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준이 손짓으로 옆에 놓인 의자를 가리켰다.“앉아. 탁수연은 어떻게 됐어?”임지수가 의자에 앉더니 덤덤하게 말했다.“확실하게 얘기했어. 하지만 이혼은 어려울 거 같아. 죽어도 이혼은 안 한다는데 강제 이혼을 신청할 거야. 맞다, 바람 피운 증거를 수집해야 되는데 도와줄 수 있어?”“그래.”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정보망이 나서면 그 정도 증거는 쉽게 얻을 수 있다.“나한테 맡겨. 내일 보내줄게.”임지수가 기뻐하며 정중하게 감사를 표시했다.“고맙다. 네가 아니었다면 평생 이렇게 주눅 들어 살았을 거야. 내게 새 생명을 준 거나 다름없어.”강서준이 손을 흔들며 웃었다.“말이 지나쳤다. 친구끼리 낯 간지럽게 고맙기는. 주방에 얘기해. 음식을 빨리 내오라고. 점심 먹고 오후에 볼일이 있어.”“그래.”임지수가 고개를 끄덕이고 재빠르게 주방으로 향했다.강서준은 샤브샤브를 맛있게 먹고 송진과 작별 인사를 했다.그리고 김초현과 가게에서 나와 영화관으로 향했다.영화관에서 커플석 티켓을 구매하고 뒤쪽에 위치한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김초현이 영화를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지만 강서준의 마음은 딴 곳에 있어 영화를 볼 기분이 아니었다.마침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과 깊은 입맞춤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이때다 싶어 강서준이 슬며시 김초현의 가느다란 허리를 잡았다.한참 영화 스토리에 감동을 받은 김초현이 강서준의 어깨에 기대며 품에 안겼다.강서준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역시 연애 상담사들 답게 여자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었다. 영화관에서 어떻게 하면 스킨십을 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설명해줬다. 바로 남녀가 키스하는 장면을 본 김초현이 감성에 빠지면서 스스로 안길 때 주동적으로 카리스마 있게 키스를 해버리는 것이다.하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이렇게 강압적으로 김초현에게 키스할 수 없었다.수많은 적군과 싸워는 봤지만 키스하는 것이 참 어려웠다.다시 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김초현을 꼭 안았다.영화를 열심히 보던 김초현은 갑자기 들어온
죄지은 놈이 제 발 저리다고 강서준은 자신에게 정말 잘해줬었다. 그동안 자신의 말이라면 다 들어주었는데도 정작 본인은 다른 남자를 마음에 품었다.불륜이다.김초현은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추려고 바닥을 보며 걸었다.강서준을 쳐다볼 면목이 없었다. 자신이 잘못했기 때문에 반박하지 않고 손을 잡게 내버려두었다.영화관을 나서자 한 여학생이 장미꽃을 한아름 들고 강서준에게 다가왔다.“오빠, 꽃 한송이를 예쁜 언니에게 선물할래요? 미인에겐 장미가 잘 어울려요.”“얼마야?”강서준이 웃으면서 물었다.“한 송이에 2만원이요.”“내가 다 살게.”강서준이 호주머니를 뒤졌지만 지갑이 없었다. 평소 갖고 다니는 습관이 없었다.어색하게 웃으면서 물었다.“휴대폰으로 결제할 수 있지?”“그럼요.”여학생이 웃자 양 볼에 귀여운 보조개가 나타났다. 휴대폰에서 바코드를 꺼내 보였다.“모두 아홉 송이에요.”강서준이 바코드를 스캔하고 18만원을 결제했다.“감사합니다.”여학생이 장미를 건네 주고 신나게 뛰어갔다.강서준이 웃으면서 장미를 김초현에게 주었다.“받아요.”김초현이 입을 삐죽거렸다. 이런 거 받고 싶지 않았지만 억지로 받았다.“우리 쇼핑이나 할까요? 그동안 내가 아무것도 선물하지 않았으니 마음에 드는 거 골라봐요. 내가 다 사줄게요.”“당신이?”김초현이 의심쩍은 눈초리로 봤다.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뭘 산다고 그래요? 원피스, 화장품 당신 월급으로 살 수 있어요?”“돈 걱정은 하지 말고. 나 돈이 부족하지 않거든요.”강서준이 진지하게 말했다. 가족간의 사랑, 우정, 애정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거라 여기기 때문이다.김초현이 심호흡을 했다. 확실히 돈이 부족하지 않았다.전에 ST 공장을 인수할 때 아무 말없이 370억을 준 것만 해도 그랬다.살짝 기대가 되었다.“알았어요.”김초현은 더는 비꼬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아홉 송이 장미를 들고 살며시 냄새를 맡았다.“너무 향기롭다.”그 모습을 본 강서준도 매우 흡족했다. 김초현의
“영웅과 강중 제일미인의 사랑 스토리,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에요. 두 분은 앞으로 아름다운 미담으로 남을 거예요.”난처한 말에 김초현이 다급하게 해명했다.“오해하셨어요. 저와 흑룡은 그냥 친구에요. 그리고 저 남편과 이혼하지도 않아요. 남편이 전에 흑룡 부하였는데 사이가 아주 돈독하거든요.”옆에서 그 말을 듣던 강서준은 기분이 좋았다. 자신과 이혼하려는 생각이 없어졌으니 지금 노력하면 충분히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김초현이 강서준의 손을 잡고 가게에서 나왔다.지금은 어디 가나 자신과 흑룡에 대해 물어봤다.김초현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미안해요. 나와 흑룡 진짜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서준 씨가 전에 구치소에 잡혀갔을 때 나를 도와서 강중 신의로 밀어줬거든요. 그리고 여자친구도 있어요. 서준 씨도 아는 사람이에요.”비록 입으로 사과를 했지만 얼굴에 왠지 모를 실망감이 스쳐 지났다.강서준은 김초현이 아직도 흑룡을 그리워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괜찮은 척했다.따지고 보면 자신의 다른 신분을 좋아하는 것이니 불륜이라고 해도 결국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난 괜찮으니까 집에 가요. 쇼핑은 못하겠어요.”“네.”김초현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집에 돌아와 보니 하연미와 김호가 먼저 도착했다.하연미가 강서준을 보자마자 반갑게 맞이했다. 따뜻한 차에 간식까지 챙겨 주었다.강서준은 살짝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하연미가 차를 따르며 물었다.“서준, 송진이 너한테 절반 재산을 준다는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네?”강서준이 얼이 빠진 표정을 지었다.송진이 확실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하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은 탓에 따져 묻지도 않았다.게다가 자신이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송진이 준다고 해도 받지 않을 텐데.“어머니.”강서준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송 선생이 농담한 거예요. 절반 재산을 준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송진의 재산이 얼마인지 아세요? 대충 계산해
김초현이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송진의 딸을 구해줬으니 치료비를 받는 건 당연해요. 이혼으로 협박하는 게 아니라 나는 그냥 두 사람이 맞으면 같이 있고 맞지 않으면 헤어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둘은 맞지 않아요.”“알았어요.”강서준이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비록 이혼으로 협박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알아들었다.그 순간 SA 가문과 김초현에게 실망했다. 너무나 실망했다.이 가문은 죽으나 사나 돈밖에 모른다. 김초현은 처음엔 이러지 않았는데 어느새 가족들에 물들여 속물이 되어 버렸다.강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진지하게 말했다.“김초현 씨, 마지막으로 도와주죠. 얼마 필요한지말 말해요. 당신에게 진 빚은 돈으로 다 갚을 테니까. 그리고 결혼에 대해선 당신 말이 맞아요. 맞으면 같이 있고 맞지 않으면 이혼해야죠. 그동안 난 할 만큼 다 했지만 당신 마음을 조금도 얻지 못했으니, 이건 사랑이 아니라고 봐요.”강서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김초현이 살짝 당황했다.“얼마 필요한지 말해요.”하연미가 끼어들어서 금액을 요구했다.“똑똑히 들어. 2조야. 2조 아니면 나 가만 있지 않아.”“알았어요.”강서준은 바로 집에서 나왔다.“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초현의 계좌에 입금 할게요.”김초현은 강서준이 사라지는 뒷모습만 바라봤다. 그 순간, 무언가를 잃은 듯 가슴 한 구석이 허전했다.이번에야말로 강서준이 김초현을 떠났다.번화한 도로를 걸으면서 10년 전에 있었던 일들을 회상했다.김초현 덕분에 목숨을 건지고 같이 살았던 날들을 떠올렸다.남은 생에 옆에 있어주는 것으로 살려준 은혜를 보답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노력을 해도 김초현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원하는 대로 해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노력한 보람을 느끼지 못했다.“후.”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서로 맞지 않다면 헤어지면 그만이다.강서준이 휴대폰을 꺼내 백소희에게 연락했다.“강 형님.”휴대폰 너머로 백소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서준이 분부했다. “
“초현아, 빨리 그 돈을 내 계좌에 이체해. 내가 보관해 줄게. 앞으로 어떻게 사용할지 계획을 세워야겠어. 우리 먼저 큰 별장을 살까? 그리고 세계 일주 여행은 어때?”하연미는 벌써 돈을 어떻게 쓸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안 돼.”김초현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이 돈은 제 거에요. 어떻게 엄마한테 맡겨요.”하연미에게 주는 순간 돌려받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군병원에서 이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라고요? 형, 아니죠? 초현 씨 에게 2조를 주고 관계를 정리했다고요?”강서준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우린 전혀 어울리지 않아. 게다가 나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2조를 주고 은혜를 갚은 셈이지.”“그렇지만 흑룡을 좋아하잖아요. 형이 흑룡이고, 왜 신분을 밝히지 않았어요? 그러면 같이 있어도 되잖아요.”강서준이 숨을 들이마셨다.머리가 복잡했다. 자신의 두 신분 때문에 머리가 지긋지긋 아팠다.“됐어. 그만 말하자. 오늘 이후로 흑룡 강서준은 없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거야.”“에휴.”이혁이 탄식했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사랑은 정말 복잡해요. 역시 혼자가 편해요. 구속도 안 받고 자유롭고, 나 평생 결혼하지 않기로 결심했어요.”“기분 잡치는 얘긴 하지 말자. 몸은 어때? 나가서 술 마실 수 있겠어?”“안 돼요!”조용히 있던 문소정이 갑자기 끼어들었다.이혁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형, 지금 걸을 수 있지만 아직 상처가 완전히 낫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2개월은 더 있어야 완쾌할 거 같아요. 미안해요.”“괜찮아.”강서준이 손을 흔들었다.“그럼 쉬어. 또 보러 올게.”그리고 군병원에서 나왔다.아주 중요한 물건을 잊어버린 것처럼 가슴 한 구석이 허전했다.하소연할 사람을 찾고 싶었지만 아무도 없었다.강중에서 허물없이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이혁뿐이다.그런데 지금 병원에서 치료 중이니 억지로 데리고 나올 수도 없는 상황이다.한참을 걷다 술집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취할 정도로 술을 들이마셨다
천자는 대하에서 절대 강서준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에게는 강서준을 죽일 만한 실력이 없었다.천자는 김초현을 이용해 강서준을 협박할까도 생각해 봤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일을 통해 강서준은 김초현을 아주 중히 여기고, 때로는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만약 김초현에게 사고가 생긴다면 강서준은 미쳐 날뛰며 천자가 감당할 수 없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그렇다면 강서준을 죽일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다. 바로 변관의 전장에서 죽게 하는 것이다.지금의 변관은 아주 평화로웠기에 강서준을 다시 불러들이려면 주변의 나라를 이용해 전쟁을 일으켜야만 했다.천자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탁탁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탁, 탁, 탁.박자감 있는 소리가 방안에서 울려 퍼졌다.얼마 후 천자가 입을 열었다."당분간은 잠자코 있어.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 테니.""네."사람들은 머리를 끄덕였다.같은 시각, 김초현은 강서준이 진짜 2조를 보내올 줄은 몰랐다. 몇 만원도, 몇 억원도 아닌 조, 무려 2조 원을 말이다.이는 그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로 엄청난 돈이었다.보통 사람의 능력으로 10개의 생을 통틀어도 이렇게 많은 돈을 벌지 못할 것이다.아무리 SA 그룹이라고 해도 수십 년 동안 노력해서 몇 천억밖에 벌지 못했다. 전성기에 꺼내 쓸 수 있는 돈도 200억 정도 밖에 안됐다.그런데 강서준은 지금 김초현에게 2조 원을 보내줬다. 돈을 받은 김초현은 약간 막연한 기분을 느꼈다.강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그녀는 자신이 강서준을 영원히 잃었다고 생각했다. 이는 그녀가 원한 것이 아니었다. 강서준을 차버린 이상 그녀는 자신의 행복을 쫓을 자격이 있었다."초현아, 그 돈은 어떻게 쓸 생각이야?"하연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김초현을 바라봤다.아직 생각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던 김초현은 작게 머리를 저었다."그건 무슨 뜻이야? 생각이 있으면 말로 해."하연미는 급한 말투로 말했다."2조 정도의 돈이라면 평생 부귀영화
강서준은 술을 아주 많이 마셨다. 하지만 마시면 마실수록 정신이 점점 더 멀쩡해졌다.이때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휴대폰을 보니 전화를 건 사람은 김초현이었다.강서준은 전화를 받았다."서준 씨, 어디예요?"휴대폰 넘어 들려오는 김초현의 목소리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는 듯 냉정했다. 강서준은 김초현의 무표정한 얼굴이 벌써 보이는 것만 같았다."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강서준이 덤덤하게 물었다."지금 말하기는 좀 그렇고... 우리 잠깐 만나요.""좋아요."강서준은 바로 승낙을 했다. 그도 이혼을 할 거면 빨리 수속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지금 어디 있어요? 제가 찾으러 갈게요."강서준은 와인바의 이름을 몰랐다. 왜냐하면 들어올 때 이름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전화를 끊고 메시지로 자신의 위치를 보냈다.위치를 받은 김초현은 바로 나와서 택시를 탔다.김초현은 약 삼십분 후에 와인바 앞에 나타났다.강서준의 앞에 이미 수십 개의 술병이 있고 술 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도대체 어쩌다 이 꼴이 된 거예요?"강서준은 술을 많이 마시기는 했지만 취기 하나 없이 멀쩡했다. 그는 머리를 들어 그림 속에서 걸어 나온 것만 같은 아름다운 여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는 또 자연스레 10년 전 사방이 불에 타오르지만 옴짝달싹 못하던 자신이 떠올랐다."괘, 괜찮아요. 제가 구해줄게요."그때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하지만 강서준은 머리를 흔들며 애써 목소리를 떨쳐냈다.그는 김초현에게 마지막으로 2조 원을 준 것으로 모든 은혜를 갚았다."저랑 같이 한잔할래요?"강서준은 미소를 지으면서 김초현을 바라봤다.그러자 김초현은 그를 잡아당기면서 말했다."일단 나가요."김초현은 억지로 강서준을 끌고 밖으로 나왔다.와인바 밖에서.김초현은 정색을 하며 말했다."지금 서준 씨 꼴을 봐봐요. 서준 씨가 조금이라도 진취심이 있었다면 제가 이렇게까지 안 했어요.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
강중으로 돌아오기 전, 강서준은 그 무슨 일이 있어도 김초현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강서준에게는 김초현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승낙할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김초현이 이혼하려는 요구 또한 거절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갚아야 하는 은혜는 이미 다 갚았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함께 이혼 수속을 하러 가정법원으로 왔다.가정법원의 입구에서.김초현은 강서준에게 말했다."앞으로 서준 씨를 좋아하고, 또 서준 씨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길 바랄게요. 그리고 저한테 준 2조에서 몇 백억을 줄 테니 그 돈으로 잘 살아요."강서준은 손을 흔들며 거절했다."아니에요. 초현 씨한테 준 돈은 그냥 갖고 있어요. 게다가 저는 돈에 그다지 관심 있는 편이 아니에요. 진짜로 원하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없거든요."말을 끝낸 강서준은 몸을 돌려 떠났다.김초현은 제자리에 멈춰 서서 멀어지는 강서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진짜로 이혼을 했구나...'김초현은 말로 형용하지 못할 해방감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아주 소중한 무언가를 잃은 것처럼 마음속이 허전하기도 했다.김초현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물건 하나도 갑자기 잃어버리면 허전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김초현도 몸을 돌려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먼저 떠난 강서준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전장에서 피는 흘릴지 언정 단 한 번도 흘려본 적 없는 눈물을 말이다. 그는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짧은 몇 달 동안 강서준은 김초현을 사랑하게 되었다. 김초현은 그의 전부이자 세상의 중심이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는 김초현이 원하는 대로 떠나가도록 허락을 했다.사랑이란 무엇인가?만약 사랑에 100 걸음이 있다면 강서준은 이미 그 100 걸음을 다 채웠다. 이제는 김초현이 몸을 돌리기만 기다리면 되었다. 하지만 김초현은 결국 몸을 돌리지 않았다.강서준은 초라하게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 크나큰 도시에 자신이 몸담을 곳 하나 없는 것만 같았다.그렇게 강서준은 강용그룹까지