인 몇 명이 천천히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모든 사람들에게 사악한 성품이 배어 있었다. 그러나 우두머리의 개량한복 복장의 노인은 바로 한동수, 곧 한씨 가문의 집사인 한씨 아저씨였다.그는 지금 거리낌 없이 웃으며, 진루안을 음미하듯 쳐다보고 있다.그 후 그와 주위의 노인들은 모두 길을 비켜주었고, 진루안은 즉시 할아버지의 관이 밧줄에 묶여서, 뒤의 나무에 걸려 있으며, 두 명의 철조문 제자가 긴 칼을 든 채, 나무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도련님, 기분이 어떠세요?” 한동수는 냉소를 금치 못했지만, 여전히 잔인한 표정으로 진루안을 바라보았다.진루안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해서, 두 주먹을 꽉 쥐자 ‘툭툭’ 소리를 냈다.“나는 네가 비참하게 죽을 것이라고 맹세한다. 그리고 철조문도 문 전체가 멸망할 것이다!”“입심이 너무 커, 흥.” 진루안의 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지 않고, 한동수의 옆에 있는 흰 옷을 입은 노인이 말했다. 그는 안색이 너무나 차가워서, 마치 죽은 사람처럼 진루안을 바라보고 있다.“나는 바로 철조문의 대장로인 백림이다. 나는 네가 무슨 능력이 있어서 감히 우리 철조문을 멸할 수 있는지 매우 알고 싶다!”흰 옷을 입은 노인은 조금도 꺼리지 않는 자기소개를 했지만,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한동수는 선배가 진루안에게 격노한 것을 보고, 더욱 마음을 놓았다.그는 진루안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런 비열한 수단으로 진루안을 끌어들이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어서 그는 철조문의 사형 사제들과 함께 진루안을 죽여, 한씨 가문을 위한 복수를 할 것이다.“진루안, 우리가 한번 겨루어
“한동수, 너는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되는데, 우리 할아버지의 시신을 가지고 나를 위협했으니, 그건 네 죽음을 취하는 길이야!”“한씨 가문의 멸망은, 확실히 내가 한 것이다. 네가 복수를 하고 싶다면, 나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응하겠다.”“하지만 너는 내 마지노선과 역린을 건드려서는 안 돼. 그래서 너는 반드시 죽어야 해!”“너뿐만 아니라 철조문도 내가 없애 버리겠다. 맹세하지!”진루안은 한 걸음씩 다가갔고, 한동수는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끊임없이 후퇴했다.주위의 네 노인들도, 진루안의 이런 광포한 기운에 놀라 끊임없이 후퇴하면서, 다만 한동수에게 연루될까 봐 두려워했다.그들은 모두 철조문의 강자들이다. 다만 애초에 한동수를 도와 원수를 죽이려고 생각했을 뿐인데, 이 사람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다. 그들은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철조문의 대장로 백림은, 철조문에서 이름 높은 고대무술의 강자였는데, 뜻밖에도 진루안에게 몇 수 만에 아예 죽임을 당했기에, 그들을 더욱 겁에 질리게 했다.이럴 줄 알았다면, 한동수가 무릎을 꿇고 빌더라도, 이 나쁜 일에 끼지 않았을 것이다.한동수는 이미 진루안에게 완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 그는 앞서, 진루안이 무술을 할 줄 아는 젊은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야 비로소 진루안이 무술을 연마하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강호의 고대무술 수련자라는 것을 깨달았다.강호의 고대무술 수련자는 무술을 연마하는 무술인보다 훨씬 대단하다. 왜냐하면 이 둘은 전혀 같은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무예를 연마하는 사람은 몸을 튼튼하게 해서 기껏해야 근육과 뼈를 강철처럼 단련시키고, 사람을 죽여 생명을 빼앗는다.그러나 고대무술 수련자는, 수명을 늘여 장수할 수 있으며, 무지막지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서, 어느 국가에서도 감히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그가 본 진루안의 실력은, 이미 기력 연마 단계에 도달하였고, 적어도 이미 8단계에 이르렀다.강호의 고대무술 수련자는, 수련하면서 자연히 경지에 이르게 되는데, 연기
얼마 지나지 않아, 한동수는 점점 숨이 끊어져 완전히 사망했다.주위의 네 노인은, 한동수가 이미 죽은 것을 보고, 어디 감히 여기에 남겠는가. 몸을 돌려서 바로 도망쳤다.진루안은 결코 쫓아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곧 철조문을 도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파는, 원래 용국의 강호에 남아 있지 말아야 했다.잠시 이 네 사람의 목숨을 남겨두었다가, 곧 자신이 철조문으로 하여금, 악인을 도와 죄를 지은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해 줄 것이다.나무 밑에서 떨어진, 검은 옷을 입은 철조문의 두 제자도 도망가고 싶었지만, 진루안은 그들보다 한 발 빠르게, 두 사람의 어깨를 잡고 그들을 잡아당겼다.“관을 내려놓아라, 나는 너희들을 죽이지 않겠다.” 진루안은 냉담한 얼굴로 검은 옷을 입은 두 제자를 보았다.검은 옷을 입은 두 제자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제자는 나무 위로 달려가 밧줄을 풀었고, 나무관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지자, 진루안은 얼른 관을 받아 땅에 안정적으로 놓았다.“도…… 도련님, 저, 저희는 가도 되지요?” 두 제자는, 놀라서 얼굴색은 창백했고, 심장이 계속 뛰었다.진루안은 두 사람을 힐끗 본 다음에 물었다.“내가 너희들에게 묻겠다. 한동수는 내 할아버지의 시체에 대해 무슨 짓을 했느냐?”“아니요, 절대 없습니다. 무덤을 파서 나무에 관을 매라고 한 것뿐입니다.”두 남자는 놀란 얼굴로 하얗게 질린 채 황급히 진루안의 질문에 대답하며 조금도 소홀히 하지 못했다.그러나 진루안은 그들의 말을 들은 후, 참지 못하고 냉소를 연발했다.“원래 너희 둘이, 우리 할아버지의 무덤을 파서, 우리 할아버지의 청정함을 방해했군.”“이왕 이렇게 된 이상, 너희들은 영원히 여기에 남아 있어라!”진루안의 눈에서 살기가 다시 일어났다. 두 제자가 몸을 돌려 달리는 것을 보자, 손에서 모든 힘을 실은 팔극권이 터져 나와서, 두 검은 옷의 제자를 때려서 뒤집었다.두 사람은, 바닥에 쓰러져 한참 동안 경련을 일으키다가, 결국 내장이 파열되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