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그럴게요.”강서준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고는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고독이 어찌 나를 괴롭힐 수 있는가. 조만간 형전으로 돌아가 형검을 들고 죽여야 할 사람을 모조리 베어버릴 것이다.’천자는 강서준을 비웃으며 말했다.“하하하. 완쾌해서 돌아오기를 기대할게요. 하지만 기회가 없을까 봐 걱정이에요. 듣기로는 강중에서 많은 사람들의 미움을 샀다고 들었는데 이들은 모두 당신이 죽기를 원한다더라고요. 그러니 강 중으로 돌아가기보다는 교토에 남아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적어도 여기서는 누구도 서준 씨를 건드리지는 않을 거니깐요.”그의 웃음과 말투는 너무도 음침해서 사람을 오싹하게 만들었다.강서준은 더 이상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아서 서청희에게 말했다.“청희 씨. 우리 그만 호텔로 돌아가요.”“네.”서청희는 대답하고 나서 강서준과 함께 운전하고 호텔로 돌아갔다.호텔로 돌아온 강서준은 또 배가 고파서 배를 만지작거리며 쑥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먹을 것을 좀 시켜줄래요?”그도 그녀를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고 그녀의 마음을 잘 알기에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몰라서 더욱 미안했다.하지만 지금 그의 몸 상태로는 아무것도 혼자서 할 수가 없어서 며칠 동안 그녀가 그의 곁을 따라다니며 그를 보살피는데 아무말 하지 않았다.“호텔에 전화해서 보내오라고 할게요.”서청희는 전화기를 들고 전화를 걸었다.그녀가 전화를 끊자 강서준이 또 말했다.“항공권 한장 끊어줄래요? 강중으로 돌아갈 거예요.”“네.”서청희는 음식을 시키고나서 인터넷으로 항공권을 검색하면서 말했다.“서준 씨와 함께 강중으로 돌아갈래요. 강중에 돌아가면 적어도 집은 있으니 교토보다는 좋을것 같아요.”그러고는 강서준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서준 씨는 강중으로 돌아가면 어디에 머무를 거예요? 마땅한 곳이 없으면 우리 집으로 가도 돼요. 별장이라서 제가 혼자 살기에는 너무 커요.”강서준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그동안 수고 많으셨는데
강서준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이제 배불러요.”“저도요. 참, 오늘 오후 2시 비행기예요. 지금 체크아웃하고 서둘러 가면 시간이 비슷할 것 같아요.”서청희가 말했다.강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해요.”서청희는 황급히 떠났다.강서준은 소파에 기대어 떠나는 서청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이 여자,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길래 갑자기 얼굴이 빨개진거지?”강서준은 소파에 기대어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였다.서청희는 로비에서 체크아웃 했다.두 사람은 호텔을 나섰고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공항에서 약 10 분 정도 기다린 후 그들은 탑승하기 시작했다.강중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강서준은 오래만에 푹 쉴 수 있었다.멍한 상태로 강중에 도착했다.“서준 씨, 도착했어요.”서청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서준은 눈을 살짝 뜨고 말했다. “벌써 도착했어요?”“또 머리가 아파요? 아무 생각도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서청희는 신경 쓰이는 얼굴로 말했다.강서준은 힘없이 대답했다. “생각 안 했어요.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멍해지더니 또 머리가 아프기 시작한거예요.”“자, 제가 부축해 줄게요.”서청희가 가서 강서준을 부축하고 일어섰다.두 사람은 천천히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을 빠져나왔다.다시 강중으로 돌아오자 강서준은 얼떨떨해졌고 다시 이 땅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예전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공항 밖으로 나와서 서청희가 물었다. “서준 씨, 이제 어디로 갈까요?”“잠깐만요. 전화 한 통만 할게요.”강서준은 휴대폰을 꺼내 소요왕에게 전화를 걸었다.곧 전화가 연결되었다.“용수님, 강중으로 돌아왔어요?”“네, 돌아왔어요. 독보운은 지금 어디에 있죠?”“시내에 있는 아파트인데 주소 바로 보내드릴게요.”“그래요.”강서준이 전화를 끊자마자 소요왕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강서준은 주소를 확인한 후 말했다. “송파 아파트 단지에 먼저 내려주고 청희 씨는 돌아가요. 며칠 동안 고생 많았어요. 제가 몸이 회복되면 그때 식
강서준은 남황에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다시 형검을 들고 법으로 제재할 수 없는 사람들을 처단해야 한다.그래서 일손이 필요했다. 특히 팔부천용과 같은 강자들이 옆에 있다면 일 처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이 폭로되는 바람에 오히려 행동하기 어려워졌다.“네.”더 말을 하지 않자 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돌아가. 강중에 일은 걱정하지 말고.”“보스, 그럼 해독약은…”방용이 눈을 껌벅거리며 쳐다봤다. 강서준을 따르겠다고 결심할 때 독약을 먹고 그동안 독약이 발작해 죽을까 봐 노심초사했었다.강서준이 빙긋 웃었다.“이혁을 찾아가면 해독약을 줄 거야.”“알겠습니다.”그렇게 강서준과 서청희, 독보운만 남고 다 물러갔다.독보운은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시가 한 대를 피며 웃었다.“저 킬러들을 수복한 줄 알았는데 독약으로 통제했다니, 정말 아이러니하군.”강서준은 그제야 독보운을 바라봤다.킬러 업계의 전설이자 킬러왕인 독보운에게서 위험한 기운을 감지했다. 마치 독뱀을 마주한 것 같았다. 자칫하다 오히려 물릴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한참 뒤에야 강서준이 입을 열었다.“당신을 구해줬으니 이제 약속을 지킬 차례이지 않나? 내 몸의 고독을 제거해줘.”지하 감옥에서 독보운을 힘들게 구해준 것은 자신이 고독에 걸린 걸 한눈에 알아차리고 해독할 수 있다고 말한 것 때문이다.아니면 킬러왕을 구해줄 이유 따위 전혀 없었다.그 말에 독보운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고독은 누구 짓이야?”강서준이 휴대폰으로 찍은 초상화를 건넸다.“이 사람이야.”독보운이 초상화 속의 모용우를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왜, 아는 사람이야?”“알다마다.”독보운의 얼굴에 순간 무서운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 강서준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 살기는 강서준도 등골이 오싹하게 만들었다.“원한 관계야?”독보운이 휴대폰을 돌려주더니 시가를 한 모금 깊이 빨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모용우라고 100년 전 고문의 후손이자 내 가족을 멸한 장본인이지.
강서준은 100년 전의 고문에 관심이 생겼다.독보운이 잠시 추억을 되새기더니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말하자면 길어. 내가 살던 마을은 세상과 단절되었다가 100년 전에 균형이 깨졌어. 고마을에 모용, 독보, 구양 3대 성씨에 따라 족장도 세 명이 있었지. 100년 전 어느날, 누가 마을에 들어와 모용 족장을 찾았는데 그 사람이 우리 고독술을 이용해 세계를 통제하려고 했나 봐. 나중에 구양과 독보 족장, 그리고 외부 고수들이 연합하여 고마을을 멸망시키고 고독인들도 전부 죽여버렸어.”여기까지 말하던 독보운이 심호흡을 들이마셨다.“100년 전, 대하국에서 고문의 전투는 암암리에 발생했어. 하지만 대하국 왕이 약속한 대로 모용가를 비롯한 고독인을 죽이지 않았어. 나중에 구양가와 독보가가 고독술을 이용해 세상을 어지럽힐까 두려워 모용가를 멸한 뒤에 구양가와 독보가도 멸망시킨 거야. 그때 극소수의 사람들만 도망쳐서 화를 면했지만. 그 뒤로 고마을은 역사속에서도 기록을 지우게 되었고 더 이상 고독인이 존재하지 않았지.”강서준은 대하국에 이런 큰 일이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쾅!독보운이 주먹으로 테이블을 거세게 내리치자 유리 테이블이 산산이 부서졌다.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으르렁거렸다.“당시 대하가 전쟁에 시달려 독보가가 대하국을 위해 큰 공을 세웠지만 결국은? 대하왕이 바로 태도를 바꿨어.”강서준이 물었다.“모용우가 그쪽 가문을 멸망한 것과 무슨 상관이지?”독보운이 심호흡을 들이마시며 애써 흥분을 가라앉혔다.“그때 우리 가문이 마을에 있지 않아서 화를 면할 수 있었어. 마을이 사라진 뒤 우리 가족은 은둔하면서 수십 년을 살다가 내가 10살이 되던 해에 모용우가 우리 가문을 찾아내고 자신의 계획에 동참하길 원했거든.”강서준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끼어들었다.“무슨 계획?”“100년 전에 이루지 못한 계획이야. 고독을 이용해 전 세계를 통제할 계획이었지. 그때 우리 할아버지가 거절하자 모용우는 우리 가문에서도 고독술을 알고 있다고 여기고
“진기? 진기는 대체 뭐야?”강서준은 알지 못했다.“이거, 어떻게 설명하지?”독보운이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왜냐면 본인도 듣기만 했지 진정으로 그 단계를 넘지 못했고 그 단계를 넘기까지 한참이나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한참을 생각하더니 겨우 입을 열었다.“간단하게 말하면 체내에서 생기는 기력이기도 하고 힘이라고도 할 수 있어. 예로부터 무도란 외적으로 권법을 배우고 내적으로 기력을 연마하면 진기를 얻을 수 있다고 했어.”강서준은 매우 진지하게 들었다. 새로운 세계를 본 기분이다.이 세상에 정말로 진기라는 실속 없는 것이 존재한단 말인가?“그렇다면 어떻게 진기를 수련할 수 있지?”강서준이 묻자 독보운이 설명했다.“그러려면 특정 공법 수련이 필요하지. 예로부터 무도대종사들마다 모두 자신만의 독점 공법을 수련해왔어. 그 공법들은 대대로 이어지지 절대로 외부에 알리지 않아.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이 공법들도 역사 속에서 사라졌어. 지금 무술을 배우는 사람들도 외적인 무공만 연마하지 내적 무공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내가심법’은 알고 있어?”“내가 알 턱이 있나.”독보운이 고개를 저었다.“없으면서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독보운, 지금 나를 속이는 거 맞지?”강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뭘 속여? 다 사실이야. 진짜 내가심법은 없어. 있다면 진작에 무도대종사가 됐겠지.”독보운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모두 할아버지가 알려준 것이다. 100년 전에 대하국 내에 적지 않은 대종사가 있었고 100년 전에는 문파가 셀 수 없이 많았었다.소설에서 언급한 강호는 허풍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했다.강서준이 다시 생각에 잠겼다.독보운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단했다. 방금 표정으로 봐서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그때 화월산거도가 떠올랐다.강무현의 말로는 화월산거도에 영생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했다.난서왕 묘지 금고에 고전 서적이 있는데 그 서적에 18명 소인의 몸에
“몰라.”독보운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강서준, 당신이 나를 구했고 나도 해독 방법을 알려줬으니 약속은 지킨 거야. 이제 해독약을 줘. 그리고 각자 갈 길을 가자고.”하지만 강서준은 빙그레 웃었다.“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당신은 지금 전 세계에서 수배 대상인데 어디로 도망갈 수 있다는 거지?“상관할 바가 아니잖아.”“독보운, 우리 공조하는 게 어때?”“공조?”독보운이 의아해하며 강서준을 바라봤다.“그래. 모용우가 당신 가족을 죽인 원수이자 내 적이기도 하지. 지금 모용우는 천자와 손을 잡았어. 당신 말 대로 100년 전에 이루지 못한 계획을 실행하고 있는 중이야. 그것이 성공하면 세계에 거대한 변화가 생길 거야. 그땐 막고 싶어도 못 막아.”독보운이 덤덤하게 말했다. “무슨 거대한 변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강서준이 계속 말했다. “수십 년 전에 당신 할아버지가 모용우를 거절했다고 했잖아. 세계를 고독으로 어지럽히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만약 할아버지가 계신다면 모용우가 그런 짓들을 하지 못하게 무조건 나서서 막았겠지?”“그럼.”독보운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까.”강서준이 피식 웃었다.“우리 공조해서 그들이 바이러스로 전 세계를 통제하려는 계획을 무너뜨리자고.”“하지만 왜 당신과 공조해야지? 내가 얻는 게 뭐고?”독보운은 킬러다. 블랙 진을 혼자 힘으로 세우고 수많은 킬러들을 키웠다.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돈, 돈만 주면 누구든 살해한다.강서준이 담담하게 웃었다.“흑뱀한테서 당신 얘기를 들었어. 이 바닥에서 손을 씻으려고 할 때 붙잡혔다고 하더라고. 당신도 이런 암담한 나날에 진저리가 났겠지. 내가 봤을 땐 밖에서 아무리 잔인하기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죽인다는 소문이 자자하지만 당신은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해.”“됐어. 입에 바른 소리하지 마.”독보운이 말을 끊었다.강서준은 어깨를 으쓱했다.“다른 건 몰라도 당신 가문을 멸망시켰는데 복수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복수?”독보운이 강서준을
“다른 길은 없어.”강서준의 말투는 침착했다.“오직 나와 공조하는 길밖에 없을 거야. 나랑 같이 일해. 아니면 다시 감옥에 돌려보낼 거야. 다시 생각해 봐. 다시 찾으러 올게.”강서준이 일어서자 조용히 있던 서청희가 바로 일어서며 부축했다.소파에 앉은 독보운은 강서준이 돌아서서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봤다. 험악한 얼굴에 어두움이 드리웠다.아파트 단지 밖에서 서청희가 물었다.“독보운의 말을 믿어요?”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믿어. 대하국의 수천 년 역사에 수많은 일들이 묻혔어. 그러니 진기도 있을 거야. 이 세상에 진기를 수련한 무도대종사도 있기 마련이고.”하지만 서청희는 믿지 않았다. 너무 허무맹랑하고 설득력이 없었다.강서준이 믿는다고 하니 더는 묻지 않고 말을 돌렸다.“어디로 갈 거예요?”강서준은 도로에 서서 양쪽으로 끊임없이 달리는 차들과 저 멀리 우뚝 솟은 높은 빌딩을 보았다. 이렇게 큰 강중에 그가 머물 곳이 없었다.‘내게 가족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정된 삶을 살고 싶다.’그런 생각을 하다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이젠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내가 의서를 찾은 동굴로 가봐야 할 것 같아요.”독보운의 말을 통해 진기와 진기를 수련한 무도 강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 해, 강물에 뛰어들어 강물에 따라 지하 동굴로 들어가 의서와 역천81침을 얻었다.의술에서 배운 방법을 이용해 몸을 튼튼하게 만든 덕분에 전장에서도 여러 번 공을 세워 흑룡이 된 것이다.역천81침의 신기함은 현재 물리학에 어긋났지만 분명 의도와 무도를 정통한 자가 남긴 것이 틀림없다. 그러니 다시 그 동굴에 간다면 누군가 남긴 심법을 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능한 빨리 체내의 고독을 제거하고 싶었다.“동굴에?”서청희가 어리둥절하자 강서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혹시 돈 좀 있어요? 있으면 빌려줘요. 먼저 머무를 곳을 찾아 정착한 다음 계획이라도 짜야겠어요.”“우리 집에 가면 되잖아요.”서청희는
손으로 입을 가렸더니 손바닥에 피가 흥건하게 묻었다.피 속에서 아주 작은 벌레들도 보였다.그것을 보던 서청희의 얼굴이 창작해졌다.“피, 피 속에…”강서준은 휴지를 집어들고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힘없이 말했다.“내 몸속에 있는 고충이겠죠. 이 벌레들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어요. 빨리 진기를 수련할 방법을 찾아야겠어요. 이러다간 3개월도 버티지 못할 거 같아요.”강서준은 의사나 마찬가지니 자신의 몸이 어떤 상황인지 잘 파악하고 있다.체내에 고충이 점점 많아지면서 혈액속에서 알을 낳는다면 온몸이 서서히 마비될 것이다.그때가 되면 몸은 완전이 고독의 도구가 되어버린다.“그, 그럼 어떻게 해야 돼요?”서청희는 조급했다.“걱정 말아요. 당분간은 죽지 않아요.”서청희가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던 강서준은 가슴속 한 구석이 따뜻했다. 살면서 자신을 걱정해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하지만…”강서준의 창백한 얼굴과 입가에 묻은 피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 “이, 이러고 있으니까 내가 너무 힘들어요.”두 눈이 붉어지더니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내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알아요?”“괜찮아요. 정말이에요. 울지 말아요.”서청희는 괜찮다고 위로하는 강서준을 와락 끌어안았다.“다 내려놓고 살면 안 돼요? 내가 옆에 있어 줄게요. 혹시 죽게 되더라도 내가 계속 옆에 있을게요.”서청희에게서 고혹적인 냄새가 풍겼다. 강서준은 감동했다. 가슴에 따뜻한 기운이 흐르며 저도 모르게 팔을 뻗어 감싸 안았다.“고마워요.”자신이 얼마나 더 살지, 자신의 판단이 맞는지, 동굴에 아직도 내가심법이 있을지 모르지만 만약 없다면 교토 강 씨 가문에 접하여 화월산거도를 손에 넣어야 한다.비밀을 풀어내야 내가심법을 얻을 기회가 생기니 이 모든 것이 실패하면 죽는 길밖에 없다.앞날이 너무 불확실하다. 또 무슨 일들이 벌어질지,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이미 김초현을 저버렸으니 서청희한테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