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희는 흑룡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그녀는 새하얀 목과 어깨가 완전히 드러나는 빨간색 치마를 입었고 붉게 염색한 파마머리는 자연스럽게 어깨에 닿았다. 또렷한 이목구비에 빨간색 립스틱으로 강조를 하자 그녀는 성숙하고 요염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서청희는 의자에 앉아있는 강서준과 바닥에서 나뒹구는 술병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되게 편해 보이네요."강서준은 몸을 일으키며 곁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와서 앉아요."서청희는 강서준의 앞에 앉아 앉기 편하게 치마를 정리했다.강서준은 그녀의 행동을 신경 쓰지 않고 바닥에 있던 술을 한 병 건네줬다."혼자 술 마시기에는 심심해서 불렀어요."서청희는 술의 도수를 보더니 바로 머리를 저었다."저는 이렇게 센 술을 못 마셔요. 와인이면 모를까.""와인도 있는 것 같던데... 제가 찾으러 갈게요."강서준은 몸을 일으켜 술 창고로 가서는 와인 몇 병을 들고 왔다.그는 와인을 전부 서청희에게 건네주고는 자신은 술잔도 없이 병 채로 높은 도수의 술을 마셨다."강중에서 지내면 얼마나 좋아요. 왜 굳이 이렇게 위험한 남황으로 왔어요? 이곳은 청희 씨처럼 예쁜 여자가 혼자 지내기 위험한 곳이에요. 나쁜 일을 당하면 어쩌려고 그래요?""서준 씨가 있는데 뭐가 두려워요."서청희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강서준은 약간 멈칫하다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수다는 그만하고 일단 마시죠."서청희는 와인을 열어 강서준과 함께 마시기 시작했다.술을 적지 않게 마신 두 사람은 마지막에 서로 등을 기댄 채 바닥에 앉아있었다."서준 씨도 사실 제가 왜 남황으로 왔는지 알고 있죠? 아무리 모르는 척해도 다 보여요. 그래서 제가 왔어요. 안 오면 꼭 후회하게 될 것 같아서요."서청희는 얼굴이 발그레했고 입에서는 술 냄새가 엄청났다.강서준도 술을 많이 마시기는 했지만 취기가 하나도 없었다. 서청희의 말을 듣고 난 그는 생각에 잠겼다."근데 서준 씨 잘못은 아니에요."서청희가 계속해서 말했다."초현이랑 이혼을 했다고 해서 완전
서청희는 술에 취해서 완전히 쓰러졌다.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린 그녀는 머리를 꾹꾹 누르며 일어났다.서청희는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이 호텔에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가방과 책상은 책상 위에 고스란히 있었다. 그녀는 가방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 현재 시각이 새벽 4시라는 것을 확인했다."내가 술을 도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서청희는 몽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강서준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아주 많은 말을 했다는 것만 기억났다.이때 서청희는 무심코 날씨 앱에 뜨는 위치를 봤다."강중? 내가 강중에 있다고?"서청희는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뒤늦게 정신을 차린 그녀는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강서준 이 나쁜 놈..."서청희는 휴대폰을 집어던지며 소리를 질렀다.휴대폰은 산산조각이 났고 그녀는 침대에 엎드린 채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서청희는 자신이 강서준에게 고백했던 것은 기억났다. 그녀는 강서준과 함께 있고 싶었는데 이렇게 강중에서 깨어난 걸 보면 거절인 게 분명했다.남황의 흑룡 저택.강서준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그는 자신이 늘 일편단심인 사람이라고 자부했다. 그는 자신을 좋아하는 전국의 수많은 소녀들도 거들떠 본 적 없었다.하지만 서청희에게만큼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고 할 수 없었다. 서청희의 고백을 듣고 난 강서준은 자칫 허락할 뻔하기도 했다.강서준에게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었다. 그를 10년 동안 죄책감에 시달리게 한 여자,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마음에 걸리는 여자... 이혼을 하고 나서도 김초현을 잊을 수 없어서 강서준은 결국 서청희를 돌려보냈다.남들은 시간이 약이라고 하지만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김초현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더 커진다는 것을 깨달았다."용수님, 청희 씨는 안전하게 강중의 호텔에 도착했습니다."귀역은 옆에 서서 보고를 했다.강서준은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그래, 너도 이만 돌아가서 쉬어.""네."귀역은 머리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강서준은 소파에 누워 천
마찬가지로 갑옷을 입은 이혁이 헬기에서 내려왔고 그의 뒤에는 함께 협상에 참석한 협상가들이 있었다."용수님, 제가 돌아왔습니다."이혁은 미소를 지으면서 걸어왔다.강서준은 그와 포옹을 하면서 호탕하게 웃었다."잘했어! 앞으로 남황 변경은 진정한 의미의 평화를 이루겠어. 넌 민족의 영웅이고 역사 속이 길이 남을 위인이야."이혁은 헤헤 웃으면서 말했다."이게 다 용수님 덕분입니다. 저는 그냥 심부름만 했을 뿐인데요, 뭐.""용수님."이때 귀역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며 경례를 했다.강서준이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무슨 일이야?"귀역이 큰소리로 말했다."교토에서 금방 소식이 왔는데 대하 최고 장관인 대하 제왕이 직접 남황으로 와서 용수님을 책봉하신답니다."강서준은 코를 만지작대며 말했다."이미 5대 용수가 됐는데 뭐로 더 책봉한다는 거야?"이혁은 웃으면서 말했다."용수님, 축하드려요.""됐어. 얼른 가서 술이나 한잔하자고."강서준은 이혁과 어깨동무를 하고 수많은 군인들의 주목 하에 멀어져 갔다.남황의 식당.사람들은 큰 테이블에 둘러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식당 앞에는 전신 무장한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은 강서준, 이혁, 그리고 팔부천용이었다.팔부천용은 아주 소극적이었지만 강서준과 이혁은 마음을 놓고 점심까지 술을 마셨다.군사구역.수많은 거물들이 교토에서 이곳으로 찾아왔다.가장 앞에 있는 사람은 대하의 최고 장관인 대하 제왕이었다. 그는 단언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 인물이었다.제왕의 뒤에는 수행 행정장관과 5대 용수의 수령이자 적염군의 총용수인 천자, 그리고 수많은 거물들이 있었다.적염군은 그들을 엄밀히 보호하고 있었다.강서준은 천자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슥 올렸다."서준아, 아주 잘했어."최고 장관인 제왕이 걸어오면서 강서준의 어깨를 툭툭 쳤다."남황의 전세를 평정했을 뿐만 아니라 28개국에서 땅까지 얻어오다니... 너는 대하의 신이자 민족의 영웅이야."강서준은 덤덤하게 웃으며
흑룡이 왕으로 책봉됐다는 소식은 발표되지 않았고 소수의 사람만 알고 있었다.남황의 군사구역은 아주 시끄러웠다."용수님, 축하해요..."이혁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아, 이제는 용왕님이라고 불러야 하겠죠?""됐어. 그만해."강서준은 손을 저었다. 그는 이런 허울뿐인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이때 귀역이 걸어오면서 물었다."28개국에서 내놓은 140개의 도시는 어떻게 할까요?"강서준은 머리를 꾹꾹 눌렀다. 이는 아주 골치 아픈 문제였다."회의하러 가지."강서준은 앞장서서 회의실로 들어갔다.군사구역의 회의실에는 계급 높은 군인들과 금방 책봉한 팔부천용이 모였다.강서준은 가장 중간에 앉았다.이때 귀역이 종이 한 장을 손에 들고 읽기 시작했다."이번에 28개국은 각각 5개의 도시를 내놓았는데 아무리 작은 도시라 해도 한데 모이면 규모가 아주 큽니다. 이 140개의 도시에는 300여 개의 민족이 함께 살고 있고 인구수는 1억이 넘는다고 합니다."강서준은 열심히 듣고 있었다.이 140개의 도시는 이제 대하에 속하게 된다. 그러므로 그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대하 국민이 될 것이다.귀역이 자료를 전부 읽고 난 후, 이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이제는 용왕님이 되셨으니 이 땅들을 마음대로 다스려도 되겠네요?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강서준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나는 이런 걸 잘 모르는데..."그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혁아, 이 도시들은 일단 네가 맡고 있어. 국민들의 감정을 잘 보살피고 대하에 속하게 된 건 그들의 행운이라고 꼭 알려줘야 해.""네."이혁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제가 꼭 잘 해낼게요."이혁이 또 이어서 말했다."그나저나 140개의 도시라니... 소문으로는 그 도시들에 광산이 아주 풍부하대요. 이게 다 용왕님의 것이 되었으니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되었네요."강서준은 덤덤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돈은 아무리 많아 봤자 한낱 숫자에 불과해. 그러고 보니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있는데...
대하왕은 강서준을 용왕으로 책봉하고 도시들을 관할할 수 있는 권력을 줬다. 그래서 장관들도 마음을 놓고 제안을 했다."그렇다면 하루빨리 계획을 만들어야겠어. 군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 유명한 정치가를 남황으로 초청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할게."이혁이 물었다."저희의 새 도시는 뭐라고 이름을 지을까요? 용왕님의 도시이니 이름도 역시 직접 지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이름은 아무래도 괜찮아."강서준은 손을 저었다. 그는 이름은 어떻게 짓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그러자 이혁이 다시 말했다."안돼요. 이건 아주 기념비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일이에요. 역사책에 쓰일지도 모르는 일인데 당연히 신중하게 해야죠.""초성은 어때?"강서준이 대충 이름 하나를 말하자 이혁은 한숨을 쉬면서 답했다."도시의 이름을 짓는데 굳이 초현 씨의 이름을 써야 할까요?"강서준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의도한 건 아니었어.""초성이 뭐예요. 이 도시의 왕은 용왕님이니 용왕님의 이름으로 용성이라고 하는 건 어때요?"이혁이 제안했다."그래."강서준은 길게 고민하지 않고 동의를 하며 몸을 일으켰다."정치가를 찾는 일은 귀역이 맡아서 하도록 해. 그럼 회의는 여기까지 하지."군인들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를 하며 말했다."수고하셨습니다, 용왕님."강서준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고 이혁도 따라서 나갔다."남황의 일도 해결됐는데 이만 휴가를 가는 건 어때요? 강중으로 가서 초현 씨도 만나보세요. 어쩌면 초현 씨도 고대하고 있을 지도 모르잖아요."강서준은 약간 멈칫했다.'초현 씨를 만나러 가라고? 내가 그래도 되나?'강서준은 남황으로 오기 전 다른 여자와 이번에 살아서 돌아오면 꼭 결혼을 하겠다고 승낙을 했다."네가 할 일이나 제대로 해."이렇게 말한 강서준은 몸을 돌려 떠났다.이혁은 뒤에서 큰 소리로 말했다."용왕님도 다시 결혼해야죠!"강서준은 이혁의 말을 들은 체 만 체 하고 군사구역에서 나와 흑룡부로 돌아왔다.다시 한번 고요한
강서준은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미 그와 이혼한 김초현을 누군가 강제로 끌고 가 협박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강서준은 정신을 차리고 강중에 있는 방영길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창 손님을 접대하고 있던 방영길은 강서준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보고 일어나 한적한 곳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서준아, 갑자기 웬일이야?” “김초현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봐 줘.”방영길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았어. 5분만 기다려봐.”방영길은 무슨 일인지 몰랐지만 강서준의 말투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는 전화를 끊고 지하 정보망에 전화를 걸었다. 무영이 떠난 뒤 그의 부하들이 다시 지하 정보부 본부 일을 맡게 되었다.강서준은 조용히 전화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서준아, 김초현이 강중에서 사라진 것 같아. 어디서도 찾을 수 없어.”“알았어.”전화를 끊고 강서준은 흑룡 저택을 나서며 외쳤다.“차 대기시켜.”곧 기름을 가득 채운 오프로드 카 한 대가 준비되었다. 강서준은 차를 타고 남황성을 떠나 천산관으로 향했다.천산관은 원래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국경 지역이었지만 주변 도시들이 대하국에 속하게 되면서 천산관도 대하국의 일부분으로 되었다.강서준은 천산 기슭에 도착하여 주차하고 곧장 천산 정상으로 올라갔다. 그곳엔 오두막 몇 채가 있었다. 지난번 강서준이 28개국 고수들과 격투를 벌였던 곳이다.김초현은 오두막 안의 걸상에 앉아 방안의 사람들을 보며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나를 붙잡아서 강서준을 위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신들 번지수 잘못 짚었어요. 서준 씨는 나 때문에 나타나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이미 이혼했고 이제 그와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그녀의 앞에는 흰머리에 소박한 옷차림을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그는 바로 교토 오대관의 관주 모용우 였다.모용우는 김초현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쓸데없는 걱정 말고 네 걱정이나 해. 만약 강서준이 나타나지 않는
강서준은 오두막 앞에 서 있는 낯선 남자들을 보고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지나갔다. “거기 서! “이 남자들이 다가와 강서준의 앞길을 가로막자 그중 한 명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몸부터 수색해. “강서준은 김초현이 여기에 있는 건지 확실치 않아서 경거망동하지 않았다.그들이 몸수색을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강서준은 무기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다만 은침과 역천 81침으로 만든 철사를 가지고 있었다.그는 몸에 지니고 있던 은침과 역천 81침을 모두 수색당했다. 강서준은 몸수색을 하는 사람을 힐끗 쳐다보고 담담하게 말했다. "내 물건은 네가 잘 챙겨두는 게 좋을 거야. 만약에 바늘이 빠져서 하나라도 없어지면 네 머리통도 같이 날려버릴 수도 있어.“말을 마치고 강서준은 오두막 집안으로 들어갔다.집안에 막 들어서자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짝짝짝”“강서준, 감히 혼자 여기를 오다니, 이런 용기 정말로 칭찬해.” 한 백발의 노인이 일어나서 손뼉을 치며 웃었다.강서준은 옆에 앉아있는 김초현을 발견했다.김초현은 묶여있지도 않았고 몸에 상처를 입지도 않았없었다.강서준이 물었다. “괜찮아요, 초현 씨? “김초현은 강서준을 보자마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흘러 내려왔다.그녀는 강서준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강서준은 진짜로 왔다.그 순간, 몇 명의 남자들이 총을 들고 강서준장천의 머리를 노리면서 다가왔다.강서준은 우두머리 노인을 보며 비웃었다. “뭐야, 이게 다야? 지금 나를 무시하는 거야 아니면 네 실력에 스스로 자신이 있는건가? ““강서준, 너 까짓 거 죽이는데 굳이 많은 사람이 필요할까? 김초현만 내 손아귀에 있다면 넌 내 손안에 든 쥐 아니겠어? “모용우 역시 웃음을 터뜨리며 강서준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래? “강서준은 싱긋 웃어보였다.그리곤 불쑥 손을 내밀어 주먹을 휘둘렀다.뒤에서 총으로 강서준의 머리를 노리던 남자를 순식간에 바닥에 쓰러트렸다.그러나 모용우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
“다 죽여 버릴 거야.”강서준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강서준은 김초현을 내려놓고 벌떡 일어나 모용우에게 다가가 그의 목을 움켜쥐고 끌어당겼다. 모용우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강… 강서준, 잘 생각해 봐. 나를 죽이면 김초현은 고통에 시달릴 거야. 네가 의술이 뛰어나다고 해도 내가 30년을 키운 독충은 뺄 수 없을 거야.”모용우는 힘없이 말했다.“서준 씨, 너무 고통스러워요. 너무 힘들어요…”김초현은 바닥에서 뒹굴며 계속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마치 수많은 벌레들이 기어다니며 뇌를 갉아먹는 것 같아서 죽을 것만 같았다. 강서준은 김초현의 비명 소리에 다시 이성을 되찾았다. 그는 천천히 모용우를 놓아주었다. 모용우는 목을 문지르며 힘없이 의자에 앉아 강서준을 힐끗 쳐다보았다.강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원하는 게 뭐야?”모용우는 작은 병 하나를 꺼내 탁자 위에 놓고 담담하게 말했다.“김초현을 살리고 싶다면 이걸 먹어.”“이게 뭐야?”강서준은 탁자 위에 놓인 평범한 약병을 바라보며 물었다.모용우는 한마디 한마디씩 또박또박 말했다.“걱정 마, 그걸 먹는다고 죽지는 않아. 다만 온몸의 근육이 위축되면서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게 될 거야….”모용우는 강서준을 보면서 잠시 말을 멈췄다.“한 여자 때문에 목숨까지 바칠 일은 없을 것 같아 너를 죽이려 했지만 생각을 바꿨어. 난 네가 이 약을 먹을 거라 믿어. 의술이 뛰어나니 어떤 독이라도 해독제를 만들어 낼 수 있겠지? 지금 당장 이걸 먹으면 김초현을 풀어주지. 어때?”모용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서준 씨, 힘들어 죽을 것 같아요. 제발 죽여줘요. 살고 싶지 않아요… 하느님, 왜… 왜 저한테 이러시는 거예요?”가슴 찢어지는 듯한 김초현의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말 한대로 해. 그렇지 않으면…”강서준은 망설임 없이 검은색 알약을 꺼내 먹었다. 모용우는 한시도 놓치지 않고 빤히 쳐다보았다. 몇 초 지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