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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7화

강서준도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다.

강영이 한참을 흐느끼더니 겨우 멈추고 사색에 잠겼다.

“뭘 생각해?”

강서준이 물었다.

“이상해서요.”

강영이 작게 대답했다.

“뭐가?”

“할아버지는 고지민이 장백산에 나타날 거라는 거 알고 있었어요. 처음엔 이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했어요. 고지민이 오빠를 죽일 수도 죽이지도 못하니 위험하지 않다고요. 그런데도 날 보냈어요.”

강서준이 물었다.

“그게 뭐가 이상해? 나한테 무공비책을 전달하라고 보낸 거잖아?”

“거짓말인 거 같아요.”

강영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강지를 잘 알고 있었다. 비록 패권에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강지는 무슨 일이든 주도면밀하게 대하니 이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생각했다.

“할아버지는 고지민이 고 선생의 마지막 제자라는 것과 지금 상황을 알고 있었어요. 고지민이 남궁 가문과의 혼인을 알게 됐으니 다른 가문에서도 막으려고 한다는 것을 예측한 거예요.”

“세속에 관심 없는 가문에서 전통적인 혼인은 매우 중요하거든요. 오직 나의 명성을 더럽히게 하면 혼인을 쉽게 막을 수 있으니 할아버지도 짐작했던 거죠. 하지만 그걸 알면서 왜 나를 보냈을까요?”

강영은 알 수 없고 강서준은 더 혼란스러웠다.

두 사람은 그렇게 불더미 앞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뒤에야 강영이 번쩍 고개를 들고 강서준을 쳐다봤다.

깜짝 놀란 강서준은 황급히 손으로 중요한 부위를 막았다.

“풉!”

강영이 웃음을 터뜨렸다.

“왜 그렇게 봐? 뭘 또 웃어?”

강영이 실신한 웃음을 멈췄다.

“아, 아니에요. 할아버지가 모른 척하고 나를 보낸 게 오빠와 관련이 있는 거 같아요.”

“나한테?”

강서준이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 할아버지가 남궁 가문과 오빠를 두고 어느 쪽이 더 믿을 만한지 가늠하는 거 같아요.”

강서준이 코끝을 만지작거렸다.

“난 겨우 1단 절정이라고.”

“그래도 전신 경맥을 뚫었으니 진짜 실력은 5단에 가깝잖아요.”

“그런가?”

강서준의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

“설마 천왕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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