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아를 깨울까 봐 침대 옆에 누운 진루안은, 몸을 구부려서 서경아가 자신을 안도록 내버려두었다.밤새도록 진루안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시종 이렇게 서경아가 자신의 팔을 안고 깊이 잠들도록 했다.날이 밝자, 잠에서 막 깬 서경아가 천천히 눈을 떴다. 익숙한 방을 바라보고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어떻게 방으로 돌아왔을까?’‘나는 소파에서 루안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근데 뒷일은 왜 기억이 안 나지?’‘혼자 잠든 것 같은데?’‘그럼 내가 어떻게 방에서 잔 거지?’일어나려던 서경아는 곁에서 전해지는 온도를 느끼고 몸을 돌렸다. 침대 옆에 누워 잠든 진루안을 보고 자신의 손으로 진루안의 큰 손을 꼭 잡았다.서경아는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자신은 여태까지 이렇게 진지하게 진루안을 훑어본 적이 없었다. 이 순간 진루안을 훑어본 후에야, 원래 자신의 이 약혼자이자 데릴사위가 결국 이렇게 멋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원래 당신이 이렇게 멋있었네, 어쩐지 그렇게 많은 여자들이 당신을 좋아하더라니!” 서경아가 입꼬리를 오므리고 중얼거렸다.조심스럽게 손을 풀고서 이불을 덮어준 뒤에, 가볍게 침대에서 내려와 방에서 나갔다.그리고 바로 아래층의 부엌으로 곧장 달려가서 앞치마를 맸다.‘오늘은 진루안을 위해 사랑의 아침을 만들어서 두 사람 각자의 바쁜 시간을 메울 거야. 아직 이런 따뜻한 순간은 없었던 것 같아.’‘예전에 회사가 바쁘지 않을 때는, 진루안이 각종 일을 처리해야 했어. 사적인 일이든 용국의 대사든 모두 진루안에게 매달렸지.’‘가까스로 사랑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지만, 항상 각종 의외의 사람들에 의해서 파괴되었어.’시간이 지나면서 서경아의 마음에도 왠지 모를 불만이 생겼지만, 불만스러운 것은 진루안이 아니라 자신이었다.만약 그녀가 좀 더 주동적이었다면, 아마도 지금 그녀는 이미 진루안의 여자일 것이다. 지금 서로 손님처럼 존중하는 이런 모습이 아니라, 진정한 여자일 것이다.“할아버지가 약혼한다고 하셨지!”진봉교가
[진루안, 네 녀석이 정말 담이 크구나!]아니나 다를까, 수신 버튼을 누른 순간, 전화기 안에서 화가 치밀어 오른 조의의 포효 소리가 전해졌다. 분노가 치솟는 것을 볼 수 있었다.[태자 조기가 설령 죄가 있다 하더라도 신세를 망칠 정도는 아니야!][지금 인터넷에 그 동영상이 널리 퍼졌어. 걔가 동강시에서 일을 저질렀지. 만약 이 안에 네가 손을 쓰지 않았다면, 나 조의는 죽어도 믿지 않을 거야!][너는 이렇게 조기를 용납할 수 없는 거야?][태자이자 미래의 국왕이야. 설마 진루안은 너는 네 말을 잘 듣는 태자를 찾고 싶은 거야? 미래에 권세를 조종하고 조정을 조종하려고 말이야?]국왕 조의의 이 말은 아주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이 말을 들은 진루안은 조의의 말도 좀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국왕 전하,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그러나 조기가 한 짓은, 합격된 국왕이 되기는 어렵습니다.”“만약 정말 조기를 국왕으로 만든다면, 용국의 수억 국민에 대한 무책임한 일입니다.”“어쨌든 제가 여기서 한 마디 하자면, 제가 태자를 용납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용국 백성들이 태자를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진루안은 상대방이 국왕인데도 어떤 양보도 하지 않았다. 거리낌 없이 여전히 자신이 해야 할 말을 모두 한 뒤 더욱 대담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누군 성질이 없어?’‘조의만 성질이 있어?’‘당신 아들은 사람을 죽일 정도로 날뛰었어. 자신을 수 년 간 따라다닌 경호원을 학살할 만큼 날뛴 거야. 말끝마다 위계 관념이 배였고 말끝마다 개, 노예라고 하지.’‘이런 사람이 어떻게 왕이 될 수 있겠어?’‘조의 당신이 국왕으로서 이런 시비를 가릴 능력도 없으면서, 무슨 국왕을 하겠다는 거야?’분명히 이 이치를 잘 알고 있지만, 조의는 이번에도 진루안에게 트집을 잡았다. 진루안은 이를 용납할 수 없었다.그는 화풀이 대상이 아니다. 조의가 엄청난 분노가 있어도 자신의 머리에 발산할 수는 없다.‘화를 내고 싶으면 조기를 찾아
하얀 눈이 깔린 길 위에 갑자기 불협화음이 많이 생겼다.정사당의 12 재상은 모두 눈을 밟고 자룡각 안으로 들어갔다.금군 통령인 채영원은 12명을 한 번 검사한 후, 국왕에게 해를 가할 물건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비켜서서 들어가도록 했다.정사당의 선임 재상인 김태상을 위주로 자룡각에 들어온 12명이 국왕의 집무실로 왔다.다른 재상들이 모두 간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자, 김태상은 어쩔 수 없이 재상의 대표로 방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국왕 전하, 저희가 왔습니다!”“문도 안 잠겼어, 들어와!”조의의 말투는 아주 좋지 않았고, 더욱이 격노가 채 가시지 않아서 답답함을 띠고 있었다.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은 김태상은, 다른 11명의 재상들을 향해 눈빛으로 표시한 뒤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김태상을 필두로 양상연, 구천수, 성여운, 제한청, 하신문, 맹사하, 오용범과 강조한, 유정호, 전계상, 이천상 등 재상들이 모두 이곳에 왔다.정사당에는 원래 13명의 재상이 있지만, 손하림이 명예퇴직을 선언한 이후 그 재상의 자리는 시종 비어 있었다. 내년 3월에 다시 선발해서 후보가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지금은 12명의 재상이지만 모두 재상은 뿌리가 깊은 사람들이다.거의 모든 재상은 배후에 강한 실력을 갖추었고 뒤따르는 무리들이 있다.예를 들어 김태상은 부마이자 선임 재상이다. 그의 김씨 가문조차도 3000년을 이어 온 으뜸가는 명문 가문으로, 그 지위는 여태까지 변경된 적이 없었다.맹사하는 곧 말할 필요도 없다. 김태상에 이어서 서열 제2위의 재상이자 맹씨 가문의 가주로, 김씨 가문에 버금가는 맹씨 가문은 용국에서 명성이 드높은 최고급 권문이다.유정호는 더욱이 용조의 조장으로서, 완전히 국왕 조의의 사람이다.강씨 가문의 사람이자 최연소 재상인 강조한은 전도양양한 미래를 가지고 있다.감사원의 원장인 맹사하는 백관을 검사할 자격과 권리를 가지고 있다. 동시에 맹씨 가문 역시 천 년 동안 부패하지 않은 가문이었고, 더욱기 지금은 최
심지어 지난번에 독선적으로 결정해서 하마터면 국왕의 명예를 손상시킬 뻔했기에, 그도 아주 성실하게 임했다.한 번만 더 잘못한다면, 국왕의 성질로 보건대 한성호는 평생 그를 꼼짝 못하게 만들 것이다. 절대 다시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이 지위를 위해서, 이 한 걸음을 위해서, 몇 배의 대가와 노력을 치렀는지 몰랐다. 한 걸음씩 전진하며 명문가의 자제에서 조정의 3급 대신이 될 때까지 계속 노력했다.그는 이 단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그의 노력이고, 성과이기 때문이다.조의는 의자에서 일어난 조의는 소파의 주빈 자리에 앉았다.국왕이 자리에 앉은 후에야 12 명의 재상이 차례대로 앉았다.서로 말이 없었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국왕 조의가 자신들을 불러서 도대체 무엇을 논의하였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비록 마음속으로는 이미 추측하고 있었지만, 국왕의 입을 열어 확인할 수가 없었다. 재상들도 감히 억측하지 못했다.필경 그것은 태자 조기의 문제일 것이다. 현재의 태자이자 미래의 국왕이기에 신분은 아주 민감한 문제였다.“당신들이 조기를 어떻게 처리할지 한 번 토론해 봐요!”어떤 의외도 없었다. 조의가 자신들을 불러온 목적은 바로 조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토론하는 것이다.조기의 일은 극히 지나쳤다. 설사 그 속에 진루안의 수단이 있다 하더라도, 조기가 한 그 말들이 모든 대신들을 실망시켰고, 상심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 태자는 이미 한 걸음 더 나아갈 자격을 잃은 것이다.조의가 더욱 생각지도 못한 것은, 조기가 수단을 부렸을 뿐만 아니라 생각도 이렇게 얕아서 성급하게 손을 써서 사람을 죽였다는 것이다. 바로 전해강을 죽여서 진루안을 화나게 만든 것이다.전해강이 어떤 사람인가? 그것은 전광림의 장남이다. 전광림은 진루안이 가장 신임하는 부하이자, 심지어 백무소 때에도 중요한 부하였다.이런 사람을 조기가 죽였으니 궐주인 진루안을 안중에도 두지 않은 것이 아닌가?진루안이 수단을 동원해서 조기를 상대하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고개를 든 강조한은 재상들을 주시하다가 결국 조의를 바라보았다.조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담담하게 물었다.“그 말은 무슨 뜻이지?”“국왕 전하, 제가 맡은 분야는 자본과 홍보 외에 교통도 있습니다!”“누군가가 먼저 저를 건너뛰고 직접 교통대신의 전용전화에 전화를 걸었고, 또 월권해서 동강시의 처리 권한을 회수했습니다!”“저는 어느 사람이 이렇게 규칙을 따지지 않고 제 손 밑에서 음모를 꾸몄는지 묻고 싶습니다!”강조한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좌중의 모든 사람을 힐끗 보았다. 그리고 그의 온몸에서 매서운 기세도 휘몰아쳤다.고대무술계의 3대 가문인 강씨 가문의 후계자인데 어떻게 고대무술을 수련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심지어 강조한의 실력도 마찬가지로 강해서, 이미 연기9중에 이르렀고, 곧 연골 경지에 진입할 것이다.이런 기세와 기세등등한 눈빛 아래, 김태상의 표정은 몹시 어두웠지만 어쩔 수 없이 나서야 했다.강조한은 지금 바로 자신을 가리키고 있었다.“내가 했어!” 김태상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강조한을 똑바로 쳐다보았다.재상 순위에 따르면 김태상은 강조한보다 월등히 높았다.그러나 재상은 서열만 나눌 뿐 권력의 크기는 없다.그러므로 이 서열 12의 재상인 강조한도 김태상을 꺼릴 필요가 없다.“왜 그랬습니까?” 강조한의 차가운 눈빛으로 다시 물었다.김태상은 평범한 표정으로 계속 대답했다.“내가 선임재상인데 대답해야 하나?”“교통 부문의 일은 나 강조한의 수중에 있습니다. 당신이 월권해서 이 일을 처리하는 것은 규칙에 부합하지 않습니다!”“나는 선임재상으로서 전체 국면을 통일적으로 계획하고 살필 수 있어. 내가 손댈 수 없는 그 어떤 구역도 없어.”“그래서 김태상 당신의 뜻은, 당신이 국왕보다 더 큰 권력을 가졌단 말입니까?”“너는 여기서 이간질할 필요 없어. 네가 지금 누구를 대표해서 입을 열었는지, 우리 모두는 이미 훤히 알고 있어.”김태상은 차갑게 웃으며 계속 소리쳤다.“그러나 배후에 있는
“당신들 모두 이 일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말해봐.”조의는 극히 무거운 눈빛으로 진지하게 자신의 앞에 있는 12명의 재상을 바라보았다. 용국의 최고 의사 결정 계층이 함께 회의를 하는데, 그들보다 더 권위가 있는 사람은 없다.정책 결정이든 모든 민생 정책이든 모두 그들이 책임지고 제정한다.조의가 그들을 선택한 것도 당연히 이들의 정사당 기능이 바로 이렇기 때문이다. 어쨌든 황실 종친을 찾아서 이 일을 토론할 수도 없었다. 결국 태자의 일은 조정과 용국 백성과 관련되기 때문이다.조의의 질문은 모든 재상들을 침묵시켰다. 이 질문은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어떻게 대답하고 태도를 표명해도 이 일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는 것과 같았다.앞서 강조한의 발언은 이미 김태상의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지금 또 누가 감히 역풍을 불러올 발언을 할 수 있겠는가?결국 그들은 모두 바보가 아니다. 태자에게 미움을 사는 동시에 선임재상에게 미움을 사고, 심지어 국왕 조의에게 미움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국왕이 지금 이렇게 엄숙하게 태자에 대해 물은 것이 아니다. 국왕의 마음속에서는 결국 태자 조기를 내버려 둘 수 없다. 그러나 어떤 기회라도 조기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나는 의견을 발표하지 않겠어요!”김태상은 먼저 입을 열었지만, 아무런 태도와 의견도 발표하지 않았다. 자신은 태자 파벌의 사람이기에, 자신이 발언하면 태자에게 불리한 영향을 끼치는 걸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특히 국왕 조의는 그가 법도에 어긋나게 태자와 연합했는지 의심할 것이다.이렇게 의심받기 쉬운데, 자신은 결코 발언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나도 의견을 발표하지 않겠습니다!”양상연도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재상 서열 2위지만 이 일에 대한 의견을 발표할 수 없었다. 자신은 어떤 황자도 두둔하지 않기에 당연히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도 불가능했다.그러나 다른 재상들은 많든 적든 약간씩의 편견과 편향은 존재할 것이다. 비록 의견이 태자 조기에게 나쁠 수도 있지만, 다른 재상들은 분명히 의견을
이 열한 명의 재상들의 발언을 듣고서, 김태상의 마음은 끊임없이 가라앉았다. 태자 조기가 이번에 위기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이미 은연중에 깨달았다.설령 위기를 넘겼다 하더라도 앞으로는 태자의 이름을 잃어버리고 그저 평범한 대황자가 될 것이다.태자의 이름을 잃어버린 조기는 다른 황자에 비해서 어떤 고귀함도 없게 될 것이다. 모두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조의는 내색하지 않은 채 주인의 자리에 단정하게 앉아서, 때때로 차를 한 모금씩 마시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의의 마음이 도대체 어떤 모습인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조의의 마음이 결국 여전히 조기를 인정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만약 조의의 마음속에 이미 조기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조기에게 있어서는 태자의 자리에서 제명되는 길밖에 남지 않는다.“모두가 그렇게 말했으니 조기는...”“국왕 전하!”조의가 방금 조기를 중재한 결과를 선포하려고 했을 때, 한성호가 약간 복잡한 표정을 하고서 엄숙하게 집무실에 들어왔다. 그리고 조의의 귓가에 엎드려 몇 마디 말을 했다.조의는 한성호가 자신에게 한 말을 들은 조의의 얼굴에는 기쁜 표정이 떠올랐다.결국 조의는 분명히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전과 같이 슬픈 눈빛이 아니라, 약간 기분 좋은 기색을 담고 있었다.이런 변화에 12명의 재상 모두 의아했고, 국왕 조의가 왜 그렇게 빨리 표정이 변했는지 잘 몰라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분명히 1초 전까지만 해도 어쩔 수 없이 조기를 조기를 처리해야 해서 우울할 뿐이었어.’‘어떻게 눈 깜짝할 사이에 변했지?’“조기의 일은 비록 죄가 있지만, 죄 때문에 지위를 낮출 수는 없다!”조의는 12 명의 재상을 바라보며 정중하고 간단하게 설명했다.그리고 12명의 재상이 뭔가 더 묻기 전에, 조의는 이미 손사래를 쳤다.“재상들은 모두 돌아가세요. 자리를 비워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당신들 스스로 책임져야 합니다!”“다 돌아가세요!”조의는 아주 평범한 말투로 손을 흔들었다.
“좋아, 다행이야!”조의의 표정도 풀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쨌든 자신의 장남 조기에게 아무런 문제도 생기기를 바라지 않았다. 설사 조기가 확실한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아버지인 자신은 정말 그 일로 조기의 일생을 망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빨리 말해봐,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조의는 흥분된 얼굴로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물었다. 조기가 도대체 어떻게 무사하게 됐는지 물었다.한성호는 사무실 문 밖을 바라보면서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여기는 거의 안전했지만 그래도 대비를 해야 했다.“국왕 전하, 5년 전 출국했던 고성용을 기억하십니까?” 한성호는 아주 굳은 표정으로 국왕 조의를 바라보며 말했다.조의는 한성호의 말을 들은 조의는 처음에는 멍했지만, 곧 모든 것을 깨달은 듯한 눈빛을 드러냈다.“고성용, 바로 진루안과 백 군신의 마지막 제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다가 실패했던 그 사람 말이야?” 국왕 조의의 얼굴에는 의아한 빛이 가득했지만 호기심도 많았다.한성호는 극도로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소리쳤다.“맞습니다, 바로 그 사람입니다!”“당초 백 군신이 그렇게 많은 좋은 좋은 싹을 뽑았고, 결국 그 둘에서 진루안과 고성용을 선발했다가 한 명을 뽑았지요.”“고성용은 실패했지만, 백 군신이 고의로 그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백 군신은 진루안의 신세를 잘 알고 있습니다. 진봉산과 혈연 관계가 있기 때문에, 백 군신은 결국 진루안을 제자로 뽑았습니다!”“당연히 불복한 고성용은 멀리 서유럽으로 떠났고,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줄곧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고성용은 외국에서 줄곧 태자 조기와 연락이 있었습니다.”“최근 태자가 한 이 두 가지 일은 모두 고성용이 계획한 것이고, 심지어 손하림 등이 한 단계씩 진루안에게 보복할 것을 계획한 것도 포함됩니다. 전해강을 죽인 것도 모두 고성용의 수단입니다.”“진루안이 이번에 태자의 부당한 발언을 빌미로 해서 태자 조기를 무너뜨리려 한 것도, 고성용이 제때에 손을 써서 인터넷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