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준은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갔다.원장은 소리쳤다. "누리 알고 보면 아주 괜찮은 아이예요! 아주 현명하고요!"강서준은 원장의 말을 무시하고 걸음을 옮겼다.강서준은 김초현의 병실로 다시 들어갔다.밤새 뛰어다닌 탓에 피곤이 몰려온 강서준은 소파에 기대 자신의 관자놀이를 문질렀다.하지만 김초현은 전혀 졸리지 않았다."여보, 여기 와서 저랑 얘기 좀 안 할래요?" 김초현은 뚫어지게 강서준을 바라보았다.강서준은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김초현이 간절히 애원하는 모습을 본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불쌍한 그녀를 자신의 손안에 품고 평생을 보듬어주고 감싸주고 싶었다.하지만 강서준은 그럴 수 없었다.그는 의자를 옮겨 김초현의 침대 옆에 앉아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저 오늘 많이 힘들어요. 말하기도 힘들어요. 당신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너무 피곤해서 그러는 거예요. 서운해하지 말아요." 김초현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말했다. "퇴원하면 우리 다시 재혼하지 않을래요?""초현 씨, 이 상태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저도 장담할 수 없어요. 저랑 재혼하는 건 초현 씨 자신을 괴롭히는 행동이에요. 당신은 아직 젊고 살 날도 많아요. 제가 운이 좋아 죽지 않는다 해도 전 평생 휠체어에 앉아 살거나 침대에서 식물인간처럼 누워있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절 평생 보살펴줄 거예요?"강서준은 김초현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의경에 대해 아는 사람이 적을 수록 그에게 유리했기 때문이다.지금은 서청희와 소요왕만이 이 사실에 대해 알고 있었다.그는 김초현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도 쭉 연기할 속셈이었다.천자가 방심할수록 그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 것이다.그렇게만 된다면 그는 암암리에 천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할 수 있게 된다."네, 그럴 거예요. 당신을 평생 돌볼 수 있어요." 김초현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강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자신의 팔목을 잡고 있는 김초현의 손을
"군 병원에 있어요.""네, 바로 갈게요."자신의 위치를 알린 강서준은 전화를 끊었다.그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송진은 송나나와 함께 아주 빨리 도착했다.그들이 도착할 때까지 강서준은 비상계단에 계속 앉아있었다."서준 씨..."환희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서준은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스무 살 정도로 되어 보이는 여자가 하얀 원피스를 입고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녀의 검은 긴 생머리는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그녀는 아주 빠르게 강서준 앞에 도착했다.강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나나 씨."송나나는 미소를 지으며 강서준의 손을 잡았다. "드디어 다시 만났네요. 몸은 어때요? 괜찮아요?"강서준은 가볍게 말했다. "그대로예요. 아직 죽을 정도는 아니고요."그때 어떤 남자가 다가왔다."서준 씨..."강서준은 그에게 말했다. "송진 씨."송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젯밤 밤새 돈을 모았지만 56조가 전부예요. 필요하다면 지금 당장 입금할게요.""입금하지 않아도 돼요. 장소 좀 바꿔서 이야기해요."강서준은 그 돈을 송진이 직접 서청희에게 주도록 할 생각이었다."나나 씨, 저랑 같이 병실에 가줘요."“그러죠."송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강서준은 다시 김초현로 병실에 돌아갔다.진소윤이 말한 휠체어가 이미 배달되었다. 강서준은 외부의 시선들을 회피하기 위해 휠체어에 앉아 연기할 생각이었다.휠체어에 앉은 그는 송나나에게 밀어달라고 부탁했다.그는 송진과 송나나와 함께 병원을 나섰다. 그는 휠체어에 앉아 서청희의게 연락했다.강중의 어느 별장.이곳은 송나나가 지내고 있는 숙소였다.서청희도 진작에 도착했다.서청희는 매우 세련되게 차려입고 있었다. 체크무늬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섹시하던 모습과 달리 청순하고 귀여운 모습만 남아있었다.사람들이 모여있었다."송진 씨, 돈은 청희 씨에게 입금해 주세요. 청희 씨가 회사를 설립해줘요."송진도 강서준이 뭘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
오전에 무리를 한 건지 강서준은 확실히 피곤했다.그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잠시만 쉴게요."송나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서준 씨, 저랑 같이 올라가요.""네."그는 송나나의 안내를 받으며 2층 방으로 향했다.방에서 나온 그녀는 방문을 살며시 닫더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소파에 앉은 그녀는 서청희를 한번 바라보더니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청희 씨, 서준 씨와 어디까지 나갔어요?"서청희는 실눈을 뜨더니 말했다. "헛소리하지 마요.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칫, 누굴 바보로 아세요? 서준 씨를 바라보는 눈빛이 얼마나 다정한데요." 송나나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서청희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김초현이 존재하는 한 자신과 강서준은 함께 할 수 없다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 송나나는 서청희의 아리송한 표정을 보고 물었다. "설마 서준 씨가 또 초현 씨랑 만나고 있어요?""네."서청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송나나는 입을 삐죽거렸다. "초현 씨가 비록 예쁘긴 하지만 그래도 보고 있으면 짜증이 나요. 서준 씨가 얼마나 잘해주는데 그런 서준 씨를 속상하게 하잖아요. 제가 서준 씨였으면 절대 초현 씨를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청희 씨를 선택했을 거예요."서청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만해요. 보니까 사람들 꽤 많이 데려온 것 같던데, 셰프도 같이 왔겠죠?""네, 있어요."송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서청희가 말했다. "식사 준비 시작하라고 해줘요. 지금은 피곤해서 배가 안 고프겠지만 조금 뒤면 무조건 배가 고플 거예요. 엄청 배가 고플 수도 있고요.""그럴게요."송나나는 바로 셰프들에게 요리를 시작하라고 지시를 내렸다.송나나는 소파에 앉아 서청희와 담소를 나눴다.JN 가문의 집사 이준성이 다가와 말했다. "아가씨, 입구에 오랫동안 서있는 사람이 있어요. 물어도 대답이 없고요.""응?"송나나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누군데?"이준성이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직접 가봐야겠네."송나나
서청희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비도 오는데 우선 안으로 들어가죠."윤정아는 고개를 저었다.송나나가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우선 들어가요. 서준 씨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지금 쉬고 있어요. 깨어나면 만날 수 있을 거예요."윤정아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별장에 들어서자 가정부가 따뜻한 물을 건네주었다.윤정아는 그것을 받아 가볍게 한 입 마셨다.송나나는 서청희를 한 번 바라보더니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청희 씨, 어떡해요?"서청희도 두 손을 벌리며 말했다. "저도 몰라요. 서준 씨가 깨어나면 직접 대면하게 해야죠."서청희는 강서준이 윤정아에게 결혼 약조를 한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다. 이런 일에 엮이고 싶지 않았다.서청희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강서준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았다. 김초현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윤정아까지 불쑥 나타나는 상황은 그녀를 골치 아프게 했다.곧 식사 준비가 되었다.송나나는 소파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서청희와 윤정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 제가 서준 씨를 깨울까요?""네." 서청희가 손짓했다.윤정아도 바짝 긴장한 상태였다.그녀는 전에 강서준과 대면하는 장면에 대해 상상한 적 있었다.머릿속에서 수많은 장면을 상상했지만 막상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 그녀도 예상하지 못했다.그녀는 두 손으로 힘껏 옷자락을 비볐다.송나나는 윤정아를 한 번 보더니 일어나서 2층으로 갔다."서준 씨, 식사해요."강서준은 부스스하게 잠에서 깨었다. 한 시간가량 숙면을 취한 덕에 강서준은 정신이 훨씬 맑아졌다. "네."그는 일어나서 눈을 비비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옷을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래층으로 내려간 그는 멍하게 굳어버렸다.그는 얼떨결에 소파에 앉아 어찌할 바를 모르는 표정의 윤정아를 바라보았다. 몇 분간의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어, 어떻게 여기에 있어요?"윤정아가 고개를 들었다.강서준을 보는 순간 그녀의 심장도 함께 떨렸다.강서준의
거실에는 강서준과 윤정아 둘만 남아 있었다.한창 순수한 어린 소녀 앞에서 강서준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두 사람이 관계를 가졌던 건 누군가의 모함이었다.남녀의 관계로 따지면, 강서준은 당연히 윤정아를 책임져야 했다. 하지만 강서준은 자신에게 닥친 많은 일들을 해결하는게 더 중요했다. 그래서 윤정아를 책임질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에서야 윤정아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건 오히려 그녀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게 분명했다.“정아 씨, 사실 그게…”강서준은 옷자락을 힘껏 잡아당기고 있는 윤정아를 난감하게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정아 씨도 알다시피 제 상황이 좀 그래요. 제가 지금 처리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요. 게다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목숨이고요. 그래서 정아 씨를 책임질 수 없어요. 초현 씨도..."윤정아는 고개를 들어 강서준을 바라보며 그의 말을 끊었다.“서준 씨, 저도 알아요. 다 알고 있다고요. 저도 서준 씨를 찾아오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 마음이 통제가 안된다고요. 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그저 서준 씨 곁에 머물면서 서준 씨를 보살 펴 드리고 싶은 것뿐이에요. 멀리서 서준 씨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해요.”예상치 못한 그녀의 어른스러운 말에 강서준은 놀랐다.거실에는 침묵이 흘렀다. 서청희는 문 밖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두 사람이 서로 대화를 멈춘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으로 들어와서 자리에 앉아 강서준에게 물었다.“대화는 잘 끝났어요?”강서준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지난번 일은 제 실수였어요. 제가 조금만 더 조심했더라면 한근명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았을 텐데. 그럼 이런 일도 없었을 거고 결국엔 다 제 잘못이에요. 정아 씨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요.”윤정아는 황급히 손을 저으며 말했다.“서준 씨, 저를 책임지라고 강요하는게 아니에요. 저는 그냥…”하지만 설명할수록 강서준에게 강요하는 것 같아서 윤정아는 난감했다.사실 윤정아는 강서준의 곁에 머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아, 네. 반가워요.”김초현은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얼마 전 강서준이 관계를 가진 여자에 대해 그녀도 알고 있었다.그것도 결국엔 오해로 끝났다. 그래서 둘을 엮고 싶지 없었다.윤정아가 자신과 김초현 사이를 이간질할 줄 알았던 강서준의 생각이 무색하게 윤정아는 철이 든 모습을 보여주었다. 덕분에 강서준은 착한 윤정아에게 큰 마음의 빚을 진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강서준은 사실 모두에게 공평한 신이 윤정아에게 유독 모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 해보니 그녀에게 모질게 군 것은 신이 내린 운명이 아니라 자신이었다.만약에 강서준이 조금 더 책임감 있게 행동을 했다면 그녀는 이런 난감한 상황에 처하지 않았을 것이다.이런 복잡한 문제를 생각하니 강서준은 머리가 아팠다.윤정아는 이미 강서준의 상황을 서청희 에게 전해 들었고 그녀는 그가 두통이 있는것을 보고 서둘러 말했다. “서준 씨, 신경 그만 쓰세요. 두통도 자주 생기면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윤정아는 말하면서 강서준의 머리를 부드럽게 마사지 해주었다.“괜찮아요.”강서준은 윤정아의 손을 살짝 떼내면서 말했다.강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에 기대어 쉬었다.강서준은 줄곧 병원에서 의학 서적을 연구하거나 명상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명상은 진기를 수련하는 첫 번째 단계였다.명상을 통해서 몸속의 기를 느낄 수 있고 기의 존재를 느껴야 만이 기를 제어할 수 있고 기를 제어해야 만이 내공 수련 심범으로 기를 모아 진기를 만들 수 있었다.진기를 만든다는 건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고 보통 사람은 일생을 탐구해도 평생 이런 경지에 오르지 못했다.하지만 강서준은 보통 사람과는 달랐고 이미 오래전부터 무학의 극치에 도달했으며 몸속의 혈기가 너무 강해서 기를 쉽게 느끼고 기를 제어할 수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보름이 지났고 김초현의 몸도 서서히 쾌차하고 있어 퇴원을 할 정도가 되었다.그리고 강서준도 보름 동안의 노력 끝에 마침내 자신의 진기를 모을 수 있었다.그는 의학 서적 하권
#김초현은 병원에 보름 정도 입원해서 병을 치료한 덕에 총상을 입었던 다리의 부상은 거의 다 나았다.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돌아가서 한동안 안정을 취하면 쾌차할 거라고 의사가 말했다.그녀의 가족들이 찾아와서 김초현의 퇴원을 도와줬다.하연미는 강서준이 김초현에게 준 돈으로 SA 별장 근처에 별장 한 채를 더 사서 그 별장으로 이사를 한 상태였다.이제 김초현은 그룹에서 가장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자 SA 그룹의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최대주주였다.“SL그룹은 최근에 생산을 확대한 결과 많은 기업들의 주문이 폭주하고 있고 주문량도 크게 늘고 있어. 네 덕이 크지.”“네 명성이 한몫했지.”“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SL 그룹은 더 크게 성장해야 돼. 이렇게 다른 기업의 주문 만 받고는 큰 돈을 못 벌어. 우리가 자체적으로 연구하고 약을 생산해서 시장에 상장해서 큰돈을 벌어야지. 안 그래?”SA 일가들은 김초현에게 제각각 한마디씩 했다.김초현은 얼굴이 창백해진 강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뭘요?”강서준은 다른 생각에 몰두한 나머지 다른 사람들이 나누는 얘기를 미처 듣지 못했다.김초현이 말했다.“할아버지께서 그러시는데 약을 자체적으로 생산해서 SL 그룹을 세상에 먼저 알리고 난 다음에 시장에 상장해야 된 대요.” “초현 씨가 알아서 하세요. 저도 이런 건 잘 몰라요.”강서준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대답을 했다.그러고는 옆에 서있는 윤정아에게 말을 걸었다.“정아씨, 위에 올라가서 쉬게 부축 좀 해줘요. 조금 피곤하네요.”윤정아는 강서준을 부축하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그가 떠나고 하연미가 다가와 김초현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초현아, 너 진짜 강서준이랑 다시 재결합하고 싶은 거니? 서준은 이제 더 이상 흑룡이 아니야. QS 그룹 회장직에서도 물러났고 이제 그냥 일반인이랑 다름없어. 게다가 지금 독에 중독돼서 곧 죽게 생겼는데. 지금 밖에서 소문이 얼마나 크게 도는지 알아? 곧 걸을 수도 없고 천천히 죽어갈
"잠시만요..."강서준은 방에서 나가는 윤정아를 불러 세웠다. 윤정아는 몸을 돌려 돌아서서 강서준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왜요? 뭐 필요한 거 있어요?”강서준은 김초현을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정아 씨는 제가 고용한 사람이지 초현 씨 하인이 아니에요. 빨래할 사람이 필요하면 초현 씨가 따로 고용하세요."“서준 씨, 뭐라고요?”김초현은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언성을 높여 말을 이어갔다.“저희 집에서 지내고 있는 건 정아 씨예요. 가정부랑 다를바가 없다고요. 가정부한테 일 좀 시키겠다는데 왜 시비예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 서준 씨는 사심없이 정아 씨를 고용한 건 맞아요? 몰래 둘이 눈 맞아서 불미스러운 짓을 한 건 아니고요? 누굴 바보로 알아요?”“진심으로 이 집에 내가 남길 바란다면 그만해요. 안 그럼 진짜 나갈지도 몰라요. 정아 씨, 저희가 나가죠."강서준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김초현은 떠나는 강서준을 잡아당기며 눈물을 글썽거렸다."여보, 제가 잘못했어요. 가지 마요."강서준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서준 씨, 어차피 할 일도 없고 제가 하면 돼요. 빨래는 금방 해요.”윤정아는 강서준과 김초현이 싸우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어 서둘러 말했다.“가서 쉬어요.”강서준은 명령조로 말했다.이미 윤정아에게 많은 빚을 진 강서준은 그녀가 여기에서 가정부처럼 불려 다니며 온갖 잡일을 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다.“됐어요, 가서 쉬어요.”김초현도 더 이상 윤정아를 괴롭히지 않았다.“네.”윤정아는 돌아서서 나가려고 했다.그녀는 강서준과 함께 있어서 행복했지만 김초현을 보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둘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점점 공허하고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김초현을 대신하지 못하는 자신의 상황이 속상했다."여보, 몸은 좀 어때요?""저는 이제 괜찮아졌어요. 초현 씨는요? 어디 불편한데 없어요?""전 괜찮아요. 궁금한 게 있는데 제 몸속에 있는 고독은 왜 아무 반응도 없는 거예요?"김초현은 고개를 저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