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입을 가렸더니 손바닥에 피가 흥건하게 묻었다.피 속에서 아주 작은 벌레들도 보였다.그것을 보던 서청희의 얼굴이 창작해졌다.“피, 피 속에…”강서준은 휴지를 집어들고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힘없이 말했다.“내 몸속에 있는 고충이겠죠. 이 벌레들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어요. 빨리 진기를 수련할 방법을 찾아야겠어요. 이러다간 3개월도 버티지 못할 거 같아요.”강서준은 의사나 마찬가지니 자신의 몸이 어떤 상황인지 잘 파악하고 있다.체내에 고충이 점점 많아지면서 혈액속에서 알을 낳는다면 온몸이 서서히 마비될 것이다.그때가 되면 몸은 완전이 고독의 도구가 되어버린다.“그, 그럼 어떻게 해야 돼요?”서청희는 조급했다.“걱정 말아요. 당분간은 죽지 않아요.”서청희가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던 강서준은 가슴속 한 구석이 따뜻했다. 살면서 자신을 걱정해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하지만…”강서준의 창백한 얼굴과 입가에 묻은 피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 “이, 이러고 있으니까 내가 너무 힘들어요.”두 눈이 붉어지더니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내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알아요?”“괜찮아요. 정말이에요. 울지 말아요.”서청희는 괜찮다고 위로하는 강서준을 와락 끌어안았다.“다 내려놓고 살면 안 돼요? 내가 옆에 있어 줄게요. 혹시 죽게 되더라도 내가 계속 옆에 있을게요.”서청희에게서 고혹적인 냄새가 풍겼다. 강서준은 감동했다. 가슴에 따뜻한 기운이 흐르며 저도 모르게 팔을 뻗어 감싸 안았다.“고마워요.”자신이 얼마나 더 살지, 자신의 판단이 맞는지, 동굴에 아직도 내가심법이 있을지 모르지만 만약 없다면 교토 강 씨 가문에 접하여 화월산거도를 손에 넣어야 한다.비밀을 풀어내야 내가심법을 얻을 기회가 생기니 이 모든 것이 실패하면 죽는 길밖에 없다.앞날이 너무 불확실하다. 또 무슨 일들이 벌어질지,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이미 김초현을 저버렸으니 서청희한테는 그
서청희도 한동안 집에 오지 않아 먹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게다가 요리할 줄도 몰라 아예 배달을 시켰다.강서준은 휴대폰을 꺼내더니 지도를 열심히 검색했다.서청희가 옆으로 다가가 물었다.“뭘 봐요?”강서준은 옆에 바짝 붙은 서청희의 살결에서 따듯한 체온을 느꼈다.두 사람은 엄청 친밀해 보였다.“10년 전에 초현 씨가 불구덩이에서 나를 구해준 뒤에 강물에 뛰어들었거든요. 물길을 따라 표류하다 지하 동굴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의서를 발견했어요.”“당신의 의술은 그렇게 배운거였어요?”서청희는 깜짝 놀랐다.“네.”강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했다.“동굴은 생각보다 컸어요. 당시 너무 배고파서 의술 서적과 은침만 갖고 나왔는데 내 생각이 맞다면 동굴에 분명 내가심법이 있을 거예요. 구체적인 위치가 어디인지 찾아야 돼요.”말을 하면서 눈을 감았다. 그때 강물에서 얼마나 표류했는지 어떻게 동굴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어느 방향으로 나갔는지도 떠오르지 않았다.그냥 동굴에서 나가 계속 남쪽으로 걸었더니 어느새 남황에 도착했고 입대한 기억만 남아있다.남황까지 얼마나 걸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아!”뭔가 생각을 했더니 또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마치 머리속에 수많은 벌레들이 살을 뜯어내는 것 같아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냈다.“거봐요. 내가 생각하지 말라고 했잖아요.”서청희가 강서준의 몸을 당겨 무릎에 눕혔다.“여기 누워요. 내가 마사지라도 해줄게요.”부드럽게 머리를 눌러주자 그제야 통증이 가라앉았다.“정말 그 동굴에 갈 거예요?”서청희가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이 몸으로 어디로 간다는 거죠?”“찾지 않으면 이렇게 죽어버리니까. 난 죽기 싫어요.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요.”강서준은 눈을 감고 힘없이 말했다.비록 죽음을 가볍게 여기지만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죽고 싶지 않았다.몸속에 고독을 제거할 방법은 지금으로서 진기를 수련하는 방법밖에 없다.한 가닥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모두 시도해 볼 것이다.
테이블 위에 지도를 쫙 펴 놓고 지도에 선과 동그라미 표시를 했다.꼼꼼하게 분석한 결과 강서준은 다시 새 지도와 펜을 들고 지도의 한 곳에 빨간 동그라미를 그렸다.서청희가 물었다. “찾았어요?”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감을 잡은 듯싶다.“강한 별장이 불에 탔을 때 밤이었어요. 저녁 밥을 먹고 강물에 뛰어들자마자 정신을 잃었고 깨어났을 때 동굴에 있었어요. 그때 배고픔을 느꼈으니 지하 동굴이 강한 별장과 멀지 않았을 거 같아요.”강서준은 지도에서 강을 가리켰다.“이 강을 따라 표류했네요. 표류하는 속도로 보아 지하 동굴이 아마 이 근처에 있을 거예요.”그러면서 산을 가리켰다.서청희가 물었다.“그럼 언제 출발하게요?”강서준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급하지 않아요. 아직 이곳인지 확실하지 않으니까 먼저 알아봐야 돼요. 소요왕한테 부탁해야겠어요.”말하면서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오늘 너무 바빠서 마중 나가지 못했어요. 미안해요.”휴대폰 너머로 소요왕의 목소리라 들려왔다.“괜찮아요. 참, 사람 좀 빌려줄 수 있어요?”소요왕이 물었다. “무슨 일이죠?”“내가 찾을 곳이 있는데 몸 좀 쓰는 사람이 필요해서요.”“그렇다면 최동을 보낼게요. 무슨 일이 있으면 최동에게 연락해요.”“고마워요.”“우리 사이에 인사치레는 사양하죠. 끊을게요. 바빠서.”소요왕이 통화를 끊자 강서준은 최동에게 연락했다. 10년 전 동굴을 찾을 것이니 몸이 민첩한 병사 수십 명을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강서준이 소파에 기대어 휴식하고 서청희는 동그라미를 그린 지도를 살펴보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 액정을 봤더니 김초현이다.서청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초현이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강서준이 잠든 걸 확인하고 조용히 나와 문밖에서 전화를 받았다.“초현아, 무슨 일이야?”“청희야, 혹시 강서준이랑 같이 있어?”김초현이 짤막하게 물었다.서청희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잠시 망설였다.“서청희, 내 말 들려?”서청희는 심호흡을 들이마셨다
김초현은 휴대폰을 던져버렸다. 벽에 부딪친 휴대폰은 액정이 깨지면서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미쳐버리겠어.”씩씩거리면서 소파에 털썩 앉았다.“왜 그래? 무슨 일이야?”하연미가 다가오더니 깨진 휴대폰을 보고 물었다.“아, 아니야.”김초현은 심호흡을 하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밖으로 나갔다.‘강서준은 내 거야. 누구도 탐내선 안 돼.’서청희 집에 간 적이 있었다. ‘강서준이 거기에 있을 거야.’김초현은 방금 뽑은 포르쉐 스포츠카를 몰고 서청희의 별장으로 향했다.한편, 서청희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을 알았다.김초현과의 우정을 위해 그동안 참고 있다가 두 사람이 이혼하게 되니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강서준과 함께 있는 순간부터 김초현과의 우정을 끊어야 된다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다.강서준이 곤히 잠들다 눈을 떴다.서청희가 옆에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물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말소리에 서청희가 정신을 차렸다.“아, 아니에요.”강서준은 휴대폰을 보고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었다.“나가서 좀 걸어요. 너무 답답하네요.”“알았어요.”서청희는 휠체어를 찾아 강서준을 앉히고 밖으로 나갔다.별장에서 나와 별장 단지의 도로를 천천히 걸었다.서늘한 가을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왔다. 서청희는 멀리 가지 않고 단지 근처만 돌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포르쉐 한 대가 달려왔다. 바로 김초현이다.서청희의 별장에 도착하기 전에 밖에서 산책하는 서청희와 강서준을 보았다. 김초현은 급하게 차를 세우고 씩씩거리며 차에서 내렸다. 두 사람에게 다가가자마자 서청희의 뺨을 쳤다.“서청희, 내가 너를 믿었는데 어떻게 내 남자를 빼앗아?”뺨을 맞은 서청희는 눈물을 글썽이며 소리쳤다.“아니야, 네가 먼저 이혼하자고 했으면서 이제 와서 왜 이러는거야?”강서준은 김초현이 나타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이러는 건 바라지 않았다.화가 잔뜩 난 김초현을 보며 꾸짖었다. “지금 뭐하는 짓이에요? 왜 사람을 때려요? 사과
“상관있어요. 당신은 내 남편이잖아요. 우리 가서 재결합…”김초현은 강서준을 끌고 가려고 잡아당겼다. 하지만 너무 힘을 준 탓에 강서준은 힘없이 휠체어에서 곤두박질쳤다.“뭐하는 거야?”서청희가 달려와 김초현을 밀어버렸다.“지금 몸이 허약한 게 안 보여?”황급히 땅바닥에 쓰러진 강서준을 일으키며 걱정스럽게 물었다.“괜찮아요?”강서준이 손을 저었다. 그 장면을 본 김초현은 울부짖었다.“서준 씨, 나랑 청희 중에서 누굴 원해요? 청희예요 아니면 나예요?”서청희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강서준을 부축해 휠체어에 앉히고 눈을 부릅떴다.“김초현, 넌 말끝마다 강서준을 사랑하고 위한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네가 먼저 이혼하자고 했잖아. 지금 고독에 중독돼서 몇 개월밖에 살지 못해. 그래도 재결합할 거야?!”“뭐라고?”그 말에 김초현이 화들짝 놀랐다.“몇 개월밖에 안 남았다고요?”믿을 수 없었다.“말해 봐요. 사실이에요?”강서준은 휠체어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만약 진기를 수련할 수 없다면 확실히 몇 개월밖에 살지 못한다. 운이 좋으면 몇 년은 더 살겠지만 몇 개월 뒤에 온몸이 마비되어 아무런 감각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서청희가 다시 물었다.“이래도 재결합 할 마음이 있어?”“나, 나…”김초현은 뒷걸음을 치며 망설였다.머릿속에 수많은 벌레들이 날면서 윙윙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랐다.서청희가 이를 악물었다.“넌 강서준을 사랑한 적이 없어. 오로지 흑룡이라는 신분만 사랑했던 거야. 지금 흑룡도 아니니 진심을 말해 봐. 그래도 사랑해? 만약 지금도 사랑하고 평생 옆에서 돌볼 수 있다면 내가 물러날게.”평생을 돌봐야 된다는 말에 김초현은 흠칫 놀랐다.모용우가 한 말을 똑똑히 들었다. 강서준이 고독에 중독되면 서서히 몸이 쇠약해지고 근육이 위축되어 침대에 누워 움직이지도 못할 거라고 했다.게다가 자신도 고독에 중독되어 피부가 점점 썩고 검은 반점이 생긴다고 했으니 앞날이 어떻게 될지 상상할 수 없었
강서준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김초현을 머릿속에서 떨쳐냈다. 그는 서청희의 얼굴에 난 빨간 손자국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천천히 일어나 손을 뻗어 어루만졌다."아파요?""네."서청희는 서러운 표정으로 대답하고는 강서준의 품에 파고들었다."저는 서준 씨를 잃고 싶지 않아요. 서준 씨가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초현이한테 돌아가면 어떡해요?"강서준은 서청희를 끌어안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건 저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에요. 저는 초현 씨한테 빚진 걸 평생 갚아야 해요. 이번에도 저 때문에 고독에 중독되었는데, 제가 어떻게 해독 방법을 알고도 모르는 척할 수가 있겠어요."서청희는 강서준의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이해가 되기 때문에 더욱 걱정이 되었다.그래도 서청희는 지금 강서준의 품에 안겨 있는 사람은 자신이라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다른 일은 실제로 닥친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았다.서청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자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한테 김초현보다 못한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으니까."콜록..."강서준의 기침 소리를 듣고, 서청희는 그를 다시 휠체어에 앉혔다."바람이 쌀쌀해요. 저희는 이만 돌아가요.""그래요."강서준이 머리를 끄덕였다.서청희는 강서준과 함께 빌라 안으로 들어왔다.얼마 후, 최동이 건장한 소요군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와서 강서준에게 말했다."형님, 제가 능력 좋은 녀석들로 골라왔습니다. 앞으로 이 녀석들은 형님의 명령만 따를 겁니다."강서준은 그들을 바라보며 머리를 끄덕였다."그래."최동이 계속해서 말했다."앞으로 필요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를 부르십시오. 제가 뭐든지 대신해드리겠습니다.""켁..."강서준은 입을 막고 기침을 했다. 그러자 손바닥은 피로 흥건해졌다.서청희는 종이를 갖고 와서 강서준의 손을 닦아주려고 했다.강서준이 종이를 받아들며 말했다."그냥 저한테 줘요."강서준은 피를 닦으며 최동에게 말했다."지금 바로 지프차 몇 대, 텐트, 잠수 장비, 그리고 먹을 것을 준
서청희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러지 말고 우리 그냥 다 같이 가요.""흥."김초현은 콧방귀를 뀌며 서청희를 무시하고 강서준을 부축해 주려고 했다."도와주지 않아도 괜찮아요."강서준은 김초현의 손길을 거부하고 스스로 차에 올라탔다.김초현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강서준의 옆자리에 앉았고, 서청희도 지지 않고 반대쪽 차 문을 열고 강서준의 옆자리에 앉았다.모두가 차에 올라탄 후, 지프차는 하나 둘 출발하기 시작했다.강서준은 뒤로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김초현은 강서준의 손을 잡으며 일부러 애정행각을 했다."여보, 우리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예요?"서청희는 불만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서준 씨는 지금 안정이 필요하니까 그냥 조용히 있어."김초현이 차가운 말투로 받아쳤다."내가 내 남편이랑 말하겠다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야?""너...!"서청희는 인상을 확 구겼다.강서준은 천천히 눈을 뜨며 김초현에게 말했다."그냥 조용히 있어요. 초현 씨가 지금 얼마나 귀찮게 굴고 있는지 알아요? 계속 말할 거면 그냥 차에서 내려요."김초현은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강서준의 어깨보다 더 편한 곳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의 어깨에 가만히 기대 있었다. 그녀는 시간이 이 순간에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차는 빠르게 움직여 보룡산 일대로 도착했다. 이곳은 강중과 강북의 접경 지역에 있었다.보룡산 부근.지프차가 길가에 주차되고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강서준도 차에서 내려와 먼 곳에 있는 넓은 강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늘 밤은 강가에서 보내도록 하지."최동이 지시를 내렸다."얼른 가서 텐트를 설치해."동행한 특전사들은 빠르게 짐을 들고 강가로 가서 텐트를 준비하기 시작했다.강가.강서준은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아있었다.최동이 다가가서 담배 한 대를 건넸다. 그러자 강서준이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끊었어."최동은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고는 넓은 강을 바라보며 말했다."이곳에 뭘 찾으러 오신 거예요?"
보룡산의 태운강.강가에는 텐트가 아주 많이 설치 됐다.강서준은 커다란 바위에 앉아 휴대폰을 들고 10년 전 강한그룹 사건이 일어난 3개월 동안의 날씨를 관찰했다.곁에 앉아있던 서청희가 물었다."서준 씨, 뭘 봐요?"김초현도 궁금한 모습이었다.김초현은 강서준을 잃을 수 없었고 그가 서청희와 함께 있는 것도 싫어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이렇게 따라왔다.강서준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산을 바라보며 말했다."10년 전에 비가 왔는지 안 왔는지 알아야 강물의 깊이를 추측할 수 있어서 날씨를 보고 있었어요."서청희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강물의 깊이를 알아서 뭘 하려고요?"강서준이 설명했다."내가 강에 뛰어들었을 때 나무토막을 잡고 살아남았거든요. 그렇게 동굴까지 떠내려갔던 것 같은데 강물의 깊이를 알면 자세한 위치를 추측할 수 있잖아요."김초현이 물었다."무슨 동굴을 찾고 있는데요? 강물의 깊이라면 제가 알 것 같아요. 내가 10년 전에 태운강에서 놀고 있었잖아요."강서준이 김초현을 힐끔 보며 물었다."강물의 깊이를 안다고요?"김초현은 사색에 잠겼다. 그녀는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그때 몇 개월 동안 비가 오지 않아서 강물이 엄청 얕았어요. 제가 친구들이랑 강가에서 게를 잡던 생각이 나네요."강서준이 물었다."확실해요?""네."김초현이 머리를 끄덕였다.10년 전에 그렇게 큰일이 일어났으니 김초현은 그날의 일을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었다.강서준은 태운강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바로 판단이 선 듯 머리를 들었다.몇 개월 동안 비가 안 왔다고 계산하면 아마 10m~20m 정도 잠수해야 할 것이다.강서준은 생각과 대화를 멈추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고독이 뇌신경까지 퍼져서 만약 과도하게 머리를 쓴다면 차라리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워질 것이다.주변을 수소문하러 간 특전사들은 금방 돌아왔다."건너편의 산에 동굴이 아주 많은데 길이 사면팔방으로 다 통한다고 합니다.""강 건너편에도 동굴이 있는데 지금은 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