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준은 온몸에 힘이 풀려 의자에 앉아서 쉬면서 생각에 잠겼다.강서준이 입수한 의학 서적에는 독에 관한 기록이 있었다.이독은 독충의 일종이었고 독충을 키우기는 매우 번거로웠다. 다른 종의 독충들을 번식시켜서 한 그릇 안에 넣고 서로 죽이게 한뒤 최후까지 살아남은 독충으로 음식에 넣어 사람을 중독 시키는 것이 특징이었다.그리고 독충마다 각각 다른 반응을 가지고 있어서 강서준은 자신이 어떤 독충에 의해 중독되었는지 몰랐다. 현재까지는 몸에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온몸의 힘이 빠지는것은 그의 혈액, 팔다리와 뼈에 독충이 있었기 때문이다. 몸에서 독충을 퇴치할 수만 있다면 그의 몸은 회복될 수 있었다.그러나 그는 단지 의학 서적에서 짧은 기록만 본 적이 있을 뿐 이 독충을 퇴치할 방법은 전혀 없었다.김초현은 눈살을 찌푸린 채 의자에 앉아 있는 강서준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에 가만히 서 있었다.한참 지난뒤 눈을 뜬 강서준은 휴대폰을 꺼내 이혁에게 전화를 걸었다."형님, 밖에 나갔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 수화기 너머로 이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이 좀 생겼어. 내가 지금 천산 정상에 와 있는데 지금 바로 헬리콥터를 보내서 나를 데리러 와. 그리고 그 즉시 천산관과 그 부근에 있는 140개 도시를 모두 다 봉쇄해. 내 명령 없이는 아무도 통행할 수 없게 하고. "강서준의 목소리는 가냘프고 힘이 없었다.강서준의 힘이 없는 목소리를 들은 이혁은 충격을 받았고 뭔가 잘못되었다 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네, 본부대로 하겠습니다.“이혁은 전화를 끊고 바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어서, 헬기를 준비해 천산 정상으로 가서 남황산을 봉쇄하고, 그 부근의 140개 도시도 같이 봉쇄한다. 내 명령이 떨어지기 전에는 그 누구도 통과할 수 없게 한다. 알겠나?“군사 구역에 1급 작전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각 장군 들은 재빨리 자리를 잡고 부하들에게 최단 시간 내에 남황산을 봉쇄
강서준은 손을 저으며 김초현을 막았다.“미, 미안해요. “김초현은 옆에서 초라한 얼굴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연신 사과했다. “모두 다 제 탓이고 서준 씨에게 폐를 끼쳤어요."“이혁, 초현 씨를 강중으로 데려다줘.“강서준은 힘없이 말했다.“싫어요. 안 갈거예요.“김초현은 강서준이 돌려보내려고 하자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서준 씨가 저 때문에 이렇게 된건데 제가 어떻게 떠나요? 저를 남게 해 주세요. 제가 남아서 서준 씨를 돌볼게요."“저기...”이혁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곤란해했다.강서준은 김초현을 힐끗 쳐다보았다.김초현의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얼굴은 손톱에 긁혀서 상처가 여러 군데나 나있었다. 전에 난 칼자국이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아서 좀 흉측해 보이기까지 했다.눈물을 흘리는 김초현의 모습은 강서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하지만 강서준은 이제 김초현에게 빚진것이 없었다.강서준은 여생을 김초현과 분명하지 않은 원한에 얽히고 싶지 않았고 김초현 뿐만 아니라 어떤 여자와도 감정적으로 얽히고설킬 수 없었다. 아니면 적들이 또다시 그를 협박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이혁 이건 명령이야!“ 강서준은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이혁은 난처한 표정으로 김초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초현 씨, 저를 힘들게 하지 말고 돌아가세요.“김초현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서준 씨, 왜 그래요? 왜 나한테 이러는 거예요? 혹시 서청희 때문인가요?"“누구 없어? 얼른 이리로 와봐!“강서준은 소리쳤다.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힘빠져서 마치 계집애같은 가냘픈 목소리였다.병사 몇 명이 들어왔다.강서준은 명령했다. “이리 와서 날 부축해! “병사들은 강서준을 부축해서 방으로 모셨다.“서준 씨...“김초현은 소리를 질렀다.그러나 강서준은 병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떠났다.“흑흑...“김초현은 그 자리에서 목놓아 울었다.이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초현 씨, 저를 곤란하게 하지 말고 이제 갑시다.“김초현은
흑룡 저택.강서준은 속옷 하나만 입고 나머지 옷들은 다 벗었다. 그의 반쪽 몸에는 은침이 가득 꽂혀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은침을 이용해 몸속의 독충을 쫓아내 보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이 없었다. 강서준 몸 안의 독충은 매우 작고 악착같이 달라붙어 어떻게 퇴치할 방법이 없었다. 이 독충들이 성장하면 강서준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모용우가 강서준에게 준 약이 바로 독충의 알이었는데 그 약 한 알에는 수많은 독충들이 들어있었다.강서준은 이 약이 위에서 분해되는 순간 애벌레가 부화되면서 성장하여 독충이 되고 독충들은 혈액을 따라 몸 전체를 이동하면서 영양분을 흡수할 것이라는 걸 대충 알고 있었다. 독충 때문인지 그는 몹시 힘들어 보였다. 강서준은 힘없이 은침을 뽑고 소파에 주저앉아 생각에 잠겼다. ‘만약 독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더라면 해독제를 만드는 건 쉬웠을 텐데...’한편, 이혁은 아무도 드나들지 못하게 남황성 전체를 봉쇄하고 대하국에 속한 140개 도시도 봉쇄했다.하늘에는 전투기들이 끊임없이 날아다니고 도로에는 장갑차와 탱크들이 줄줄이 이동하고 있었다. 무장한 군인들도 신속하게 각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이게 무슨 일이야?”“흑룡군이 총출동했으니 다시 전쟁이 일어난 건가?”“천만에, 이제 겨우 대하국에 들어와 돈을 많이 벌어 결혼할 수 있기를 바랐는데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가장 고통받는 건 우리 백성들이야.”이제 막 대하국의 국민이 된 140개 도시 백성들은 괴로움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지역을 전부 봉쇄한 후 이혁은 직접 군부대를 이끌고 천산관 부근에서 수색을 시작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적들은 아직도 멀리 도망가지 못했을 것이고 분명 천산관 부근에 있을 것이다.눈 깜짝할 사이에 하루가 지나갔다.이혁은 하루 종일 수색을 했지만 모용우를 찾지 못하고 부하 직원 몇 명만 찾아냈다. 모용우는 마치 증발해 버린 것처럼 사라져 버렸다.저녁 9시, 이혁은 황급히 흑룡부에 도착했다.“용왕
“지난번 천산관에서 공격한 28개국에서 1600조도 넘는 배상금을 받았는데 국고에 입금된 것은 200조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흑룡이 가져갔대.”“지금 인터넷에 모두 욕설과 비난뿐이에요.”지금까지 듣고 있던 강서준은 표정이 굳어졌다.이혁은 빠르게 핸드폰을 꺼내 흑룡을 검색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엔 온통 흑룡에 관한 뉴스들이었다. 실명으로 누출된 데다가 파워 블로거 들을 통해 고발장이 여기저기 퍼지기 시작했다. 고발장에는 강서준이 횡령한 돈의 내역 그가 죽인 사람들 심지어 강중에서 했던 일들까지도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이혁도 굳어진 표정으로 말했다.“형님한테 너무 불리해요. 위에서 뭐라 안 해도 이 일이 확산되면 국민들이 분노할 텐데... 국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형님을 제거하려 할 겁니다.”강서준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누군가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천산관에서 28개국을 공격할 때부터 지금까지 이 모든 게 천자의 짓이라고 생각했다.강서준은 이미 폐인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천자는 아직도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사실 강서준은 돈에 큰 욕심이 없었다. 다만 사회적 신분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서 불가피하게 돈을 받은 적은 있지만 위에서 눈감아주고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금액이 너무도 많았다. 특히 QS시티를 강제로 구매하고 28개국에서 받은 배상금을 챙긴 것도 위에서 모르는척해 줬지만 일이 이렇게 되니 더 이상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었다.귀역은 얼굴의 땀을 닦으며 물었다.“용왕님, 이제 어떡하죠? 이렇게 명확한 제보가 있으니 조사가 시작되면 증거를 찾는 건 시간문제에요. 이렇게 큰 금액이면 사형을 백번 내린대도 모자랄 거예요.”“용왕님”이혁은 깊은 생각에 잠긴 강서준을 불렀다.강서준은 힘없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됐어. 너희들 그만 가봐. 조용히 있고 싶어.” “네.”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강서준은 소파에 기대앉았다. 10년 동안 군인으로 일하면서 국민
오늘은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운명이었다.강서준, 대하의 5대 용수 중 한 명으로 권력의 꼭대기에 있는 인물이었다.그는 대하의 전쟁의 신이자 영웅이었다.강서준은 칼 날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잃어버린 남황성을 되찾았고, 전 국민들은 흥분으로 들떠 있었다.하지만 한 번의 폭로로 강서준은 순식간에 천하의 나쁜 놈이 되었다.인터넷에는 욕설로 가득했다.모두 강서준을 파렴치한 놈, 암덩어리라고 욕했다.“이 파렴치한 놈을 때려죽여!“인터넷상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다.교토, 천안 저택.이곳은 대하의 왕, 장관의 거주지였다.저택, 마당 안.장관은 회색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나이는 50대 정도로 보였고 약간 다부진 체격에 일반 사람들은 소유하기 어려운 기운이 있었다.그는 마당에 있는 정자에 앉아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었다.장관 앞에는 어떤 중년 남자가 서 있었는데 그 남자는 대하왕의 비서실장 김명호였다. 그는 특별한 지위에 높은 권위를 가진 인물이었다."명호야, 어떻게 생각해?"“네?“김명호는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 “무엇을 말씀 하시는 거죠? “대하왕은 김명호를 힐끗 쳐다보더니 차 한 잔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내가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다 알잖아.“"장관님, 서준 님에 대한 제보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 사건은 이미 인터넷에 쫙 퍼져서 전 국민이 다 아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확산을 막기에는 이미 늦은 것 같아요.“"그래서 무슨 뜻이야?"대하왕은 다시 한번 김명호를 힐끗 쳐다보았다.그 순간 한 남성이 다급하게 다가왔다.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성이 초조한 얼굴로 다가와서 다급하게 말했다. "장관님, 큰일 났어요. 누가 강서준을 제보 했나 봐요. 지금 검찰청엔 고발장이 넘쳐난 대요. 강서준의 죄가 사실이라면 엄벌해 줄 것을 청원한다는 국민들의 공동 서명서도 있대요."그 남성은 바로 천자였다."어떻게 이럴 수 있죠? 지금 책봉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큰 일을 저질러 놓았어요. 강서준 그 놈이 사람들의
“그림자.”대하왕이 불렀다.멀지 않은 곳에서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대하왕.”“지금 당장 남황으로가 강서준에게 전해...”대하왕은 일어나 검은 옷을 입은 남자의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네.”그림자는 곧장 떠나 밤새 남황으로 갔다.한편, 교토 대회당에는 수많은 기자들이 모여 있었다. 맨 앞자리에는 비서실장 김명호, 행정 장관 전호, 적염군 총사령관 천자 등 교토의 거물들이 앉아 있었다.“비서실장님, 흑룡이 재직 중 한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한 기자가 물었다.김명호는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큰소리로 말했다.“대하국에서 수천년 동안 부패에 관한 문제는 절대 용납하지 않았어요. 왕조시대에도 일부 간신들로 인해 나라가 멸망했어요. 어느 시대에도 간신들은 존재했지요. 우리는 모든 간신 들을 엄격히 처벌할 거예요.”“비서실장님 그렇다면 강서준 씨에 대해 어떻게 처벌할 계획이신가요?”김명호는 당당하게 말했다.“지금 이미 흑룡을 조사할 전담팀을 만들었어요. 팀장 적염군 총사령관 천자님께서 이 사건을 조사할 거예요. 만약 제보가 사실이라면 엄벌할 거예요. ”…그날 밤, 국민 모두가 이 일을 주시하고 있었다. 기자회견이 공개되자 많은 사람들이 박수 치며 환호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깊은 수심에 잠겼다.강중 한 별장에서 서청희는 잠옷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들고 뉴스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점심때부터 강서준에게 일어난 일을 알고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기자회견을 본 서청희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이게 무슨 일이지? 갑자기 왜 이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난 거야?”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강서준에게 전화를 했지만 계속 받지 않아 너무 걱정이 되었다.한편 QS그룹의 대표 백소희도 초조해 보였다. QS그룹도 함께 폭로되면서 기자들이 몰려와 길을 가로막았다. 심지어 시민들까지도 찾아와 달걀로 공격했다. 백소희는 강서준과 대책을 세우려고 전화를
모두 인상만 쓰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팔부천용은 강서준이 어떤 인물인지는 몰라도 이혁과 귀역은 잘 알고 있다.강서준의 곁에서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 절대로 몹쓸 짓은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금 다른 사람에게 모함을 당하고 있다.“표정들이 왜 그래?”강서준은 그들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별거 아니야. 내가 인품이 부족한 거겠지. 돈을 받으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어. 누구를 원망할 일이 아니야.”눈시울이 빨갛게 된 이혁이 걱정스럽게 말했다.“형, 이제 어떻게 할까요?”다른 사람들도 걱정되긴 마찬가지였다. 특히 팔부천용은 강서준을 따르자마자 이런 일들이 발생했다.“위에서 철저하게 조사하겠지. 가볍게는 해임하고 심각하게는 감옥에 처넣거나 사형…”“형.”이혁이 말하려고 하자 강서준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괜찮아. 내가 다 짊어지고 갈 거니까 너희들은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앞으로 남황을 잘 부탁하마.”눈앞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분부했다.전에 스스로 사직했지만 이번엔 강제로 면직될 것이다.하지만 남황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140개 성은 두둑한 돈주머니와 같아 위에서 관리자 한 명이 내려온다면 얼마나 부귀영화를 누릴지도 분명하게 설명해야 했다.강서준이 팔부천용에게 분부했다.“너희들은 용왕의 지시만 받는다. 내가 이직하고 위에서 관리자가 온다면 나 대신 잘 지켜봐. 선을 넘지 않도록 감시해. 그리고 지나친 요구도 들어주지 말고.”말투가 너무 느려서 말을 할 때마다 온몸의 힘이 조금씩 빠지는 것 같았다. 겨우 몇 마디만 했을 뿐인데 벌써 이마에 식은땀이 흥건했다.이혁은 그 모습을 보고 걱정됐다.“형, 몸은 어때요?”“버틸 수 있어. 당분간은 안 죽으니까 걱정 마. 다들 돌아가서 쉬어. 혼자 조용히 있고 싶어.”“네.”모두 고개를 끄덕였다.“잠깐만…”강서준이 돌아서려는 그들을 불렀다.“만약 내가 죽게 되면 힘이 닿는 데까지 김초현을 도와줘. 지금 고독에 중독됐어. 잠시는 아무 문제없지만 고충이 체내에서 자랄 거야
강서준이 손을 더듬어 옆에 놓인 리모컨을 들고 살짝 눌렀다.캄캄하던 방이 순식간에 환해지면서 상대방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40대로 보이는 남자는 둥근 얼굴에 눈썹이 짙었다. 큰 눈은 너무 부릅떠서 마치 맹렬한 호랑이 같고 매의 눈처럼 날카로웠다.강서준은 사람이 아니라 맹호라고 느껴졌다. 간담이 서늘했다.보통 진정한 강자를 상대할 때 이런 느낌을 받았다.지금 등골이 서늘하다는 건 상대방이 절대 고수라는 걸 의미한다.흑룡군의 경비를 피하고 흑룡부에 침입했으니 보통이 실력이 아니다.강서준이 무기력하게 대답했다. “그런 일이 있었어.”“신의한테 그런 일쯤은 아무도 아닐 텐데요.”중년 남자는 의심스러웠다.강서준은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정확히 누구인지 모르지만 대충 짐작할 것 같았다.이 시기에 찾아오는 사람은 왕의 사람뿐이다.강서준이 고발을 당하자 온 국민이 분노했다. 왕은 어쩔 수 없이 외부에 조사팀을 구성했다고 둘러댔다.이번 변혁에 강서준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몰래 사람을 보냈을 것이다.“용건이 뭔지나 말해요”강서준의 안색은 이상하리만큼 평온했다.검은 제복을 입은 사람은 바로 ‘그림자’였다.대하국 최고 장관이자 대하왕의 측근이다.진정한 강자이자 강서준의 위에 있는 사람이다.“왕께서 그러셨습니다. 살 수 있는 기회는 한 번뿐이라고요.”강서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형검을 내놓으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겠죠.”“그렇습니다.”그림자도 고개를 끄덕였다.“형검이 있다면 집행권을 갖고 있고 먼저 죽이고 나중에 보고할 수 있는 권한도 있지요. 당신이 살해한 자들은 모두 죽어 마땅하나 왕께서 다시 조사하라고 지시를 내릴 겁니다. 그들의 범죄 증거를 손에 넣으면 당신이 그 사이에 받은 돈을 모두 몰수하고 사형은 면할 수 있을 겁니다. 필경 돈을 받은 건 범죄에 속하지만 공을 많기 세웠기 때문에 아마도 평범한 일반인으로 강등하는 것으로 끝날 겁니다.”강서준은 조용히 듣기만 했다. 앞날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