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요..."강서준은 방에서 나가는 윤정아를 불러 세웠다. 윤정아는 몸을 돌려 돌아서서 강서준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왜요? 뭐 필요한 거 있어요?”강서준은 김초현을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정아 씨는 제가 고용한 사람이지 초현 씨 하인이 아니에요. 빨래할 사람이 필요하면 초현 씨가 따로 고용하세요."“서준 씨, 뭐라고요?”김초현은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언성을 높여 말을 이어갔다.“저희 집에서 지내고 있는 건 정아 씨예요. 가정부랑 다를바가 없다고요. 가정부한테 일 좀 시키겠다는데 왜 시비예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 서준 씨는 사심없이 정아 씨를 고용한 건 맞아요? 몰래 둘이 눈 맞아서 불미스러운 짓을 한 건 아니고요? 누굴 바보로 알아요?”“진심으로 이 집에 내가 남길 바란다면 그만해요. 안 그럼 진짜 나갈지도 몰라요. 정아 씨, 저희가 나가죠."강서준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김초현은 떠나는 강서준을 잡아당기며 눈물을 글썽거렸다."여보, 제가 잘못했어요. 가지 마요."강서준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서준 씨, 어차피 할 일도 없고 제가 하면 돼요. 빨래는 금방 해요.”윤정아는 강서준과 김초현이 싸우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어 서둘러 말했다.“가서 쉬어요.”강서준은 명령조로 말했다.이미 윤정아에게 많은 빚을 진 강서준은 그녀가 여기에서 가정부처럼 불려 다니며 온갖 잡일을 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다.“됐어요, 가서 쉬어요.”김초현도 더 이상 윤정아를 괴롭히지 않았다.“네.”윤정아는 돌아서서 나가려고 했다.그녀는 강서준과 함께 있어서 행복했지만 김초현을 보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둘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점점 공허하고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김초현을 대신하지 못하는 자신의 상황이 속상했다."여보, 몸은 좀 어때요?""저는 이제 괜찮아졌어요. 초현 씨는요? 어디 불편한데 없어요?""전 괜찮아요. 궁금한 게 있는데 제 몸속에 있는 고독은 왜 아무 반응도 없는 거예요?"김초현은 고개를 저으면
강서준은 침대에 누워 쉬고 있었다.씻고 나온 김초현은 가운을 걸친 채 침대에 누워 있는 강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여보, 나 예뻐요?"김초현의 목소리를 들은 강서준은 침대에서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방금전 샤워를 한 그녀의 머리카락에선 아직 물기가 남아 있었다. 평소의 단정한 목소리와 달리 조금 흐트러진 모습이었지만 충분히 섹시했다.그녀의 야릇한 모습에 강서준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강서준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몸이 이런 상태라... 아쉽네요."김초현은 강서준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강서준의 품에 안긴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독서했나 보네요. 이 책, 혹시 지하 동굴에서 찾은 그 책이에요?""아니요. 그냥 의학 서적이예요. 독극물 해독법에 대해 찾아보고 있었어요."의학 서적 하권에 대해 강서준은 김초현에게 아직 말하지 않았다."차차 좋아질 거예요. 그러니 너무 고민하지 마요."강서준과 김초현은 서로의 체온이 느껴질 정도로 바짝 붙어있었다. 강서준은 그녀의 치명적인 모습에 이성을 잃을까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점점 진정이 되었다.다음날 아침, 김초현은 일찍 집을 나서서 SL 그룹으로 향했다. 그녀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SL 그룹에는 그녀가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아졌다. 다리 부상이 아직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녀는 SL 그룹으로 돌아가 업무를 시작해야 했다."서준 씨, 식사하세요."문밖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방문 사이로 윤정아가 들어왔다.캐주얼 하게 옷을 입은 윤정아에게서 가정적인 모습이 보였다.강서준은 다리를 꼬고 침대에 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윤정아가 방으로 들어오고 나서야 그는 눈을 떴다. 갑자기 눈을 부릅 뜬 강서준의 손바닥에서 바람이 휘몰아쳤다. 2미터가량 떨어진 탁자 위에 놓여있던 컵이 순식간에 그의 손에 잡혔다.그 장면을 목격한 윤정아는 기뻐서 외쳤다."서준 씨, 성공한 거 맞죠?"길게 심호흡한 강서준은 윤정아에게 미소를 지으며
강서준이 물었다.“궁금한 게 뭐예요?”강서준의 뒤에 있었던 덕분에 윤정아는 다행히 자신의 빨개진 얼굴을 들키지 않았다.물론 윤정아도 그동안 많은 소문을 들었다. 강서준과 김초현은 오랫동안 함께 살았지만 한 번도 관계를 가지지 않았다는 소문을 그녀도 들은 적 있었다. 윤정아도 그 소문에 대해 궁금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못했다.“제가 남자였다면 초현 언니의 아름다운 몸매에 반했을 거예요.”“정아 씨, 하고 싶은 얘기가 뭐예요?”강서준은 윤정아가 정확히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윤정아는 그제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서준 씨와 초현 언니가 아직도 관계를 가지지 않았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이에요?”“네, 맞아요.”강서준도 부정하지 않았다.“음...”윤정아는 잠깐 침묵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사실 저... 저는 괜찮아요.”강서준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뭐가요?”윤정아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서준 씨는 남자잖아요. 욕구가 넘칠 텐데… 서준 씨와 초현 씨는 아직이지만 저... 저는 괜찮아요. 저희는 이미 관계를 가진 사이잖아요. 전 서준 씨 여자예요. ”강서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윤정아가 다급히 말했다.“서준... 서준 씨, 제가 혹시 실수했나요?”강서준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니요. 정아 씨 때문이 아니에요. 제가 정아 씨한테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해서 그런 거예요.”“다 제가 원한 일이잖아요.”윤정아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바로 이때 멀리서 검은색 코트에 검은색 모자를 쓴 남자가 다가왔다.그는 강서준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의자에 앉아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며 중얼거렸다.“보기 좋네요. 저는 밖에서 죽을힘을 다해 사투를 벌이는데, 서준 씨는 여기서 이렇게 한가롭게 지낼 줄 몰랐어요.”인기척을 느낀 강서준은 고개를 들어 상대를 바라보며 윤정아에게 말했다.“잠깐 얘기 좀 할게요.”“네.”윤정아는 강서준을 이끌고 걸어갔다.강서준은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됐어요?”“여
강서준은 독보운의 대답을 기다렸다.독보운은 한숨을 깊게 내쉬더니 말했다.“임양시 산속 연구소에서 연구한게 뭔지 당신은 상상도 못할 거에요.”강서준은 흥미진진해서 물었다.“뭔데요? 도대체 뭐에요?”독보운이 말했다.“서준 씨도 아시다시피 고독은 세상에서 가장 독성이 강해요. 고독을 배양하기 위해 수년, 수십 년, 심지어 수백 년의 시간이 소요되잖아요. 또한 모든 독충은 독성도 강하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들이 존재하고 있다는게 무서운 거죠.”“도대체 하고 싶은 얘기가 뭐에요?”독보운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연구소에서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있었어요.”“바이러스라니요?”강서준은 깜짝 놀랐다.“불멸의 전사에 대해 들은 적 있어요?”독보운이 물었다.강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처음 들어요.”독보운은 강서준에게 자세히 설명했다.“바로 바이러스를 이용해 인체의 세포 구조를 바꾸는 건데, 엄청난 힘과 의식까지 통제해 어떠한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꼭두각시처럼 명령만 따른다고 해서 불멸의 전사라 불린다고 하더라고요.”독보운은 심각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팔부천룡이 저를 찾아왔을 때부터 연구소에 침입할 계획을 세웠는데 연구소에 침입해 그들이 연구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신종 바이러스인데 그걸 복용한 일반인은 단 며칠 만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 괴물이 되더라고요.”강서준의 표정은 점점 어둡게 변했다.강서준은 천자가 이렇게 무시무시한 것을 비밀리에 연구할 줄은 미처 몰랐다.강서준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얼마나 강한지 알아요?”독보운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확실하지는 않지만 SSS 레벨의 킬러만큼 강할 거에요. 어쩌면 무에학 종사와 비슷할지도요. ”강서준이 다시 물었다.“관련 연구 데이터는 있어요?”독보운이 메모리 칩 하나를 꺼내 강서준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건 팔부천룡이 오늘 아침 입수한 거에요. 저도 확인하지는 못했어요.”강서준은 독보운이 건네준 칩을 받았다.독보운
윤정아는 휠체어에 앉은 강서준을 태우고 떠났다.강서준은 손에든 칩을 바라보며 표정을 굳힌 채 생각에 잠겼다.‘불멸의 전신?’바이러스를 이용해 인체 구조를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강서준도 약물을 이용해 훈련을 했었다. 덕분에 웬만한 칼로는 그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할 정도로 강해졌다.이미 바이러스가 얼마나 공포스러운지를 직접 체험한 그는 바이러스가 웬만한 약물보다 훨씬 무섭다는 걸 알고 있었다.한편, 하연미는 SA 별장에서 다른 사모님들과 한창 수다를 떨고 있었다.그녀는 강서준이 들어오는 걸 보더니 그에게 말했다.“여기 사모님들이 우리 집에서 식사를 하신다고 하네. 장 좀 봐서 식사 준비나 해.”“그래도 한때는 흑룡이었는데 이렇게 부려먹어도 돼요?”하연미가 강서준을 대하는 걸 지켜보던 어떤 여성이 놀란 듯 물었다.“왜요? 흑룡이었다 하더라도 저희 집에선 제 명령에 고분고분 따라야 해요.”“대단하시네요.”“저런 사위를 두시고, 뿌듯하시겠어요.”다른 사모님들은 하연미가 부러운 듯 그녀에게 찬사를 쏟았지만 하연미는 오히려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니에요. 지금은 흑룡도 아니고 몸도 불편하잖아요.”윤정아는 하연미와 다른 사모님들이 나누는 대화를 무시하고 휠체어에서 일어나는 강서준을 부축했다.“우리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뭐 하고 있는 거야?”강서준은 뒤돌아 화가 잔뜩 난 하연미에게 담담하게 말했다.“배가 고프면 직접 요리해서 드세요.”“방까지 데려다주고 제가 장 봐올게요.”윤정아는 다급히 말했다.강서준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신경 쓰지 말고 부축해 줘요. 들어가 쉬고 싶어요.”하연미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강서준을 보며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 질렀다.“우리 초현이 핑계를 대면서 이 집에서 편하게 머물 생각을 하고 있나 본데, 그 생각은 안 하는게 좋을 거야. 경고하는데 우리 초현이랑 절대 재혼할 수 없을 거야.”강서준은 하연미의 말을 무시한 채 방으로 올라갔다.그는 컴퓨터를 켜고 독보운에게 건네받은 메모리 칩을
윤정아가 떠나고 강서준은 바닥에 앉아 명상을 하며 수련을 시작했다.한편 교토 천자 저택.천자는 침울한 표정으로 손에 든 총만 만지작거렸다.그의 앞에는 얼굴에 긴 흉터가 있는 40대 정도의 중년 남자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천자는 냉담하게 말했다."얘기해 봐. 어떻게 할 거야?"쌍칼은 벌벌 떨며 말했다."한 번…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연구 자료를 빼돌린 자들을 확실히 알아낼게요.""사흘, 사흘 안에 연구 자료를 찾아오지 못하면 네 목숨을 내놓아야 할 거야. 관련 자료를 본 자들은 전부 처리해야 돼.""네, 네. 그럴게요."쌍칼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었다.천자가 소리쳤다."당장 꺼져. 일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놈. 말만 많아서는, 꼴도 보기 싫어."쌍칼은 허둥지둥 자리를 떴다.그가 떠나자 다른 방에서 도포를 입은 백발노인이 걸어 나왔다.걸어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모용우였다.천자가 물었다."자료가 사라졌어요. 이제 어떡하죠?"모용우는 자리에 앉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 일은 그쪽이 책임진 일이니 저도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오히려 그쪽 생각이 궁금하네요. 그분이 알게 된다면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천자는 굳은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말했다."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에요. 철통보안을 했는데 어떤 놈이 그걸 쥐도 새도 모르게 훔쳐 갈 수 있죠?"모용우는 물었다."백업 파일은 있어요?"천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그래도 유출된 자료들은 최대한 빨리 회수해야 해요."모용우가 다시 물었다."연구 결과는 어때요?"천자가 말했다."사망률은 기존보다 훨씬 좋아졌어요. 거의 완벽한 단계예요. 다만 바이러스가 뇌 신경계를 침범해 미치게 만들 수 있지만요. 한번 감염되면 길어봤자 3년이 최대이니 계속 보완이 필요한 상태예요.""음."모용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었다.천자는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모용우에게 물었다."혹시 강서준이 음모를 꾸미고 있는게 아닐까요?""어떤
쌍칼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강서준을 보살펴주는 여자는 수상하지 않았어?”그의 부하가 말했다.“ 3시간 정도 외출하긴 했어요. 하지만 강서준을 감시하느라 그 여자까지 뒤쫓을 겨를이 없었어요. 장 보러 간 것 같았거든요. 식재료를 가득 들고 돌아오더라고요.”“장을 3시간이나 봤다고?”쌍칼이 말했다.“지금부터 그 여자를 계속 감시해. 움직임이 있으면 보고하고.”“형님, 아직도 강서준을 의심하시는 거예요?”“내가 의심하는게 아니라 회장님께서 의심하고 계셔. 그만 가봐. ”“네.”강서준은 온종일 방에만 있었다.어두워져서야 집으로 돌아온 김초현은 매우 피곤해 보였다.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몸 상태로 출근을 했으니 지칠 수밖에 없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위층으로 올라가 침대에 앉아있는 강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여보, 왜 그러고 있어요?”김초현은 정장을 벗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으며 강서준에게 물었다.강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조용히 마음을 가다듬고 있는 중이에요. 이렇게 앉아 있으면 몸도 불편하지 않거든요.”김초현은 강서준의 옆에 다가가 손을 잡고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위로했다.“여보, 다 괜찮아질 거예요.” 강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초현 씨, 저 같은 폐인 때문에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요. 저한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요.”김초현은 정색하며 말했다.“왜 그런 말을 해요? 십 년 전 당신을 구한 순간부터 우리의 운명은 연결되어 있었어요. 이제 더 이상 당신과 헤어지지 않을 거예요.”김초현은 침대에 앉아 강서준을 끌어당기며 말했다.“저한테 기대요. 마사지해줄게요.”그의 두통을 완화시키기 위해 머리를 자주 마사지해 줘야 한다는 서청희의 말을 그녀는 기억하고 있었다.“아니요. 괜찮아요. 지금은 머리가 아프지 않아요.”“부부잖아요. 설마 청희가 해주는건 괜찮고 제가 해주는 건 싫은 거예요? ”강서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에게 기대였다. ‘똑똑똑.’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강서준은 감시를 받고 있어 오로지 윤정아를 통해 외부와 소식을 주고받았다.혹시나 윤정아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되어 재차 조심하라고 당부했다.윤정아가 빙그레 웃었다.“걱정 마세요. 만약 나한테 손을 댔다면 진작에 그랬겠죠. 지금 난 당신이 고용한 사람일 뿐이라 내게 손 댈 이유가 없어요.”“그래도 조심해요. 연구소의 자료가 사라지면 천자도 행동을 취할 거예요. 나뿐만 아니라 정아씨도 주시할 수 있거든요.”“알았어요.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할게요. 나 지금 나가야 돼서 더 방해하지 마세요.”“그래요.”강서준은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고 거실로 향했다.윤정아가 주방을 깨끗이 청소한 뒤 쓰레기봉투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서준 오빠, 갈게요.”“조심해요.”“귀에 딱지 앉겠네. 알았어요.”윤정아가 활짝 웃으면서 나갔다.그제야 강서준이 위층으로 올라갔다. 김초현은 방에서 SL 자료를 훑어보고 있다. 아직도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김초현에게 주의를 줬다.“당신 몸속에 아직 고독이 있으니까 너무 무리하지 마요.”“알았어요.”김초현이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강서준은 더는 말을 안 하고 침대위에 양반다리하고 앉아 명상했다.윤정아가 쓰레기를 버린 후 택시를 타고 의료 거리에 있는 백초당으로 갔다.백초당 사무실에서 방영길이 반갑게 인사했다.“어서 들어와 앉아.”윤정아가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결과 나왔어요?”“그래.”방영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전보망은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 있어 조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한 자료를 윤정아에게 건네며 말했다.“강서준이 찾는 자료가 다 여기에 있어. 이걸 가져다 드려.”“고마워요.”윤정아는 더는 머물지 않고 자료를 들고 사무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데스크에 가서 처방약을 받았다.그동안 강서준 옆에 있으면서 많이 배웠다. 그 덕분에 정찰 능력과 추적 능력이 점차 제고되었다. 지금쯤 누가 뒤를 밟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아무 약이나 지은 것이다.한편, 백초당 도로 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