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차에서 내려 재빨리 병원으로 향했다.그러나 병실에는 강서준이 없었다.그녀는 병상에 누워있는 윤정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서준 씨는요?"윤정아는 몸을 일으키기 위해 뒤척였지만 몸을 감싼 붕대로 인해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는 힘없이 말했다. "서준 씨는 이미 남황으로 돌아갔어요.""남황으로 갔다고요?" 김초현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남황에 왜 갔어요?""서준 씨 말로는 흑룡군을 지휘해 교토로 가 형검을 취한 뒤 천자를 죽인다고 했어요.""천자를 죽인다고요?" 김초현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강천이 방금 전 했던 말이 떠올랐다. 천자가 죽으면 재앙이 일어날 거라는 말이 떠올랐다."초현 씨, 사실..." 윤정아는 해명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그러나 김초현은 윤정아의 말을 듣지 못한 채 몸을 돌려 병실을 나갔다.병원을 나온 그녀는 강천이 준 명함을 꺼내 위에 적힌 전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주차장으로 향했다.전화는 연결음만 울릴 뿐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급히 차에 올라탔다.차에 타자마자 조수석에 한 노인이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할아버지, 깜짝 놀랐잖아요."강천이 웃으며 물었다. "드디어 내 말에 믿음이 가는 거야?"김초현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서준 씨는 이미 남황으로 돌아갔고 곧 흑룡군을 장악하고 교토로 돌아가 형검을 취헤 천자를 죽인다고 해요. 서준 씨가 움직인다면 재앙은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잖아요. 진짜예요?""당연하지.""그럼 어떻게 그를 구할 수 있어요?" 김초현은 뚫어지게 강천을 바라보았다."왕전의 소주가 되어, 그럼 서준이를 도울 수 있어.""네, 그럴게요."김초현은 강서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길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강천이라고 칭하는 사람이 강서준 할아버지인지 모르지만 강서준을 도울 수만 있다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다.서청희는 그녀가 강서준에 대해 모른다고 말했다. 강서준이 뭘 하려고 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곰곰이 생
강중 군부대, 넓은 구역에 헬리콥터 한 대가 준비되었다.소요왕이 강서준의 넓은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강서준, 복직한 걸 축하해요. 남황에 가면 흑룡군을 계속 이끌겠군요. 이 소식이 전해지면 대하국민들이 기뻐할 거예요.”강서준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복직은 좋은 일인 것 같지만 관직이 높을수록 부담이 더 커지기 마련이다.강서준은 흑룡군을 장악한 후 교토에 들어가 형검으로 천자를 죽일 셈이다.천자가 죽으면 어떤 변고가 생길지 몰라 답답하기만 했다.“큰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소요왕이 피식 웃었다. “무슨 일이 있겠어요. 그렇다고 한들 막아주는 사람이 있는데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강서준이 팔부천룡를 보며 말했다.“나랑 남황으로 가자.”“네.”여덟 킬러가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강서준이 독보운을 바라봤다.“넌 블랙 진에 있어.”독보운은 두 손바닥을 비비적거리면서 머뭇거렸다.“강…용왕, 내게 약속한 일은 어떻게 돼 가고 있어??”무엇을 말하는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뭐가 그렇게 급해? 천자를 해결한 후에 계속 연구할 거야. 철저하게 연구하고 네게 전수할게.”강서준은 이제 의경 하권을 보기 시작했으니 다 연구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연구했다고 해도 바로 주지는 않을 것이다. 내용을 간단하게 수정한 것을 넘길 생각이다.강서준이 몇 번이나 핑계를 대면서 거절했지만 독보운은 감히 뭐라 하지 못했다.자신의 출생과 전과자 출신이라는 것이 원망스러웠다.“그럼 돌아오길 기다릴게.”강서준은 더는 말하지 않고 헬리콥터에 올랐다.팔부천룡도 뒤를 따라 올랐다. 헬리콥터가 서서히 이륙하자 강서준은 눈을 감고 쉬었다.팔부천룡은 매우 기대하고 있다. 블랙 진에서 지내는 것보다 남황을 더 좋아했기 때문이다.“드디어 돌아가는구먼.”“이번만큼은 평화로웠으면 좋겠군. 그래야 우리도 쉴 수 있으니까.”“서준 오빠가 흑룡군을 장악하면 우리를 데리고 교토로 갈 거야. 천자가 죽으면 적염군은 누구의 수중에 들어갈 것 같아?”“아무튼 너는
강은미가 물었다. “무슨 계획이에요?”“그동안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 나도 패에 불과해. 계속 누군가에게 통제당하는 게 매우 불쾌하거든.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너희들은 남황에 돌아갈 필요 없어.”“왜요?”모두 눈살을 찌푸렸다.강서준이 이어서 말했다. “너희들은 진정한 강자야. 외부 무공도 극치에 도달했으니 한 걸음만 더 가면 진기를 수련해 무도대종사가 될 수 있어. 나중에 내가 내가심법을 모두 전수할게.”그 말에 다들 기뻐했다. 독보운한테서 내가심법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팔부천룡은 확실이 강하지만 무도대종사에 비하면 한참이나 멀었다. 마치 어린 아이가 어른을 상대하는 것처럼 말이다.“이번 변혁에서 교토 거물들 사이의 내기가 무엇인지 도통 모르겠어. 뭘 꾸미려는지 감이 오지 않아. 하지만 나도 내 살길을 찾을 거야. 너희들 남황을 떠나서 조직을 만들어.”모두 열심히 얘기를 들었다. 그동안 강서준과 생사를 같이 하면서 지냈고 또 신세를 받은 것도 있었다. 그러니 강서준이 없었다면 그들은 여전히 어둠 속에서만 살았을 것이다.“흑룡군에서 나와 용전을 세우고 세력을 키워. 그러면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겨도 후퇴할 여지가 있으니까.”강서준은 곰곰이 생각했다.거물들 사이에서 자칫하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된다.지금 진기를 수련해 무도대종사가 되었지만 그림자를 통해 대하에 수많은 무도대종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엔 이 영역에 발을 들여놓지 못해 그 사람들과 접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다.누가 질문했다.“어떻게 진행하면 될까요?”강서준이 대답했다.“먼저 최대한 빠르게 진기를 수련해서 무도대종사가 되는 거야. 그와 동시에 재산을 모아 용전의 규모를 키워야 돼. 전세계에서 대하국 외 다른 국가는 혼잡하고 매년 전쟁이 일어나거든. 전쟁으로 얻은 돈이 가장 벌기 쉬워. 누구도 희생하지 않는 선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해.”그 말에 모두 속으로 생각했다. 강서준이 여덟 킬러를 한 명씩 훑어보았다.그동안
”용왕이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강서준이 헬리콥터에서 내리자 군인의 우렁찬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소리는 마치 파도처럼 거셌다가 약해졌다를 반복했다.강서준은 앞을 똑바로 주시하면서 손을 가볍게 들어 아래로 내렸다.그 순간 소리가 멈췄다.제복을 입은 몇몇 장군이 앞으로 다가왔다.“용왕님, 복직을 축하드립니다.”이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거무스름한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저희는 오늘만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돌아오셨네요. 용왕님.”“능글맞은 말은 어디서 배웠어?”강서준이 주먹을 쥐고 이혁의 가슴을 가볍게 쳤다.“헤헤.”이혁이 배시시 웃었다.“가자.”강서준이 맨 앞에 서고 뒤로 팔부천룡과 장군들이 따랐다.팔부천룡은 먼저 대하국을 떠나 용전을 세우고 세력을 키우기 시작했다.용전은 패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의지할 곳을 마련하기 위함이다.군부대 사무실에서 이혁이 물었다.“용왕님, 팔부천룡은 왜 오자마자 바로 떠났어요?”강서준은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내가 밀령을 받았다. 남황에 다시 돌아와 흑룡군을 계속 이끌 것이다.”귀역이 질문을 던졌다.“무슨 계획이십니까?”하지만 강서준은 고개를 저었다.“없어. 일단 각자 할 일을 해. 내가 돌아왔다는 건 잠시 알리지 마. 참, 남황 140개 도시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지?”이혁이 대답했다.“140개 도시 이름을 용성이라고 개명했어요 그동안 흑룡군이 용성에서 대학살을 진행해 불법 조직을 제거하고 일부 개인 무장군도 해산시켰어요. 그 뿐만 아니라 불법 노동자도 구출하고…”이혁이 그동안의 성과를 간략하게 보고했다.“잘 했어.”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평소에 덤벙거리던 이혁이 이번만큼은 잘 처리했다.“회의 끝.”강서준이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남황성 흑룡 저택에서 강서준은 이혁과 마주앉아 술을 마시는 중이다.이혁이 물었다.“보스, 이번에도 임무가 있어요?”“그래.”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무영에게 흑룡군 천 명을 대기시키라고 전해.
스무살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는 단발머리에 늠름한 군복을 입었다.“서준 오빠.”여자는 애교 섞인 소리를 냈다.소파에 앉아 있던 강서준이 여자와 이혁을 번갈아 보더니 피식 웃었다.“괜찮네. 결국 이렇게 됐구나. 그래서 결혼은 언제 하는데?”이혁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결, 결혼은 무슨.”하지만 누군가가 꼬집는 바람에 말을 바꾸었다.“곧, 곧 할 거예요.”문소정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소파에 앉았다.“서준 오빠, 초현과 어떻게 됐어요?”강서준은 그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저었다.이혁은 문소정을 살짝 밀며 눈치를 줬다.“마시자. 자.”강서준이 술잔을 들자 이혁이 잔을 갖다 부딪쳤다.“보스, 오늘은 이 장군의 제삿날이라 같이 가죠.”이혁이 갑자기 화제를 바꾸었다.그 말에 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가자.”세 사람이 집을 나서 묘지로 향했다.여기는 남황 묘지다.이곳에 묻힌 흑룡군들은 모두 국가를 위해 큰 공헌을 하고 희생했다.한 묘비에 큰 글자 몇 개가 새겨져 있었다.‘이정의 묘’이정은 남황에서 훈장 1개를 단 장군이다.1년 전 소부대를 이끌고 임무를 집행하다 적군의 습격을 당했다.부대가 도착했을 때 땅에는 차가운 시체만 남겨져 있었다.무덤 앞에서 누가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스무살 넘어 보이는 여자는 흰색 패딩을 입고 멍 때리고 앉았다.가을에 들어서면 남황은 날씨가 비교적 추운데 오늘따라 이슬비까지 내렸다.강서준, 이혁, 문소정이 도착했을 때 무덤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았다.강서준이 얼굴을 찡그렸다.“제사 지내는 사람 누구지? 이정은 가족이 없었는데?”이혁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대답했다.“예전에 이 장군과 술 마셨을 때 들은 적 있어요. 딸이 있는데 남황에서 변방을 지켜야 돼서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내가 딸을 데리고 재혼했다고 들었어요.”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여자가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당신이 어떻게?”깜짝 놀란 여자는 이수빈이었다.낯 익은 얼굴을
”그 긴 시간을 오해만 하고 살았네요.”이수빈은 슬픈 표정으로 조용히 말했다.“건달인 줄 알았어요. 전 비웃음 당하는 게 무서워서 아빠를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았어요. 그런데…영웅이라니.”이수빈의 눈가가 촉촉해졌다.강중 의술 대회에서 강서준이 흑룡이라는 걸 알았을 때 매우 흥분했다.왜냐면 아빠의 상사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적극적으로 강서준의 조수로 일한 것이다.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원래 의술 대회가 끝나면 강서준에게 아빠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는데 중도에 가버려서 기회를 놓쳤다.“아, 아빠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있어요?”“그럼요.”강서준은 이정에 대한 일부 사적인것도 알려줬다.이혁도 말했다.“한번은 같이 술을 마셨는데 자기한테 딸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딸에게 미안하다면서 눈물까지 흘리셨어요. 그렇게 슬프게 우는 모습은 처음 봤어요.”그 말을 듣던 이수빈도 눈물을 뚝뚝 흘렸다.강서준이 어깨를 감싸주며 위로했다.“슬퍼 말아요. 이런 아빠였다는 것에 자랑스러워 해야죠.”이수빈은 눈물을 닦으며 세 사람을 바라봤다.“알려줘서 고마워요.”“바람 부네요. 곧 비가 올 것 같으니 돌아가죠.”“네.”강서준 일행은 제사를 간단하게 지내고 돌아섰다.이수빈도 남황성으로 갈 예정이다.강서준이 물었다.“앞으로 어떻게 할 겁니까?”“며칠만 있다가 교토에 돌아가야죠.”“필요한 것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요. 할 수 있는 선에서 도와드릴게요.”“고마워요.”이수빈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여기서 헤어져요.”“그래요.”강서준은 돌아서 차에 올라탔다.운전을 맡은 이혁은 남황성으로 향했다.돌아간 후, 강서준은 외출하지 않고 저택에만 머물렀다.이혁도 함께 있었다.“보스, 지금 흑룡군이 대기하고 있어요. 언제 출발할까요?”강서준이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었다.“급하지 않아. 날이 어두워지면 출발하자.”“네.”한편 군부대에서 무영은 흑룡군 천 명을 데리고 대기하고 있었다.모두 제복을 입고 무기를 장착했다
두 사람 모두 눈살을 찌푸렸다.곧 모용우의 얼굴이 굳어졌다.“왕의 밀령을 받고 강서준이 남황으로 돌아갔다니, 분명 뭔가 있어. 난 돌아가서 왕이 뭐하려는지 알아봐야겠어. 너도 조심해.”모용우가 일어서서 저택에서 나갔다.C박사는 담배를 피우며 천자를 힐끗 쳐다보았다.“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네요. 왕이 천자님에게 손을 쓸 거 같으니 목숨을 부지할 방법을 생각해 놔요.”“그럴 리 없어요.”천자가 부정했다. “내가 5대 용수이자 적염군 사령관인데 왕이 나한테 어떻게 하지 못해요. 그럴 이유도 없고요.”“강서준이 남황에 돌아간 것은 경고나 마찬가지예요. 아무튼 조심하세요.”C박사도 말을 마치고 저택에서 나갔다.천자는 침울했다. 가슴을 움켜쥐고 욕을 퍼부었다.“강서준! 넌 그 지경이 되어도 다시 일어서는구나!”강서준의 일침으로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C박사가 제때에 구하지 않았다면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강서준 때문에 다년간 계획했던 것들이 다 무산됐다.모용우와 C박사가 경보음을 알려준 셈이다.강서준이 다시 남황에 돌아가 용왕 자리에 앉게 되면 자신에게 매우 불리하게 된다.어쩌면 왕이 정말로 자신에게 손을 쓸지도 모른다.천자가 휴대폰을 들고 번호를 눌렀다.“강서준을 계속 주시해. 움직임이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네.”천자는 통화를 끊고 휴대폰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 바람에 가슴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손으로가슴을 움켜쥐고 소파에 기댔다.한참을 생각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강무현에게 연락했다.“형, 무슨 일이죠?”“일 없으면 연락도 못하나요? 내가 좋은 술을 마련했는데 저녁에 저택으로 오시죠.”강무현은 교토 강씨 가문 직계 후손으로 지위가 매우 높았다.게다가 강씨 가문은 4대고족 수장이었다.천자는 지금 상황을 모르고 있으니 강무현을 통해 물어볼 셈이다.한편, 남황 흑룡 저택에서 강서준은 날이 어두워지자 움직이기 시작했다.군부대에서 무영은 몇 시간을 기다렸다.그때 강서준과 이혁이 다가왔다. 헬리콥터도 이
교토 천자 저택.호화로운 거실 테이블에 진수성찬과 비싼 술들이 놓여있다.천자는 소파에 앉아 술잔을 들며 활짝 웃었다.“내가 한잔 따를게요.”천자 맞은편엔 흰색 양복을 입은 강무현이 앉아 있다.잘생긴 얼굴에 기품이 남달랐다.강무현은 술잔을 들고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 “천자 형, 할 얘기라도 있으면 바로 말씀하세요.”강무현이 덤덤하게 말했다.그제야 천자가 술잔을 내려놓고 진수성찬들을 가리키며 웃었다.“먼저 드시고 천천히 얘기하죠”하지만 강무현은 수저를 들지 않았다.강씨 집안 사람이니 당연히 교토 상황을 알고 있었다. 당국의 거물들은 각자 대표하는 배후가 있었지만 4대고족은 그렇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4대고족에서 누군가 끼어들었을 수도 있다.“오늘 진수성찬은 차마 못 먹겠는데요? 할 말이 있으면 얼른 하세요.”천자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테이블 위에서 담배를 들고 불을 붙이더니 한 모금 마셨다.금세 방안에 뽀얀 담배 연기로 가득 찼다.“사실대로 말할게요. 왕이 내게 손을 대기 시작했어요. 주 선생과 연락도 닿지 않고 무슨 태도인지 모르겠어요. 강씨 집안이 주 선생과 사이가 비교적 가까우니 여쭤보고 싶어요. 나를 죽이려는 게 주 선생의 뜻인지 아니면 왕의 뜻인지요.”천자가 강무현을 초청한 것은 오로지 내막을 알기 위해서다.주 선생이야말로 진정한 거물이다. 30년 전 왕이 즉위한 것도 주 선생이 뒤에서 밀어준 덕분이다. 그러니 왕의 배후에 틀림없이 주 선생이 있다.비록 주 선생과 몇 번 만나보았지만 그닥 사이가 좋지 않았다.그동안 자신이 꾸민 일들은 너무나 철저하게 통제해서 왕과 주 선생은 모른다고 여겼다.강무현이 천자를 한 번 더 쳐다보더니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쳤다. “천자 형, 그건 제가 도울 수 없어요. 주 선생이 어떤 분인지 알고 있잖아요. 저는 가문에서도 위치가 낮아 주 선생의 소식을 알아 낼 능력이 없어요.”그 말에 천자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다.그동안 잘 감추어 왔다고 여겼다. 무엇을 하든 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