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아가 갈수록 만족스러워지는 것을 보고, 백무소의 안색도 아주 흡족한 표정이었다. ‘역시 서 영감의 손녀답게 보통이 아니야.’이렇게 되면 그도 안심하게 된다. 필경 이 혼사는 자신과 서경아의 할아버지가 생전에 정한 것이다. 정말 진루안이 만족하지 못하거나 서경아에 어떤 결함이 있다면, 자신의 늙은 얼굴은 체면 유지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제자 진루안에게는 더욱 떳떳하지 못할 것이다.“할아버지, 사부님, 저는 회사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서경아는 간단하게 몇 숟가락 뜬 뒤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를 했다. 그리고 서류 가방과 노트북을 들고 급히 차를 몰고 별장을 떠났다.진봉교와 백무소는 얼굴에는 감개무량한 기색이 가득했다. 서경아의 이렇게 열심히 사는 모습에 그들 두 사람은 다소 뻘쭘한 느낌이었다.그러나 진루안이 느릿느릿 아침을 먹는 것을 보자, 두 노인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네 녀석은 마누라를 보고 좀 배워. 걔는 얼마나 부지런한데 너는 뭐야?”“손자야, 너 이러면 안 돼, 아내가 남편 말을 안 듣게 돼!”진루안은 하마터면 목구멍에 죽이 걸려서 사레가 들 뻔했다. 무력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두 노인을 보았다. ‘바로 출근하는 거 아니야? 그건 나도 할 수 있어.’“불복하는 거야?” 눈을 가늘게 뜨고 눈썹을 치켜뜬 백무소가 진루안을 노려보았다.가슴이 떨린 진루안이 얼른 미소를 지었다.“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겠습니까? 스승님의 말은 곧 금과옥조입니다.”“너 이 자식, 비행기 태우지 말아. 어쨌든 저렇게 좋은 아내는 소중히 여겨야 해.”“만약 네가 변심하거나 밖에서 함부로 바람 피다가 들키면, 널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 테니 조심해!”백무소는 굳어진 표정으로 진루안에게 경고했다.이것은 결코 장난치는 말이 아니다. 진루안의 매력이 얼마나 큰지 스승이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정말로 진루안이 언젠가 서경아에게 싫증이 나서 새 여자를 좋아하거나, 밖에 다른 여자를 두고 서경아를 슬프게 할까 걱정이 된 것이다.만약 정말로 그런
‘그러나 어느 길이든 걷기 쉽지 않아. 조정에서의 투쟁은 자칫 목숨을 걸고 있는 힘을 다 해야 할 수도 있어.’‘용국의 전신으로 양성하는 것도 마찬가지야. 희생의 위험이 있고, 피를 흘리는 건 더더욱 흔한 일이야.’‘만약 평범하게 한평생을 살게 한다면, 조경 자신은 동의하지 않을 거야. 나를 스승으로 모신 이상 필연적으로 바라는 바가 있겠지’‘다른 동기들의 복수를 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그 자신이 국왕 조의의 아들이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어.’“만약 네가 10살만 더 많았다면 나도 감히 너를 조정에서 투쟁하러 데려갔을 거야. 애석하게도 너는 이제 겨우 16살이야!” 마음에 걸린 진루안은 조경의 앳된 얼굴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고개를 젓고 바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조정에서 투쟁하는 일은 아직 결정할 수 없어. 또 언제든지 변고가 있을 수 있어.’진루안은 운전에 전념했지만 눈을 뜬 조경이 복잡한 표정으로 말없이 진루안의 옆모습을 바라보는 건 알아차리지 못했다.‘사부님은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하길 원하시는 건가?’조경은 마음속으로 묵묵히 생각했다. 예전에는 자신은 그 자리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그러나 진루안을 스승으로 모신 후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났다. 자신도 눈뜬 장님이 아니기에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특히 태자 조기의 소행은 동생인 자신의 마음을 좀 오싹하게 했다.‘조씨 가문의 천하, 용국의 천하, 국민의 세상이 이렇게 망가져서는 안 돼.’‘만약 사부님이 정말로 그 자리를 놓고 경쟁하기로 결정하신다면, 나는 죽더라도 사부님을 도와 이 천하의 사람들을 위해서 싸워야 해!’‘공정을 쟁취하고!’‘정의를 세워야 해!’자신의 나이가 어린 문제는 조경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유일한 결함이다.태자 조기는 비록 젊지만 30대가 되었고, 자신의 이복형제 황자들도 모두 2, 30대다.왕이 되려면 젊어서는 안 된다. 조정의 늙은 여우들에게 쉽게 속고 국가에도 불리하다.그래서 용국의 왕은 만 40세가 되어야 경쟁할
창밖의 흰색의 고층건물을 바라보면서 조경은 여기가 건성 정사당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전에 이곳에 온 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한두 번 온 게 아니었다.진루안이 차문을 열고 나가자 조경은 얼른 따라갔지만, 스승님께 왜 자신을 데리고 이곳에 왔는지 감히 묻지 못했다.지금은 오전 10시다. 고성용이 말한 오후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진루안은 완전히 약속에 가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이곳에 와서 해결해야 할 또 다른 일이 있다.진루안은 조경을 데리고 건성 정사당 청사로 들어갔지만, 경비원은 진루안을 알지 못했기에 당연히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막았다.“여기는 건성 정사당입니다.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돌아가세요!”많은 경우 입구를 지키는 경비원은 일반적으로 모두 할아버지이다. 그러나 건성 정사당의 경비원은 비교적 젊은 남자이다. 30대의 모습에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은 그가 대신이라고 생각할 것이다.물론 정사당에서 문을 지키는 경비원으로 일할 수 있다면, 필연적으로 간단한 배경일 수는 없다. 적어도 어떤 대신의 친척일 것이다.진루안은 처음으로 정사당 정문 앞에서 경비원에게 가로막혔다.“내가 안에 있는 대신을 찾을 일이 좀 있으니, 좀 융통성 있게 나를 들어가게 해 주세요!”진루안은 화를 내지 않고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서 아주 상냥한 말투로 말했다.결국 모든 사람이 쉽지 않으니,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면 된다.애석하게도 모든 사람이 입장을 바꿔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눈앞의 이 경비는, 진루안의 이런 상냥한 말투를 오히려 당연하다고 여겼다.“무슨 헛소리야, 여기는 건성 정사당이고 안에는 모두 고위 관료들인데, 어떻게 당신이 보고 싶다고 만날 수 있단 말이야?”“내가 보기에 당신은 민원을 제기하러 온 것 같은데? 내 일을 방해하지 말고 일찌감치 꺼져!”남자의 말은 아주 무례하고, 더욱 짜증나는 말투였다.진루안은 눈살을 찌푸렸다. 경비의 직책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 사람의 말투와 태도는
다만 진루안은 체면을 잃지 않기 위해서, 이런 거드름을 피우는 인간들과는 따지지 않았다.“나는 오히려 누가 당신을 여기 경비원으로 초빙했는지 알고 싶네!”“너 뒤에 누가 있지!”진루안은 차가운 소리로 물으며 온몸의 기세를 발산하자, 남자는 온몸을 떨었고 왠지 공포감이 들었다. 마치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이 정사당의 선임대신인 심경도인 것처럼 상위자의 기운이 넘쳤다.그러나 경비는 곧 반응했다. 자신은 정사당 안의 모든 대신의 얼굴을 알고 있는데, 이 사람은 대신일 리가 없었다. 그래서 바로 마음을 놓았다.“허허, 내 사촌 아저씨가 바로 여기 3처 대신의 비서실장인데, 왜 그래?”“당신 불복하는 거야? 불복해도 어쩔 수 없어. 우리 같은 상류층은 영원히 후원자가 있어. 너희 같은 교활한 힘없는 국민들은 상소해도 아무도 만나지 못해!”“빨리 꺼져, 내가 정말 경찰에 신고하게 하지 마!”“경주 치안국의 대장이 내 큰 처남이야. 너희들을 잡아 가면 적어도 징역 3년은 너끈해!”남자는 주먹을 쥐고 위협적인 표정을 지었다.진루안은 오히려 화가 나서 웃었다. 원래 이곳에 온 것은 심경도를 찾아서 이야기를 나누려는 것이었는데, 뜻밖에도 입구에서 진루안에게 경고를 한 것이다.‘건성 정사당은 아직도 허점이 있어. 아주 큰 허점이 있어.’‘나도 오랫동안 그들에게 위기감을 주지 않았는데, 보아하니 오늘은 좀 소란을 피워야겠어.’부릉!바로 그때 검은색 아우디 전용차 한 대가 달려와 정문에서 불과 5미터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웠다.“망했어 망했어. 이제 망했어!” 아우디 차의 차량 번호를 본 남자는,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져서 끝났다고 외치면서 전용차 옆으로 달려갔다.아우디의 조수석 창문을 내리더니, 뚱뚱한 얼굴이 보이면서 불쾌한 표정으로 노발대발했다.“뭐 하는 거야, 남 비서실장이 들어가려고 하는데, 너희들 지금 뭐하는 짓이야?”“죄송합니다, 이 비서님, 여기 교활한 사람 두 명이 민원을 제기하러 왔는데, 제가 곧 쫓아내겠습니다!”남자는 비굴하게 허리를
그 위협을 들은 진루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 자를 뒤에 있는 아우디로 던졌다.쿵 소리와 함께 아우디의 차 지붕 전체가 무너져 내리자, 안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이런 X발, 죽고 싶어 환장했어!”조수석에 앉은 이 비서는 차문을 열고 뛰쳐나와서 바로 진루안을 향해 다시 왔다.진루안은 보지도 않고 발로 차서 땅에 쓰러뜨렸고, 마찬가지로 들어 올려서 아우디에 던졌다.이때 아우디는 이미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울퉁불퉁하고 만신창이가 되었다.경비와 이 비서 모두 차량 지붕 위에서 끙끙거리며 온몸을 발버둥치고 있었다. 이런 통증은 그들이 감당하기 어려웠다.차 안에 있던 탄 비서실장이 마침내 내려와서 어두운 눈빛으로 진루안을 쳐다보았다.“당신은 누군데, 감히 정사당 입구에서 손을 쓰는 거야?”“내가 누군지 알아? 여기가 어딘 줄 알아?”남 비서실장은 아주 말랐고 마른 얼굴에 주름이 많은 피부였다. 50여 세의 그는 이미 반 대머리가 되었지만 관직은 작지 않았다. 특히 깔끔한 정장 차림이라서 더욱 그런 듯했다.그러나 그의 이름엔 전혀 놀랄 필요가 없었다. 이 자와 같은 비서실장은 건성 정사당 전체에 여럿이 있고, 게다가 단지 6등 대신일 뿐이다.그러나 이 사람들은 호가호위하면서, 남의 세력을 등에 업고 사람들을 괴롭혔다.진루안은 그 자를 상대할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조경을 보니, 이미 10여명의 보안 요원을 해치운 뒤였다. 진루안의 눈에서는 기쁨과 만족하는 기색이 드러났다.‘어쨌든, 이 제자는 그런대로 괜찮네.’“잘 했어, 제자야!”진루안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조경을 칭찬했다.조경은 기쁜 표정이었다. 스승이 처음으로 자신을 칭찬했기에 마음을 크게 안정되었다.정식으로 스승으로 모시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진루안의 진정한 제자라고 할 수 없었다. 이것은 또한 진루안이 자신을 제자로 삼지 않을까 봐 때때로 걱정하게 만들었다.지금 진루안의 이 말은 마침내 조경의 마음을 안정되게 만들었다.‘사부님이 인정하셨어.’진루안은 무쇠처럼
진루안은 아주 음울한 표정으로 건성 정사당 청사의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심경도와 손복기가 좌우로 배석했다. 다른 정사당의 대신들은 모두 한쪽에 앉아 있었다. 회의실 바닥에 서 있는 사람들은 지금 창백한 안색에 눈에는 공포의 기색이 넘쳤다.그리고 이 사람들 중에서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당연히 남 비서실장과 문을 지키는 경비원 남자였다.남 비서실장이 진루안을 알아본 순간 이미 자신들의 말로는 결정이 되었다. 문을 책임진 남자는 남 비서실장이 진루안을 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을 때, 머리는 이미 마비되어서 문제를 생각하는 능력도 거의 잃어버렸다.‘전혀 상상도 못했는데, 알고 보니 이 사람이 정말 전 선생님이었어.’진루안은 이 사람들과 너무 많이 뒤엉키지 않았다. 바로 전화를 걸어서 심경도 등에게 이 회의실에 와서 이번에 나타난 문제를 해결하라고 알려주었다.진루안이 사소한 일을 크게 만든 것이 아니다. 문을 지키는 일개 경비가 남의 기세를 등에 업고 감히 이렇게 위세를 부렸다. 그렇게 듣기 싫은 말을 하는 걸 보면, 이렇게 한 것이 한 번이 아닌 게 분명했다.진루안이 만약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만이지만, 기왕 발견한 이상 이 문제는 반드시 엄벌에 처해야 한다. 절대 어떤 관용을 베풀 가능성도 있어서는 안 된다.이 일은 하층 서민들과 관계된 일이므로 조그마한 소홀함도 용납할 수 없었다.“3처의 그 비서실장을 불러와. 일개 비서실장이 어떻게 집안의 친척을 경비원에 배치했는지 알아야겠어!”나지막한 목소리로 화를 내는 진루안의 눈에는 온통 차가운 기운이 가득했다.지금까지도 진루안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진루안의 말을 듣고 심경도의 표정도 좀 일그러졌다. 지금 자신은 건성 정사당 선임대신인데 뜻밖에도 자신의 부하에게 이런 일이 발생해서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양사림이 건성 정사당에 있을 때는 이런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히 진루안이 뒤집을 수 있는 정도였으니, 이 사람들이 한 일이 도대체 얼마나 지나쳤는지 짐
자신의 비서가 나가는 것을 바라보자, 심경도는 표정을 약간 풀고 진루안에게 말했다.“너무 화내지 마. 오늘 이 일은 내가 반드시 분명하게 처리하겠어!”“나한테가 아니라 국민한테 하는 거야!”“건성 정사당 정문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심경도 네 얼굴을 창피하게 만들었고 국민들의 다리를 고생시켰어!”진루안의 얼굴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심경도의 말을 듣고 엄숙한 말투로 질책했다.진루안의 신분과 지위로 심경도를 질책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친구의 입장에서 봐도 아무 문제가 없다.심경도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진루안의 저 더러운 성질이 이렇게 올라왔어.’심경도는 일찌감치 습관이 되었다.“됐어, 내가 큰 도리를 알고 있으니 나한테 수업을 할 필요 없어.”“아무튼 오늘 이 일은 내가 반드시 엄하게 처리할 거야.”“이따가 고성용이 와서 업무를 시찰할 건데, 걔를 만나러 여기에 온 거 아니야?” 심경도도 내색하지 않고 화제를 돌려서 진루안이 계속 화를 내지 않도록 했다. 게다가 이런 작은 인물들에게 화를 내는 건 정말 그럴 만한 가치가 없었다.심경도의 말을 들은 진루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고성용이 시찰을 해?’“걔가 뭘 시찰하는 거야?” 진루안은 호기심에 심경도를 바라보며 말했다.심경도의 눈에는 몇 가지 의심과 난해함이 드러났다. 진루안을 바라보며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루안아, 너는 몰라? 고성용은 지금 용국 정사당의 13 번째 재상이야!”“재상?” 진루안은 깜짝 놀란 눈빛이었다. 마음속으로는 곧 이것이 국왕 조의가 자신에게 경고하거나 자신이 태자 조기를 손본 것에 대한 일종의 대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국왕 조의는 나와 고성용 사이의 경쟁 관계를 잘 알고 있어. 비록 생사를 걸 만한 큰 원한은 없지만, 일에 있어서는 정면충돌하는 사이였어.’지금 국왕 조의가 고성용을 13재상으로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되자,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몹시 불만스러웠고 상실감을 느꼈다.불만은 용국에 아무런 공로
“보스, 데려왔습니다!”분위기가 침울해져 있을 때 심경도의 비서가 들어왔다. 그 뒤로 마흔이 넘은 중년 남자가 따라왔다. 회색 셔츠와 바지 차림에 머리는 잘 다듬어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 창백한 표정이 떠올랐다.분명히 오기 전에 이미 선임비서의 입을 통해 오늘의 일을 들었을 것이다.‘쥐뿔도 아닌 조카가 뜻밖에도 사람들 앞에서 진루안을 욕하고 또 진루안에게 손찌검을 하려고 했어?’‘이건 그야말로 죽음을 자초하는 행위야.’하필 이런 일 아래에는 모두 자신의 그림자가 있었다. 자신의 소개가 없었다면 이 조카는 경비원의 일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그리고 이 싸구려 조카는 곳곳에서 내이름을 내걸고 제멋대로 날뛰었어.’지금은 과연 일이 생겼다. 게다가 일이 생겼지만 외삼촌인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자신이 아무리 에너지가 있다고 해도 진루안보다 클 수 있겠는가?진루안은 전해강 대신조차도 감히 움직일 수 있는 존재로, 실력은 더더욱 무서운 젊은이다. 전체 건성 정사당의 공감대는, 심경도를 화나게 할 수 있어도 진루안은 감히 건드리지 못한다는 것이다.“당신의 이름은 뭡니까?” 진루안은 고개를 들어 이 3처의 비서실장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말투로 물었다.“진 선생님, 저는 부신성이라고 합니다!”부신성은 감히 조금도 소홀히 하지 못하고 얼른 진루안의 말에 대답했다. 자신이 지금 계속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을지는 거의 진루안의 한 마디에 달려 있다.“부신성, 3처의 비서실장?” 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물었다.부신성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진루안은 이 수법에 넘어가지 않았다. 부신성의 이런 모습을 보고 이 사람이 어떤 자인지 한눈에 꿰뚫어 보았다.‘3처 비서실장 자리도 능력을 통해 얻은 것이 아닐 거야.’‘현재 용국의 대신 중 적어도 70%는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서 능력을 통해 얻은 게 아니야.’‘거의 가문의 추천, 가문의 힘, 장인의 인맥, 그리고 돈의 흡인력을 통해 이 모든 것이 결정되지.’‘비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