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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천자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도무지 억누를 수가 없었다.

방 안에는 여자 몇 명이 무릎을 꿇은 채로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드디어 약간 진정된 천자는 소파에 앉아서 담배 한 대를 꺼냈다.

그는 강서준을 죽이기 위해 이 판을 만들었다. 하지만 강서준은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공까지 세우고 말았다.

강서준의 명성은 끝도 없이 치솟았고 그를 죽이기도 더욱 어려워졌다.

'강서준 녀석은 무조건 죽어야 해.'

천자는 담배를 피우며 강서준을 죽이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을 생각했다.

"이제는 그 어르신을 뵈러 갈 수밖에 없겠어."

얼마 후 천자가 입을 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 준비해."

천자는 교토 시내를 떠나 교외로 향했다.

교외에 오장산이라고 불리는 산 정상에는 도관이 하나 있었다.

천자는 산을 올랐다.

도관의 한 방안에는 풀로 만든 방석이 있었는데 80대로 보이는 노인이 도복을 입고 신선 같은 모양새로 방석 위에 앉아있었다.

"어르신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어요."

천자는 노인의 앞에 서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흑룡이 제 계획에 차질을 만들었어요. 이렇게 된 이상 꼭 죽여야만 해요."

눈을 감고 있던 노인은 서서히 눈을 떴다. 그의 눈빛은 아주 어두웠고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노인은 몸을 일으키며 덤덤하게 말했다.

"흑룡의 무술은 이미 최고조에 달해서 아무도 쉽게 죽일 수 없어요... 하지만 그에게는 약점이 하나 있죠. 그를 죽이려면 약점, 즉 김초현이라는 여자를 먼저 찾아야 해요."

천자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어르신이 알아서 하세요. 아무튼 강서준이 죽지 않으면 계획을 진행하지 못하게 될 거라는 것만 알고 있어요. 혹시라도 위에서 책임을 묻는다면 저희 다 살아남기 힘들 거예요."

할 말을 끝낸 천자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들려왔다.

"강서준만 죽이면 판을 다시 깔 수 있겠어."

노인은 점점 멀어져 가는 천자의 뒷모습을 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사람 하나 죽이는데 뭐 그리 복잡하게 28개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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