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천산관에서 공격한 28개국에서 1600조도 넘는 배상금을 받았는데 국고에 입금된 것은 200조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흑룡이 가져갔대.”“지금 인터넷에 모두 욕설과 비난뿐이에요.”지금까지 듣고 있던 강서준은 표정이 굳어졌다.이혁은 빠르게 핸드폰을 꺼내 흑룡을 검색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엔 온통 흑룡에 관한 뉴스들이었다. 실명으로 누출된 데다가 파워 블로거 들을 통해 고발장이 여기저기 퍼지기 시작했다. 고발장에는 강서준이 횡령한 돈의 내역 그가 죽인 사람들 심지어 강중에서 했던 일들까지도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이혁도 굳어진 표정으로 말했다.“형님한테 너무 불리해요. 위에서 뭐라 안 해도 이 일이 확산되면 국민들이 분노할 텐데... 국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형님을 제거하려 할 겁니다.”강서준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누군가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천산관에서 28개국을 공격할 때부터 지금까지 이 모든 게 천자의 짓이라고 생각했다.강서준은 이미 폐인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천자는 아직도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사실 강서준은 돈에 큰 욕심이 없었다. 다만 사회적 신분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서 불가피하게 돈을 받은 적은 있지만 위에서 눈감아주고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금액이 너무도 많았다. 특히 QS시티를 강제로 구매하고 28개국에서 받은 배상금을 챙긴 것도 위에서 모르는척해 줬지만 일이 이렇게 되니 더 이상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었다.귀역은 얼굴의 땀을 닦으며 물었다.“용왕님, 이제 어떡하죠? 이렇게 명확한 제보가 있으니 조사가 시작되면 증거를 찾는 건 시간문제에요. 이렇게 큰 금액이면 사형을 백번 내린대도 모자랄 거예요.”“용왕님”이혁은 깊은 생각에 잠긴 강서준을 불렀다.강서준은 힘없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됐어. 너희들 그만 가봐. 조용히 있고 싶어.” “네.”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강서준은 소파에 기대앉았다. 10년 동안 군인으로 일하면서 국민
오늘은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운명이었다.강서준, 대하의 5대 용수 중 한 명으로 권력의 꼭대기에 있는 인물이었다.그는 대하의 전쟁의 신이자 영웅이었다.강서준은 칼 날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잃어버린 남황성을 되찾았고, 전 국민들은 흥분으로 들떠 있었다.하지만 한 번의 폭로로 강서준은 순식간에 천하의 나쁜 놈이 되었다.인터넷에는 욕설로 가득했다.모두 강서준을 파렴치한 놈, 암덩어리라고 욕했다.“이 파렴치한 놈을 때려죽여!“인터넷상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다.교토, 천안 저택.이곳은 대하의 왕, 장관의 거주지였다.저택, 마당 안.장관은 회색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나이는 50대 정도로 보였고 약간 다부진 체격에 일반 사람들은 소유하기 어려운 기운이 있었다.그는 마당에 있는 정자에 앉아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었다.장관 앞에는 어떤 중년 남자가 서 있었는데 그 남자는 대하왕의 비서실장 김명호였다. 그는 특별한 지위에 높은 권위를 가진 인물이었다."명호야, 어떻게 생각해?"“네?“김명호는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 “무엇을 말씀 하시는 거죠? “대하왕은 김명호를 힐끗 쳐다보더니 차 한 잔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내가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다 알잖아.“"장관님, 서준 님에 대한 제보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 사건은 이미 인터넷에 쫙 퍼져서 전 국민이 다 아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확산을 막기에는 이미 늦은 것 같아요.“"그래서 무슨 뜻이야?"대하왕은 다시 한번 김명호를 힐끗 쳐다보았다.그 순간 한 남성이 다급하게 다가왔다.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성이 초조한 얼굴로 다가와서 다급하게 말했다. "장관님, 큰일 났어요. 누가 강서준을 제보 했나 봐요. 지금 검찰청엔 고발장이 넘쳐난 대요. 강서준의 죄가 사실이라면 엄벌해 줄 것을 청원한다는 국민들의 공동 서명서도 있대요."그 남성은 바로 천자였다."어떻게 이럴 수 있죠? 지금 책봉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큰 일을 저질러 놓았어요. 강서준 그 놈이 사람들의
“그림자.”대하왕이 불렀다.멀지 않은 곳에서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대하왕.”“지금 당장 남황으로가 강서준에게 전해...”대하왕은 일어나 검은 옷을 입은 남자의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네.”그림자는 곧장 떠나 밤새 남황으로 갔다.한편, 교토 대회당에는 수많은 기자들이 모여 있었다. 맨 앞자리에는 비서실장 김명호, 행정 장관 전호, 적염군 총사령관 천자 등 교토의 거물들이 앉아 있었다.“비서실장님, 흑룡이 재직 중 한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한 기자가 물었다.김명호는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큰소리로 말했다.“대하국에서 수천년 동안 부패에 관한 문제는 절대 용납하지 않았어요. 왕조시대에도 일부 간신들로 인해 나라가 멸망했어요. 어느 시대에도 간신들은 존재했지요. 우리는 모든 간신 들을 엄격히 처벌할 거예요.”“비서실장님 그렇다면 강서준 씨에 대해 어떻게 처벌할 계획이신가요?”김명호는 당당하게 말했다.“지금 이미 흑룡을 조사할 전담팀을 만들었어요. 팀장 적염군 총사령관 천자님께서 이 사건을 조사할 거예요. 만약 제보가 사실이라면 엄벌할 거예요. ”…그날 밤, 국민 모두가 이 일을 주시하고 있었다. 기자회견이 공개되자 많은 사람들이 박수 치며 환호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깊은 수심에 잠겼다.강중 한 별장에서 서청희는 잠옷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들고 뉴스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점심때부터 강서준에게 일어난 일을 알고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기자회견을 본 서청희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이게 무슨 일이지? 갑자기 왜 이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난 거야?”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강서준에게 전화를 했지만 계속 받지 않아 너무 걱정이 되었다.한편 QS그룹의 대표 백소희도 초조해 보였다. QS그룹도 함께 폭로되면서 기자들이 몰려와 길을 가로막았다. 심지어 시민들까지도 찾아와 달걀로 공격했다. 백소희는 강서준과 대책을 세우려고 전화를
모두 인상만 쓰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팔부천용은 강서준이 어떤 인물인지는 몰라도 이혁과 귀역은 잘 알고 있다.강서준의 곁에서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 절대로 몹쓸 짓은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금 다른 사람에게 모함을 당하고 있다.“표정들이 왜 그래?”강서준은 그들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별거 아니야. 내가 인품이 부족한 거겠지. 돈을 받으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어. 누구를 원망할 일이 아니야.”눈시울이 빨갛게 된 이혁이 걱정스럽게 말했다.“형, 이제 어떻게 할까요?”다른 사람들도 걱정되긴 마찬가지였다. 특히 팔부천용은 강서준을 따르자마자 이런 일들이 발생했다.“위에서 철저하게 조사하겠지. 가볍게는 해임하고 심각하게는 감옥에 처넣거나 사형…”“형.”이혁이 말하려고 하자 강서준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괜찮아. 내가 다 짊어지고 갈 거니까 너희들은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앞으로 남황을 잘 부탁하마.”눈앞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분부했다.전에 스스로 사직했지만 이번엔 강제로 면직될 것이다.하지만 남황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140개 성은 두둑한 돈주머니와 같아 위에서 관리자 한 명이 내려온다면 얼마나 부귀영화를 누릴지도 분명하게 설명해야 했다.강서준이 팔부천용에게 분부했다.“너희들은 용왕의 지시만 받는다. 내가 이직하고 위에서 관리자가 온다면 나 대신 잘 지켜봐. 선을 넘지 않도록 감시해. 그리고 지나친 요구도 들어주지 말고.”말투가 너무 느려서 말을 할 때마다 온몸의 힘이 조금씩 빠지는 것 같았다. 겨우 몇 마디만 했을 뿐인데 벌써 이마에 식은땀이 흥건했다.이혁은 그 모습을 보고 걱정됐다.“형, 몸은 어때요?”“버틸 수 있어. 당분간은 안 죽으니까 걱정 마. 다들 돌아가서 쉬어. 혼자 조용히 있고 싶어.”“네.”모두 고개를 끄덕였다.“잠깐만…”강서준이 돌아서려는 그들을 불렀다.“만약 내가 죽게 되면 힘이 닿는 데까지 김초현을 도와줘. 지금 고독에 중독됐어. 잠시는 아무 문제없지만 고충이 체내에서 자랄 거야
강서준이 손을 더듬어 옆에 놓인 리모컨을 들고 살짝 눌렀다.캄캄하던 방이 순식간에 환해지면서 상대방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40대로 보이는 남자는 둥근 얼굴에 눈썹이 짙었다. 큰 눈은 너무 부릅떠서 마치 맹렬한 호랑이 같고 매의 눈처럼 날카로웠다.강서준은 사람이 아니라 맹호라고 느껴졌다. 간담이 서늘했다.보통 진정한 강자를 상대할 때 이런 느낌을 받았다.지금 등골이 서늘하다는 건 상대방이 절대 고수라는 걸 의미한다.흑룡군의 경비를 피하고 흑룡부에 침입했으니 보통이 실력이 아니다.강서준이 무기력하게 대답했다. “그런 일이 있었어.”“신의한테 그런 일쯤은 아무도 아닐 텐데요.”중년 남자는 의심스러웠다.강서준은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정확히 누구인지 모르지만 대충 짐작할 것 같았다.이 시기에 찾아오는 사람은 왕의 사람뿐이다.강서준이 고발을 당하자 온 국민이 분노했다. 왕은 어쩔 수 없이 외부에 조사팀을 구성했다고 둘러댔다.이번 변혁에 강서준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몰래 사람을 보냈을 것이다.“용건이 뭔지나 말해요”강서준의 안색은 이상하리만큼 평온했다.검은 제복을 입은 사람은 바로 ‘그림자’였다.대하국 최고 장관이자 대하왕의 측근이다.진정한 강자이자 강서준의 위에 있는 사람이다.“왕께서 그러셨습니다. 살 수 있는 기회는 한 번뿐이라고요.”강서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형검을 내놓으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겠죠.”“그렇습니다.”그림자도 고개를 끄덕였다.“형검이 있다면 집행권을 갖고 있고 먼저 죽이고 나중에 보고할 수 있는 권한도 있지요. 당신이 살해한 자들은 모두 죽어 마땅하나 왕께서 다시 조사하라고 지시를 내릴 겁니다. 그들의 범죄 증거를 손에 넣으면 당신이 그 사이에 받은 돈을 모두 몰수하고 사형은 면할 수 있을 겁니다. 필경 돈을 받은 건 범죄에 속하지만 공을 많기 세웠기 때문에 아마도 평범한 일반인으로 강등하는 것으로 끝날 겁니다.”강서준은 조용히 듣기만 했다. 앞날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천자는 기자 회견에 참석한 후 그날 밤에 강중으로 가서 증거를 찾았다.그동안 강서준을 주시했기 때문에 무슨 일을 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러니 바로 관련되어 있는 자들을 찾아갔다.4대 가문, 5대 연맹 그리고 영원 상단을 포함한 증인들을 끌어모았다.이 사람들의 증언만 있어도 강서준을 한방에 보내기엔 충분했다.천자는 날이 밝기도 전에 모든 일을 처리했다. 적염군을 이끌고 남황에 사람을 체포하러 떠났다.아침이다. 강서준은 천천히 눈을 떴다.저녁내내 잠을 자고 일어났지만 정신이 하나도 없고 더 피곤했다.이혁에게 연락해 몇 가지 일을 분부했다.아침을 준비해 온 이혁은 강서준과 마주 앉아 식사를 하고 술을 마셨다.하지만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그때 구둣발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이혁이 시선을 돌렸다.한 중년 남자가 검정 양복을 입은 남자들을 데리고 들어온 것이다.중년 남자가 바로 교토 적염군의 총사령관 천자였다.천자가 손을 들자 뒤에서 따라오던 부하들이 걸음을 멈추었다.강서준과 이혁에게 다가가 옆에 놓인 소파에 앉으며 미소를 지었다.“분위기 좋네요.”강서준은 당황하지 않고 여유롭게 반찬을 집어 입에 넣다 천자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고개를 들었다.“하루 종일 바빴으니 피곤하죠? 같이 드실래요?”천자가 담배 한 대를 건네며 웃었다.“담배 좋아하잖아요. 마지막 담배를 피워요. 앞으로 피우고 싶어도 못 피우니까.”강서준은 젓가락을 놓고 담배를 받았다.이혁이 라이터를 들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강서준이 소파에 기대어 앉아 콧구멍으로 연기를 뿜었다. 이 순간을 즐기는 표정이었다.옆에 앉은 이혁은 두 주먹을 꽉 쥐고 눈이 빨개지도록 천자를 노려봤다. ‘다 이 자식 때문이야.’천자를 갈갈이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나만 체포한다면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겠어요. 필경 조정의 싸움이니.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지 마세요. 김초현은 무고하니 내가 잡혀 들어가면 해독약을 주세요.”강서준의 말투는 명령 같기도 하고 애원하는 것 같
”대하국 흑룡이 드디어 잡혔습니다.”“최근 뉴스입니다. 강중 QS 그룹의 배후 회장이 강서준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현재 QS 그룹은 해체되고 재산은 모두 몰수되었습니다.”“통계에 따르면 강서준은 재직기간 동안 착취한 금품이 2000조에 달한다고 밝혀졌습니다.”…강서준이 체포되자마자 각종 뉴스가 터져 나왔다.그 소식들로 전국이 들썩거렸다.강서준은 적염군의 비행기에 올라탔다. 온몸에 힘이 풀렸다.“천자, 당신이 이겼어요.”그리고 힘없이 입을 열었다.“그게 무슨 말입니까? 뭐가 제가 이겼다는 거죠? 5대 용수인 당신이 오늘날에 용왕이 되었지만 국민들에게 부끄러운 짓을 했어요. 저는 적염군의 총사령관이자 5대 용수의 우두머리로서 직책을 다 하려는 것이니 원망하지 마세요.”천자는 입꼬리를 올리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김초현을 놔주고 해독약을 줘요. 그녀는 결백하잖아요.”강서준이 다시 말했다.하지만 천자는 두 눈을 감고 쉬는 척을 했다.강서준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죽는 게 두렵지 않지만 김초현이 눈에 밟혔다.교토에 도착한 후 강서준은 지하 감옥에 갇혔다.이곳은 중요한 범죄자만 수감하는 감옥이다. 강서준이 잡히자 강중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QS 그룹이 해체되자마자 5대 상업 연맹에서 100조를 투자해 인수했다. 그 돈은 자연스럽게 국고에 들어갔다.강서준은 교토 지하 감옥에서도 가장 음침한 감옥에 끌려갔다.침대도 없는 감옥 내부는 엉망진창이고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하지만 말할 힘조차 없는 강서준은 너무 피곤한 나머지 바로 바닥에 쓰러져 잠들었다.한편, 천자는 강서준에게 불리한 증거들만 모았다. 그것도 단 하루 만에.강서준을 체포한 당일 저녁에 다시 기자 회견을 열었다.“국가에서는 절대로 좀벌레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발견되는 즉시 엄중히 처벌해야 합니다. 국민들의 제보를 받고 국가에서 특별히 조사팀을 구성하여 조사한 결과 하루 만에 강서준이 저지른 범죄 증거를 모으게 되었습니다. 내일 아침에 재판을 열 겁니다. 전
겨우 바닥에서 일어난 강서준은 너무 배고파 현기증이 났다.말소리가 들려서 그쪽으로 고개를 돌아봤다.지하 감옥이 어두웠지만 복도에 희미한 불빛이 비추어 옆 감옥에 갇힌 남자의 허름한 셔츠와 흐트러진 장발을 볼 수 있었다.정확히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상대방의 말투를 보아 아는 사람인 것 같았다.“누, 누구야?”겨우 목소리를 냈지만 며칠 동안 굶어서 힘이 없는 것처럼 약하기만 했다.“잘 봐. 내가 누군지.”남자는 얼굴을 가린 장발을 뒤로 젖혔다. 수염이 수북하게 난 얼굴을 한참을 뚫어지게 보고서야 알아보았다.“독보운?”눈앞의 남자는 바로 강서준이 대하국 여러 강자들과 연합하여 체포한 블랙 진의 독보운이었다.독보운과의 전쟁은 참 인상 깊었다.“그래. 나야.”독보운이 크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강서준, 내 소원이 뭔지 알아?”강서준이 덤덤하게 물었다.“뭔데?”“너를 죽이는 거야.”독보운은 포효하듯 말했다. 갑자기 분노하며 강서준을 향해 달려들었다.움직일 때마다 묵직한 쇠사슬 소리가 들렸다.그제야 강서준은 독보운의 손목과 발목에 쇠사슬이 채워져 있다는 걸 눈치챘다.몸이 움직일 때마다 쇠사슬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너 때문이야. 네가 아니었다면 내가 이 꼴이 되지도 않았어. 여기 있으면서 꿈에서도 너를 죽이려고 이를 갈았다. 나를 죽일 때 장군이더니 오늘은 용왕이 되었더군.”독보운은 포효하며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네가 여길 갇혀 있는 줄은 몰랐어. 여기서도 내가 용왕이 된 소식을 알 수 있다니 역시 대단해. 지금까지 몇몇 사람밖에 모르는 사실인데.”“하하하하.”그 말에 독보운이 미친듯이 웃었다.“누가 알았겠어. 천하의 용왕께서 이 캄캄한 지하 감옥에 갇힐 줄이야. 인과응보, 인과응보라고!”강서준은 몇 마디를 하고 온몸에 힘이 없어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어두컴컴한 지하 감옥에서 밤인지 낮인지 알 수 없고 얼마나 갇혀 있는 지도 몰랐다.그냥 너무 배고파 배가죽이 등짝에 붙는 것 같고 현기증이 났다.머리를 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