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수, 나는 네가 부근에 있다는 것을 안다. 네가 복수를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나를 찾아와라. 노인의 시체를 가져가는 것이 무슨 능력이냐?” 진루안은 주위를 향해 분노하며 포효했다. 소리는 숲 속에서 울리면서 멀어졌다.“하하하, 도련님도 당황할 때가 있습니까?”진루안의 말이 떨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숲의 깊은 곳에서 몸매가 여위고 허약해 보이는 노인 몇 명이 천천히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모든 사람들에게 사악한 성품이 배어 있었다. 그러나 우두머리의 개량한복 복장의 노인은 바로 한동수, 곧 한씨 가문의 집사인 한씨 아저씨였다.그는 지금 거리낌 없이 웃으며, 진루안을 음미하듯 쳐다보고 있다.그 후 그와 주위의 노인들은 모두 길을 비켜주었고, 진루안은 즉시 할아버지의 관이 밧줄에 묶여서, 뒤의 나무에 걸려 있으며, 두 명의 철조문 제자가 긴 칼을 든 채, 나무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도련님, 기분이 어떠세요?” 한동수는 냉소를 금치 못했지만, 여전히 잔인한 표정으로 진루안을 바라보았다.진루안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해서, 두 주먹을 꽉 쥐자 ‘툭툭’ 소리를 냈다.“나는 네가 비참하게 죽을 것이라고 맹세한다. 그리고 철조문도 문 전체가 멸망할 것이다!”“입심이 너무 커, 흥.” 진루안의 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지 않고, 한동수의 옆에 있는 흰 옷을 입은 노인이 말했다. 그는 안색이 너무나 차가워서, 마치 죽은 사람처럼 진루안을 바라보고 있다.“나는 바로 철조문의 대장로인 백림이다. 나는 네가 무슨 능력이 있어서 감히 우리 철조문을 멸할 수 있는지 매우 알고 싶다!”흰 옷을 입은 노인은 조금도 꺼리지 않는 자기소개를 했지만,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한동수는 선배가 진루안에게 격노한 것을 보고, 더욱 마음을 놓았다.그는 진루안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런 비열한 수단으로 진루안을 끌어들이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어서 그는 철조문의 사형 사제들과 함께 진루안을 죽여, 한씨 가문을 위한 복수를 할 것이다.“진루안, 우리가 한번 겨루어
“한동수, 너는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되는데, 우리 할아버지의 시신을 가지고 나를 위협했으니, 그건 네 죽음을 취하는 길이야!”“한씨 가문의 멸망은, 확실히 내가 한 것이다. 네가 복수를 하고 싶다면, 나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응하겠다.”“하지만 너는 내 마지노선과 역린을 건드려서는 안 돼. 그래서 너는 반드시 죽어야 해!”“너뿐만 아니라 철조문도 내가 없애 버리겠다. 맹세하지!”진루안은 한 걸음씩 다가갔고, 한동수는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끊임없이 후퇴했다.주위의 네 노인들도, 진루안의 이런 광포한 기운에 놀라 끊임없이 후퇴하면서, 다만 한동수에게 연루될까 봐 두려워했다.그들은 모두 철조문의 강자들이다. 다만 애초에 한동수를 도와 원수를 죽이려고 생각했을 뿐인데, 이 사람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다. 그들은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철조문의 대장로 백림은, 철조문에서 이름 높은 고대무술의 강자였는데, 뜻밖에도 진루안에게 몇 수 만에 아예 죽임을 당했기에, 그들을 더욱 겁에 질리게 했다.이럴 줄 알았다면, 한동수가 무릎을 꿇고 빌더라도, 이 나쁜 일에 끼지 않았을 것이다.한동수는 이미 진루안에게 완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 그는 앞서, 진루안이 무술을 할 줄 아는 젊은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야 비로소 진루안이 무술을 연마하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강호의 고대무술 수련자라는 것을 깨달았다.강호의 고대무술 수련자는 무술을 연마하는 무술인보다 훨씬 대단하다. 왜냐하면 이 둘은 전혀 같은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무예를 연마하는 사람은 몸을 튼튼하게 해서 기껏해야 근육과 뼈를 강철처럼 단련시키고, 사람을 죽여 생명을 빼앗는다.그러나 고대무술 수련자는, 수명을 늘여 장수할 수 있으며, 무지막지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서, 어느 국가에서도 감히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그가 본 진루안의 실력은, 이미 기력 연마 단계에 도달하였고, 적어도 이미 8단계에 이르렀다.강호의 고대무술 수련자는, 수련하면서 자연히 경지에 이르게 되는데, 연기
얼마 지나지 않아, 한동수는 점점 숨이 끊어져 완전히 사망했다.주위의 네 노인은, 한동수가 이미 죽은 것을 보고, 어디 감히 여기에 남겠는가. 몸을 돌려서 바로 도망쳤다.진루안은 결코 쫓아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곧 철조문을 도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파는, 원래 용국의 강호에 남아 있지 말아야 했다.잠시 이 네 사람의 목숨을 남겨두었다가, 곧 자신이 철조문으로 하여금, 악인을 도와 죄를 지은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해 줄 것이다.나무 밑에서 떨어진, 검은 옷을 입은 철조문의 두 제자도 도망가고 싶었지만, 진루안은 그들보다 한 발 빠르게, 두 사람의 어깨를 잡고 그들을 잡아당겼다.“관을 내려놓아라, 나는 너희들을 죽이지 않겠다.” 진루안은 냉담한 얼굴로 검은 옷을 입은 두 제자를 보았다.검은 옷을 입은 두 제자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제자는 나무 위로 달려가 밧줄을 풀었고, 나무관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지자, 진루안은 얼른 관을 받아 땅에 안정적으로 놓았다.“도…… 도련님, 저, 저희는 가도 되지요?” 두 제자는, 놀라서 얼굴색은 창백했고, 심장이 계속 뛰었다.진루안은 두 사람을 힐끗 본 다음에 물었다.“내가 너희들에게 묻겠다. 한동수는 내 할아버지의 시체에 대해 무슨 짓을 했느냐?”“아니요, 절대 없습니다. 무덤을 파서 나무에 관을 매라고 한 것뿐입니다.”두 남자는 놀란 얼굴로 하얗게 질린 채 황급히 진루안의 질문에 대답하며 조금도 소홀히 하지 못했다.그러나 진루안은 그들의 말을 들은 후, 참지 못하고 냉소를 연발했다.“원래 너희 둘이, 우리 할아버지의 무덤을 파서, 우리 할아버지의 청정함을 방해했군.”“이왕 이렇게 된 이상, 너희들은 영원히 여기에 남아 있어라!”진루안의 눈에서 살기가 다시 일어났다. 두 제자가 몸을 돌려 달리는 것을 보자, 손에서 모든 힘을 실은 팔극권이 터져 나와서, 두 검은 옷의 제자를 때려서 뒤집었다.두 사람은, 바닥에 쓰러져 한참 동안 경련을 일으키다가, 결국 내장이 파열되
‘할아버지의 관 안에 시체가 없고, 도리어 편지 한 통이 더 있다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할아버지는 당초 병원에서 사망통지서를 받았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모습을 직접 보았고, 할아버지를 직접 이곳에 묻은 것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진루안은 당황한 마음을 정리하고, 이 편지를 들고 천천히 편지봉투를 뜯어, 안이 누렇게 된 편지지를 드러냈다.한 손으로 가지런하게 쓴 펜 글씨는 자연스러운 필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글자만으로는 일반 노인답지 않았다.[나는 진봉교라고 한다. 가족이 망하는 비참한 노인이다. 나는 가사 상태로 빠져나와 자신의 손자를 속였다. 단지 원수를 찾아서, 진씨 집안을 위해 복수하기 위해서이다.][이 편지는 영원히 아무도 보지 못할 것이다. 나는 마음이 깊지만 손자에게 말할 수도 없다. 그래서 이 편지를 쓴다. 말하지 않으면 참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진씨 집안의 원수는 불구대천의 원수다. 진씨 집안은 대대로 복수를 자신의 임무로 삼을 것이다. 나의 아버지가 그러했고, 나의 아들과 며느리도 이와 같다. 나도 그렇다. 그러나 나는 손자도 이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그가 평생 평범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조정과 강호에 조금도 연루되지 않기를 바란다.][그가 장가들고, 아들을 낳는 것을 보지 못한 것은, 정말 유감이다. 그 당시 어린 사람이 어느새 16살이 되었다.][많으면 쓰고 싶지 않아,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을 테니까, 이렇게 하자.][옛날 일은 말하지 말자, 진봉교.]‘이 편지지는 가득 적혀 있지만 누구에게 주려고 쓴 것이 아니야. 다만 할아버지가 불쾌감을 토하지 않기 위해서, 마음속의 말을 편지지 위에 쓴 것이야.’‘할아버지는 내가 6년 후에 이 편지를 뜯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진루안도 인연이 이렇게 기묘하다고 느꼈다. 만약 한동수의 미친 듯한 복수가 아니었다면, 자신은 아마도 영원히 할아버지의 관을 열지 않았을 것이고 이 편지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편지를 보고, 진
진루안은 무덤 앞에 오랫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마음이 꽉 막혀서 한 마디도 할 수 없었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예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는 마음이 그래도 매우 안정되었지만, 지금은 할아버지가 전혀 죽지 않았고 오히려 진씨 가문을 위해 복수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 모든 것을 그는 조금도 몰랐기에,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도대체 진씨 가문은 어디에 있지? 어느 진 씨 가문이야? 누구에게 멸망 당했어?’이 모든 것을 진루안은 알고 싶었지만, 할아버지는 그에게 진실을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다.그는 할아버지가 그를 위해서, 그가 가족의 원한에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의 자신은 이미 임페리얼의 주인이자, 용국의 새로운 전신 중의 한 명이기에, 그는 자신이 할아버지를 위해 어떤 일을 할 능력이 있다고 느꼈다.이때 휴대폰 벨이 울리자, 진루안은 급히 전화를 받고 귓가에 가져갔다.“빨리 말해 줘, 알아냈어?” 진루안의 마음은 유난히 불안하면서, 또 어느 정도 기대하면서 흥분되었다. 임페리얼의 정보조직은 천하에 통하고 있으므로, 반드시 진씨 가문과 할아버지를 열람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그때가 되면, 자신은 할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진씨 가문을 위해, 힘이 닿을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전화기 안에서, 조금의 감정도 가지지 않은 차가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죄송합니다, 궐주. 이런 사람을 찾지 못했고, 진씨 가문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습니다. 거의 200년 동안을 찾아보았지만, 이런 진씨 가문은 없었습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말도 안 돼. 임페리얼의 정보조직이 천하를 압도하는데 어떻게 알아낼 수가 없지?”“주한영, 나는 당신의 성격이 냉담하다는 것을 알지만, 당신은 절대 대충대충 해서는 안 돼. 그렇지 않으면, 나는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 진루안은 안색이 흉하게 변해서 이를 악물고 호통을 쳤다. 마음속으로는 더욱 초조하고 불안하다.주한영의 목소리는 예전과 다름없이 냉담
그는 진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진루안, 당신은 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파고들었어요. 당신은 쓸쓸해하지 말고 기뻐해야 돼요. 할아버지가 죽지 않은 건 가장 큰 좋은 일이잖아요.” 서경아는 미소를 지으며, 진루안을 바라보며 충고했다.그녀는, 진루안이 지금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알고 있어서, 참지 못하고 그를 설득했다.진루안은 고개를 들어 서경아를 바라보았다. 그 후, 얼굴의 쓸쓸한 빛이 바래고, 웃음기가 드러났다.“맞아, 할아버지가 안 죽었어요. 그건 기쁜 거예요. 내가 너무 많이 생각했어요.”“지금은 할아버지가 어디로 가셨는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찾을 수 있지 않겠어요?”진루안은 입을 헤벌리고 웃으며, 다시 한번 서경아의 권유에 의해 깨어났다.지난번 한씨 가문의 일 때문에, 그는 한때 막막함에 빠져,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의심했다.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두 번 모두 서경아의 계도와 권유로, 자신의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경아 씨, 고마워요.” 진루안은 서경아의 작은 손을 잡고, 마치 최고급 비단을 만지는 것처럼, 부드러운 감촉을 느꼈다.서경아는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얼굴을 붉히면서 손을 뽑고, 진루안을 노려보고 몸을 돌렸다.“하하하, 곧 노부부가 될 텐데 뭘 부끄러워해요?” 진루안은 해맑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마음속의 답답함을 싹 쓸어버렸다.“당신…….” 서경아는 수줍어하며 화를 내며, 몸을 돌려 진루안을 노려보며 욕설을 퍼부었다.그녀가 막 입을 벌리고 노발대발하려고 할 때, 진루안의 핸드폰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서경아는 제때에 소리를 억제하고, 진루안을 바라보았다.진루안이 휴대전화를 들자, 둘째 사형 이상건이 걸어온 전화였는데, 그는 즉시 무슨 일로 전화했는지 바로 알아맞혔다.둘째 사형 이상건은 강호의 큰손 중의 하나로, 무릇 강호에 어떤 바람이 불어도, 그의 눈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자신의 철조문의 한동수와 그 백림을 앞발로 막 죽였는데, 즉시 둘째 사형
다만 이상건도 간단한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진루안의 한 마디 때문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그러나, 진루안의 마음은 이미 결정했고, 절대 변경할 수 없었다.“둘째 사형, 미안하지만 내가 철조문을 없애는 건 결정된 거예요!”진루안의 말투는 아주 단호하고 무뚝뚝해서, 이상건의 체면을 조금도 세워주지 않았다.이상건은 지금 방촌산의 산꼭대기 정원에 앉아 있다가,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는 화가 치밀어 올라,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소리쳤다.“뭐? 너…… 네 녀석이 철조문을 없애겠다고? 너 미쳤어?”그는, 진루안이 기껏해야 철조문에 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워서, 철조문에 미움을 살 게 뻔하다고 생각했다.이 녀석이 결국 철조문을 없앨 생각을 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그 말을 꺼내자, 그조차도 화들짝 놀랐다.철조문은 용국 안에서 명성이 자자한 강호의 문파 중 하나가 되기에 충분하기에, 철조문의 공법이 옳든 그르든 간에, 존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지금 진루안이 입만 열면 멸망시키겠다고 하고 있으니, 이상건은 당연히 반드시 손을 써서 막아야 했다.“안돼, 나는 네가 철조문을 없애는 것에 동의할 수 없어. 그런 생각은 하지 마.”이상건은 진루안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아예 거절하고, 진루안이 철조문에 손을 대는 것에 절대 동의하지 않았다.진루안은 둘째 사형이 이렇게 단호하게 외치는 소리를 듣고, 이상건이 철조문과 많이 결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러나 그것도 정상이다. 그는 강호의 보스로, 여러 큰 문파들과 모두 관계되어 있다.마치 자신이 군부와 임페리얼에 속해 있고, 더욱이 조정 안에 있으면서, 수많은 조정의 인물들과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인 것과 마찬가지다.그러나, 진루안은 여전히 이상건의 체면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방식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기왕에 철조문을 없애겠다고 했으니, 꼭 하고 말겠어!’“상건 사형, 죄송합니다만, 이 일은 제가 하기로 했습니다!”“사형은 저를 막을 이유가 없어요.
“진루안, 당신은 뭐 하러 가는 거예요?” 서경아는 진루안이 핸드폰을 내려놓은 후, 살기가 겹겹이 쌓일 정도로 기세가 변하는 걸 보았다. 그녀는 그 군부의 장군들에게서만 이런 살기를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진루안의 살기는, 그 장군들보다도 더 심했다.그녀는 진루안이 이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 진루안이 또 사람을 죽이러 간다는 것을 알았다.“경아 씨, 집에서 기다려요. 곧 돌아올게요.” 진루안은 담담하게 웃으며, 서경아 손목을 가볍게 두드린 후, 몸을 돌려 별장을 떠났다.서경아는 묵묵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는 진루안의 신분이 매우 신비롭고, 실력도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 이상 상관하지 않았다.앞서 안명섭의 결혼식에서는, 그래도 진루안이 한준서에서 손해를 볼까 봐 걱정했던 생각이 났다. 그러나 겨우 보름이 지났는데, 한씨 가문은 이미 진루안에 의해 멸망했고, 한씨 가문의 큰 도련님인 한준서도 감옥에 갔다.이 생애에는 다시 햇빛을 보게 될 어떤 희망도 없지만, 한씨 집안에서 저지른 그 악행들은, 죽어도 다 속죄할 수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그녀가 유일하게 걱정하는 것은, 바로 진루안이다. 진루안이 해야 할 일은, 그녀가 끼어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녀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마음속으로 묵묵히 진루안이 안전하기를 기도하는 것이다.진루안은 별장을 나온 후, 이번에는 서경아의 마세라티를 타지 않고, 리버파크 단지 바깥의 길 옆에 서 있었다.약 10분 정도 지난 후, 똑 같은 색깔의 허머 십여 대가 진루안의 앞에 정차했다.곧 첫 번째 허머에서, 흰 셔츠를 입은 꾀죄죄한 중년의 남자가 내려왔다. 구레나룻을 하고 있었지만, 전체적인 기질은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꾀죄죄한 남자는 진루안의 곁으로 가서, 진루안을 향해 몸을 약간 굽혔는데, 태도도 매우 온화했다. 다만, 눈빛에는 참을 수 없는 흥분을 담고서, 바로 물었다. “궐주님, 또 무슨 임무가 있습니까?”진루안은 눈앞의 구레나룻을 한 남자를 보고, 얼굴에 웃음을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