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중 호텔 밖에는 수천 명의 흑룡군이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맨 앞에는 전투복을 입은 이혁이었는데, 그는 또 한 벌의 전투복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있었다.소요왕은 빨간 서류 봉투를 들고 옆에 서 있었다.“용수님을 만나 뵙겠습니다!”그들은 공손한 자세와 우렁찬 목소리로 흑룡을 맞이했고 이는 호텔 주변 행인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치안을 유지하는 경찰들은 눈이 멀었나?”“이게 무슨 일이야?”“만인 혈서 시위대가 물러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어서 흑룡군, 소요왕까지 호텔에 나타나다니!”“설마 흑룡이 정말 호텔에 있는 걸까?”호텔에서 김위헌이 급히 뛰어나오면서 소리 질렀다.“할아버지, 초현 누나, 큰일 났어요, 큰일 났어요!”김천용이 호통을 쳤다.“다 큰 어른이 허둥지둥하는 게 무슨 꼴이람!”“그게 아니라, 할아버지, 정말 큰일이 생겼어요. 밖에 흑룡군이 나타났어요. 소요왕까지 왔는데, 그들은 용수님을 모시러 왔다고 하면서 공손히 무릎 꿇고 소리치고 있어요.”그의 말에 모두 어리둥절해졌다.용수님?흑룡님이 정말로 호텔에 있다는 말인가?많은 사람이 사방을 둘러보기 시작했지만, 흑룡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김초현도 따라서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지만 흑룡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썹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어떻게 된 거야?”“가자, 나가 봐.”김천용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밖으로 걸어 나갔다.김초현 등 SA 일가 사람들도 뒤를 따랐다.그러자 현장에 있던 파티 참석자들도 따라서 밖으로 나왔다.강서준은 제자리에 서서 코를 만지작거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어떻게 된 일일까?”그는 의심하고 밖으로 나갔다.호텔 밖에는 수천 명의 흑룡군이 아직도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이혁은 맨 앞에 무릎을 꿇고 흑룡의 전투복을 두 손으로 들고 있었다.SA 일가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김초현이 다급하게 걸어 나오더니 기가 막힌다는 듯이 말했다“흑룡은 진짜 여기 없다니까요!
SA 일가 사람들은 화석같이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그들은 이것이 사실이라고 믿을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그들은 SA 일가의 데릴사위 강서준이 바로 남황을 주름잡고 천하에 이름을 떨쳤던 대하의 수호신 흑룡이라고 믿을 수 없었다.강서준과 흑룡, 그들은 차마 이 두 개의 신분이 한 사람일 것이라고 연상하지 못했다.시간은 1분 1초 지나갔다.뚜벅뚜벅.호텔 안엔 둔탁한 군화가 땅에 닿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사람들은 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흑룡군 전투복으로 갈아입은 남자가 당당하게 걸어 나왔다.흑룡군 전투복의 메인 컬러는 블랙이었고 전투복에는 살아있는 듯한 흑룡 한 마리가 수놓여 있었다. 전투복을 입은 그의 어깨에는 다섯 개의 별이 달려 있었다.별 다섯 개를 어깨에 달다니!대하 제국에 별 다섯 개를 어깨에 단 장군은 다섯 명 남짓했다.이때의 강서준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고 온몸으로 이전과 다른 기운을 풍겼다.그는 흑룡군 전투복을 입고 차갑고 도도한 얼굴로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풍겼다.그가 걸어오자, 사람들은 그가 풍기는 카리스마에 질식할 것 같았고 큰 바위에 짓눌린 듯 완전히 압도되었다.“용수님을 만나 뵙겠습니다!”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강중 호텔에서 서청희는 멀리서 걸어오는 흑룡군 전투복 차림의 강서준을 보고 넋을 잃었다.지금, 이 순간, 강서준은 이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남자인 것 같았다.그녀는 눈앞이 안개가 낀 듯 몽롱해졌고 이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서준 씨, 이제야 자기 모습을 되찾네요. 흑룡으로 살면 얼마나 좋아요, 굳이 SA 일가의 데릴사위로 들어가서 온갖 굳은 일에 고생해가며, 김초현의 핀잔까지 들을 필요가 뭐 있어요!”“김초현, 내가 말했었지, 너 후회하게 될 거라고!”서청희는 기쁨에 겨워 울먹였다.그녀는 강서준이 다시 흑룡군 전투복을 입게 되어 무척이나 기뻤다.강서준은 수많은 시선이 지켜보는 가운데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문 앞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알아서 길을 비켜 주었다. 오직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서준은 흑룡군의 전투복을 입고 지프차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김초현의 눈물은 멈출 줄을 몰랐다.그녀는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멀어져 가는 지프차를 바라보며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고 두 눈에서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이 순간, 그녀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던 남자를 영원히 잃게 될 거라고 자각했다.그녀를 지켜주던 한 남자를 잃었다.“나라를 지켜줄 전신을 배웅합니다.”“나라를 지켜줄 전신님, 무사히 돌아오시기를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지프차가 시야에서 멀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시민들이 하나둘씩 입을 열고 통곡했다.파도타기라도 하는 듯 울음소리가 허공이 쩌렁쩌렁해질 만큼 울렸다.10여 분 후에야 강중 호텔 밖이 다 조용해졌다.모든 사람의 시선이 SA 일가에게 쏠렸다.SA 일가 사람들은 얼굴이 잿빛으로 되어있었다.그들은 어떻게 SA 일가에 기어들어 왔던 데릴사위가 흑룡일 것이라고 감히 상상이나 해봤겠는가, 만약 알았더라면 그들은 틀림없이 아부하고 공양하다시피 받들어 모셨을 것이다.“초현아, 이게 웬일이야?”하연미는 물으면서도 지금까지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어리둥절한 상태였고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강서준, 그 버러지 같은 놈이, 어떻게 흑룡님일 수 있어?”김초현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계속 울었다.“초현 누나,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강서준이... 흑룡이었어?”김위헌도 의아한 말투로 물었다.“초현아, 말 좀 해봐!”“너 왜 계속 울기만 해.”SA 일가 사람들이 끊임없이 물었다.“난, 난 몰라요, 난 아무것도 모른다고요.”김초현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는데, 머릿속은 꼭 무수한 실이 한데 뒤엉켜 난장판이 되어 아무리 노력해도 풀 수 없는 것 같았다.그녀도 충격을 받았다. 자신과 늘 함께했던 이 남자가 흑룡이라니, 그녀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강서준이 흑룡이라면 강용 그룹의 강서준은 누구란 말인가?또 다른 강서준은 누구일까?이때, 서청희가 다가왔다.김초현은 일어서서
“내, 내 사위가 흑룡이라니, 정말 흑룡이야?”하연미는 자기 손으로 이마를 찰싹 치며 후회하는 듯 얼굴을 한껏 찌푸렸다.“하연미, 바보스럽네. 세상에서 둘도 없는 사윗감을 쫓아내고 이젠 잃게 생겼네.”“김초현, 그냥 인과응보라고 생각해.”서청희는 김초현을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고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남기고 돌아섰다.“참...”송나나는 김초현이 후회하는 얼굴을 보고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뱉었고 이어서 송진의 손을 잡고 말했다.“아버지, 저희도 이만 돌아가요, 북쪽으로 돌아갑시다, 강서준이 없는 강중은 저도 미련 둘 것 없어요.”“그래.”송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송나나와 함께 강중 호텔을 떠났다.서청희가 떠나는 것을 보고, 김초현은 다급하게 그녀를 불러 세웠다.“청희야, 그렇게 가지 말고, 말 좀 해 봐. 이제 난 어떻게 해야 해,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제발 알려줘.”서청희는 돌아서서 눈물을 글썽이는 김초현을 보며 천천히 말했다.“진작 잘해줬어야지, 네가 서준 씨를 구박하고 내쫓은 거잖아. 나도 너를 도울 수 없어. 솔직히 말해서 나도 서준 씨를 좋아하고 사랑해. 그런데도 너의 남편이라 감히 눈독 들이고 빼앗을 순 없었어. 그러다가 나중엔 너희 두 사람이 이혼했고, 그때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항상 네가 있었고 내가 비집고 들어갈 만한 틈은 없었어. 남황 대란, 서준 씨가 돌아가서 직접 대국을 주관하게 됐어. 이번에 남황에 갔다가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야.”서청희는 이런 말들만 남겼고, 김초현의 눈물에도 주저하지 않고 돌아섰다.한편 SA 일가는 모두 후회에 잠겨있었다.애초에 강서준에게 그런 대우를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그들은 자신이 원망스러웠다.김초현은 흐느끼면서 강서준이 나타난 후의 일들을 머릿속에 떠올려봤다.제왕궐부터 흑룡이 조각된 흑룡카드, 소요왕의 대전... 게다가 그의 신들린 의술까지...“내가 진작에 생각했어야 했는데, 김초현, 너 정말
10년 전, 김초현은 그를 구하다가 온몸이 망가졌고 얼굴까지 뒤집혔다.그는 이번에 돌아와서 김초현에게 생명을 구해준 은혜를 갚았고 2조 원이라는 큰돈까지 줬다. 그것으로 김초현에게 진 빚은 다 갚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또 다른 여자에게 빚을 지게 됐다.그는 남자로서 본인이 저지른 일은 쿨하게 인정하려 했다.처음엔 김초현과 이혼하기 전이라, 그는 아무런 약속도 할 수 없었다.지금에 와서 김초현과 이혼은 했지만 야속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국경에서 위급함을 알렸고 국가의 부름이 있었으니, 그는 반드시 돌아가서 대국을 주관해야 했다.눈앞에 서 있는 윤정아, 운명의 장난같이 만난 이 여자를 보며 그는 마음을 다해 정중하게 약속했다.그의 약속 한마디에 윤정아는 안정감이 들었다.그녀는 강서준이 대하의 전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의 말 한마디, 약속 하나에 얼마나 큰 무게와 책임이 깃들어 있는지 알고 있었다.“당신이 안전하게 돌아올 때까지 강중에서 기다릴게요.”강서준은 말을 아꼈고 돌아서서 차에 탔다.윤정아는 그제야 길을 비켜 주었다.강서준이 차에 타자, 지프차가 다시 달렸다.곧 강중 군사 구역에 도착했고 헬리콥터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소요왕이 직접 강서준을 배웅하러 왔다.그는 강서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용수님, 남황은 용수님께 맡깁니다. 부디 승리하고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저는 강중에서 기다릴게요. 이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데, 아직 한 번도 제대로 잔을 부딪쳐본 적이 없네요. 용수님이 돌아오면 시원하게 한 번 적셔봅시다.”“꼭 그럽시다.”강서준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그러고는 재빨리 걸음을 옮겨 군용 헬리콥터에 올랐다.“용수님을 배웅합니다!”군사 구역을 지키던 병사들이 입을 모아 우렁찬 목소리로 그를 배웅했다.“용수님께서 적들을 간담이 서늘하게 만들고 우리 대하국의 위세를 떨치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랍니다!”군용 헬리콥터는 천천히 이륙하여 고공으로 올라갔다.강서준은 아래쪽 도시를 바라보며 아쉬운 내색을 감추지
지금 또다시 전쟁을 개시하면, 국내에 있는 백성들은 틀림없이 지칠 것이다.“이혁, 너는 28개국 연합군이 대하 변경을 공격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니?”강서준은 이혁 바라보았다.이혁은 부상을 당한 뒤라,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걷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현재 남황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으니, 그도 강서준을 따라서 돌아왔다.이혁은 생각에 잠겼다가 한참 후에야 대답했다.“저는 어딘가 수상쩍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28개국은 관광버스 한 대가 강도질을 당해 차 안의 사람들이 대하 경내에서 죽었다는 것을 빌미로 대하 남황에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저는 이 모든 게 누군가의 음모라고 생각합니다!”강서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이혁의 분석은 정확했다.“그럼 이런 짓을 꾸며낸 목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니?”강서준이 물었다.“배후에서 장난친 사람은 분명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설령 28개국이 연합한다고 하더라도 군사력은 감히 대하와 겨룰 실력이 못 된다는 것을요. 대대적으로 전쟁을 선포할 시, 대하가 악을 쓰면 28개국을 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란 것도 알고 있을 겁니다.”강서준은 말하면서 자리에 있던 장군들을 보며 물었다.“당신들도 가만히 있지만 말고 모두 의견을 말해 보세요.”그의 말에 장군들은 눈을 끔뻑이며 서로를 쳐다보기만 할 뿐 모두 침묵을 유지했다.지금 이 위급한 상황에서 그들은 함부로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기 어려웠다.이때, 이혁이 말을 이었다.“용수님, 이 일은 관광버스 한 대 때문에 시작되었으니, 우선 이 일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광버스 사건부터 조사하면 어떨까요? 전쟁의 발단을 이해하기만 하면, 누가 뒤에서 손을 썼을지 알게 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이번 국경 위기를 해결하는 난이도가 훨씬 간단해질 것입니다.”강서준이 귀역을 보며 물었다.“귀역 장군, 이 일은 제대로 조사했어?”귀역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상부의 명령을 받은 후, 제가 직접 관광버스 강도 건에 대해 조사했지만,
전쟁에 맞닥뜨렸을 때, 대하는 결코 그 누구도, 그 어떤 나라도 두려워하지 않았다.강서준도 마찬가지로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전쟁이 백성들에게 미치는 피해를 잘 알고 있기에 평화를 옹호했다.전쟁을 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그는 전쟁을 피해 가고 싶었다.그 때문에 지금 28개국 연합군이 이미 남황성을 점령했다 하더라도, 그는 경거망동하지 않았고 즉시 군사를 보내 잃어버린 성을 수복하지도 않았다. 그는 반드시 이 일을 명백히 밝혀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강서준은 이 사건의 발단과 결과를 명백히 밝히고 수상쩍은 부분을 다 밝혀내어 악당들의 총으로 쓰이는 일은 없게 하려고 했다.그 관건은 바로 관광버스 강도 건을 똑똑히 밝혀내는 것이었다. 어떤 버스인지, 버스 안엔 어떤 사람들이 타고 있었는지, 그들의 배경과 그들이 대하에 온 것은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고의로 보낸 것인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었다.하지만 이 시점에서 흑룡군은 다른 나라에 공조를 요청할 수 없었다.따라서 이 일은 킬러 리스트에 오른 킬러에게 맡기는 것만큼 적합한 경우는 없을 것이다.그들은 모두 킬러로서의 실력이 수준급이었고 일 년 내내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임무를 완료했다. 게다가 모두 밀입국 방법으로 각 나라를 수월하게 드나들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경로를 가지고 28개국에 들어가 이 사람들의 신원 배경을 조회할 수 있었다.많은 킬러들이 차례로 떠났다.석양이 지고 캄캄한 밤하늘에 별이 총총히 떠 있다.란성, 군사 구역의 작은 훈련장엔 많은 군인들이 열심히 훈련하고 있었다.한쪽에 강서준과 이혁, 그리고 귀역이 앉아 있었다.세 사람은 바닥에 앉아서 술을 마시며 멀리서 훈련하는 병사들을 바라보았다.이혁이 감탄하며 말했다.“용수님, 몇 년 전만 해도 밤낮없이 훈련하셨잖아요.”“그랬었나?”강서준은 코를 만지작거렸다. 세월이 흘러, 어느새 그 시절을 잊을 지경이었다.그는 화제를 돌려 말을 이었다.“혁아, 역아, 나는 시종 이번 28개국 연합군이 나를 겨냥
김초현은 눈물로 얼굴을 씻었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그녀는 맥없이 방을 나갔다.거실엔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하연미, 김호, 오유민, 그리고 김현까지 자리에 있었다.김현은 부상당한 후 아직 완벽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극구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가 치료하였다.“누나...”김현은 소리를 지르며 그녀를 꾸짖었다.“너 형부랑 이혼한 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진작 말해 줬으면 내가 말렸을 거야.”김초현이 다가와 소파에 앉았는데, 맥이 없고 무표정한 모습은 마치 넋을 잃은 사람 같았다.그녀는 김현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물었다.“왜, 설마 너는 강서준의 정체를 벌써 알고 있었던 거야?”김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나도 안지 얼마 되지 않았어. 내가 입원하기 전, 우리가 WE 그룹에 잡혀갔을 때 형부가 우리를 구하러 왔었잖아. 누나를 먼저 구하고 나서 형부가 노진광을 죽이고 노석훈을 패는 장면을 목격했었어. 결국 소요왕이 직접 와서 뒷수습하고 대외적으로도 제보받고 출병했다고 변론했었지.”“하...”김초현은 허탈하게 웃었다.“난 정말 멍청해.”그녀는 진작에 생각했어야 했다. 한낱 쓸모없는 인간이 어떻게 매번 동네 친구를 부르듯 군부대를 불러냈을까?“누나, 이제 어떡할 거야?”김현이 초조해하며 말했다.“형부가 너한테 그렇게 잘해줬는데, 어쩜 형부를 내쫓을 수가 있어.”“나도 몰라.”김초현은 고개를 가로저었고 너무 후회됐다. 만약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녀는 분명히 강서준에게 최선을 다해서 잘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절대 그가 조금도 속상함을 느끼지 않도록 말이다.“초현아, 네가 남황에 다녀오는 건 어떠니.”하연미가 제안했다.“강서준이 너를 그렇게 지극하게 사랑했는데, 네가 쫓아가기만 하면 분명 그를 감동하게 할 수 있을 것이고 다시 합치자고 하면 재혼할 수도 있을 거야.”김초현은 고개를 저었다.쫓아가?지금 쫓아가도 소용이 있을까?그녀는 강서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게다가 강서준이 남황으로 돌아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