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위.김초현은 초조하게 절벽 아래를 바라보았다.강서준의 모습이 드러나자 그녀는 다급히 물었다. "여보, 어떻게 됐어요?"강서준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절벽 아래가 보이지 않아요. 온도가 너무 높아 계속 내려갈 수 없었어요. 이곳에 떨어졌다면 살아날 확률은 극히 드물어요."강영도 뒤따라 올라왔다.강서준이 탄식하며 말했다. "이만 돌아가요."강서준은 더 이상 여기에서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그는 이 모든 사실에 대한 확신이 어느 정도 들었다.자신의 할아버지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사실이었다.그렇다고 강영이 한 모든 말을 믿는 건 아니었다.단지, 할아버지가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는 믿음과 김초현이 자신을 해칠 리 없다는 확신이 들었을 뿐이었다.할아버지가 이런 일을 꾸민 이유에 대해 알 수 없었다.그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김초현도 그의 뒤를 따랐다. 그들의 뒤로 수행하던 군인들이 따랐다.동굴을 벗어난 군인이 무전기를 꺼내 헬기에게 돌아오길 요청했다.곧 헬기가 그들이 있는 곳에 나타났다.강서준과 김초현 그리고 강영은 헬기를 타고 그곳을 떴다.얼마 지나지 않아 북강의 군사 구역에 도착했다.어느 병영.문부자가 강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벌써 돌아가시는 겁니까?""네."강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교토 정세도 혼란스럽고 강중에서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빨리 돌아가야 해요." 문부자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교토의 상황에 대해 저도 들은 적 있어요. 강한 그룹의 사람으로서, 용왕으로서, 천자를 죽인 당신은 지금 물러서기보단 어떻게든 전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그는 손을 뻗어 강서준의 가슴을 내리치며 말했다. "전 당신을 믿어요. 이 모든 걸 반드시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강서준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얘기는 그만하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또 한 잔 마셔요." 말을 마친 그는 돌아서 문부자가 마련한 전용기에 올랐다.그의 뒤를 강영과 김초현이 따랐다.전용기가 천천히 이륙했다.강서준이
하지만 그렇게 큰일이 아니었기에 그는 더 이상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다."전 이만 가볼게요."강서준은 소요왕과 최동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군사 구역을 떠난 뒤 김초현이 물었다. "여보, 저희 이제 어디로 가요? 집으로 갈까요?"강서준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강영이 입을 열었다. "오빠.""응?"강서준은 몸을 돌려 뒤에 있는 강영을 바라보았다.강영이 말했다. "오빠를 지키라고 하셔서 따라오긴 했지만, 오빠의 지금 실력은 저를 따라잡았고 게다가 초현 씨도 있으니 더 이상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전 교토로 돌아갈게요.""벌써?"강서준의 미간이 약간 찌푸려졌다.강영은 현명했고 빈틈이 없었다.곁에서 많은 일을 해결해 준 강영이 이렇게 빨리 돌아갈 줄 몰랐다."네." 강영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교토의 상황이 안 좋아요. 4대 가문은 보기에 평화로워 보이지만 아직 폭풍전야일 뿐이에요. 전 돌아가서 할아버지를 도와야 해요. 무예를 연마하기 위해 교토에 가야 해요. 서재에 있는 책도 보고요.""그럼 나나 씨는?" 강서준은 약간 망설였다.강영이 말했다. "제가 이미 내가심법을 전수해 줬어요. 총명한 분이시니 진기를 곧 수련해 낼 거예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음."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가려는 강영을 잡지 않았다.강영은 김초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초현 씨, 오빠를 부탁드릴게요. 오빠를 도와주세요."김초현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안심해요. 제가 잘 할게요.""갈게요."강영은 강서준에게 손을 흔들고는 돌아섰다.강서준과 김초현은 그녀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가 멀리 떠나고 나서야 김초현이 강서준의 손을 잡고 물었다. "여보, 우리도 집으로 갈까요?"강서준은 강영의 말을 떠올렸다.그녀는 만약 그의 할아버지가 살아계신다면 김초현이 그들의 연락망이었다.고민을 살짝 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가요."김초현은 기쁜 얼굴로 말했다. "여보, 잘 생각했어요. 절 드디어 용서한 거네요.""애초부터 당신을
강서준의 일은 송나나도 관여할 수 없었다.그녀는 김초현을 바라보며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다. 김초현은 소파로 가서 송나나의 맞은편에 앉아 물었다. "여보, 저희 이제 어떻게 해요?"강서준은 자리에 앉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그는 마치 장님처럼 앞이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일단 강중에서 상황을 지켜보면서 진기부터 끌어올려요."강서준은 4대 가문의 실력이 강하다는 말을 강영에게 전해 들은 뒤부터 자신의 실력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 자신이 그들보다 나약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지금의 자신은 그들을 이길 수 없었다.4대 가문에게 감히 덤벼들 수 없는 실력이었다.자신의 목숨을 보장하기도 어려울 것 같았다.자신의 실력이 5단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4대 가문 중 누군가가 자신을 처리하기 위해 마음을 먹는다면 그는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여보, 저를 군사 구역으로 보내줘요. 거기 가서 훈련할 계획이에요." 김초현이 입을 열어 말했다.현재 그녀의 실력은 3단이었지만 실전 경험이 전무했다. 그녀는 최대한 강서준을 돕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의 체내 진기에 적응하기 위해 연습을 하기로 했다. 연습을 통해 자신을 강하게 만들고 순발력도 기를 필요가 있었다.군사 구역에 가서 특훈을 받는 게 지금으로서의 최선의 방법이었다."훈련은 생각보다 힘들어요, 감당할 수 없을 거예요." 강서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여자를 보호해야 했다.그는 김초현이 특훈을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진기를 가지고 있다면 스스로를 지키는 건 충분했다."전 당신을 돕고 싶어요..."강서준은 손을 흔들며 김초현의 말을 끊었다. "당신이 안전한 게 절 돕는 거예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며칠 동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요.""여보, 전 당신과 함께 가고 싶어요.""전 당분간 어디도 가지 않아요."강서준은 그녀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당분간 송나나의 집에서 지내기로 결정했다
그가 떠난 후에야 이준성이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가씨, 강서준 씨 옆에 여자가 너무 많아요. 그에게 너무 마음을 주지 마세요."송나나는 이준성을 한 번 흘겨보더니 입을 삐죽거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럴 리 없어.""하지만, 두 분은 이미...""됐어. 잔소리 그만해. 할 일 없으면 북강으로 가." 송나나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준성은 흥미로운 미소를 지으며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며칠 동안 강서준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무인이라 할지라도 심신이 피곤한 상태를 이겨낼 수 없었다. 그는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드러누운 뒤 눈을 감았다.한편.교토.어느 사합원이 사합원은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나무로 건설한 사합원은 붉은 칠을 하고 있어 멀리서 봐도 아주 화려했다.사합원의 어느 방.50대 남자가 불을 쬐고 있었다. 그는 손을 난로 위에 두고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그의 곁에는 열여덟 살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서 있었다."지민아, 너 교토를 떠나야겠다. 강중에 가서 대국을 주관해."50대 중반의 중년 남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제가 강중에 가야 한다고요?"소녀는 어리둥절했다."그래." 고 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자가 죽은 바람에 모든 계획이 틀어졌어. 연맹국에서도 많은 불만을 품고 있고 4대 가문 사이의 갈등도 고조되고 있어. 당분간 강중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을 거야. 주 선생도 4대 가문의 불씨가 자신한테 옮겨붙을까 봐 걱정이야. 다른 사람들도 은밀히 뒤에서 지켜볼 뿐이고. 몇 달 뒤 열리는 회의에서 입장을 표명해야 돼.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야."지민이 물었다. "제가 뭘 해야 되는데요?"고 선생은 그녀를 한 번 바라보더니 말했다. "똑똑한 네가 알아서 해야지. 몇 년 동안 여기에만 있었으니 외부 상황에 대해 너도 잘 알고 있잖아. 심지어 주 선생이 강서준의 손을 빌려 천자를 죽였고 4대 가문의 갈등을 일으켰잖아.강한 그룹에는 똑똑한 강영이 있어. 하지만 네가 더 똑똑하다고 난
강지는 어린 강영을 입양하고 직접 무술과 공부를 가르쳤다.그러니 강지의 말이라면 감히 거역하지 못했다.오늘 같은 날이 올 줄 알았다. 다만 예상보다 빨리 온 것뿐이다.강지가 마당 의자에 기대어 심호흡을 했다.“20년 전에 내가 신룡가에 약재를 찾으러 갔을 때 남궁문의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남궁태일이라 부르는 자였지. 희귀한 약재를 놓고 한바탕 싸웠는데 그때 절학을…”강지가 말을 멈추고 그때 전투 장면을 떠올렸다.20년이 지났어도 잊을 수 없었다.“남궁십절장은 너무 무섭더라. 내가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 그 뒤로 명상하면서 꾸준히 탐구했지만 그걸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어.”강영이 물었다.“할아버지, 저더러 남궁 가문에 시집가라는 이유는 대회에서 우리 편을 만드는 것 외에 이 기회에 남궁십절장을 훔치려는 거죠?”강지가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편을 만들면 좋지. 편이 될 수 없다고 해도 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무서운 적수야. 서로를 잘 알아야 백전백승할 수 있다고 남궁 가문의 절학을 얻어야만 돌파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어.”“네. 알겠어요.”강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지가 손을 흔들었다.“그동안 피곤했을 테니 가서 쉬거라.”“할아버지, 그럼 갈게요.”강영은 인사를 하고 돌아서 나왔다.강중.강서준은 돌아오자마자 잠들고 저녁이 되어서야 방에서 나왔다. 일찍 도착한 김초현은 송나나와 함께 심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김초현이 비록 3단 진기에 올랐지만 수련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었고 송나나도 입문 단계라고도 말할 수 없었다.강서준이 위층에서 내려오자 김초현이 벌떡 일어서며 환하게 웃었다.“여보, 일어났어요?”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에 앉았다.송나나가 말했다.“서준 씨, 수련에 대해 궁금한 게 있어요.”“말해 봐요.”송나나가 질문하자 강서준이 자세히 설명해 줬다.하지만 강서준도 진기를 수련한 지 얼마되지 않아 자신이 이해한 것만 말해주었다.김초현은 옆에서 고개만 끄덕이며 강서준의 말이 맞다고
”할아버지께서 또 뭐라고 하셨어요?”문득 그 말이 생각난 김초현이 말했다.“주로 의경에 기재된 무학에 대해 얘기하셨어요. ‘금강신통’이라는 절학을 연마하면 칼에 찔리고 총에 맞아도 끄떡없다더라고요. 하지만 난이도가 높아서 의경 상권을 보조로 사용하라고 했어요. 전에 용천장에서 당신이 그랬죠. 특수 재료 옷을 입어서 칼에 찔리지 않았다고. 그건 약물로 체내 세포구조를 개변했기 때문이에요.”김초현은 예전에 참 미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의경 하권을 본 강서준은 이미 방어 무학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련할지는 완전히 터득하지 못했지만 무술 천재인 할아버지는 의술도 능통하니 분명 김초현에게 얘기했을 거라 믿었다.김초현이 말을 다 할 때까지 듣고 있었다.“할아버지께서 또 그러셨어요. 이걸 연마하려면 먼저 전신 경맥을 뚫고 진기가 온몸을 돌아다니게 해야 한다고요. 그러면 몸 겉면에 철통 같은 보호막이 생기는데 금강신통까지 연마하면 삼척의 기벽을 형성하면서 진정한 금강불괴를 만들 수 있다고 했어요.”김초현은 강천이 알려준 대로 전달했다.열심히 듣던 강서준이 다시 책을 들여다보았다.신기한 절학 속에 잠겨 차근차근 터득해갔다.김초현이 침대에 누워 한참이나 기다렸지만 강서준이 의자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너무나 졸린 나머지 하품을 하며 불렀다.“여보, 그만 보고 와서 자요. 내일 일찍 일어나서 보면 되잖아요.”강서준이 책을 내려놓고 침대 쪽을 바라봤다.김초현은 온몸을 이불로 가린 채 작은 머리만 쏙 내밀었다.“나 좀만 더 볼 테니까 먼저 자요.”“여보, 오라니까.”김초현이 유혹하듯 하얀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하지만 강서준이 피식 웃으며 무시해버리더니 다시 의경을 들고 보기 시작했다.흥이 깨진 김초현은 더는 유혹하지 않고 뒤돌아 잠들었다.한편, 백운그룹 최고층 회의실에 정장을 빼 입은 사람들이 둘러 앉았다.한근명, 홍준태, 모용우 그리고 C 박사도 자리에 참석했다.그들의 중심에 앉은 사람은 18, 19살밖에 안 되는 소녀
고지민이 내린 명령은 아래와 같았다.첫째, 빠른 시일 내에 연구를 재가동할 것.둘째, 대하에 다른 제약회사는 모두 전멸하고 백운제약만 존재할 것.셋째, 의료거리엔 오로지 T 의료원만 존재할 것.기세등등하게 결과만 요구했고 과정은 아무래도 괜찮다고 다시 한번 언급했다.“아가씨…”한근명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현재 강서준이 강중에 있고 GS그룹을 세워 백운그룹과 대적하고 있습니다. 우리 목표를 차질 없이 진행하는 건 어렵습니다. 강서준이 틀림없이 나서서 제지할 겁니다.”“강서준이라…”고지민이 작게 중얼거렸다. 교토에 있으면서도 그 이름을 많이 들어왔다.“겨우 GS그룹 따위가 막을 수 있겠어요? 우린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지만 강서준의 자금줄은 송진 하나뿐이에요. 아무리 돈이 많아도 금방 거덜이 날 테니 그 자금줄만 끊어내면 강서준도 어찌하지 못하고 물러날 거예요.”한근명이 다시 입을 열었다.“강서준의 의술 또한 천하무적이라 다시 나타나서 막는다면 의료거리를 청산하는 건 아마도 어려울 겁니다.”“꼭 정당한 방법을 써야 되나요?”고지민이 힐끗 쳐다봤다.“뒤에서 어떻게 할 수 없어요?”“아, 알겠습니다.”한근명이 그제야 입을 꾹 다물었다.“회의 이만하죠.”고지민은 말을 마치고 도도하게 회의실을 나갔다.저녁 늦은 시간까지 책을 보던 강서준이 드디어 책을 내려놓았다.피곤하기도 하고 졸리기도 해서 하품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든 김초현이 눈에 들어왔다. 예쁜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띄고 있지만 잠버릇이 얌전하지 못해 이불을 차버려서 하얀 목과 가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말 그대로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자버린 것이다.강서준은 보다 말고 다가가 이불을 당겨 목까지 덮어주었다.그때 김초현이 눈을 희미하게 떴다.마침 강서준이 돌아서려고 하자 덥석 팔을 잡았다.“여보, 어디 가려고요?”“바닥에 매트 깔려고.”SA 가문에서 했던 습관이 몸에 배었는지 아니면 아직도 가슴에 응어리가 남았는지 대답이 간단했다.그 말에
”그럼 안아줘요.”강서준은 심호흡을 하고 안아주었다.넓은 가슴에 안긴 김초현이 그제야 잠들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꼭 끌어안고 긴 밤을 보냈다.이튿날 아침, 김초현이 먼저 눈을 떴다.자세를 바꾸려고 할 때 무언가 가슴을 꼭 감쌌다. 그게 강서준의 손이라는 걸 알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움직이고 싶었지만 그가 깨어날까 봐 어쩌지도 못하고 멍하니 천장만 봤다.얼마나 지났을까, 강서준도 잠에서 깼다. 순간 손에 뭔가 물컹하는 느낌이 전해져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을 주었다.“아.”귓가에 아픈 신음소리가 들렸다“서준 씨, 뭐하는 거예요? 아프잖아요.”그제야 강서준이 눈치채고 자리에서 버럭 일어났다.얼굴이 빨개진 김초현을 보고 있으니 저도 모르게 귀가 화끈거렸다.“아니, 고의로 그런 게 아니에요.”김초현도 나무라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과 몸매를 보고 있던 강서준이 침을 꼴깍 삼켰다. 정말 매혹적이었다.이성을 잃을까 봐 바로 몸을 돌려 침대에서 내려왔다.그리고 서랍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그 사이 김초현도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입기 시작했다.옷을 다 입자 마침 휴대폰이 울렸다.김천용이다.“할아버지, 아침부터 무슨 일이에요?”휴대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초현, 이리 오거라. 큰일났어.”김초현의 표정이 한순간에 어두워졌다. “무슨 일이에요?”“대변혁이야. 세상이 뒤집힐 거다.”초조한 김천용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빨, 빨리 오거라. 전화로 말하기 어려워.”“알았어요.”통화를 끊자 강서준이 물었다.“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요?”김초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모르겠어요. 할아버지한테서 전화 왔는데 큰일이 났대요. 심각한 거 같아요. 지금 가야겠어요.”“같이 가요.”생각해보니 오늘 할 일도 없었다.게다가 적들이 SA 가문에 무슨 짓을 한 게 아닌지 궁금하기도 했다.가서 확인해야 안심이 되니까.“그래요.”두 사람이 별장에서 나왔다.그때 하얀 운동복을 입은 송나나는 별장 화원에서 머리를 깔끔하게 올려 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