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의료거리에 가세요.”강서준이 갑자기 말을 바꿨다.“네?”김초현이 어리둥절해 물었다.“왜요?”“먼저 할 일이 있어서 차를 여기 세워줘요.”강서준이 차에서 내리자 김초현도 따라서 내렸다.“그럼 나도 안 갈래요. 같이 가요.”김초현이 눈치챘다. 강영과 통화하고 계획이 바뀌었다는 것을 말이다.샘이 났다. 강서준의 아내인 자신과 얘기하지 않고 다른 여자한테서 의견을 듣다니 속이 말이 아니었다.“먼저 그쪽일을 가서 봐요. 이쪽 일은 있어도 도움이 안 돼요.”“알았어요.”김초현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강서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니 더 노력해야 한다. ‘내가 능력을 키워야 돼.’그렇게 속으로 다짐하며 다시 차에 올라탔다.강서준은 닥치는 대로 택시를 잡았다.“GS그룹으로 가주세요.”택시 기사님에게 한마디만 하고 눈을 감았다.강영의 의견대로 신속하게 움직여야 하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했다.하지만 백운그룹에게 협박당한 가문, 기업, 공장들을 GS에 합류시키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그래야만 신속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이 일이 해결되면 강중 제약회사는 백운과 GS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자금을 어떻게 해결할까 생각하는 사이에 GS에 도착했다.강서준은 바로 최고층에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강중에 큰일이 발생했으니 모든 제약회사가 불안에 떨었다.그러니 백소희가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강서준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회의를 중단하고 사무실로 향했다.똑똑똑!노크소리가 들리더니 세련된 정장 차림을 한 백소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혹시 오늘 아침에 백운그룹에서 여러 제약회사를 인수한 건 때문에 오셨어요?”“그래.”강서준의 표정이 심각했다.“백운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빨라. 이대로 가만 있다간 백운에게 맞서지 못하게 될 거야.”백소희가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무슨 방법이라도 있어요?”강서준이 되려 물었다.“지금 회사 계좌에 인출할 수 있는 유동할 수 있
”알겠어요. 참, 청희 씨는 찾으셨어요? 지금 저 혼자 무리예요. 청희 씨 도움이 필요해요.”백소희는 혼자 힘으로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경영에 경험이 없어서 회사를 혼자 관리하는 게 힘에 부쳤다.그 말에 강서준이 이마를 찌푸리더니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최대한 빨리 찾아올게.”강서준의 추측이 맞다면 김초현이 서청희의 행방을 알고 있다. 자신에게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질투심에 그랬을 것이다.“다른 분부가 없다면 먼저 회의하러 갈게요.”“그래.”강서준이 손을 흔들었다.문득 뭔가 생각나 다시 불렀다.“소희. 회의는 잠시 열지 마. 회사 내부에 백운그룹 첩자가 있을 수 있어. 이 계획이 누설되어서는 안 돼. 백운이 알게 되면 다 망쳐. 먼저 회사 고위 직원 명단을 줘. 뒷조사를 끝내고 시작하자.”“알겠어요. 인사부에 임원 명단을 올리라고 할게요.”백소희가 사무실에서 나갔다.강서준은 사무실에서 기다렸다. 자금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아무리 생각해도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은 송진뿐이다.잠시 머뭇거리다 휴대폰을 들고 송진에게 연락했다.“서준 씨, 무슨 일이에요?”“어르신, 다름이 아니라 제가 자금이 필요한데요.”돈을 빌려달라는 말을 꺼내기가 쑥스러웠다.휴대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얼마나 필요한데요?”“많을수록 좋습니다.”“서준 씨, 저도 돕고 싶은데 전에 현금을 드리고 지금은 사용 가능한 자금이 얼마되지 않아요. 많아야 2조가 조금 넘을 텐데. 더 필요하다면 아래 산업을 처리할 시간이 필요해요. 당장은 어려워요.”“그렇군요. 다른 방법 찾아볼게요.”송진이 난처한 사정을 잘 알고 있다.큰 산업을 유지하려면 유동자금이 필요하다. 마지막 2조마저 내놓는다면 파산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돈, 대체 어디서 구하지?”조바심이 난 강서준이 사무실에서 왔다 갔다 맴돌기만 했다.남황에 가서 자금을 마련하고 싶지만 지난번 재판 이후로 형법을 건드리는 게 조심스러워졌다.“맞다.”갑자기 한 사람
방영길은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수십 년이라는 시간과 거대한 자금을 들여 지하 정보망을 세웠는데 지금은 강서준 전용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그것도 1푼도 받지 못하면서 말이다.“내일 결과를 드리죠.”억지로 대답하는 말투였다.“내일은 너무 늦어요. 반나절 드릴게요.”강서준이 명령하듯 분부했다.“가능한 빨리 조사해서 저녁에 결과를 드리죠.”생각해 보니 회사직원을 조사하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 반나절이면 끝날 것 같았다.“서준 씨. 내가 정보를 캐내려면 돈이 필요하거든요. 한 사람이든 한 정보든 다 돈인데…”“나더러 돈을 내라고요?”“아니, 조금이라도 달라는 말이죠. 우리고 먹고 살아야 되는데 지금 손가락 빨게 생겼어요.”“알았어요. 얼마인지 먼저 적어 놔요. 나중에 한 번에 계산할게요.”강서준이 바로 꺼버렸다.옆에서 듣던 백소희는 통화가 끝날 때까지 말없이 기다렸다.“지금 뭐부터 하면 되죠?”강서준이 분부했다.“일단 움직이지 말고 조사 결과 나올 때까지 기다려. 믿을만한 사람인지 확실해지면 그때 진행해.”“네.”백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먼저 가볼게요.”강서준은 의자에 기대어 잠시 생각을 하다 사무실에서 나왔다.GS그룹 문제는 잠시 보류하고 의료거리에 가야 했다. 가서 김초현에게 다시 서청희의 행방을 알고 있는지 물어볼 것이다. 회사에 사람이 필요한 때에 백소희 혼자서 통제하기 어렵다.서청희의 타고난 리더십이 필요했다. 그녀가 돌아온다면 GS는 끄떡없을 테니 말이다.강서준이 택시를 타고 의료거리로 향했다.오늘 의료거리는 매우 시끌벅적하다. 지난번 의술대회 이후로 T 의료원이 얌전해지고 J 의료원이 부상했다.강서준과 김초현이 신세대 신의로 등극했기 때문이다.강중에서 적지 않은 명의는 물론 국내 최고 유명 의원들도 김초현을 스승으로 모셨다.그들의 목적은 강서준의 조언을 받기 위해서다.수많은 의원들이 J 의료원에 모이고 김초현이 2조를 받은 덕분에 J 의료원은 백초당과 견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
한근명은 여전히 의자에 앉아 눈을 흘기면서 말했다.“돌아갔다가 지금 다시 왔어요. 내 의술이 더 좋아졌기 때문이죠. 지난 의술 대회에서 졌으니 오늘 다시 도전장을 내미는 거예요. 난 다시 이 세상에 한의학은 서양 의학에서 분리된 것이고 서양 의학이야말로 정통 의술이라는 걸 증명할 겁니다.”한근명의 말투는 참 뻔뻔스러웠다.“말도 안 되는 소리.”“한근명, 너무 뻔뻔하다. 얼른 꺼져. 의료거리는 너를 환영하지 않아. 대하도 너를 환영하지 않아.”“졌으면 그만이지 무슨 낯짝으로 나와서 설쳐?”“강서준이 오기 전에 얼른 꺼져. 망신을 당하기 전에 꺼지라고!”의원들은 물론 지나가던 일행도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한근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강서준이 가장 큰 위협이니 그를 이긴다면 의료거리의 모든 의원을 이긴 것과 다름없다.하지만 한근명도 그의 실력을 잘 알고 있다. 의술에 있어 강서준보다 못하지만 이번만큼은 두렵지 않았다.“오지 못할까 봐 염려되네요.”한근명이 냉정하게 말했다.“초현 씨. 1시간 더 드릴게요. 1시간 내에 강서준이 나타나지 않으면 도전장을 회피한 겁쟁이라고 떠벌리고 다닐 거예요. 그럼 J 의료원의 체면이 떨어지고 문을 닫게 되겠죠.”“썩 꺼지지 못해?”그때 하연미가 삿대질을 하며 욕을 했다.“넌 뭐하던 놈인데 감히 우리 집 의료원 앞에서 콧대를 세워? 우리 서준의 의술이 천하제일인 거 몰라? 너 따위와 비교할 레벨이 아니야.”욕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하연미가 한근명의 얼굴에 침까지 튕기며 언성을 높였다.그 바람에 한근명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지며 슬슬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눈을 감고 꾹 참았다.김초현은 현재 의원들이 한근명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저번 의술 대회에서 모두 졌기 때문이다.조용히 옆으로 가서 강서준에게 전화했다.“여보, 지금 어디예요?”그 시각 강서준은 택시를 타고 오는 길이었다.“왜 그래요?”“빨리 와요. T 의료원이 도전장을 내밀었어요. 당신이 1시간 내에 오지 않으면
고지민은 강서준이 안중에도 없었다. 강씨 집안에서 강서준을 건드리는 모든 사람을 적으로 돌리겠다고 하지만 않았어도 그녀는 진작에 강서준을 죽여버렸을 것이다.계획대로 강서준을 상대하기 위해 고지민은 약왕곡의 후계자를 찾았다. 의술 분야에서 약왕곡은 명불허전 서열 1위였다. 하지만 그들이 겸손한 관계로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만약 약왕곡의 후계자가 나선다면 강서준은 그의 발끝에도 닿지 못할 것이다."됐어. 이만 가 봐."고지민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네."청년이 공손하게 머리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의료거리.J 의료원 앞에는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의사, 행인, 기자를 가리지 않고 전부 J 의료원의 상황을 구경하고 있었다.한근명 등은 아직 여유작작한 모습이었다. 그들은 강서준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같은 시각, 약왕곡에서 보낸 사람이 도착했다. 이곳에는 약왕곡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한근명은 아주 잘 알았다. 그와 홍준태도 한때는 약왕곡에서 제자, 아니 약이나 따는 그런 심부름꾼 역할을 했었다. 그래도 그는 무서울 정도로 강한 의료 지식을 많이 배웠다.이번에 나타난 사람은 무려 약왕곡의 후계자이니, 의술로 강서준을 수백 번 이기고도 남을 것이다.시간은 일분일초 흘러가고 어느덧 반 시간이나 지났지만 강서준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던 J 의료원의 의사는 김초현과 한문수에게 물었다."저기, 강 신의님은 언제 오시나요?"김초현은 휴대전화로 시간이 많이 지났음을 확인하고 강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 지금 어디 있어요? 왜 아직도 안 와요?""길에 차 사고가 나서 심하게 막히고 있어요. 아무래도 한참 걸릴 것 같아요."강서준의 목소리가 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왔다."최대한 빨리 와줘요. 시간이 별로 없어요."김초현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알겠어요."강서준은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김초현은 J 의료원의 의사들에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요. 지금 오고 있기는 한데
한근명이 피식 웃었다."제가 곧 국의회를 만들어 한의사 협회를 대체할 생각이거든요. 때가 되면 오직 국의회에서 발급한 면허가 있는 사람만 의사를 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안 그러면 위법 행위가 되겠죠?""당신 말을 누가 듣는다고 그래요?""주제도 모르고 떠들어대는구나!"사람들은 하나같이 믿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직 김초현만 한근명에게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근명의 대단한 뒷배로 봤을 때 국의회를 만드는 것쯤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김초현은 다급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강서준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김초현 씨, 다시 한번 물을게요. 제 도전에 응할 거예요, 말 거예요?"한근명이 또다시 재촉했다.SA 일가 중에는 의술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고 한근명과 같은 신의를 상대할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저 말없이 김초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당연히 응하죠."김초현은 당당한 모습으로 한근명에게 말했다."우리 의료원 문 앞까지 찾아왔는데 도전을 받아들이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어요? 만약 T 의료원도 이기지 못한다면 저희도 문을 닫는 게 마땅한 거예요."김초현은 강서준이 무조건 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그의 의술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한근명 따위는 결코 이기지 못할 것이다."그래서 강서준은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거예요? 설마 이 하찮은 의사들로 도전하려는 건 아니죠?"한근명은 J 의료원의 의사들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들은 의사 생활을 한 지 수십 년이 되는 명의들이었다. 하찮다는 평가를 듣고 안색이 나빠지지 않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반박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속으로 한근명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다는 생각만 할 뿐이다.김초현이 말했다."여기까지 왔으면 우리 의료원의 모든 의사와 겨뤄봐야 하지 않겠어요?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아는 법이죠."김초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한근명을 바라고는 뒤에 있는 의사들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무
사람들의 시선은 전부 김초현에게 향했다. 아무도 의술 초짜 김초현이 나서서 한근명과 같은 의술 대선배와 겨룰 줄은 몰랐다. 그것도 목숨을 걸고 말이다."초현 씨가요?"한근명은 김초현을 힐끗 보더니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좋아요. 그러면 펜과 종이로 동의서를 작성하죠."한근명이 말을 끝내자마자 누군가가 펜과 종이를 갖고 왔다.김초현은 의료원 앞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생사가 걸린 동의서를 작성하고 사인과 지장을 남겼다. 그녀는 펜과 종이를 한근명에게 건네며 말했다."그쪽 차례예요."한근명은 고민 없이 동의서에 사인했다.김초현이 물었다."종목은 무엇으로 할 건가요?"한근명이 웃으며 말했다."의술대회와 마찬가지로 직접 고른 약재로 독약을 만든 후 서로 복용하고 해독약을 만드는 건 어때요? 단 이번에는 조수 없이 직접 해야 할 거예요.""좋아요."김초현은 전혀 겁먹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녀는 해독약을 만드는 법을 전혀 몰랐다. 하지만 독약을 먹고도 멀쩡히 살아있을 자신은 있었다. 그래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약재를 준비해 줘요."J 의료원같이 큰 의료원에는 약재가 아주 다양했다. 의사 한 명이 김초현의 지시에 따라 약재를 준비하러 갔고 곧 수천 가지 약재를 들고 와 상자, 테이블, 의자 등이 마련된 의료원 앞 거리에 펼쳐 놓았다.김초현은 한근명을 힐끗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어른이니까 먼저 시작해요."한근명은 김초현의 당당한 모습에 약간 의아했다. 그녀가 그 새로 의술을 배운 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어찌 됐든 의술은 짧은 몇 년 사이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적어도 10년, 많게는 평생 배워야 했기에 대결이 걱정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한근명은 기괴한 미소와 함께 독약을 만들기 시작했다.김초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김초현은 뭘 하는 거야?""왜 아직도 시작 안 해?"구경꾼들은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들은 김초현이 도대체 어떻게 할 작정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하연미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걸어와 작
SA 일가의 설득에 김초현은 손을 저었다."걱정하지 마요. 서준 씨가 금방 온다고 했으니까 저는 시간만 끌면 돼요."김초현은 휴대전화를 꺼내 강서준에게 또다시 전화를 걸었다."여보, 어디까지 왔어요?"강서준의 목소리가 휴대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왔다."저 방금 차에서 내렸어요. 길이 너무 심하게 막혀서 안 막히는 곳까지 걸어가 다시 택시를 잡으려고요. 한 반 시간만 더 있으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쪽 상황은 어때요?""제가 한근명의 도전을 받아들였어요. 규칙은 의술대회와 같아요..."김초현은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말했다."말도 안 돼요."강서준이 큰 소리로 말했다."한근명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왜 그랬어요? 한근명의 의술은 방영길도 감당 못 해요. 그런데 사망 동의서라니요.""걱정하지 마요. 제가 진기로 독소를 누를 수 있잖아요."김초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안 돼요. 제가 최대한 빨리 갈 테니까 꼼짝 말고 있어요."강서준은 전화를 끊자마자 달리기 시작했다.의료거리.한근명은 10분도 채 되지 않아 금방 독약을 만들어 냈다.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약재의 수량에 제한이 있었기에 그는 절대 풀지 못하는 독약을 만들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제한이 있다고 해도 김초현과 같은 초짜를 상대하기는 충분했다.독약을 만들고 난 한근명은 웃으며 김초현에게 말했다."초현 씨, 왜 아직도 시작 안 했어요?"김초현은 차갑게 답했다."독약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요. 당신이 만든 독약을 먹고 풀기만 하면 제 승리가 아닐까요?""그건 그렇죠."한근명이 웃으며 말했다."내 독을 풀 수만 있다면 패배를 인정하고 떠날게요. 그리고 두 번 다시 J 의료원 근처에 오지 않으리라 약속하죠.""좋아요. 독약을 주세요."김초현이 손을 내밀었다.한근명은 자신이 만든 독약을 건넸다. 김초현은 아무런 고민도 없이 독약 가루를 물에 탔다. 투명한 물은 순식간에 검은 액체로 변했다. 이 장면에 안색이 창백해져서는 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