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씨 성을 달고 있어 겉보기엔 떳떳하지만 정작 가문에서 위치가 없고 이용당하는 도구 신세였다.“그럼 이제 어떡하지?”강서준이 물었다.“오빠를 보호하라고 지시를 내릴 때부터 시작한 거 같아요. 오빠가 강씨 가문에 위화감을 느끼고 있으니 나를 이용해 다시 연관 지으려고 한 거예요. 저들이 나타나게 한 것도 우리 사이에 뭔가 있길 바라는 동시에 남궁 가문에도 알리는 것이 목적일 거예요. 고지민이 사진을 퍼뜨린다고 해도 할아버지는 혼사를 성사시킬 거고,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남궁 가문과 고 선생의 사이를 갈라 놓으려고 할 거예요.”강서준은 듣기만 했다.추측이지만 일리가 있었다.“신경 쓰지 마. 일단 지켜보자.”강영은 여전히 두 무릎에 턱을 고이고 작게 말했다.모든 상황이 납득이 되자 자신의 처지가 그리 나쁘지 않다고 느꼈다.아직 강지에게 이용당할 가치가 남아 있고 이렇게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강서준에게 물었다.“남궁 가문과 오빠 중에서 굳이 선택을 하라면 오빠를 선택할게요.”“…”너무나 솔직한 발언에 강서준이 당황했다.한참을 멍하니 있다 정신을 차리고 진지하게 말했다.“농담하지 마. 내 상황을 잘 알잖아. 내 감정도 어쩌지 못하는데 더는 압력 주지 말라고.”“하하하.”강영이 웃음을 터뜨렸다.“농담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사촌 오빠인데.”강서준이 입을 삐죽거렸다. 강씨 핏줄이 아니라 입양한 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 밖에 내지 않았다.“참.”강영이 화제를 돌렸다.“전에 그거 무슨 무공이에요? 피부색이 변하던데, 방어력도 강해진 거 같고.”강서준이 설명했다.“의경에 기재된 천강기공이라고 하는 심법인데 금강신공과 결합하면 피부가 구릿빛으로 변해. 마치 동인처럼 변해서 총알이나 칼도 막을 수 있거든. 극치에 달하게 되면 삼척 기벽을 만들 정도로 천하무적이지. 하지만 난 이제 겨우 입문이야. 뭐 입문도 아닐지도 몰라.”“대단해요. 정말 대단해요.”강영이 말했다.“1단이라고 해도 실력 차이가 엄청
강서준이 옷을 꿰매고 있을 때 강영은 뒤에서 그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그래서 강서준이 돌아보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눈치챘을 때 이미 자신을 한동안 물끄러미 쳐다본 뒤였다.“이, 입어.”강서준이 침을 꼴깍 삼켰다.강영은 재빨리 옷을 받고 돌아서서 입으려 했다.그러자 강서준의 눈에 강영의 탱글탱글한 엉덩이가 보였다.심호흡으로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겨우 가라 앉혔다.겨우 진정한 강서준은 자신의 옷을 들고 살펴봤다. 많이 찢어졌지만 꿰매면 입을 수 있었다.또다시 말없이 앉아 바느질을 시작했다.그제야 옷을 입은 두 사람은 불더미에 마주 앉아 침묵했다.강서준은 어색한 분위기를 면하려고 소요군이 잡은 야생 토끼를 불에 굽기 시작했다.이따금씩 맞은편에 앉은 강영을 힐끔 쳐다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분위기가 더 이상해 화제를 돌렸다.“솔직히 네 몸매도 좋아.”강서준이 느닷없이 불쑥 한마디 던졌다.“아, 그래요?”그 말에 강영은 더 쑥스럽고 부자연스러워 괜히 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쑥스러움도 잠시, 순간 장난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초현과 비교하면 누가 더 좋아요?”“뭐?”예상치 못한 질문에 강서준이 당황했다.“뭐, 비슷비슷해.”진심이었다. 두 사람 모두 각자 장점이 있어 비교할 수 없었다.“맞다.”강영의 태도가 전지해졌다.“교토에 돌아간 후 고지민이 사진을 공개해서 남궁 가문과 혼인이 취소되면 할아버지께서 무조건 저한테 벌을 내릴 거예요. 어떡하면 좋아요?”강영은 강서준의 대답이 듣고 싶었다.“강지가 두 가지 준비를 한다면서? 그럼 사진이 폭로되었다고 해도 성사되도록 설득하지 않을까?”“말은 그래도 남궁 가문에서 믿을까요? 남궁 가문도 체면이 있을 텐데.”“네 생각은 어때?”강서준은 이런 질문을 하는 의도를 알지 못했다.“아니에요. 일단 지켜보죠.”강영이 고개를 흔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강서준의 대답에 실망한 것이다.강서준은 자신을 여자로 보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알몸을 보고도 태연
다만, 밤이 너무 길어 시간을 떼우는 게 지루했다.그때 강영이 가져온 무학비책을 꺼내 들었다. 세 권 모두 강지가 서재에서 베낀 것이다.신법무공을 다룬 어풍보, 장법을 다룬 패장 그리고 권법을 다룬 천풍권이라는 비책이었다.강서준은 무공비책을 열심히 보기 시작했다.갑자기 조용해지자 강영이 눈을 뜨고 강서준을 봤다.책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할아버지가 어떤 무공 책을 줬어요?”강서준이 대답했다. “어풍보, 패장 그리고 천풍권. 모두 세권이야.”강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름 있는 무공이에요. 세 권 모두 강씨 선조들이 남긴 거라 유명하죠. 나도 그 비책에 대해 들은 바가 있어요. 어풍보는 조예가 높은 걸음보라 배우게 되면 먼 거리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패장은 800년 전, 강씨 선조가 만든 무공인데 18 초식으로 위력이 엄청 강력해요. 패도, 능여를 사용하면 산을 가를 수 있고 18 초식을 모두 사용하면 천하무적이라고 하더라고요.”“천풍권도 수백 년 전에 강씨 선조가 만든 건데 전부 터득하면 권법으로 풍운을 다양하게 휘어잡을 수 있다고 했어요.”강영이 무공의 유래와 위력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했다.“모두 강씨 가문의 최고 무공이에요. 물론 강씨 가문의 천절십삼검 다음이지만, 모두 일정한 단계에 도달한 핵심 인물만 수련할 수 있거든요. 오빠가 꽤 맘에 들었나 봐요. 이렇게 중요한 무공비책도 선득 내주다니.”“그렇게 강력한 거야?”강서준은 놀라웠다. 무공비책의 내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다.“그럼요.”강영이 계속 말했다.“강씨 가문은 4대 고족의 수족이라 고대 무술계에서도 손꼽히는 존재였어요. 강씨 선조들이 수많은 무학을 남겼기 때문이죠. 고대 무술계에서 강씨 가문과 맞설 수 있는 건 아마도 천산파밖에 없을걸요?”“천산파?”강서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고대 무술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그러니 어떤 문파가 존재하고 어떤 강자가 있는지도 모른다.“천산파 장문은 고대 무술계 우무머리이자 100년 전의 맹주이기도 해요. 10
강서준은 대충 알만 했다. 백 년 전 실패한 계획이란 고독으로 세상을 제패하는 것이고 가장 선두에 있는 가문은 모용 가문이었다.물론 모용 가문 외의 다른 세력도 가담했겠지만 도대체 그게 누구인지, 어떻게 끝났는지,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는 강영도 몰랐다. 하지만 백 년 전의 계획이 다시 시작된 이상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참, 이것들은 어떻게 쓸 거예요?"강영이 물었다.강서준은 막막한 표정으로 말했다."백년 그룹의 고지민이 직접 올 줄은 몰랐네. 소요군이 가고 헬리콥터도 없는데 이 많은 금괴를 어떻게 들고가지?"강서준은 잠깐 고민하다가 계속해서 말했다."정 안되면 내일 천왕전에 부탁해서 옮겨 달라고 할까?""안 돼요."강영이 단호하게 말했다."지금 여러 세력이 천왕전이 누구의 편인지 추측하고 있어요. 천왕전이 막강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돼요. 만약 금괴를 옮기러 온다면 무조건 들켜버리고 말 거예요."강영의 말이 맞았다. 천왕전은 그들의 조커 카드였기에 함부로 꺼내서는 안 된다."그럼 어떡하지?"강서준은 막막한 표정으로 물었다.만약 몇백조에 달하는 눈앞의 재부를 포기한다면 독보운에게 받은 몇십조로는 얼마 버티지도 못할 것이다. 물론 백년 그룹과 싸울만한 능력도 없게 될 것이다.강영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저도 모르겠어요. 아무튼 천왕전을 부르는 건 절대 안 돼요. 지금 천왕전의 정체에 대해 아는 사람은 할아버지뿐이니까 더 조심해야 해요. 금괴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요.""그럴 수밖에 없겠어."강서준은 작게 머리를 끄덕였다.저녁, 두 사람은 모닥불 앞에 앉아 얘기를 나눴다. 그렇게 시간은 어느덧 아침이 되었고 그들은 몸을 일으켜 장백산을 떠났다.헬기가 이미 떠났기에 두 사람은 산을 넘어 근처의 도시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야 했다. 산길이 험하기는 했지만 무술을 배운 사람으로서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그들은 삼십분도 채 지나지 않은 점심쯤 장백산에서 내려와 길가에 도착했
"T 의료원이 귀찮게 구는 것 외에 괜찮은 것 같아.""그럼 다행이네요."강영도 약간 시름 놓은 모습이었다."참, 고 선생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강서준이 물었다. 그러자 강영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답했다."저도 모르겠어요. 저는 제대로 된 이름도 모르고 있어요. 그저 가끔 할아버지한테서 들었을 뿐인데 실력이 6단쯤 된다고 하더라고요. 어쩌면 지금은 6단보다 더 높을지도 모르겠네요."강서준의 눈빛이 약간 변했다. 그는 고 선생이라는 사람이 이토록 강할 줄은 몰랐기에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약 2시간 후, 두 사람은 드디어 교토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교토에 도착하니 시간은 어느덧 새벽 6시가 되었고 동쪽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했다.공항 밖으로 나온 후, 강서준이 물었다."강씨 저택으로 돌아갈 거야?""네."강영이 머리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말했다."지금 바로 돌아가요."두 사람은 택시를 타고 저택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아침 7시가 되기 전에 저택의 대문 앞에 나타났다. 강씨 저택의 도우미는 벌써 나와 낙엽 청소를 하고 있었다."돌아오셨어요, 아가씨."바닥을 쓸던 아주머니는 강영에게 인사했다. 그러고는 또 작은 목소리로 한 마디 보탰다."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르신께서 요즘 기분이 안 좋아요. 아가씨도 조심하세요."이 말을 들은 강영은 몸을 흠칫 떨었다. 강서준의 안색도 별로 좋지 못했다. 아무래도 고지민이 강지에게 사진을 보냈거나, 더 넓은 범위로 퍼뜨린 모양이다.강영은 순간 강씨 저택의 대문이 지옥의 문처럼 느껴졌다. 이 안으로 들어선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용기 내서 들어갔다. 강서준도 그녀를 따라나섰다.아침 7시의 강씨 저택은 아주 조용했다. 강영은 뒷마당의 정자로 곧장 걸어갔다. 그곳에는 한 노인이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무서운 기세가 있었고 희미하게 보이는 기운이 몸을 에워싼 채 자기장을 만들어 냈다.강영은 뒷마당에서 수련하고 있는 강지를
강영은 강지 앞에서 한마디도 못했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인 채 벌을 받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강지는 화난 표정으로 진기를 모아 손을 올렸다. 하지만 결국은 휘두르지 못했다."하아..."강지는 한숨을 쉬더니 손을 내리고 뒷짐을 졌다. 강서준은 이만 강영을 부축해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그녀는 말을 듣지 않았다. 아무래도 일어날 용기가 없는 듯하다.강서준은 강영을 내려놓더니 화난 표정으로 뒷짐을 지고 있는 강지를 바라봤다."이번 일은 강영과 상관없습니다. 화를 내도 고지민한테 내야지, 왜 애꿎은 사람한테 화풀이하시는 겁니까."강지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됐다. 이만 일어나거라."강영은 이제야 입을 꾹 다문 채 일어났다.강지가 말했다."이만 가보거라.""네."강영은 저택 안으로 들어가고 강지는 다시 정자를 향해 걸어갔다. 강서준은 강지를 따라 정자로 가서 앉았다.강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나도 강영이 잘못한 게 없다는 건 알고 있다. 그저 우리 집안의 미래가 걱정될 뿐이지. 우리는 가문이든 고대 무술인이든 가리지 않고 최대한 강한 아군을 만들어야 한다. 오직 그래야만 몇 개월 후의 대회에서 자리를 지킬 수 있고, 멸문을 피할 수 있을 거다."강서준도 강씨 집안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남궁문파와 결혼할 생각까지 했겠는가?강서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렇다고 해도 강영에서 화풀이하는 것은 틀린 일입니다. 일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해결을 우선으로 해야죠. 참, 제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말해보거라.""고 선생은 도대체 어떤 분입니까?"강서준의 질문에 강지가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사실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내 추측이 맞는다면 아마 백 년 전 전패한 고문의 후대일 것이다. 정확히 어느 가문인지는 모르겠고, 실력은 6단에서 7단 정도 한다고 하더구나."강서준이 또다시 물었다."백 년 전에 실패한 계획이란 또 무엇입니까?"강서준은 국가의 입장에 서 있었다. 그러니 고 선생은 그의 적이
대하에는 5단을 넘은 고수가 아주 많았다.강지가 답했다."당연히 불가능하지. 하지만 적어도 기회는 생기지 않겠나. 만약 6단을 넘을 수 있다면 안전하게 이길 수 있을 거다. 서준아, 난 너를 믿는다. 우리 집안의 미래가 너한테 달렸어.""일단 최선은 다해보겠습니다."강서준도 장담할 수는 없었다. 그는 그저 앞으로의 두 달 동안 5단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성공한다면 그는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얻을 뿐만 아니라 강씨 집안의 위기도 넘길 수 있었다.단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라면 강지에게 믿음이 안 간다는 것이다. 강영이 강지를 두려워하는 정도로 봤을 때, 그는 절대 보기처럼 온화한 사람이 아니었다."강영이 갖고 간 무공 비적은 보았느냐?""네."강지가 진지하게 말했다."그건 우리 집안에서도 볼 수 있는 사람이 손에 꼽히는 비적이니 절대 외부인한테 보여줘서는 안 된다.""제가 기억을 하고 나서는 흔적 없이 태워버릴 것입니다.""그래."강지가 머리를 끄덕이더니 이어서 말했다."네가 저택에 남아있어도 할 일이 없으니 얼른 강중으로 돌아가거라. 5단에 들어선 다음에는 돌아와서 우리 가문의 절학인 천절십삼학을 배울 수 있을 거다.""강영은요?"강서준은 강영이 걱정되어 선뜻 떠나지 못했다. 두 사람은 고지민의 계략으로 그런 일을 겪기도 했고 말이다."남궁문파에게 달리 설명할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겠다. 방금 전에는 확실히 내가 잘못했다. 네가 말려서 다행이지, 자칫 큰 잘못을 저지를 뻔했구나."이 말을 들은 강서준은 드디어 시름이 놓였다."왜 아직도 안 가는 것이냐?"강지는 강서준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강서준은 잠깐 주저하다가 물었다."강영을 진짜 남궁문파에 시집 보내야 합니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뭐?"강지는 어두운 안색으로 강서준을 바라봤다."강영을 남궁문파로 시집 보내지 않고서는 어떻게 우리 집안을 지킨단 말이냐?"강서준은 아무 말도 못 했다. 그에게는 아직 가문을 지킬 만한 능력이
강씨 저택에서 나온 강서준은 바로 강중으로 돌아가지는 않았다.독보운의 재산을 받으러 가는 길에 고지민이 나타나 방해했으니, 지금 손에 있는 건 현금밖에 없었다. 이것으로 백년 그룹과 겨루기는 턱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왕을 찾아가 돈을 구할 생각이었다.강서준은 천안궁으로 찾아갔다. 천안궁 밖에는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강서준을 발견하자마자 그들은 자세를 바로 하며 인사했다."용왕님을 뵙겠습니다.""그래."강서준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왕은 안에 있나?""왕은 교토를 떠나 외국 순방을 가셨습니다."이 말을 들은 강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럼 그림자는?"군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림자가 누굽니까?""됐어. 내가 온 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강서준은 몸을 돌려 멀어져갔다.그림자는 왕의 밀착 호위로 그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 아무리 천안궁의 호위라고 해도 그의 존재는 모르는 듯했다.왕한테 돈을 받기 위해 찾아왔는데 정작 만나지도 못했으니, 강서준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정당하지 못한 방법도 괜찮다면 그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이왕이면 정당한 방법을 쓰고 싶었다."정말 더러운 수단을 꺼내야 하는 건가..."강서준이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했다. 그림자는 정당하지 못한 수단이라도 좋으니 새로운 왕이 나타나기 전에 돈을 모으라고 말한 적 있었다.강서준은 계속해서 고민하며 군사 구역으로 갔다. 그는 전용기를 타고 강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가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전신 무장한 군인들이 몰려오더니 총을 들고 앞길을 막았다.이때 제복을 입고 어깨에 별을 세 개 단 남자가 걸어오며 말했다."강서준 씨, 저희랑 잠깐 가주셔야겠습니다."강서준은 장군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의 기억으로 교토에는 별 세 개짜리 장군이 없었다."당신은 누구죠?"중년 남자가 답했다."서경 소요왕 아래서 일하고 있는 남궁현이라고 합니다.""소요군?"강서준은 잠깐 멈칫하다가 피식 웃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