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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3화

고지민이 내린 명령은 아래와 같았다.

첫째, 빠른 시일 내에 연구를 재가동할 것.

둘째, 대하에 다른 제약회사는 모두 전멸하고 백운제약만 존재할 것.

셋째, 의료거리엔 오로지 T 의료원만 존재할 것.

기세등등하게 결과만 요구했고 과정은 아무래도 괜찮다고 다시 한번 언급했다.

“아가씨…”

한근명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현재 강서준이 강중에 있고 GS그룹을 세워 백운그룹과 대적하고 있습니다. 우리 목표를 차질 없이 진행하는 건 어렵습니다. 강서준이 틀림없이 나서서 제지할 겁니다.”

“강서준이라…”

고지민이 작게 중얼거렸다. 교토에 있으면서도 그 이름을 많이 들어왔다.

“겨우 GS그룹 따위가 막을 수 있겠어요? 우린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지만 강서준의 자금줄은 송진 하나뿐이에요. 아무리 돈이 많아도 금방 거덜이 날 테니 그 자금줄만 끊어내면 강서준도 어찌하지 못하고 물러날 거예요.”

한근명이 다시 입을 열었다.

“강서준의 의술 또한 천하무적이라 다시 나타나서 막는다면 의료거리를 청산하는 건 아마도 어려울 겁니다.”

“꼭 정당한 방법을 써야 되나요?”

고지민이 힐끗 쳐다봤다.

“뒤에서 어떻게 할 수 없어요?”

“아, 알겠습니다.”

한근명이 그제야 입을 꾹 다물었다.

“회의 이만하죠.”

고지민은 말을 마치고 도도하게 회의실을 나갔다.

저녁 늦은 시간까지 책을 보던 강서준이 드디어 책을 내려놓았다.

피곤하기도 하고 졸리기도 해서 하품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든 김초현이 눈에 들어왔다. 예쁜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띄고 있지만 잠버릇이 얌전하지 못해 이불을 차버려서 하얀 목과 가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자버린 것이다.

강서준은 보다 말고 다가가 이불을 당겨 목까지 덮어주었다.

그때 김초현이 눈을 희미하게 떴다.

마침 강서준이 돌아서려고 하자 덥석 팔을 잡았다.

“여보, 어디 가려고요?”

“바닥에 매트 깔려고.”

SA 가문에서 했던 습관이 몸에 배었는지 아니면 아직도 가슴에 응어리가 남았는지 대답이 간단했다.

그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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